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립의 글을 보니 스페인어권의 이름에 대한 글에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하기에 들어와 보았다.
한국 뉴스를 자주 보지않아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걸 느끼곤 하는데 이런 뉴스가 있었구나. 이하 존칭은 편의상 생략하니 양해바란다.
이번 멕시코의 대선은 여당 후보자와 야당에서 가장유력 후보자 모두가 여성이기에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되든 곧 여성대통령이 나오게 되어있다.
스페인의 이름표기 방법은 별나게도 이름과 성 두가지만 사용하는 다른 유럽국가와는 다르다. 그냥 일상생활에서 상대를 부를때는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지만 공문서나 공식적인 서류에서는 반드시 이름표기란에 4개의 빈칸이 나열된다. 뉴스의 내용에서와 같이 첫째칸과 둘째칸은 이름을 쓰고 세번째 칸은 아버지 성 그리고 마지막 네번째 칸은 어머니의 성을 표기한다. 가까이 지내는 이웃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이 페르난도Fernando 하비에르Javier 였다. 이 이웃친구가 나에게 자기이름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래서 '페르난도'라고 불러왔는데 어느날 자기는 모두가 자신을 하비에르라고 부르니 하비에르라고 불러달라고 하더라. 그다음부터는 당연히 하비에르라고 불렀다. 이처럼 두개의 이름을 가지고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한가지 이름으로 불리며 살고 있고 이건 스페인이나 대부분의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관습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이름(성을 포함해서)이 왜 4개씩이나 되냐 이 이야긴데 이건 스페인의 전통적 관습이기에 그렇다. 그러면 왜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유별나게도 4개씩의 이름을 쓰냐하면 그건 역사적으로 이슬람 통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 적어도 4개의 이름으로 표기한다는 점에서는 그렇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공식적인 서류나 공문서에는 자신의 이름, 아버지의 이름, 할아버지의 이름,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을 표기하게 되어있다. 즉 4가지 이름으로 표기된다. 더러는 5개까지 표기하는 경우도 있고 모두 남성 이름과 성이다. 일부다처제의 이슬람 국가에서는 다 알다시피 여성은 사회적으로 무시되는 존재로 자신의 이름외에 나머지 3개도 남성의 이름과 성으로만 나열하여 표기한다. 이베리아 반도(스페인)은 711년 이슬람 무어Moor인들에게 정복당하여 1492년까지 무려 약 800년간(정확히 781년)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다. 그 족적이 곧곧에 남아있고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알함브라 궁전이다. 아랍어로 붉은 성채라는 뜻으로 이전에 다른 방에서 알함브라 궁전에 대해 글을 올린적인 있는 걸로 기억한다.
이 이슬람 세력의 지배를 받는 동안 스페인은 수많은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이름 표기방법도 이슬람의 이름표기 형식과는 다르지만 4개의 이름으로 표시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본다. 현재의 스패인에서 스페니쉬의 8%가 아랍인의 DNA이다. 800년간의 지배에 비하면 아주 적은 비율이다. 이렇게 긴 세월이 지나면서 모든면에서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는 환경속에서도 불구하고
스페니쉬의 혈통이 지켜질수 있었던 것은 종교적 차이가 아닌가 한다. 타인종과의 가족형성은 한사람이 다른 사람의 종교로 개종해야하는데 개종은 가족과의 결별을 뜻하며 또 개인적으로 커다란 고통이 따르는 삶을 살아야한다.
한편, 1492년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유럽대륙을 기독교 국가로 지켜 올수 있었던 것은 중세 교황의 기여가 컸다. 기독교의 성지 콘스탄티노플 탈환을 위한 십자군 전쟁(1096~1291)은 완전히 실패했지만 십자군 전쟁의 일환으로 교황이 군사지원한 스페인은 1492년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어 즉 유럽대륙에서 이교도를 몰아내고 스페인을 구출한 것은 십자군 전쟁으로 얻은 유일한 성과라 하겠다.
스페인이 군사를 출동하여 이슬람의 마지막 거점이었던 그라나다를 함락시키고 이슬람왕의 항복을 받아냈지만 스페인 군이 이슬람 군사와 전투를 벌이지않았다. 이슬람 왕에게 딸들이 있었는데 그중 한명이 카톨릭 신자였다. 이로인해 다른 형제들과 갈등이 발생하고 내분으로 스스로 무너져버린 것이다. 이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페인은 800년간 자신들을 통치해온 이교도를 몰아내고 이베리아 반도를 통일함으로서 여세를 몰아 신대룩을 발견함으로서 17세기에는 지구상의 패권국으로 등장하게 된다. 스페인은 800년간 이민족의 지배를 받아오다가 300년간(1521~1821) 멕시코를 지배했고 더불어 대부분의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을 지배하고 아시아의 필리핀은 333년간(1565~1898) 지배하게 된다.
역사에는 이런일들이 더러 일어났고 또 일어날수 있다. 영국은 약 350년간(AD 43 to AD 410) 로마제국의 지배하에 있었지만 약 1400년후 신대륙 미국을 176년간(1607~1783) 지배했고 홍콩을 100년간 지배했고 해가 지지않는 나라를 만들었다.
또 러시아는 킵차크 칸국(Kipchak Khanate=Golden Horde, 몽골제국)에 의해 234년간(1237~1480) 지배를 받았지만 러시아 제국(소비에트 연방, 1922~1991)은 대륙을 뛰어넘는 거대한 연합국가를 만들어 수많은 국가와 광대한 지역을 지배했었고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다.
원래 이야기로 되돌아 가서, 한 문화권이나 국가가 다른 문화권이나 국가에 의해 오랜기간 지배를 당하면 모든 면에서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페인의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Zara라는 브랜드가 있다. 이 브랜드가 한국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Zara는 피는 꽃(blooming flower)이라는 아랍어로, 이슬람 여성의 이름이다. 아랍어 이름이 스페인어에 녹아 있는 것이 제법 많다.
예를 들어 Omar, Camila, Zaira, Janet, Anisa, Guadalupe, Andalucia, Samara, Fatima, Amir, Amira 등등. 멕시코 시티 시내의 길을 걷다보면 'Amira'라는 간판을 단 옷가게(10대 소녀들을 대상으로)를 보게 된다. 아미라Amira는 공주라는 뜻의 아랍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