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수행법의 한국적 수용
(이근원통과 성명쌍수를 중심으로)
제1절 문제의 제기 및 연구목적
이 논문은 『능엄경』의 본질이 무엇이며 우리나라에 어떻게 수용되었는가를 밝히는 데 주안점이 있다. 대승불교의 여러 경전 가운데서 특히 『능엄경』에 주목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는 수행법에 대한 관심이다. 『능엄경』에는 비교적 구체적인 수행법이 밝혀져 있다는 점이 다른 대승경전과는 구별된다고 판단하였다. 수행법이란 깨달음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깨달음이 지붕 위라고 한다면, 수행법은 이 지붕에 올라갈 수 있게 하는 사다리와 같아서, 사다리가 없으면 지붕에 올라가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대승불교의 여러 경전들은 깨달음의 경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설명을 할애하고 있지만, 그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적은 편이다. 마치 지붕 위에 찬란한 보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광경을 이렇게 저렇게 알려주고는 있지만, 그 보석을 어떻게 하던 손에 넣을 수 있는가 하는 구체적인 방법, 즉 사다리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침묵을 지키는 경향이 있다. 방법론의 준비 없이 목표만 추구한다는 것은 자칫 사상누각에 빠질 위험이 있고,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방법론으로써 방법론이 무엇인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 방법론이 바로 수행법이다. 그러므로 수행법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수행법을 다른 대승경전에 비해 비교적 자세하게 밝힌 경이 『능엄경』이라고 생각된다.
두 번째의 동기는 간화선(看話禪) 이외의 수행법에 대한 탐색에서 비롯되었다. 대승불교권에 속하는 한국불교에서 현재 행해지는 유력한 수행법은 대락 3가지로 압축된다. 간화선, 염불, 주문 수행이 바로 그것이다. 염불과 주문은 그 수행의 원리가 아주 간단한 수행법일뿐만 아니라, 다른 불교국가에서도 존재하는 방법이므로 특별히 주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대신 다른 나라에서는 별로 유행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정통적인 수행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간화선을 살펴보자. 화두(話頭)를 참구하는 선법(禪法)인 간화선은 한국을 대표하는 불교 수행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간화선이 한국에서처럼 유행하는 곳도 없다. 간화선은 한국불교에서 가장 정통적인 수행법이자 모든 수행법중에서 가장 탁월한 수행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방불교가 전파되어 있는 3대 국가인 한·중·일을 살펴보면 그 성격이 명확해진다. 간화선의 발생지인 중국불교는 문화혁명을 겪으면서 정부로부터 불교가 엄청난 탄압을 받았고, 그 와중에서 간화선의 수행전통도 거의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불교는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에 있지만 끊어진 간화선의 전통을 단시일내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므로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간화선의 종주국 위치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타력적인 정토신앙과 그에 따른 염불이 주류적인 수행법(勤行法)으로 자리잡아 왔기 때문에, 자력적인 해탈 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간화선은 주변부에 위치해 왔다.
일본불교에서의 간화선은 임제종이라고 하는 소수종파에서만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염불이 주류이고 간화선은 비주류인 것이다. 간화선의 전통에서만 보자면 한국과 일본의 분위기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은 세계의 여러 불교국가 가운데 가장 간화선이 왕성하게 유지되고 있는 나라임이 틀림없다. 간화선이 가장 정통적인 수행법으로 자리잡다 보니 거기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에 간화선 이외의 수행법은 열등한 수행법으로 폄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간화선을 제외한 기타의 수행법은 모두 비불교적인 수행법으로 배타시되는 경우도 있다. 간화선 제일주의라고 부를만한 흐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유학(儒學)에 있어서 주자학 이외의 학문이 모두 사문난적(斯文亂敵)으로 취급받았듯이 현재의 한국불교계에는 간화선이 아니면 모두 열등시되거나 배척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간화선 제일주의는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간화선은 과연 가장 정통적인 수행법일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여 볼 수 있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간화선이 한국에 전래된 시기가 언제인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간화선이 한국에 전래된 시기는 보조지눌(普照知訥, 11588~1210)이 제시한 3가지 수행체계(三門) 가운데 하나인 경절문(徑截門)이 등장하면서부터라고 보면, 대략 12세기 말에서 13세기 초 무렵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고려후기부터 비로소 한국불교계에 유행하기 시작한 선법이 간화선인 것이다. 그 이견에는 간화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하여 정통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그 의미는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다는 뜻을 내포하기 마련이다.
한국불교사의 전체 맥락에서 살펴볼 때 간화선이 가장 정통적인 수행법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삼국시대부터 존재했던 방법이었어야 논리적으로 맞다. 그런데 간화선은 삼국시대부터 존재하던 방법은 아니었다. 더구나 한국불교학의 전성기인 원효(元曉, 617~686)시대에 간화선은 분명 없었다. 그러나 원효는 간화선을 접하지 않았다고 해서 원효를 열등한 수행법, 또는 외도 수행법에 의지한 수행자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불교계의 황금기인 고려중기를 거쳐 불교가 쇠퇴할 조짐을 보이던 고려후기에 들어와 비로서 한국에 전래된 방법이 간화선이다.
간화선이 전래되기 이전까지의 시기에도 많은 고승들이 이 땅에 출현했고, 그들에게 간화선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깨달음의 경지를 의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간화선을 한국불교계의 가장 정통적인 수행법이라고 고집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불교경전상에 나타난 간화선 이외의 수행법은 무엇인가? 불교사 전체를 놓고 볼 때 간화선 이외의 수행법은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비파사나를 비롯한 갖가지 관법(觀法), 염불(念佛), 그리고 천태종에서 행해지던 지관법(止觀法) 등이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방법 외에 『능엄경』에 나타난 이근원통(耳根圓通)의 수행법에 주목하고자 한다. 소리에 집중하는 수행법이 『능엄경』에서 제시하는 이근원통인데, 본 논문에서 간화선 이전의 중요한 수행법(禪法)의 하나로 거론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근원통이다. 이근원통을 『능엄경』에 바탕한 수행법이라는 의미에서 능엄선(愣嚴禪)이라고 부를수 있을 것이다. 능엄선은 삼국시대에서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수용된 수행법으로 다루고자 한다.
세 번째의 동기는 불교와 도교의 융합양상을 살펴보기 위해서이다. 불교는 인도에서 발생한 종교이고, 도교는 동북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발생한 종교이다. 사유체계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불교와 도교가 그 궁극적인 지향점에 있어서 해탈과 자유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면, 여기에 도달하는 방법론인 수행법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불교의 수행법이 주로 마음을 밝혀 성품의 본래 자리를 보는 명심견성(明心見性)이라고 한다면, 도교는 몸(命)과 마음(性)을 아울러 닦는 수심연성(修心練性), 즉 성명쌍수(性命雙修)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하겠다. 불교의 명심견성과 도교의 성명쌍수의 차이점을 좁혀보면 몸(命)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있다.
불교에서는 몸을 닦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찾아보기 힘들다. 육체는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어질 일시적인 대상으로 간주하고, 육체에 대한 초탈적 태도틀 견지하는 쪽이 불교적 관점이라면, 도교에서는 수행의 과정에서 몸의 수행을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강조한다. 즉 도교에서는 몸과 마음을 아울러 닦는 수행을 중시한다. 따라서 도교수행은 불교의 수행과 비교하여 보면 상대적으로 몸의 수련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송대(宋代)이후 성립된 수련도교의 체계에서 제시하는 정(精)에서 기(氣)로, 기에서 다시 신(神)으로 나아가는 정, 기, 신 삼보(三寶)중심의 수행체계는 도교적 수행법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그 수행체계에서 불교와 도교가 현격하게 다르므로, 불교경전에서는 몸의 수련에 대한 언급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불교경전인 『능엄경』에 대해서 도교의 성명쌍수적 시각에서 주석한 책이 발견되었다. 『능엄경』의 내용을 성명쌍수적 시각에서 주석한 책이 출현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유가심인정본수능엄경환해산보기(瑜伽心印正本首愣嚴經環解刪補記)』(이하 『정본수능엄경』이라 약칭함)인데, 이 책은 조선후기에 경북 상수태생인 개운대성(開雲大星, 1790 ~ ?)이라는 승려가 저술한 것으로서, 도불융합(道佛融合)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는 대단히 주목할 만한 저술이다. 뿐만 아니라 『능엄경』에 대한 여러 가지 주석서 가운데서도 그 유례를 살펴볼 수 없는 성명쌍수의 입장을 담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성명쌍수라고 하는 도교 내단적(內丹的) 입장의 득특한 주석이 중국이 아닌 한국의 승려에 의해서 조선후기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도 연구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고려시대까지는 『능엄경』의 수행법으로써 이근원통을 수용했다면,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성명쌍수를 수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본 논문의 목적을 다시 정리하여 보면 첫째는 『능엄경』에 밝혀져 있는 구체적인 수행법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이고, 둘째 그 수행법중의 하나가 고려시대까지 수용된 불교적 수행법인 이근원통(愣嚴禪)이라는 것이고, 셋째 도교의 성명쌍수 수행법으로써 주로 조선시대에 수용된 성명쌍수에 관한 내용올 밝히는데 있다.
제2절 연구 방법 및 내용전개 과정
본 논문의 연구방법은 현장답사와 문헌연구를 병행한다. 그동안 자연과학 쪽이 아닌 인문과학 쪽의 논문들의 집필경향은 주로 문헌분석의 의존하는 경향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오면서 인문학 쪽의 연구경향도 현장답사를 중시하기 시작하는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판단된다. 현장답사가 지니는 장점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문헌에만 의존하여 파악하기는 어려운 부분을 현장에서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료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부분도 직접 그 현장에 가보면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하나는 보다 대중적인 글쓰기에 다가설 수 있는 점이다. 전적으로 문헌분석에만 매달리는 연구논문과 글쓰기를 하다보면 자칫 고답적이고 경직된 경향으로 흐를 수 있다. 고답적이고 경직된 글쓰기는 대중과 유리될 수 있고, 대중과 유리된 인문학은 결국 위기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현장답사의 필요성을 감안하여 해당되는 현장을 수차례 답사하였다.
현장답사를 요하는 부분은 이근원통과 성명쌍수에 관한 부분이다. 이근원통은 본 논문에서는 능엄선이란 표현으르도 사용되었다. 능엄선은 바닷가 파도소리에 의식을 집중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에 관계되는 불교사찰들이 모두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다. 소위 관음도량으로 알려진 사찰들이 능엄선이 행해지던 현장에 해당하기 때문에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 사찰들을 직접 답사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먼저 한국의 3대 관음도량으로 알려진 동해안의 낙산사 홍련암, 서해안의 강화도 보문사, 남해안의 남해 보리암, 그리고 고려중기 이자현이 머물렀던 춘천의 청평사를 1차 답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나아가 세계 4대 관음도량이자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음도량인 절강성의 보타도(普陀島)에 있는 불긍거관음원(不肯去觀音院)을 추가하였다. 이곳에는 파도가 30여 미터 길이의 동굴을 치고 돌아가는 조음동(潮音洞)이 있다. 조음동은 능엄선과 관련된 확실한 현장이기 때문에 반드시 답사해야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홍련암, 보문사, 보리암, 중국의 불긍거관음원을 직접 현지 답사하여 발표한 연구결과가 「관음도량에 숨겨진 해조음의 비밀」이고, 본 논문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하여 약간의 첨삭과 수정을 가하였다. 이자현이 머무른 춘천 청평사에 관한 부분은 「이자현의 능엄선 연구」라는 논문으로 정리한 바 있으며 본 논문에서는 이에 약간의 첨가를 하였다. 그 첨가 부분은 청평사 경내에 설치된 인공 수로에 관한 부분이다. 청평사의 경내에 설치된 인공 수로를 조사하기 위해서 3차례에 걸쳐 청평사 답사를 행하였다. 이들 논문 외에도 6세기 중엽에 중국의 사천성에서 활약한 신라 출신의 정중무상(淨衆無相, 684~762)의 수행법을 분석한 「정중무상의 능엄선 연구」를 첨가시켰다.
개운대성의 성명쌍수 수용에 관한 내용은 『정본수능엄경』을 기본 텍스트로 삼아 이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정본능엄경』에 들어 있는 도교사상에 대한 필자의 선행 연구는 「능엄경에 나타난 도교사상」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바 있다. 본 논문에서는 성명쌍수에 관한 부분과, 조선시대 개운에 이르는 조선시대 도불(道佛)융합의 사상사적 흐름, 좀더 구체적으로는 불교의 내단수용을 좀더 천착하고자 한다. 개운의 도불융합이 사전 준비 없어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흐름이 아니라, 이미 조선중기의 소요태능(逍遙太能)을 비롯한 일부 흐름에서 이미 그러한 융합적 흐름이 예비되고 있었음을 밝히기 위해서이다. 개운의 성명쌍수틀 조사하는 과정에서 개운이 주석하였던 사찰인 문경 봉암사 백운암과 도장산 심원사를 현지답사하였고, 특히 개운이 아나함과에 도달한 증표로써 자신이 바위에 글씨를 남긴, 경북 문경군 화북읍 장암리 용유동에 소재한 '동천바위'를 수차례에 걸쳐 답사 확인하였다.
이상과 같이 문헌조사와 현장답사를 중심한 방법에 입각하여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은 차례로 서술할 것이다.
제1장에서는 서론으로써 본 논문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하였다.
제2장에서는『능엄경』의 기본성격을 살펴본다. 먼저 『능엄경』의 성립과정과 『능엄경』이 지닌 선사상을 다룬다. 『능엄경』은 고래로부터 많은 위경시비가 있었고, 이러한 위경시비가 가장 본격적으로 제기된 곳이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일찍부터『능엄경』을 위경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팽배하였고, 그 여파로 인해서 현재까지 『능엄경』에 대한 연구가 미진한 편이다. 이를 감안하여 위경시비와 한·중·일 삼국의 『능엄경』 유통과정을 살펴보았다. 『능엄경』의 선사상은 『능엄경』 수행의 사상적 기반으로 작용한다. 즉 이근원통과 성명쌍수 양쪽 모두 그 사상적 배경은 중관(中觀), 유식(唯識), 여래장(如來藏) 사상에 기반해 있다. 부정을 통한 중관(中觀)의 공사상, 그리고 2종근본(二種根本)에 의하여 마음의 종류를 두 가지로 나누는 유식사상이다. 2종근본은 반연심(攀緣心)과 원청정체(元淸淨體)의 두 가지 구분인데, 수행의 기본은 원청정체에 두고 있다. 여래장 사상은 비자연과 비인연설을 바탕으로 한다. 즉 인연도 아니고 자연도 아닌 것은 모두 여래장으로 본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이 세상 삼라만상은 모두 여래장으로 확대된다. 중관, 유식, 여래장 사상을 살펴본다.
제3장에서는 정중무상의 이근원통 수용을 다룬다. 무상은 8세기 중반 신라출신 승려로서 중국 사천성에서 활약하였다. 그의 선사상의 특징은 돈오(頓悟)사상이다. 6근 가운데 1근이 통하면 6근이 동시에 통한다는 것이 무상(無相)이 제시한 돈오사상의 핵심이다. 흥미롭게도 그외 돈오사상은 『능엄경』에 그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다. 무상과 그의 제자 무주를 포함한 정중종의 사상적 골격은 『능엄경』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능엄경』과 관련하여 무상의 독특한 수행법으로 알려져 있는 인성염불(引聲念佛)의 구조를 분석해 본다. 인성염불은 내면의 소리에 의식을 집중하는 수행법이고, 『능엄경』에서 말하는 이근원통의 방법과 매우 유사한 수행법임을 추적해 보았다.
제4장에서는 관음도량과 이근원통과의 상관관계를 밝힌다. 관음도량은 바닷가의 파도소리에 집중하기 유리한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의 3대 관음도량인 동해안의 낙산사 홍련암, 서해안의 강화도 보문사 그리고 남해안의 보리암은 모두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그렇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유명한 관음도량인 불긍거관음원은 보타도라고 하는 섬의 바닷가 절벽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 중국 모두 관음도량은 그 입지조건이 모두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왜 바닷가에 관음도량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인가를 밝힌다.
제5장에서는 고려중기의 청평사에서 주석한 이자현의 이근원통 수용을 살펴본다. 이자현은 고려후기 간화선이 전래되기 이전의 시기에 활동했던 거사불교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가 활동한 시기는 의천(義天)의 천태종 개창(開創)과 보조지눌이 수선사(修禪社) 결사(結社)를 하기까지의 중간 시기에 해당한다. 이자현 역시 『능엄경』을 좋아하여 『능엄경』에 타당한 수행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자현이 이근원통의 수행법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분석한다. 현재 남아 있는 청평사의 경내구조와 건물이름이 매우 특이하다. 문성(聞性)·견성(見性), 그리고 청평사 경내에 인공적으로 설치한 수로(水路)의 존재가 주목되는데, 계곡물을 끌어들여 경내를 흐르도록 한 이 수로는 물소리에 집중하기 위한 장치로 보고 싶다. 그의 행적과 자료 등을 통하여 『능엄경』과 그리고 이근원통의 관계를 살펴본다.
제6장에서는 조선후기에 활동한 개운대성의 성명쌍수 수용을 살펴본다. 개운대성이 저술한 『정본능엄경』을 기본 텍스트로 해서 여기에 담겨 있는 성명쌍수의 수행법을 분석한다. 성명쌍수는 도교 내단학에서 등장하는 주요한 수행법인데, 불교 경전인 『능엄경』에서 도교의 성명쌍수가 등장하게 되는 배경을 고찰해 본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마지를 일규(一窺)로 해석하는 점, 성입명궁(性入命宮) 통해서 내단학의 감리교구(坎離交媾)를 설파하고 있는 대목, 불교에 주체를 둔 도불동원론(道佛同源論)을 알아본다. 특히 조선중기의 승려 소요태능(1562-1649)과 개운대성의 사상적 연관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개운대성은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성명쌍수와 감리교구의 이론적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요태능의 게송을 집중적으로 빈번하게 인용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제7장의 결론에서는 이상에서 살펴본 바를 정리하여 『능엄경』 수용의 사상사적 의의를 밝혀보려고 한다. 그리고 남아 있는 문제점을 들어 금후의 연구과제도 지적할 것이다.
<능엄경 수행법의 한국적 수용/ 조용헌 원광대학교대학원 불교학과 철학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