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일(3월 14일)
오늘은 카보스에서 이틀째 정박을 하고 있다. 늦은 오후에는 출항을 하게 된다. 이 귀엽고 아기자기한 도시에 하루 더 머물게 된 것이 참 다행스럽고 반갑기까지 하다. 8시가 되기도 전에 9층 리도 뷔페에서 만나 아침을 마쳤다.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아침식사였다. 크림치즈 바른 베이글 한 쪽, 베이컨 두 조각, 헤쉬 포테이토 두어 개, 샐러드… 며칠 오믈렛만 먹다가 오늘은 계란을 앞, 뒤로 익힌 오버이지로 먹은 게 특별했을까? 여행 중 호텔 조식을 먹을 경우, 계란요리만은 요리사가 직접 만들어 주는데 보편적으로 세 종류가 있다. 한 쪽만 프라이한 sunny side-up, 양쪽을 다 익히되, 노른자를 터트리지 않는 over easy, 그리고 양쪽을 다 익히고 노른자도 터트리는 over hard가 있다. 스크램블 에그와 삶은 계란은 항상 준비돼 있다. 계란요리로는 대표적인 오믈렛도 있는데 취향에 따라 육류, 채소, 어패류 등을 넣어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그래도 멜론, 파파야, 수박, 파인애플, 오렌지, 자몽 등 신선한 과일을 아침마다 먹을 수 있는건 좋다.
곧바로 0층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탠더보트가 어제와 달리 아주 작은 배이다. 승객들은 모두 텐더 보트의 아래에 있는 선실로 내려가는데 나는 계단을 내려갈 수 없어 선장 바로 옆에 앉았다. 선장 자리와 크루즈 간의 높이가 거의 비슷하여 긴 이동통로 하나만 있으면 되니 별 어려움이나 위험 없이 배에 오를 수 있었다. 어제는 배가 컸으나 오늘은 그보다 훨씬 작은 배가 파도에 몹시 흔들리며 항구에 도착하는데 선장 바로 옆자리니 전망도 좋고 바람도 시원하게 분다. 배에서 보는 카보스 항구와 해변이 이젠 낯설지 않고 정겹다.
출렁출렁 신난다~ 선장과 이런저런 농담을 나누며 기분 좋은 짧은 항해를 마치고 항구에 도착했다. 어제 한번 와 본 곳이라고 항구 산책로와 기념품가게들의 위치가 훤하다. 어머니와 막냇동생이 동대문시장 같은 우리의 재래시장과 비슷하게 좁은 골목으로 꼬불꼬불 이어진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는 동안 잠깐 밖에 있었다,.
조금 있다 건물의 옆면에 있는 장애인 경사로를 찾아내 나도 안에 들어 갔는데 길이 좁고 어두침침하여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휠체어가 겨우 통과할 수 있는 폭이어서 다행이다. 대부분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벼룩시장이었다. 살 물건은 여행갈 때 마다 사서 모으는 마그넷 밖에 없다. 간단한 쇼핑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어제보다 태양이 더 뜨겁다. 햇볕은 뜨겁고 건조하니 다니기에 불편하진 않았지만 살갗이 타 들어가는 느낌이다. 어제 벌써 코는 빨갛게 익어 딸기코가 되었고 팔뚝도 시커멓게 타고 있다. 피부가 약한 막냇동생은 어제 그 잠깐동안 선블럭 크림도 없이 그 뜨거운 햇빛에 노출되었다가 화상을 입는 정도로 부분적으로 살이 빨갛게 되고 가벼운 부작용 증세도 나타낸다. 오늘은 선크림도 발랐지만 만만치가 않다. 신발이 불편하여 오래 걷기 힘든 어머니는 우리한테 한 바퀴 돌고 오라시며 선착장 그늘에 앉아 쉬고 계시겠단다. 우리는 어제 갔던 해변 산책로 중간쯤에서 빠져나가 카보 산 루카스의 다운타운을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다운타운이 그리 멀지 않다. 다운타운으로 가는 길의 횡단보도나 인도 끝마다 휠체어 장애인이 다닐 경사로가 놀랄 만큼 완벽하다. 5mm의 차이도 없어 보인다. 멕시코의 대도시도 아닌 바다끝 작은 소도시가 이러하니 수도나 대도시야 안 봐도 짐작을 할 수 있겠다. 시민들의 의식도 놀랍다.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차들이 서서 손짓으로 건너 가라고 한다. 뒤의 차들이 빵빵거리며 빨리 가라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런 행동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다운타운으로 갈수록 더욱 멕시코스럽다. TV나 잡지 등에서 보듯이 원색의 화려한 색깔로 된 간판, 높은 야자 가로수, 선하고 느긋해 보이는 사람들… 정말 이국적인 문화에 의한 특징들이다.
너무 덥다. 이건 살이 타 들어 가는 것 같다. 땀 거의 흘리지 않는 나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어느 건물을 지나치는데 찬 바람이 확 불어온다. 에어컨 바람이다. 아무 생각없이 마법에 이끌리듯이 안으로 들어갔다.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과 롤렉스, 피아제 등의 명품시계를 파는 곳이었다. 안내하는 사람이 오더니 장황하게 설명을 시작한다. 더위 식히러 들어온건데… 건성건성 듣는 척하며 몇 마디 대꾸해주었더니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하려 한다. 어디선가 시원한 생수와 콜라를 병째로 하나씩 준다.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고 얼음같이 차가운 음료 마시니 금방 더위가 들어가 버렸다. 아직도 가슴에 매니저라는 명찰을 단 여직원은 3캐럿이나 되는 다이아몬드를 내보이며 가격이 세상 어디에서 보다 쌀 것이라며 발길을 잡는다. 음료수도 얻어 마셨으니 매몰차게 뿌리칠 수도 없어 선착장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어머니 가 관심이 있으시면 모시고 오겠다고 하고 밖으로 나왔다.
좀 더 다운타운 깊숙이 들어가니 ‘Cabo Wabo’라는 간판이 보인다. 멕시코 곳곳에서 꽤 유명한 멕시코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악단도 있는 체인형 클럽이다. 그 입구에 ‘Cabo loco’라는 멕시코 정통적인 야외 주점이 보인다. 맥주와 타코 등의 멕시칸음식을 파는 노천카페이다. 여기까지 와서 정통 멕시칸 맥주와 타코를 맛보지 않을 순 없지… ㅎㅎㅎ
세계적을 유명한 코로나(Corona) 맥주는 많이 먹어 봤으니 처음 본 맥주 도스 에퀴스(Dos Equis) 세 병과 쇠고기 타코 네 개를 주문했다. 미국에서 먹던 타코 크기를 생각했는데 너무 작았다. 하긴 간식처럼 먹으려고 했던 것이기에 적당한 양이었다. 역시 오리지널은 간단하다. 미국에서 먹던 타코는 똘띠아에 쇠고기, 닭고기 등과 야채를 넣고 아보카도, 구와카몰리, 치즈를 올려 살사와 사워크림까지 넣어 먹는데 여기서는 똘띠아에 쇠고기 조금 넣고 살사를 넣을 뿐이다. 사실 이태리가 본고장인 피자도 다른 나라에서는 이것 저것 토핑이 많이도 올라가지만 이태리에서는 치즈 피자가 대부분이고 엔초비(멸치절임) 정도가 토핑으로 쓰이는 정도이다.
기분 좋은 카보스 다운타운의 짧은 여행(excursion)을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해변에는 선탠을 즐기고 공놀이를 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바다에서는 제트스키, 윈드서핑이 어지럽게 돌아다닌다.
텐더보트를 타고 크루즈 모선으로 돌아가는데 어제 몸 일부분만 겨우 보았던 바다사자가 작은 보트에 매달려 먹을 것을 달라는 듯한 광경이 보였다. 선장이 속력을 줄여 가까이에서 구경하도록 배려한다. 그 큰 바다사자가 몸의 반 이상을 보트에 걸치고 있다.
크루즈에 도착하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저녁 정찬에 참석하였다. 롱비치 항구를 떠난 후 먹어도 너무 먹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디저트가 나올 무렵, 사회자가 나와 댄스를 유도한다. 테이블 서빙을 하던 종업원들이 모두 춤을 추며 승객들이 일어나 함께 춤을 추도록 권유한다.
저녁식사 후 소화시킬 겸 10층 데크에서 기분 좋은 밤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5층으로 내려가 바에서 맥주 몇 병을 사서 방으로 갔다. 흔한 버드와이저 맥주인데 병이 너무 독특하고 이쁘다. 이런 용기는 처음 본다. 9층에서 안주거리를 포함한 야식을 챙겨왔다. 무지막지하게 많다. 돈 주고 사오는 것이라면 절대로 이렇게 못한다. ㅎㅎㅎ 맨날 살 찔 것 걱정하면서 눈 앞에 음식이 놓이면 절대 참지 못한다. 아니 안 참는다.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이렇게 마음대로 야식을 먹겠다고… ㅎㅎㅎ
이틀간 정박한 귀여운 도시 카보스를 떠나 우리 배는 남으로, 남으로 향하고 있다. 카보스에 가까이 내려온 후부터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다.
첫댓글 종업원의 능력이 부족한가요?같이 나와 춤추는 사람이 없어 보이네요~~~분위기 참~~~좋아요!^^ 휠체어에 앉아서도 들썩들썩~~~아 ,, 신난다 ㅋㅋㅋㅋㅋ
아~ 나도 왕년엔 한 춤 했는데... ㅎㅎㅎ 보여줄 수도 없고... ㅎㅎㅎ
믿거나 말거나~~~ ^^*
하루빨리 크루즈여행 경험하고 싶어지네요. 너무 재미있게 여행기 읽고 , 보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크루즈 하시죠 뭐~
시작이 반이예요.
맥시코 이국 경치도 멋지고 지기님 옷 색상도 푸른색으로 바뀌니 시원해 보이네요
나도 돈모아서 크루즈여행 할려면 호텔나가 몆시간 씩 아르바이트 때려야겠어요.ㅋㅋㅋ
라스베가스 육교마다 홈리스들 많던데... 그거 하시려는건 아니죠?
아니면 프로 겜블러?
그럼 뭔 알바를 하죠?
딜러 좋다. ㅎㅎㅎㅎ
정말 하루하루 흥미진진해요 ㅎㅎㅎ
너무너무 신나고 ㅎㅎㅎㅎ
떠나고 싶어요 ㅠ ㅇ ㅠ ㅎㅎㅎㅎㅎ
신랑 꼬셔서 떠나요~ ㅎㅎㅎ
멕시코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된거 같아요~~^^ 흠,,,남미도 가보고 싶군요~~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ㅎㅎ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가고 싶지요.
저도 같이 여행한 기분이 들어 너무 좋았어요 *^^*
로또라도 당첨되서 우리 휠세가족 모두 남미로 크루즈여행 가서 월드겁 경기까지 보고오면 정말 좋겠다 ㅎㅎㅎ
그럼 로또부터 사야겠는데요. ㅎㅎㅎ
한번도 사본 적이 없어서...
여행기 쓰느라고 고생. 회사에서 출장보고사가 제일 쓰기 싫은데...
요크님땜에 더 열심히 쓰고 있어요. ㅎㅎㅎ
나도 한 춤 하는데........ㅎㅎㅎ
분위기에 취하고 싶네요. 맨 아래는 백조에서 고릴라로 변신한 타올? ㅋㅋㅋ
저와는 쬐끔 세대차가 있으시겠지만 옛날에 어디서 노셨나요? 코파카바나? 마이하우스? ㅎㅎㅎ
매일 저녁 수건인형이 바뀌어 있어요. ㅎㅎㅎ
무교동 월드컵~~~ ㅋㅋㅋ
허걱... 극장식 월드컵?
거긴 고딩때 가족들이랑 밥 먹으러 갔는데... 쇼도 하고... ㅎㅎㅎ
저희 아버지 고향 친구분이 월드컵 사장님이랑 형, 동생하는 사이셔서요. ㅎㅎㅎ
크루즈 여행...아...로또 사야겠당...ㅎㅎㅎ
캬, 저 우람한 팔뚝~!! 저는 상상도 못할 나시 패션을 소화해내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나시... 내 평생 처음이었다. 지금도 민망해. ㅠㅠ
여행이좋은이유
입고싶엇던옷맘대로입어도 남의눈치안봐도됌~ㅎㅎ
오늘도멋진여행사진 감사합니다.
넵~ 눈치 안 보니 맘은 편해요. ㅎㅎㅎ
사진 속이 지기님은 누구를 향해 애교 작렬???^^ 계란 후라이의 3가지 영어 명칭 첨 알게 됐네요~
헐... 어쩌다 찍혔어요. 민망..
와인님. 권이가 비키니 아가씨를 찍기 위해 나 찍는 척 하며 찍은거라구요.
난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한다는... ㅎㅎㅎ
절헌어엿한 남정네분께서 여성을 돌같이 여기믄 되나 사랑을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