임업 현장 ✽ 산림경영지도
‘숲속 숨은 보물 찾기’
산주 소득 증대에 날개 달다
글·사진 하상윤(고양시산림조합 산림경영지도원)
숲가꾸기 간벌작업을 통한 소득 창출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전기회사에서 근무하면서도 항상 푸른 숲과 자연을 동경하던 나는 우연한 기회에 산림조합을 알게 되었다. ‘아 이곳이야말로 내가 꿈에 그리던 자연과 함께하는 일터구나’ 하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고 산림기사 시험을 치렀고 2006년에는 당당히 산림경영지도원 시험에 합격해 이듬해 4월 파주시산림조합으로 발령을 받았다.
책에서 봤던 조림, 숲 가꾸기, 사방사업 등은 역시 실전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조합의 업무를 익혀가던 어느 날이었다. 조경수유통센터에서 손님을 응대하던 중 5년 전 구매한 밤나무가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이 많다는 김재영 조합원을 만나게 되었다. 다니던 직장을 퇴직한 후 노후를 생각하여 꿈과 희망을 담아 한주 한주 식재하였는데 결과가 나쁘다는 말씀에 나는 측은함과 죄송한 마음에 한동안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고 김재영 씨는 언제든 시간 날 때 들르라며 주소와 연락처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마음이 어지러웠다. 이럴 바에는 찾아가 작은 부분이나마 도움을 드려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 밤나무 재배와 관련된 자료를 정리해 김재영 씨 댁으로 향했다.
오랜 시간 마주 앉아 대화를 하다보니 조금씩 도울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진심어린 산림경영지도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나는 산림경영지도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시작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먼저 김재영 씨의 밤나무 재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임지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재배하는 밤나무 대부분이 제대로 된 전지·전정 작업을 하지 않아 생산되는 과실의 크기가 작았으며 수확량도 줄어들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작업로조차 없어 효율적인 농장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었다.
우선 향후 운영 방안을 상의해 수종 갱신, 작업로 개설 및 단기소득 작물 재배 등에 관한 산림경영계획서를 작성하였다. 밤나무 재배지 중 가장 생산력이 떨어지는 지역을 선별해 고사리, 매실, 감, 음나무 등으로 수종 갱신을 유도했으며 소득 품목의 다양화를 시도했다. 또한 산지일시사용 신고를 한 뒤 작업로 2.5㎞를 개설해 효율적인 임지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밤의 크기가 작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3년간 약도의 가지치기를 해주어 밤나무를 저수고형으로 유도하였으며, 그 결과 밤의 품질 향상 및 수확량 증대로 이어져 수익 증대 효과를 가져왔다.
떫은감 재배 면적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온난화에 따라 감나무의 생육 범위가 중부지방으로 확대되면서 임지 일부에 식재한 떫은감의 재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다양한 임산물 소득원 마련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완경사 지역은 밤 줍기 체험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초기에는 홍보 부족으로 이용객이 적었으나 현재는 지역 유치원, 가족 단위 방문객 등 이용객이 점차적으로 증가하여 체험장 운영 수익도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산림경영계획수립 인가를 통해 연간 600만 원의 세제 혜택을 받고 있고 이를 다시 감나무 재배 및 특용작물에 투자하여 산림복합경영을 이뤄가고 있다. 이제 김재영 씨는 겸업적 임업인이 아닌 주업적 임업 활동으로 주변 임업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산림복합경영을 하고 있다.
밤나무 재배지
품질과 수확량이 향상된 밤
파주시산림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산림경영에 관한 홍보활동을 하고 있으며, 산주들과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서울에 거주하던 부재 산주 김태민 씨로부터 선산과 소재지와의 거리가 멀어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조합에서 발송한 사유림 산림경영지도 책자를 받아 보고 대리경영을 통해 선산을 관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젊을 때는 자주 왕래를 했지만 점점 힘들어진다며, 산이 관리를 받지 못해 엉망이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전화상으로 진심이 느껴지며 조금이라도 빨리 고민을 해결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김태민 씨의 임야는 4.6만㎡에 참나무와 잣나무가 절반씩 생육하고 있었고 평지에 가까운 임야였다. 우선 대리경영계약을 체결하고 숲 가꾸기 작업을 통해 건전하고 깨끗한 임야를 조성했다. 지역 표고 생산자에게 참나무 간벌목을 판매하여 소득을 창출할 수 있었다. 나머지 간벌목은 마을의 독거노인 및 불우이웃에게 땔감으로 무상으로 나누어 주어 지역 주민과 화합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태민 씨는 함께 산을 돌아보며, 상담을 하기 전엔 많은 비용이 들까 걱정했는데 숲 가꾸기 작업과 함께 예상치 못한 소득도 생겼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나에게는 매일 하는 업무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겐 절실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며 내가 하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사명감이 필요하고 보람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일선에서 산주 임업인을 만나는 지도원들의 가장 어려운 점을 꼽으라면 조합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산주 임업인을 대할 때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일수록 우리 지도원이 산주와 임업인들을 이해하고 그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분명 소통의 계기를 찾을 것이고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김재영, 김태민 두 분의 산주를 지도하며 역시 내 직업이 멋있고 보람된 일이라는 것과 지도원이 임업 발전에 꼭 필요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산주 임업인에게 항상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더욱더 역량을 키워 만족하는 일대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같이 고민하는 지도원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밤 줍기 체험 현장![](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pub.sanrimji.com%2Fbook%2F6290.epub%2FOEBPS%2Fimage%2F16080216194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