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홀랜드오퍼스]에 대하여_ 2021.05.21.

[서우민]

영화 중 1.

"웃긴 일이지. 등떠밀려 억지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 미련이 남는다니.. 학교에 내 인생을 바쳤어. 뭔가 하나라도 더 제대로 가르쳐보겠다고 아둥바둥하면서 30년이 흐렀어. 그런데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끝이더군. 물거품이 되버린거라고. 난 소모품이었네."

영화 중2.

"정작 본인께서는 어쩌면 자신의 인생이 헛된 인생이었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분의 머릿속에는 항상 음계가 들어있었죠. 그게 저분을 유명하고 부자로 만들어주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의 선생님은 부자도 아니고 유명한 사람도 아닙니다. 한 작은 도시의 음악교사일 뿐이죠. 그러나 옳지 않아요. 선생님은 부와 명성을 초월한 성공한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주위를 보세요. 선생님의 손길을 받고 자란 제자들이 있습니다. 저희가 바로 선생님의 교향곡입니다. 악보이자 음계입니다. 선생님의 음악은 바로 저희였습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 이야기>

진두찬: 영화 홀랜드오퍼스. 템플그랜딩 같은 영화라 본 줄 알았는데 아직도 봤었는지 모르겠다. 시대상 보여주더라. 반전에 대해 이야기 하고, 학생의 죽음을 통해서. 그 이후 신세대와의 이야기를 하는. 오래된 영화인데 지금 세대에서 봐도 충분히 같은 것들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홀랜드 선생님께서 처음 음악 하려고 시작했다가 삶에서 한명 한명을 가르치다 보니 열정을 가지고 하게 됨. 그 와중에 전쟁, 미국의 과오를 드러내는. 자신들이 가해를 했지만 그 안에 피해자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배선명: 교육이 전체 삶을 아우르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여승욱: 홀랜드 교사 이야기에 많이 집중되어 있다. 교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나에 대해 생각 많이 함. 홀랜드도 처음부터 교사를 희망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딱 그랬던 듯. 사범대학교를 갈 때 주변에서 많이 의아해했다. 공부 더해서 상대나 공대 가서 기업 취업하기를 더 많이 바라여서. 교사 되는 것에 대해 학교 다니면서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 그러다 교사 되면서 느끼게 된 마음은. 처음 시작할 때 잘 몰랐고 지금도 잘 모르지만 교사는 처음부터 나오는 게 아니고 계속 만들어지는 것 같다는 것. 나의 가장 큰 화두도 그것이다. 교사는 무엇이고, 훌륭한 교사는 어떻게 준비될 수 있는가. 홀랜드에게 일찍 퇴근한다고 뭐라 하는 교장 모습. 마지막에 오케스트라 없애는 것이 부당하다고 이야기 하는 홀랜드. 예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깊이 이야기하는. 시대 흐름으로 퇴임하게 되었지만 그를 기억하는 수많은 제자들. 한 명의 교사는 얼마나 많은 세계를 담당하는지. 교사는 무엇인가?

이영은: 음악이지만 가르쳐서 못하던 친구가 잘하게 되는 것을 보고, 나 스스로 발견하게 된게 뭐냐면. 늘 하던 일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새롭지 않다. 식상하다고 느끼는 나를 깨닫게 됨. 내가 인상 깊은 건 뭔가?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처음에 사적인 생각에서 출발해서 교사를 하게 되는데 출발은 그렇게 했는데 어떠한 과정들을 겪다가 발전하는 과정. 쫓겨나는데 미련 남는 것. 처음부터 교사가 되어야겠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교육이라는 것이, 교사라는 것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장애가 있는 아들이 아빠에게 말하는 장면이 와닿음. 학생은 가르치지만 자녀에게는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 아이가 아빠에게 얼간이라고 하는 장면. 교육이 가르치는 일이 무엇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일이라 생각. 귀를 기울여주고. 공연 장면이 감동적이었다. 교사의 자리, 부모의 자리 다르다지만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맞닿는 부분이 있다. 철학적인 말이긴 하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뭘까.

진두찬: 학교에 몰두하고 가정에 소홀해진 홀랜드. 순간의 깨달음으로 사람이 바뀔 수 있는데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그 이후에도 그렇게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수많은 노력을 하면서도 견뎌내고 힘내고. 바람피우는 것도 모른 척하고, 지금은 말이 안되는 영화적 관점.

게이 커플이 자연스럽게 다니는 것을 보면 성적인 부분이 많이 확장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역할이나 젠더를 통해서,

아빠가 수화해서 나아진 일시적인 관계가 일시적으로 나아지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계속 집중해야하는데. 음악을 간접적으로 제공하는 계기가 되고. 의자에 앉아서 음악 듣는 아들 보면서 장면이 넘어간다. 사람은 고정적이라 과연 홀랜드가 가족을 돌볼 수 있는가.

한편으로 살면서 누구나 스승이 되는 것이고. 새로 교장이 된 교감. 그 사람도 자신의 신념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모습이 보여졌는데 그 부분 자체는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영은: 성장 과정 관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보통의 사람이 이 일에 뛰어들었다가 성장하는 과정을 겪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승욱: 파바로티. 죽인시인의사회처럼 도발적인 내용이 아니라 홀랜드라는 사람이 늙을 때까지 얼마나 바뀌어 가는가 변화의 과정이 보여지는 점이 좋았다. 물론 작의적일 수 있다. 마음을 울리는 학생이 나타났을 때 이성적인 힘으로 거절하는 것 등이 작의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최고의 삶 대신 충만한 삶에 대해 고민하려 했다. 홀랜드 미덕은 자기 앞에 놓은 상황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시도해왔다는 것. 처음 교사 발령받아서 이 아이 가르쳐 봐라고 제안받고 하게 되는 것 등. 생이 던진 질문에 외면하지 않았던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홀랜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교사로서 정체성을 가진 건 아닌 것 같고 중심은 음악이고 이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교사가 마음속에 담아야 하는 것이 뭘까 싶었다. 지금의 교사들은 교과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괴롭힘 당하고 있는 것 같다.

배선명: 어떻게 교사로 성장할 수 있는지. 어릴 때부터 교사가 꿈이었던 사람이고, 어릴 때부터 저런 교사는 안되어야지 하는 생각만 했었다. 롤모델이 잘 없었던. 잘해야지 하면 안 되는것처럼 왠지 좋고 왠지 싫은 아이들도 있었다. 온전한 나를 만나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 교사로서 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중에 하나가 첫째 학생 클라리넷 불 때 좋아하는 것을 담아 표현하게 하는. 학생들이 진짜 사랑하고 가지고 있는 그것을 꺼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겠다. 교사 자체가 음악을 사랑했기 때문에 전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교사가 정말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만 해도, 아이들이 저절로 공감하고 동기가 생기고 배우게 되는 것이 있듯이.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인상 깊은 부분은 많았다. 학생들이 오케스트라 엉터리 같이 해도 아주나쁘지 않았다는 말. 너무 비난하지 않고,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인상 깊었다. 성장을 채워주는 지금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낌.

장애 학생에 대한 시각도 다루고 있어서 그 아이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게 되고, 아들과 아버지와의 이야기도.

최성용: 저는 교사가 아니다 보니까 학생의 입장으로 보는 것 같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느낀거지만 선생님도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홀랜드도 처음에 작곡을 하는 것이 목표였던. 학교에 좋은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교장 선생님 말 중 나침반. 좋은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을 이야기했는데 중요한 것 같다. 주변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지만 그것을 내가 반영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맞춤식 교육을 들어가는. 저도 학교 다닐 때 아쉬웠던 것은 교사도 사람이라 개별에 맞추지 못하는 부분. 하나를 가르쳐도 열을 아는 아이가 있고 열을 배워도 하나를 아는 아이가 있어 맞춤식 교육이 필요한데 교사의 시간, 노력이 할애해야 한다고 생각. 현실에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함. 초임 선생님이 그런 열정을 가지는 것 같은데 몇 년 지나면 없어지는 것 같더라.

학교 초등학생들 모여서 민속놀이 하는 체험. 학교 세 개. 선생님 성향에 따라 아이들도 정말 다르다. A학교는 선생님이 아이들 하나하나 봐주고 케어 하는데, B학교는 교사가 노니까 아이들이 한시간도 안되서 질려하더라, C학교는 반반 정도. 교사도 놀면서 아이들에게도 집중하는. 농촌학교는 혜택을 많이 주려고 젊은 선생님 많이 모시는데 초임교사 많아 놀고 싶어하는 성향이 드러난다. 부와 명성을 갖는 것보다는 많은 학생들의 장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교사가 어떤 자세로 일하느냐에 따라서 학생들이 많이 바뀐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하늬: 더빙된 것을 봤는데 원어로 나왔을 때랑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 두서가 없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홀랜드는 제가 안 좋아하는 타입이라 생각. 영화를 왜 이렇게 구성했는지 이해는 되지만, 내가 실제로 만나면 안 좋아했을 사람 같다. 이 영화를 어떻게 추천하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영화 마지막에 울었다. 아빠가 투영되서, 교사로 일하시다 올해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왔던 제자들 보면서 아버지도 명예퇴직하면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장면 중 체육교사가 식판 들고 가면서 “이 학교에는 민주주의가 없어.”라고 해서 ‘핍박 받나?’ 싶었는데 잘 수용되고, 교육하기 좋은 환경인 것 같았다. 날카로운 교감도 있고, 교장이 나침반을 주길래 ‘홀랜드가 교장이 되나?’ 싶었는데 전혀 아니고. 임팩트 있게 보였는데 예상한 결과가 아니어서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홀랜드가 좋은 사람으로만 비춰지지 않게 그린 것이 좋다고 생각. 바람을 피운 것도 진짜 별로였다. 헌신해서 가정이 무너지고 젊은 여자 선생님을 중심으로 해서 나오는 영화가 두 개 있었는데 흑인슬럼가에서 여성 교사가 가르치는 영화가 있는데 교육영화 중 추천받는 것이었다면, 홀랜드 자체는 가정을 등한시 한 이유가 학교에 열정을 쏟은 것. 영화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다른 카톡방에는 시각장애인분들이 계신데 사진을 올리면 사진에 대해 설명 해주는 톡이 올라간다. 장애인분이 “설명 없이 올리면 제가 불편하다”고 적은 것을 보면서 불편하기도 했는데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게 인권을 중시한다고 한 내 모습을 돌아보게 했고, 지금도 청각장애인을 중심으로 한 공연이 잘 없는데 엄청난 비트를 통해 공연하는 것 인상적. 홀랜드가 땀 뻘뻘 흘리면서 노래 부르는데 아들이 울지 않아서 좋았다. 멀뚱멀뚱 보는 것. 그 이후 홀랜드가 수화하면서 나아지자 대화 좀 되는 것이 좋았다. 처음부터 좋은 교사가 될 마음이 없었던 홀랜드. 대안학교 꿈틀리에서 일할 때 되게 열정 가득하게 갔었는데 기숙형 학교에 갔을 때 정말 힘에 부침이 많았는데 주변에서 그냥 일상을 살아야 교사를 오래 한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새벽 2시에 자고 7시에 일어나고. 다이나믹한 것이 기숙사에서 일어나는. 그런 감정을 내가 다 만나줘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저의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들도 배움의 자세가 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첫해에 몰랐고, 그 이후로는 매해 친구들이 달랐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하고 있는 게 맞나 싶어서 덴마크 갔었다. 허덕이던 모습. 내가 꿈꾸던 내가 아닌 나를 봤을 때. 현실적인 한계. 재정 상 더 못해준 것 등.

배선명: 사람과 교육 연구소, 건신대 대안교육학과 교사, 정유진 선생님이 추천. 교육 영화 하나를 추천한다면 이것을 추천한다고 해서 추천하게 됨. 연수에서 강조하던게 들어가 있더라.

진두찬: 제가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은 너무 몰입해서 자기의 삶이 없는 삶. 소중해야 할 존재가 가끔 전치되는 삶. 그런 것이 불편했던 것 같고, 상담가의 기준으로 볼 때 자원을 관리한다고 하는데 내가 가진 에너지를 잘 관리해서 내담자에게 너무 에너지를 많이 써서 효과적인 상담을 못하게 되면 지속적인 상담을 못하게 되는. 멋지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은 학생에게 올인하는 선생님일까 중간을 지키는 선생님일까. 각자의 경험마다 자신을 특별하게 해주는 교사가 있었다면, 특별한 통찰력을 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구든 평등하게 올곧게 하는 것이 올바른 선생님이라 생각할 수 있는.

진두찬: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선생님은?>

진두찬: 초등 4학년 때 교사 아직도 만나는데 그때 한창 열린 교육할 때였는데 선생님 초임 시절이었는데 베르나르베르베르 소설을 읽어줬다. 수업시간에. 그 외에도 선생님이 해주신 것도 있다. 문제를 가장 먼저 풀면 뽀뽀해준다고 해서 열심히 풀었던 경험이 있었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아주 냉정하게 이야기했었다.

배선명: 이상적인 선생님, 제 삶에서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제 마음을 알아준 선생님인 것 같다. 학생들마다 살아온 삶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고, 같은 행동을 해도 의도가 다를 수 있는데 자신의 경험을 믿고 이런 아이는 이런 것일 것이다. 하는 게 아니라 들어주려 하고 헤아려주려 하고. 그런 노력이 보였을 때. 용기를 얻기도 하고. 정답은 없는 것 같고.

진두찬: 직관적으로 봤을 때?

배선명: 선생님도 저마다 빛깔이 있는 것이 존중되었으면 좋겠다. 저는 그렇게 배우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창의성을 가르쳐야 하고, 교사들은 창의성을 제한당하니까. 어쩌라는 것이지?

최성용: 이상적인 선생님은 없다. 나에게 이상적인 선생님은 없다고 생각. 실존하지 못할 것. 있더라도 좋은 부분 싫어하는 부분 있다고 생각함. 고2 선생님은 농사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서 항상 부르시고, 외형은 조폭 같이 생겼는데 사회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도 언뜻 떠오르고, 많이 맞았고, 그런 것을 알려주는 어른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좋았다. 교권이 떨어질 때인데 때리는 대신 말로 소통하려고 하는 것들 경험했다.

이영은: 이상적인 선생님은 잘 모르겠고, 초4-5학년 때 선생님 생각난다. 초4 선생님 생각난 것은 도시빈민가에서 자랐는데 문방구집 딸이었는데 장사하는 분들 이야기 들으며 컸다. 엄마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배웠다. 쉬는 시간에 어깨 주물러주고 칭찬받는 아이들 부러웠다. 선생님 머리에 뭐가 묻어 있어서 떼어 주려고 했는데 엄마가 쓰는 말(아 그거 그냥 깔치 뜯어..)을 썼는데 선생님 돌아서 나를 혐오하는 눈빛으로 봤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저 선생님 그때부터 나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왜 잘못된 말이라고 알려주지 않았을까. 그 이후에도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법을 못 배웠다. 좋아하면 치대거나.

5학년 때는 (무언가를) 가져다 드리려 했는데 문이 안열리다 확 열려버림. 선생님이 “이리와봐”라고 했고. “방이 몇 개냐” 묻더라. ‘우리 집은 방이 한 개인데 한 개라고 말해야 할까. 부끄러운데.’ ‘두 개라고 하려니 거짓말인데.’ 그 순간이 너무 길었다. 방이 하나인 것처럼 왜 노크를 할 줄 몰라. 그게 가장 큰 경험이었다. 많은 아이들에게 내가 단칸방에 산다는 것을 말하지도 거짓말도 못하던 일. 청소년 일을 하면서 계속 그 선생님들 생각을 했다. 그런 선생님이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이상적인 선생님 못 찾았고, 만나보지 못했고, 계속 고민하는 일이어서 못 찾은 것 같다. 지금 당장 제가 믿고 있는 것은 교사로서 삶이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아이가 눈이 나빠져서 병원에 갔는데 무미건조하게 진료하는 의사보고 ‘저 사람 정말 별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삶은 진짜 별로다’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은 다 안다. 저 사람이 재미있게 살고 있는지.

여승욱: 이상적인 선생님은 못 만났다. 이 선생님은 이게 좋고, 저 선생님은 저게 좋고. 이게 싫고 저게 안 좋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분들을 떠올리게 되고 또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고. 예전에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하면 한마디라도 더 해보고 싶은 사람. 내가 궁금한게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는 사람. 중학교 때는 거의 그런 분을 못 만난 것 같다. 고등학교 때도 그런데 선생님보다는 친구들이 더 큰 세계였고,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선생님을 모시는 것 자체가 충만한 느낌이 있어서 찾아뵈었다. 그런데 좀 달랐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인자한 사람, 고등학교 때는 현실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부조리함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멋있었다. 지금 돌아보고 나에게 이상적인 교사는 누구인가 묻는다면 어렵다. 어떤 삶이 이상적인가라는 질문과 맞먹는 질문 같다. 다만 내가 온전하게 사는 것. 사람으로 온전한 삶을 사는 것. 세상에 존재해서 사라지는 그때까지 그게 갚어치가 좀 있지 않을까 생각. 좀 어려운 질문. 요즘 되게 많이 고민하는 질문 ‘아이들을 환대한다는 것’ ‘아이들을 인정한다는 것’.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는 교사’ 되고 싶은데 말은 이렇게 하지만 엄청 어려운 일 같다.

류하늬: 사실 인간상에 대해 기준을 높게 잡고 있는 사람인데 교사상에서 바라는 게 되게 많은데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미니멈에 대해 생각해보는데 최소한 교사라면 이래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은 공교육, 대안교육 현장에서 아이들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 것. 그게 최소치 같은데 그런 교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 환경이 잘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교사는 배워야 하는 사람 같다. 트렌디 한 인기 많은 교사는 아니었는데 가치관 측면에서 뚜렷해 엄격한 선생님 이어서. 자기가 누구인지 알기도 해야 하고, 개인적으로 이상을 쫓아온 자여서, 제가 채우지 못한 것은 품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 그릇이 넓지 않더라. 인정하고 바꿀 수 없다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멋진 배움을 잘하지 않더라도 품이 넓어서 아이들을 잘 안아주시네. 그런. 저는 손을 많이 타는 아이가 아니었어서, 시선이 많이 안가는 아이. 교사와 유대가 많진 않았는데 그래도 나를 품어주셨던 부분이 있다고 생각함. 꿈틀리 교사이자 고등학교 교장.

진두찬: 부모가 된다는 것이 한 사람의 스승이 된다는 것이기도 하고. 우리는 누군가의 스승이기도 하고, 제자이기도 하고. 어떤 순간은 만족스럽기도 하고, 반성해야 할 것을 찾기도 하고.

최미나: 나침반 역할 어떻게 생각하는지?>

배선명: 나침반 자체는 방향을 알려주는 거잖아요. 나침반을 보더라도 그거를 볼 수 있고, 알려주는 거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존재는 아닌 것 같다. 학생들이 보는 존재로서의 책임감은 있지만 내가 의도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까. 방향은 알려줄 수 있어야 하지만 내 행동으로 어떤 영향을 받는 것인지 예측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승욱: 나침반은 나침반이고 운전수는 아니다. 교사가 아이들 인생을 핸들링 하는 사람은 아니다. 지금 교육을 바라보는 아주 위험한 시선이 아이들을 핸들링하려고 하는 부분. 그 과정에서 아이들도 소외되고, 교사도 소외되는 것 같다.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같다. 도움이 된다는 것, 나침반이 된다는 것. 이게 그런 무게를 가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고, 나침반이 되고 안되고는 나침반을 보는 자가 그것을 나침반으로 보게 되면 그게 되는 것이라 생각. 다만 굉장히 중요한 잣대가 될 수는 있다는 것. 고장 나서 동도 가르치고 서도 가리키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삶, 인생에 대해서 평범한 수준에서 시민의 삶에 대해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려주는, 부끄럽지 않고, 완벽하지 않지만 담담하게 인생을 들려줄 수 있는. 그런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겁이 나는 것은 아이들은 민감하고, 내 삶의 면모는 굉장히 잘 드러나고 캐치되기 때문에.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아는 것이 누구나 타고난 능력인 것 같다. 내가 아이들의 삶의 지도에 항상 놓이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항상 있다. 나침반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보지 않았다. 홀랜드 당신의 인생은 아이들의 항상 어느 지점에 있었다는 느낌이 있었다.

이영은: 영화 볼 때는 지금의 기준에서는 생뚱맞다고 느꼈다. 긴 안목에서 지향점을 안내하는 역할이 교사역할이라고 교장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것 같았는데. 신영복 선생님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키며 계속 떤다고. 교사는 여러 가지 삶을 보여주는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 여기 학교 근무하면서 나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큰 순간은 있다. 순간적으로 탁 통하는 것 같은 순간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하 무브먼트.’라는 단어. 그 순간에 너가 얼마나 반짝이는지 알려주는 게 힘인 것 같다. 변화의 힘은 자기 안에 있으니까.

류하늬: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든다. 졸업한 친구들이랑 여전히 긴밀하게 지내고 있다. 3년을 만났는데 첫해를 보냈던 친구랑 룸메이트로 살기도 하고 되게 가깝게 지내고 있다. 공교육에서 만나는 거랑 달랐기 때문에 다르게 느끼는 지점일 수 있는데 학생으로 만나는 친구들이 대상으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 생각. 선생님은 각각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좋은 안 좋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게 이상적인 교사랑도 연결된다 생각하는데 학생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나침반을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침반 역할을 할지 아닐지는 교사 선택. 교사 영향이 되게 크다고 생각해서 두려웠다. 내가 가진 우주가 요만하면 내가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세계가 요만할 수 있다. 나를 통해 세계를 확장 시켜나가는 것들이 어마무시하게 무서웠다. 나도 완벽할 수 없고, ‘너희가 삶을 나아갈 때 저런 사람도 있네’ 라는 입장에서 온전히 있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다.

최성용: 나침반이 중요한 것 같기는 하다. 나침반은 좋은 나침반이 있고 나쁜 나침반이 있듯이, 학생들이 선택하는 것도 학생의 몫. 얼마나 선생님을 믿고 따르냐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나침반이 없더라도 부모님 역할이나 자기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아이들은 충분히 알아서 갈 것이며, 나침반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족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아직 좀 희미하거나 좁아서 일수도. 좀 더 열어주는 거가 나침반일 수 있다.

나침반 역할보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교사들이 있는 것 같다. 단정 지어 길을 제시하는 선생님도 몇 분 계시는데 아이들 미래를 정말 책임질 수 있을까. 저는 농업고, 농업대를 나왔는데 대구 농업대는 농사를 지으려는 아이들이 오지 않는다. 농부가 되지 않는다. 땅 등이 필요한데 대구에서 농사짓기가 힘들다. 아무것도 없는 친구들에게 농부가 좋다고 제안할 수 있지만 무리한 제안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데 왜 불쏘시개 역할을 할까. 학교에서는 희망찬 이야기를 하는데 막상 나오면 밀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불씨가 사그라들더라. 누가 밀어주지 않으니까 스스로 못 걷겠더라. 학교 다닐 때는 밀어주기보다는 볼 수 있는 눈을 가르쳐 주는 게 필요한 교육이 아닐까.

진두찬: 나침반에 대해서. 어떤 의미인 줄은 알겠는데 제가 느끼는 선생님의 기준에서는 그게 필요한 것 같다. 뭔가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이 진짜로 나에게 의미있고 재미있는지 느끼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꼭 나침반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 나침반은 정말 방향을 보여주고 있고, 맞다고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것보다는 그냥 내가 나침반이 되지는 않더라도 궁금증을 함께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 그거는 나침반이 아니어도 된다. 모범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꼭 한두 명있다. 정말 존경하는 친구가 있다. 저는 종교가 없지만 종교과 신념과 삶이 일치하는 것 같은 친구가 있다. 물론 그 친구도 고민하고 시련을 겪고, 유혹에 흔들릴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한결같은 사람이 있다. 나이를 떠나서 엄청 훌륭하게 생각하는. 인간적이어서 오히려 빈틈이 적은 사람. 그런 사람만이 꼭 나침반이 되어야 하는 건은 아니다.

배선명: 너는 그 학교 안된다 해서 원서 안 냈는데 성적 더 낮은 친구가 원서 내서 학교를 간다던지. 예측 못할 일들이 많다. 내비게이션. 같은 목적지로 가는 길도 매우 다양하다. “지금 너희가 어디에 있는지 보고 자기 속도에 맞게 가는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 거울이 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류하늬: 한국에서 선생님의 나침반을 진로에 국한 지어서 많이 이야기 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 진학 전에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에 더 넓게 삶을 바라봐줘야 한다고 생각. 내가 가지고 있는 내비게이션, 나침반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고 시대를 못 따라갈 수도 있어서 그걸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영화에서 도시로 떠났던 제자가 성공해서 찾아오지 않은 것도 중요한 의미라 생각한다.

여승욱: 비유가 시선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 시대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지금과 다른 것 같다. 여기 있는 사람들의 ‘교사는 무엇이다.’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여승욱: 교사는 무엇이다.>

여승욱: 교사는 언덕이다. 기댈 언덕이다고 생각한다. (이영은: 이유?) 아이들이 나설 수 있는 디딤돌 같은 것? 다른 삶으로 떠날 수 있는 그런 존재면 좋겠다. 먼 훗날 인생을 돌아볼 때 여기 잠시 쉬었다가 먼 길을 떠나는 존재.

진두찬: 저도 비빌 언덕이 있었으면 좋겠다.

최미나: 10대와 10대 전 가정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 그냥 사람. 그렇게 생각해야 좋을 것 같다.

배선명: 산다는 것은 삶이라는 의미를 닮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 삶의 의미도 없이, 찾지 못하고 그냥 있는 것보다는 삶의 의미를 알고, 알려줄 수 있는, 살아있고, 행복하고, 그런 사람이 교사라 생각.

진두찬: 교사는 조연출이라 생각. 조연출은 다해야 한다. 이것저것. 감독이 직접 나서서 하는 그 외 모든 것들을 뒷바라지하고, 드러나지 않는 존재. 각자의 삶을 빛나게 떠받들어주는 사람.

류하늬: 교사로서는 조연출이지만 그냥 나로서는 주인공인. 교사상은 잘 정리되지 않는 것 같고, 나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나? 교사라는 것보다 사람이랑 비슷한데. 조금 앞서있는 어른으로 존재하고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게 제가 바라는 모습이라. 내 옆에 있는데 조금 더 본 사람, 좀 더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

이영은: 교사는 소통을 위한 낚시 강태공. 낚시를 할 때 물고기가 이거 좋아할지, 저거 좋아할지 몰라 100개 던져놓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 같다. 이거 물면 왜 이거 물었지 고민하고. 낚시하는 강태공이 그런 일하는 것 같다. 요즘 교사가 참 낭만적인 일이라 생각.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효율로 설명할 수 없고, 자본주의가 좋아하지 않는. 쓸데없는 짓거리 한다고 할 수 있는데 온 에너지를 쏟고 있다 생각함.

최성용: 교사를 국한하지 않는다. 배움은 누구에게나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저 또한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고,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건 동등한 관계. 친구 같은 위치라 생각. 어릴 때 선생님을 만났고, 제가 정작 그 선생님 나이가 되어 보니까 그냥 또 삶인 것 같고 별거 없더라. 아직도 어리다고 느끼고, 배워야 하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단계라서.. 정리가 어려운데 교사는 친구관계인 것 같다. 친구 같은 존재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매의 역할로서 꾸지람을 줄 수 있는 친구가 중요하다고 생각. 어릴 때 이야기인데 사랑의 매를 (선생님께) 선물로 주고, 다음날 맞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