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무당
개요
무당은 무속의 종교의례인 굿에서 사제자 노릇을 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지닌 전문가라고 규정할 수 있다. 무당의 자격과 능력을 갖추게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적인 학습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병(神病)에 의한 강신체험(降神體驗)을 해야만 무업(巫業)의 학습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무당의 종류는 무당 가계(家系)에 의해 무업을 세습하는 세습무(世襲巫)와, 강신체험을 거쳐 학습을 받아 무당이 되는 강신무(降神巫)로 분류될 수 있다. 전자는 한강 이남의 영남, 호남지방 및 영동 동해안 일대에 주로 분포되어 있고, 후자는 영동 지방을 제외한 한강 이북지방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제주도에는 두 종류의 무당이 혼재하고 있다.
다만 강신무권이라 해도 강신체험을 하고 무업에 종사하는 무당은 무당 집안에서 많이 배출되었고, 세습무권이라 해도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세습하는 집안의 후손에게서 저절로 강신의 체험을 경험하는 이가 많이 나온다
강신무
강신무란 이른바 신병(神病)을 통해 신이 들린 사람이 무당을 만나 내림굿을 하고 무업(巫業)을 배워서 무당 노릇을 하는 무당을 뜻한다. 세습무 지역이 아닌 나머지 지방의 무당은 모두 강신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한강 이북의 경기도, 황해도,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그리고 태백산맥 서쪽으로 한강 북쪽으로 해당되는 강원도 등이 강신무 지역이다.
강신무가 되는 데에 필수적인 세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첫째가 저들이 신병이라 부르는 병을 앓는 과정이고, 둘째는 그 신병을 고치기 위하여 최후의 방편으로 택하는 내림굿이다. 셋째는 내림굿을 해준 무당을 신어머니로 삼고 그에게서 무당 노릇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오랜 세월에 걸쳐서 배우는 피나는 수련과정이다.
강신무가 되는 첫 번째 단계인 신병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과학적 설명이 불가능하다. 흔히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신병리학의 이론으로만 설명하기 어렵거나 일반화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무당들의 고백을 통해 나타난 신병의 일반적인 증세를 보면, 신병은 신분ㆍ연령ㆍ가계ㆍ성별 등과 관련 없이 갑자기 까닭 모를 병을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병원을 전전하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해도 별 효험 없이 고생한다. 그러다가 음식 먹는 습관에 이상이 온다. 심한 경우에는 냉수밖에는 아무것도 못 먹는다. 점차 몸이 허약해지고 신체 일부에 통증이 일어나거나 기능에 이상이 오고 꿈을 자주 꾸며 환상과 환청의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병이 심해지면 집을 뛰쳐나가 산야를 헤매 다니고 짐승 같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예언 같은 것을 지껄이게 된다. 환상에 끌려 다니다가 땅 속에서 신칼ㆍ명두ㆍ무복 같은 무당이 사용하는 물건이나, 부처 같은 신물(神物)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이런 현상이 먼저 오고 병을 앓게 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하다가 결국 점을 쳐 보거나 굿에 참가하여 그 증세가 바로 신병임을 알게 된다. 일단 신병임을 알게 되면 ‘신의 밥을’ 먹는 무업에 종사할 무당의 운명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신병임이 확인되면 허주굿ㆍ내림굿 등의 입무제(入巫祭)를 거쳐서 무당이 되고 나면, 자기 몸에 실린 신들을 모시기 위해 집안의 마루나 방에다 신당을 차리게 된다.
세습무
세습무란 무당의 가게에서 태어나 무업(巫業)을 세습 받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한강 이남의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지방과 태백산맥 동쪽의 동해안 일대의 무당들은 모두가 세습무이다. 그러나 제주도 지역에만은 세습무와 강신무가 공존하고 있다. 동해안 지방과 영ㆍ호남지방의 세습무는 모두가 여성이고, 제주도에는 남녀가 공존한다.
호남지방에서는 세습무를 ‘당골’이라 부르고, 영동지방에서는 ‘무당’ 또는 ‘무당각시’라 부른다. 대개 무당의 남편들인 악사를 호남지방에서는 ‘공인’, 영동지방에서는 ‘양중’, ‘화랭이’ 등으로 부른다. 한강이남 경기 지방에서는 ‘화랭이’, ‘산이’ 등으로 부른다.
세습무가 있는 지방에서는 무당 가계의 신분은 부자(父子)관계로 세습되고, 무당의 자격은 고부(姑婦) 관계에서 학습에 의해 세습된다. 곧 무당의 딸은 무당의 아들에게 시집가서 시어머니로부터 학습 받아 무당 일을 세습한다.
무당이 섬기는 신
무당이 섬기는 신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현실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그 영력(靈力)을 이용하기 위한 도구적 대상이 된다. 이런 신들에게는 인간생활과 관련되는 소정의 직능과 역할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모든 신들은 경우와 상황에 따라 인간에게 길신(吉神ㆍ복을 주는 신)이면서 화신(禍神ㆍ해악이 되는 신)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을 성격별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다.
-탄생ㆍ성장ㆍ가운(家運) : 조상신, 제석신, 성주신, 조왕신, 터주신 등의 가신(家神).
-특정지역의 수호신 : 서낭신, 당신, 골맥이, 부군당신, 산신 등의 동신(洞神).
-자연 현상의 질서 : 일월성신, 물, 바람, 불, 방위 등.
-조상신
-질병ㆍ죽음 : 손님, 사자, 시왕 등,
-외래인 또는 외래 종교의 신
이 같은 신들은 굿의 본과장에서 모셔지는 신령들인 정신(正神), 친가와 외가의 4대 조상까지 섬기는 조상신(祖上神), 그리고 집안과 마을에 흩어져 있는 잡다한 잡귀잡신(雜鬼雜神)으로 나누어진다. 한편 신들 사이에 위계질서나 조직 같은 상호 관계는 없으나, 사람들이 섬기는 정도에 따라 다음과 같이 그 계급을 매기기도 한다.
1. 천신(天神) : 제석, 일월성신, 칠성, 천궁호구, 천궁말명, 천궁서낭 등.
2. 산신(山神) : 본향상신, 본향조상, 도당호구, 도당신장, 도당서낭, 사해용신 등.
3. 전내신(殿內神) : 관우, 유비, 장비, 제갈량, 오호대장, 오방신장 등.
4. 장군신(將軍神) : 최영, 임장군, 신장군, 여장군, 조상대감, 몸주대감 등.
5. 가택신(家宅神) : 성주, 안당제석, 안당호구, 성주군웅 등.
6. 잡귀잡신(雜鬼雜神) : 걸립, 터주, 서낭, 말명, 객귀, 잡귀 등.
참고문헌
김인회,『한국무속사상연구』,집문당,1987
조흥윤,「한국신령의 체계와 성격」,『동방학지』101,연세대국학연구원,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