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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국현 영문학자와 세계 명작 소설을 읽으며 원작 속 영어 표현을 배워봅니다. 이번에는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함께 읽어봅니다. <편집실> “Manner Makes a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 맨>의 유명한 대사인데요. 이 대사에 꼭 들어맞는 작품이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의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 1861)』입니다. 19세기 영국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꾼이자 셰익스피어 다음가는 작가인 찰스 디킨스. 그의 대표작인 이 소설의 간략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인 고아 소년 핍(Pip)은 우연히 만난 탈출 죄수 매그위치(Magwitch)를 도왔다가 그의 비밀스러운 후원을 받아 런던에서 신사가 되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추방당해 영국에 와서는 안 되는 매그위치가 그를 보러 찾아오면서 핍은 자신의 후원자의 정체를 알게 되지요. 핍은 매그위치를 외국으로 탈출시키려 애를 쓰지만 실패하고 발각되는 바람에 매그위치는 감옥에 갇혀 병이 든 채 죽어갑니다. 핍은 매그위치를 극진하게 돌보면서 그간 돈만 좇으며 잃었던 어린 시절의 인간다운 마음을 다시 찾게 됩니다. 돈 많은 겉치레뿐인 신사가 아니라 인간적인 영혼을 지닌 사람다운 사람, 진정한 신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지요. 매그위치가 죽은 후 모든 돈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간 핍은 그곳에서 어린 시절부터 사랑했던 에스텔라와 만나 인생을 다시 시작합니다. 큰 이야기는 이렇게 주인공 핍의 내적 성장을 다루는 성장소설(Bildungsroman)이라 할 수 있습니다만 이와 함께 비극적인 과거를 간직한 채 복수심에 불타는 해비샴 양(Miss. Havisham), 그녀에 의해 무정하고 냉담한 여인으로 양육되는 수양딸 에스텔라(Estella), 가난하지만 선한 인간의 전형인 핍의 매부 조(Joe)와 함께 펌블축(Pumblechook), 올릭(Orlick)과 콤페이슨(Compeyson), 그리고 제거스(Jaggers), 웨믹(Wemmick) 같은 다양한 인물들이 나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보여줍니다. 디킨스 특유의 입담으로 인물들 간의 얽히고설킨 삶의 복잡한 모습을 생생하고 재미있게 그려낸 명작이지요. 주인공 핍이 에스텔라와의 사랑을 통해 안팎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과 조에 대한 태도로 내면의 변화를 겪는 과정, 매그위치와 인연을 맺으며 참된 신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핍, 에스텔라를 사랑하다. 주인공 핍은 가난한 고아입니다. 그를 천덕꾸러기 취급하는 못된 새엄마 같은 누나와 아들처럼 아끼는 순박한 매형 조 사이에서 자라던 핍은 어느 날 늪지에서 끔찍하고 두려운 탈옥수 매그위치를 만납니다. 이 장면은 소설 전체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지만 매그위치가 붙잡혀 이송되면서 그는 미스터리한 등장만을 남긴 채 이야기에서 잠깐 사라집니다. 그 뒤로는 해비샴 양과 에스텔라 그리고 핍 사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해비샴 양의 세티스 저택에 불려간 핍은 그곳에서 만난 에스텔라라는 소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에스텔라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며 가난한 핍을 무시합니다. I told Joe that...there had been a beautiful young lady at Miss Havisham's who was dreadfully proud, and that she had said I was common, and that I knew I was common, and that I wished I was not common... 나는 조에게...해비샴 부인의 저택에는 끔찍할 정도로 오만한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는데, 그 소녀가 나에게 비천하다고 말했다고, 나도 그런 줄 알았다고, 그리고 내가 비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랑이란 감정은 희한한 요술을 부려 상대방에 비해 두드러진 자신의 부족함을 더 크게 보이게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또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깊고 넓은 절망의 심연처럼 보이는 이 차이를 넘어서려 노력하게 만드는 신비한 힘도 지니고 있습니다. 핍은 에스텔라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의 행복과 불행이 시작된 것인데요.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어린 소년의 사랑의 불꽃이 켜진 그날은 핍에겐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됩니다.(“That was a memorable day to me, for it made great changes in me.”)우리 모두의 삶에도 한순간쯤은 섬광처럼 다가오는 이런 날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핍의 사랑은 그저 혼자 타오르는 불꽃일 뿐 응답받지 못합니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매그위치와 콤페이슨이 꾸민 사기 결혼식의 희생자로 고통 속에 살아가던 해비샴 양은 에스텔라를 사랑을 받기만 하고 베풀지 않는 얼음 같은 심장을 지닌 팜므파탈(‘femmefatale’)로 기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에스텔라를 향한 핍의 사랑은 고통스러운 가시가 되어 핍을 괴롭히게 됩니다. 어린 핍이지만 그는 먼 훗날 자신이 겪을 고통까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I'll never cry for you again," said I. Which was, I suppose, as false a declaration as ever was made; for I was inwardly crying for her then, and I know what I know of the pain she cost me afterwards. (97) “다시는 너를 위해 울지 않을 거야.”라고 나는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더할 수 없이 틀린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그때도 속으로는 그녀를 위해 울고 있었고, 나중에 그녀가 나에게 안길 고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핍은 정체불명의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런던으로 가 신사들의 사회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는 신사가 되고 재산을 모으면 에스텔라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헛된 꿈이었지요. 에스텔라는 아주 냉정하게 말합니다. “You must know,” said Estella...“that I have no heart....you know what I mean. I have no softness there, no--sympathy--sentiment--nonsense....I have not bestowed my tenderness anywhere. I have never any such thing.” 에스텔라가 말했다. “넌 알아야만 해...나는 심장이 없다는 걸...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거야. 내 마음엔 부드러움이라고는 없어. 공감도, 감정도, 무의미한 생각도...나는 누구에게도 상냥함을 보일 수 없어. 내게 그런 건 하나도 없어.” 하지만 해비샴 양은 핍에게 에스텔라를 더욱 ‘사랑하라!’고 주문 걸듯 다그치며, 에스텔라에 대한 핍의 ‘꿈’이 실현될지도 모른다고 부추깁니다. 희망 없는 꿈은 얼마나 가혹하며 무모한 꿈은 또 얼마나 잔인한지요. 런던에 와서 사교계의 총아가 된 에스텔라는 핍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줍니다. 자신에게 구혼하는 수많은 다른 남자들의 시샘을 위해 핍을 이용하더니 핍이 그토록 반대하던 최악의 인물 드러믈과 결혼하는 것으로 핍에게 참을 수 없는 아픔을 줍니다. “일주일이면 네 생각에서 나를 지울 거야”라는 말을 시작으로 핍은 에스텔라에게 이제껏 참아왔던 자신의 마음을 쏟아냅니다. 에스텔라를 향한 핍의 마음이 여기 다 담겨있다고 봐도 좋을, 진솔한 고백의 절규입니다. 길지만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Out of my thoughts! You are part of my existence, part of myself. You have been in every line I have ever read, since I first came here, the rough common boy whose poor heart you wounded even then. You have been in every prospect I have ever seen since--on the river, on the sails of the ships, on the marshes, in the clouds, in the light, in the darkness, in the wind, in woods, in the sea, in the streets. You have been the embodiment of every graceful fancy that my mind had ever become acquainted with....Estella, to the last hour of my life, you cannot choose but remain part of my character, part of the little good in me, part of the evil. But in this separation I associate you only with the good, and I will faithfully hold you to that always, for you must have done me far more good than harm, let me feel now what sharp distress I may. O God bless you, God forgive you!” “내 생각에서 너를 지운다고! 너는 내 존재의 일부야. 내 자신의 일부라고. 너는 내가 거칠고 비천한 소년인 내가—이미 그때부터 너는 그 아이의 가엾은 가슴에 상처를 주었지—처음 여기에 왔던 그 날 이후 내가 읽었던 모든 책의 한 줄 한 줄 속에 있었어. 그때 이후 내가 봤던 모든 풍경들 속에, 강물 위에, 배의 돛들 위에, 늪지에, 구름 속에, 빛 속에, 어둠 속에, 바람 속에, 숲 속에, 바다에, 거리에 네가 있었어. 너는 그동안 내 마음에 새겨진 모든 우아한 환상이 구현된 존재였어...에스텔라, 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너는 내 존재의 일부로, 내 안의 얼마 안 되는 선과 악의 일부로 남아 있을 거야. 하지만 이렇게 이별하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나는 오직 선한 면으로만 연상하며 언제나 충직하게 그렇게만 생각할 거야. 지금은 너무도 가슴 아픈 고통을 느끼게 하지만, 너는 분명히 내게 해로움보다는 좋은 영향을 훨씬 더 많이 주었으니 말이야.” 이러한 절규에도 불구하고 에스텔라는 핍의 부탁을 외면합니다. 핍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사랑과 실연이라는 뜨거운 용암에 가슴을 한 번이라도 데어본 사람이라면 그 피맺힌 내면의 상처(“blood from an inward wound.”)를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요. 에스텔라를 향한 핍의 희망은 이제 모두 끝났습니다.(“All done, all gone! So much was done and gone.”) 핍의 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핍은 사랑하는 과정 자체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성장하는 단계였음을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에스텔라가 핍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고 결국 그를 떠나 다른 이에게 갔다고 해서 핍의 사랑마저 무(nothing)가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핍은 에스텔라의 사랑은 얻지 못했으나 그 자신의 성숙이라는 더 큰 인간적 결실을 얻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이런 과정을 겪은 경험들이 있지 않을까요? 순수한 아이가 많은 경험을 하며 보다 고차원적인 순수함을 지닌 인간으로 성장해 가듯 에스텔라를 사랑했던 시간들로 핍은 어린아이에서 비로소 성숙한 한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통과의례의 걸음을 마친 것이지요. 운명 같은 첫사랑이 남긴 불꽃은 새까맣게 식어 숯 검댕이 돼버린 것 같았지만 가슴 깊숙한 곳에 꺼지지 않고 남아있었는데요. 십 년도 훌쩍 넘는 시간이 흐른 뒤 마지막 장면에서 에스텔라를 다시 만나자 또다시 활활 타오르는 잉걸불이 됩니다. 다시 만난 에스텔라에게 핍이 말한 것처럼 그의 가슴엔 언제나 에스텔라가 있었으니까요. “내 가슴속엔 언제나 네가 있었어.”(“You have always held your place in my heart.”). 그러니 마지막에 다시 시작한 핍과 에스텔라의 사랑이 더 이상 이별이 없이 영원하리라는 믿음을 갖게 되는 것도 핍의 그 마음의 진실함 때문이겠지요. 알프레드 테니슨(A. L. Tennyson)은 말했습니다. “사랑하고 잃는 것이 한 번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나은 법이라네.”(“It's better to have loved and lost, than never to have loved at all.”) 핍은 에스텔라를 사랑하고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변치 않는 그 마음이 있었기에 결국 영원한 사랑으로 그녀와 맺어집니다. 인간적 성장 - 핍, 조에게 사람됨을 배우다. 핍의 성장의 또 한 축은 매형 조 가저리(Joe Gargery) 입니다. 아버지가 없는 핍에게 조는 실질적인 아버지이자 형제, 친구 같은 모습을 보이는데요. 핍도 매형 조를 마음 깊이 존경합니다. 조에게 핍이 얻는 큰 가르침은 바른 사람살이, 올곧은 마음 씀의 태도입니다. 해비샴 양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밝힌 핍에게 조는 이렇게 말해줍니다. “....that lies is lie. Howsoever they come, they didn't ought to come, and they come from the father of lies, and work round to the same. Don't you tell no more of 'em, Pip. That ain't the way to get out of being common, old chap....Lookee here, Pip, at what is said to you by a true friend. Which this to you the true friend say. If you can't get to be oncommon through going straight, you'll never get to it through going crooked. So don't tell no more on 'em, Pip, and live well and die happy.” “...거짓말은 거짓말이야. 어떻게 생겨났건, 거짓말은 절대 생겨서는 안 되는 거야. 거짓말은 거짓말의 우두머리에서 나와 다시 그리로 돌아가게 되어 있어. 더 이상 거짓말은 하지 마, 핍. 그건 비천하게 되는 것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아니야, 친구....이봐, 핍, 진정한 친구가 하는 말이야. 이런 말은 진정한 친구나 해주는 거라고. 올바른 길을 통해서 비범하게 되지 못한다면, 굽을 길을 통해서도 결코 도달하지 못할 거야. 그러니 다시는 거짓말은 하지 마, 핍. 잘 살다가 행복하게 죽어야지.” “다시는 거짓말은 하지 마. 잘 살다가 행복하게 죽어야지.” 우리가 따라가고 있는 이 소설에서 핍이 결국 깨닫는 것이 조의 이 한 마디에 다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그러나 아직 핍은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합니다. 해비샴 부인의 후원으로 핍은 조의 대장간 견습공이 됩니다. 두 사람은 친족 관계를 넘어 마스터와 도제라는 사회-계약적 관계도 맺게 된 것이지요. 조처럼 대장장이가 되는 것이 훌륭한 사람이 되고 행복한 삶을 가져다주는 길이라 믿었던 핍이었지만 에스텔라와 만나면서 점점 초라하고 가난한 자신과 조의 삶을 부끄러워하게 됩니다. I only felt that I was dusty with the dust of small-coal....There have been occasions in my later life (I suppose as in most lives) when I have felt for a time as if a thick curtain had fallen on all its interest and romance, to shut me out from anything save dull endurance any more. Never has that curtain dropped so heavy and blank, as when my way in life lay stretched out straight before me through the newly-entered road of apprenticeship to Joe. 나는 작은 석탄가루를 뒤집어 쓴 지저분한 존재라는 느낌만 가득했다....살아가면서 나중에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이 그러리라 생각하지만) 지루하게 참아가며 사는 삶 말고는 모든 것을 다 차단하듯 재미있고 낭만적인 모든 일들 위에 두꺼운 커튼이 드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발을 들여놓은 조의 도제생활이라는 길을 따라 내 앞에 인생행로가 펼쳐져 있던 그때처럼 그 커튼이 그토록 무겁고 공허하게 드리워져 있던 때는 없었다. 핍의 몸은 조의 곁에 있으나 마음은 조의 세계를 떠나고 있었지요. 마침내 이름 모를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런던으로 가게 되면서 핍은 육신마저도 조를 떠나게 됩니다. 부끄러운 아버지 세계와 이별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모든 아들이 그렇게 자기의 길을 가는 것으로 자신의 역사를 시작하니 핍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도 아버지 크로노스를 살해하면서 신들의 왕이 됐고 오이디푸스도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살해하고 왕이 됐습니다. 얼마나 많은 신화의 이야기가 자기 세계를 가지려 아버지를 부정하거나 떠나는 아들들을 보여주었는지요. 런던에서 신사 교육을 받으면서 핍은 조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경험합니다. 사실 핍은 런던으로 떠나기 전에 이미 조의 태도가 앞으로 자기가 속하게 될 세계에서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but if I were to remove Joe into a higher sphere, as I shall hope to remove him when I fully come into my property, they would hardly do him justice.” “...내가 재산을 충분히 소유하게 되었을 때 내가 바라고 있는 것처럼 조를 이곳에서 보다 고상한 세계로 옮겨놓게 된다면, 조의 지금 예절은 그가 정당한 대접을 못 받게 할 거야.” 나중에 자신을 찾아 런던에 온 조를 대하는 핍의 태도는 더욱 매정합니다. 조가 “얼마나 반갑고 재미있을까” 기대하며 런던으로 핍을 찾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조는 “반갑지 않다... 돈을 주고서라도 못 오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 정도라고 고백하고 조를 만날 시간이 다가오자 “도망치고 싶을 정도”라고 합니다. 자기를 찾아오는 조를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고까지 합니다. 사실 먹는 것과 옷 입은 것 하나까지 모두 불편했던 사람은 조였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세계를 살고 있었으니까요. 조도 핍도 그 사실을 압니다. 이제 둘은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조는 그 또한 자신의 탓이라고 합니다. “You and me is not two figures to be together in London...If there's been any fault at all to-day, it's mine...I’m wrong in these clothes. ” “너와 나는 런던에 같이 있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야....오늘 어떤 실수라도 있었다면, 그건 다 내 잘못이야....나는 이런 옷은 불편하고 거북해.” 핍이 조의 세계와 완전히 이별하는 순간은 누이의 장례식을 마치고 떠날 때였습니다. 이후 조와 핍의 관계는 아주 오래 끊기게 됩니다. 아버지와 같았던 조와 조의 세계에서 핍은 이제 완전히 벗어난 것 같습니다. 핍에게 부여된 ‘막대한 재산’과 새로운 신분, 런던이라는 공간이 조의 세계와 물리적 정신적 단절을 가져왔다면 누나의 죽음을 통해 핍은 조와 친족 관계마저도 단절하게 된 것입니다. 핍은 이제 아버지 조의 세계에서 완전히 독립해 자신만의 세계, 그 길을 모색하는 젊은이가 되어갑니다. 그것은 세속적 성공을 선택한 핍이 조가 보여주었던 따뜻한 인간의 세계를 떠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에서 사라진 것 같던 조가 다시 등장하는 것은 핍을 찾아온 매그위치가 죽은 이후 핍이 병에 시달리던 때입니다. 이야기의 마지막 그 장면으로 가기 전에 매그위치와 핍을 만나볼 시간입니다. 참된 신사가 된 핍, 매그위치를 용서하다. 조가 핍의 정신적, 내면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면 매그위치는 핍을 신사로 성장시키려 노력한 아버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핍을 품어주는 인자한 아버지가 조라면 세상의 운명이라는 바퀴 속으로 핍을 잡아끌어 세상 속에서 비틀거리며 싸우게 하는 아버지 같은 이가 매그위치 입니다. 아버지를 선택하는 아들은 없지요. 아들을 선택하는 아버지도 없습니다. 둘은 운명처럼 만났습니다. 매그위치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 핍은 늪지대의 음산한 광경이 무서워 몸을 웅크린 채 벌벌 떨며 울음을 터트리려는 태어나기 직전의 아기 같은 모습입니다. 그때 핍은 끔찍한 목소리를 듣지요. “Hold your noise!...Keep still, you little devil, or I'll cut your throat!” “조용해!...조용해, 이 못된 놈, 입 다물지 않으면 목을 따 버릴 테다!” 핍의 입을 막고 거꾸로 들어 올린 채 주머니를 터는 매그위치의 모습은 낯익은 신화 속 장면을 떠오르게 합니다. 화가 고야가 그린, 아들들을 잡아먹는 거신 크로노스의 모습이지요. 매그위치와 핍의 첫 만남은 딱 그 모습과 겹쳐집니다. 신화에서 아들들을 모두 삼켜버린 크로노스는 제우스마저 삼킨 줄 알았지만 크로노스의 부인이자 제우스의 어머니인 여신 레아의 기지로 제우스는 살아남아 결국 크로노스를 물리치고 신들의 왕이 되지요. 그처럼 핍도 매그위치로부터 살아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음식과 줄칼을 가져다 탈옥수인 그를 구해줍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구하는 이 뒤바뀐 관계는 나중에 다시 반복됩니다. 신화에서 제우스는 크로노스를 가두어버렸지만, 핍은 이야기의 마지막에 매그위치를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한 죽음을 맞도록 함께 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성숙한 인간적 면모를 획득해 갑니다. 그러니 둘이 처음 만났던 날이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핍과 매그위치의 만남은 두 사람 모두를 새롭게 태어나게 해주는 것이었으니까요. 매그위치는 어린 시절부터 길거리를 전전하며 온갖 험한 일을 하면서 감옥을 들락거렸지만 큰 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자칭 신사인 간교한 사기꾼 콤페이슨과 엮여 그의 수족 노릇을 하면서 몇 번의 범죄에 가담했다 체포된 후 점점 죄의 늪에 빠져들게 된 것이지요. 결국 두 사람은 사기죄의 공범으로 잡혀 재판을 받게 되는데 이때 법정에서 뻔지르르하게 차려입고 말은 잘하는데다 신사 친구들이 있었던 콤페이슨이 모든 죄를 매그위치에게 뒤집어씌웁니다. 그렇게 매그위치가 장기형을 받고 감옥으로 수감되던 도중, 탈출한 것이 바로 소설이 시작할 때 핍과 만난 첫 장면이었던 것입니다. 핍의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 발각돼 다시 잡혀갔던 매그위치는 사형을 면하는 대신 다시는 영국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식민지로 떠나 그곳에서 커다란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 재산으로 변호사 재거스를 통해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핍을 몰래 후원해 왔고, 핍이 스물셋 되던 생일날 밤 신사가 된 그를 보고 싶어 찾아왔던 것이지요. 그러니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첫 만남 그때 어린 핍의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Yes, Pip, dear boy, I've made a gentleman on you! It's me wot has done it! I swore that time, sure as ever I earned a guinea, that guinea should go to you. I swore afterwards, sure as ever I spec'lated and got rich, you should get rich. I lived rough, that you should live smooth; I worked hard, that you should be above work. What odds, dear boy? Do I tell it, fur you feel a obligation? Not a bit. I tell it, fur you to know as that there hunted dunghill dog wot you kep life in, got his head so high that he could make a gentleman--and, Pip, you're him!” “그래, 핍, 내 귀여운 녀석, 내가 너를 신사로 만들었다! 그걸 한 사람이 바로 나다! 그때 난 맹세했지. 앞으로 1기니라도 번다면, 그 돈은 너에게 갈 거라고. 그 이후로도 나는 맹세했다. 내가 투자를 해서 부자가 된다면, 너를 부자로 만들겠다고. 나는 거칠게 살았다. 너를 힘들지 않게 살게 하려고. 나는 열심히 일했다. 네가 일 같은 건 하지 않고 살게 하려고. 무슨 이익이 보자고, 얘야? 네가 나에게 의무감을 느끼게 하려고 그랬다고 할까? 천만에. 말하자면 너에게 알리고 싶었다. 네가 목숨을 구해준 그 똥구덩이 같은 곳에서 쫓기던 개 같은 내가 신사를 만들어냈다고 고개를 높이 쳐들고 말하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핍, 네가 바로 그 신사다!” 매그위치가 핍에게 행한 것은 자신에게 베푼 핍의 선의에 대한 은혜갚음의 행위였으며, 그가 유형지에서 힘든 노동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오로지 그때 자신을 구해준 핍을 생각하는 마음, 그 아이를 “신사로 만들겠다”는 바로 그 희망이었지요. 그 바탕에는 핍을 자신의 아들처럼 뒷바라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지요. “Look'ee here, Pip. I'm your second father. You're my son--more to me nor any son....I says each time, ‘Lord strike me dead!...but wot, if I gets liberty and money, I’ll make that boy a gentleman!’...In every single thing I went for, I went for you.” “봐라, 핍. 내가 너의 두 번째 아버지다. 넌 내 아들이다. 다른 어떤 아들보다 소중한 아들이다...나는 매번 말했다. ‘하느님, 제가 자유의 몸이 되어서 돈을 벌고 나서 그 아이를 신사로 만들지 않는다면, 번개를 내려 저를 죽여주십시오!’...내가 얻으려고 애쓴 모든 것들이, 너를 위한 것이었다.”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신의 도움으로 어엿한 신사로 성장한 핍을 보러 오고 싶었던 매그위치의 마음은 바로 이런 아버지의 마음이었음을 우리는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매그위치는 자신을 ‘늙은 새’라고 지칭하기도 하는데, 이는 두 사람의 관계와 어울리는 면이 있습니다. ‘핍’(Pip)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며 내는 소리’를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늙은 새’ 매그위치와 그의 보살핌을 받고 알을 깨고 나오는 어린 새, 핍. 그러니 ‘늙은 새’가 자신이 키워 낸 자식 같은 ‘핍’ 곁에 있고 싶어 죽음조차 무릅쓰고 찾아온 애틋한 마음이 충분히 느껴집니다. 더욱이 나중에 밝혀지듯 핍이 사랑하는 에스텔라가 매그위치의 잃어버린 딸이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에 핍과 에스텔라가 함께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핍은 매그위치의 진짜 아들이 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매그위치를 대하는 핍의 태도는 그의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죄수인 매그위치가 자신의 후견자임을 알게 된 핍은 고통과 불행에 휩싸입니다. 범죄자의 재산으로 지금껏 신사 흉내를 내왔던 사실이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던 것이지요. 게다가 다시는 영국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멀리 추방됐던 매그위치가 돌아온 것이 발각되는 순간 그는 죽임을 당할 것이고, 핍은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마니까요. 핍은 그를 국외로 탈출시키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 계획은 매그위치를 노리던 콤페이슨에게 들켜 탈출 직전 두 사람은 결투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콤페이슨은 익사하고 매그위치는 부상을 입은 채 경찰에 체포됩니다. 핍은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매그위치를 못 본 척 외면하고 떠날 것인가, 아니면 감옥에 있는 병든 그를 보살펴 줄 것인가. 이것은 핍에게 또 한 번의 중요한 선택이었습니다. 앞에서 아버지 같은 조를 불편해하며 고향으로 돌려보냈던 것처럼 매그위치에게도 그럴 수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핍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둘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는 고귀하게 행동합니다. “You acted noble, my boy,” said he, “Noble, Pip! And I have never forget it!” “넌 고귀하게 행동했지, 얘야,” 그가 말했다. “고귀한 핍! 나는 절대 그걸 잊지 않았다!” 어린 시절 매그위치에게 줄칼과 음식을 가져다주던 어린아이 핍의 선함은 여전히 그 싹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었지요. 결국 그는 “자신이 아무리 비참”하더라도 “매그위치를 데리고 있겠다”고, 자신이 “평생 대장간에서 일을 하게” 되더라도 매그위치가 잡혀가게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마음이 자신을 후원하고 자신의 성장한 모습을 보려 위험을 무릅쓴 매그위치에 대한 아들 같은 존재로서의 마음은 아니었을지라도 적어도 매그위치에 인간적 연민에 바탕한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For now, my repugnance to him had all melted away, and in the hunted wounded shackled creature who held my hand in his, I only saw a man who had meant to be my benefactor, and who had felt affectionately, gratefully, and generously, towards me with great constancy through a series of years. I only saw in him a much better man than I had been Joe. 이제 그에 대한 혐오감은 이미 다 녹아 사라졌다. 내 손을 자기 손에 꼭 쥐고 있는, 쫓기고 부상당한 채 사슬이 채워진 그에게서 나는 오직 내 은인이 되고자 했던, 그 긴 세월 동안 언제나 한결같은 애정을 지닌 채 고맙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를 생각해주었던 사람만을 보았다. 나는 그에게서 내가 매형 조에게 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을 뿐이었다. 핍에게 매그위치는 이제 ‘죄수’, ‘탈옥수’나 ‘사형수’가 아니라 매형 조에게 대했던 “자신보다 더 훌륭한 사람”으로 다가왔습니다. 위의 인용구 속에 그간 매그위치를 바라보는 핍의 변화된 마음이 담겨있지요. 핍은 감옥에 갇힌 매그위치를 극진하게 보살피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면회하며 살펴주고 재판을 받고 사형선고를 받은 매그위치를 위해 탄원서를 쓰는 일까지 핍은 그야말로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순간 매그위치는 아들의 품에 안겨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눈을 감습니다. 아들과 아버지는 마침내 화해한 것이지요. “You always waits at the gate; don't you, dear boy?” “Yes. Not to lose a moment of the time.” “Thank'ee dear boy, thank'ee. God bless you! You've never deserted me, dear boy.” I pressed his hand in silence, for I could not forget that I had once meant to desert him. “And what's the best of all,” he said, “You've been more comfortable alonger me, since I was under a dark cloud, than when the sun shone. That's the best of all.” “넌 언제나 문에서 기다리지. 안 그러나, 얘야?” “맞아요. 단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고맙다, 얘야. 고마워. 네게 하느님의 축복을 빈다. 너는 나를 한 번도 버리지 않았다, 얘야.”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손을 꼭 잡았다. 한때 그를 버리려 마음먹었던 일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일은 말이다.” 그가 말했다. “햇빛이 밝게 비출 때보다 내가 시커먼 먹구름 아래 있게 되었을 때 이후 내 옆에 있으면서 더 편안하게 대했다는 것이다. 그게 모든 일들 가운데 가장 좋은 일이었다.” 매그위치는 그렇게 평안하게 마지막 미소를 지으며 핍의 손을 그의 가슴께에 포갠 채 눈을 감고, 핍은 그를 위해 마지막 기도를 합니다. “O Lord, be merciful to him, a sinner!” “오, 하느님, 부디 죄인인 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자신의 삶에 벼락같이 나타나 예기치도 못한 삶의 방향으로 자신을 몰아가다 다시 파멸의 구렁텅이라 할 수도 있는 나락으로 그를 떨어뜨린 그의 용서와 축복을 비는 핍의 기도 속에 매그위치는 하늘로 오릅니다. 한순간 운명 같은 아이와의 만남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그 아이의 삶에 자신의 삶을 투사하려 애썼던 사람, 그것이 최선이라 믿었던 사람, 그리고 그 성취의 순간을 함께 하려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온 사람, 그 방문으로 인해 오히려 아들 같은 존재의 몰락과 파멸의 원인을 가져왔던 사람, 마침내 모든 것을 잃고 목숨까지 잃게 된 순간에도 한 마디 불평 없이(“얘야, 나는 아무것도 불평하지 않는다.” “I don't complain of none, dear boy.”) 미소 지으며 아들 곁에서 숨을 거두는 매그위치. 신화 속 크로노스와 제우스의 살육과 갈등의 부자 신화는 매그위치와 핍, 두 사람에게서 화해와 용서의 극적 장면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조에게로 - 돌아온 탕아, 핍 선한 본성을 되찾다. 매그위치를 잃은 후 재산까지 다 잃은 핍에게는 조가 있었습니다. 병든 자신을 보살피는 조를 향한 회한 가득한 핍의 외침 “오, 매형! 나에게 화를 내요... 내 배은망덕을 욕해요. 내게 그렇게 잘해주지 말아요!”(“O, Joe! Look angry at me...Tell me of my ingratitude. Don't be so good to me!”)와 이어지는 “오, 신이시여, 이 신사를 축복해 주소서.”(“O, God bless this gentleman.”)라는 기도는 잃어버린 것 같았던 핍의 선한 영혼의 씨앗이 새로 싹트고 돋는 소리였습니다. 핍의 몸이 떠나왔지만 정작 떠나올 수 없었던,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깊이 간직해 왔고 또 원했던 그것은 바로 아버지와 같은 조의 보살핌, 조의 선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 조의 곁이야말로 상처 입고 쓰러진 핍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아버지의 품이었던 것인데요.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를 대하며 변함없이 그를 “소중한 옛 친구(dear old chap)”라고 다정하게 불러주는 조 곁에서 핍은 다시 옛 대장간 시절의 편안함을 느낍니다. I was slow to gain strength, but I did slowly and surely become less weak, and Joe stayed with me, and I fancied I was little Pip again. For the tenderness of Joe was so beautifully proportioned to my need, that I was like a child in his hands. 나는 천천히 기력을 회복했다.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기운이 회복되었다. 조는 나와 함께 머물렀고, 나는 다시 꼬마 핍이 된 것 같았다. 조의 다정함이 내가 필요로 한 것과 너무나 잘 맞았기에 나는 그의 손길 안에서 마치 어린 아이 같았다. 그러나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일은 낯섦을 수반하게 마련이지요. 핍 자신은 물론 그런 핍을 바라보는 조에게도 예전의 그들이 아니니까요. 그러니 조는 건강을 회복해가는 핍에게 어색한 태도를 숨길 수 없었고 핍은 그런 조를 보며 자신의 잘못을 깨닫습니다. 핍이 예전의 좋았던 둘 사이의 관계를 애써 고집해도 조는 그러기가 쉽지 않지요. 그런 조를 보는 핍은 자신의 잘못을 다시 뼛속 깊이 느끼며 진솔하고 가슴 아픈 반성을 합니다. 사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의 고갱이는 바로 거기에 있지요. 마지막 핍의 이 깨달음으로 핍의 모든 방황의 시간은 헛되지 않은 것이 됩니다. I soon began to understand that the cause of it was in me, and that the fault of it was all mine. Ah! Had I given Joe no reason to doubt my constancy, and to think that in prosperity I should grow cold to him and cast him off? Had I given Joe's innocent heart no cause to feel instinctively that as I got stronger, his hold upon me would be weaker, and that he had better loosen it in time and left me go, before I plucked myself away? 나는 곧 그 원인이 나에게 있으며, 그 책임도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 내가 조에게 한결같은 마음을 의심하게 할 만한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던가? 잘 살게 되면 그에게 냉담해지고 그를 버릴 것이라 생각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던가? 조의 순수한 가슴에 내가 더 건강해질수록 그가 나를 붙드는 힘은 약해질 것이라고, 그러니 내가 그의 손길을 뿌리치기 전에 적당한 때를 봐서 그가 먼저 손을 풀고 나를 놓아주는 게 낫겠다고 본능적으로 느끼게 만들지 않았던가? 아버지 조에게서 떠나 스스로의 길을 찾아 다른 세계로 가면서 아버지를 잊은 것 같았던 아들, 핍. 비로소 조에 대한 자신의 회한 가득한 마음을 살펴 알게 되는 핍의 변화가 얼마나 다행스러운지요! 다시 돌아온 핍을 붙잡고 아주 오래전 마음에 담아두었던 누나에게 회초리 맞을 때 말리지 못했던 미안함을 넌지시 전하고, 핍의 빚까지 슬그머니 처리하고 떠나는 여전히 변함없이 순박하면서 깊고 따뜻한 조의 모습은 우리를 가슴 따뜻하게 안아주었습니다. 핍이 가는 길에 조의 그림자가 늘 함께 했던 것은 참 다행입니다. 비록 더러 조를 떠나 어둡고 험한 길을 걷기도 했지만 핍에게 조는 언제나 그 길의 끝에 빛나는 불빛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놀랄 일도 아닐 겁니다. 처음부터 조가 핍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핍도, 우리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all the merit of what I proceed to add was Joe's. It was not because I was faithful, but because Joe was faithful, that I never ran away and went for a soldier or a sailor. It was not because I had a strong sense of the virtue of industry, but because Joe had a strong sense of the virtue of industry, that I worked with tolerable zeal against the grain. 내가 살아가며 취하게 된 모든 장점은 조의 장점이었다. 내가 달아나서 군인이나 선원이 되지 않은 것은 내가 충실해서가 아니라 조가 충실해서였다. 내가 성질을 이겨가며 참을성 있게 열의를 가지고 일했던 것은 내가 근면한 성정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라 조가 그랬기 때문이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순간에도 핍의 길은 내내 이런 조와 함께 한 길이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떠나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면서 비틀거리다 넘어지고 넘어진 길 위에서 다시 추스르고 일어나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고 마침내 한 인간으로 오롯하게 서는 모든 과정에서 조는 핍의 마음에 함께 했던 것입니다. 핍과 매그위치, 핍과 조 사이에 있었던 아버지의 사랑과 아들의 성장은 이렇게 끝맺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 남은 하나의 교훈은 아무리 보잘것없는 태생이라 도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규정된 신사가 아니라도 마음 씀이 선하고 착한 인간이기만 하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신사라는 것, 그것이지요. “사람됨이 신사를 만든다”면 핍은 긴 여정을 거쳐 진짜 신사로 다시 태어난 것이고 조는 언제나 변함없는 신사였던 것이지요. 에필로그 - 핍과 에스텔라, 다시 시작되는 사랑 매그위치와 조, 두 사람 모두와 화해한 핍이 마지막으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지요. 바로 에스텔라입니다. 마음의 선함을 되찾은 핍과 해비샴의 굴레와 자신의 냉혹한 마음의 족쇄에서 벗어난 에스텔라,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핍은 조의 집에서 몸을 회복한 뒤 해외로 나가 사업을 시작하며 안정된 자리를 잡습니다. 에스텔라는 드러믈에게 학대당하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다가 드러믈이 말에서 낙상해 세상을 뜬 후 혼자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11년의 세월이 흐른 뒤 핍은 해비샴 양의 저택을 찾아오고 거기서 에스텔라를 만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변한 모습을 받아들이며 손을 잡고 폐허가 된 저택을 걸어 나옵니다. ▲영화 <위대한 유산> 속 다시 만난 핍과 에스텔라의 모습. I took her hand in mine, and we went out of the ruined place; and, as the morning mists had risen long ago when I first left the forge, so, the evening mists were rising now, and in all the broad expanse of tranquil light they showed to me, I saw the shadow of no parting from her.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폐허로부터 나왔다. 오래 전 내가 처음 대장간을 떠났던 그날 안개가 걷히던 것처럼 지금 저녁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그 걷혀가는 안개가 보여주는 고요한 달빛이 멀리멀리 비치는 속에서 나는 그녀와 그 어떤 이별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이 마지막 문장 바로 앞에 두 사람은 ‘친구’(“we are friends”)라고 합니다. 다시는 이별하지 않을 친구가 된 두 사람이 마주 잡은 손은 변치 않은 핍의 사랑이 담겨 단순한 친구 이상의 사이가 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한편, 이 소설에는 당시 영국의 상황을 비판하는 디킨스 특유의 특징적이고 인상적인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가혹한 형벌인 사형이 대규모로 선고되던 무자비한 법정에 평화로운 묘사는 당대 사법제도에 대한 디킨슨의 비판적 시선이 아이러니하게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The sun was striking in at the great windows of the court, through the glittering drops of rain upon the glass, and it made a broad shaft of light between the two-and-thirty and the Judge, linking both together, and perhaps reminding some among the audience how both were passing on, with absolute equality, to the greater Judgment that knoweth all things, and cannot err. Rising for a moment, a distinct speck of face in this way of light, the prisoner said, “My Lord, I have received my sentence of Death from the Almighty, but I bow to yours,” and sat down again. 밝은 햇살이 유리창 위에서 반짝이는 빗방울을 뚫고 법정의 큰 창문으로 들어와 서른두 명의 죄수와 판사 사이에 널따랗게 퍼지며 양쪽을 연결시켜 주면서, 방청객들 가운데 몇몇에게 (죄수들과 판사) 양편이 절대적인 평등 속에서 세상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고 오류를 범하지 않으시는 위대한 심판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를 상기시켰을 수도 있었다. 이 빛이 들어오는 쪽으로 또렷한 반점 같은 얼굴을 한 죄수가 잠깐 일어나더니 “재판장님, 저는 이미 전능하신 하느님으로부터 사형을 선고 받았습니다만 재판장님의 판결에도 따르겠습니다.”라고 하더니 다시 앉았다. 사형을 선고받는 사형수도, 사형을 언도하는 판사도 하느님 앞에서는 모두 동일한 죄인이라는 점을 조용히 보여주는 이 법정의 장면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한편, 인물들은 모두 인상적이라 한 번 보면 기억될 만한데요. 해비샴 양이 그렇습니다. 그녀는 재산을 노린 의붓 오빠와 콤페이슨의 계략에 빠져 유부남이었던 콤페이슨과 결혼식까지 할 뻔하다 결혼식 당일 소박을 맞은 가엾은 여자였습니다. 그날 저택에 마련했던 피로연 방을 그대로 둔 채 살아가고 있었지요. 처음 그녀의 세티스 저택을 찾았던 날 핍의 눈에 보인 모습입니다. She was dressed in rich materials,—satins, and lace, and silks,—all of white. Her shoes were white. And she had a long white veil dependent from her hair, and she had bridal flowers in her hair, but her hair was white. Some bright jewels sparkled on her neck and on her hands, and some other jewels lay sparkling on the table. Dresses, less splendid than the dress she wore, and half-packed trunks, were scattered about. She had not quite finished dressing, for she had but one shoe on,—the other was on the table near her hand,—her veil was but half arranged, her watch and chain were not put on, and some lace for her bosom lay with those trinkets, and with her handkerchief, and gloves, and some flowers, and a Prayer-Book all confusedly heaped about the looking-glass. But I saw that everything within my view which ought to be white, had been white long ago, and had lost its lustre and was faded and yellow. I saw that the bride within the bridal dress had withered like the dress, and like the flowers, and had no brightness left but the brightness of her sunken eyes. 그녀는 화려한 공단, 레이스, 비단으로 만든 온통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구두도 흰색이었다. 머리에는 길고 새하얀 면사포도 쓰고 신부가 꽂는 꽃도 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머리색마저 하얬다. 그녀의 목과 손에는 보석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화장대 위에도 보석들이 널려 있었다. 입고 있는 드레스보다 덜 화려한 드레스들과 채 꾸리지 못한 여행 가방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몸단장도 완전히 마치지 않은 상태였다. 구두는 한 짝만 신고 있었고, 다른 한 짝은 화장대 위 그녀 손 옆에 놓여 있었다. 면사포도 채 정돈이 덜 된 상태였고 시계와 팔찌도 걸치지 않았다. 가슴에 다는 레이스도 이런저런 장신구와 함께 놓여 있었고, 손수건과 장갑, 꽃송이 몇, 그리고 기도서 한 권이 모두 화장거울 주변에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당연히 하얀색이었어야 하는 모든 것들이 오래 전에는 하얀색이었지만 지금은 빛을 잃고 퇴색한 누런색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신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신부도 그 드레스며 꽃처럼 시들어 움푹 들어간 눈의 광채 말고는 어떤 빛도 띠지 않았다. 이런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지내는 해비샴은 에스텔라를 양녀로 들이고 남자들에게 사랑받지만 베풀지 않는 냉정한 사람으로 길러 자신이 당한 모욕을 대갚음하려고 하는데요. 그러나 결국 에스텔라에게마저 외면당한 채 자신이 에스텔라에게 했던 일을 후회하며 자살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합니다. “I did not know what I had done. What have I done! What have I done!” And so again, twenty, fifty times over, What had she done!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몰랐어.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그렇게 그녀는 스무 번, 쉰 번 계속해서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건지 후회하고 있었다. 『위대한 유산』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역시 고아 소년 핍이 매형 조와, 탈옥수이자 후원자 매그위치(아버지-아들), 그리고 에스텔라(사랑) 까지 여러 인연들로 인간적 연민과 공감의 마음으로 희생하며 베풀 줄 아는 참다운 신사로 성장해가는 성장소설(Bildungsroman)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외에도 교활하고 무자비한 사기꾼 콤페이슨, 핍이 결혼하려고 했던 가난하지만 착하고 영리한 소녀 비디, 변호사로서 자기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재거스, 충실하고 한결같은 재거스의 직원 웨믹 등 모든 인물들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이야기꾼 디킨스의 걸출한 입담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특히, 각 인물들에게 특징적인 모습을 부여함으로써 더욱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각인시키기도 합니다. 재거스의 ‘엄청나게 큰 집게 손가락’, 웨믹의 ‘우체통처럼 늘 벌어져 있는 입’, 조 부인의 ‘커다란 앞치마’, 그리고 매그위치의 ‘종을 치듯 딸깍거리는 목 속의 시계장치’ 같은 묘사가 그런 예들이지요. 이런 특징들이 모두 위대한 이야기꾼으로서 찰스 디킨스의 명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여국현의 영문학 살롱 다시보기 ① 로빈슨 크루소 Click▶ ② 제인 에어 Click▶ ③ 더버빌가의 테스 Click▶ ④ 오만과 편견 Cli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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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