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속을 누가 아니?/이종숙
할머니가 보내신 택배상자에
내가 좋아하는 만두가 가득해요.
조물조물 톡톡
안에 누구 있니?
높이 올려 불빛에 비춰보고
코 가까이 대고서 살랑살랑 흔들어도
도대체 니 속을 알 수가 없네
오동통 발그레한 새우살을 골라야지
"으흐흣!
매운 김치 속이잖아!"
할머니만 알고 있는
만두 이름표를 부탁할래요
아빠의 친구들/이종숙
"농사짓기에는 휴일이 없어"
무뚝뚝한 얼굴로 농기구를 챙기시는
아빠의 새벽 길에 따라 나섰어요
'하늘이 분홍빛이야
풀잎엔 이슬도 살아 있어
아주 작은 새가 벌써 깼나 봐'
쫑알쫑알 뒤 따르는 나에게
아빠가 웃으며 말했어요
"모두 내 친구들이야!"
아빠의 등 언덕 위에서
해가 불쑥 솟아오르며 소리쳤어요
'나도! 나도! 친구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