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세보다 나이를 더 많이 먹었음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영상자료원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내가 봐도 좋은 영화는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유효한 외국인등록증이 아직 있었을 때 그 문제가 없었고, 한국 외에서 유튜브를 접속하면 나이를 증명할 필요가 없어서 그 문제가 없는데, 한국 내에서 유튜브를 접속하는 한, ‘유해하거나 불쾌한 내용’이 없는 영화만 볼 수 있다. 얼마나 믿기가 어렵다고 해도, 지금 1993년도의 <서편제> 영화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몇 달 전부터 1966년도의 <워커힐에서 만납시다> 영화가 내 눈에 어느 정도로 띄고 있었으니까 몇일 전에 드디어 썸내일을 클릭해서 봤다. 다행히는 음식 싸움으로 마감하는 어느 한 장면 이외에는 ‘유해하거나 불쾌한’ 내용이 없어서 나는 볼 수 있었다.
시작한 후 10분쯤 내에서 나는 머릿속에서 이 영화를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전반까지 미국에서 제작된 록 앤드 롤 뮤지컬 몇 편과 비교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뮤지컬들은 단순한 줄거리만 담기며 음악 연주 장면이 많이 담김으로써 영화이기보다 대중음악을 홍보하는 수단이던 것 같다. <워커힐에서 만납시다> 영화도 대개 그렇다.
영화는 늙은 남자가 서울로 가는 열차를 시골에서 타서 젊은 남자를 우연히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늙은 남자는 성명이 ‘양대훈’이라고 되며 서영춘 남배우가 맡은 역할인데, 딸을 찾으러 서울로 가고 있다. 동시에, 젊은 남자는 성명이 ‘윤삼룡’이라고 되며 트위스트 김 남배우가 맡은 역할인데, 서울에 이사해서 여가수가 되어온 어느 고향 친구를 찾고 있다.
양대훈은 딸을 부자의 집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6.25 전쟁으로 인해 딸을 잃어버리게 되었기 때문에 딸의 생김새를 더 이상 알 수 없다. 딸의 성명을 ‘양순애’라는 것으로 알고 있고 윤삼룡의 도움 덕분에 부자의 집 주소를 찾아내지만, 그 집에서 나온 아줌마는 ‘양순애’라고 불리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윤삼룡은 친구가 고향을 떠났을 때 자신이 어선을 타고 있었는데, 그 어선이 폭풍으로 인해 침몰했기 때문에 지금 서울에 있는 그 친구는 윤삼룡이 물에 빠져 죽은 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윤삼룡은 친구한테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 친구를 찾고 있다.
윤삼룡은 친구의 성명을 ‘노옥순’이라는 것으로 알지만, 노옥순이 거주하는 집을 찾아서 그 집에서 나온 아저씨한테 노옥순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그 아저씨는 사진에 나온 사람의 성명이 ‘노옥순’ 아니라 ‘남미라’라고 주장하고, 만나고 싶다면 다음의 연주회에 참석하라고 냉소하게 조언한다.
결국, 남정임 여배우가 맡은 남미라는 윤삼룡이 찾고 있는 ‘노옥순’이라는 자와 똑 같은 사람일 뿐만 아니라, 양대훈이 찾고 있는 ‘양순애’라는 자와도 똑 같은 사람이다. 윤삼룡이 설명하는 바에 의해, 노옥순은 전쟁고아였으며 ‘우리 아저씨’한테 입양되었고, 윤삼룡과 같이 친남매처럼 자라났다. 그러나 그 아저씨가 대구로 갔다 오는 길에 우연히 찾은 그 전쟁고아는 폭격으로 인해 다리에 상처를 입던 양대훈이 군용 지프차에 타게 할 수 밖에 없던 딸이기도 한다. 드디어 양대훈을 만났을 때, 친아버지가 나온 사진을 계속 가지고 있는 남미라는 양대훈을 인식해서 자신의 아버지로 알 수 있다.
나한테 재미있는 것인데, 남미라는 자신의 본이름을 양순애라는 것으로 아는데도, 윤삼룡은 그 사실을 아예 알지 못하던 것 같다. 물론, 그 것은 줄거리의 어긋남일 수 있다. 양대훈이 양순애라는 성명을 윤삼룡한테 언급하고 그 사람이 전쟁고아라고 말하자마자 윤삼룡은 그 서술에 일치하는 사람을 안다고 말했어야 한 것 같지만, 노옥순은 자신의 본이름을 윤삼룡으로부터 비밀로 지켰는가 본다.
또, 노옥순은 친아버지가 나온 사진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보니까 주변의 사람들한테는 그 사진에 나온 사람을 인식하느냐고 자꾸 물어봤어야 한 것 같지만, 친아버지를 찾을 것에 그리 궁금하지 않았는가 본다. 혹시라도 ‘양순애’와 ‘노옥순’, ‘남미라’라고 알려지는 이 여자는 줄거리가 밝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신비에 싸인 사람일 수 있는가? 물론, 이 영화가 뮤지컬이며 코미디다 보니까, 각본을 제작한 자는 줄거리의 이 부분에 아마 그리 깊은 생각을 기울이지 않았겠다. 그러나 줄거리의 실현화가 조금 서툴렀는데도, 줄거리의 자체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편이다.
나한테 흥미로운 것인데, 영화는 뮤지컬이며 코미디임으로써 내용이 꽤 가볍지만, 그 고생스러운 시대의 산물이어서는 꽤 무거운 주제 몇 개에 간접적으로 스칠 수밖에 없던 것 같다. 이산가족, 또는 전쟁고아와 같은 사물이 앞에 언급되었는데, 우리는 이 영화를 들어 말하기가 불편한 또 다른 것을 일컬을 수 있겠다.
윤삼룡과 양대훈은 서울로 초행한 시골뜨기임으로써 방향을 잃게 하는 서구화와 도시화의 결과 몇 개를 불편하게 맞대게 되는데, 그 상황들은 대개 재미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이 잘 들어가는 어느 나이트클럽에 들어갔을 때, 윤삼룡과 양대훈은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영어 메뉴를 마주하게 되어서 혼란스러워 한다. 그 둘은 종업원한테 물어봤을 때, 한국어로 쓰인 메뉴를 얻을 수도 없고, 결국 자신들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을 주문하고 만다.
재미있는 것으로 그려진다는 것은 물론이지만, 우리는 그 둘이 그 장면에서 어느 종류의 문화적 패권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국 사람들 일부가 말하듯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 식민지는 미국 식민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 발언은 아마 논란이 많을 수 있지만, 영화가 말하기가 불편한 사물에 이렇게 간접적으로 스치는 것은 내 생각에는 앞에 언급된 미국제 뮤지컬들과 가장 비교할 만한 것이다. 그 미국제 뮤지컬들의 내용은 거의 어리석을 정도로 가볍지만, 전쟁이 초래하는 악과를 최근 겪고 난 그 시대의 한국 사회는 어떤 영화를 만들어내든 그 영화는 무거우며 어두운 사물 몇 개를 흘긋 볼 수밖에 없던 것 같다. 그 동시에 전쟁이 19세기 중반부터 미국 땅에 일어나지 않았다 보니까, 말하기가 불편한 사물과 연결되지 않은 가벼운 뮤지컬과 코미디 등 문화적 산물은 평화를 오랫동안 즐거워하던 사회가 또 즐거워할 사치품이 아닐까 싶다.
<워커힐에서 만납시다> 영화에 대해 또 언급할 만한 것 같은 것은 영화는 흑백으로 녹화되고 그후 천연색으로 바뀐 것 같은데, 영화의 색깔은 아름다운 편이다. 그러나 흑백으로 녹화된 장면이 두세 개가 지금도 포함되어 있다 보니까, 그 장면들은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포함되지 않았고 그 뒤에 건져졌을 수 있는 것 같다. 나한테 뭔가 재미있는 것인데, 앞에 언급된 음식 싸움의 장면이 그 장면들 중의 꼭 하나다.
첫댓글 한국영상자료연구원 구독하게 됬네요.
서편제를 볼 수 없다니 놀랍네요. 무슨 유해한 장면이 있다고! <워커힐…>는 트위스트 김이 나온다니 재미있을 것 같군요. 한시절 한국에서 춤의 심볼이었거든요. 존 트라볼타정도로? ^^
일본의 식민지였다가 미국의 속국 형태로 변모한 것은 맞는 말인 것 같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