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행 삼일째...
새벽4시쯤 눈이 떠졌나보다. 이 곳은 우리보다 한시간의 시차가 있으니 한국시간은 5시...
늘 기상하는 시간대여서 그런지 아님 어제저녁 마사지로 모처럼 달콤한 잠을 이루어서인지
무척 기분좋게 거뜬하게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창문을 열어제껴 맑은 공기로 가득 채우려는데...
허름한 연길의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아무런 미적 디자인도...실용성도 없이 지어졌을 밋밋하고 낡은 시멘트 건물들은
퇴색된 회색으로 뿌옇게 보이고 산만한 거리에는 부지런한 청소부들이 대빗자루로 분주히 청소를 한다.
아마 이곳도 십년후쯤에는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여 우리나라 못지 않겠지?
호텔조식으로 아침을 간단히 한뒤 새벽일찍 백두산으로 향했다.
어제보다도 화창한 날씨로 차창으로 부서지는 햇살에 눈이 시릴 정도이다.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내고 비취빛 파란 하늘에 가슴이 울렁울렁~~
어린 날 고추잠자리를 쫒다가 바라보았던 바로 그 하늘과 구름이 중국의 연길하늘에 머물고 있나보다.
또 다시....옥수수밭의 행렬...진초록빛 바다...
며칠동안 진하디 진한 초록빛을 물리도록 바라보았으니 이렇게 되면 내 시력이 혹시
2.0으로되는 것은 아닐까? 오 제발~!! 하느님~!!!
4시간쯤 달려야 백두산에 도착을 한다는데...지루하기는 커녕 시골의 소박한 풍경을 보노라니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상큼함으로 룰루랄라~~
양옆에 앉은 일행들은 어젯밤에 뭘 했는지 코까지 골며 드르렁~~ 푸푸~~ㅎㅎㅎ
드뎌 장백산(백두산)입구에 도착이다.
백두산이 보이는 하늘과 구름이 너무 이뻐...디카로 한 컷!
장백산으로 표기된 기념탐에서도 한 컷!
일단 셔틀버스티켓을 구입한 뒤 길게 줄지어서서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를 타고 가는 장백산의 숲은 몸통이 하얀 이름모를 나무들이 기라성처럼 쭉쭉 뻗어있고
내가 앉은 좌석 앞뒤로 귀청이 멍멍해지도록 쏼라쏼라 떠들어대는 중국인들의 입은 쉬지를 않는다.
그것도 모자라 빨간모자를 쓴 양볼이 빨개어 순진해보이는 안내원처녀의 목청에 어휴..난 귀를 막았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백여미터 걸어서 올라간 곳은 장백폭포 입구...
개미처럼 많은 중국인들은 역시 이곳에서도 쏼라쏼라~~
이렇게 위대한 관광지를 전혀 손도 대지 않은 자연 그래도 방치해두다니 순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장백폭포로 접어올라가는 입구에 작은 동굴처럼 바위가 홈이 파여있는데
그 곳은 뜨거운 온천물에 달걀과 옥수수,소세지등을 익혀 파는 곳...
일년중 서너달의 장사권을 손에 넣는 자리다툼은 경쟁이 아주 치열하고 그 가격대또한 상상을 초월한단다.
뜨거운 온천물에 담가놓은 삶은달걀과 옥수수를 맛보았다.맛은 글쎄~~~ 무덤덤...
장백폭포에서 내려와 다시 셔틀버스로 중턱을 향했고 다시 티켓을 구입,
이번에는 갤로퍼의 행렬이다. 젊은 청년들로 보이는 남자들이 운전하는 갤로퍼 수십대가
연거퍼 대기중인 관광객들을 차례차례 실어 나르는데 백두산 천지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도로는
말끔하게 포장되어있으나 갤로퍼를 어찌나 험하게 운전을 하는지 데굴데굴 굴러다닐 정도이다
천지까지 올라가는 산등성이에는 아주 작고 귀여운 노란꽃들이 지천에 널려있어 한 컷 찍고 싶었으나
그만 깜박 잊고 말았나 보다. 난 노랑색꽃을 너무 좋아하는데...
갤로퍼는 춤을 추듯 팡팡 뛰어오르며 구불구불 산길을 달렸고 그잠시동안 양팔로 손잡이를 어찌나
꽉 잡고 있었는지 어깨까지 아파오는데 어느새 백두산 천지입구에 도착이다.
눈앞에 펼쳐진 장엄한 광경에 숙연해지고...
구름이 바로 눈앞까지 펼쳐져 있어 마치 안개가 낀듯 습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바로 이 곳이 천지앞이란 말인가? 산등성이를 오르기 시작했고 완만한 곡선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십여분쯤 올라갔을까? 갑자기 발아래는 하얀 구름으로 뒤덮여 있고 틈틈히 사이사이로 뭔가가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난다...어라? 저게 뭐지?
저게 뭐야? 저게 뭐야? 저마다 한마디씩 던지는 순간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구름이 확~ 걷혀버린다.
아!!!~~ 순간 뒤로 나뒹어질뻔 했다.
저 멀리 아득히 발아래도 지독히도 아름다운 푸른 물빛의 고귀하고 도도한 자태라니...
정녕 이게 바로 천지의 모습이구나...가슴이 뭉클거리고 눈가에 물기가 어린다.
마치 못이라도 박힌 듯 그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나 보다.
여기저기서 한숨을 쉬듯...신음소리인듯...탄성이 터져나오고 나 또한 말문이 막혀버린다.
팟팟!! 카메라의 후레쉬가 쉴새없이 터지고 여기저기 한곳이라도 빠트릴까봐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었다
그러다가 이십여분쯤 지났을까? 또 다시 흰구름이 몰려와 천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고
허망한 마음으로 아직도 남아있는 만년설과 저 멀리 보이는 북한의 초소를 한번 더 찰칵!
슬슬 불어오는 비바람이 심상치 않아 서둘러서 천지를 위로 하고 내려가는데 후후둑...빗방울은
야속하게 떨어지더니만 기어코 소나기로 변해 갤로퍼를 기다리는 동안 흠뻑 비를 맞고 말았다.
하지만 이 곳은 오염이 되지않았을터이니 맞아도 괜찮겠지?
그런데 점점 빗방울은 굵어지고 스물스물 속옷속으로 파고드는 차가운 느낌에 엣취!! 코가 맹맹해지고야
만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삼십여분동안 기다렸을까? 후줄근하게 비에 젖은 몸뚱이를 갤로퍼에 싣고
다시 하산! 그런데 어라? 아래로 내려오는 동안 어느새 비는 걷히고 또 다시 쨍쨍 햇살이 장난아니다.
참으로 변덕스러운 백두산의 날씨로고...ㅎㅎㅎ
하지만 내려오는내내 다른 그 무엇도 생각할겨를도 없이 그저 머릿속에는
검푸른 태평양처럼 드넓고 깊어보이여 도도하며 근엄한 백두산의 표정만이 오래오래 여운을......
첫댓글 안개가 걷히고 백두산 천지가 해맑게 보입니다.선녀라도 된 듯한 이연님의 고운 모습 속에 사르르~륵 까꿍!~해 봅니다.ㅎㅎㅎ 폭포의 물살도 장관이군요.잘보고 갑니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