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판관대(判官垈)설화의 문화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 방안

[이학주]

판관대 평창논문- 동방학2020.2.17.hwp

9.77MB

평창 판관대(判官垈)설화의 문화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 방안

이학주(강원대 교양교육원 강사)

1. 서론

2. 판관대설화의 원형 추출과 이야기마케팅 방안

1) 판관대설화의 분석과 이야기원형 추출

2) 발상과 연상에 따른 이야기마케팅 전략

3. 결론

<논문요약>

이 논문은 평창군에 전하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분석해서 문화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방안을 찾고자 했다. 이를 통해 평창의 관광을 활성화 하고, 평창을 알리는데 목적을 두었다. 연구방법은 이야기의 중심어인 원형-개념어인 발상-확대어인 연상-경영할동인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신마인드맵에 따랐다.

먼저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의 원형과 구조에 따른 각 단락의 중심어를 찾았다. 원형은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를 원형으로 하였다. 단락별 중심어는 ①판관대와 여행 ②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③합궁의식 ④주모의 능력과 예언 ⑤선과 악의 대결 ⑥풍수를 추출했다.

다음으로 발상과 연상에 따른 이야기마케팅전략은 문화콘텐츠에서 추구하는 ‘문화상품’과 ‘산업발전’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궁극적 목표인 이야기마케팅을 접목시켜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문화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첫째는 ‘판관대 여행’과 ‘합궁의식’과 ‘풍수’을 연계한 장소마케팅 차원이었다. 따라서 그 원형이 잉태장소이기 때문에, 어린 율곡이라는 아이캐릭터 만들어 활용하기, 판관대는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합궁한 장소이므로 부부합궁여행지로서의 장소여행, 그리고 태극이 들어간 풍수를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는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주모의 능력과 예언’, ‘선과 악의 대결’을 연계한 이야기마케팅 차원이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제안했는데, 하나는 여행지와 숙박시설을 놀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마케팅으로 꾸미기이다. 또 하나는 공연콘텐츠를 활용한 이야기마케팅으로 만들기이다.

주제어: 평창 판관대설화, 아이 밴 장소, 문화상품, 장소마케팅, 이야기마케팅

1. 서론

본고의 목적은 평창군 봉평면 백옥포리에 있는 판관대(判官垈) 관련 설화를 대상으로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발굴 및 확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있다. 이 판관대는 이율곡의 잉태와 관련된 사실만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판관대에서 이율곡이 잉태했대.”라는 단순한 사실이다. 이마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도대체 판관대가 뭐야.”라는 정도이다. 어쩌면 백옥포리를 지나면서 돌에 새겨진 판관대라는 한자어를 읽지 못해서 아무런 반응도 없이 지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판관대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알지 못해서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알아야 사람들은 찾는다. 알아야 말을 하고 글을 쓰고 방송으로 나갈 수 있다. 알아야 스토리텔링이 되고, 문화콘텐츠로 확산시킬 수 있다. 알면 누군가에게 전하려 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심리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판관대 관련 글을 쓰고 지상에 발표를 하는 것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자 하는 의도이다.

평창은 이제 세계적인 지역이 되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평창이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큰 계기였다. 정말 세계에서, 아니 대결구도로만 있던 북한까지 주목하였던 지역이다. 우리는 그때 올림픽을 계기로 평창이 괄목할 성장을 이룰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순간의 화려한 빛이었다. 소위 올림픽을 활용할 수 있는 원천이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황량한 대관령 꼭대기에 올림픽만 화려하게 치르고 썰물 빠지듯이 모두 빠져 나갔다. 그렇게 화려한 빛이 스쳐 지나간 평창은 오히려 더 썰렁하게 느껴졌다. 다시 찾을 수 있는 관광원천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처럼 빚만 잔뜩 진 강원도, 땅값타령으로 시끄럽기만 했던 평창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평창에 가면 뭔가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된다. 행사 위주의 일회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제나 가면 뭔가 있는 평창다운 그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평창에 가서 그런 평창다움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올림픽 이후에도 많은 후속 행사를 치렀다. 그러나 그 모든 행사는 평창군민들에게 도움이 못 되었다. 기껏해야 큰 관광시설인 리조트 몇 개에 손님이 와서 순간의 이익을 봤을 뿐이다. 리조트에서 밖으로 나갔을 때 걸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공부할 수 있는 원천을 구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평창의 이미지가 살아나서 다시 찾는 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재방문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 판관대의 문화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를 위해 그 방안을 제시하는 목적이 이에 있다. 한 입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나씩 쌓아 나가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그날이 올 것을 믿으며 시작하는 것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봉산서재와 판관대>라는 설화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발굴할 원형을 찾고, 그 원형으로부터 발상과 연상을 해서 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야기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기초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은 원형(原型, Archetype)을 설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은 그 대상의 시공(時空)에 따라 나름의 독특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할 경우 어디에 가나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때문에 같은 탄생설화라 하더라도 그 특성인 원형을 분명하게 특정 지워서 스토리텔링을 하고 문화콘텐츠로 확산해야 한다. 따라서 본고는 판관대설화의 원형을 찾는 데서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그로부터 확산하여 궁극적인 전략을 찾아보도록 한다.

2. 판관대설화의 원형 추출과 이야기마케팅 방안

평창의 판관대는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살면서 율곡이라는 큰 성리학자를 밴 ‘집터’이지만, 이제는 평창의 향토자원(鄕土資源)이 되었다. 좋은 향토자원은 향토산업으로 만들어 가꾸는 것이 당연하다. 어떤 물품이든 가꾸어서 좋은 재화(財貨)로 만들면 그 지역민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좋은 방향으로 계속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율곡을 밴 집터 판관대는 이런 면에서 보면 아주 훌륭한 향토자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향토자원을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 문화산업으로 확장할 필요가 충분히 있다.

향토자원을 발굴하여 문화산업으로 확장할 때 쓰는 방법으로 소위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라 하여 ‘파생방법(派生方法)’을 많이 쓰고 있다. 이 방법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는데 아주 유효하고 권장 할만하다. 토론을 할 때 자유롭게 의견을 내게 하여 아이디어의 연쇄반응을 일으켜 최대한 많이 도출해 내게 하는 파생법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파생방법을 체계화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체계화 하는 방법으로 신마인드맵(new mind map)을 활용할 수 있다. 신마인드맵은 마케팅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마인드맵을 해 가는 방법이다. 그 방법은 향토문화자원처럼 원 텍스트에서 원형(原型)인 중심어(中心語)를 발굴하고, 원형에서 발상(發想)을 해서 개념어(槪念語)를 만들고, 발상에서 연상(聯想)을 해서 확대어(擴大語) 순으로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다.

본고에서는 판관대와 관련한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가 향토문화자원이 된다. 따라서 판관대설화와 관련한 자료를 중심으로 신마인드맵의 원리를 이용하여 최대한 많은 자료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1) 판관대설화의 분석과 이야기원형 추출

평창의 판관대는 수운판관 벼슬을 하던 이원수(李元秀, 1501~1561)가 신사임당과 한동안 머물러 살았던 ‘집터’이다. 『봉서유고』의 <판관대기>에 의하면 판관대라 할 때 대(垈)는 별장(別莊)의 의미라 했다. 그러니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별장의 개념으로 지어놓고 한 동안 살았던 집터이다. 그런데 이 집터가 유명하게 된 것은 이원수와 신사임당의 아들 율곡 이이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아이를 밴 곳인 잉태지(孕胎地)이다. 그때 태어난 아이가 율곡 이이(李珥, 1536~1584)이다.

이이는 조선조 성리학의 대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저서와 활약이 대단해서 많은 선비들이 따르던 인물이다. 평창의 판관대가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그의 명성 때문이다. 그야말로 유명한 인물이 어머니 뱃속에 배게 된 장소여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대체적으로 판관대와 율곡의 이야기는 주막-주모-판관대-몽룡실-나도밤나무-이원수-신사임당-이율곡-성리학-철학-위인-봉산서재 등으로 이어진다. 이런 판관대이야기의 중심에는 이원수와 주모의 이야기부터 전개된다. 그 중 잘 정리된 이야기는 『평창군지』에 실려 있는 <봉산서재와 판관대>라는 설화이다. 아무래도 판관대 콘텐츠의 중심은 이 설화를 바탕으로 그 원형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 보도록 한다.

①율곡 선생을 이곳 봉산서재에 배향하게 된 유래는 율곡 선생의 부친 李元秀 공이 仁川 지방 水運 判官으로 재직할 당시 한때 자연을 사랑하여 산수가 아름다운 봉평에 자리 잡고 4년간 살았다. 때마침 원수 공은 여가를 틈타 인천에서 본가인 이곳으로 오던 중 평창군 대화면 반정(상안미리)에 이르러 날이 저물고 피로에 지쳐 하룻밤 쉬려고 길가 주막에 여장을 풀었다.

②그날 밤 일찍이 과부가 되어 홀로 주막을 경영하던 주모의 꿈에 용이 가슴 가득히 안겨오므로 이상히 여겨 홀연 꿈을 깨치고 일어나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는 틀림없이 잉태할 꿈이요, 비범한 인물을 하늘이 점지하여 준 것으로 생각하고 자식을 얻을 기회가 왔구나 하였다. 주모는 자신의 처지를 돌이켜 보니 혼자 몸이요 그날 밤 대상이 될 사람은 주막에 묵고 있는 원수 공 뿐이라 여러모로 살핀 끝에 그분이 예사 사람이 아니므로 여자로서의 수치심도 잊어버리고 원수 공의 방으로 뛰어들어

“손님 저를 물리치지 마십시오.”하니 놀란 원수공이, “이 무슨 해괴한 짓이요. 내 그대를 행실 바른 여인으로 알고, 묵으려 했는데 이래 되겠소.”하고 달래니, “손님 아무 말씀 마시고 하룻밤만 정을 맺게 하여 주시오.”하고 애걸하였으나 원수공은 완강히 뿌리치고 말아 주모는 소원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튿날 아침 부끄럽고도 서운한 마음으로 작별을 하는데 원수공의 얼굴에는 범할 수 없는 서기가 서려 있음을 보고 이는 도저히 내 운수가 아니구나 하며 주모는 체념하였다.

③그 무렵 율곡 선생의 어머니 사임당 신씨(申氏)는 강릉 오죽헌 언니네 집에 머물러 있었다. 역시 하룻밤 꿈에 용이 가슴 가득이 안겨 오는 꿈을 꾸고 나서 즉시 귀가하려 했다. 언니는 며칠만 더 유하기를 간곡히 권하였으나, 사임당 신 씨는 이를 뿌리치고 그날로 1백 40리 길을 걸어서 집에 돌아와 있던 중 마침 원수공이 당도 했다. 신 씨는 오랜 만에 만난 남편을 대하여 반기기는 고사하고 말도 않고 표정에 변화도 없이 묵묵히 남편을 대하였다. 부인의 성품이 남다름을 잘 알고 있으므로 역시 아무 말 없이 그날 밤 잠자리를 같이 하였는데 율곡 선생을 잉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9개월 만에 강릉 오죽헌으로 이거하여 율곡 선생을 낳았다.

④한편 원수공은 며칠을 이곳에서 머물다 임지로 돌아가던 길에 또 다시 반정의 주막에 들게 되었다. 지난 일을 생각해 보니 사나이 대장부로서 아녀자의 청을 못 들어준 것이 마음에 걸리어

“여보시오 주모, 내 전날에는 대단히 미안하게 되었소. 오늘밤 당신과 정을 맺으려 하오.”하니, “어르신네의 말씀은 대단히 고마우나 지난번 하룻밤을 모시고자 한 것은, 홀로 사는 아낙에게 하늘이 점지하신 비범한 영재(英才)를 얻고자 함이었는데 오늘 어르신네의 얼굴에는 전날의 서기가 없어졌으므로 뜻을 받들 수 없습니다.”하며 말을 이어, “이번 길에 댁에서는 귀한 아들을 얻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몇 해 안가 호환이 있을 겁니다.”하니 공이 당황하여, “그 무슨 말이요. 만약 진실로 그러할 진데 앞일을 예견하는 당신께서는 그 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알 것이니 제발 묘법을 가르쳐 주시오.”, “그러면 돌아가 밤나무 천 그루를 심으면 호환을 막을 수 있으리라.”하였다.

⑤원수공은 율곡 선생이 어려서 자라던 명주 땅에 정성을 다하여 밤나무 천 그루를 심어놓고 그 일은 잊어버리고 말았다. 몇 해 후 한 승이 나타나, “시주를 하여 주시오. 그리고 귀댁의 아드님을 만나 보게 해주시오.”하니 깜짝 놀라, “시주는 드릴 수 있으나 아들은 무슨 일로 보자 하시오.”하고 거절한 즉, “그러면 밤나무 천 그루를 시주할 수 있겠느냐?”, “예, 그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리로 따라 오시오.”하고 뒷동산으로 안내하여 나무를 하나하나 세는데 아무리 헤아려도 천 그루에서 한 그루가 모자란다. 원수공이 당황하여 얼굴이 사색이 되었는데 돌연 숲 속에서 한 나무가 외치기를, “나도 밤나무”, 하니 승은 혼비백산 도망을 가는데 호랑이로 둔갑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⑥판관대(判官岱) 이야기는 현종 3년에 나라에서는 이 원수공이 율곡 선생을 잉태한 영지라 하여 이 지역 산과 전답을 포함하여 사방 5리를 하사하고 감관(監官)을 파견, 수확의 10분지 1을 제향비로 쓰도록 하였다.

율곡의 탄생과 관련하여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다. 이 이야기 내용의 중심어는 물론 율곡의 잉태(孕胎)이다. 더 첨부한다면 위대한 인물의 탄생과 봉향(奉享)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서사구조도 율곡의 잉태에 따른 로맨스와 위대한 인물의 성장을 가로막는 세력을 물리친 극복담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그의 사후 사패지에 관한 후술담이다.

이야기가 크게 복잡하게 연계 되지는 않지만, 이야기 생성 당시의 문화적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 ①서울서 평창까지의 길, ②주막의 역할, ③태몽과 합궁, ④예언, ⑤호환, ⑥사패지(賜牌地)에 얽힌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설화를 구성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그 당시 처가살이와 관련된 혼인풍속이다. 그러면 이 이야기의 원형과 발상과 연상을 위한 분석을 해 보도록 한다. 원천소스인 설화를 철저하게 분석해야만 그로부터 파생되는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그 만의 특성을 띠고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단락별 특성을 분석하여 그 중심어를 찾아본다.

첫째, 이야기의 서두 부분이다. 이 부분은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평창군 봉평에서 살게 된 내력과 이원수가 서울에서 평창의 대화 반정(상안미리)의 주막에 이르기까지이다. 여기서는 판관대라는 특정 장소를 부각하는 서사가 두드러진다. 그리고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고 피로하면 주막에 머문다는 옛 여행방식이 소개되고 있다. 따라서 ‘판관대’와 ‘여행’이라는 중심 단어를 추출해 낼 수 있다.

둘째, 주막의 역할이다. 옛날 주막은 여행자인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저물면 자고, 밥과 술을 먹고 가던 곳이다. 이 이야기에도 어김없이 주막의 역할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이야기에서는 주막의 역할보다도 주모와 이원수의 로맨스가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다. 남녀가 사랑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주막의 역할 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주모가 보통 주모가 아니다. 나중에 예언과 연계되지만, 미래를 알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여인이다. 태몽을 꾸고 큰 자식을 낳을 수 있음을 알고, 이원수의 얼굴에 서린 상서로운 기운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유자이다. 여기서 주모의 태몽은 주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서사장치일 뿐이다. 곧, 주모의 능력을 이렇게 부각한 것은 주모를 신사임당이라는 인물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이다. 그 때문에 나중에 이원수가 다시 잠자리를 청했을 때, 주모는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 이야기가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소위 사랑의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원수와 신사임당과 주모라는 삼각관계 구도를 만들어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랑의 삼각관계는 단순히 로맨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율곡의 정당한 탄생을 강조하는 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모의 유혹을 극복하고 본처인 신사임당에게 가서 아이를 배었다는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는 로맨스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라는 두 단어를 중심어로 추출해 낼 수 있다.

셋째, 신사임당의 태몽과 판관대에서의 합궁이다. 신사임당이 용꿈을 꾸고 판관대까지 급히 온 사연은 역시 신사임당의 능력을 부각하는 장치이다. 이야기에서 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산길을 걸어 1백 40리를 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합궁을 할 때, 신사임당이 이원수를 반기지도 않고 표정도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원수도 아무 말 없이 잠자리를 같이 했다. 합궁으로만 보면 상당히 재미없는 서사장치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관습으로 본다면 어떤 의식(儀式)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합궁금기(合宮禁忌)라 할 것이다. 큰 자식을 낳기 위한 의식에서 금기를 행하고 있는 서술표현이다. 그렇게 의식을 치르고 아이를 뱄고, 강릉 오죽헌에서 아이를 낳았다. 친정에 가서 아이를 낳는 옛 풍습이 묘사되었다. 따라서 여기서는 ‘합궁의식’을 중심어로 추출할 수 있다.

넷째, 주모가 일러 준 율곡의 호환과 예방법에 대한 예언이다. 이원수가 서울로 상경하면서 주막에 들러서 주모에게 추파를 던지고 주모가 거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부분은 주모의 인물됨을 부각하는 장치이지, 이원수의 바람기를 드러내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 이유는 주모가 하는 다음말로 이어진다. 귀한 자식을 얻을 것이고, 자라다가 호환에 죽을 수 있다는 예언이다. 주모의 비범함이 드러난다. 어쩌면 이 이야기 중에서는 신사임당보다도 더 뛰어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예방에 대한 대책까지 마련해 주는 데서 볼 수 있다. 사랑의 삼각관계에서 주모가 양보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왜냐면 이야기가 위대한 인물의 탄생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나무 천 그루’는 무엇을 뜻할까? 이 부분에 다들 의아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것은 다음 화소와 연계가 된다. 일단 이 부분에서는 ‘주모의 능력’과 ‘예언’이라는 중심어를 추출할 수 있다.

다섯째, 밤나무 천 그루로 호환을 막은 일이다. 이 단락까지 주모의 능력이 이어지고 있다. 주모의 예언으로 방비를 했기 때문에 이원수는 아들을 호환으로부터 막을 수 있었다. 일상적으로 스님은 선지자 또는 중생의 조력자 역할을 많이 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스님이 시주를 요구하고 있다. 시주(施主)는 스님들이 구도행각을 하고, 중생들이 잘 살 수 있는 불국토를 만드는데 필요한 물품이다. 이야기에서 ‘밤나무 천 그루’는 이런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다. 밤나무는 나무이고, 그 중에 밤은 5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어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양식이다. ‘천 그루’는 아주 많은 숫자를 의미한다. 여기서 나무는 수많은 상징을 띠고 있지만, ‘우주의 생명’이라는 상징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밤나무 천 그루’를 심고 시주로 요구한 행위는 아주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선행을 베푼 것을 뜻한다. 이런 문맥으로 본다면 스님으로 변한 호랑이는 위대한 인물의 탄생과 성장을 가로막은 적대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랑의 삼각관계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주모가 조력자의 역할로 아이의 죽음을 예방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주모는 비록 신사임당과 사랑의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었지만 악녀나 방해꾼이 아니었다. 도움을 주는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을 하였다. 호랑이가 스님으로 변한 화소는 마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설화에서 어머니로 변장한 호랑이와 같다. 스님은 구도자이면서 선지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생은 스님의 선행을 생각하지 악행을 생각하지 않는다. 일종의 악한 자가 트릭(tricks)을 써서 스님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위대한 인물의 성장을 막으려던 적대세력은 이야기에서 호랑이라는 원래 악한 모습으로 변해 도망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선과 악의 대결’을 중심어로 추출할 수 있다.

여섯째, 사패지(賜牌地)에 얽힌 기록이다. 이 사패지에 대한 기록은 봉산서재와 판관대의 기념물 건립을 위해 노력한 자료 여러 곳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 부분은 이야기의 서사구조와 상관없이 첨부되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사패지는 이 이야기의 원래 목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일종의 <전(傳)>문학에서 작품 끝에 붙는 평결(評決)부분과도 흡사하다. 이 이야기에서 사패지는 제목과도 연계된다. 제목이 ‘율곡의 탄생’이 아니라, <봉산서재와 판관대>이다. 곧, 봉산서재에 율곡이 배향된 사연과 판관대라는 집터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판관대라는 집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야기에서 “이 원수공이 율곡 선생을 잉태한 영지”라 하여 제향비로 쓰게 했다고 했다. 이처럼 사패지가 된 것은 결국 율곡을 밴 곳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판관대’와 ‘사패지’처럼 장소를 부각하고 있는 것은 이곳의 땅이 좋다는 사실을 나타내려는 의도이다. 이것이 나중에는 확산되어 구체적으로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은상이 쓴 󰡔사임당의 생애와 예술󰡕에서는 아주 길게 좋은 자리임을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끝부분에 “판관대는 이같이 산수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므로 사람들은 예부터 산과 물이 서로 감고 돈다고 해서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이라 일러왔고”라고 했다. 우리는 이런 사실로부터 판관대가 풍수적으로 좋은 길지(吉地)임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음택풍수가 아니라 양택풍수로서 훌륭한 인물이 탄생할 수 있는 길지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풍수’를 중심어로 추출할 수 있다.

지금까지 평창군에서 전승하고 있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중심으로 서사구조에서 나타나는 원형을 분석하여 중심어를 추출해 봤다. 서사구조는 여러 개의 담화(談話)로 이뤄지므로 사건 별 서사단락으로 구성된 담화별로 분석을 했다. 그 결과 ①판관대 여행 ②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③합궁의식 ④주모의 능력과 예언 ⑤선과 악의 대결 ⑥풍수로 추출되었다. 이 중심어를 일상적으로 통합하면 당연히 ‘율곡의 탄생과 성장’이 된다. 그러나 평창의 판관대라는 장소에 초점을 맞추면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가 될 수밖에 없다. 비범한 탄생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느냐, 장소성에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풍수적으로 길지에서 위대한 인물이 탄생한다는 장소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런 곳에서 태어난 인물이기에 호환을 물리칠 수 있었다는 결과론으로 맞추면 잉태지로 그 중심어를 통합할 수 있다. 뒤의 호환 이야기는 위대한 인물이 나오면 그를 해코지 하고자 하는 적대세력이 나온다는 우리의 관념이 설화에 반영되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위대한 인물은 좋은 땅에서 나온다는 관념을 반영하여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를 전체적인 원형으로 하고, 각각의 서사단락에서 추출한 중심어는 발상의 개념어로 넘겨서, 연상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2) 발상과 연상에 따른 이야기마케팅 전략

지금까지 판관대와 봉산서재에 얽힌 이야기를 통하여 그 원형을 찾아보았다. 이야기의 맥락이 분명하고 주제어가 변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이 밴 곳’, ‘잉태지’의 원형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거기다 전통적인 문화 마인드인 한양 가는 길, 주막, 예언 등 6가지의 설화담(說話談)이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이야기의 원형을 ‘판관대콘텐츠의 개발과 활성화’란 이야기마케팅전략에 따라 발상(發想)과 연상(聯想)을 해야 한다. 얼마든지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문화콘텐츠라 하면 문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물 일반을 통틀어 그 범주에 넣는다.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그 개념을 말했다.

문화콘텐츠(Culture Contents)를 문화, 예술, 학술적 내용의 창작 또는 제작물뿐만 아니라 창작물을 이용하여 재생산된 모든 가공물 그리고 창작물의 수집, 가공을 통해서 상품화된 결과물들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정의한다.

매체를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문화 정보나 그 내용물. 글, 그림, 영화, 문화재 등 문화적 성격을 가진 내용물을 멀티미디어 기술을 통하여 산업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통틀어 이른다.

이 규정에 의하면 문화콘텐츠의 범주가 상당히 넓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문화상품’과 ‘산업발전’이라는 단어이다. 이 단어들은 모두 상업적 경영활동에 초점을 둔 것이다. 이런 상업성은 스토리텔링도 마찬가지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여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마케팅이다. 문화콘텐츠와 다른 점은 ‘이야기마케팅’이라는 점이다. 물론 여기서는 이야기의 원형(one source)으로부터 멀티유즈(multi use)를 하는데, 매체, 트랜드, 대중의 욕구 등을 반영해야 한다. 어떻든 둘 모두 향유자에게는 즐거움을 주고, 생산자에게는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봉산서재와 판관대>이야기로부터 추출한 ‘아이 밴 장소’로부터 ①판관대 여행 ②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③합궁의식 ④주모의 능력과 예언 ⑤선과 악의 대결 ⑥풍수 등을 사용하여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보도록 한다.

첫째, ①과 ③과 ⑥을 같이 연계하여 엮어낼 수 있다.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판관대 여행’, 그리고 ‘합궁의식’과 ‘풍수’에 대하여 발상과 연상을 해서 장소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문제이다. 일단 판관대와 여행, 그리고 합궁장소와 풍수를 합치면 장소마케팅(place marketing)을 활용한 여행지로 만들 수 있다.

장소마케팅에 있어서 장소는 단순한 지리적인 위치나 공간 그 자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는 그 장소에 대해 “개개인마다의 경험과 의미를 투영한 감정적 유기체”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또 환상과 신비감으로 아름다운 느낌을 드러내서, 나그네의 호기심과 서정적 감동을 유발할 수 있도록 심미안적 가치투여를 한 장소여야 한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하느냐 하면 ‘발견하고 창조하는 것’이다. 이처럼 장소마케팅을 연구한 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장소가 여행자의 마음에 와 닿아 짜릿한 감동을 주고, 환상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장소마케팅은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이런 것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판관대는 율곡이라는 위대한 인물이 잉태한 곳이라 했다. 그리고 그 주변의 풍광이 산태극 수태극이라는 태극의 문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둘은 아주 좋은 장소마케팅의 자료이다. 그런데 그냥 ‘율곡’은 감동을 줄 수 없다. 그리고 그냥 ‘산태극 수태극’도 감동을 줄 수 없다. 잉태장소이기 때문에 어린 율곡이라는 아이캐릭터 만들어 활용하기,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합궁한 장소이므로 부부합궁여행지로서의 장소여행, 그리고 태극이 왜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어쩌면 이런 사실은 모두 풍수와 연계될 수도 있다.

특히, 태극을 활용한 다양한 물품과 스토리텔링을 입히면 여행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태극(太極)은 하늘과 땅의 근원이고, 겉으로 보면 아무런 움직임이 없지만, 활발한 운동을 해서 음양(陰陽)을 만들어내고, 사상(四象)∞팔괘(八卦)∞64괘처럼 무한한 운동에너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원리를 담아 주는 것이다. 이렇게 태극의 원리를 입혀서 판관대에 가면 옛날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살았고, 합궁을 해서 율곡을 가졌다는 단순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여행자들이 판관대와 관련하여 만들어 놓은 태극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에 따라 직접 체험하여 만족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훌륭한 자식을 낳는 합궁법을 -설화에서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지키게 할 수도 있다. ‘태극’과 ‘금기’와 ‘여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합궁법은 좋은 콘텐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장소에서 여행을 하듯, 태극문양의 방을 만들고, 말을 하지 않는 일정한 금기를 지키는 등의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다. 장소마케팅은 유형의 관광지로 관광자의 재방문(再訪問)이 주요 목적이므로 관광지 특성화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소와 관련해서 다음의 시에서도 또 다른 메시지를 주고 있다.

<판관대설월시를 차운하다(次判官垈雪月韻)>

好月宵宜瑞雪冬 좋은 달 좋은 저녁, 서설(瑞雪) 나린 겨울인데

白而又白白之宗 희고 또 희니 흰 것의 본종(本宗)이로다

昏不能黃鹽萬里 황혼도 능히 백염(白鹽) 만 리를 누렇게 못하니

夜何敢染玉千峰 밤이 어찌 감히 백옥 천봉을 검게 할 수 있으랴

至明焉有纖纖垢 지극히 맑으니 어찌 아주 작은 때라도 있을 것인가

極靜可聞遠遠鍾 지극히 고요하니 멀고 먼 종소리도 들을 수 있도다

此非剡水人誰訪 여기는 섬수(剡水)가 아니니 누가 찾아올 것인가

安道猶難子猷達 안도는 아직도 자유(子猷)를 만나기 어렵네

바로 평창 판관대의 겨울 경치이다. 달이 비친 밤에 눈 내린 날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꿈같은 풍광이 있음을 만들어 낸다. 어찌 달뜨고 눈 내린 겨울 풍경뿐이겠는가. 봄여름가을겨울 사시의 풍광 특징을 잡아 얘기할 수도 있다. 동양의 8경(八景)인식을 활용하는 것은 좋은 발상이다.

또 먹거리는 최고의 장소마케팅이다. 그곳에 가면 그런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은 설렘으로 다가온다. 다음 시를 보자

<판관대에 있는 최혜간의 집에서 묵다(宿判官垈崔兮幹家)>

自喜遠歸體粗安 원행에서 돌아가며 몸이 편안함을 스스로 기뻐하는데

一能甘睡一甘食 하나는 달게 잘 수 있는 곳이요 하나는 달게 먹는 것이라

因其所見詩容易 그 본 것으로 인하여 시를 쉽게 지었으니

習以常行道不難 익히면서 늘 가니 길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도다

萬水成橋天下達 만수가 다리를 만들어 천하가 이어졌고

千山落木眼心寬 천산 낙엽 진 나무는 눈과 마음에 너그럽네

村名依舊行笻住 촌 이름은 예대로 판관대인데 지팡이를 멈추니

却憶當時李判官 돌이켜 당시의 이판관을 추억하네

시에서는 잠자리, 먹을거리, 여행, 주변풍광, 추억까지 모두 이야기하고 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만족한 마음을 시로 나타냈다. 관광을 목적으로 장소마케팅을 할 때 무엇이 필요한 지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둘째, ②와 ④와 ⑤를 연계하여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주모의 능력과 예언’, ‘선과 악의 대결’에 대해서 발상과 연상을 해서 이야기마케팅(story marketing)으로 활용하는 문제이다. 이 역시 ‘주막’이라는 장소는 아주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사랑의 삼각관계’는 또 다른 로맨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랑의 삼각관계’는 식상하지 않다. 서사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로맨스의 대결구도로 언제나 쓰일 수 있다. ‘예언’은 일생의례의 점복과 관련지을 수 있다. ‘사랑’과 ‘선악의 대결’은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메뉴이다. 이를 하나로 엮으면 환상적인 사랑의 창작콘텐츠로 제격이다. 나도밤나무나 호랑이는 보조 인물로 적당하다.

이와 관련해서 본고에서는 두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는 장소인 여행지와 숙박시설을 놀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마케팅으로 꾸미기이다. 둘째는 공연콘텐츠를 활용한 이야기마케팅 만들기이다.

첫째, 장소를 활용한 이야기꾸미기이다. 여행지장소는 판관대설화를 바탕으로 꾸밀 수 있다.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만나는 과정에 스토리를 넣어 길과 장소를 만들 수 있다. 또 이원수가 주막을 거쳐 길을 가는 나그네여행의 길을 꾸밀 수 있다. 여기서 주막은 옛날식으로 할 수도 있지만 현대식 주막으로 바꾸어서 활용해도 좋다. 아니면 옛날식과 현대식을 혼합해도 좋을 것이다. 곧 먹고 자고 함께 어울려 놀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든다. 이원수와 신사임당과 이율곡이 다 같이 들어가는 박물관을 만들어도 좋다. 단 아이캐릭터와 아이와 관련된 기자신앙, 태몽, 교육 등과 관련된 산육속(産育俗)을 평창의 민속문화와 관련하여 함께 꾸미면 지역적 특색이 담겨 다른 지역과 변별력을 가질 수 있다. 내부 시설은 얼마든지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여행지와 숙박시설을 이야기마케팅으로 꾸민 사례는 전국에 걸쳐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다. 요즘 유행하는 둘레길도 좋은 참고가 된다. 강원도만 보더라도 춘천의 구곡폭포, 삼척의 수로부인공원이나 해신당공원, 강릉의 아들바위공원, 이사부크루즈여행도 좋은 사례이다. 이 사례처럼 설화가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하여 직접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특별히 춘천의 구곡폭포스토리텔링을 사례로 들어본다. 구곡폭포 입구에 가면 안내판이 하나 서 있는데 정말 명품이다. 이것은 구곡폭포를 비롯해서 주변의 향토자원을 활용해서 만든 설치마케팅이다. 구곡폭포의 특성을 파악해서 ‘꿈’이라는 단어를 추출해 내고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9개의 단어를 연상으로 이끌어 냈다. 그 과정은 다음 표와 같다.

구분	향토문화자원	➲	원형 (특색)	➲	발상 (활력)	➲	연상 (변화)	➲	설치마케팅
내용	구곡폭포, 구구리, 깔딱고개, 문배마을		9, ㄲ, 폭포		아주 많은 굽이 아주 많은 삶의 고비 고비마다 느끼는 원망		꿈(꿈, 끼, 꾀, 깡, 끈, 꾼, 꼴, 깔, 끝) 변화와 순환		9개의 나눔 표지판

이 표와 같이 구곡폭포 안내판은 향토자원을 활용하여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림에서 보는바와 같이 구곡폭포로 오르는 길에 9개의 표지판을 세워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성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둘째, 공연콘텐츠로 이야기꾸미기이다. 이야기꾸미기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에 등장하는 인물을 패러디해서 만들면 좋다. 등장인물이 모두 성격이 뚜렷하다. 이원수, 주모, 신사임당, 신사임당의 언니, 율곡, 스님, 나도밤나무, 호랑이를 비롯해서 삼신할머니 등이 등장할 수 있다.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공연콘텐츠로 꾸며 성공하기 위해서 춘천의 마임축제 예를 사례로 들어 논의하도록 한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설화가 어떻게 공연콘텐츠로 탈바꿈 하는지를 읽을 수 있다. 내용이 조금 길지만 차용사례로 훌륭하므로 논의를 이끌어 가보겠다.

춘천에는 마임축제가 있다. 춘천의 마임축제는 세계3대 마임축제라 불릴 만큼 성공적이다. 문광부에서 몇 번에 걸쳐 최우수축제로 평가하기도 했다. 마임축제는 처음 의암호 중간에 떠 있는 고슴도치섬[蝟島]에서 밤새워 공연을 하였다. 사람들은 마임공연을 보기 위해 각자 돗자리를 들고 위도를 찾았다. 밤새 난장이 벌어지는 진풍경을 만들어 냈다. 춘천시 중앙로에는 양쪽 길을 막고 사람들이 가득 거리를 메웠으며, 소방차가 와서 물을 뿌리는 공연을 하였다. 그럼 왜 사람들은 그렇게 마임에 열광했을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춘천의 <공지천>설화를 패러디 한 춘천마임축제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 마임축제의 이야기에는 감성을 자극할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민주는 “스토리는 이성을 무력화하고 감성을 자극한다.”고 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과 효과를 한 마디로 잘 표현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효과를 극대화 시킨 것이다. 그러면 그 이야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도록 한다. 이야기가 길어 발췌해서 보면 다음과 같다.

<공지천의 물고기>

퇴계 이황이 춘천에서 지낼 때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루는 강아지가 들어와서 마루 밑에 쪼그리고 앉아 이황이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귀동냥하였다. 이황은 배우려는 강아지가 기특하여 끼니때마다 밥과 반찬을 덜어주었다. 3년이 지나자 강아지가 사라졌다. 며칠 후 초립동이가 이황을 찾아와 자신이 용왕의 아들인데 학업을 게을리 하여 아버지가 이황의 집 마루 밑에 가서 가르침을 받고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초립동이는 용왕이 이황을 모셔오라 했다면서 용궁으로 안내하였다. 용궁에서 용왕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는 이황에게 용왕이 짚 한 오라기를 주면서 잘라서 반찬으로 먹되 머리부터 잘라 먹으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짚을 잘라 구우니 용궁에서 맛보았던 맛있는 물고기였다. 먹다 남은 짚 끝을 개울에 넣었더니 수많은 고기가 되었다. 그 물고기가 바로 공지어이다. 그 후로부터 그 개울을 공지천이라 불렀다.

공지천 관련 설화는 몇 가지 이본이 있다. 위 이야기는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실려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한 이야기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설화가 다음과 같이 새롭게 탄생을 한다.

<마임축제 포스터 내용 재구성>

우주에 사는 깨비들이 여행 중 블랙홀에 빠져 춘천에 떨어졌다. 우주선이 망가져 돌아갈 수 없게 된 깨비들은 지구 곳곳에 흩어져 산다. 일 년에 한 번 춘천에서 모여 우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깨비들이 모이는 날 화신(火神)이 쳐들어와 물의 도시 춘천의 수호신인 수신(水神)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는데, 이른바 아! 水라장이 벌어진다. 깨비들은 수신을 도와 화산을 가둔다. 깨비들의 도움이 고마운 수신은 공지천에 사는 공지어 9,999 마리를 만들어 한마음으로 불에 태우면 우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알려준다. 깨비들은 우주로 돌아가기 위해 공지어를 만들기 시작하고 시민들이 돕는다. 수신은 감옥에 가둔 화신을 풀어주어 깨비들이 그 불로 공지어를 태울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마음을 모으지 못한 깨비들은 우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고 다음해를 기약하며 흩어진다.

공지천을 배경으로 전승하는 설화를 각색하여 세계 3대 마임축제로 변신한 사례이다. 원천소스에는 없는 ‘깨비’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도깨비캐릭터를 첨부해서 사람들에게 친근감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춘천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물을 이끌어 수신(水神)과 화신(火神)의 싸움화소를 끌어들여 게임처럼 만들어 누구나 좋아할 수 있게 하였다. 또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 그리고 측은지심을 불러일으켜 깨비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인간의 심리를 이끌어냈다.

이 사례처럼 <봉산서재와 판관대>이야기도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마케팅으로 변신을 할 수 있다. 단지 무엇을 만들든지 평창 판관대를 알릴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판관대를 찾아 평창에 와서 발길이 닿게 하면 된다. 가령, 나도밤나무는 깨비 같은 캐릭터로 만들고, 호랑이는 악자(惡者)이지만 풍자를 해서 실수를 연발하게 하는 캐릭터로, 스님은 도술을 할 수 있지만 스님보다 도술이 더 높은 주모가 있다든가, 아이를 점지하는 삼신과 아이를 길러주는 칠성신이 호랑이로부터 아이를 보호한다든가, 태몽과 예언의 적중성 등으로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판관대’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든가, 드라마를 만들어서 보여주어도 좋다. 특히 춘천의 마임축제와 같이 평창 판관대에서 일생의례 또는 아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축제콘텐츠로 만들면 제격이다.

3. 결론

지금까지 본고는 평창 판관대이야기의 문화콘텐츠 발굴 및 방안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 논의의 목적은 평창 판관대이야기를 바탕으로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해서 관광 및 평창을 알리는 차원에서 활성화하는 방향을 찾는데 있었다. 지금 판관대 터에 가면 1988년 국회의원 심명보가 주축이 되어 세워진 표석이 하나 서 있다. 그 표석도 한자로 써서 요즘 한글세대 아이들은 읽을 수도 없다. “도대체 저게 뭐야?”라는 의문만 불러 올 수 있고, “옛날의 뭐겠지.”라는 관심 밖의 표석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뭘 하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고에서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분석해서 그 원형을 추출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이야기를 철저히 분석해야 그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특성을 분석해 봄으로써 그 이야기를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지도 정해진다. 아무렇게나 만들면 변별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분석 과정을 보면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의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영감(靈感)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분석한 담화에 따른 중심어를 발굴할 수 있다. 아울러 그런 중심어를 아우를 수 있는 전체적인 원형이 드러난다. 이에 본고에서는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를 원형으로 하였다.

발상과 연상에 따른 마케팅 전략은 앞항에서 발굴한 중심어를 바탕으로 크게 두 개의 틀로 나누어 논의를 했다. 그래서 먼저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판관대 여행’, 그리고 ‘합궁의식’과 ‘풍수’에 대하여 발상과 연상을 해서 장소마케팅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주모의 능력과 예언’, ‘선과 악의 대결’에 대해서 발상과 연상을 해서 이야기마케팅으로 풀어봤다. 그 이야기 마케팅은 장소를 활용한 이야기꾸미기와 공연을 활용한 이야기꾸미기였다. 그 특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므로 <봉산서재와 판관대>이야기는 나름의 특성에 맞게 얼마든지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으로 확산해 갈 수 있다고 봤다.

<참고문헌>

김민주, 󰡔성공하는 기업에는 스토리가 있다󰡕, 청림출판, 2004.

김영, ｢제주국제자유도시와 관광｣, 󰡔도시정보󰡕278, 대한국토 도시계획학회, 2005.

박도식, ｢율곡 이이의 잉태지 “판관대”연구｣,󰡔율곡 선생 잉태지 판관대 재조명을 위한 학술심포지엄󰡕, 평창문화원, 2016, 9~50쪽.

박민영․정윤수, 󰡔인성과 문학󰡕, 백산출판사, 2004.

신범, 󰡔국역 봉서유고󰡕, 평창군, 2006.

유영준, ｢에듀테인먼트콘텐츠를 통한 장소마케팅 전략 개발｣, 한양대학교 대학원 박사논문, 2005.

이승훈 편저, 󰡔문학상징사전󰡕, 고려원, 1995.

이은혜, ｢장소마케팅을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 전주한옥마을을 중심으로｣, 광운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논문, 2012.12.

이학주, ｢지역향토자원을 활용한 관광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개발 연구: 춘천시 구곡폭포 스토리텔링사례를 통해서｣,󰡔인문과학󰡕57, 성균관대학교 인문학연구원, 2015, 209~237쪽.

이학주 외, 󰡔창의적 글쓰기와 말하기󰡕, 강원대학교 출판부, 2014.

장정룡, ｢평창 “판관대”유적지의 전승설화 고찰｣,󰡔율곡 선생 잉태지 판관대 재조명을 위한 학술심포지엄󰡕, 평창문화원, 2016, 53~84쪽.

󰡔평창군지󰡕, 평창군, 1979.

󰡔한국구비문학대계󰡕2-2,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1.

한국문화상징사전편찬위원회, 󰡔한국문화상징사전󰡕, 동아출판사, 1992,

우리말샘, https://dic.daum.net/word/view.

워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

친절한 과학사전 기술 발명 편, https://100.daum.net/encyclopedia 참조.

<Abstract>

Cultivating & Proliferating Cultural Contents with the Story of Pangwandae in Pyeongchang

Lee Hak-ju

This paper discusses cultivating and proliferating cultural contents with the stories about ‘Bongsan’ shrine and ‘Pangwandae.’ It purposes to advertise Pyeongchang with the cultural contensts and storytelling of them based on the stories about ‘Pangwandae.’ It follows new mind-map from keyword prototype, conceptural inspiration, expanded association and business marketing.

It looks for the story prototype of “Bongsan shrine and ‘Pangwandae’ and the contextual keywords of the structure. Prototypes should be the place of conception. Structual keywords should be visiting Pangwandae, love and the pub, bridal ceremony, prophecy of the pub host, fight against evil and Feng-shui.

Again, it focuses on the cultural merchandise and the development of industrial as for the marketing strategy of inspiration and association. It provides two ways of cultivation and proliferation of cultural contents connected with storytelling marketing. First, the place marketing connected with visit, bridal ceremony, and Feng-shui. Yulgok character industry with the prototype of conception place, destinations for couples with Pangwandae’s symbolic image for bridal place, and Feng-shui with ‘Great Absolute’ would be suggested. Second, story marketing with love and the pub-host, the prophecy of host, and fight against evil. Decorating destinations and accommodation with the story and public performance of the story could be proposed.

Keywords: Pangwandae of Pyengchang, Place of Conception, Cultural Merchandise, Place Marketing, Story Marketing

이학주(강원대 교양교육원 강사)

1. 서론

2. 판관대설화의 원형 추출과 이야기마케팅 방안

1) 판관대설화의 분석과 이야기원형 추출

2) 발상과 연상에 따른 이야기마케팅 전략

3. 결론

<논문요약>

이 논문은 평창군에 전하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분석해서 문화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방안을 찾고자 했다. 이를 통해 평창의 관광을 활성화 하고, 평창을 알리는데 목적을 두었다. 연구방법은 이야기의 중심어인 원형-개념어인 발상-확대어인 연상-경영할동인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신마인드맵에 따랐다.

먼저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의 원형과 구조에 따른 각 단락의 중심어를 찾았다. 원형은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를 원형으로 하였다. 단락별 중심어는 ①판관대와 여행 ②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③합궁의식 ④주모의 능력과 예언 ⑤선과 악의 대결 ⑥풍수를 추출했다.

다음으로 발상과 연상에 따른 이야기마케팅전략은 문화콘텐츠에서 추구하는 ‘문화상품’과 ‘산업발전’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궁극적 목표인 이야기마케팅을 접목시켜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문화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첫째는 ‘판관대 여행’과 ‘합궁의식’과 ‘풍수’을 연계한 장소마케팅 차원이었다. 따라서 그 원형이 잉태장소이기 때문에, 어린 율곡이라는 아이캐릭터 만들어 활용하기, 판관대는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합궁한 장소이므로 부부합궁여행지로서의 장소여행, 그리고 태극이 들어간 풍수를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는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주모의 능력과 예언’, ‘선과 악의 대결’을 연계한 이야기마케팅 차원이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제안했는데, 하나는 여행지와 숙박시설을 놀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마케팅으로 꾸미기이다. 또 하나는 공연콘텐츠를 활용한 이야기마케팅으로 만들기이다.

주제어: 평창 판관대설화, 아이 밴 장소, 문화상품, 장소마케팅, 이야기마케팅

1. 서론

본고의 목적은 평창군 봉평면 백옥포리에 있는 판관대(判官垈) 관련 설화를 대상으로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발굴 및 확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있다. 이 판관대는 이율곡의 잉태와 관련된 사실만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판관대에서 이율곡이 잉태했대.”라는 단순한 사실이다. 이마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도대체 판관대가 뭐야.”라는 정도이다. 어쩌면 백옥포리를 지나면서 돌에 새겨진 판관대라는 한자어를 읽지 못해서 아무런 반응도 없이 지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판관대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알지 못해서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알아야 사람들은 찾는다. 알아야 말을 하고 글을 쓰고 방송으로 나갈 수 있다. 알아야 스토리텔링이 되고, 문화콘텐츠로 확산시킬 수 있다. 알면 누군가에게 전하려 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심리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판관대 관련 글을 쓰고 지상에 발표를 하는 것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자 하는 의도이다.

평창은 이제 세계적인 지역이 되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평창이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큰 계기였다. 정말 세계에서, 아니 대결구도로만 있던 북한까지 주목하였던 지역이다. 우리는 그때 올림픽을 계기로 평창이 괄목할 성장을 이룰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순간의 화려한 빛이었다. 소위 올림픽을 활용할 수 있는 원천이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황량한 대관령 꼭대기에 올림픽만 화려하게 치르고 썰물 빠지듯이 모두 빠져 나갔다. 그렇게 화려한 빛이 스쳐 지나간 평창은 오히려 더 썰렁하게 느껴졌다. 다시 찾을 수 있는 관광원천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처럼 빚만 잔뜩 진 강원도, 땅값타령으로 시끄럽기만 했던 평창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평창에 가면 뭔가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된다. 행사 위주의 일회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제나 가면 뭔가 있는 평창다운 그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평창에 가서 그런 평창다움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올림픽 이후에도 많은 후속 행사를 치렀다. 그러나 그 모든 행사는 평창군민들에게 도움이 못 되었다. 기껏해야 큰 관광시설인 리조트 몇 개에 손님이 와서 순간의 이익을 봤을 뿐이다. 리조트에서 밖으로 나갔을 때 걸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공부할 수 있는 원천을 구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평창의 이미지가 살아나서 다시 찾는 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재방문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 판관대의 문화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를 위해 그 방안을 제시하는 목적이 이에 있다. 한 입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나씩 쌓아 나가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그날이 올 것을 믿으며 시작하는 것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봉산서재와 판관대>라는 설화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발굴할 원형을 찾고, 그 원형으로부터 발상과 연상을 해서 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야기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기초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은 원형(原型, Archetype)을 설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은 그 대상의 시공(時空)에 따라 나름의 독특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할 경우 어디에 가나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때문에 같은 탄생설화라 하더라도 그 특성인 원형을 분명하게 특정 지워서 스토리텔링을 하고 문화콘텐츠로 확산해야 한다. 따라서 본고는 판관대설화의 원형을 찾는 데서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그로부터 확산하여 궁극적인 전략을 찾아보도록 한다.

2. 판관대설화의 원형 추출과 이야기마케팅 방안

평창의 판관대는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살면서 율곡이라는 큰 성리학자를 밴 ‘집터’이지만, 이제는 평창의 향토자원(鄕土資源)이 되었다. 좋은 향토자원은 향토산업으로 만들어 가꾸는 것이 당연하다. 어떤 물품이든 가꾸어서 좋은 재화(財貨)로 만들면 그 지역민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좋은 방향으로 계속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율곡을 밴 집터 판관대는 이런 면에서 보면 아주 훌륭한 향토자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향토자원을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 문화산업으로 확장할 필요가 충분히 있다.

향토자원을 발굴하여 문화산업으로 확장할 때 쓰는 방법으로 소위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라 하여 ‘파생방법(派生方法)’을 많이 쓰고 있다. 이 방법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는데 아주 유효하고 권장 할만하다. 토론을 할 때 자유롭게 의견을 내게 하여 아이디어의 연쇄반응을 일으켜 최대한 많이 도출해 내게 하는 파생법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파생방법을 체계화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체계화 하는 방법으로 신마인드맵(new mind map)을 활용할 수 있다. 신마인드맵은 마케팅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마인드맵을 해 가는 방법이다. 그 방법은 향토문화자원처럼 원 텍스트에서 원형(原型)인 중심어(中心語)를 발굴하고, 원형에서 발상(發想)을 해서 개념어(槪念語)를 만들고, 발상에서 연상(聯想)을 해서 확대어(擴大語) 순으로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다.

본고에서는 판관대와 관련한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가 향토문화자원이 된다. 따라서 판관대설화와 관련한 자료를 중심으로 신마인드맵의 원리를 이용하여 최대한 많은 자료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1) 판관대설화의 분석과 이야기원형 추출

평창의 판관대는 수운판관 벼슬을 하던 이원수(李元秀, 1501~1561)가 신사임당과 한동안 머물러 살았던 ‘집터’이다. 『봉서유고』의 <판관대기>에 의하면 판관대라 할 때 대(垈)는 별장(別莊)의 의미라 했다. 그러니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별장의 개념으로 지어놓고 한 동안 살았던 집터이다. 그런데 이 집터가 유명하게 된 것은 이원수와 신사임당의 아들 율곡 이이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아이를 밴 곳인 잉태지(孕胎地)이다. 그때 태어난 아이가 율곡 이이(李珥, 1536~1584)이다.

이이는 조선조 성리학의 대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저서와 활약이 대단해서 많은 선비들이 따르던 인물이다. 평창의 판관대가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그의 명성 때문이다. 그야말로 유명한 인물이 어머니 뱃속에 배게 된 장소여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대체적으로 판관대와 율곡의 이야기는 주막-주모-판관대-몽룡실-나도밤나무-이원수-신사임당-이율곡-성리학-철학-위인-봉산서재 등으로 이어진다. 이런 판관대이야기의 중심에는 이원수와 주모의 이야기부터 전개된다. 그 중 잘 정리된 이야기는 『평창군지』에 실려 있는 <봉산서재와 판관대>라는 설화이다. 아무래도 판관대 콘텐츠의 중심은 이 설화를 바탕으로 그 원형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 보도록 한다.

①율곡 선생을 이곳 봉산서재에 배향하게 된 유래는 율곡 선생의 부친 李元秀 공이 仁川 지방 水運 判官으로 재직할 당시 한때 자연을 사랑하여 산수가 아름다운 봉평에 자리 잡고 4년간 살았다. 때마침 원수 공은 여가를 틈타 인천에서 본가인 이곳으로 오던 중 평창군 대화면 반정(상안미리)에 이르러 날이 저물고 피로에 지쳐 하룻밤 쉬려고 길가 주막에 여장을 풀었다.

②그날 밤 일찍이 과부가 되어 홀로 주막을 경영하던 주모의 꿈에 용이 가슴 가득히 안겨오므로 이상히 여겨 홀연 꿈을 깨치고 일어나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는 틀림없이 잉태할 꿈이요, 비범한 인물을 하늘이 점지하여 준 것으로 생각하고 자식을 얻을 기회가 왔구나 하였다. 주모는 자신의 처지를 돌이켜 보니 혼자 몸이요 그날 밤 대상이 될 사람은 주막에 묵고 있는 원수 공 뿐이라 여러모로 살핀 끝에 그분이 예사 사람이 아니므로 여자로서의 수치심도 잊어버리고 원수 공의 방으로 뛰어들어

“손님 저를 물리치지 마십시오.”하니 놀란 원수공이, “이 무슨 해괴한 짓이요. 내 그대를 행실 바른 여인으로 알고, 묵으려 했는데 이래 되겠소.”하고 달래니, “손님 아무 말씀 마시고 하룻밤만 정을 맺게 하여 주시오.”하고 애걸하였으나 원수공은 완강히 뿌리치고 말아 주모는 소원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튿날 아침 부끄럽고도 서운한 마음으로 작별을 하는데 원수공의 얼굴에는 범할 수 없는 서기가 서려 있음을 보고 이는 도저히 내 운수가 아니구나 하며 주모는 체념하였다.

③그 무렵 율곡 선생의 어머니 사임당 신씨(申氏)는 강릉 오죽헌 언니네 집에 머물러 있었다. 역시 하룻밤 꿈에 용이 가슴 가득이 안겨 오는 꿈을 꾸고 나서 즉시 귀가하려 했다. 언니는 며칠만 더 유하기를 간곡히 권하였으나, 사임당 신 씨는 이를 뿌리치고 그날로 1백 40리 길을 걸어서 집에 돌아와 있던 중 마침 원수공이 당도 했다. 신 씨는 오랜 만에 만난 남편을 대하여 반기기는 고사하고 말도 않고 표정에 변화도 없이 묵묵히 남편을 대하였다. 부인의 성품이 남다름을 잘 알고 있으므로 역시 아무 말 없이 그날 밤 잠자리를 같이 하였는데 율곡 선생을 잉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9개월 만에 강릉 오죽헌으로 이거하여 율곡 선생을 낳았다.

④한편 원수공은 며칠을 이곳에서 머물다 임지로 돌아가던 길에 또 다시 반정의 주막에 들게 되었다. 지난 일을 생각해 보니 사나이 대장부로서 아녀자의 청을 못 들어준 것이 마음에 걸리어

“여보시오 주모, 내 전날에는 대단히 미안하게 되었소. 오늘밤 당신과 정을 맺으려 하오.”하니, “어르신네의 말씀은 대단히 고마우나 지난번 하룻밤을 모시고자 한 것은, 홀로 사는 아낙에게 하늘이 점지하신 비범한 영재(英才)를 얻고자 함이었는데 오늘 어르신네의 얼굴에는 전날의 서기가 없어졌으므로 뜻을 받들 수 없습니다.”하며 말을 이어, “이번 길에 댁에서는 귀한 아들을 얻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몇 해 안가 호환이 있을 겁니다.”하니 공이 당황하여, “그 무슨 말이요. 만약 진실로 그러할 진데 앞일을 예견하는 당신께서는 그 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알 것이니 제발 묘법을 가르쳐 주시오.”, “그러면 돌아가 밤나무 천 그루를 심으면 호환을 막을 수 있으리라.”하였다.

⑤원수공은 율곡 선생이 어려서 자라던 명주 땅에 정성을 다하여 밤나무 천 그루를 심어놓고 그 일은 잊어버리고 말았다. 몇 해 후 한 승이 나타나, “시주를 하여 주시오. 그리고 귀댁의 아드님을 만나 보게 해주시오.”하니 깜짝 놀라, “시주는 드릴 수 있으나 아들은 무슨 일로 보자 하시오.”하고 거절한 즉, “그러면 밤나무 천 그루를 시주할 수 있겠느냐?”, “예, 그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리로 따라 오시오.”하고 뒷동산으로 안내하여 나무를 하나하나 세는데 아무리 헤아려도 천 그루에서 한 그루가 모자란다. 원수공이 당황하여 얼굴이 사색이 되었는데 돌연 숲 속에서 한 나무가 외치기를, “나도 밤나무”, 하니 승은 혼비백산 도망을 가는데 호랑이로 둔갑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⑥판관대(判官岱) 이야기는 현종 3년에 나라에서는 이 원수공이 율곡 선생을 잉태한 영지라 하여 이 지역 산과 전답을 포함하여 사방 5리를 하사하고 감관(監官)을 파견, 수확의 10분지 1을 제향비로 쓰도록 하였다.

율곡의 탄생과 관련하여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다. 이 이야기 내용의 중심어는 물론 율곡의 잉태(孕胎)이다. 더 첨부한다면 위대한 인물의 탄생과 봉향(奉享)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서사구조도 율곡의 잉태에 따른 로맨스와 위대한 인물의 성장을 가로막는 세력을 물리친 극복담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그의 사후 사패지에 관한 후술담이다.

이야기가 크게 복잡하게 연계 되지는 않지만, 이야기 생성 당시의 문화적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 ①서울서 평창까지의 길, ②주막의 역할, ③태몽과 합궁, ④예언, ⑤호환, ⑥사패지(賜牌地)에 얽힌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설화를 구성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그 당시 처가살이와 관련된 혼인풍속이다. 그러면 이 이야기의 원형과 발상과 연상을 위한 분석을 해 보도록 한다. 원천소스인 설화를 철저하게 분석해야만 그로부터 파생되는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그 만의 특성을 띠고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단락별 특성을 분석하여 그 중심어를 찾아본다.

첫째, 이야기의 서두 부분이다. 이 부분은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평창군 봉평에서 살게 된 내력과 이원수가 서울에서 평창의 대화 반정(상안미리)의 주막에 이르기까지이다. 여기서는 판관대라는 특정 장소를 부각하는 서사가 두드러진다. 그리고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고 피로하면 주막에 머문다는 옛 여행방식이 소개되고 있다. 따라서 ‘판관대’와 ‘여행’이라는 중심 단어를 추출해 낼 수 있다.

둘째, 주막의 역할이다. 옛날 주막은 여행자인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저물면 자고, 밥과 술을 먹고 가던 곳이다. 이 이야기에도 어김없이 주막의 역할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이야기에서는 주막의 역할보다도 주모와 이원수의 로맨스가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다. 남녀가 사랑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주막의 역할 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주모가 보통 주모가 아니다. 나중에 예언과 연계되지만, 미래를 알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여인이다. 태몽을 꾸고 큰 자식을 낳을 수 있음을 알고, 이원수의 얼굴에 서린 상서로운 기운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유자이다. 여기서 주모의 태몽은 주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서사장치일 뿐이다. 곧, 주모의 능력을 이렇게 부각한 것은 주모를 신사임당이라는 인물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이다. 그 때문에 나중에 이원수가 다시 잠자리를 청했을 때, 주모는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 이야기가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소위 사랑의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원수와 신사임당과 주모라는 삼각관계 구도를 만들어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랑의 삼각관계는 단순히 로맨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율곡의 정당한 탄생을 강조하는 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모의 유혹을 극복하고 본처인 신사임당에게 가서 아이를 배었다는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는 로맨스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라는 두 단어를 중심어로 추출해 낼 수 있다.

셋째, 신사임당의 태몽과 판관대에서의 합궁이다. 신사임당이 용꿈을 꾸고 판관대까지 급히 온 사연은 역시 신사임당의 능력을 부각하는 장치이다. 이야기에서 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산길을 걸어 1백 40리를 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합궁을 할 때, 신사임당이 이원수를 반기지도 않고 표정도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원수도 아무 말 없이 잠자리를 같이 했다. 합궁으로만 보면 상당히 재미없는 서사장치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관습으로 본다면 어떤 의식(儀式)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합궁금기(合宮禁忌)라 할 것이다. 큰 자식을 낳기 위한 의식에서 금기를 행하고 있는 서술표현이다. 그렇게 의식을 치르고 아이를 뱄고, 강릉 오죽헌에서 아이를 낳았다. 친정에 가서 아이를 낳는 옛 풍습이 묘사되었다. 따라서 여기서는 ‘합궁의식’을 중심어로 추출할 수 있다.

넷째, 주모가 일러 준 율곡의 호환과 예방법에 대한 예언이다. 이원수가 서울로 상경하면서 주막에 들러서 주모에게 추파를 던지고 주모가 거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부분은 주모의 인물됨을 부각하는 장치이지, 이원수의 바람기를 드러내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 이유는 주모가 하는 다음말로 이어진다. 귀한 자식을 얻을 것이고, 자라다가 호환에 죽을 수 있다는 예언이다. 주모의 비범함이 드러난다. 어쩌면 이 이야기 중에서는 신사임당보다도 더 뛰어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예방에 대한 대책까지 마련해 주는 데서 볼 수 있다. 사랑의 삼각관계에서 주모가 양보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왜냐면 이야기가 위대한 인물의 탄생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나무 천 그루’는 무엇을 뜻할까? 이 부분에 다들 의아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것은 다음 화소와 연계가 된다. 일단 이 부분에서는 ‘주모의 능력’과 ‘예언’이라는 중심어를 추출할 수 있다.

다섯째, 밤나무 천 그루로 호환을 막은 일이다. 이 단락까지 주모의 능력이 이어지고 있다. 주모의 예언으로 방비를 했기 때문에 이원수는 아들을 호환으로부터 막을 수 있었다. 일상적으로 스님은 선지자 또는 중생의 조력자 역할을 많이 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스님이 시주를 요구하고 있다. 시주(施主)는 스님들이 구도행각을 하고, 중생들이 잘 살 수 있는 불국토를 만드는데 필요한 물품이다. 이야기에서 ‘밤나무 천 그루’는 이런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다. 밤나무는 나무이고, 그 중에 밤은 5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어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양식이다. ‘천 그루’는 아주 많은 숫자를 의미한다. 여기서 나무는 수많은 상징을 띠고 있지만, ‘우주의 생명’이라는 상징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밤나무 천 그루’를 심고 시주로 요구한 행위는 아주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선행을 베푼 것을 뜻한다. 이런 문맥으로 본다면 스님으로 변한 호랑이는 위대한 인물의 탄생과 성장을 가로막은 적대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랑의 삼각관계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주모가 조력자의 역할로 아이의 죽음을 예방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주모는 비록 신사임당과 사랑의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었지만 악녀나 방해꾼이 아니었다. 도움을 주는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을 하였다. 호랑이가 스님으로 변한 화소는 마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설화에서 어머니로 변장한 호랑이와 같다. 스님은 구도자이면서 선지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생은 스님의 선행을 생각하지 악행을 생각하지 않는다. 일종의 악한 자가 트릭(tricks)을 써서 스님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위대한 인물의 성장을 막으려던 적대세력은 이야기에서 호랑이라는 원래 악한 모습으로 변해 도망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선과 악의 대결’을 중심어로 추출할 수 있다.

여섯째, 사패지(賜牌地)에 얽힌 기록이다. 이 사패지에 대한 기록은 봉산서재와 판관대의 기념물 건립을 위해 노력한 자료 여러 곳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 부분은 이야기의 서사구조와 상관없이 첨부되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사패지는 이 이야기의 원래 목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일종의 <전(傳)>문학에서 작품 끝에 붙는 평결(評決)부분과도 흡사하다. 이 이야기에서 사패지는 제목과도 연계된다. 제목이 ‘율곡의 탄생’이 아니라, <봉산서재와 판관대>이다. 곧, 봉산서재에 율곡이 배향된 사연과 판관대라는 집터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판관대라는 집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야기에서 “이 원수공이 율곡 선생을 잉태한 영지”라 하여 제향비로 쓰게 했다고 했다. 이처럼 사패지가 된 것은 결국 율곡을 밴 곳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판관대’와 ‘사패지’처럼 장소를 부각하고 있는 것은 이곳의 땅이 좋다는 사실을 나타내려는 의도이다. 이것이 나중에는 확산되어 구체적으로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은상이 쓴 󰡔사임당의 생애와 예술󰡕에서는 아주 길게 좋은 자리임을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끝부분에 “판관대는 이같이 산수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므로 사람들은 예부터 산과 물이 서로 감고 돈다고 해서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이라 일러왔고”라고 했다. 우리는 이런 사실로부터 판관대가 풍수적으로 좋은 길지(吉地)임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음택풍수가 아니라 양택풍수로서 훌륭한 인물이 탄생할 수 있는 길지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풍수’를 중심어로 추출할 수 있다.

지금까지 평창군에서 전승하고 있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중심으로 서사구조에서 나타나는 원형을 분석하여 중심어를 추출해 봤다. 서사구조는 여러 개의 담화(談話)로 이뤄지므로 사건 별 서사단락으로 구성된 담화별로 분석을 했다. 그 결과 ①판관대 여행 ②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③합궁의식 ④주모의 능력과 예언 ⑤선과 악의 대결 ⑥풍수로 추출되었다. 이 중심어를 일상적으로 통합하면 당연히 ‘율곡의 탄생과 성장’이 된다. 그러나 평창의 판관대라는 장소에 초점을 맞추면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가 될 수밖에 없다. 비범한 탄생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느냐, 장소성에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풍수적으로 길지에서 위대한 인물이 탄생한다는 장소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런 곳에서 태어난 인물이기에 호환을 물리칠 수 있었다는 결과론으로 맞추면 잉태지로 그 중심어를 통합할 수 있다. 뒤의 호환 이야기는 위대한 인물이 나오면 그를 해코지 하고자 하는 적대세력이 나온다는 우리의 관념이 설화에 반영되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위대한 인물은 좋은 땅에서 나온다는 관념을 반영하여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를 전체적인 원형으로 하고, 각각의 서사단락에서 추출한 중심어는 발상의 개념어로 넘겨서, 연상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2) 발상과 연상에 따른 이야기마케팅 전략

지금까지 판관대와 봉산서재에 얽힌 이야기를 통하여 그 원형을 찾아보았다. 이야기의 맥락이 분명하고 주제어가 변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이 밴 곳’, ‘잉태지’의 원형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거기다 전통적인 문화 마인드인 한양 가는 길, 주막, 예언 등 6가지의 설화담(說話談)이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이야기의 원형을 ‘판관대콘텐츠의 개발과 활성화’란 이야기마케팅전략에 따라 발상(發想)과 연상(聯想)을 해야 한다. 얼마든지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문화콘텐츠라 하면 문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물 일반을 통틀어 그 범주에 넣는다.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그 개념을 말했다.

문화콘텐츠(Culture Contents)를 문화, 예술, 학술적 내용의 창작 또는 제작물뿐만 아니라 창작물을 이용하여 재생산된 모든 가공물 그리고 창작물의 수집, 가공을 통해서 상품화된 결과물들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정의한다.

매체를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문화 정보나 그 내용물. 글, 그림, 영화, 문화재 등 문화적 성격을 가진 내용물을 멀티미디어 기술을 통하여 산업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통틀어 이른다.

이 규정에 의하면 문화콘텐츠의 범주가 상당히 넓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문화상품’과 ‘산업발전’이라는 단어이다. 이 단어들은 모두 상업적 경영활동에 초점을 둔 것이다. 이런 상업성은 스토리텔링도 마찬가지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여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마케팅이다. 문화콘텐츠와 다른 점은 ‘이야기마케팅’이라는 점이다. 물론 여기서는 이야기의 원형(one source)으로부터 멀티유즈(multi use)를 하는데, 매체, 트랜드, 대중의 욕구 등을 반영해야 한다. 어떻든 둘 모두 향유자에게는 즐거움을 주고, 생산자에게는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봉산서재와 판관대>이야기로부터 추출한 ‘아이 밴 장소’로부터 ①판관대 여행 ②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③합궁의식 ④주모의 능력과 예언 ⑤선과 악의 대결 ⑥풍수 등을 사용하여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보도록 한다.

첫째, ①과 ③과 ⑥을 같이 연계하여 엮어낼 수 있다.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판관대 여행’, 그리고 ‘합궁의식’과 ‘풍수’에 대하여 발상과 연상을 해서 장소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문제이다. 일단 판관대와 여행, 그리고 합궁장소와 풍수를 합치면 장소마케팅(place marketing)을 활용한 여행지로 만들 수 있다.

장소마케팅에 있어서 장소는 단순한 지리적인 위치나 공간 그 자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는 그 장소에 대해 “개개인마다의 경험과 의미를 투영한 감정적 유기체”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또 환상과 신비감으로 아름다운 느낌을 드러내서, 나그네의 호기심과 서정적 감동을 유발할 수 있도록 심미안적 가치투여를 한 장소여야 한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하느냐 하면 ‘발견하고 창조하는 것’이다. 이처럼 장소마케팅을 연구한 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장소가 여행자의 마음에 와 닿아 짜릿한 감동을 주고, 환상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장소마케팅은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이런 것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판관대는 율곡이라는 위대한 인물이 잉태한 곳이라 했다. 그리고 그 주변의 풍광이 산태극 수태극이라는 태극의 문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둘은 아주 좋은 장소마케팅의 자료이다. 그런데 그냥 ‘율곡’은 감동을 줄 수 없다. 그리고 그냥 ‘산태극 수태극’도 감동을 줄 수 없다. 잉태장소이기 때문에 어린 율곡이라는 아이캐릭터 만들어 활용하기,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합궁한 장소이므로 부부합궁여행지로서의 장소여행, 그리고 태극이 왜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어쩌면 이런 사실은 모두 풍수와 연계될 수도 있다.

특히, 태극을 활용한 다양한 물품과 스토리텔링을 입히면 여행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태극(太極)은 하늘과 땅의 근원이고, 겉으로 보면 아무런 움직임이 없지만, 활발한 운동을 해서 음양(陰陽)을 만들어내고, 사상(四象)∞팔괘(八卦)∞64괘처럼 무한한 운동에너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원리를 담아 주는 것이다. 이렇게 태극의 원리를 입혀서 판관대에 가면 옛날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살았고, 합궁을 해서 율곡을 가졌다는 단순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여행자들이 판관대와 관련하여 만들어 놓은 태극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에 따라 직접 체험하여 만족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훌륭한 자식을 낳는 합궁법을 -설화에서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지키게 할 수도 있다. ‘태극’과 ‘금기’와 ‘여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합궁법은 좋은 콘텐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장소에서 여행을 하듯, 태극문양의 방을 만들고, 말을 하지 않는 일정한 금기를 지키는 등의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다. 장소마케팅은 유형의 관광지로 관광자의 재방문(再訪問)이 주요 목적이므로 관광지 특성화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소와 관련해서 다음의 시에서도 또 다른 메시지를 주고 있다.

<판관대설월시를 차운하다(次判官垈雪月韻)>

好月宵宜瑞雪冬 좋은 달 좋은 저녁, 서설(瑞雪) 나린 겨울인데

白而又白白之宗 희고 또 희니 흰 것의 본종(本宗)이로다

昏不能黃鹽萬里 황혼도 능히 백염(白鹽) 만 리를 누렇게 못하니

夜何敢染玉千峰 밤이 어찌 감히 백옥 천봉을 검게 할 수 있으랴

至明焉有纖纖垢 지극히 맑으니 어찌 아주 작은 때라도 있을 것인가

極靜可聞遠遠鍾 지극히 고요하니 멀고 먼 종소리도 들을 수 있도다

此非剡水人誰訪 여기는 섬수(剡水)가 아니니 누가 찾아올 것인가

安道猶難子猷達 안도는 아직도 자유(子猷)를 만나기 어렵네

바로 평창 판관대의 겨울 경치이다. 달이 비친 밤에 눈 내린 날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꿈같은 풍광이 있음을 만들어 낸다. 어찌 달뜨고 눈 내린 겨울 풍경뿐이겠는가. 봄여름가을겨울 사시의 풍광 특징을 잡아 얘기할 수도 있다. 동양의 8경(八景)인식을 활용하는 것은 좋은 발상이다.

또 먹거리는 최고의 장소마케팅이다. 그곳에 가면 그런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은 설렘으로 다가온다. 다음 시를 보자

<판관대에 있는 최혜간의 집에서 묵다(宿判官垈崔兮幹家)>

自喜遠歸體粗安 원행에서 돌아가며 몸이 편안함을 스스로 기뻐하는데

一能甘睡一甘食 하나는 달게 잘 수 있는 곳이요 하나는 달게 먹는 것이라

因其所見詩容易 그 본 것으로 인하여 시를 쉽게 지었으니

習以常行道不難 익히면서 늘 가니 길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도다

萬水成橋天下達 만수가 다리를 만들어 천하가 이어졌고

千山落木眼心寬 천산 낙엽 진 나무는 눈과 마음에 너그럽네

村名依舊行笻住 촌 이름은 예대로 판관대인데 지팡이를 멈추니

却憶當時李判官 돌이켜 당시의 이판관을 추억하네

시에서는 잠자리, 먹을거리, 여행, 주변풍광, 추억까지 모두 이야기하고 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만족한 마음을 시로 나타냈다. 관광을 목적으로 장소마케팅을 할 때 무엇이 필요한 지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둘째, ②와 ④와 ⑤를 연계하여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주모의 능력과 예언’, ‘선과 악의 대결’에 대해서 발상과 연상을 해서 이야기마케팅(story marketing)으로 활용하는 문제이다. 이 역시 ‘주막’이라는 장소는 아주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사랑의 삼각관계’는 또 다른 로맨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랑의 삼각관계’는 식상하지 않다. 서사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로맨스의 대결구도로 언제나 쓰일 수 있다. ‘예언’은 일생의례의 점복과 관련지을 수 있다. ‘사랑’과 ‘선악의 대결’은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메뉴이다. 이를 하나로 엮으면 환상적인 사랑의 창작콘텐츠로 제격이다. 나도밤나무나 호랑이는 보조 인물로 적당하다.

이와 관련해서 본고에서는 두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는 장소인 여행지와 숙박시설을 놀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마케팅으로 꾸미기이다. 둘째는 공연콘텐츠를 활용한 이야기마케팅 만들기이다.

첫째, 장소를 활용한 이야기꾸미기이다. 여행지장소는 판관대설화를 바탕으로 꾸밀 수 있다.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만나는 과정에 스토리를 넣어 길과 장소를 만들 수 있다. 또 이원수가 주막을 거쳐 길을 가는 나그네여행의 길을 꾸밀 수 있다. 여기서 주막은 옛날식으로 할 수도 있지만 현대식 주막으로 바꾸어서 활용해도 좋다. 아니면 옛날식과 현대식을 혼합해도 좋을 것이다. 곧 먹고 자고 함께 어울려 놀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든다. 이원수와 신사임당과 이율곡이 다 같이 들어가는 박물관을 만들어도 좋다. 단 아이캐릭터와 아이와 관련된 기자신앙, 태몽, 교육 등과 관련된 산육속(産育俗)을 평창의 민속문화와 관련하여 함께 꾸미면 지역적 특색이 담겨 다른 지역과 변별력을 가질 수 있다. 내부 시설은 얼마든지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여행지와 숙박시설을 이야기마케팅으로 꾸민 사례는 전국에 걸쳐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다. 요즘 유행하는 둘레길도 좋은 참고가 된다. 강원도만 보더라도 춘천의 구곡폭포, 삼척의 수로부인공원이나 해신당공원, 강릉의 아들바위공원, 이사부크루즈여행도 좋은 사례이다. 이 사례처럼 설화가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하여 직접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특별히 춘천의 구곡폭포스토리텔링을 사례로 들어본다. 구곡폭포 입구에 가면 안내판이 하나 서 있는데 정말 명품이다. 이것은 구곡폭포를 비롯해서 주변의 향토자원을 활용해서 만든 설치마케팅이다. 구곡폭포의 특성을 파악해서 ‘꿈’이라는 단어를 추출해 내고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9개의 단어를 연상으로 이끌어 냈다. 그 과정은 다음 표와 같다.

구분	향토문화자원	➲	원형 (특색)	➲	발상 (활력)	➲	연상 (변화)	➲	설치마케팅
내용	구곡폭포, 구구리, 깔딱고개, 문배마을		9, ㄲ, 폭포		아주 많은 굽이 아주 많은 삶의 고비 고비마다 느끼는 원망		꿈(꿈, 끼, 꾀, 깡, 끈, 꾼, 꼴, 깔, 끝) 변화와 순환		9개의 나눔 표지판

이 표와 같이 구곡폭포 안내판은 향토자원을 활용하여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림에서 보는바와 같이 구곡폭포로 오르는 길에 9개의 표지판을 세워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성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둘째, 공연콘텐츠로 이야기꾸미기이다. 이야기꾸미기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에 등장하는 인물을 패러디해서 만들면 좋다. 등장인물이 모두 성격이 뚜렷하다. 이원수, 주모, 신사임당, 신사임당의 언니, 율곡, 스님, 나도밤나무, 호랑이를 비롯해서 삼신할머니 등이 등장할 수 있다.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공연콘텐츠로 꾸며 성공하기 위해서 춘천의 마임축제 예를 사례로 들어 논의하도록 한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설화가 어떻게 공연콘텐츠로 탈바꿈 하는지를 읽을 수 있다. 내용이 조금 길지만 차용사례로 훌륭하므로 논의를 이끌어 가보겠다.

춘천에는 마임축제가 있다. 춘천의 마임축제는 세계3대 마임축제라 불릴 만큼 성공적이다. 문광부에서 몇 번에 걸쳐 최우수축제로 평가하기도 했다. 마임축제는 처음 의암호 중간에 떠 있는 고슴도치섬[蝟島]에서 밤새워 공연을 하였다. 사람들은 마임공연을 보기 위해 각자 돗자리를 들고 위도를 찾았다. 밤새 난장이 벌어지는 진풍경을 만들어 냈다. 춘천시 중앙로에는 양쪽 길을 막고 사람들이 가득 거리를 메웠으며, 소방차가 와서 물을 뿌리는 공연을 하였다. 그럼 왜 사람들은 그렇게 마임에 열광했을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춘천의 <공지천>설화를 패러디 한 춘천마임축제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 마임축제의 이야기에는 감성을 자극할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민주는 “스토리는 이성을 무력화하고 감성을 자극한다.”고 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과 효과를 한 마디로 잘 표현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효과를 극대화 시킨 것이다. 그러면 그 이야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도록 한다. 이야기가 길어 발췌해서 보면 다음과 같다.

<공지천의 물고기>

퇴계 이황이 춘천에서 지낼 때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루는 강아지가 들어와서 마루 밑에 쪼그리고 앉아 이황이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귀동냥하였다. 이황은 배우려는 강아지가 기특하여 끼니때마다 밥과 반찬을 덜어주었다. 3년이 지나자 강아지가 사라졌다. 며칠 후 초립동이가 이황을 찾아와 자신이 용왕의 아들인데 학업을 게을리 하여 아버지가 이황의 집 마루 밑에 가서 가르침을 받고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초립동이는 용왕이 이황을 모셔오라 했다면서 용궁으로 안내하였다. 용궁에서 용왕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는 이황에게 용왕이 짚 한 오라기를 주면서 잘라서 반찬으로 먹되 머리부터 잘라 먹으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짚을 잘라 구우니 용궁에서 맛보았던 맛있는 물고기였다. 먹다 남은 짚 끝을 개울에 넣었더니 수많은 고기가 되었다. 그 물고기가 바로 공지어이다. 그 후로부터 그 개울을 공지천이라 불렀다.

공지천 관련 설화는 몇 가지 이본이 있다. 위 이야기는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실려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한 이야기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설화가 다음과 같이 새롭게 탄생을 한다.

<마임축제 포스터 내용 재구성>

우주에 사는 깨비들이 여행 중 블랙홀에 빠져 춘천에 떨어졌다. 우주선이 망가져 돌아갈 수 없게 된 깨비들은 지구 곳곳에 흩어져 산다. 일 년에 한 번 춘천에서 모여 우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깨비들이 모이는 날 화신(火神)이 쳐들어와 물의 도시 춘천의 수호신인 수신(水神)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는데, 이른바 아! 水라장이 벌어진다. 깨비들은 수신을 도와 화산을 가둔다. 깨비들의 도움이 고마운 수신은 공지천에 사는 공지어 9,999 마리를 만들어 한마음으로 불에 태우면 우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알려준다. 깨비들은 우주로 돌아가기 위해 공지어를 만들기 시작하고 시민들이 돕는다. 수신은 감옥에 가둔 화신을 풀어주어 깨비들이 그 불로 공지어를 태울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마음을 모으지 못한 깨비들은 우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고 다음해를 기약하며 흩어진다.

공지천을 배경으로 전승하는 설화를 각색하여 세계 3대 마임축제로 변신한 사례이다. 원천소스에는 없는 ‘깨비’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도깨비캐릭터를 첨부해서 사람들에게 친근감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춘천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물을 이끌어 수신(水神)과 화신(火神)의 싸움화소를 끌어들여 게임처럼 만들어 누구나 좋아할 수 있게 하였다. 또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 그리고 측은지심을 불러일으켜 깨비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인간의 심리를 이끌어냈다.

이 사례처럼 <봉산서재와 판관대>이야기도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마케팅으로 변신을 할 수 있다. 단지 무엇을 만들든지 평창 판관대를 알릴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판관대를 찾아 평창에 와서 발길이 닿게 하면 된다. 가령, 나도밤나무는 깨비 같은 캐릭터로 만들고, 호랑이는 악자(惡者)이지만 풍자를 해서 실수를 연발하게 하는 캐릭터로, 스님은 도술을 할 수 있지만 스님보다 도술이 더 높은 주모가 있다든가, 아이를 점지하는 삼신과 아이를 길러주는 칠성신이 호랑이로부터 아이를 보호한다든가, 태몽과 예언의 적중성 등으로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판관대’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든가, 드라마를 만들어서 보여주어도 좋다. 특히 춘천의 마임축제와 같이 평창 판관대에서 일생의례 또는 아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축제콘텐츠로 만들면 제격이다.

3. 결론

지금까지 본고는 평창 판관대이야기의 문화콘텐츠 발굴 및 방안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 논의의 목적은 평창 판관대이야기를 바탕으로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해서 관광 및 평창을 알리는 차원에서 활성화하는 방향을 찾는데 있었다. 지금 판관대 터에 가면 1988년 국회의원 심명보가 주축이 되어 세워진 표석이 하나 서 있다. 그 표석도 한자로 써서 요즘 한글세대 아이들은 읽을 수도 없다. “도대체 저게 뭐야?”라는 의문만 불러 올 수 있고, “옛날의 뭐겠지.”라는 관심 밖의 표석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뭘 하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고에서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분석해서 그 원형을 추출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이야기를 철저히 분석해야 그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특성을 분석해 봄으로써 그 이야기를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지도 정해진다. 아무렇게나 만들면 변별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분석 과정을 보면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의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영감(靈感)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분석한 담화에 따른 중심어를 발굴할 수 있다. 아울러 그런 중심어를 아우를 수 있는 전체적인 원형이 드러난다. 이에 본고에서는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를 원형으로 하였다.

발상과 연상에 따른 마케팅 전략은 앞항에서 발굴한 중심어를 바탕으로 크게 두 개의 틀로 나누어 논의를 했다. 그래서 먼저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판관대 여행’, 그리고 ‘합궁의식’과 ‘풍수’에 대하여 발상과 연상을 해서 장소마케팅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주모의 능력과 예언’, ‘선과 악의 대결’에 대해서 발상과 연상을 해서 이야기마케팅으로 풀어봤다. 그 이야기 마케팅은 장소를 활용한 이야기꾸미기와 공연을 활용한 이야기꾸미기였다. 그 특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므로 <봉산서재와 판관대>이야기는 나름의 특성에 맞게 얼마든지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으로 확산해 갈 수 있다고 봤다.

<참고문헌>

김민주, 󰡔성공하는 기업에는 스토리가 있다󰡕, 청림출판, 2004.

김영, ｢제주국제자유도시와 관광｣, 󰡔도시정보󰡕278, 대한국토 도시계획학회, 2005.

박도식, ｢율곡 이이의 잉태지 “판관대”연구｣,󰡔율곡 선생 잉태지 판관대 재조명을 위한 학술심포지엄󰡕, 평창문화원, 2016, 9~50쪽.

박민영․정윤수, 󰡔인성과 문학󰡕, 백산출판사, 2004.

신범, 󰡔국역 봉서유고󰡕, 평창군, 2006.

유영준, ｢에듀테인먼트콘텐츠를 통한 장소마케팅 전략 개발｣, 한양대학교 대학원 박사논문, 2005.

이승훈 편저, 󰡔문학상징사전󰡕, 고려원, 1995.

이은혜, ｢장소마케팅을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 전주한옥마을을 중심으로｣, 광운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논문, 2012.12.

이학주, ｢지역향토자원을 활용한 관광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개발 연구: 춘천시 구곡폭포 스토리텔링사례를 통해서｣,󰡔인문과학󰡕57, 성균관대학교 인문학연구원, 2015, 209~237쪽.

이학주 외, 󰡔창의적 글쓰기와 말하기󰡕, 강원대학교 출판부, 2014.

장정룡, ｢평창 “판관대”유적지의 전승설화 고찰｣,󰡔율곡 선생 잉태지 판관대 재조명을 위한 학술심포지엄󰡕, 평창문화원, 2016, 53~84쪽.

󰡔평창군지󰡕, 평창군, 1979.

󰡔한국구비문학대계󰡕2-2,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1.

한국문화상징사전편찬위원회, 󰡔한국문화상징사전󰡕, 동아출판사, 1992,

우리말샘, https://dic.daum.net/word/view.

워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

친절한 과학사전 기술 발명 편, https://100.daum.net/encyclopedia 참조.

<Abstract>

Cultivating & Proliferating Cultural Contents with the Story of Pangwandae in Pyeongchang

Lee Hak-ju

This paper discusses cultivating and proliferating cultural contents with the stories about ‘Bongsan’ shrine and ‘Pangwandae.’ It purposes to advertise Pyeongchang with the cultural contensts and storytelling of them based on the stories about ‘Pangwandae.’ It follows new mind-map from keyword prototype, conceptural inspiration, expanded association and business marketing.

It looks for the story prototype of “Bongsan shrine and ‘Pangwandae’ and the contextual keywords of the structure. Prototypes should be the place of conception. Structual keywords should be visiting Pangwandae, love and the pub, bridal ceremony, prophecy of the pub host, fight against evil and Feng-shui.

Again, it focuses on the cultural merchandise and the development of industrial as for the marketing strategy of inspiration and association. It provides two ways of cultivation and proliferation of cultural contents connected with storytelling marketing. First, the place marketing connected with visit, bridal ceremony, and Feng-shui. Yulgok character industry with the prototype of conception place, destinations for couples with Pangwandae’s symbolic image for bridal place, and Feng-shui with ‘Great Absolute’ would be suggested. Second, story marketing with love and the pub-host, the prophecy of host, and fight against evil. Decorating destinations and accommodation with the story and public performance of the story could be proposed.

Keywords: Pangwandae of Pyengchang, Place of Conception, Cultural Merchandise, Place Marketing, Story Marketing

이학주(강원대 교양교육원 강사)

1. 서론

2. 판관대설화의 원형 추출과 이야기마케팅 방안

1) 판관대설화의 분석과 이야기원형 추출

2) 발상과 연상에 따른 이야기마케팅 전략

3. 결론

<논문요약>

이 논문은 평창군에 전하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분석해서 문화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방안을 찾고자 했다. 이를 통해 평창의 관광을 활성화 하고, 평창을 알리는데 목적을 두었다. 연구방법은 이야기의 중심어인 원형-개념어인 발상-확대어인 연상-경영할동인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신마인드맵에 따랐다.

먼저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의 원형과 구조에 따른 각 단락의 중심어를 찾았다. 원형은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를 원형으로 하였다. 단락별 중심어는 ①판관대와 여행 ②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③합궁의식 ④주모의 능력과 예언 ⑤선과 악의 대결 ⑥풍수를 추출했다.

다음으로 발상과 연상에 따른 이야기마케팅전략은 문화콘텐츠에서 추구하는 ‘문화상품’과 ‘산업발전’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궁극적 목표인 이야기마케팅을 접목시켜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문화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첫째는 ‘판관대 여행’과 ‘합궁의식’과 ‘풍수’을 연계한 장소마케팅 차원이었다. 따라서 그 원형이 잉태장소이기 때문에, 어린 율곡이라는 아이캐릭터 만들어 활용하기, 판관대는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합궁한 장소이므로 부부합궁여행지로서의 장소여행, 그리고 태극이 들어간 풍수를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는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주모의 능력과 예언’, ‘선과 악의 대결’을 연계한 이야기마케팅 차원이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제안했는데, 하나는 여행지와 숙박시설을 놀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마케팅으로 꾸미기이다. 또 하나는 공연콘텐츠를 활용한 이야기마케팅으로 만들기이다.

주제어: 평창 판관대설화, 아이 밴 장소, 문화상품, 장소마케팅, 이야기마케팅

1. 서론

본고의 목적은 평창군 봉평면 백옥포리에 있는 판관대(判官垈) 관련 설화를 대상으로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발굴 및 확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있다. 이 판관대는 이율곡의 잉태와 관련된 사실만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판관대에서 이율곡이 잉태했대.”라는 단순한 사실이다. 이마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도대체 판관대가 뭐야.”라는 정도이다. 어쩌면 백옥포리를 지나면서 돌에 새겨진 판관대라는 한자어를 읽지 못해서 아무런 반응도 없이 지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판관대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알지 못해서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알아야 사람들은 찾는다. 알아야 말을 하고 글을 쓰고 방송으로 나갈 수 있다. 알아야 스토리텔링이 되고, 문화콘텐츠로 확산시킬 수 있다. 알면 누군가에게 전하려 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심리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판관대 관련 글을 쓰고 지상에 발표를 하는 것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자 하는 의도이다.

평창은 이제 세계적인 지역이 되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평창이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큰 계기였다. 정말 세계에서, 아니 대결구도로만 있던 북한까지 주목하였던 지역이다. 우리는 그때 올림픽을 계기로 평창이 괄목할 성장을 이룰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순간의 화려한 빛이었다. 소위 올림픽을 활용할 수 있는 원천이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황량한 대관령 꼭대기에 올림픽만 화려하게 치르고 썰물 빠지듯이 모두 빠져 나갔다. 그렇게 화려한 빛이 스쳐 지나간 평창은 오히려 더 썰렁하게 느껴졌다. 다시 찾을 수 있는 관광원천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처럼 빚만 잔뜩 진 강원도, 땅값타령으로 시끄럽기만 했던 평창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평창에 가면 뭔가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된다. 행사 위주의 일회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제나 가면 뭔가 있는 평창다운 그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평창에 가서 그런 평창다움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올림픽 이후에도 많은 후속 행사를 치렀다. 그러나 그 모든 행사는 평창군민들에게 도움이 못 되었다. 기껏해야 큰 관광시설인 리조트 몇 개에 손님이 와서 순간의 이익을 봤을 뿐이다. 리조트에서 밖으로 나갔을 때 걸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공부할 수 있는 원천을 구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평창의 이미지가 살아나서 다시 찾는 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재방문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 판관대의 문화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를 위해 그 방안을 제시하는 목적이 이에 있다. 한 입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나씩 쌓아 나가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그날이 올 것을 믿으며 시작하는 것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봉산서재와 판관대>라는 설화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발굴할 원형을 찾고, 그 원형으로부터 발상과 연상을 해서 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야기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기초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은 원형(原型, Archetype)을 설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은 그 대상의 시공(時空)에 따라 나름의 독특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할 경우 어디에 가나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때문에 같은 탄생설화라 하더라도 그 특성인 원형을 분명하게 특정 지워서 스토리텔링을 하고 문화콘텐츠로 확산해야 한다. 따라서 본고는 판관대설화의 원형을 찾는 데서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그로부터 확산하여 궁극적인 전략을 찾아보도록 한다.

2. 판관대설화의 원형 추출과 이야기마케팅 방안

평창의 판관대는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살면서 율곡이라는 큰 성리학자를 밴 ‘집터’이지만, 이제는 평창의 향토자원(鄕土資源)이 되었다. 좋은 향토자원은 향토산업으로 만들어 가꾸는 것이 당연하다. 어떤 물품이든 가꾸어서 좋은 재화(財貨)로 만들면 그 지역민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좋은 방향으로 계속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율곡을 밴 집터 판관대는 이런 면에서 보면 아주 훌륭한 향토자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향토자원을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 문화산업으로 확장할 필요가 충분히 있다.

향토자원을 발굴하여 문화산업으로 확장할 때 쓰는 방법으로 소위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라 하여 ‘파생방법(派生方法)’을 많이 쓰고 있다. 이 방법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는데 아주 유효하고 권장 할만하다. 토론을 할 때 자유롭게 의견을 내게 하여 아이디어의 연쇄반응을 일으켜 최대한 많이 도출해 내게 하는 파생법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파생방법을 체계화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체계화 하는 방법으로 신마인드맵(new mind map)을 활용할 수 있다. 신마인드맵은 마케팅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마인드맵을 해 가는 방법이다. 그 방법은 향토문화자원처럼 원 텍스트에서 원형(原型)인 중심어(中心語)를 발굴하고, 원형에서 발상(發想)을 해서 개념어(槪念語)를 만들고, 발상에서 연상(聯想)을 해서 확대어(擴大語) 순으로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다.

본고에서는 판관대와 관련한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가 향토문화자원이 된다. 따라서 판관대설화와 관련한 자료를 중심으로 신마인드맵의 원리를 이용하여 최대한 많은 자료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1) 판관대설화의 분석과 이야기원형 추출

평창의 판관대는 수운판관 벼슬을 하던 이원수(李元秀, 1501~1561)가 신사임당과 한동안 머물러 살았던 ‘집터’이다. 『봉서유고』의 <판관대기>에 의하면 판관대라 할 때 대(垈)는 별장(別莊)의 의미라 했다. 그러니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별장의 개념으로 지어놓고 한 동안 살았던 집터이다. 그런데 이 집터가 유명하게 된 것은 이원수와 신사임당의 아들 율곡 이이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아이를 밴 곳인 잉태지(孕胎地)이다. 그때 태어난 아이가 율곡 이이(李珥, 1536~1584)이다.

이이는 조선조 성리학의 대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저서와 활약이 대단해서 많은 선비들이 따르던 인물이다. 평창의 판관대가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그의 명성 때문이다. 그야말로 유명한 인물이 어머니 뱃속에 배게 된 장소여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대체적으로 판관대와 율곡의 이야기는 주막-주모-판관대-몽룡실-나도밤나무-이원수-신사임당-이율곡-성리학-철학-위인-봉산서재 등으로 이어진다. 이런 판관대이야기의 중심에는 이원수와 주모의 이야기부터 전개된다. 그 중 잘 정리된 이야기는 『평창군지』에 실려 있는 <봉산서재와 판관대>라는 설화이다. 아무래도 판관대 콘텐츠의 중심은 이 설화를 바탕으로 그 원형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 보도록 한다.

①율곡 선생을 이곳 봉산서재에 배향하게 된 유래는 율곡 선생의 부친 李元秀 공이 仁川 지방 水運 判官으로 재직할 당시 한때 자연을 사랑하여 산수가 아름다운 봉평에 자리 잡고 4년간 살았다. 때마침 원수 공은 여가를 틈타 인천에서 본가인 이곳으로 오던 중 평창군 대화면 반정(상안미리)에 이르러 날이 저물고 피로에 지쳐 하룻밤 쉬려고 길가 주막에 여장을 풀었다.

②그날 밤 일찍이 과부가 되어 홀로 주막을 경영하던 주모의 꿈에 용이 가슴 가득히 안겨오므로 이상히 여겨 홀연 꿈을 깨치고 일어나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는 틀림없이 잉태할 꿈이요, 비범한 인물을 하늘이 점지하여 준 것으로 생각하고 자식을 얻을 기회가 왔구나 하였다. 주모는 자신의 처지를 돌이켜 보니 혼자 몸이요 그날 밤 대상이 될 사람은 주막에 묵고 있는 원수 공 뿐이라 여러모로 살핀 끝에 그분이 예사 사람이 아니므로 여자로서의 수치심도 잊어버리고 원수 공의 방으로 뛰어들어

“손님 저를 물리치지 마십시오.”하니 놀란 원수공이, “이 무슨 해괴한 짓이요. 내 그대를 행실 바른 여인으로 알고, 묵으려 했는데 이래 되겠소.”하고 달래니, “손님 아무 말씀 마시고 하룻밤만 정을 맺게 하여 주시오.”하고 애걸하였으나 원수공은 완강히 뿌리치고 말아 주모는 소원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튿날 아침 부끄럽고도 서운한 마음으로 작별을 하는데 원수공의 얼굴에는 범할 수 없는 서기가 서려 있음을 보고 이는 도저히 내 운수가 아니구나 하며 주모는 체념하였다.

③그 무렵 율곡 선생의 어머니 사임당 신씨(申氏)는 강릉 오죽헌 언니네 집에 머물러 있었다. 역시 하룻밤 꿈에 용이 가슴 가득이 안겨 오는 꿈을 꾸고 나서 즉시 귀가하려 했다. 언니는 며칠만 더 유하기를 간곡히 권하였으나, 사임당 신 씨는 이를 뿌리치고 그날로 1백 40리 길을 걸어서 집에 돌아와 있던 중 마침 원수공이 당도 했다. 신 씨는 오랜 만에 만난 남편을 대하여 반기기는 고사하고 말도 않고 표정에 변화도 없이 묵묵히 남편을 대하였다. 부인의 성품이 남다름을 잘 알고 있으므로 역시 아무 말 없이 그날 밤 잠자리를 같이 하였는데 율곡 선생을 잉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9개월 만에 강릉 오죽헌으로 이거하여 율곡 선생을 낳았다.

④한편 원수공은 며칠을 이곳에서 머물다 임지로 돌아가던 길에 또 다시 반정의 주막에 들게 되었다. 지난 일을 생각해 보니 사나이 대장부로서 아녀자의 청을 못 들어준 것이 마음에 걸리어

“여보시오 주모, 내 전날에는 대단히 미안하게 되었소. 오늘밤 당신과 정을 맺으려 하오.”하니, “어르신네의 말씀은 대단히 고마우나 지난번 하룻밤을 모시고자 한 것은, 홀로 사는 아낙에게 하늘이 점지하신 비범한 영재(英才)를 얻고자 함이었는데 오늘 어르신네의 얼굴에는 전날의 서기가 없어졌으므로 뜻을 받들 수 없습니다.”하며 말을 이어, “이번 길에 댁에서는 귀한 아들을 얻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몇 해 안가 호환이 있을 겁니다.”하니 공이 당황하여, “그 무슨 말이요. 만약 진실로 그러할 진데 앞일을 예견하는 당신께서는 그 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알 것이니 제발 묘법을 가르쳐 주시오.”, “그러면 돌아가 밤나무 천 그루를 심으면 호환을 막을 수 있으리라.”하였다.

⑤원수공은 율곡 선생이 어려서 자라던 명주 땅에 정성을 다하여 밤나무 천 그루를 심어놓고 그 일은 잊어버리고 말았다. 몇 해 후 한 승이 나타나, “시주를 하여 주시오. 그리고 귀댁의 아드님을 만나 보게 해주시오.”하니 깜짝 놀라, “시주는 드릴 수 있으나 아들은 무슨 일로 보자 하시오.”하고 거절한 즉, “그러면 밤나무 천 그루를 시주할 수 있겠느냐?”, “예, 그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리로 따라 오시오.”하고 뒷동산으로 안내하여 나무를 하나하나 세는데 아무리 헤아려도 천 그루에서 한 그루가 모자란다. 원수공이 당황하여 얼굴이 사색이 되었는데 돌연 숲 속에서 한 나무가 외치기를, “나도 밤나무”, 하니 승은 혼비백산 도망을 가는데 호랑이로 둔갑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⑥판관대(判官岱) 이야기는 현종 3년에 나라에서는 이 원수공이 율곡 선생을 잉태한 영지라 하여 이 지역 산과 전답을 포함하여 사방 5리를 하사하고 감관(監官)을 파견, 수확의 10분지 1을 제향비로 쓰도록 하였다.

율곡의 탄생과 관련하여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다. 이 이야기 내용의 중심어는 물론 율곡의 잉태(孕胎)이다. 더 첨부한다면 위대한 인물의 탄생과 봉향(奉享)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서사구조도 율곡의 잉태에 따른 로맨스와 위대한 인물의 성장을 가로막는 세력을 물리친 극복담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그의 사후 사패지에 관한 후술담이다.

이야기가 크게 복잡하게 연계 되지는 않지만, 이야기 생성 당시의 문화적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 ①서울서 평창까지의 길, ②주막의 역할, ③태몽과 합궁, ④예언, ⑤호환, ⑥사패지(賜牌地)에 얽힌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설화를 구성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그 당시 처가살이와 관련된 혼인풍속이다. 그러면 이 이야기의 원형과 발상과 연상을 위한 분석을 해 보도록 한다. 원천소스인 설화를 철저하게 분석해야만 그로부터 파생되는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그 만의 특성을 띠고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단락별 특성을 분석하여 그 중심어를 찾아본다.

첫째, 이야기의 서두 부분이다. 이 부분은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평창군 봉평에서 살게 된 내력과 이원수가 서울에서 평창의 대화 반정(상안미리)의 주막에 이르기까지이다. 여기서는 판관대라는 특정 장소를 부각하는 서사가 두드러진다. 그리고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고 피로하면 주막에 머문다는 옛 여행방식이 소개되고 있다. 따라서 ‘판관대’와 ‘여행’이라는 중심 단어를 추출해 낼 수 있다.

둘째, 주막의 역할이다. 옛날 주막은 여행자인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저물면 자고, 밥과 술을 먹고 가던 곳이다. 이 이야기에도 어김없이 주막의 역할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이야기에서는 주막의 역할보다도 주모와 이원수의 로맨스가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다. 남녀가 사랑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주막의 역할 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주모가 보통 주모가 아니다. 나중에 예언과 연계되지만, 미래를 알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여인이다. 태몽을 꾸고 큰 자식을 낳을 수 있음을 알고, 이원수의 얼굴에 서린 상서로운 기운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유자이다. 여기서 주모의 태몽은 주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서사장치일 뿐이다. 곧, 주모의 능력을 이렇게 부각한 것은 주모를 신사임당이라는 인물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이다. 그 때문에 나중에 이원수가 다시 잠자리를 청했을 때, 주모는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 이야기가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소위 사랑의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원수와 신사임당과 주모라는 삼각관계 구도를 만들어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랑의 삼각관계는 단순히 로맨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율곡의 정당한 탄생을 강조하는 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모의 유혹을 극복하고 본처인 신사임당에게 가서 아이를 배었다는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는 로맨스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라는 두 단어를 중심어로 추출해 낼 수 있다.

셋째, 신사임당의 태몽과 판관대에서의 합궁이다. 신사임당이 용꿈을 꾸고 판관대까지 급히 온 사연은 역시 신사임당의 능력을 부각하는 장치이다. 이야기에서 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산길을 걸어 1백 40리를 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합궁을 할 때, 신사임당이 이원수를 반기지도 않고 표정도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원수도 아무 말 없이 잠자리를 같이 했다. 합궁으로만 보면 상당히 재미없는 서사장치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관습으로 본다면 어떤 의식(儀式)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합궁금기(合宮禁忌)라 할 것이다. 큰 자식을 낳기 위한 의식에서 금기를 행하고 있는 서술표현이다. 그렇게 의식을 치르고 아이를 뱄고, 강릉 오죽헌에서 아이를 낳았다. 친정에 가서 아이를 낳는 옛 풍습이 묘사되었다. 따라서 여기서는 ‘합궁의식’을 중심어로 추출할 수 있다.

넷째, 주모가 일러 준 율곡의 호환과 예방법에 대한 예언이다. 이원수가 서울로 상경하면서 주막에 들러서 주모에게 추파를 던지고 주모가 거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부분은 주모의 인물됨을 부각하는 장치이지, 이원수의 바람기를 드러내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 이유는 주모가 하는 다음말로 이어진다. 귀한 자식을 얻을 것이고, 자라다가 호환에 죽을 수 있다는 예언이다. 주모의 비범함이 드러난다. 어쩌면 이 이야기 중에서는 신사임당보다도 더 뛰어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예방에 대한 대책까지 마련해 주는 데서 볼 수 있다. 사랑의 삼각관계에서 주모가 양보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왜냐면 이야기가 위대한 인물의 탄생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나무 천 그루’는 무엇을 뜻할까? 이 부분에 다들 의아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것은 다음 화소와 연계가 된다. 일단 이 부분에서는 ‘주모의 능력’과 ‘예언’이라는 중심어를 추출할 수 있다.

다섯째, 밤나무 천 그루로 호환을 막은 일이다. 이 단락까지 주모의 능력이 이어지고 있다. 주모의 예언으로 방비를 했기 때문에 이원수는 아들을 호환으로부터 막을 수 있었다. 일상적으로 스님은 선지자 또는 중생의 조력자 역할을 많이 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스님이 시주를 요구하고 있다. 시주(施主)는 스님들이 구도행각을 하고, 중생들이 잘 살 수 있는 불국토를 만드는데 필요한 물품이다. 이야기에서 ‘밤나무 천 그루’는 이런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다. 밤나무는 나무이고, 그 중에 밤은 5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어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양식이다. ‘천 그루’는 아주 많은 숫자를 의미한다. 여기서 나무는 수많은 상징을 띠고 있지만, ‘우주의 생명’이라는 상징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밤나무 천 그루’를 심고 시주로 요구한 행위는 아주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선행을 베푼 것을 뜻한다. 이런 문맥으로 본다면 스님으로 변한 호랑이는 위대한 인물의 탄생과 성장을 가로막은 적대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랑의 삼각관계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주모가 조력자의 역할로 아이의 죽음을 예방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주모는 비록 신사임당과 사랑의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었지만 악녀나 방해꾼이 아니었다. 도움을 주는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을 하였다. 호랑이가 스님으로 변한 화소는 마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설화에서 어머니로 변장한 호랑이와 같다. 스님은 구도자이면서 선지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생은 스님의 선행을 생각하지 악행을 생각하지 않는다. 일종의 악한 자가 트릭(tricks)을 써서 스님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위대한 인물의 성장을 막으려던 적대세력은 이야기에서 호랑이라는 원래 악한 모습으로 변해 도망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선과 악의 대결’을 중심어로 추출할 수 있다.

여섯째, 사패지(賜牌地)에 얽힌 기록이다. 이 사패지에 대한 기록은 봉산서재와 판관대의 기념물 건립을 위해 노력한 자료 여러 곳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 부분은 이야기의 서사구조와 상관없이 첨부되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사패지는 이 이야기의 원래 목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일종의 <전(傳)>문학에서 작품 끝에 붙는 평결(評決)부분과도 흡사하다. 이 이야기에서 사패지는 제목과도 연계된다. 제목이 ‘율곡의 탄생’이 아니라, <봉산서재와 판관대>이다. 곧, 봉산서재에 율곡이 배향된 사연과 판관대라는 집터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판관대라는 집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야기에서 “이 원수공이 율곡 선생을 잉태한 영지”라 하여 제향비로 쓰게 했다고 했다. 이처럼 사패지가 된 것은 결국 율곡을 밴 곳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판관대’와 ‘사패지’처럼 장소를 부각하고 있는 것은 이곳의 땅이 좋다는 사실을 나타내려는 의도이다. 이것이 나중에는 확산되어 구체적으로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은상이 쓴 󰡔사임당의 생애와 예술󰡕에서는 아주 길게 좋은 자리임을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끝부분에 “판관대는 이같이 산수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므로 사람들은 예부터 산과 물이 서로 감고 돈다고 해서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이라 일러왔고”라고 했다. 우리는 이런 사실로부터 판관대가 풍수적으로 좋은 길지(吉地)임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음택풍수가 아니라 양택풍수로서 훌륭한 인물이 탄생할 수 있는 길지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풍수’를 중심어로 추출할 수 있다.

지금까지 평창군에서 전승하고 있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중심으로 서사구조에서 나타나는 원형을 분석하여 중심어를 추출해 봤다. 서사구조는 여러 개의 담화(談話)로 이뤄지므로 사건 별 서사단락으로 구성된 담화별로 분석을 했다. 그 결과 ①판관대 여행 ②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③합궁의식 ④주모의 능력과 예언 ⑤선과 악의 대결 ⑥풍수로 추출되었다. 이 중심어를 일상적으로 통합하면 당연히 ‘율곡의 탄생과 성장’이 된다. 그러나 평창의 판관대라는 장소에 초점을 맞추면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가 될 수밖에 없다. 비범한 탄생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느냐, 장소성에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풍수적으로 길지에서 위대한 인물이 탄생한다는 장소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런 곳에서 태어난 인물이기에 호환을 물리칠 수 있었다는 결과론으로 맞추면 잉태지로 그 중심어를 통합할 수 있다. 뒤의 호환 이야기는 위대한 인물이 나오면 그를 해코지 하고자 하는 적대세력이 나온다는 우리의 관념이 설화에 반영되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위대한 인물은 좋은 땅에서 나온다는 관념을 반영하여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를 전체적인 원형으로 하고, 각각의 서사단락에서 추출한 중심어는 발상의 개념어로 넘겨서, 연상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2) 발상과 연상에 따른 이야기마케팅 전략

지금까지 판관대와 봉산서재에 얽힌 이야기를 통하여 그 원형을 찾아보았다. 이야기의 맥락이 분명하고 주제어가 변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이 밴 곳’, ‘잉태지’의 원형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거기다 전통적인 문화 마인드인 한양 가는 길, 주막, 예언 등 6가지의 설화담(說話談)이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이야기의 원형을 ‘판관대콘텐츠의 개발과 활성화’란 이야기마케팅전략에 따라 발상(發想)과 연상(聯想)을 해야 한다. 얼마든지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문화콘텐츠라 하면 문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물 일반을 통틀어 그 범주에 넣는다.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그 개념을 말했다.

문화콘텐츠(Culture Contents)를 문화, 예술, 학술적 내용의 창작 또는 제작물뿐만 아니라 창작물을 이용하여 재생산된 모든 가공물 그리고 창작물의 수집, 가공을 통해서 상품화된 결과물들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정의한다.

매체를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문화 정보나 그 내용물. 글, 그림, 영화, 문화재 등 문화적 성격을 가진 내용물을 멀티미디어 기술을 통하여 산업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통틀어 이른다.

이 규정에 의하면 문화콘텐츠의 범주가 상당히 넓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문화상품’과 ‘산업발전’이라는 단어이다. 이 단어들은 모두 상업적 경영활동에 초점을 둔 것이다. 이런 상업성은 스토리텔링도 마찬가지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여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마케팅이다. 문화콘텐츠와 다른 점은 ‘이야기마케팅’이라는 점이다. 물론 여기서는 이야기의 원형(one source)으로부터 멀티유즈(multi use)를 하는데, 매체, 트랜드, 대중의 욕구 등을 반영해야 한다. 어떻든 둘 모두 향유자에게는 즐거움을 주고, 생산자에게는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봉산서재와 판관대>이야기로부터 추출한 ‘아이 밴 장소’로부터 ①판관대 여행 ②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③합궁의식 ④주모의 능력과 예언 ⑤선과 악의 대결 ⑥풍수 등을 사용하여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보도록 한다.

첫째, ①과 ③과 ⑥을 같이 연계하여 엮어낼 수 있다.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판관대 여행’, 그리고 ‘합궁의식’과 ‘풍수’에 대하여 발상과 연상을 해서 장소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문제이다. 일단 판관대와 여행, 그리고 합궁장소와 풍수를 합치면 장소마케팅(place marketing)을 활용한 여행지로 만들 수 있다.

장소마케팅에 있어서 장소는 단순한 지리적인 위치나 공간 그 자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는 그 장소에 대해 “개개인마다의 경험과 의미를 투영한 감정적 유기체”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또 환상과 신비감으로 아름다운 느낌을 드러내서, 나그네의 호기심과 서정적 감동을 유발할 수 있도록 심미안적 가치투여를 한 장소여야 한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하느냐 하면 ‘발견하고 창조하는 것’이다. 이처럼 장소마케팅을 연구한 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장소가 여행자의 마음에 와 닿아 짜릿한 감동을 주고, 환상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장소마케팅은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이런 것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판관대는 율곡이라는 위대한 인물이 잉태한 곳이라 했다. 그리고 그 주변의 풍광이 산태극 수태극이라는 태극의 문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둘은 아주 좋은 장소마케팅의 자료이다. 그런데 그냥 ‘율곡’은 감동을 줄 수 없다. 그리고 그냥 ‘산태극 수태극’도 감동을 줄 수 없다. 잉태장소이기 때문에 어린 율곡이라는 아이캐릭터 만들어 활용하기,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합궁한 장소이므로 부부합궁여행지로서의 장소여행, 그리고 태극이 왜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어쩌면 이런 사실은 모두 풍수와 연계될 수도 있다.

특히, 태극을 활용한 다양한 물품과 스토리텔링을 입히면 여행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태극(太極)은 하늘과 땅의 근원이고, 겉으로 보면 아무런 움직임이 없지만, 활발한 운동을 해서 음양(陰陽)을 만들어내고, 사상(四象)∞팔괘(八卦)∞64괘처럼 무한한 운동에너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원리를 담아 주는 것이다. 이렇게 태극의 원리를 입혀서 판관대에 가면 옛날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살았고, 합궁을 해서 율곡을 가졌다는 단순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여행자들이 판관대와 관련하여 만들어 놓은 태극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에 따라 직접 체험하여 만족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훌륭한 자식을 낳는 합궁법을 -설화에서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지키게 할 수도 있다. ‘태극’과 ‘금기’와 ‘여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합궁법은 좋은 콘텐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장소에서 여행을 하듯, 태극문양의 방을 만들고, 말을 하지 않는 일정한 금기를 지키는 등의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다. 장소마케팅은 유형의 관광지로 관광자의 재방문(再訪問)이 주요 목적이므로 관광지 특성화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소와 관련해서 다음의 시에서도 또 다른 메시지를 주고 있다.

<판관대설월시를 차운하다(次判官垈雪月韻)>

好月宵宜瑞雪冬 좋은 달 좋은 저녁, 서설(瑞雪) 나린 겨울인데

白而又白白之宗 희고 또 희니 흰 것의 본종(本宗)이로다

昏不能黃鹽萬里 황혼도 능히 백염(白鹽) 만 리를 누렇게 못하니

夜何敢染玉千峰 밤이 어찌 감히 백옥 천봉을 검게 할 수 있으랴

至明焉有纖纖垢 지극히 맑으니 어찌 아주 작은 때라도 있을 것인가

極靜可聞遠遠鍾 지극히 고요하니 멀고 먼 종소리도 들을 수 있도다

此非剡水人誰訪 여기는 섬수(剡水)가 아니니 누가 찾아올 것인가

安道猶難子猷達 안도는 아직도 자유(子猷)를 만나기 어렵네

바로 평창 판관대의 겨울 경치이다. 달이 비친 밤에 눈 내린 날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꿈같은 풍광이 있음을 만들어 낸다. 어찌 달뜨고 눈 내린 겨울 풍경뿐이겠는가. 봄여름가을겨울 사시의 풍광 특징을 잡아 얘기할 수도 있다. 동양의 8경(八景)인식을 활용하는 것은 좋은 발상이다.

또 먹거리는 최고의 장소마케팅이다. 그곳에 가면 그런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은 설렘으로 다가온다. 다음 시를 보자

<판관대에 있는 최혜간의 집에서 묵다(宿判官垈崔兮幹家)>

自喜遠歸體粗安 원행에서 돌아가며 몸이 편안함을 스스로 기뻐하는데

一能甘睡一甘食 하나는 달게 잘 수 있는 곳이요 하나는 달게 먹는 것이라

因其所見詩容易 그 본 것으로 인하여 시를 쉽게 지었으니

習以常行道不難 익히면서 늘 가니 길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도다

萬水成橋天下達 만수가 다리를 만들어 천하가 이어졌고

千山落木眼心寬 천산 낙엽 진 나무는 눈과 마음에 너그럽네

村名依舊行笻住 촌 이름은 예대로 판관대인데 지팡이를 멈추니

却憶當時李判官 돌이켜 당시의 이판관을 추억하네

시에서는 잠자리, 먹을거리, 여행, 주변풍광, 추억까지 모두 이야기하고 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만족한 마음을 시로 나타냈다. 관광을 목적으로 장소마케팅을 할 때 무엇이 필요한 지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둘째, ②와 ④와 ⑤를 연계하여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주모의 능력과 예언’, ‘선과 악의 대결’에 대해서 발상과 연상을 해서 이야기마케팅(story marketing)으로 활용하는 문제이다. 이 역시 ‘주막’이라는 장소는 아주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사랑의 삼각관계’는 또 다른 로맨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랑의 삼각관계’는 식상하지 않다. 서사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로맨스의 대결구도로 언제나 쓰일 수 있다. ‘예언’은 일생의례의 점복과 관련지을 수 있다. ‘사랑’과 ‘선악의 대결’은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메뉴이다. 이를 하나로 엮으면 환상적인 사랑의 창작콘텐츠로 제격이다. 나도밤나무나 호랑이는 보조 인물로 적당하다.

이와 관련해서 본고에서는 두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는 장소인 여행지와 숙박시설을 놀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마케팅으로 꾸미기이다. 둘째는 공연콘텐츠를 활용한 이야기마케팅 만들기이다.

첫째, 장소를 활용한 이야기꾸미기이다. 여행지장소는 판관대설화를 바탕으로 꾸밀 수 있다.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만나는 과정에 스토리를 넣어 길과 장소를 만들 수 있다. 또 이원수가 주막을 거쳐 길을 가는 나그네여행의 길을 꾸밀 수 있다. 여기서 주막은 옛날식으로 할 수도 있지만 현대식 주막으로 바꾸어서 활용해도 좋다. 아니면 옛날식과 현대식을 혼합해도 좋을 것이다. 곧 먹고 자고 함께 어울려 놀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든다. 이원수와 신사임당과 이율곡이 다 같이 들어가는 박물관을 만들어도 좋다. 단 아이캐릭터와 아이와 관련된 기자신앙, 태몽, 교육 등과 관련된 산육속(産育俗)을 평창의 민속문화와 관련하여 함께 꾸미면 지역적 특색이 담겨 다른 지역과 변별력을 가질 수 있다. 내부 시설은 얼마든지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여행지와 숙박시설을 이야기마케팅으로 꾸민 사례는 전국에 걸쳐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다. 요즘 유행하는 둘레길도 좋은 참고가 된다. 강원도만 보더라도 춘천의 구곡폭포, 삼척의 수로부인공원이나 해신당공원, 강릉의 아들바위공원, 이사부크루즈여행도 좋은 사례이다. 이 사례처럼 설화가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하여 직접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특별히 춘천의 구곡폭포스토리텔링을 사례로 들어본다. 구곡폭포 입구에 가면 안내판이 하나 서 있는데 정말 명품이다. 이것은 구곡폭포를 비롯해서 주변의 향토자원을 활용해서 만든 설치마케팅이다. 구곡폭포의 특성을 파악해서 ‘꿈’이라는 단어를 추출해 내고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9개의 단어를 연상으로 이끌어 냈다. 그 과정은 다음 표와 같다.

구분	향토문화자원	➲	원형 (특색)	➲	발상 (활력)	➲	연상 (변화)	➲	설치마케팅
내용	구곡폭포, 구구리, 깔딱고개, 문배마을		9, ㄲ, 폭포		아주 많은 굽이 아주 많은 삶의 고비 고비마다 느끼는 원망		꿈(꿈, 끼, 꾀, 깡, 끈, 꾼, 꼴, 깔, 끝) 변화와 순환		9개의 나눔 표지판

이 표와 같이 구곡폭포 안내판은 향토자원을 활용하여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림에서 보는바와 같이 구곡폭포로 오르는 길에 9개의 표지판을 세워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성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둘째, 공연콘텐츠로 이야기꾸미기이다. 이야기꾸미기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에 등장하는 인물을 패러디해서 만들면 좋다. 등장인물이 모두 성격이 뚜렷하다. 이원수, 주모, 신사임당, 신사임당의 언니, 율곡, 스님, 나도밤나무, 호랑이를 비롯해서 삼신할머니 등이 등장할 수 있다.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공연콘텐츠로 꾸며 성공하기 위해서 춘천의 마임축제 예를 사례로 들어 논의하도록 한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설화가 어떻게 공연콘텐츠로 탈바꿈 하는지를 읽을 수 있다. 내용이 조금 길지만 차용사례로 훌륭하므로 논의를 이끌어 가보겠다.

춘천에는 마임축제가 있다. 춘천의 마임축제는 세계3대 마임축제라 불릴 만큼 성공적이다. 문광부에서 몇 번에 걸쳐 최우수축제로 평가하기도 했다. 마임축제는 처음 의암호 중간에 떠 있는 고슴도치섬[蝟島]에서 밤새워 공연을 하였다. 사람들은 마임공연을 보기 위해 각자 돗자리를 들고 위도를 찾았다. 밤새 난장이 벌어지는 진풍경을 만들어 냈다. 춘천시 중앙로에는 양쪽 길을 막고 사람들이 가득 거리를 메웠으며, 소방차가 와서 물을 뿌리는 공연을 하였다. 그럼 왜 사람들은 그렇게 마임에 열광했을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춘천의 <공지천>설화를 패러디 한 춘천마임축제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 마임축제의 이야기에는 감성을 자극할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민주는 “스토리는 이성을 무력화하고 감성을 자극한다.”고 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과 효과를 한 마디로 잘 표현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효과를 극대화 시킨 것이다. 그러면 그 이야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도록 한다. 이야기가 길어 발췌해서 보면 다음과 같다.

<공지천의 물고기>

퇴계 이황이 춘천에서 지낼 때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루는 강아지가 들어와서 마루 밑에 쪼그리고 앉아 이황이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귀동냥하였다. 이황은 배우려는 강아지가 기특하여 끼니때마다 밥과 반찬을 덜어주었다. 3년이 지나자 강아지가 사라졌다. 며칠 후 초립동이가 이황을 찾아와 자신이 용왕의 아들인데 학업을 게을리 하여 아버지가 이황의 집 마루 밑에 가서 가르침을 받고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초립동이는 용왕이 이황을 모셔오라 했다면서 용궁으로 안내하였다. 용궁에서 용왕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는 이황에게 용왕이 짚 한 오라기를 주면서 잘라서 반찬으로 먹되 머리부터 잘라 먹으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짚을 잘라 구우니 용궁에서 맛보았던 맛있는 물고기였다. 먹다 남은 짚 끝을 개울에 넣었더니 수많은 고기가 되었다. 그 물고기가 바로 공지어이다. 그 후로부터 그 개울을 공지천이라 불렀다.

공지천 관련 설화는 몇 가지 이본이 있다. 위 이야기는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실려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한 이야기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설화가 다음과 같이 새롭게 탄생을 한다.

<마임축제 포스터 내용 재구성>

우주에 사는 깨비들이 여행 중 블랙홀에 빠져 춘천에 떨어졌다. 우주선이 망가져 돌아갈 수 없게 된 깨비들은 지구 곳곳에 흩어져 산다. 일 년에 한 번 춘천에서 모여 우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깨비들이 모이는 날 화신(火神)이 쳐들어와 물의 도시 춘천의 수호신인 수신(水神)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는데, 이른바 아! 水라장이 벌어진다. 깨비들은 수신을 도와 화산을 가둔다. 깨비들의 도움이 고마운 수신은 공지천에 사는 공지어 9,999 마리를 만들어 한마음으로 불에 태우면 우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알려준다. 깨비들은 우주로 돌아가기 위해 공지어를 만들기 시작하고 시민들이 돕는다. 수신은 감옥에 가둔 화신을 풀어주어 깨비들이 그 불로 공지어를 태울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마음을 모으지 못한 깨비들은 우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고 다음해를 기약하며 흩어진다.

공지천을 배경으로 전승하는 설화를 각색하여 세계 3대 마임축제로 변신한 사례이다. 원천소스에는 없는 ‘깨비’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도깨비캐릭터를 첨부해서 사람들에게 친근감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춘천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물을 이끌어 수신(水神)과 화신(火神)의 싸움화소를 끌어들여 게임처럼 만들어 누구나 좋아할 수 있게 하였다. 또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 그리고 측은지심을 불러일으켜 깨비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인간의 심리를 이끌어냈다.

이 사례처럼 <봉산서재와 판관대>이야기도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마케팅으로 변신을 할 수 있다. 단지 무엇을 만들든지 평창 판관대를 알릴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판관대를 찾아 평창에 와서 발길이 닿게 하면 된다. 가령, 나도밤나무는 깨비 같은 캐릭터로 만들고, 호랑이는 악자(惡者)이지만 풍자를 해서 실수를 연발하게 하는 캐릭터로, 스님은 도술을 할 수 있지만 스님보다 도술이 더 높은 주모가 있다든가, 아이를 점지하는 삼신과 아이를 길러주는 칠성신이 호랑이로부터 아이를 보호한다든가, 태몽과 예언의 적중성 등으로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판관대’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든가, 드라마를 만들어서 보여주어도 좋다. 특히 춘천의 마임축제와 같이 평창 판관대에서 일생의례 또는 아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축제콘텐츠로 만들면 제격이다.

3. 결론

지금까지 본고는 평창 판관대이야기의 문화콘텐츠 발굴 및 방안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 논의의 목적은 평창 판관대이야기를 바탕으로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해서 관광 및 평창을 알리는 차원에서 활성화하는 방향을 찾는데 있었다. 지금 판관대 터에 가면 1988년 국회의원 심명보가 주축이 되어 세워진 표석이 하나 서 있다. 그 표석도 한자로 써서 요즘 한글세대 아이들은 읽을 수도 없다. “도대체 저게 뭐야?”라는 의문만 불러 올 수 있고, “옛날의 뭐겠지.”라는 관심 밖의 표석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뭘 하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고에서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분석해서 그 원형을 추출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이야기를 철저히 분석해야 그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특성을 분석해 봄으로써 그 이야기를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지도 정해진다. 아무렇게나 만들면 변별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분석 과정을 보면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의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영감(靈感)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분석한 담화에 따른 중심어를 발굴할 수 있다. 아울러 그런 중심어를 아우를 수 있는 전체적인 원형이 드러난다. 이에 본고에서는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를 원형으로 하였다.

발상과 연상에 따른 마케팅 전략은 앞항에서 발굴한 중심어를 바탕으로 크게 두 개의 틀로 나누어 논의를 했다. 그래서 먼저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판관대 여행’, 그리고 ‘합궁의식’과 ‘풍수’에 대하여 발상과 연상을 해서 장소마케팅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주모의 능력과 예언’, ‘선과 악의 대결’에 대해서 발상과 연상을 해서 이야기마케팅으로 풀어봤다. 그 이야기 마케팅은 장소를 활용한 이야기꾸미기와 공연을 활용한 이야기꾸미기였다. 그 특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므로 <봉산서재와 판관대>이야기는 나름의 특성에 맞게 얼마든지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으로 확산해 갈 수 있다고 봤다.

<참고문헌>

김민주, 󰡔성공하는 기업에는 스토리가 있다󰡕, 청림출판, 2004.

김영, ｢제주국제자유도시와 관광｣, 󰡔도시정보󰡕278, 대한국토 도시계획학회, 2005.

박도식, ｢율곡 이이의 잉태지 “판관대”연구｣,󰡔율곡 선생 잉태지 판관대 재조명을 위한 학술심포지엄󰡕, 평창문화원, 2016, 9~50쪽.

박민영․정윤수, 󰡔인성과 문학󰡕, 백산출판사, 2004.

신범, 󰡔국역 봉서유고󰡕, 평창군, 2006.

유영준, ｢에듀테인먼트콘텐츠를 통한 장소마케팅 전략 개발｣, 한양대학교 대학원 박사논문, 2005.

이승훈 편저, 󰡔문학상징사전󰡕, 고려원, 1995.

이은혜, ｢장소마케팅을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 전주한옥마을을 중심으로｣, 광운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논문, 2012.12.

이학주, ｢지역향토자원을 활용한 관광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개발 연구: 춘천시 구곡폭포 스토리텔링사례를 통해서｣,󰡔인문과학󰡕57, 성균관대학교 인문학연구원, 2015, 209~237쪽.

이학주 외, 󰡔창의적 글쓰기와 말하기󰡕, 강원대학교 출판부, 2014.

장정룡, ｢평창 “판관대”유적지의 전승설화 고찰｣,󰡔율곡 선생 잉태지 판관대 재조명을 위한 학술심포지엄󰡕, 평창문화원, 2016, 53~84쪽.

󰡔평창군지󰡕, 평창군, 1979.

󰡔한국구비문학대계󰡕2-2,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1.

한국문화상징사전편찬위원회, 󰡔한국문화상징사전󰡕, 동아출판사, 1992,

우리말샘, https://dic.daum.net/word/view.

워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

친절한 과학사전 기술 발명 편, https://100.daum.net/encyclopedia 참조.

<Abstract>

Cultivating & Proliferating Cultural Contents with the Story of Pangwandae in Pyeongchang

Lee Hak-ju

This paper discusses cultivating and proliferating cultural contents with the stories about ‘Bongsan’ shrine and ‘Pangwandae.’ It purposes to advertise Pyeongchang with the cultural contensts and storytelling of them based on the stories about ‘Pangwandae.’ It follows new mind-map from keyword prototype, conceptural inspiration, expanded association and business marketing.

It looks for the story prototype of “Bongsan shrine and ‘Pangwandae’ and the contextual keywords of the structure. Prototypes should be the place of conception. Structual keywords should be visiting Pangwandae, love and the pub, bridal ceremony, prophecy of the pub host, fight against evil and Feng-shui.

Again, it focuses on the cultural merchandise and the development of industrial as for the marketing strategy of inspiration and association. It provides two ways of cultivation and proliferation of cultural contents connected with storytelling marketing. First, the place marketing connected with visit, bridal ceremony, and Feng-shui. Yulgok character industry with the prototype of conception place, destinations for couples with Pangwandae’s symbolic image for bridal place, and Feng-shui with ‘Great Absolute’ would be suggested. Second, story marketing with love and the pub-host, the prophecy of host, and fight against evil. Decorating destinations and accommodation with the story and public performance of the story could be proposed.

Keywords: Pangwandae of Pyengchang, Place of Conception, Cultural Merchandise, Place Marketing, Story Marketing

1. 서론

2. 판관대설화의 원형 추출과 이야기마케팅 방안

1) 판관대설화의 분석과 이야기원형 추출

2) 발상과 연상에 따른 이야기마케팅 전략

3. 결론

<논문요약>

이 논문은 평창군에 전하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분석해서 문화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방안을 찾고자 했다. 이를 통해 평창의 관광을 활성화 하고, 평창을 알리는데 목적을 두었다. 연구방법은 이야기의 중심어인 원형-개념어인 발상-확대어인 연상-경영할동인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신마인드맵에 따랐다.

먼저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의 원형과 구조에 따른 각 단락의 중심어를 찾았다. 원형은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를 원형으로 하였다. 단락별 중심어는 ①판관대와 여행 ②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③합궁의식 ④주모의 능력과 예언 ⑤선과 악의 대결 ⑥풍수를 추출했다.

다음으로 발상과 연상에 따른 이야기마케팅전략은 문화콘텐츠에서 추구하는 ‘문화상품’과 ‘산업발전’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궁극적 목표인 이야기마케팅을 접목시켜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문화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첫째는 ‘판관대 여행’과 ‘합궁의식’과 ‘풍수’을 연계한 장소마케팅 차원이었다. 따라서 그 원형이 잉태장소이기 때문에, 어린 율곡이라는 아이캐릭터 만들어 활용하기, 판관대는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합궁한 장소이므로 부부합궁여행지로서의 장소여행, 그리고 태극이 들어간 풍수를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는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주모의 능력과 예언’, ‘선과 악의 대결’을 연계한 이야기마케팅 차원이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제안했는데, 하나는 여행지와 숙박시설을 놀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마케팅으로 꾸미기이다. 또 하나는 공연콘텐츠를 활용한 이야기마케팅으로 만들기이다.

주제어: 평창 판관대설화, 아이 밴 장소, 문화상품, 장소마케팅, 이야기마케팅

1. 서론

본고의 목적은 평창군 봉평면 백옥포리에 있는 판관대(判官垈) 관련 설화를 대상으로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발굴 및 확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있다. 이 판관대는 이율곡의 잉태와 관련된 사실만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판관대에서 이율곡이 잉태했대.”라는 단순한 사실이다. 이마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도대체 판관대가 뭐야.”라는 정도이다. 어쩌면 백옥포리를 지나면서 돌에 새겨진 판관대라는 한자어를 읽지 못해서 아무런 반응도 없이 지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판관대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알지 못해서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알아야 사람들은 찾는다. 알아야 말을 하고 글을 쓰고 방송으로 나갈 수 있다. 알아야 스토리텔링이 되고, 문화콘텐츠로 확산시킬 수 있다. 알면 누군가에게 전하려 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심리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판관대 관련 글을 쓰고 지상에 발표를 하는 것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자 하는 의도이다.

평창은 이제 세계적인 지역이 되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평창이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큰 계기였다. 정말 세계에서, 아니 대결구도로만 있던 북한까지 주목하였던 지역이다. 우리는 그때 올림픽을 계기로 평창이 괄목할 성장을 이룰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순간의 화려한 빛이었다. 소위 올림픽을 활용할 수 있는 원천이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황량한 대관령 꼭대기에 올림픽만 화려하게 치르고 썰물 빠지듯이 모두 빠져 나갔다. 그렇게 화려한 빛이 스쳐 지나간 평창은 오히려 더 썰렁하게 느껴졌다. 다시 찾을 수 있는 관광원천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처럼 빚만 잔뜩 진 강원도, 땅값타령으로 시끄럽기만 했던 평창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평창에 가면 뭔가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된다. 행사 위주의 일회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제나 가면 뭔가 있는 평창다운 그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평창에 가서 그런 평창다움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올림픽 이후에도 많은 후속 행사를 치렀다. 그러나 그 모든 행사는 평창군민들에게 도움이 못 되었다. 기껏해야 큰 관광시설인 리조트 몇 개에 손님이 와서 순간의 이익을 봤을 뿐이다. 리조트에서 밖으로 나갔을 때 걸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공부할 수 있는 원천을 구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평창의 이미지가 살아나서 다시 찾는 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재방문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 판관대의 문화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를 위해 그 방안을 제시하는 목적이 이에 있다. 한 입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나씩 쌓아 나가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그날이 올 것을 믿으며 시작하는 것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봉산서재와 판관대>라는 설화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발굴할 원형을 찾고, 그 원형으로부터 발상과 연상을 해서 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야기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기초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은 원형(原型, Archetype)을 설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은 그 대상의 시공(時空)에 따라 나름의 독특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할 경우 어디에 가나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때문에 같은 탄생설화라 하더라도 그 특성인 원형을 분명하게 특정 지워서 스토리텔링을 하고 문화콘텐츠로 확산해야 한다. 따라서 본고는 판관대설화의 원형을 찾는 데서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그로부터 확산하여 궁극적인 전략을 찾아보도록 한다.

2. 판관대설화의 원형 추출과 이야기마케팅 방안

평창의 판관대는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살면서 율곡이라는 큰 성리학자를 밴 ‘집터’이지만, 이제는 평창의 향토자원(鄕土資源)이 되었다. 좋은 향토자원은 향토산업으로 만들어 가꾸는 것이 당연하다. 어떤 물품이든 가꾸어서 좋은 재화(財貨)로 만들면 그 지역민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좋은 방향으로 계속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율곡을 밴 집터 판관대는 이런 면에서 보면 아주 훌륭한 향토자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향토자원을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 문화산업으로 확장할 필요가 충분히 있다.

향토자원을 발굴하여 문화산업으로 확장할 때 쓰는 방법으로 소위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라 하여 ‘파생방법(派生方法)’을 많이 쓰고 있다. 이 방법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는데 아주 유효하고 권장 할만하다. 토론을 할 때 자유롭게 의견을 내게 하여 아이디어의 연쇄반응을 일으켜 최대한 많이 도출해 내게 하는 파생법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파생방법을 체계화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체계화 하는 방법으로 신마인드맵(new mind map)을 활용할 수 있다. 신마인드맵은 마케팅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마인드맵을 해 가는 방법이다. 그 방법은 향토문화자원처럼 원 텍스트에서 원형(原型)인 중심어(中心語)를 발굴하고, 원형에서 발상(發想)을 해서 개념어(槪念語)를 만들고, 발상에서 연상(聯想)을 해서 확대어(擴大語) 순으로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다.

본고에서는 판관대와 관련한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가 향토문화자원이 된다. 따라서 판관대설화와 관련한 자료를 중심으로 신마인드맵의 원리를 이용하여 최대한 많은 자료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1) 판관대설화의 분석과 이야기원형 추출

평창의 판관대는 수운판관 벼슬을 하던 이원수(李元秀, 1501~1561)가 신사임당과 한동안 머물러 살았던 ‘집터’이다. 『봉서유고』의 <판관대기>에 의하면 판관대라 할 때 대(垈)는 별장(別莊)의 의미라 했다. 그러니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별장의 개념으로 지어놓고 한 동안 살았던 집터이다. 그런데 이 집터가 유명하게 된 것은 이원수와 신사임당의 아들 율곡 이이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아이를 밴 곳인 잉태지(孕胎地)이다. 그때 태어난 아이가 율곡 이이(李珥, 1536~1584)이다.

이이는 조선조 성리학의 대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저서와 활약이 대단해서 많은 선비들이 따르던 인물이다. 평창의 판관대가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그의 명성 때문이다. 그야말로 유명한 인물이 어머니 뱃속에 배게 된 장소여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대체적으로 판관대와 율곡의 이야기는 주막-주모-판관대-몽룡실-나도밤나무-이원수-신사임당-이율곡-성리학-철학-위인-봉산서재 등으로 이어진다. 이런 판관대이야기의 중심에는 이원수와 주모의 이야기부터 전개된다. 그 중 잘 정리된 이야기는 『평창군지』에 실려 있는 <봉산서재와 판관대>라는 설화이다. 아무래도 판관대 콘텐츠의 중심은 이 설화를 바탕으로 그 원형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 보도록 한다.

①율곡 선생을 이곳 봉산서재에 배향하게 된 유래는 율곡 선생의 부친 李元秀 공이 仁川 지방 水運 判官으로 재직할 당시 한때 자연을 사랑하여 산수가 아름다운 봉평에 자리 잡고 4년간 살았다. 때마침 원수 공은 여가를 틈타 인천에서 본가인 이곳으로 오던 중 평창군 대화면 반정(상안미리)에 이르러 날이 저물고 피로에 지쳐 하룻밤 쉬려고 길가 주막에 여장을 풀었다.

②그날 밤 일찍이 과부가 되어 홀로 주막을 경영하던 주모의 꿈에 용이 가슴 가득히 안겨오므로 이상히 여겨 홀연 꿈을 깨치고 일어나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는 틀림없이 잉태할 꿈이요, 비범한 인물을 하늘이 점지하여 준 것으로 생각하고 자식을 얻을 기회가 왔구나 하였다. 주모는 자신의 처지를 돌이켜 보니 혼자 몸이요 그날 밤 대상이 될 사람은 주막에 묵고 있는 원수 공 뿐이라 여러모로 살핀 끝에 그분이 예사 사람이 아니므로 여자로서의 수치심도 잊어버리고 원수 공의 방으로 뛰어들어

“손님 저를 물리치지 마십시오.”하니 놀란 원수공이, “이 무슨 해괴한 짓이요. 내 그대를 행실 바른 여인으로 알고, 묵으려 했는데 이래 되겠소.”하고 달래니, “손님 아무 말씀 마시고 하룻밤만 정을 맺게 하여 주시오.”하고 애걸하였으나 원수공은 완강히 뿌리치고 말아 주모는 소원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튿날 아침 부끄럽고도 서운한 마음으로 작별을 하는데 원수공의 얼굴에는 범할 수 없는 서기가 서려 있음을 보고 이는 도저히 내 운수가 아니구나 하며 주모는 체념하였다.

③그 무렵 율곡 선생의 어머니 사임당 신씨(申氏)는 강릉 오죽헌 언니네 집에 머물러 있었다. 역시 하룻밤 꿈에 용이 가슴 가득이 안겨 오는 꿈을 꾸고 나서 즉시 귀가하려 했다. 언니는 며칠만 더 유하기를 간곡히 권하였으나, 사임당 신 씨는 이를 뿌리치고 그날로 1백 40리 길을 걸어서 집에 돌아와 있던 중 마침 원수공이 당도 했다. 신 씨는 오랜 만에 만난 남편을 대하여 반기기는 고사하고 말도 않고 표정에 변화도 없이 묵묵히 남편을 대하였다. 부인의 성품이 남다름을 잘 알고 있으므로 역시 아무 말 없이 그날 밤 잠자리를 같이 하였는데 율곡 선생을 잉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9개월 만에 강릉 오죽헌으로 이거하여 율곡 선생을 낳았다.

④한편 원수공은 며칠을 이곳에서 머물다 임지로 돌아가던 길에 또 다시 반정의 주막에 들게 되었다. 지난 일을 생각해 보니 사나이 대장부로서 아녀자의 청을 못 들어준 것이 마음에 걸리어

“여보시오 주모, 내 전날에는 대단히 미안하게 되었소. 오늘밤 당신과 정을 맺으려 하오.”하니, “어르신네의 말씀은 대단히 고마우나 지난번 하룻밤을 모시고자 한 것은, 홀로 사는 아낙에게 하늘이 점지하신 비범한 영재(英才)를 얻고자 함이었는데 오늘 어르신네의 얼굴에는 전날의 서기가 없어졌으므로 뜻을 받들 수 없습니다.”하며 말을 이어, “이번 길에 댁에서는 귀한 아들을 얻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몇 해 안가 호환이 있을 겁니다.”하니 공이 당황하여, “그 무슨 말이요. 만약 진실로 그러할 진데 앞일을 예견하는 당신께서는 그 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알 것이니 제발 묘법을 가르쳐 주시오.”, “그러면 돌아가 밤나무 천 그루를 심으면 호환을 막을 수 있으리라.”하였다.

⑤원수공은 율곡 선생이 어려서 자라던 명주 땅에 정성을 다하여 밤나무 천 그루를 심어놓고 그 일은 잊어버리고 말았다. 몇 해 후 한 승이 나타나, “시주를 하여 주시오. 그리고 귀댁의 아드님을 만나 보게 해주시오.”하니 깜짝 놀라, “시주는 드릴 수 있으나 아들은 무슨 일로 보자 하시오.”하고 거절한 즉, “그러면 밤나무 천 그루를 시주할 수 있겠느냐?”, “예, 그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리로 따라 오시오.”하고 뒷동산으로 안내하여 나무를 하나하나 세는데 아무리 헤아려도 천 그루에서 한 그루가 모자란다. 원수공이 당황하여 얼굴이 사색이 되었는데 돌연 숲 속에서 한 나무가 외치기를, “나도 밤나무”, 하니 승은 혼비백산 도망을 가는데 호랑이로 둔갑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⑥판관대(判官岱) 이야기는 현종 3년에 나라에서는 이 원수공이 율곡 선생을 잉태한 영지라 하여 이 지역 산과 전답을 포함하여 사방 5리를 하사하고 감관(監官)을 파견, 수확의 10분지 1을 제향비로 쓰도록 하였다.

율곡의 탄생과 관련하여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다. 이 이야기 내용의 중심어는 물론 율곡의 잉태(孕胎)이다. 더 첨부한다면 위대한 인물의 탄생과 봉향(奉享)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서사구조도 율곡의 잉태에 따른 로맨스와 위대한 인물의 성장을 가로막는 세력을 물리친 극복담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그의 사후 사패지에 관한 후술담이다.

이야기가 크게 복잡하게 연계 되지는 않지만, 이야기 생성 당시의 문화적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 ①서울서 평창까지의 길, ②주막의 역할, ③태몽과 합궁, ④예언, ⑤호환, ⑥사패지(賜牌地)에 얽힌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설화를 구성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그 당시 처가살이와 관련된 혼인풍속이다. 그러면 이 이야기의 원형과 발상과 연상을 위한 분석을 해 보도록 한다. 원천소스인 설화를 철저하게 분석해야만 그로부터 파생되는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그 만의 특성을 띠고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단락별 특성을 분석하여 그 중심어를 찾아본다.

첫째, 이야기의 서두 부분이다. 이 부분은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평창군 봉평에서 살게 된 내력과 이원수가 서울에서 평창의 대화 반정(상안미리)의 주막에 이르기까지이다. 여기서는 판관대라는 특정 장소를 부각하는 서사가 두드러진다. 그리고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고 피로하면 주막에 머문다는 옛 여행방식이 소개되고 있다. 따라서 ‘판관대’와 ‘여행’이라는 중심 단어를 추출해 낼 수 있다.

둘째, 주막의 역할이다. 옛날 주막은 여행자인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저물면 자고, 밥과 술을 먹고 가던 곳이다. 이 이야기에도 어김없이 주막의 역할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이야기에서는 주막의 역할보다도 주모와 이원수의 로맨스가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다. 남녀가 사랑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주막의 역할 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주모가 보통 주모가 아니다. 나중에 예언과 연계되지만, 미래를 알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여인이다. 태몽을 꾸고 큰 자식을 낳을 수 있음을 알고, 이원수의 얼굴에 서린 상서로운 기운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유자이다. 여기서 주모의 태몽은 주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서사장치일 뿐이다. 곧, 주모의 능력을 이렇게 부각한 것은 주모를 신사임당이라는 인물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이다. 그 때문에 나중에 이원수가 다시 잠자리를 청했을 때, 주모는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 이야기가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소위 사랑의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원수와 신사임당과 주모라는 삼각관계 구도를 만들어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랑의 삼각관계는 단순히 로맨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율곡의 정당한 탄생을 강조하는 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모의 유혹을 극복하고 본처인 신사임당에게 가서 아이를 배었다는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는 로맨스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라는 두 단어를 중심어로 추출해 낼 수 있다.

셋째, 신사임당의 태몽과 판관대에서의 합궁이다. 신사임당이 용꿈을 꾸고 판관대까지 급히 온 사연은 역시 신사임당의 능력을 부각하는 장치이다. 이야기에서 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산길을 걸어 1백 40리를 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합궁을 할 때, 신사임당이 이원수를 반기지도 않고 표정도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원수도 아무 말 없이 잠자리를 같이 했다. 합궁으로만 보면 상당히 재미없는 서사장치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관습으로 본다면 어떤 의식(儀式)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합궁금기(合宮禁忌)라 할 것이다. 큰 자식을 낳기 위한 의식에서 금기를 행하고 있는 서술표현이다. 그렇게 의식을 치르고 아이를 뱄고, 강릉 오죽헌에서 아이를 낳았다. 친정에 가서 아이를 낳는 옛 풍습이 묘사되었다. 따라서 여기서는 ‘합궁의식’을 중심어로 추출할 수 있다.

넷째, 주모가 일러 준 율곡의 호환과 예방법에 대한 예언이다. 이원수가 서울로 상경하면서 주막에 들러서 주모에게 추파를 던지고 주모가 거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부분은 주모의 인물됨을 부각하는 장치이지, 이원수의 바람기를 드러내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 이유는 주모가 하는 다음말로 이어진다. 귀한 자식을 얻을 것이고, 자라다가 호환에 죽을 수 있다는 예언이다. 주모의 비범함이 드러난다. 어쩌면 이 이야기 중에서는 신사임당보다도 더 뛰어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예방에 대한 대책까지 마련해 주는 데서 볼 수 있다. 사랑의 삼각관계에서 주모가 양보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왜냐면 이야기가 위대한 인물의 탄생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나무 천 그루’는 무엇을 뜻할까? 이 부분에 다들 의아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것은 다음 화소와 연계가 된다. 일단 이 부분에서는 ‘주모의 능력’과 ‘예언’이라는 중심어를 추출할 수 있다.

다섯째, 밤나무 천 그루로 호환을 막은 일이다. 이 단락까지 주모의 능력이 이어지고 있다. 주모의 예언으로 방비를 했기 때문에 이원수는 아들을 호환으로부터 막을 수 있었다. 일상적으로 스님은 선지자 또는 중생의 조력자 역할을 많이 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스님이 시주를 요구하고 있다. 시주(施主)는 스님들이 구도행각을 하고, 중생들이 잘 살 수 있는 불국토를 만드는데 필요한 물품이다. 이야기에서 ‘밤나무 천 그루’는 이런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다. 밤나무는 나무이고, 그 중에 밤은 5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어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양식이다. ‘천 그루’는 아주 많은 숫자를 의미한다. 여기서 나무는 수많은 상징을 띠고 있지만, ‘우주의 생명’이라는 상징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밤나무 천 그루’를 심고 시주로 요구한 행위는 아주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선행을 베푼 것을 뜻한다. 이런 문맥으로 본다면 스님으로 변한 호랑이는 위대한 인물의 탄생과 성장을 가로막은 적대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랑의 삼각관계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주모가 조력자의 역할로 아이의 죽음을 예방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주모는 비록 신사임당과 사랑의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었지만 악녀나 방해꾼이 아니었다. 도움을 주는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을 하였다. 호랑이가 스님으로 변한 화소는 마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설화에서 어머니로 변장한 호랑이와 같다. 스님은 구도자이면서 선지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생은 스님의 선행을 생각하지 악행을 생각하지 않는다. 일종의 악한 자가 트릭(tricks)을 써서 스님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위대한 인물의 성장을 막으려던 적대세력은 이야기에서 호랑이라는 원래 악한 모습으로 변해 도망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선과 악의 대결’을 중심어로 추출할 수 있다.

여섯째, 사패지(賜牌地)에 얽힌 기록이다. 이 사패지에 대한 기록은 봉산서재와 판관대의 기념물 건립을 위해 노력한 자료 여러 곳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 부분은 이야기의 서사구조와 상관없이 첨부되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사패지는 이 이야기의 원래 목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일종의 <전(傳)>문학에서 작품 끝에 붙는 평결(評決)부분과도 흡사하다. 이 이야기에서 사패지는 제목과도 연계된다. 제목이 ‘율곡의 탄생’이 아니라, <봉산서재와 판관대>이다. 곧, 봉산서재에 율곡이 배향된 사연과 판관대라는 집터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판관대라는 집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야기에서 “이 원수공이 율곡 선생을 잉태한 영지”라 하여 제향비로 쓰게 했다고 했다. 이처럼 사패지가 된 것은 결국 율곡을 밴 곳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판관대’와 ‘사패지’처럼 장소를 부각하고 있는 것은 이곳의 땅이 좋다는 사실을 나타내려는 의도이다. 이것이 나중에는 확산되어 구체적으로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은상이 쓴 󰡔사임당의 생애와 예술󰡕에서는 아주 길게 좋은 자리임을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끝부분에 “판관대는 이같이 산수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므로 사람들은 예부터 산과 물이 서로 감고 돈다고 해서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이라 일러왔고”라고 했다. 우리는 이런 사실로부터 판관대가 풍수적으로 좋은 길지(吉地)임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음택풍수가 아니라 양택풍수로서 훌륭한 인물이 탄생할 수 있는 길지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풍수’를 중심어로 추출할 수 있다.

지금까지 평창군에서 전승하고 있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중심으로 서사구조에서 나타나는 원형을 분석하여 중심어를 추출해 봤다. 서사구조는 여러 개의 담화(談話)로 이뤄지므로 사건 별 서사단락으로 구성된 담화별로 분석을 했다. 그 결과 ①판관대 여행 ②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③합궁의식 ④주모의 능력과 예언 ⑤선과 악의 대결 ⑥풍수로 추출되었다. 이 중심어를 일상적으로 통합하면 당연히 ‘율곡의 탄생과 성장’이 된다. 그러나 평창의 판관대라는 장소에 초점을 맞추면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가 될 수밖에 없다. 비범한 탄생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느냐, 장소성에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풍수적으로 길지에서 위대한 인물이 탄생한다는 장소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런 곳에서 태어난 인물이기에 호환을 물리칠 수 있었다는 결과론으로 맞추면 잉태지로 그 중심어를 통합할 수 있다. 뒤의 호환 이야기는 위대한 인물이 나오면 그를 해코지 하고자 하는 적대세력이 나온다는 우리의 관념이 설화에 반영되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위대한 인물은 좋은 땅에서 나온다는 관념을 반영하여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를 전체적인 원형으로 하고, 각각의 서사단락에서 추출한 중심어는 발상의 개념어로 넘겨서, 연상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2) 발상과 연상에 따른 이야기마케팅 전략

지금까지 판관대와 봉산서재에 얽힌 이야기를 통하여 그 원형을 찾아보았다. 이야기의 맥락이 분명하고 주제어가 변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이 밴 곳’, ‘잉태지’의 원형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거기다 전통적인 문화 마인드인 한양 가는 길, 주막, 예언 등 6가지의 설화담(說話談)이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이야기의 원형을 ‘판관대콘텐츠의 개발과 활성화’란 이야기마케팅전략에 따라 발상(發想)과 연상(聯想)을 해야 한다. 얼마든지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문화콘텐츠라 하면 문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물 일반을 통틀어 그 범주에 넣는다.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그 개념을 말했다.

문화콘텐츠(Culture Contents)를 문화, 예술, 학술적 내용의 창작 또는 제작물뿐만 아니라 창작물을 이용하여 재생산된 모든 가공물 그리고 창작물의 수집, 가공을 통해서 상품화된 결과물들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정의한다.

매체를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문화 정보나 그 내용물. 글, 그림, 영화, 문화재 등 문화적 성격을 가진 내용물을 멀티미디어 기술을 통하여 산업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통틀어 이른다.

이 규정에 의하면 문화콘텐츠의 범주가 상당히 넓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문화상품’과 ‘산업발전’이라는 단어이다. 이 단어들은 모두 상업적 경영활동에 초점을 둔 것이다. 이런 상업성은 스토리텔링도 마찬가지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여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마케팅이다. 문화콘텐츠와 다른 점은 ‘이야기마케팅’이라는 점이다. 물론 여기서는 이야기의 원형(one source)으로부터 멀티유즈(multi use)를 하는데, 매체, 트랜드, 대중의 욕구 등을 반영해야 한다. 어떻든 둘 모두 향유자에게는 즐거움을 주고, 생산자에게는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봉산서재와 판관대>이야기로부터 추출한 ‘아이 밴 장소’로부터 ①판관대 여행 ②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③합궁의식 ④주모의 능력과 예언 ⑤선과 악의 대결 ⑥풍수 등을 사용하여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보도록 한다.

첫째, ①과 ③과 ⑥을 같이 연계하여 엮어낼 수 있다.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판관대 여행’, 그리고 ‘합궁의식’과 ‘풍수’에 대하여 발상과 연상을 해서 장소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문제이다. 일단 판관대와 여행, 그리고 합궁장소와 풍수를 합치면 장소마케팅(place marketing)을 활용한 여행지로 만들 수 있다.

장소마케팅에 있어서 장소는 단순한 지리적인 위치나 공간 그 자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는 그 장소에 대해 “개개인마다의 경험과 의미를 투영한 감정적 유기체”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또 환상과 신비감으로 아름다운 느낌을 드러내서, 나그네의 호기심과 서정적 감동을 유발할 수 있도록 심미안적 가치투여를 한 장소여야 한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하느냐 하면 ‘발견하고 창조하는 것’이다. 이처럼 장소마케팅을 연구한 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장소가 여행자의 마음에 와 닿아 짜릿한 감동을 주고, 환상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장소마케팅은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이런 것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판관대는 율곡이라는 위대한 인물이 잉태한 곳이라 했다. 그리고 그 주변의 풍광이 산태극 수태극이라는 태극의 문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둘은 아주 좋은 장소마케팅의 자료이다. 그런데 그냥 ‘율곡’은 감동을 줄 수 없다. 그리고 그냥 ‘산태극 수태극’도 감동을 줄 수 없다. 잉태장소이기 때문에 어린 율곡이라는 아이캐릭터 만들어 활용하기,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합궁한 장소이므로 부부합궁여행지로서의 장소여행, 그리고 태극이 왜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어쩌면 이런 사실은 모두 풍수와 연계될 수도 있다.

특히, 태극을 활용한 다양한 물품과 스토리텔링을 입히면 여행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태극(太極)은 하늘과 땅의 근원이고, 겉으로 보면 아무런 움직임이 없지만, 활발한 운동을 해서 음양(陰陽)을 만들어내고, 사상(四象)∞팔괘(八卦)∞64괘처럼 무한한 운동에너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원리를 담아 주는 것이다. 이렇게 태극의 원리를 입혀서 판관대에 가면 옛날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살았고, 합궁을 해서 율곡을 가졌다는 단순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여행자들이 판관대와 관련하여 만들어 놓은 태극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에 따라 직접 체험하여 만족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훌륭한 자식을 낳는 합궁법을 -설화에서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지키게 할 수도 있다. ‘태극’과 ‘금기’와 ‘여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합궁법은 좋은 콘텐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장소에서 여행을 하듯, 태극문양의 방을 만들고, 말을 하지 않는 일정한 금기를 지키는 등의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다. 장소마케팅은 유형의 관광지로 관광자의 재방문(再訪問)이 주요 목적이므로 관광지 특성화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소와 관련해서 다음의 시에서도 또 다른 메시지를 주고 있다.

<판관대설월시를 차운하다(次判官垈雪月韻)>

好月宵宜瑞雪冬 좋은 달 좋은 저녁, 서설(瑞雪) 나린 겨울인데

白而又白白之宗 희고 또 희니 흰 것의 본종(本宗)이로다

昏不能黃鹽萬里 황혼도 능히 백염(白鹽) 만 리를 누렇게 못하니

夜何敢染玉千峰 밤이 어찌 감히 백옥 천봉을 검게 할 수 있으랴

至明焉有纖纖垢 지극히 맑으니 어찌 아주 작은 때라도 있을 것인가

極靜可聞遠遠鍾 지극히 고요하니 멀고 먼 종소리도 들을 수 있도다

此非剡水人誰訪 여기는 섬수(剡水)가 아니니 누가 찾아올 것인가

安道猶難子猷達 안도는 아직도 자유(子猷)를 만나기 어렵네

바로 평창 판관대의 겨울 경치이다. 달이 비친 밤에 눈 내린 날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꿈같은 풍광이 있음을 만들어 낸다. 어찌 달뜨고 눈 내린 겨울 풍경뿐이겠는가. 봄여름가을겨울 사시의 풍광 특징을 잡아 얘기할 수도 있다. 동양의 8경(八景)인식을 활용하는 것은 좋은 발상이다.

또 먹거리는 최고의 장소마케팅이다. 그곳에 가면 그런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은 설렘으로 다가온다. 다음 시를 보자

<판관대에 있는 최혜간의 집에서 묵다(宿判官垈崔兮幹家)>

自喜遠歸體粗安 원행에서 돌아가며 몸이 편안함을 스스로 기뻐하는데

一能甘睡一甘食 하나는 달게 잘 수 있는 곳이요 하나는 달게 먹는 것이라

因其所見詩容易 그 본 것으로 인하여 시를 쉽게 지었으니

習以常行道不難 익히면서 늘 가니 길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도다

萬水成橋天下達 만수가 다리를 만들어 천하가 이어졌고

千山落木眼心寬 천산 낙엽 진 나무는 눈과 마음에 너그럽네

村名依舊行笻住 촌 이름은 예대로 판관대인데 지팡이를 멈추니

却憶當時李判官 돌이켜 당시의 이판관을 추억하네

시에서는 잠자리, 먹을거리, 여행, 주변풍광, 추억까지 모두 이야기하고 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만족한 마음을 시로 나타냈다. 관광을 목적으로 장소마케팅을 할 때 무엇이 필요한 지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둘째, ②와 ④와 ⑤를 연계하여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주모의 능력과 예언’, ‘선과 악의 대결’에 대해서 발상과 연상을 해서 이야기마케팅(story marketing)으로 활용하는 문제이다. 이 역시 ‘주막’이라는 장소는 아주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사랑의 삼각관계’는 또 다른 로맨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랑의 삼각관계’는 식상하지 않다. 서사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로맨스의 대결구도로 언제나 쓰일 수 있다. ‘예언’은 일생의례의 점복과 관련지을 수 있다. ‘사랑’과 ‘선악의 대결’은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메뉴이다. 이를 하나로 엮으면 환상적인 사랑의 창작콘텐츠로 제격이다. 나도밤나무나 호랑이는 보조 인물로 적당하다.

이와 관련해서 본고에서는 두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는 장소인 여행지와 숙박시설을 놀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마케팅으로 꾸미기이다. 둘째는 공연콘텐츠를 활용한 이야기마케팅 만들기이다.

첫째, 장소를 활용한 이야기꾸미기이다. 여행지장소는 판관대설화를 바탕으로 꾸밀 수 있다.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만나는 과정에 스토리를 넣어 길과 장소를 만들 수 있다. 또 이원수가 주막을 거쳐 길을 가는 나그네여행의 길을 꾸밀 수 있다. 여기서 주막은 옛날식으로 할 수도 있지만 현대식 주막으로 바꾸어서 활용해도 좋다. 아니면 옛날식과 현대식을 혼합해도 좋을 것이다. 곧 먹고 자고 함께 어울려 놀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든다. 이원수와 신사임당과 이율곡이 다 같이 들어가는 박물관을 만들어도 좋다. 단 아이캐릭터와 아이와 관련된 기자신앙, 태몽, 교육 등과 관련된 산육속(産育俗)을 평창의 민속문화와 관련하여 함께 꾸미면 지역적 특색이 담겨 다른 지역과 변별력을 가질 수 있다. 내부 시설은 얼마든지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여행지와 숙박시설을 이야기마케팅으로 꾸민 사례는 전국에 걸쳐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다. 요즘 유행하는 둘레길도 좋은 참고가 된다. 강원도만 보더라도 춘천의 구곡폭포, 삼척의 수로부인공원이나 해신당공원, 강릉의 아들바위공원, 이사부크루즈여행도 좋은 사례이다. 이 사례처럼 설화가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하여 직접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특별히 춘천의 구곡폭포스토리텔링을 사례로 들어본다. 구곡폭포 입구에 가면 안내판이 하나 서 있는데 정말 명품이다. 이것은 구곡폭포를 비롯해서 주변의 향토자원을 활용해서 만든 설치마케팅이다. 구곡폭포의 특성을 파악해서 ‘꿈’이라는 단어를 추출해 내고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9개의 단어를 연상으로 이끌어 냈다. 그 과정은 다음 표와 같다.

구분	향토문화자원	➲	원형 (특색)	➲	발상 (활력)	➲	연상 (변화)	➲	설치마케팅
내용	구곡폭포, 구구리, 깔딱고개, 문배마을		9, ㄲ, 폭포		아주 많은 굽이 아주 많은 삶의 고비 고비마다 느끼는 원망		꿈(꿈, 끼, 꾀, 깡, 끈, 꾼, 꼴, 깔, 끝) 변화와 순환		9개의 나눔 표지판

이 표와 같이 구곡폭포 안내판은 향토자원을 활용하여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림에서 보는바와 같이 구곡폭포로 오르는 길에 9개의 표지판을 세워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성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둘째, 공연콘텐츠로 이야기꾸미기이다. 이야기꾸미기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에 등장하는 인물을 패러디해서 만들면 좋다. 등장인물이 모두 성격이 뚜렷하다. 이원수, 주모, 신사임당, 신사임당의 언니, 율곡, 스님, 나도밤나무, 호랑이를 비롯해서 삼신할머니 등이 등장할 수 있다.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공연콘텐츠로 꾸며 성공하기 위해서 춘천의 마임축제 예를 사례로 들어 논의하도록 한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설화가 어떻게 공연콘텐츠로 탈바꿈 하는지를 읽을 수 있다. 내용이 조금 길지만 차용사례로 훌륭하므로 논의를 이끌어 가보겠다.

춘천에는 마임축제가 있다. 춘천의 마임축제는 세계3대 마임축제라 불릴 만큼 성공적이다. 문광부에서 몇 번에 걸쳐 최우수축제로 평가하기도 했다. 마임축제는 처음 의암호 중간에 떠 있는 고슴도치섬[蝟島]에서 밤새워 공연을 하였다. 사람들은 마임공연을 보기 위해 각자 돗자리를 들고 위도를 찾았다. 밤새 난장이 벌어지는 진풍경을 만들어 냈다. 춘천시 중앙로에는 양쪽 길을 막고 사람들이 가득 거리를 메웠으며, 소방차가 와서 물을 뿌리는 공연을 하였다. 그럼 왜 사람들은 그렇게 마임에 열광했을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춘천의 <공지천>설화를 패러디 한 춘천마임축제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 마임축제의 이야기에는 감성을 자극할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민주는 “스토리는 이성을 무력화하고 감성을 자극한다.”고 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과 효과를 한 마디로 잘 표현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효과를 극대화 시킨 것이다. 그러면 그 이야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도록 한다. 이야기가 길어 발췌해서 보면 다음과 같다.

<공지천의 물고기>

퇴계 이황이 춘천에서 지낼 때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루는 강아지가 들어와서 마루 밑에 쪼그리고 앉아 이황이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귀동냥하였다. 이황은 배우려는 강아지가 기특하여 끼니때마다 밥과 반찬을 덜어주었다. 3년이 지나자 강아지가 사라졌다. 며칠 후 초립동이가 이황을 찾아와 자신이 용왕의 아들인데 학업을 게을리 하여 아버지가 이황의 집 마루 밑에 가서 가르침을 받고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초립동이는 용왕이 이황을 모셔오라 했다면서 용궁으로 안내하였다. 용궁에서 용왕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는 이황에게 용왕이 짚 한 오라기를 주면서 잘라서 반찬으로 먹되 머리부터 잘라 먹으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짚을 잘라 구우니 용궁에서 맛보았던 맛있는 물고기였다. 먹다 남은 짚 끝을 개울에 넣었더니 수많은 고기가 되었다. 그 물고기가 바로 공지어이다. 그 후로부터 그 개울을 공지천이라 불렀다.

공지천 관련 설화는 몇 가지 이본이 있다. 위 이야기는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실려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한 이야기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설화가 다음과 같이 새롭게 탄생을 한다.

<마임축제 포스터 내용 재구성>

우주에 사는 깨비들이 여행 중 블랙홀에 빠져 춘천에 떨어졌다. 우주선이 망가져 돌아갈 수 없게 된 깨비들은 지구 곳곳에 흩어져 산다. 일 년에 한 번 춘천에서 모여 우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깨비들이 모이는 날 화신(火神)이 쳐들어와 물의 도시 춘천의 수호신인 수신(水神)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는데, 이른바 아! 水라장이 벌어진다. 깨비들은 수신을 도와 화산을 가둔다. 깨비들의 도움이 고마운 수신은 공지천에 사는 공지어 9,999 마리를 만들어 한마음으로 불에 태우면 우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알려준다. 깨비들은 우주로 돌아가기 위해 공지어를 만들기 시작하고 시민들이 돕는다. 수신은 감옥에 가둔 화신을 풀어주어 깨비들이 그 불로 공지어를 태울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마음을 모으지 못한 깨비들은 우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고 다음해를 기약하며 흩어진다.

공지천을 배경으로 전승하는 설화를 각색하여 세계 3대 마임축제로 변신한 사례이다. 원천소스에는 없는 ‘깨비’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도깨비캐릭터를 첨부해서 사람들에게 친근감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춘천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물을 이끌어 수신(水神)과 화신(火神)의 싸움화소를 끌어들여 게임처럼 만들어 누구나 좋아할 수 있게 하였다. 또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 그리고 측은지심을 불러일으켜 깨비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인간의 심리를 이끌어냈다.

이 사례처럼 <봉산서재와 판관대>이야기도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마케팅으로 변신을 할 수 있다. 단지 무엇을 만들든지 평창 판관대를 알릴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판관대를 찾아 평창에 와서 발길이 닿게 하면 된다. 가령, 나도밤나무는 깨비 같은 캐릭터로 만들고, 호랑이는 악자(惡者)이지만 풍자를 해서 실수를 연발하게 하는 캐릭터로, 스님은 도술을 할 수 있지만 스님보다 도술이 더 높은 주모가 있다든가, 아이를 점지하는 삼신과 아이를 길러주는 칠성신이 호랑이로부터 아이를 보호한다든가, 태몽과 예언의 적중성 등으로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판관대’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든가, 드라마를 만들어서 보여주어도 좋다. 특히 춘천의 마임축제와 같이 평창 판관대에서 일생의례 또는 아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축제콘텐츠로 만들면 제격이다.

3. 결론

지금까지 본고는 평창 판관대이야기의 문화콘텐츠 발굴 및 방안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 논의의 목적은 평창 판관대이야기를 바탕으로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해서 관광 및 평창을 알리는 차원에서 활성화하는 방향을 찾는데 있었다. 지금 판관대 터에 가면 1988년 국회의원 심명보가 주축이 되어 세워진 표석이 하나 서 있다. 그 표석도 한자로 써서 요즘 한글세대 아이들은 읽을 수도 없다. “도대체 저게 뭐야?”라는 의문만 불러 올 수 있고, “옛날의 뭐겠지.”라는 관심 밖의 표석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뭘 하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고에서는 <봉산서재와 판관대>설화를 분석해서 그 원형을 추출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이야기를 철저히 분석해야 그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특성을 분석해 봄으로써 그 이야기를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지도 정해진다. 아무렇게나 만들면 변별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분석 과정을 보면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의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영감(靈感)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분석한 담화에 따른 중심어를 발굴할 수 있다. 아울러 그런 중심어를 아우를 수 있는 전체적인 원형이 드러난다. 이에 본고에서는 ‘아이 밴 장소’ 곧 ‘잉태지’를 원형으로 하였다.

발상과 연상에 따른 마케팅 전략은 앞항에서 발굴한 중심어를 바탕으로 크게 두 개의 틀로 나누어 논의를 했다. 그래서 먼저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판관대 여행’, 그리고 ‘합궁의식’과 ‘풍수’에 대하여 발상과 연상을 해서 장소마케팅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아이 밴 장소’라는 원형으로부터 ‘주막의 역할과 사랑의 삼각관계’, ‘주모의 능력과 예언’, ‘선과 악의 대결’에 대해서 발상과 연상을 해서 이야기마케팅으로 풀어봤다. 그 이야기 마케팅은 장소를 활용한 이야기꾸미기와 공연을 활용한 이야기꾸미기였다. 그 특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므로 <봉산서재와 판관대>이야기는 나름의 특성에 맞게 얼마든지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으로 확산해 갈 수 있다고 봤다.

<참고문헌>

김민주, 󰡔성공하는 기업에는 스토리가 있다󰡕, 청림출판, 2004.

김영, ｢제주국제자유도시와 관광｣, 󰡔도시정보󰡕278, 대한국토 도시계획학회, 2005.

박도식, ｢율곡 이이의 잉태지 “판관대”연구｣,󰡔율곡 선생 잉태지 판관대 재조명을 위한 학술심포지엄󰡕, 평창문화원, 2016, 9~50쪽.

박민영․정윤수, 󰡔인성과 문학󰡕, 백산출판사, 2004.

신범, 󰡔국역 봉서유고󰡕, 평창군, 2006.

유영준, ｢에듀테인먼트콘텐츠를 통한 장소마케팅 전략 개발｣, 한양대학교 대학원 박사논문, 2005.

이승훈 편저, 󰡔문학상징사전󰡕, 고려원, 1995.

이은혜, ｢장소마케팅을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 전주한옥마을을 중심으로｣, 광운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논문, 2012.12.

이학주, ｢지역향토자원을 활용한 관광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개발 연구: 춘천시 구곡폭포 스토리텔링사례를 통해서｣,󰡔인문과학󰡕57, 성균관대학교 인문학연구원, 2015, 209~237쪽.

이학주 외, 󰡔창의적 글쓰기와 말하기󰡕, 강원대학교 출판부, 2014.

장정룡, ｢평창 “판관대”유적지의 전승설화 고찰｣,󰡔율곡 선생 잉태지 판관대 재조명을 위한 학술심포지엄󰡕, 평창문화원, 2016, 53~84쪽.

󰡔평창군지󰡕, 평창군, 1979.

󰡔한국구비문학대계󰡕2-2,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1.

한국문화상징사전편찬위원회, 󰡔한국문화상징사전󰡕, 동아출판사, 1992,

우리말샘, https://dic.daum.net/word/view.

워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

친절한 과학사전 기술 발명 편, https://100.daum.net/encyclopedia 참조.

<Abstract>

Cultivating & Proliferating Cultural Contents with the Story of Pangwandae in Pyeongchang

Lee Hak-ju

This paper discusses cultivating and proliferating cultural contents with the stories about ‘Bongsan’ shrine and ‘Pangwandae.’ It purposes to advertise Pyeongchang with the cultural contensts and storytelling of them based on the stories about ‘Pangwandae.’ It follows new mind-map from keyword prototype, conceptural inspiration, expanded association and business marketing.

It looks for the story prototype of “Bongsan shrine and ‘Pangwandae’ and the contextual keywords of the structure. Prototypes should be the place of conception. Structual keywords should be visiting Pangwandae, love and the pub, bridal ceremony, prophecy of the pub host, fight against evil and Feng-shui.

Again, it focuses on the cultural merchandise and the development of industrial as for the marketing strategy of inspiration and association. It provides two ways of cultivation and proliferation of cultural contents connected with storytelling marketing. First, the place marketing connected with visit, bridal ceremony, and Feng-shui. Yulgok character industry with the prototype of conception place, destinations for couples with Pangwandae’s symbolic image for bridal place, and Feng-shui with ‘Great Absolute’ would be suggested. Second, story marketing with love and the pub-host, the prophecy of host, and fight against evil. Decorating destinations and accommodation with the story and public performance of the story could be proposed.

Keywords: Pangwandae of Pyengchang, Place of Conception, Cultural Merchandise, Place Marketing, Story Marketing

[후세백작]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필자는 지난해 말에 판관대에 대한 지망민들의 세미나에 7만자 정도 글의 긴 논문으로 발표하엿습니다.
하지만 판관대에 대한 해석은 이 논문이나 박도식, 장정용교수의 리포트와는 그 관점과 이해가 다른 점으로 논고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학주]

고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