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으면 새술의 가치가 없어지고 맙니다. 낡은 헌 부대는 찢어지고 맙니다. 그래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현재에 익숙한 관행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른바 보수지향의 속성입니다. 이른바 전통을 지키자는 말은 언 뜻 좋을지는 모르지만 폐쇄적 보수는 발전 지향적이지 않습니다.
이미 지난 것은 그 시대에 합리적인 과거일 뿐 입니다. 과거에만 얽매어 현재 합리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은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과거를 토대로 새로움을 개척하는 삶이야말로 우리를 성장 시키며, 우리를 윤택하게 해 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대금도 그렇습니다. 대금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분들이 헷갈려하는 것 중 하나가 어떤 대금을 배워야 할 것인가? 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대금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식 대금은 정악대금과 산조대금이 있습니다. 오래전에 정악대금을 배우려고 했지만 지공 간격이 넓어 운지가 되지 않아서 포기를 해 버렸습니다. 물론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금을 포기 하고 색소폰 비롯한 다른 악기 배우기를 전념하다가 20년이 지난 후 작년에 우연히 가요대금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오선보로 된 노래연주에 적합한 가요대금이란 존재는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대금연주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대금계 분위기는 잘 모르지만 너무 과거에 얽매어 있는 분위기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보수성이 너무 강한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전통은 물론 지켜져야 하지만 현 시대의 관점에서 수정, 보완되어야 전통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이라 해서 반드시 금과옥조처럼 기계적으로 근본주의 관점으로 폐쇄적 보수로 지켜지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요대금은 실용적 국악기로 지구촌의 표준 음악의 시스템을 도입하여 현대음악을 연주하기에 적합하도록 개량한 대금입니다. 국민들에게 전통악기인 정악, 산조 대금 보다 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국악기로 인식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이 만든 고속도로가 있는데 전통을 지킨다는 이유로 오솔길을 걸어가고, 국도로 자동차를 타고 가야 한다는 전통 지향적 논리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부 전통 대금계에서는 가요대금을 대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서자 취급하는 것 같습니다. 국립국악원에서 인정하지도 않는 족보불명의 악기로 취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수구지향적인 현실입니다.
물론 정악, 산조대금으로도 가요를 연주할 수는 있지만 이는 전공자에 한해서이고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고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실용적인 악기로 접근도 용이하고 배우기가 쉬운 가요대금은 현대 음악 중에도 우리 귀에 익숙한 동요, 가요를 연주하는데 효과적이고, 다른 서양악기와 합주도 가능하다는 매력이 있는 악기입니다.
현재 대금 저변 확대의 가장 큰 장애는 대금을 전공한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가요대금의 보급을 사이비 대금으로 생각하고 있을 듯 합니다. 마치 성악가 박인수 선생님이 이동원 가수와 함께 <향수> 노래를 발표 했을 때 클래식 쪽에서는 호들갑을 떨며 이단시 했습니다.
가수 이동원 씨와 박인수 테너성악가 향수를 부르고 인기를 얻으니까 당연히 클래식 쪽에서는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성악가가 무슨 대중음악을 하느냐고 시비를 걸었습니다. 국립 오페라단에서 야단을 쳤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클래식을 모독했다는 겁니다. 이런 분위기가 대금에서도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정악, 산조대금은 전공자 위주로 전통적인 노래를 정간보와 율명으로 배워야지 아무나 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대금으로는 전통 음악만 연주해야지, 대중가요와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금은 우리의 정서와 가장 잘 맞는 멋있는 악기입니다. 그런데 왜, 국민들로 부터 외면을 받을까요? 전통 대금인 정악산조로는 현대적인 가요의 멜로디를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대적인 모든 노래는 가요대금으로 배우고 연주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요대금의 등장은 대금의 역사에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가 될 것입니다. 폐쇄적인 대금 교육방법이 많은 사람들을 포기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금 첫 입문자에게 지공을 제대로 막을 수 없는 기다란 정악대금을 먼저 배워야 한다던가, 어려운 대금산조 부터 가르친다던가, 대금을 배우는 제자들에게 고가의 대금을 사라고 종용한다던가 하는 것은 구습(舊習) 이라고 생각합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처럼 대금 연주도 지금 통용되고 애창하고 있는 노래를 연주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므로 가요대금을 보급하고 가르치는 것이 이시대가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금 전공자, 선배고수님들의 오픈마인드가 필요 합니다.
가요나 동요에 율명을 다는 것은 처음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수천 수 만곡의 가요를 연주하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영어를 배운다면 발음기호대로 발음을 연습을 하고 나서 나중에는 저절로 익혀지는 것 처럼 영어 단어 밑에 우리말로 발음을 표시하여 배울 수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한글로 표기해놓으면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오히려 영어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는 중국어 발음으로 이해하고, 일본에서는 일본어 발음으로, 미국에서는 영어발음으로, 제각각 외국어의 발음을 익혀야지 임시적으로 일일이 우리말 발음을 달아 배우는 것은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나라의 언어로 이해하고 발음하는 것이 중요 합니다.
대금 역시악보를 이해하는데 오선악보를 율명으로 배우는 것은 임시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리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중간단계로 율명으로 이해하면서 점차 고정도법의 개념으로 오선악보에 친숙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정간보, 율명으로 배우신 분 들이 처음에는 오선악보가 익숙하지 않지만 배우다 보면 오선 악보 독보에 익숙해집니다.
사람들은 이미 익숙한데서 벗어나기 어려워합니다. 색소폰 입문자도 처음에는 악보에 율명 대신 계명을 적어 연주를 합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표시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조금 익혀 지면 율명, 계명없이도 오선 악보 이해가 가능합니다. 악보를 읽을 수 있도록 조금만 노력하면 됩니다.
가요대금의 등장은 역사적으로 필연적이라 생각합니다. 대금의 대중화, 생활화하기 위해서 가송 선생님께서 가요대금을 개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전통을 그대로 고수하는 고집적인 마인드에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악기입니다.
이제 우리 같은 아마츄어들도 배우기도 어렵고 음정이 맞지 않는 정악, 산조 대금으로 현대 음악을 연주할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음정이 맞는 가요대금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대금을 개조 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따라서 개량된 현 가요 대금은 다른 서양악기와 합주 연주도 가능하게 됩니다. 현재 까지 대금의 키가 제한되어 있어 서양악기의 키와 맞지 않아 합주 연주해야 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요대금은 가송공방에서 전통대금의 한계를 벗어나 대금의 대중화를 모토로 개발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의적절 하게 개발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대중음악의 비중이 커진 요즘 시대에 정악과 산조의 음악으로는 대중들의 귀에는 익숙하지도 않고 거리감이 큽니다.
색소폰 악기는 이미 대중들의 귀에 익숙한 소리입니다. 가요대금도 생활 악기로 대중들 속에 파고들어야 할 당위성이 있습니다.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으면 포대가 터져 버리는 것처럼 새 부대에 담아야 보존이 됩니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수용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오케스트라의 편성에 드럼, 기타, 키보드, 색소폰도 편성하여 연주하고 있습니다. 전통을 고집하고 있던 클래식의 성악도 이제는 대중가요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훨씬 더 많은 박수를 받습니다. 대중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이태리 원어로 부르는 성악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조금 더 세월이 흐르고 나면 정악, 산조 대금보다 가요대금이 대금으로 인식될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울말이 표준어로 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제시대의 표준말이 전라도 방언으로, 신라시대의 표준말이 경상도 방언으로 밀려 난 것처럼 대금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가요대금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가요대금이 우리나라의 표준 대금으로 정립 될 것이라 추론 해 봅니다.
율명 접근과 오선보 접근은 패러다임의 문제입니다. 저는 정간보와 율명은 문외한이라서 아무래도 오선보 접근과 화성학적 해석으로 가요대금의 실용적 연주로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색소폰과 같이 소프라노 대금. 알토 대금, 테너 대금, 0키 대금, 이렇게 구분해서 연주 해 보고 싶습니다. 대금 종류는 달라도 운지는 한가지로 통일해서 연습하면 됩니다. 모든 대금을 한 가지 운지로 연주 하면 모든 대금을 다 연주 할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음정은 반주기로 조절하면 됩니다.
옛것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폐쇄적 보수를 부르짖다 보면 현실과 괴리가 일어나 실용성은 뒤떨어집니다. 서양음악을 기초로 한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실용성을 보면 빨리 이해가 됩니다. 클래식이 아무리 전통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 대중과 항상 호흡을 하지 않습니다.
지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미스트롯, 미스터 트롯은 그만큼 다수의 대중들과 호흡을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상품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중요 합니다. 어떤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소비가 되지 않으면 그 상품은 시장에서 소멸되어집니다.
마찬가지로 전통대금인 정악, 산조의 음악이 소중하더라도 일반대중이 소비하지 않으면 효용성이 떨어져 소멸되어집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가요대금이 나타났습니다. 저도 오래전에 정악 대금을 접했지만 접근성이 어려워 포기했습니다.
20여년 지나서 작년 여름 8월에 우연히 가요대금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가요대금을 구입하여 지금까지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가요대금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음악의 쟝르를 연주 할 수 있으니 너무 좋습니다. 개량대금이든 크로매틱 대금이든, 가요대금으로 하는 호칭은 각자가 편한대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개량대금이란 호칭은 포괄적인 명칭이지만 가요대금은 개별적 대금의 특성을 잘 표현 해주는 명칭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테면 포괄적 명칭인 냉장고이기 보다는 특성을 나타내는 00 냉장고로 표현하는 것과 같습니다. 크로매틱 대금이란 호칭은 순정음계를 12음계의 평균율음계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악기가 피아노입니다. 피아노는 12 건반을 평균율 로 튜닝하여 연주를 하는 악기합니다.
지금 모든 악기는 이런 크로매틱 스케일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 개인적인 음악적인 입정에서는 이 용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피아노란 악기 명칭도 처음에는 피아노 & 포르테 로 불러졌습니다.
왜냐하면 여리고, 강하게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악기라는 뜻에서 피아노 & 포르테 로 악기명칭을 정했습니다. 그러다가 길게 명칭을 부르는 것이 번거로워서 점점 일부 사람들에 의해 앞 글자 피아노 한 단어만 명칭으로 하던 것이 익숙해지고 관행화 되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 하면서 모든 제품을 구입할 때 신제품을 구입하면서도 대금은 왜 옛것을 고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전통도 중요 합니다. 전통이 없고서는 오늘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통과 현재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거지요,
대학에서 음악도 클래식 음악학제는 4년제이지만 실용음악은 2년제가 보통입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중음악은 클래식 보다는 실용음악 분야가 지배적입니다.
버스킹의 대다수 악기와 연주 쟝르는 대중가요와 실용음악입니다. 클래식을 연주하고 있으면 대중들에게는 마이동풍입니다. 대중들과 호흡하지 못하는 음악은 한마디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에 불과 합니다. 자기들만 호환되는 음악에 불과 합니다.
음악은 대중들이 익숙한 음악으로 소통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요대금으로 대중들의 귀에 익숙한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전통관악기인 대금의 우수성, 실용성을 더 어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요대금은 휴대하기에도 용이하고 다른 악기의 버스킹 할 때 협연할 수도 있습니다. 반주기 음악으로 얼마든지 이조를 하고 모든 음악을 연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가장 업그레이드 한 대금이 가요대금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