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헛의 자기심리학 이해
1)자기애와 자기대상
하인즈 코헛은 독자적인 자기애의 발달과정을 제시한 심리학자이다. 코헛의 이론은 "인간은 우선 자기사랑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근본적인 자기신뢰 없이는 관계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사랑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자기심리학은 코헛이 명명한 정신역동 심리치료 체계이다. 코헛의 자기심리학은 자기애에 대한 매우 긍정적이고 새로운 이해를 제시하였고 이는 당시에 강렬한 찬반논쟁을 일으킬 만큼 정신분석 역사에 획기적인 일이었다.
또한 자기심리학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확장하여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설명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이론이 되었다. 현대에 이르러서 건강한 자기애에 관한 코헛의 견해는 자존감 문제와 연결되어 지지 받고 있다. 사람은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이 크다. 자신에 대한 애정에 의하여 타인을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 같은 양상을 보일 때에도 그것은 온전히 타인을 향한 것이라기보다 타인을 통해 비추어지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일 수 있다. 코헛은 '자기심리학'을 통해, 그러한 타인의 존재를 "자기대상"이라 말하며, "본능적으로 에너지가 투자되는 목표물"이라 설명한다.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을 "그들을 자기애적으로, 즉 자기대상으로 경험한다"고 본 것이다.
비록 분석 자료에 기초하여 일련의 발달단계를 세부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은 아직도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관찰자료는 이상화된 자기대상과 과대적 자기의 형성은 동일한 발달단계의 양면이며 그 둘은 동시에 일어난다는 이론적 고찰과 일치한다. 두 구조들 중에서 과대적 자기가 더욱 원시적이라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대상 사랑을 자기애보다 무조건 더 좋은 것이라고 여기는 편견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최초의 자기애는 대상 사랑의 전조일 뿐만 아니라 과대적 자기와 이상화된 부모상이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거의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중요한 발달을 거친다.[논자 밑줄 첨가]
코헛은 선천적인 자기애가 바람직하게 발달되어 가는 것이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자존감과 연결된다고 말한다. 견고하고 건강한 '자기'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삶의 약하고 어두운 부분까지도 직시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 불안을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방어기제 즉 위선이나 갈등, 저항과 외면 등을 직면하고 수용하려면 자아 강도가 필요하다. 진실한 성찰 과정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려면, 성찰과 직면의 순간에 자기 자신에 대하여 스스로 버텨주고 받아들이는 힘과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이론은 단지 사색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임상적이고 경험적인 연구와 자료들로부터 도출된 것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서 자기심리학 이론을 파생시킨 코헛은 정신분석을 바탕으로 하여 자기라는 개념을 설명하였다. 코헛은 '자기'라는 개념이 인간의 마음속에 여러 가지 표상(representation internalization)들과 에너지로 이루어진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 각자의 성장 과정에 있었던 '주관적인 내용'들로 구성된 것이다. 그 내용들은 의식할 수 있는 것과 쉽게 의식할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자기라는 개념은 정신분석적 상황 안에서 생겨나고 개념화된 것이며, 비교적 낮은 수준의 양태, 즉 직접적이 경험에 가까운 그 무엇 또는 정신 기구의 내용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그것이 마음의 기관은 아니지만, 마음속에 있는 구조이다. 왜냐하면 (a)그것에는 본능적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고 (b)그것은 시간 안에서의 계속성, 즉 지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 구조로서의 자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신적 위치를 또한 가지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다양한 자기 표상들-종종 일관성을 갖지 못하는-은 원본능, 자아, 초자아의 삼중구조안 뿐만 아니라 단일한 마음의 기구 안에도 현존한다. 예컨대, 상호 모순적인 의식적 및 전의식적 자기 표상들-즉, 과대주의와 열등성-이 나란히 존재하면서, 자아의 영역 안에 널리 퍼져 있거나 원본능과 자아가 하나의 연속체를 이루고 있는 정신의 영역을 부분적으로 차지할 수 있다. 그때 자기는, 대상 표상들과 아주 유사하게도, 정신적 기구의 내용을 지칭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신적 기구들 중의 하나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자기의 구성 요소 안에 있는 소영역들은 "①힘과 인정에 대한 기본적 추구가 흘러나오는 축(목표와 야망들의 축), ②이상을 갖게 해주는 축(이상과 기준의 축), 그리고 ③기본적 재능과 기술을 활성화시키는 양 축들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의 호(arc of tension)"이다. 마치 두 기둥과 같은 두 축이 있고 그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호가 있다는 것이다.
코헛은 이러한 구조의 내용이 일관되게 지켜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이미 지나간 옛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집착하는 데에서 심리장애가 발생된다고 보았다. 코헛은 이러한 내용을 "옛 구조를 유지하는 데 에너지가 사용됨으로써 에너지 고갈을 가져 오며, 이로 인해 성인의 성격과 그 기능이 약해진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코헛의 이론은, 인간의 자기애와 자기애성 성격장애에 관하여 정신분석 이론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코헛은 건강한 자기애가 결핍된 상태인 자기애성 성격장애도 인간관계가 불가능하지 않으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식이 있다고 보았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는 타인을 자신의 일부 즉 자기대상으로 여기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관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인해 타인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이 더욱 중요한 사실이지만, 인간이 심리장애를 겪는다 하여 모든 면에서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관점을 제시하였다.
코헛이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코헛의 이론은 인간의 자기애에 관하여 희망적이고 진취적인 관점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병리(病理)의 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리장애라는 것으로 인간을 단정 짓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삶의 의지에 희망을 두는 것이다.
코헛은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그 손상된 인간성도 잠재된 포부와 재능을 가지고 자신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의 핵심 주장은 정신분석적 환경이라는 공간이 주어진다면,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가진 환자의 결함 있는 자기는 그 자체의 발달 과정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가동시킨다는 것, 즉 결함 있는 자기는 기본적인 포부에서 시작하여 재능과 기술의 발달을 거쳐 기본적인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방해받지 않은 긴장의 호를 재확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긴장의 호는 결함이 없는 완전한 자기의 역동적 본질이다. 이것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이며 충만한 삶을 가능케 하는 구조의 확립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간이 지니는 다양한 재능과 천재성의 발견 및 육성"은 심리학의 사명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명을 망각한다면 심리학은 "인간의 어두운 측면만을 다루는 학문분야로 전락"하게 된다. 코헛은 인간의 심리적 구성 안에 있는 자기애가 건강한 요소라고 말하며 자기애로 인해 개인이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는 자기실현의 과정이 사회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하였다. 그러므로 자기애라는 것을 단지 이기적이고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위선이라고 지적했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자기애는 성장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체계(self-system)가 건강하다는 것은, 자기사랑과 대상사랑의 능력과 직결되어 있다. 코헛은 오히려 "모든 정신병리의 원인이 자기 구조의 결함, 자기의 왜곡, 또는 자기의 약함에 기초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론으로 비추어볼 때, 『위숫디막가』에 제시된 자애명상이 자기 자신의 확립에 첫 번째 순서를 두는 것은 잘 구조화된 방법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코헛은 어린 아이는 정상적인 발달 과정 중에 어린 시절 부모와의 상호 작용 속에서 '거대한 자기(grandiose self)'를 형성하게 된다고 보았다. 어린 시절의 아이는 부모의 돌봄 속에서, '내가 울기만 하면 먹을 것이 나오고 내가 불편해 하면 환경이 바뀌는구나.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니 나는 굉장하고 대단한 존재인가 보다.'하는 인식으로 세상을 알게 된다.
또한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줄 수 있는 것같이 보이는 부모를 전지전능하게 받아들이고 이렇게 이상화된 부모상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며 '거대한 자기'상을 갖게 된다. 아이는 이렇게 '나는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이다'라는 인식으로 자기애를 형성한다. 한 아이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의 의미를 떠나서 점차 현실은 좌절의 경험을 주게 된다. 그것은 '소중함'을 파괴하는 부정적인 일이 아니라 정상적 삶이다. '나'와 부모 즉 '나'와 '세상'의 한계를 알게 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다.
거대한 자기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인간의 한계를 수용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시기가 오는 것이다. 코헛의 자기심리학은 "인간의 성숙은 죽을 때까지 '거대자기'에 대한 환상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라 말한다. 『위숫디막가』의 자애수행은 자신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내는 수행이 아니다. 행복과 좌절의 어떤 상황에서든지 현재,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려는 의지(will)의 수행인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수용은 점차 타인과 세상에 대한 수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근준은 코헛의 이론에 따라 "유아적 자기애 상태에서부터 점차 성숙하며 현실적이고 안정된 자기상을 형성해 나가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종류의 특별한 자기대상(self-object)의 경험을 제공하는 발달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자기 대상의 기능은 유아의 자기구조를 견고하게 해주는 것이다. 자기대상이 자신에게 주는 지지와 인정, 안정감을 통해서 유아는 '나는 사랑받을 만하다.'는 자기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자기구조는 환상과 감정에만 빠져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디게 하고 극복하게 한다.
첫 번째 자기대상 기능은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object)"이다. 코헛은 걸음마를 시작하는 어린아이가 자신의 힘겹고 새로운 성취에 대해 탄성과 칭찬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need)에 주목했다. 이 시기에 대개 양육자인 부모가 이 욕구에 반응해 주게 된다. 아이의 이런 노력과 존재감에 대해 박수, 환호성, 미소 등으로 아이의 생명력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것이다. 거대한 자기상에 공감을 받은 아이는 성취감으로 인한 포부와 자존감을 갖게 된다.
두 번째 자기대상 기능은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ed selfobject)"이다. 아이는 강하고 능력 있는 대상을 선망하며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싶어한다. 어린아이는 자신에게 먹을 것을 주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며 울면 구해주고 원하는 것을 사줄 수 있었던 '멋진' 부모를 이상화하여 내재시킨다. '완벽하고 전능하며 존경스러운' 대상과 자신을 융합시키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상화 자기대상의 경험은 아이의 자기구조 안에서 중심을 이루게 된다. 이로써 아이는 자신의 건강한 이상을 추구하며 성장하게 된다.
세 번째 자기대상 기능은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object)이다. 쌍둥이 자기대상 개념은, 1966년에 제시한 앞서의 두 가지 자기대상과 달리 1984년에 이르러 제시한 자기대상 개념이다. 아이는 자신이 혼자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한다. 자신이 이상화하던 대상 그리고 친구들의 존재에서 '우리는 같은 존재야, 우리는 닮았어, 우리는 비슷해.'라는 소속감과 안도감을 얻고 싶어하는 것이다. 어느 날부터 아이가 엄마의 화장하는 모습을 따라하거나, 글자를 읽을 수도 없으면서 아빠를 흉내내어 신문을 보는 척하고, 친구가 가진 물건을 자기도 사달라고 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흉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재능감을 발견하고 키워하게 된다.
코헛에 따르면 이러한 인간에게 자기대상의 필요성(need)이 어린 시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인기까지 평생 이어지는 것이다. 자기구조가 한 번에 견고하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확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대상을 성숙하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서 성장해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홍이화는 코헛의 이론에 의거하여, "가장 성숙한 사람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그 자기의 자기대상이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의미로써 『위숫디막가』의 자애명상을 해석해 볼 수 있다. 자애를 보내는 대상이 자기 자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비롯하여 점차 무관하고 원한 맺힌 사람을 모두 '자기 자신'처럼 여기며 자애심을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은 성장을 의미한다. 서론을 통해 제시한 바와 같이, 『위숫디막가』의 자애수행 대상 순서를 통해 인간의 심리ㆍ사회적 성장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코헛에 따르면, 건강한 자기애를 확립하기 위해서 자기대상 경험이 항상 긍정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긍정만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은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선형으로 나아간다. 『위숫디막가』의 자애수행도, 자기 자신으로 시작하여 타인에게로 나아가지만 타인에게 자애를 보내는 것이 어려울 때에는 무조건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 순서였던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이처럼 현실적이고 건강한 자기애란 긍정 경험과 좌절 경험의 균형(Optimum frustration, Optimum responsiveness)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되돌아가고 좌절되는 것조차 진행이고 성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결핍 이전에 충족이 필요하듯이 자기 구조가 구축될 수 없게 하는 결핍은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방임, 학대 등을 비롯하여 중요한 자기 대상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든지, 자기대상의 기능 자체가 결핍된 유아기를 보내는 등의 상황을 말한다. 코헛은 자기애적 취약성과 고착의 발생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i)심각한 외적 요소와 부모의 성격장애들이 관련되어 있지 않는 한(예를 들어, 부모의 이혼, 정신적인 질병, 자살로 인한 한쪽 부모의 상실의 경우), 아이가 타고난 선천적인 심리적 성향과 부모(특히 어머니)의 성격 사이의 상호작용은 유전적인 요소와 (부모의 부재나 죽음과 같은) 커다란 외상적 사건들 사이의 상호 작용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ii)부모의 성격이 지닌 가장 구체적인 병인적 요소들은 그들 자신의 자기애적 고착의 영역에 놓여 있다. 특히, 가장 초기단계 동안에 (a)어머니의 자기몰입은 어머니 자신의 기분과 긴장을 아이에게 투사하게 하며, 따라서 공감능력의 결함을 초래한다. (b)어머니는 자신의 자기애적 긴장 상태 및 몰두에 따라 아이의 기분과 긴장에 대해 선택적으로 과도하게 반응(건강염려증으로)한다. (c)어머니는 자신의 몰두가 아이의 욕구와 조화되지 않을 때, 아이에게서 표현되는 기분과 긴장에 대해 반응하지 못한다. 그 결과는 결함 있는 공감으로 인한 상처나 과도한 공감과 공감의 결핍을 초래한다. 또 이로 인해 자기애적 집중의 점진적인 철수와 긴장을 조절하는 정신구조의 형성이 방해를 받게 되며, 아이는 전반적으로 초기 자기애적 환경에 고착된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
코헛의 이와 같이, 어머니의 성격적 결함은 아이의 건강한 자기애 확립과 성장을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건강한 자기애의 손상으로 인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결핍을 채우기 위해 급급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유근준은 이러한 상태를 "부재한 심리구조를 메우기 위하여 외부 대상을 강렬하게 추구하고 의존하게 된다."표현한다. "자기애적 외상" 상태라고도 표현된다. 성장하지 못하고 유아적 자기애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는 인간관계에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소위 '자기밖에 모르는' 상태가 된 것이다.
DSM-5(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는 성격장애(Personality Disorders)를 "성격장애란 내적 경험과 행동의 지속적인 유형이 개인이 속한 문화에서 기대되는 바로부터 현저하게 편향되어 있는 지속적인 유형을 의미하며, 만연하고 경직되어 있고, 청소년기나 성인기 초기에 발병하며,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이 유지되며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하는 특정을 보인다."라고 정의한다.
성격장애는 세 가지 군집으로 분류되는데, A군은 기이하고 괴상한 특성, B군은 극적이고 감정적이며 변덕스러운 특성, C군은 불안하고 겁이 많은 특성을 보인다. 그 중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반사회성 성격장애, 경계선 성격장애, 연극성 성격장애와 함께 B군에 속한다. DSM-5에 제시된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의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과대성(공상 또는 행동상), 숭배에의 요구, 감정이입의 부족이 광범위한 양상으로 있고 이는 청년기에 시작되며 여러 상황에서 나타나고, 다음 중 5가지(또는 그 이상)로 나타난다.
1.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과대한 느낌을 가점(예, 성취와 능력에 대해서 과장한다. 적절한 성취 없이 특별대우받기를 기대한다).
2.무한한 성공, 권력, 명석함, 아름다움, 이상적인 사랑과 같은 공상에 몰두함.
3.자신의 문제는 특별하고 특이해서 다른 특별한 높은 지위의 사람(또는 기관)만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고 또는 관련해야 한다는 믿음
4.과도한 숭배를 요구함.
5.특별한 자격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점(즉, 특별히 호의적인 대우를 받기를, 자신의 기대에 대해 자동적으로 순응하기를 불합리하게 기대한다).
6.대인관계에서 착취적임(즉,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타인을 이용한다).
7.감정이입의 결여: 타인의 느낌이나 요구를 인식하거나 확인하려 하지 않음·
8.오만하고 건방진 행동이나 태도
위의 내용을 살펴볼 때,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들떠 있고 요구적이며 공격적인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좀 더 깊이 살펴본다면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서 멀어진 모습으로, 자신감 있는 모습이라기보다 위태로워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당해 보이고 교만해 보이는 태도가 마치 구애(求愛)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DSM-5는 진단을 뒷받침하는 부수적 특징(Associated Features Supporting Diagnosis)을 설명한다.
자존감이 취약하기 때문에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비판이나 패배로 인한 상처에 매우 민감하다. 비록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그들은 비판을 계속 생각하고, 이 때문에 창피와 모욕, 철렁 내려앉는 느낌과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무시, 분노 혹은 도전적인 반격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그런 경험 때문에 사회적으로 위축되거나 혹은 그들의 과대성을 감추고 보호하기 위해 겸손하게 행동하기도 한다. 비록 엄청난 야망과 자신감 때문에 대단한 성취를 이루기도 하지만 비판이나 패배를 견디지 못하는 것 때문에 성과가 방해받기도 한다.
때로는 직업적 기능이 매우 저조할 수 있는데 이것은 이들이 경쟁의 부담이 높거나 패배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수치심과 모욕감에 수반되는 자기비판감은 사회적 위축, 우울 기분 그리고 지속성 우울장애(기분저하증) 혹은 주요우울장애와 관련이 된다. 반대로, 과대성이 지속되는 기간에는 경조증 기분이 나타난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신경성 식욕부진과 물질사용장애(특히 코카인과 관련)와도 연관되어 있다. 연극성 성격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반사회성 성격장애, 편집성 성격장애도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관련되어 있다,
이 내용에서도 역시, 의기양양한 모습 뒤에 감추어진 깊은 불안과 슬픔을 볼 수 있다.
코헛의 이론이 설명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양쪽 극단의 분류로 설명된다. 과도한 관심을 갈망하며 잘난 척하는 자기애를 "드러난 자기애(oblivious, 무감각형)"로, 소심하고 불안한 양상을 "은밀한 자기애(hypervigilant, 과민형)"로 구분하였다. 먼저, "드러난 자기애"는 다음과 같은 양상으로 나타난다.
①타인의 반응에 무관심하여 자신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이 없다.
②잘난 체하고 자신을 드러내며 공격적이다.
③스스로에게 도취되어 있다.
④관심의 초점이 되기를 요구한다.
⑤송신기만 있고 수신기만 있다고 표현된다. 자신을 내세워 말하려고만 할 뿐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논자 번호 첨가]
이러한 내용을 살펴볼 때, '드러난 자기애'는 앞서 DSM-5가 설명한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특성과 유사한, 안하무인(眼下無人)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은밀한 자기애는 두려움이 많고 소심하며 과민한 특성을 가진다.
①타인의 반응에 매우 민감하여 타인이 자신에게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하여 예민하다.
②스스로를 억제하며 숨기려하고 부끄러워하며 자신들을 내세우지 않으려 한다.
③자신보다 타인에게 주의를 기울인다.
④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을 피한다.
⑤자신에 대한 경멸이나 비난의 증거를 찾기 위해서 타인의 말에 주의 깊게 귀 기울인다.[논자 번호 첨가]
위축되어 있으며 순종적인 모습을 표방하는 은밀한 양상은, 이상심리학이 설명하는 회피성 성격장애(avoident personality disorder) 그리고 의존성 성격 장애(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와 흡사해 보인다. 언뜻 보기에 이 은밀한 양상은 겸손해 보이거나 수줍어보여서 자기애성 장애로 확인되는 것이 어렵다.
코헛 역시 겉으로 이 은밀한 양상에 대해, 드러나는 증상이 아니어서 간과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은밀한 자기애의 증상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드러나는 자기애보다 성격의 더욱 깊은 곳에 자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드러난 자기애가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얻어내려고 눈에 띄게 노력하는 것에 비해, 은밀한 자기에는 조용하고 소심한 모습으로 "나는 상처받아서는 안 되고, 거절당해서도 안 되며, 못하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되고, 밉보여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더욱 은밀하고 뿌리 깊은 자기애에 점령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드러난 자기애가 방어기제로써 '부정(denial)'을 사용하여 '나는 결코 우울하고 못난 사람이 아니야.'라는 필사적인 노력으로 자신의 취약함을 부정하는 것이라면, 은밀한 자기애는 '나에게 결코 어떤 상처도 주지마.'하는 불안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어 칭찬받고 싶거나 타인을 공격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는 '억압(repression)'의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이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깊은 곳에서부터 흔들리는 상태를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양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관심과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하여 모두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의미 있는 사람으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모습은 그 욕구가 수용되어야 했을 시기에 깊은 상처를 받은 상태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자기애로써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건강한 자기애와 이기주의는 다른 것이며,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자신에게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타인을 비롯한 대상들을 사랑하게 하지만 자신에게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드러나는 양상으로든 숨겨진 상태로든 인간의 내면을 병들게 한다. 이처럼 건강한 자기애와 자기도취는 심리 상태와 대인관계 그리고 상황 대처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거듭 언급하는 바와 같이, 코헛의 이론은 모든 인간이 정상적인 자기애를 타고나며 평생 유지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코헛의 분류에 따르면, 유아의 원시적 자기애가 있고, 일반인들의 건강한 자기애가 있으며 인격이 성장함에 따라 자기애도 성숙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긍정과 좌절이 균형을 이루는 적절한 자기대상 경험에 대해 설명하는 부모교육의 배경이 되고 있다. 아울러 MSC의 근거가 될 것이다.
<자기애를 통한 자기성장 연구/ 변하나 서울불교대학원대 불교학과 명상학전공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