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는 섬
출항을 하는 배
외로운 섬이 된다
짙은 엽록색 바다의 속 깊은 물빛처럼
어둠을 항해하는 배는 바다에서 외등 하나 찾는 외로운 길이다
잠시의 정박은 육지와의 잠깐의 접신,
약간의 부식과 식수, 그리고 돌아올 희망을 싣고 떠나는 원항
지구의 절반 적도를 넘는 새벽의 적도제에
무사 귀항의 제祭를 지낸다
적도의 바다가 남해의 어미임을
거친 구릿빛 어깨들이 갑판에서 만든 포와 소주를 놓고
바다의 주인이 하나임을 알고 엎드려 절을 한다
어창 가득 채운 만선의 꿈은 거친 폭풍 사이를 뚫어야 뭍으로 간다
섬에 쉬었다 가는 것은 지친 바닷새와 길 잃은 하루살이
멈추면 가라앉고 마는 배의 무게
길 떠나는 바람과 친숙해야 한다
바다를 부유하는 넋 나간 해초와 문명의 이기인 쓰레기를 거친 파도가 물 위로 밀어 올린다
망망의 대해
바다에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한 섬은 흔들린다 외롭다
밑동까지 들리어 허공에 떠 가는 조각배처럼 쓸쓸하다
늘 푸른 신호등 같은 등대는 어디 있는 것인가
길이 팔방만방인 바다에서 섬은 다시 그리운 섬이 된다
빈 절규
입가랑 이가 쫙 찢어져라 벌린 저 목구녕엔 아무것도 없다
울림도 파장도 없다
무엇을 먹고자 저리 입 벌려 본적은 없으리라
조근조근 씹어대던 저 주둥이 벌리게 한 것은 무엇일까
아가미 일어선 저 분노는 무엇인가
헛구역질해도 넘어오는 것 없는 쓰린 속
수렁과도 같은 깊은 식도를 넘어 삭혀야 살이 되는 시구 한 구절
단단한 콘크리트도 플라스틱처럼 조각나 부수는 한낮의 태양처럼
입천장이 마른다
눈빛으로도 말하지 않는다
벌린 입으로도 더욱 말하지 않는다
두려움일까 경이일까
기쁨이었으리라
펄펄 끓는 대구탕 물에 꼬리지느러미 부터 아가미 사이
넘쳐 오르던 붉은 고춧가루 얼마나 얼얼했을까
단발마의 환희
삼킨 알약이 뱃속을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