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장안사 불경암 공허스님과 김삿갓 화답시
공허스님 : 朝登立石雲生足(조등입석운생족) 아침에 입석봉에 오르니 구름이 발밑에 일고
김 삿 갓 : 暮飮黃泉月掛唇(모음황천월괘진) 저녁에 황천담의 물을 마시니 달이 입술에 걸린다.
공허스님 : 澗松南臥知北風(간송남와지북풍) 골짜기 소나무가 남으로 누웠으니 북풍임을 알겠고
김 삿 갓 : 軒竹東傾覺日西(헌죽동경각일서) 난간의 대나무 그림자 동으로 기우니 해 지는 줄 알겠네
공허스님 : 絶壁雖危花笑立(절벽수위화소립) 절벽이 위태로워도 꽃은 웃는 듯 피어 있고
김 삿 갓 ; 陽春最好鳥啼歸(양춘최호조제귀) 봄은 더 없이 좋아도 새는 울며 돌아가네
공허스님 ; 天上白雲明日雨(천상백일명일우) 하늘 위의 힌 구름은 내일의 비가 되고
김 삿 갓 : 岩間落葉去年秋(암간낙엽거년추) 바위 틈의 낙엽은 지난해 가을 것이로다
공허스님 : 影浸綠水衣無濕(영침녹수의무습) 그림자 푸른물에 잠겼건만 옷은 물에 젖지 않고
김 삿 갓 : 夢踏靑山脚不苦(몽답청산각불고) 꿈에 청산을 누볐건만 다리는 고달프지 않네
공허스님 : 靑山買得雲空得(청산매득운공득) 청산을 사고 보니 구름은 절로 얻은 셈이고
김 삿 갓 : 白水臨來魚自來(백수임래어자래) 맑은 물가에 오니 물고기가 절로 따라 오네
공허스님 : 石轉千年方到地(석전천년방도지) 산에서 돌을 굴리니 천년 만에야 땅에 닿겠고
김 삿 갓 : 峰高一尺敢摩天(봉고일천감마천) 산이 한자만 더 높으면 하늘에 닿았으리
공허스님 : 月白雪白天地白(월백설백천지백) 달도 희고 눈도 희고 하늘과 땅도 희고
김 삿 갓 : 山深夜深客愁深(산심야심객수심) 산도 깊고 밤도 깊고 나그네 시름도 깊구나
공허스님 ; 燈前燈後分晝夜(등후등주분주야) 등불을 켜고 끔으로써 낮과 밤이 갈리고
김 삿 갓 : 山南山北判陰陽(산남산북판음양) 산의 남과 북을 봄으로써 음지와 양지를 헤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