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jtbc.joins.com/html/667/NB10504667.html
불안한 KTX…차축 녹슬고 바퀴 마모 심각 '안전 우려' (JTBC, 윤정민 / 사회2부 기자, 2014-06-20 22:12)
[앵커] 국산 고속철 KTX 산천 열차의 차축이 녹슬고 바퀴가 마모돼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코레일 측은 이미 조치를 끝냈다고 반박했고, 코레일 노조 측은 공개검증을 요구했습니다. 세월호 이후 안전문제에 민감해졌는데, 당국도 더 민감해졌으면 합니다. 윤정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열차의 양쪽 바퀴를 연결하는 차축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녹이 심하게 슬었습니다. 차축을 감싼 코팅에도 균열이 선명합니다. 철도 노조는 KTX-산천 열차의 전체 차축 중 8~9%에 이런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절반 넘는 열차의 바퀴가 마모돼 정비가 필요한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광규/철도노조 고양고속차량지부장 : 300km로 달리는 차가 무슨 사고가 났을 때 멈춰야 하는데, 멈추지 않을 수도 있는 부위의 불량이 중요합니다. 대형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겁니다.]
기술을 판매한 프랑스 철도공사도 "차축에 녹이 스는 건 허용될 수 없으며 균열을 부를 위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KTX-산천 안전에 대한 우려는 계속 지적됩니다.
[박수현/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2010년 3월 KTX-산천이 운행된 이후로 얼마 안 되는 시간에 많은 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136건, 35%가 아직 하자가 종결되지 않은 채 운행이 되고 있는데…]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안전 점검에서 "신형 차량인데도 차체 용접부 등 주요 장치에 중대 결함이 발생돼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슨 차축의 경우 현재 사용하지 않고, 제작사 측에 원인 조사 등을 의뢰해 놓은 상태며 현재 운행되는 차량의 차축엔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노조 측은 공개 검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3386.html
철도업체 임원의 고백…“안전요? 생각하지 마세요” (한겨레, 박유리 기자, 2014.06.20 20:11)
[토요판] 커버스토리 철피아의 레일
‘해피아’처럼 뒷북 치기 전에 우리가 미리 알아야 할 것들
세월호 침몰은 관과 민간이 결탁해 봐주기식 관리·감독을 일삼다가 결국 수백명의 목숨이 스러진 국가적 재앙이었다. 검찰은 이런 참극의 재발을 막는다며 소방·원전·철도 등 8대 관피아를 지목하고 이 가운데 철피아(철도 마피아)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한겨레>는 집중취재를 통해 철피아의 실체를 추적했다. 감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09년부터 2013년 10월까지 철도시설공단 퇴직 임직원 90명이 민간업체에 재취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윤후덕 의원을 통해 5년간 퇴직자 명단과 설계·감리사의 수주 현황을 파악했다. 철도업계 취재를 통해 공단 퇴직 간부 이직 현황과 설계·감리사의 수주액 간 상관관계도 파악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퇴직 간부 영입 인원수와 수주율은 정비례했다. 대기업 시공사들은 공직자윤리법을 피하려 공단 간부를 계열사에 위장취업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철피아들이 장악한 선로는 부실했고 열차는 결함투성이였다. 관리·감독은 부실했고 차량 정비는 더 간소화되고 있다. 철도 정책은 어디로 질주하고 있는가.
▶ 관피아들의 서식지는 진입 장벽이 높고, 막대한 자금이 움직이는 곳입니다. 철도는 이런 점에서 관피아들이 뿌리내리기 좋은 세계입니다. 철도고·철도대학 중심의 소수 전문 인력이 철도시설공단, 철도공사를 비롯해 설계·감리·시공사에 포진했습니다. 고속철도 사업이 진행되면서 최근 10여년간 철도산업엔 돈이 흘러넘쳤습니다. 학교 선후배로 얽힌 이들은 서로 엄격한 관리·감독을 했을까요. 20여년간 철도 관련 업체에서 영업직으로 일한 임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철도업체 임원 ㄱ씨의 고백
공단 퇴직임원 영입하자마자 수주율 17위서 3위로
세월호 침몰은 잘못된 관행과 봐주기식 관리·감독이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재앙의 역사를 증명했다. 나비효과처럼 작은 부실이 쌓이고 덮여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관피아 문제가 안전의 핵심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검찰은 8대 관피아(관료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가장 먼저 ‘철피아’에게 칼끝을 겨누었다. 해양·원전처럼 진입장벽이 높은 철도업계는 철도고·철도대학 출신의 소수 전문인력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철피아다. 2011년 2월 선로전환기 오작동 등으로 케이티엑스(KTX)가 광명역에서 탈선하는 등 대형 사고의 전조가 수차례 발생했다는 점과, 문제가 생기면 속수무책으로 대형 참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철피아 문제는 심각하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압수수색하고 김광재 전 이사장과 간부들을 소환조사했다.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철도시설공단 간부는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철피아들은 어떻게 연결될까. 감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철도시설 안전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2009년부터 2013년 10월까지 철도시설공단에서 퇴직한 공무원 90명이 민간업체에 재취업했다. 철도업계 관계자들은 철도시설공단 기술직 퇴직 임직원을 향한 기업들의 영입 전쟁이 치열하다고 증언한다. 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하는 수백억원대의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퇴직 임원이 로비스트로 활용되는 셈이다. 이렇게 철피아들이 돌아가면서 서로의 이권을 챙겨주는 가운데 철도 안전은 멍들고 있다.
민간업체들은 퇴직 임직원을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영입하는 것일까. 20여년간 철도업계에서 영업직으로 일해온 임원 ㄱ씨를 지난 15일 만났다. ㄱ씨는 “철도는 인맥에서 시작해 인맥으로 끝난다”고 단언했다. 민간업체가 억대 연봉을 주고 퇴직 임원을 영입하는 이유도 인맥 장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철도시설공단 퇴직 공무원들
4년간 90명이 민간업체 재취업, 공단 발주 공사 로비스트 활약
철피아들 서로 이권 챙기면서 철도 안전은 멍들어가고 있다
주요 설계·감리사 퇴직임원의 이직 전후 수주율을 비교했더니
ㄷ사를 비롯해 대다수 급상승
특히 고속철도사업부서 퇴직자, 영입회사 수주율 증가 두드러져
기술본부 퇴직관료는 재취업 거의 100%
-철도를 담당하는 양대 공기관은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다. 열차 운행과 영업을 맡은 코레일에 비해 철도를 직접 건설하는 철도시설공단 임원들을 영입하려는 전쟁이 더 치열할 것 같다.
“그렇다. 철도시설공단 퇴직 임직원들의 대우는 직급과 부서에 따라 달라진다. 본부장급 연봉은 3억~5억, 처장급이면 3억 정도다. 관리나 기획 부서 퇴직자는 영입 전쟁이 치열하지 않다. 기술직 본부장들이 인기가 좋다. 철도 건설을 관리·감독하는 건설본부, 설계 심의를 하는 기술본부 퇴직 관료는 거의 재취업이 100%다. 철도를 실제 시공하는 대기업 건설사 기준으로 몸값이 이 정도 수준이다. 철도 설계·감리는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이 하는데 이들 기업은 1억5000만~3억을 주고 퇴직 임원을 데려온다. 설계·감리사는 대기업에 비해 큰돈을 못 주는 대신 이들에게 회장, 사장, 부사장 등의 높은 직함을 준다. 물론 판공비는 별도다. 능력 있고 따끈따끈한 분일수록 퇴직한 뒤에 대형 건설사에 갔다가 약발 떨어지면 설계·감리사로 간다. 어떤 분은 퇴직 후에 바로 설계·감리사로 간다.”
-퇴직 임원 영입이 수주율에 절대적 영향을 주나? 영입 비용만큼 가치가 있나?
“물론, 당연히. 국내에서 비티엘(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이나 턴키사업(시공업체가 설계까지 맡는 대형사업)을 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팀 구성이다. 대기업 건설사와 중견기업인 설계·감리사가 한 팀을 이루는데 이들의 인맥이 공단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당락에 영향을 준다. 3, 4년 동안 이뤄진 대형 턴키사업을 보면 퇴직 임원을 영입한 회사가 많이 수주했다.”
-예를 들자면?
“화제가 됐던 분은 3년 전 퇴직한 공단의 이○○ 본부장이다. 철도시설공단 기술본부장 등을 거친 퇴직한 분인데 ㄷ건설사의 계열사로 갔다. 공직자윤리법을 피하려고 업무 관련성 없는 대기업 계열사 임원으로 간 거다.(공직자윤리법을 보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4급 이상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은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와 관련 있는 사기업에 퇴직 후 2년간 재취업할 수 없다. 재취업을 위해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본부장을 영입한 건설사는 2012년 호남고속철도 차량기지공사를 수주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조회해보니 이 본부장은 ㄷ건설사의 계열사 가운데 주택·건설 시스템 관리회사의 영업분야 부사장으로 2011년 1월 영입됐다. 이 계열사는 수십년간 철도산업에 몸담은 이씨를 주택·건설 시스템 영업을 위해 스카우트한 것이 맞을까.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대기업들이 포진한 시공사보다 규모가 작은 설계·감리사는 퇴직 임직원 영입에 따라 수주율이 상승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한겨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윤후덕 의원을 통해 입수한 연도별 철도 설계·감리 회사별 수주 현황과 퇴직 관료 명단을 통해 이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최근 5년간 퇴직 관료를 가장 많이 영입한 설계·감리사 5곳이 수주율 1~5위를 차지했다. 5년간 설계·감리 수주율 상위 1~5위 업체별 퇴직 관료 수를 보면, 케이알티씨(1028억원·4명), 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사무소(948억원·4명), 유신코퍼레이션(864억원·5명), 수성엔지니어링(562억원·4명), 동부엔지니어링(428억원·5명) 순이다. 설계·감리 수주율 상위 6~10위 업체 또한 한 곳만 빼고 퇴직 관료 1~3명을 영입했다. 수주율 상위 10위 업체 가운데 9곳이 최근 5년간 퇴직 관료 1~5명을 영입한 셈이다.
공단의 퇴직 임직원 영입 전후로 수주율 변화는 어땠을까. 박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07~2013년 설계·감리사 수주 현황과 과장급 이상 퇴직 명단을 분석했다. 철도시설공단이 박 의원에게 제출한 퇴직 명단 329명 가운데 재취업 여부가 드러난 직원은 두 명뿐이었다. “2년간 공단 임원만 재취업 현황을 관리하고 있다”는 게 공단 쪽 설명이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4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퇴직 후 2년간 재취업 심사를 하고 있지만 이마저 엄격하지 않았다. 최근 2년간 공직자윤리위의 재취업 심사로 취업이 제한된 대상자는 39명(심사 대상의 7%)에 그쳤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hani.co.kr%2Fimgdb%2Fresize%2F2014%2F0621%2F140326658811_20140621.JPG)
철도는 인맥으로 시작해서 인맥으로 끝난다
철도업계 취재를 통해 주요 설계·감리사에서 영입한 퇴직 임직원을 파악하고 이직 전후의 수주율을 비교했다. 상관관계는 명확했다. 2008년 9월 철도시설공단을 퇴직한 배아무개 기술본부장을 사장으로 영입한 ㄷ설계·감리사는 설계분야 수주율이 13위(2009년)에서 3위(2010년)로 급상승했다. 2010년 11월 퇴직한 신아무개 건설본부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한 또다른 ㄷ사는 2010년 설계분야 17위에서 이듬해 3위로, 감리분야는 20위권 밖에서 12위로 올라섰다. ㅅ설계·감리사는 2012년 1월 류아무개 시설관리처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하자 설계분야 9위에서 4위로 상승했다. 감리분야는 순위 20위권 밖에서 20위로 진입했다.
특히 고속철도사업 관련 부서에서 일했던 퇴직 임직원을 영입한 설계·감리사의 수주율 증가가 눈에 띄었다. 또다른 ㄷ설계·감리사는 2011년 10월 퇴직한 남아무개 고속철도사업단장을 사장으로 영입하자 설계분야 수주율이 2011년 17위에서 이듬해 5위로 치솟았다. 2008년 5월 퇴직한 최아무개 경부고속철도 추진점검단장을 회장으로 스카우트한 ㅇ설계·감리사는 이듬해 감리분야 수주율이 3위에서 1위로 증가했다. ㅇ설계·감리사는 퇴직 관료 영입으로 특히 유명한 업체다. 철도시설공단을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한국수자원공사, 국토해양부, 서울시청, 감사원 등을 퇴직한 공무원들이 영입됐다. 4대강과 인천공항 확장 공사 등 굵직한 사업을 따낸 이 업체는 2012년 한국도로공사 장석효 사장에게 뇌물을 줬다. 장 사장은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ㅇ설계·감리사로부터 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월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 ㄱ씨가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인맥의 힘’이 실제 철도업계에서 작용한다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철도시설공단 퇴직 직원들이 허위·과장 경력 확인서를 발급받은 사실도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경력 확인서를 담당하는 철도시설공단 사업 부서는 인사 담당자의 확인도 거치지 않고 퇴직자들이 기재한 경력 확인서를 그대로 인정해 발급했다.
-현재 영입 전쟁이 치열한 퇴직 임직원은 누구인가?
“올해 초 퇴직한 본부장들이다. 한 사람은 ㅍ건설 계열사가 데려간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나머지는 (연봉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나 또한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공단에서 부장·차장급 인사가 있었다. 인사 명단을 얻어내는 것 자체가 일이다. 먼저 인사해야 한다. 명단 입수해서 아는 사람 나오면 바로 ‘형님 축하’ 카톡이나 문자를 보낸다.”
-철도분야를 형성하는 주요 인맥은 무엇인가?
“철도는 인맥으로 시작해서 인맥으로 끝난다고 보면 된다. 절대적이다. 철도고, 철도대학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이들이 주류이고, 비철도고 또는 비철도대가 비주류다. 철도시설공단 또는 코레일 출신이냐 아니냐로도 나뉜다. 현재 철도 관련 기업의 임원 대다수가 철도고, 철도대 출신이다. 우리 회사도 공단 출신 임원을 영입하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 철도 마피아라는 말이 언제부터 나왔는지 아나. 1990년대 후반이다. 철도시설공단 출신 퇴직 간부, 현직 철도시설공단 임원, 설계사, 시공사, 철도용품사. 이 다섯 멤버들이 얽히고설킨다. 여기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 밖에서 안전성 등의 문제로 철피아를 공격해도 소용없다. 철도시설공단에서는 안전성 문제로 공격을 받으면 방어를 하다가 심의를 받자고 나온다. 그래서 자문위원들이 심의를 해도 공단과 가까운 사람들이 무슨 객관적인 심의를 하겠나. 철도산업은 이렇게 흘러왔다.”
-철도 영업에서 술이나 상납이 중요한가?
“글쎄, 상납이야 지하세계로 가는 문제이니 알 수 없다. 그것보다 “형님, 나 이번에 잘 좀 봐줘” 이렇게 전화통화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의 차이는 엄청나다. “본부장님” 이런 말보다 바로 “형님” “아우” 하면 당연히 분위기가 달라진다. 철도고, 철도대학 출신은 바로 형님, 동생이 가능한 관계다. 그들 간의 관계도 무척 끈끈하다.”
-철도시설공단 간부들의 경조사도 남다르다던데?
“그렇다. 건설업체 임원보다 공단 처장급 상갓집이 북적거린다. 가서 얼굴도장 찍든지 봉투라도 놓고 와야 이놈이 어려울 때 날 도와줬으니까 다음에 한번 커피라도 마시자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지금도 철도고·철도대 출신 임직원 부고 뜨면 나한테도 메시지가 온다. 철도 영업으로 20년 종사하다 보니 이런 메시지 보내주는 조력자들이 있다. 그 메시지 받으면 거의 다 간다. 결혼식장이 부산이라 해도 간다.”
철도시설공단 출신 퇴직 간부, 현직 철도시설공단 임원, 설계사, 시공사, 철도 용품사
이 다섯 멤버들 얽히고설켰다
무슨 객관적 심의를 하겠나
지난해 철도예산만 6조8491억원
고속철도로 호황 맞은 철도사업, 감사원 지적사항 실천은 불철저
부실제품 또다시 납품하기 일쑤, 부적절한 설계변경도 통과, 통과
입찰 심의도 믿기 힘든 철저한 먹이사슬
고속철도 사업이 진행되면서 철도산업은 최근 10여년간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렸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철도 예산만 6조8491억원에 이른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철도분야는 2003년부터 20여회의 감사를 받았다. 특히 철도시설의 유지보수 및 운용을 맡은 코레일보다 실제 철도시설을 건설·관리하는 철도시설공단의 부적절한 입찰 등이 고강도 감사를 받았다.
감사원은 지난 4월 약 140쪽 분량의 ‘철도시설 안전 및 경영관리 실태 보고서’를 내고 27개 항목에 대해 주의·시정을 통보했다. 민간업체를 관리·감독해야 할 철도시설공단이 부실 제품으로 판명난 제품을 또다시 납품받거나 건설사의 편의를 봐주는 것으로 추정되는 판단을 내렸다.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2010년 부설된 동대구~신경주 일부 레일에서 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파상마모(레일 노후화에 따라 균등하게 마모되는 현상이 아닌, 불균등하게 닳는 현상으로 레일이 처지고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가 발생했지만 철도시설공단은 2년 뒤 해당 제품을 원주~강릉 일부 구간에서 또다시 사용하도록 했다. 2011년 광명역 케이티엑스 탈선 사고를 계기로 선정된 117대 안전과제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철도시설공단은 117대 과제로 선정된 지진감시시스템조차 특별한 사유 없이 설치를 연기하고 국토교통부에 과제가 이행된 것으로 보고해 주의 조치를 받았다. 수도권 고속철도 공사를 맡은 시공사가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터널 두께를 애초 950㎜에서 350㎜로 바꾸는 설계 변경안을 공단에 제출했으나 별다른 제지 없이 통과됐다. 감사원은 “수도권 고속철도 개착 터널은 구조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설계 변경 승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퇴직 관료를 영입해도 입찰 제안서 평가는 정량적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입찰 과정에서도 주관적인 부분도 영향을 미친다. 1000만원 이상 공사는 입찰 지원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격 심사를 한다. 기업에 대한 심사다. 이 심사를 통과하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는데 기술과 입찰 금액을 동시에 평가받는다. 적격 심사든 기술 심사든 정성적 요소를 포함하는 평가다. 설계사와 시공사가 팀을 이루는 턴키사업에서 기술 평가 점수를 잘 받으려면 대기업 건설사인 시공사보다 때로 설계사 인맥이 중요하다. 철도분야는 먹이사슬 구조라고 보면 된다. 입찰을 심의하는 사람은 대학교수인데 이들도 공정할지 의문이 든다. 웃기는 건 이 교수들도 나중에 공단과 국토교통부의 평가를 받는 입장이라는 거다. 교수들도 공단이나 국토부에서 지원금을 받고 프로젝트를 딴 후에 심사를 받는다. 이들이 과연 공단의 입장과 떨어져 객관적인 심사를 할 수 있을까. 오늘은 내가 너를 평가해도, 내일은 네가 나를 평가하는 게 철도업계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해운협회 등에 해양수산부 퇴직 관료 등이 임원으로 재취업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철도는 어떤가?
“기능을 제대로 하는 협회는 없다고 본다. 직설화법으로 말하자면 한국철도협회는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업체들이 만든 곳이다. 한국철도학회는 사실상 비즈니스의 장이다. 철도학회 교수님들에게 얼굴도장 찍어야 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 교수님들이 입찰 심의위원이다. 여기저기 다 얽혀 있는 집단이 철도다.”
현재 한국철도협회의 회장은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이다. 임원사는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로템, 대림산업, 두산건설, 포스코건설, 코오롱글로벌 등의 대기업 건설사와 설계사, 그리고 고강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궤도업체 삼표이앤씨 등이다. 2011년부터 지난 1월 철도시설공단을 이끈 김광재 전 이사장은 한국철도협회로부터 매달 수백만원의 판공비를 받았다. 철도시설공단 윤정일 노조위원장은 “일상적으로 민간업체와 계약을 하는 공단이 업체로부터 판공비를 받아 쓰는 것은 윤리경영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이사장은 재임 시절 공개석상에서 “철피아”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공기업 개혁과 비용 절감을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이 금품을 받고 특정 업체로부터 납품을 받았는지 집중 수사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항공정책 실장 출신의 김 전 이사장은 비용 절감을 위해 철도 부본선을 없애려고 밀어붙이다 국토교통부의 제지로 중단하기도 했다. 철도 부본선은 사고 발생 시 차량이 대피할 수 있는 선로다. 공기업 혁신을 주장하던 그는 오히려 재임 시절 인사 규정과 절차를 벗어난 승진 인사를 벌였다. 김 전 이사장의 고향 후배가 승진 절차상 두 단계를 건너뛰고 공단의 중요 자리인 케이아르(KR)연구원장 직무대리로 지정돼 감사원이 주의 조치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철도시설공단의 처장 이상급 임원 60명 가운데 영남권 인사가 40%인 24명을 차지했다. 김 전 이사장은 대구·경북 출신이다.
10만원 주고 입수한 동창회 수첩
-철도 영업인들은 철도고, 철도대학 동창회 주소록을 갖고 있더라. 마치 법조인들 연수원 기수처럼 정리돼 있는 수첩 말이다.
“(가방에서 작은 책자 하나를 들어 보이며) 이 책이다. 10만원을 주고 입수했다. 어떤 공사에 참여하려고 하면 철도시설공단 조직도를 먼저 본다. 만약 그 조직도에서 권아무개씨가 핵심 공무원이라고 치자. 그럼 이 책에서 권씨가 철도대학 또는 철도고등학교 몇 기인지 확인한다. 내가 권씨와 직접적인 친분이 없으면 권씨와 같은 기수 중에 아는 사람이 있나 찾아본다.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에게 찾아가 권씨를 소개해달라고 하는 거다.”
‘국립철도학교 토목과 총동창회’라고 적힌 동창회 수첩 앞쪽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건설사들이 광고를 냈다. 철도고·철도대학 토목학과 졸업생들의 총동창회다. ㄱ씨는 철도고나 철도대학을 나오지 않은 자신을 “비주류”라고 했다. 그는 “우리 철도인끼리 술자리에서 잘못됐다고 손가락질하는 걸 외부에 말하고 싶지 않다”며 수차례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는 철도 안전을 위해 고심 끝에 인터뷰에 나섰다고 했다.
2011년 2월 케이티엑스 광명역 탈선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대구역에서 케이티엑스와 무궁화 열차가 3중 충돌했다. 지난 3월15일~4월15일 한달간 화물열차 사고만 12차례 발생했다. 철도차량 고장은 2010년 119건, 2011년 134건, 2012년 112건으로 매년 100건을 넘는다. 가장 안전한 운송수단으로 여겨지는 철도는 정말 안전한 것일까. 그는 이런 말을 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철도 안전요? 생각하지 마세요. 그걸 목적으로 철도산업이 수십년간 발전한 게 아닙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3385.html
‘삼표이앤씨’와 무슨 관계길래…금 가는 궤도를 놔두고 있나 (한겨레, 박유리 기자, 2014.06.20 20:04)
[토요판] 철피아들의 선로
이아무개 한국철도시설공단 연구원장은 평일이었던 2011년 6월18일 한 골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 골프 접대를 한 사람은 장항선(경부선 천안~호남선 익산 구간) 노선 공사를 한 시공회사 전무였다. 이날은 국토해양부 관료들의 ‘목금 연찬회’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 불과 사흘 뒤였다. 국토해양부 관료들이 목·금요일에 업체 후원으로 휴양지에서 간담회와 연찬회를 하고 주말에 골프 향응을 받아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빗발칠 때였다. 김아무개 해외사업본부장도 사흘째 케이티엑스(KTX) 열차가 3차례 멈춰 철도 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그해 7월17일 민간업체 대표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 2011년 9월23일 국토해양위원회(현재 국토교통위) 국정감사 속기록을 보면 이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가 드러난다. 결국 ‘철피아’ 문제였다.
차명진 국토해양위원회 위원: 2011년 6월18일, 골프를 치셨어요. 누구하고 쳤어요?
이아무개 한국철도시설공단 연구원장: 선배하고 쳤습니다.
차 위원: 그냥 선배? 철도고등학교요?
이 연구원장: 예.
차 위원: 철도고등학교 선배는 업무하고는 관련이 없습니까?
이 연구원장: 저희들 업무하고 관련성은 조금 있었습니다.
차 위원: 뭐 하시는 분인데요?
이 연구원장: 시공사 임원이었습니다.
차 위원: 골프 비용을 그분이 냈지요? 누가 들으면 웃어요. 그다음, 김아무개 해외사업본부장님 나오세요. 2011년 7월17일, 그때 누구하고 골프 쳤습니까?
김 해외사업본부장: 이아무개란 사람과 저희 가족하고 이렇게 했습니다.
차 위원: 가족까지 데려갔어요? 그분이 뭐 하시는 분이에요?
김 본부장: 하도급 업체입니다.
차 위원: 안전패스 설치업체 하도급 대표, 그렇지요?
검찰은 ‘전방위 로비’ 수사중
이들은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그해 9월과 12월 철도시설공단을 퇴직했다. 그러나 곧바로 철도 관련 민간업체 대표와 임원으로 각각 재취업했다. 이 연구원장을 전무로 영입한 업체는 현재 철피아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표이앤씨다. 삼표이앤씨는 이 연구원장뿐 아니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 출신 간부를 연이어 영입했다. 2009년 11월 퇴직한 손아무개 철도기술공단 기술본부 궤도기술팀 과장을 스카우트한 데 이어 신아무개 코레일 전 사장도 영입했다. 신씨는 현재 삼표이앤씨 대표이사 겸 부회장을 맡고 있다.
검찰은 삼표이앤씨가 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정아무개 회장과 아들을 출국 금지하고 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삼표이앤씨는 1980년부터 침목, 레일체결장치, 레일, 분기기(철도에서 열차 또는 차량을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옮기기 위하여 선로에 설치한 설비) 등 철도 관련 핵심 부품들을 생산한다. 국내 최대 철도궤도 업체다. 삼표이앤씨는 2007년 경부고속철도 2단계 4공구(1000억), 2012년 호남고속철도 2공구(1716억), 2013년 호남고속철도 고속 분기기(283억) 등 굵직한 사업을 수주했다. 2006년부터 8년간 궤도 분야 수주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이런 실적이 잇따라 ‘철피아’들을 영입한 것과 과연 무관치 않을까.
더 큰 문제는 수주 1위 업체가 시공한 궤도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음에도 철도시설공단이 이를 내버려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역시 철피아 문제와 떼놓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 특히 안전성 문제가 심각한 사업은 삼표이앤씨와 철도기술연구원이 공동 개발한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PST)다. 유럽의 철도 기업이 궤도 분야 기술을 주도하는 가운데 삼표이앤씨는 레일 아래 사전 제작한 콘크리트 패널을 까는 공법을 국산화했다고 홍보했다. 철도시설공단은 삼표에 400억원대의 공사를 맡겼다. 철도시설공단은 2011년 8월 중앙선 망미터널(5.8㎞), 2012년 7월 경전선(반성~진주, 1.7㎞) 구간에 사전제작 콘크리트 패널을 시험 부설하고 지난달 호남고속철도(익산~정읍, 7.8㎞)에서도 같은 공사를 마쳤다. 철도시설공단은 이외에도 올해까지 동해남부선의 부전~송정역, 신경주~포항, 진주~광양 복선화 사업 등 10여곳에 삼표이앤씨의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 부설을 허가했다.
<한겨레>는 2011년 독일 궤도 전문가가 삼표의 개발 기술이 고속철도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보고서를 입수했다. 삼표가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를 개발한 뒤에 직접 국외 전문가에게 의뢰해 사전 평가를 받은 보고서다. 독일 철도공사의 토목 및 교통 엔지니어링 자문을 맡아온 위르겐 볼프 공학박사는 삼표의 제안으로 2011년 5월31일~6월3일 전라선 인화 제2터널 인근에 시범 부설된 구간을 방문했다. 2006년 부설된 궤도에서 시공 5년 만에 각종 균열이 확인됐다. 볼프 박사는 “콘크리트 중앙에 빈 공간이 크게 있기 때문에 열차 운행으로 부과되는 하중을 지지하기에 적합한 단일구조가 아니다. 이 때문에 균열이 발생하고 하중 때문에 콘크리트가 휘어지게 된다. 또 햇빛으로 인한 높은 온도 차이 때문에 균열이 형성된다. 현재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삼표가 적용한 시스템은 고속열차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라고 결론을 냈다. 삼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독일 전문가의 보고서를 받고 기술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표를 그만둔 또다른 관계자는 “독일 전문가 자문을 거친 뒤에도 충분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삼표이앤씨가 부설한 구간에 문제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때는 지난해 6월. 독일 전문가의 보고서가 작성된 지 2년이 지나서다. 코레일은 삼표이앤씨가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 공법으로 부설한 망미터널 현장 점검을 벌였다. 균열이 발생하고 깨진 궤도 충전재가 342곳이었다.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사업을 수주한 민간업체가 공사를 끝내면, 철도 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이 통상 점검을 한다. 코레일의 강태구 자문위원은 “궤도가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다. 독일 전문가가 2년 전 지적한 문제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공단과 공사 간부 적극 영입한 궤도분야 수주 1위 삼표이앤씨
독일 전문가에 부적합 자문받은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 강행
균열 발생했지만 공사 수주받아
코레일만 하던 선로 유지·보수
전라선 익산~신리 민영화 뒤 민간업체 중 최초로 삼표가 맡아
침목-선로 분리만 860곳 달해도 측정자료 코레일과 공유 안돼
선로 밑에 맨홀이 발견되는 곳도
삼표이앤씨와 계약한 철도시설공단은 이러한 지적에도 ‘부적합’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 철도시설공단은 같은 해 8월 성능검증심의위원회를 열고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삼표의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를 보완하고 호남고속철도에 도입해 문제가 없을 때까지 최종 승인을 미룬다는 뜻이었다. 한 철도 관계자는 “국내에 제대로 된 궤도 전문가는 없다고 보면 된다. 국산화를 기치로 삼표가 기술을 개발했지만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지도 않고 부설했다”고 지적했다.
삼표는 궤도 시공뿐 아니라 최초의 선로 유지·보수 민간업체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선로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담당하는데 전라선 익산~신리(35.2㎞) 구간은 2012년 처음 민영화됐다. 문제는 삼표가 선로 유지·보수 측정 자료를 코레일과 원활하게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레일 기관사들은 매일 열차를 운전하면서도 민간업체가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선로의 안전성을 알지 못한다. 특히 이 선로 구간은 8200곳의 균열이 발생하고 이 가운데 침목과 선로가 분리되는 균열이 860곳인 것으로 지난해 4월 코레일이 조사했다. 코레일 노조 관계자는 “이 구간에서 열차가 심하게 흔들리고 승객이 넘어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궤도 검측차 등 유지·보수 장비를 한 세트 구비하려면 수십억원이 드는데 민간업체가 이 장비들을 모두 구입해서 정비를 하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코레일 노조 관계자는 “삼표이앤씨가 시공한 궤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로 밑에는 구조물이 없어야 하는데 경춘선 선로 밑에 맨홀이 발견될 만큼 각종 부실 공사가 발견된다. 코레일은 공사 완료 뒤에 인수 단계에서만 확인을 거치기 때문에 부실 시공에 대한 문제 제기에 한계가 있다. 유지·보수 비용도 막대하고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당신이 국내에서 열차를 타고 달린다면 삼표가 시공했거나 납품했거나 유지·보수한 선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검찰 수사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공사를 끝낸 선로의 안전이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3383.html
공단은 왜 방재규정을 무시하는가 (한겨레, 박유리 기자, 2014.06.20 19:58)
감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철도시설안전 및 경영관리실태’는 철도시설공단의 안전대책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민간업체가 객관적 근거도 없이 화재 발생 시 필요한 방독면 개수를 승객의 50%라고 가정하면, 공단이 검증 없이 인정해줄 정도다.
철도시설공단은 1㎞ 이상 일반 철도터널 54곳에서 방재시설 보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 예산 총 605억원 가운데 매년 10억~30억원이 편성되기 때문에 안전성이 낮은 터널부터 방재시설을 우선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공단의 결정은 달랐다. 일정한 기준 없이 영남본부의 터널을 모두 개량한다는 이유로 우선순위를 뒤바꿨고 터널 보강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된 슬치·인등·임실·병풍 등 4곳은 방재시설 사업에서 밀렸다. 감사원은 “임실 등 터널 4곳의 길이가 길어 대피통로가 설치되지 않으면 화재 발생 시 승객이 터널 밖으로 대피할 수 없어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업체의 안전대책을 최소화하라는 황당한 요구도 있었다. 철도시설공단은 2010년 왕십리~선릉 외 5개 사업 터널 방재시설 보강대책 수립 및 설계 용역 계약을 두 민간업체와 맺고 삼동·송학·솔안터널에 방재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삼동터널은 안전성 분석 결과 안전 수준이 떨어지고, 사망 사고 발생 시 사망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용역업체는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를 터널 밖으로 배출하는 송풍기와 배연 통로 등을 추가 설치하는 쪽으로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공단에 보고했다. 공단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용역업체에 시설계획 변경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안전대책을 다시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용역업체는 공단의 의견에 따라 배연설비 설치를 배제하고, 승객의 50%만 방독면을 착용하는 것으로 가정해 터널에 방독면을 350개만 비치하는 방향으로 안전대책을 수립했다. 터널 안전성 분석 방법에 따르면, 방독면 착용률은 0~100% 범위에서 임의 선택이 가능하고 착용률만 높이면 방재설비를 추가하지 않고도 생존자 수를 높일 수 있다. 그런데도 용역업체는 임의 가정하여 공단에 보고했고, 공단은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
터널 준공 뒤 방재구난구역 및 진입로를 설치하지 않은 터널도 있다. 규정에 따르면 화재 발생 시 구조·소방차가 진입하기 위한 공간으로 최소 400㎡의 방재재난구역을 터널에 설치하게 돼 있다. 공단은 지난해 솔안터널에서 진입로를 10개월간 설치하지 않아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안전성 분석을 위한 세부 기준도 세워놓지 않았다. 공단은 철도터널 내 대피통로, 연결 송수관 등 방재시설을 설치할 때 용역업체들이 일관된 안전성 분석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런 분석을 통해 사고 발생 확률, 안전대책, 사고 영향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공단이 세부 기준을 마련하지 않자 용역업체들은 터널별로 화재 예상 시나리오를 제각각 예상했다.
승강장 45곳에 피난로 설치가 부적절하다는 통보도 받았다. 철도시설 안전 세부기준을 보면, 공단은 승강장에서 터널로 통하는 진입로에 승객이 비상시 쉽게 대피할 수 있도록 승강장의 시작과 종점부에 폭 0.9m 이상의 계단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강남구청역 등 규정에 맞지 않는 피난로가 설치된 곳이 45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3384.html
국산 고속열차 KTX 산천 ‘안전 불안’ (한겨레, 박유리 기자, 2014.06.20 19:59)
“승객 태우고 시험하는 셈”
[토요판] 커버스토리
4년간 결함 388건, 그중 136건이 미해결
불안한 KTX 열차
388건. 케이티엑스(KTX)산천 열차가 2010년 운행을 시작한 이후 4년간 발생한 결함 누적 집계다. <한겨레>가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을 통해 입수한 ‘케이티엑스산천 운행 이후 하자 발생 및 조치 결과’를 보면, 388건 가운데 136건(35%)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22일 발생한 ‘차축(바퀴를 통해 차량의 무게를 지지하고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 중공부 내부 부식 현상’은 여전히 원인 규명 중이고, 지난해 1월18일 발견된 케이티엑스산천 차량 금속 부식(발청, 녹이 발생하는 현상)도 원인 불명이다. 지난 1월17일 발생한 ‘차륜과 차체 접촉’은 해결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장 최신의 열차가 갖가지 병을 안고 선로를 달리는 셈이다. 코레일노조 박현수 차량조사국장은 “보통 새 자동차는 몇 년간 점검이 필요 없는데 열차는 신규 도입하면 2~3년은 오히려 결함 찾고 해결하느라 더 고생한다. 열차 제작 업체가 승객까지 태우고 시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국산 고속열차 KTX산천 운행 이후 결함 388건이나
모터블록, 배터리 고장에 차량과 차축까지 부식돼
“승객 태우고 시험하는 셈”
코레일은 57건 결함 알았지만 8000억원 들여 240량이나 구입
차량을 검사하는 회사 2곳에선 제작사나 코레일에서 옮겨 간 간부들이 일하고 있어
운전석 화면 꺼진 ‘블랙스크린’ 결함
케이티엑스산천은 운행 7개월 만인 2010년 10월 모터블록 고장으로 국내 최장 터널인 부산 금정터널 안에 멈춰 서는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동력장치 고장으로 연산역에서 멈췄다. 2011년 2월에는 제동장치 고장으로 운행이 43분 지연됐고, 부산에서 배터리 고장이 났다. 같은 달 광명역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2011년 8월 케이티엑스산천을 제작한 현대로템에 리콜을 요청하고 323억원대의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코레일은 케이티엑스산천의 문제를 몰랐던 걸까. 그렇지 않다. 2012년 감사원의 ‘케이티엑스 운영 및 안전관리 실태’ 자료를 보면 “코레일이 영업 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결함 57건을 알면서도 60량을 인수했다”고 지적했다. 현대로템과 코레일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케이티엑스산천의 결함 중에는 운전석 신호 화면이 꺼져 운전 자체가 불가능한 ‘블랙스크린’ 문제도 있었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8078억원을 들여 케이티엑스산천 240량을 구입했다.
잦은 고장을 일으킨 케이티엑스산천은 기존에 프랑스에서 도입한 케이티엑스에 비해 제작 기간과 시운전 기간이 짧았다. 철도공사가 1994년 6월14일 프랑스 알스톰사와 케이티엑스-Ⅰ 차량 46편성 920량에 대한 구매 계획을 체결하고 2011년 국내 반입이 될 때까지 제작에 약 5년이 걸렸다. 반면 케이티엑스산천은 2006년 6월8일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과 차량 100량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한 뒤 3년 만에 납품받았다. 차량 시운전 기간도 기존 케이티엑스는 52개월, 케이티엑스산천은 36개월이 소요됐다. 필요 없는 속도전을 하느라 도입 전에 결함을 줄일 수 있는 시간이 허비된 셈이다.
관피아 문화와 안전불감증이 합쳐지면 어떤 참극이 발생하는지를 우리는 세월호 사고로 생생히 목격했다. 불법 증축된 세월호는 선박 안전검사를 맡은 한국선급의 부실검사를 2차례 통과했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9일 국토해양부 퇴직 관료를 구속했다. 퇴직 관료 양아무개씨는 2011년 11월 국토해양부 6급으로 현장 감사를 하면서 당시 한국선급 오아무개 회장으로부터 퇴직 뒤 취업 제의를 받고 감사 지적사항을 빼준 혐의를 받고 있다. 철도 신규 차량 검사는 어떨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신규 철도 차량검사를 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ROTECO)과 케이알이엔시(KRENC) 2곳이 도맡아 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에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과 코레일 퇴직자가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케이티엑스산천을 제작하는 현대로템 퇴직자 7명이 철도차량엔지니어링(2명)과 케이알이엔시(5명)에 재직하고 있다. 차량검사 업체인 2곳에 확인된 수만 해도 코레일 퇴직자가 19명이다. 현대로템 인력이 검사 업체로 가는 ‘철피아’ 문화 아래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질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불안한 차량만큼 정비 수준도 마찬가지다. 코레일 정비 인력은 2003년 7000여명에서 5181명으로 감소했다. 코레일은 줄어든 인력으로 정비가 불가능해지자 매뉴얼을 대폭 축소했다. ‘철도 차량 유지 보수 지침’은 2009년 이후 거의 매년 축소하는 쪽으로 개정됐다. 객차에 대한 정비 매뉴얼을 규정한 145쪽만 봐도 2010년 삭제된 규정이 4개다. 대신 정비 주기는 늘어났다.
종착역에 도착할 때마다 정비를 받던 새마을·무궁화호는 현재 3500㎞를 달려야 검수 대상이 된다. 일일 1회 정비를 받던 전기기관차, 디젤기관차, 디젤동차는 각각 1000㎞, 2800㎞, 3500㎞로 정비 주기가 변경됐다. 케이티엑스와 케이티엑스산천의 정비 주기는 2010년 8월 2500㎞와 3500㎞에서 5000㎞로 늘어났다가 잦은 고장으로 문제가 되자 불과 넉달 뒤 변경됐다. 현재 케이티엑스의 정비 주기는 2500㎞, 3500㎞ 등으로 혼선 운용되고 있다. 객차의 경우 운임이 비쌀수록 그나마 안전한 셈이다. 박현수 차량조사국장은 “프랑스 고속철도가 5000㎞ 달린 뒤 정비를 받는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와 점검체계, 선로 기반이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차량을 혹사시킬 만큼 자주 운행하지도 않고, 곡선구간이나 산악지대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늘어난 정비 주기조차 준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월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객차 정기검수 도래 차량 해소 실적 현황’을 보면 무궁화·새마을호 1200대 가운데 160대가 정비 시기를 초과한 상태에서 운행됐다. 정비 주기를 두 배 이상 초과한 열차가 10여대였고 이 가운데 8배 이상 어긴 사례도 있었다. 특히 화물열차 정비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코레일 노조가 지난달 입수한 화물차량 정비 현황을 보면, 정비 주기를 13배 이상 어긴 열차도 있었다. 코레일은 일상 검수 가운데 일부를 부족한 전문 정비 인력이 아닌 수송원(열차 차량을 붙여 편성을 만드는 업무 담당자)에게 맡겼다. 박현수 국장은 “수송원들은 일일 8시간씩 3~4회 교육을 받고 정비 인력에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열차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25일 무궁화호 열차에 축상 발열(열차 바퀴에 불이 붙어 바퀴가 깨지거나 축이 녹아버려 탈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발생했고, 지난 2월2일과 3일에도 새마을 열차에서 축상 발열로 운행이 긴급 중지됐다. 정비 불량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난 3월 중순부터 한달간 화물열차 고장 사고가 12건 발생했다.
800억원 틸팅열차, 1100억원 해무를 아시나요
세월호 침몰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열차 정비 수준은 과거로 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공기업 민영화라는 명목으로 안전과 관련된 인력과 비용은 축소됐다. 반면 수요 예측은 고사하고 왜 개발하는지, 어디에 쓸 것인지조차 모르는 철도 관련 개발에는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 곡선 철로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틸팅열차 개발이 대표 사례다. 국토부는 2008년 2월 신기술이라며 틸팅열차를 적극 홍보했다. 그러나 2011년 제2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을 발표해 철로 직선화 정책을 선언했다. 열차 기술 개발과 국토부의 정책은 엇박자였고, 800억원대를 들여 개발한 틸팅열차는 오송차량기지에 방치돼 녹이 슬어 있다. 국토부 산하 철도기술연구원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도 800억원대의 연구비가 버려진 틸팅열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철도 관련 기업의 임원 김아무개씨는 “철도기술연구원이 철도 업체들의 신기술을 검증하지만, 정작 연구원들이 벌이는 프로젝트를 검증할 만한 기관은 국내에 없다. 철도기술연구원 간담회에 참석해 진행 중인 연구들의 상용화 계획을 물었더니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100억원대의 연구비를 투입한 고속철도 해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속 430㎞를 달리는 해무가 개발 7년 만인 지난해 시험주행에 들어갔다. 문제는 개발 7년 동안 시속 430㎞의 고속열차가 달릴 만한 전용 선로가 없다는 점이다. 해무는 세계에서 4번째 높은 속도를 달성했지만 시험선로가 부족해 광명~부산을 시속 400㎞대가 아닌 300㎞로 달리고 있다. 감사원도 3년 전 “해무를 상용화할 노선이 없기 때문에 기술 성과가 사장될 우려가 있다. 기반시설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2017년 상용화 계획만 갖고 있을 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운용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인천공항철도와 케이티엑스를 연계하기 위해 2700억원대를 투입해 운행시간이 고작 3~14초 줄어든 사업도 있다. 철도시설공단은 2011년 서울역~인천국제공항(49.3㎞) 구간을 운행하는 공항철도 구간에 케이티엑스(시속 230㎞)를 투입하는 인천공항철도 활성화 사업을 추진했다. 감사원이 열차 운행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케이티엑스가 투입돼도 서울역~인천국제공항은 3초, 인천국제공항~서울역 구간은 14초 단축되는 데 그쳤다. 인천공항철도가 시속 110㎞에 설계돼 있기 때문에 케이티엑스가 달려도 신호 시스템 문제로 최고속도가 시속 150㎞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철도시설공단은 이런 상황을 사전에 파악하고도 국토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공항철도 연결 사업은 케이티엑스를 인천공항까지 직접 연결해 이용자들의 환승 불편을 덜어주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인건비 아낀다고 정비는 줄이면서 목적 잃은 개발비에 수천억원을 낭비하는 철도 정책은 어딜 향해 질주하는 것일까.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06/23/0200000000AKR20140623106551004.HTML
철도노조 "KTX산천에 결함…사측 안전점검해야"(종합)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2014/06/23 15:47)
"도입후 지난달까지 하자 388건 발견, 이중 136건은 조치 안끝나"
철도노조는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TX산천 차량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며 사측에 정밀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철도노조는 "현장 정비 노동자들에 따르면 KTX산천에서 주행과 제동을 책임지는 대차 부분의 균열과 차륜의 이상 마모, 제동디스크 균열, 감속장치 불량 등 거의 모든 곳에서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며 "특히 대차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대형사고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대차는 차량 하부에 있는 주행장치를 말하며, 크게 바퀴와 축으로 구성돼 있다.
철도노조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실 자료도 인용하며 KTX산천 도입 후 지난달 19일까지 총 388건의 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36건은 조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최근 사측에 결함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운행에 문제가 없고 근로조건과 관계가 없다며 자료 협조를 거부했다"며 "운행 투입 4년밖에 안된 차량에 왜 결함이 생겼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작년 11월 국토부의 철도안전 상시점검 결과를 보면 고속철로 변형을 예방하는 유지·보수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레일문제가 KTX산천의 대차 결함 문제와 결합되면 사고발생 우려가 더 커진다"고 경고했다.
철도노조는 사측과 국토교통부에 ▲ KTX 산천 차량 정밀점검 ▲ 노사 및 민간 전문가, 정부와 국회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 개설 ▲ 중대 결함 차량 운행 중지 ▲ 외주 유지보수 인력 환원 등을 요구했다.
철도노조는 오는 27일 서울역에서 노조간부 상경투쟁과 철도노동자 시국선언 등을 하고, 28일에는 서울역에서 시청광장까지 행진하는 등 안전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열차가 가고 서는 것을 결정하는 하부 주행부에 심각한 결함이 확인되고 있다"며 "하지만 사측은 안전조치를 취했고 승객 안전엔 위험이 없다며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측은 노조가 작은 것을 부풀려 침소봉대해 호들갑 떤다고 하지만 철도는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철저한 예방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안전에 대한 문제제기를 눈감을 때 대형 사고가 일어난다"며 "민주노총 차원에서 국민 안전과 관계된 지하철, 철도, 대형 건설현장, 산업단지 내 노후 시설 등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7407
KTX 산천, 결함 안고 달린다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 2014.06.23 18:24:33)
철도노조 KTX 산천 안전점검 요구 “대차결함, 중대사고로 이어질 수도”
1998년 독일 북부에서 독일 철도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일어났다. 당시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이 사고로 최소한 100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해당 열차는 선로를 이탈, 교각으로 돌진했으며 그 충격으로 고가도로가 붕괴됐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당시 고속열차는 시속 200km로 달리고 있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이후 독일교통부의 대변인 Veit Steinle는 사고원인으로 차륜(바퀴) 파괴에 의한 가능성을 제기했고, 한국철도기술원은 여러 정황을 미루어보아 이는 거의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대형 열차사고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철노노조는 23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례를 인용하며 “이 같은 사고를 일으키는 대차결함이 KTX산천에서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철도차량용 대차는, 차륜·차축(바퀴를 통해 차량의 무게를 지지하고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을 보관 유지하여, 차체의 중량을 차축에 전달하는 것과 동시에 주행·제동 기능을 갖춘 기구이다. 주기능이 주행 및 제동이기 때문에 만약 대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탈선·전복 등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KTX 산천 대차에 문제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KTX 산천 대차에 △전체적인 균열 △바퀴의 이상 마모현상 △차축의 산화 △제동 디스크의 균열 △감속장치 불량 △테로텍스의 파손 등 거의 모든 곳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철도공사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KTX 산천에서 발생된 하자는 총 388건이다. 이 중 136건은 아직도 하자가 해결되지 않은 채 운행되고 있다.
철도노조가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산천 차축 외부에서 산화가 일어났고, 차축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코팅처리한 테로텍스의 결함도 발견됐다. 또 철도차량을 멈추는 장치인 제동 디스크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최광규 철도노조 고양고속차량지부장은 “제동 디스크가 파손될 경우, 하부 차축 및 차륜에 타격을 가해 탈선의 우려가 있다”며 “언급된 결함들은, 사실 한 건도 발견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는 “이런 문제를 현장에서 정비하는 노동자가 제기했고 철도공사도 알고 있다”며 “철도공사는 고속철도 차량의 보유량 부족 및 유지보수 기지 부족, 유지보수 인원, 유지보수 시간의 부족 등으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계속 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철도노조는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KTX 산천이 수백 명의 승객을 싣고 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사측은 노조가 침소봉대 한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철도는 사고가 나서 고치는 것이 아니다.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 참사가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사고가 나기 전에 얼마나 예방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결함이 확인된 차량은 당장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 열차가 움직이거나 멈추지 못한다면 얼마나 큰 비극이 있을지는 노조가 아니라 철도공사, 국토부가 더 잘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도노조는 철도공사에 △KTX 산천 차량 정밀 점검 △KTX 산천 차량 중대 결함 확인 시 대책 강구를 위한 ‘노사민정 특별위원회’ 구성 및 해결방안 마련 △중대결함 차량 운행중지 △안전 확보를 위한 유지보수 인력 외주용역 환원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http://hankookilbo.com/v.aspx?id=69584ddab6de40f6bebb1dc17e44fc5f
욕심낸 관피아 수사, 피의자 자살 내몰았나 (한국, 김정우 기자, 2014.06.20 21:45)
납품단가 부풀리기 수사 중 목숨 끊은 철도시설공단 간부
검찰에 7차례나 불려가
유족 측 "개인비리 캐면서 먼지털이식 짜맞추기 수사"
검찰은 "자백 강요 없었다"
무리한 강압수사였나. 지난 17일 새벽 검찰 수사를 받던 한국철도시설공단 간부 이모(51)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먼지털이식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유족 측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자백 강요는 전혀 없었다”고 강변, 이씨에 대한 수사과정 및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둘러싼 의문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
20일 대전지검 특수부와 사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씨는 총 7차례 검찰에 불려갔다. 첫번째 조사는 4월 22일, 선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전송장비의 납품단가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이뤄졌다. 철도시설공단에 장비를 납품한 A사 대표 최모(44ㆍ구속)씨와 공사설계를 맡은 설계회사 임원 김모(49ㆍ구속)씨가 짜고 130억원 정도를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씨가 관련됐는지를 살펴 보려 한 것이었다. 공모사실이 확인되면 이씨한테는 배임 혐의가 적용되고, 이씨가 김씨 등한테 속은 것이라면 공단은 사기 피해자가 된다. 검찰의 최종 결론은 ‘사기 사건’이었다.
이씨 측과 검찰의 주장이 엇갈리는 지점은 그 다음부터다. 검찰의 조사 내용을 소상히 전해 들었다는 한 지인은 “고인에 대해 검찰은 처음부터 ‘배임 혐의’에 초점을 뒀다”며 “애초 사건의 본류와는 관계가 없는 개인비리를 캐면서 이씨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가 불거지자 어떻게든 철도시설공단이 관련된 비리 사건으로 만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검찰 수사를 받고 나올 때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해 둔 A4용지 11쪽 분량의 ‘검찰출두기록’을 보면 검찰이 애초 이씨를 ‘배임혐의 피의자’로 보고 접근했던 것만큼은 명백해 보인다. 1~4차 출두 시(4월 22일~5월 8일) 검찰은 이씨한테 ▦최씨로부터 대포폰을 받아 사용한 이유 ▦외제 중고 승용차 대금을 현금으로 지불한 이유 ▦공단 회의 시 비싼 A사의 장비가격을 옹호한 이유 등을 캐물었다. 또 4차 조사 때부터 검찰은 이씨가 친구이자 통신공사업을 하는 다른 최모(51)씨한테 약 5년간 무상으로 차량을 대여받아 사용하게 된 경위와 이유를 집중 추궁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이씨 가족이 공동으로 차린 식당과 관련해서도 ‘창업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소명하라’며 가족들의 계좌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검찰이 배임 아닌 사기사건으로 결론 내고도 다른 비리 자백을 압박했다는 것이 이씨 주변의 주장이다. 이씨의 한 지인은 “고인이 ‘검찰이 업체한테 돈을 받아 공단 윗선에 상납한 사실을 털어놓지 않으면 가족과 지인을 뒤지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자필유서에 “사실을 얘기해도 검찰에선 더 큰 걸 자백하란다. 나 살자고 거짓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데…”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에 대한 1~4차 조사는 사기 사건의 피해자 자격으로 한 것이며, 남은 3번의 조사 중에서도 두 차례는 자료제출과 조서 작성을 위해서였다”며 “실제 조사는 한 차례, 8시간 동안 이뤄진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무리한 관피아 수사라는 반발에 대해서도 “그 문제가 공론화되기 전부터 내사해 왔던 사건으로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담당검사한테 확인한 결과, 이씨에게 ‘공단에 납품비리나 업체와의 유착 관행 등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비리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묻긴 했으나 윗선을 운운했다든가 그 이상의 추궁은 안 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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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7234
세계 최악 고속철 참사, 세월호와 다를 바 없었다 (프레시안,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2014.05.18 16:09:38)
[달리는 철도에서 본 세계]<28>근대, 그리고 재앙
지난 5월 2일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사고가 났다. 뒤에서 달리던 열차가 앞의 열차를 추돌한 사고인데, 현대적 신호 시스템이 관리하는 도시철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사고였다. 철도 안전은 철도 운행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한두 개가 문제를 일으켜도 방어할 수 있는 중층적 체제로 구축돼 있다. 그러나 이런 여러 안전망이 모두 무너져 있었다는 것을, 상왕십리역 사고는 보여주었다.
철도가 탄생할 무렵부터 최대 과제는 앞뒤로 달리는 열차가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초창기 철도는 열차가 출발하면, 일정 시간을 기다린 뒤 열차를 출발시키는 원시적 추돌 방지책을 가졌다. 이런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시차를 두고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못 가서 앞선 플레이어의 티샷을 기다려야 하는 골프라운딩을 경험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된다. 물론 앞 열차가 정상적으로 달리면 상관없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 격차를 크게 두고 뒤 열차를 출발시키더라도, 앞 열차가 고장이나 선로 이상으로 정차해 있게 되면 추돌을 피할 수 없었다.
1861년 8월 25일 일요일, 런던과 브라이튼을 잇는 철도 노선에 아침부터 승객이 몰렸다. 브라이튼에서 출발한 런던행 열차는 정기 열차 외에 임시열차 2개가 추가돼, 총 3개의 열차가 운행됐다. 규정에 따라 5분 간격으로 출발시켜야 했지만, 정기 열차 출발이 지연돼 3분 간격으로 열차를 출발시켰다. 런던-브라이튼 노선에는 2킬로미터(km) 길이의 클레이튼 터널이 있었다. 이곳에는 모스가 발명한 전신기를 이용한 신호체계가 설치됐다. 증기기관차가 터널에 들어서게 되면 연기가 가득하고 앞이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에 긴 터널 구간에 우선하여 전신 신호를 도입한 것이다.
열차가 터널에 진입하면 입구 쪽의 신호초소 감시원은 붉은 기를 내걸어 다른 열차의 터널 진입을 막았다. 열차가 터널을 빠져나오면 출구 쪽 신호원은 전신 신호를 통해 '터널 개통'의 메시지를 보내고 이 메시지를 받은 입구 쪽 신호원은 붉은 신호를 다시 노란색으로 바꿔 열차 진입을 허용하게 된다. 선로에는 열차가 터널을 진입하면 자동으로 붉은 깃발이 동작하도록, 열차 무게에 따라 작동하는 기계 장치를 설치했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이 빈번했다.
3분 간격으로 출발한 세 개의 기차 중 첫 기차가 클레이튼 터널에 진입했다. 그런데 자동으로 붉은 신호를 내는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를 본 신호 초소 감시자는 황급히 붉은 기를 들고 터널 입구로 달려가 후속 열차에 진입 금지 신호를 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3분 간격으로 열차가 출발했고 늦은 출발 시각을 만회하기 위해 속도를 높였던 두 번째 열차가 터널에 너무 가까이 접근한 것이다. 기관사는 터널 입구의 붉은 기를 흔드는 신호수를 보고 급제동을 걸었지만, 열차는 한참을 더 달려 어두운 터널 안쪽에 정차하게 됐다. 현대와 같이, 기관차에서 전 열차의 제동을 중앙 제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객차마다 수동 브레이크를 작동해야 하는 초보적 제동 시스템으로서는 제동 거리를 줄일 수 없었다.
터널 입구의 신호수는 이미 터널 속으로 사라진 열차를 보고 당황하며 "열차 진입"의 신호를 다시 한 번 출구 쪽 신호소로 보냈다. 그러자 출구 쪽 신호수는 당황했다. "열차 통과"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바로 "열차 진입"의 신호가 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터널 출구로 첫 열차가 나와 신호 초소를 통과했다. 출구 쪽 신호수는 입구 쪽 신호수가 실수한 것으로 보고 입구 쪽 신호수에게 "열차 개통" 전신 신호를 보냈다. 입구 쪽 신호수는 출구 쪽 신호수로부터 신호가 오자 연이어 달렸던 열차 두 대 모두 터널을 통과한 것으로 생각하고 붉은 기를 노란색 기로 바꿔 세 번째 열차에 터널 진입을 허가했다.
한편 붉은 기를 보고 급히 정차해 있던 두 번째 열차의 기관사는 터널 안쪽에 앞선 열차가 있다고 생각하고 터널이 완전히 개통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터널 바깥쪽으로 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관사가 후진하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터널을 진입해 달려오는 세 번째 열차의 불빛을, 맨 뒤 객차에 승차한 사람들은 볼 수 있었다. 터널 안의 추돌사고로 21명이 죽고 17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철도 안전 시스템의 발전은 신호 체계의 발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앞 열차가 출발하고 난 뒤에 역장이 시계를 보고 5분이나 10분쯤 지난 뒤에 뒤 열차를 출발시켰던 것에 비하면, 현대적 신호시스템은 비약적 발전을 한 셈이다. 선로 전 구간을 일정한 구역으로 나누어 블록화시키고 이것을 하나의 전기적 회로로 구성하여 열차가 진행할 때마다 뒤쪽으로 안전한 영역을 확보시킨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종의 보호막인데 앞선 열차에 가까이 접근할수록 보호막은 더 두꺼워지도록 설계되어있다. 겹겹이 쌓여진 보호막 중의 하나라도 훼손되는 순간, 이를 훼손하게 만든 후속 열차는 자동으로 정지하게 되어있다. 이것이 ATS(Auto Train Stop)라고 부르는 열차자동정지시스템이다.
ATS시스템은 선로에 신호기가 조밀하게 설치돼 있는 구간을 통과할 때 선로 시스템이 허용한 속도를 초과하게 되면, 기관사에게 경보를 보낸다. 기관사가 3초 안에 브레이크를 동작시키지 않으면 비상 정지를 시켜 사고를 예방하게 된다. ATS시스템은 신호기를 기준으로 속도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선로 전 구간에서 속도를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이 되고 있다. 오늘날의 사고는 기술적 한계때문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부주의와 오만, 그리고 탐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한다. 상왕십리역의 사고는 외주화된 신호설비업체와 운영기관의 유기적 정보 공유 미숙, 공사 후 신호기 점검 부재, 낡은 전동차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결합되어 발생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이 공통적으로 품고 있는 것이 바로 '비용 절감'이다. 다시 말해 돈을 아끼기 위해 추진된 여러 가지 사업들이 하나로 뭉쳐, 사고를 완성한 셈이다.
기계 문명은, 스스로 힘으로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다
산업혁명, 근대문명, 자본주의는 힌두교의 신 트리무르티처럼 하나의 주체를 다른 이름으로 보이게 한다. 기독교에서 트리니티라고 부르는 삼위일체와 닮아 있는 트리무르티는 창조의 신, 유지의 신, 파괴의 신으로 자신의 모습을 필요에 따라 세상에 드러낸다. 근대는 자연에서 벗어나 기계문명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 이때부터 '사고'는 인류의 동반자가 되었다. 열차 시간표가 정교화되고 철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 체계의 순간적 붕괴에 따른 파괴는 이전 시대와는 비교될 수 없는 재앙을 만들었다.
생산의 신이자 파괴의 신으로 등극한 자본주의의 막냇자식, 신자유주의는 기술문명이 만들어 놓은 파괴의 규모를 극대화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이윤에 모든 다른 가치를 복속시켰다. 부정과 비리의 커넥션을 더 확장시켰다. 한국 사회는 어떤가. 분단, 형식적 민주주의, 세력의 불균형이 정치 지형을 기울게 했다. 일반 시민들을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기 힘든 현실은, 한국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극이다. 첨단 과학 기술로 무장한 현대 기술 문명에, 기업의 탐욕과 무책임한 관료 체제가 결합되면, 언제라도 '블록버스터급' 비극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 국가 경쟁력 강화, 노동의 유연화, 철도 경쟁체제를 통한 효율화 등, 온갖 수사가 동원되고 있긴 하지만, 이는 모두 '한국형 신자유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그것이 만들어내고 있는 한국 사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근대 문명 이전, '사고'는 자연으로부터 왔다. Accident는 '우연'과 같은 말이었다. 지진, 해일, 홍수, 번개 등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연이 주는 재앙이었고, 인간 사회 밖에서 주어진 것이었다. 반면 산업자본주의 시대에서 '사고'는 인간의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해있는 상태다. 어떤 면에서는 인과적 필연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비극적 에너지는 이 사회 안에서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틈을 타, 혹은 우리가 알고도 못 본 척하는 틈을 타, 일정 기간 집약된다. 그리고 임계점을 넘으면 반드시 모습을 드러내게 돼 있다.
사고가 자연으로부터 오던 시절에는, 화가 난 자연을 달래기 위해 공동체 중의 한 사람, 혹은 사람들이 소유한 동물을 희생의 제단에 바쳤다. 현대인들은 신화나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간을 제물로 삼는 행위가 얼마나 미개하고 야만적인 일인지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잉태한 사고의 야만성은, 미개하다고 간주하는 고대의 세계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잔인하다. 현대의 희생양은 제사장에 의해서 선택되지는 않는다지만,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재단에 바쳐지게 된다. 게다가 사고가 일어나는 빈도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고, 그 규모 역시 제한이 없다. 근대 이후의 사고는 인류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 할만하다.
산업혁명이 낳은 각종 기계장치들은 스스로 가진 힘에 의해 파괴되기도 한다. 수 십 마리 말의 힘을 능가하는 증기기관이 갖고 있는 에너지는, 한계 출력을 넘는 순간 자신을 파괴시키면서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 대형 선박은, 강철판을 고정하던 볼트들이 압력을 못 이겨 튕겨 나가기 시작하는 순간 파괴적 해체의 길로 들어선다. 기계적 동력의 힘으로 달리는 열차는 기술적 제어의 한계를 돌파하기 시작하면 거대한 파멸로 치닫는 괴물이 된다. 인류는 기계문명 이후 '사고'라는, 피할 수 없는 재앙과 불안한 동거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철도여행의 역사>에 기록된 볼프강 쉬벨부쉬는 "18세기 마차 축의 절단은, 마차 도로에서 어차피 느리고 심하게 흔들거릴 수밖에 없는 여행을 중단시킬 뿐이었다. 그러나 1842년 파리-베르사유 철도 노선에서 일어났던 증기 기관차의 축 절단은 유럽 전역을 흔들어 놓은 대참사였다"고 말했다.
"기술이 완벽해질수록, 사고는 격심해진다."
유럽 전역을 뒤흔든 열차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보자. 프랑스에서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태우고 운행을 한 철도는 1837년에 개통된 파리-생 제르망 노선이었다. 이 노선에는, 개통 일주일 만에 3만7000명의 승객이 몰렸다. 그다음 주에는 6만 명이 이용했다. 철도의 놀라운 효용성을 알게 된 사람들은 앞다투어 역으로 몰려들었다. 파리-생 제르망 노선이 개통된 지 2년 후, 파리와 베르사유 사이에 철도가 놓였다. 왕궁이 있던 베르사유는 파리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방문지였다. 철도가 놓이자 접근의 수월성으로 인해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1842년 5월 8일은 봄기운이 완연한 따사로운 날이었다. 베르사유 궁전에 몰려든 사람들은 벚꽃 구경과 아름다운 음악, 향기로운 와인에 취해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해가 질 무렵, 흥겨운 휴일을 보낸 사람들을 태우고 베르사유를 출발한 열차는 파리를 향해 달렸다. 열차가 파리 시내로 들어선지 얼마 안 된 시간, 갑자기 맨 앞에 연결된 기관차가 기우뚱하면서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뒤집혔다. 바로 뒤에 연결된 기관차가 전복된 기관차 위로 올라타면서 탈선했고 그 위로 뒤에 연결됐던 4량의 객차가 차곡차곡 얹혀졌다. 석탄을 태우던 증기기관차 위에 얹혀진 객차들은, 제단에 올려진 제물처럼 불타기 시작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객차는 순식간에 화염 덩어리로 변했고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살려달라고 외치는 찢어지는 비명에도, 구조하러 달려간 사람들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객차의 출입문은 놀이공원의 열차처럼 밖에서 잠그는 구조였다. 그리고 열쇠를 가진 차장은 사고가 일어난 순간에 즉사했다. 55명이 죽었고 106명이 화상을 비롯한, 치명적인 중상을 입었다. 철도역사상 최초의 대형 사고였다. 불타는 열차에 갇힌 채 수많은 생명이 희생된 사고는 프랑스 전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사고의 원인은 맨 앞에서 달리던 증기기관차 바퀴의 차축이 부러졌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1842년의 충격적인 사고 이후 2년 뒤 발간된 철도 증기 기관 백과사전에는 '사고' 항목에 9쪽에 달하는 상당한 양의 기술이 추가된다.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모든 것은 사고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기술 장치가 완벽해지면 완벽해질수록 사고 역시 일종의 상쇄 원리에 따라 격심해진다. 이런 이유에서 강력하고 완벽한 산업적인 기술 장치들, 이를테면 증기 기관 그리고 기차는 가장 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엄격히 감시되지 않는다면 정말 끔찍한 재앙으로 돌변할 소지가 있다."(<철도여행의 역사> 볼프강 쉬벨부쉬)
산업화의 결과로 점점 더 정교해지고 대형화되는 모든 것들은 인간이 만든 눈부신 성과로 찬양된다. 그러나 그만큼 사고의 규모나 피해 정도도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근대 초기 기계문명을 선도한 사람들은 산업화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만을 상상했고, 여러 가지 이유로 기계문명이 갖고 있는 결함들을 외면했다. 현대는 더 심한 맹신이 자리 잡았다. 무비판적으로 가져다 쓰는 대표적인 말이 있다. "첨단 장치가 적용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완벽하고 완전하다"는 것이다. 이는 핵발전소의 안전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말이었다. 첨단의 사전적 정의는 처마의 끝이다. 가장자리 끝 현실과 미지의 경계에 서 있다는 말이다.
첨단이란 말 자체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든지 미지의 위험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사실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전위적인, 가장 앞선 기술인 첨단을 숭상하는 문화의 한편에는 인간의 오만함이 가득 담겨있다. 첨단이란 말은 다른 문제 제기들을 손쉽게 제압하는 도깨비 방망이가 되어버렸다. 첨단 안전장치, 첨단 방어기술, 첨단 제어 장치의 활약상이 두드러지면 사회는 더 안전해질까? 인류가 만든 것 중에 가장 첨단에 속하는 기술 중의 하나는 우주 기술일 것이다. 수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온갖 노력 끝에 만들어낸 첨단 우주선들이 가끔 속절없이 파괴되는 모습을 본다. 첨단 기술도 작은 나사못의 기능 이상에 따른 사고조차 막을 수 없는, 불확실의 세상이 바로 현실 세계이다.
시속 250km 고속철 바닥에서 철근이 튀어나왔다
파리-베르사유 철도 사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열차사고는 이어졌다. 사람들은 문명 한가운데 일상성으로 다가온 사고를 주기적으로 만나야 했다. 철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파리-베르사유 철도사고 원인이, 기관차 바퀴 축의 균열에 따른 붕괴로 드러나자 모든 열차의 바퀴 축에 대한 정비점검이 이루어졌고, 금속의 피로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도 했다. 철도의 바퀴나 바퀴 축과 관련된 부분의 이상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끔찍한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세계 최악의 고속철도 사고도 바로 이 기차 바퀴 때문에 일어났다. 1998년 6월 3일, 뮌헨발 함부르크행 고속 ICE 884 열차는 오전 5시 47분 뮌헨역을 출발했다. 1991년 6월 뮌헨-함부르크 노선을 시작으로 처음 운행된 ICE는 독일이 자랑하는 고속열차였다. 쾌적함과 안전성의 상징이기도 했다. 4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ICE 884 열차는 최고 250킬로미터의 속도로 거침없이 달렸다. 뮌헨에서 함부르크까지는 850킬로미터. 아우크스부르크-뉘른베르크-뷔르츠부르크-풀다-카셀-괴팅겐-하노버를 지나 종착역인 함부르크까지 약 5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되는 여정이었다. 두 번째 정차역이었던 뉘른베르크 역에서 이 열차의 맨 앞 칸인 1호 차에 외르그 디트만(J?rg Dittman)이 아내와 6살 난 아들과 함께 올라탔다. 함부르크 해변에서의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순조롭게 달리던 열차가 하노버 역을 떠나 시속 200킬로미터의 속도로 에데세 마을에 접근하던 중이었다. 10시 56분, 승객이었던 디트만 씨는 갑자기 일어난 사건에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맞은편에 앉은 아내와 아이의 좌석 팔걸이 사이로 거대한 쇠막대가 뚫고 들어온 것이었다. 흡사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만약 쇠막대가 10센티미터만 잘못 튀어나왔어도, 아내와 아이의 몸을 중세의 창이 그랬듯 뚫어버렸을 것이었다. 열차는 갑자기 좌우로 진동하다가 이내 안정을 찾은 듯했지만, 디트만은 놀라서 아내와 아이를 의자에서 일어나게 한 뒤 객실 밖으로 피신시켰다.
디트만은 승무원을 찾아 다른 열차 칸으로 이동했다. 디트만은 1호 차에서 3호 차까지 뛰어간 거리가 상당히 멀게 느껴졌고, 끔찍한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디트만은 세 번째 칸에 이르러 순회 중인 승무원을 발견하고는 빨리 비상정차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승무원은 디트만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일단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며 함께 1호 차로 가자고 했다. 승무원은 회사 규정상 비상 제동기를 사용하기 전, 사고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트만이 1호 차에 도착해 승무원에게 황당한 현장을 보여주려고 하는 순간, 디트만과 승무원은 함께 공중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짧은 충격의 순간이 지났다. 피투성이가 된 승무원이 디트만에게 괜찮느냐고 물었다. 디트만은 공포 속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디트만이 객실 의자 사이를 뚫고 들어온 쇳조각을 본 뒤 3분 후, 유럽 최고를 자랑하는 고속열차는 유럽 최악의 사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세계 최악의 고속철 참사, 두 달 전 경고 무시
유럽에서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고속철도를 운행하게 된 독일은, 프랑스의 TGV를 능가하는 차량과 서비스로 유럽 철도의 왕자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새로 등장한 ICE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운행이 시작되자마자 ICE의 진동이 너무 심해 승차감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식당 칸에 대한 불만은 독일 철도 당국을 당혹게 했다. 정상 운행 중에도 커피잔이나 음식을 담은 접시가 테이블에서 떨어질 정도였다. 독일 철도 기술진들이 긴급 점검에 들어가 확인한 결과 바퀴의 이상 마모 현상을 찾아냈다. 고속철도 설계팀부터 차량 제작팀까지 회의를 한 끝에 차량의 바퀴를 모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선로나 열차 전체를 손보는 것에 비해 바퀴를 교체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ICE의 열차 바퀴는 모노 블록 형태의 바퀴였다. 바퀴 하나가 한 덩어리의 강철로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독일 철도 기술진들은 진동의 가장 큰 원인을 한 덩어리로 제작된 바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바퀴만 교체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새로 적용된 바퀴는 듀얼 블록으로 만들어졌다. 두 개의 둥근 바퀴를 내륜과 외륜으로 구분해 결합하는 형태이다. 또 이 내륜과 외륜 사이에 탄성이 있는 고무를 장착, 승차감을 대폭 높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개통 2개월 만에 고속철도의 바퀴를 듀얼 블록 제품으로 교체하기 시작했고 소음과 진동에 대한 불만은 바로 사라졌다. 듀얼 블록은 승차감을 획기적으로 높인 첨단 방식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ICE는 승승장구했다. 개통 2년 만에 하루 이용객이 6만5000명을 기록했다. 경쟁 상대인 비행기를 압도했다.
1998년 6월 3일 디트만 가족이 탄 함부르크행 ICE 884 열차의 1호 차 객실을 뚫고 들어온 긴 금속조각은 디트만이 앉아 있던 의자 밑의 객차 바닥에 달려있던 열차 바퀴 조각이었다. 금속피로로 균열이 있었던 듀얼블록 바퀴 바깥쪽 원의 한 부분이 쪼개지면서 일자로 펴졌고 그대로 객실 바닥을 뚫고 들어와 버린 것이다. 10시 56분, 종착역인 함부르크를 약 130여 킬로미터 남겨둔 채, 에세데 마을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객실 바닥을 뚫은 금속 막대의 반대편 끝은 어떻게 됐을까. 선로의 침목을 긁고, 불꽃을 일으키며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열차는 아직 선로 위에 있었고 운이 나쁘지만 않다면 비상정차를 통해 대형 사고를 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에세데 역에는 본선과 지선으로 선로가 갈라지는 '분기기'가 있었다. 객실 바닥을 관통한 커다란 쇠막대를 꽂고 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리며 선로를 긁어대던 고속열차가 분기기를 통과했다. 분기기에는 선로 옆에 가이드 선로가 설치되는데, 객차 바닥에 꽂힌 금속바퀴 조각이 이 가이드 선로를 밑에서부터 들어내 버렸다. 거대한 가이드 선로 조각은 고속열차의 객실바닥과 천장을 뚫어버렸다.
ICE 844 열차의 1호 차와 2호 차는 직선으로 나 있는 본선으로 빠졌고, 갑자기 선로가 전환된 3호차는 측선으로 진입하게 됐다. 결국 2호차와 끊어져 버린 3호 차는 굉음을 내며 선로를 탈선했다. 불행하게도 그 앞에는 에세데 마을 철도를 가로지르는 다리의 기둥이 서 있었다. 3호차는 다리 기둥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콘크리트 다리가 무너져 내렸다. 4호 차부터 12호 차는 차례대로 겹쳐지며 무너진 다리의 콘크리트 덩어리들과 충돌했다. 식당칸은 아예 형체를 잃었다. 12량이 연결된 410미터 길이의 열차가 1량으로 압축되었다.
사고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생지옥으로 변한 선로 위에서 생존자를 찾아내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승객 101명과 선로보수 직원 두 명 등 103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심각한 중상을 입은 88명 중 상당수는 현재까지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사고조사 결과 독일철도의 정비팀이 육안검사를 통해 열차 바퀴를 정비해왔음이 밝혀졌다. 정교한 장치로 바퀴의 마모도나 균열을 찾았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탐지 장비의 잦은 오작동은, 정비팀이 육안 검사를 선호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또 오랫동안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 랜턴 불을 비춘 채 눈으로 하는 검사가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는 동안 듀얼 블록으로 이루어진 바퀴 테두리는, 금속피로에 의해 수년 동안 균열이 진행되고 있었다. 고속운행 시 잦은 충격과 진동으로 사고 차량의 바퀴는 살짝 휘어져 있었다. 이 휘어져 있었던 부분이 결국 끊어지면서 원형을 유지하던 바퀴의 테두리가 펴지고, 결국 객실 바닥을 뚫게 된 것이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사고 두 달 전인 4월, 기관사와 승무원이 사고 차량 바퀴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던 게 드러났다. 늘 그렇듯, 그 문제 제기는 묵살되었다.
또 사고 발생 1년 전인 1997년, 같은 방식인 듀얼 블록형 바퀴를 사용하는 하노버 트램회사에서 금속피로 현상이 발견됐었다. 하노버 트램회사는 바퀴를 교체했다. 이와 함께 듀얼 블록형 바퀴의 금속피로, 그리고 그 해결 방법을 다른 철도 운영기관에 전파했다. 시속 25킬로미터의 트램 바퀴에도 발생하는 문제가, 시속 250킬로미터의 고속열차에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그러나 독일 철도공사는 자신들의 고속열차는 문제없다며 경고를 무시했다. 7년 동안 운행하면서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독일 철도공사의 입장이었다. 7년 동안 서서히 진행된 금속피로는, 작은 충격에도 열차 바퀴를 분해시킬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전을 담당하는 관료들은 폭탄의 심지가 다 타들어 가는 순간이 올 때까지도 문제가 없음을 장담하는 걸 임무로 삼는 자들 같았다. 세계 최악의 고속철도 참사를 일으킨 뒤에야 독일 철도공사의 열차 바퀴 점검이 강화되었고, ICE 고속열차의 바퀴는 모두 모노 블록의 일체형 강철바퀴로 교체되었다.
'철도 언딘'이여, 철도 적자를 인양하소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코레일이 운영하는 새마을호 열차 바퀴에 불이 붙는 일이 올해에만 세 번이나 있었다고 한다. 열차 바퀴에 불이 나는 원인은 바퀴 축에 장착되어 있는 베어링이 마모되거나 녹아내려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이다. 바퀴가 제대로 구르지 않는 열차가 고속으로 달리다가 사고를 당하게 되면 ICE 844 열차처럼 끔찍한 참사를 불러온다. 제때 정비가 안 된 채 운행되는 차량이 100대를 훌쩍 넘겼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비인력이 대폭 줄었지만, 코레일의 인력감축 계획은 현재진행형이다. 인력이 부족하니 정비주기도 연장되었다.
언제부턴가 공기업의 지상과제가 경영효율이 됐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년대비 성과를 어떻게 올릴지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013년 철도노조 파업 시기에 국토부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강조한 것 역시, 철도 적자 해소 문제였다. 철도 적자 주범들로 지목받은 것들은 신규 차량 도입 비용, 그리고 높은 인건비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신차 구입을 잠시 미루고, 좀 위험하더라도 이용객들이 낡은 열차를 타도록 하는 게 철도 경영 합리화를 위해 필요하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임금을 받는 장기 근속자를 줄이고 계약직 고용이나 외주화를 확대해야 한다.
오랜 근속기간에 따른 숙련도의 중요성은 경영효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선로 유지 보수의 외주화와 차량정비 분야의 자회사 추진도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통합적 운영과 조화가 필요한 철도 산업에서 관제권의 분리와 화물 자회사 분리 추진도 계획되고 있다. 철도의 모든 기능과 역할을 갈가리 찢어 놓겠다는 것이 국토부 철도 정책의 핵심이다.
국토부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한국철도가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공기업은 근본적으로 효율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체제라는 것이 국토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국토부는 수서발KTX든 지방 적자 선이든 신설 노선이든, 그것을 공기업 코레일로부터 어떻게든 떼어 내려 하고 있다. 그러면 '언딘'과 같은 국내외 철도 기업들이, 철도를 적자와 비효율의 바다에서 인양하리라 믿고 있는 것 같다.
국토부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진행되는 한국 철도 정책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된다면, 그 종착역에서는 검은 리본이 승차권이 될 것이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0519124909694
국토교통부-코레일-서울메트로 삼각 커넥션 (시사저널 | 김지영 기자 | 2014.05.19 12:49)
한국철도신호기술협회의 임원 상당수가 철도 관련 공공기관 출신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해피아(해수부+마피아)' 못지않게 '철피아(철도+마피아)' 역시 강력한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봉석씨는 한국철도공사 용산역세권개발단장을 역임했다. 협회 초대 이사장인 최응호씨는 철도기술연구소 출신으로 지난 1983년에 정부로부터 녹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협회 전임 회장도 철도공공기관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극호 협회 전 회장은 철도청 공전국장, 전기국장 등을 지내며 서울 지하철 준설과 철도 전철화 등 철도 발전에 앞장서 녹조소성훈장, 홍조근정훈장 등 대통령상도 여러 차례 받았다. 이우현 전 협회장은 철도청 신호과장, 한국고속철도 건설공단 부이사장, 벡텔 아시아지역 기술고문직을 두루 거쳤다.
이 협회 정관에 따라 서울메트로·코레일·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시설공단·코레일테크 소속 간부들이 협회의 당연직 이사를 맡고 있다. 18명의 이사 중 5명이나 된다. 이 협회 내 동호인 모임 '신호동우회'의 경우 회원 자격으로 '철도 신호 분야(코레일·공단 및 지자체 포함)에 재직한 후 퇴직한 사람 또는 철도신호기술협회 회원'으로 정하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 퇴직자들이 이 협회와 돈독한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이 협회의 정기총회 때마다 국토교통부 및 코레일 직원들이 참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철도공기업·협회 간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철도시설공단, 국토교통부 출신이 독점
지난 2012년 한국철도신호기술협회 정기총회에서 이번에 사고가 난 지하철 2호선 신호 시스템을 제작한 유경제어가 찬조금으로 200만원을 냈다. 이 밖에도 찬조금을 낸 명단에는 철도공공기관 현직 직원이 포함돼 있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신호제어처장 윤 아무개, 한국철도공사 전기사업본부장 이 아무개씨, 국내 철도퇴직단체인 철우회 회장, 한국철도정보통신기술협회 회장, 한국전기철도기술협력회 회장 등이 후원금을 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철도시설공단 부장급 이상 퇴직자 185명 가운데 136명이 철도 관련 민간 업체에 취업했다. 그런데 역대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5명은 모두 국토교통부 출신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철도 건설만 담당하기 위해 철도청에서 분리시킨 공공기관이지만 국토교통부 출신들이 인사를 독점하고 있다. 초대 정종환 이사장부터 2대 이성권, 3대 조현룡, 4대 김광재, 5대 강영일 이사장까지 모두 국토교통부 고위직 출신이다. 특히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모든 철도공사를 분리·발주하도록 한 철도건설법을 개정·발의했다. 철도신호협회는 이를 지난해의 가장 큰 성과로 정기총회에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 '철피아'는 철도 관련 공사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이들의 입김은 공단의 발주 공사 입찰에 영향을 미쳐 퇴직자 영입 여부에 따라 업계 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이 의원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한 민간 업체는 공단에서 관리본부장을 역임한 퇴직자를 영입해 2012년 61억원 규모의 공사 계약을 맺고, 이듬해인 2013년에는 135억원, 222억원 규모의 계약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협회의 유착은 철도 규제 완화로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코레일은 '철도 신호 공사 적격 심사 세부기준'을 개정해 철도 신호 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의 자격 기준을 완화했다. 코레일은 2011년 KTX 광명역 사고 이후 특급·고급·중급·초급 자격증을 가진 기술자를 각 한 명씩 보유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기준을 강화했다. 이를 초급·중급 자격증을 보유한 기술자만 있어도 공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안전의 민영화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40520011017
또 지하철 사고… 또 노후 부품이 문제였다 (서울, 대전 박승기 기자, 군포 한상봉 기자, 2014-05-20 11면)
4호선 금정역서 전동차 변압기 폭발
이번엔 수도권 전동차의 노후화된 부품이 폭발해 시민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세월호 침몰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잇따라 전동차에서 사고가 일어나 시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9일 오후 6시 56분쯤 경기 군포시 금정동 지하철 4호선 상행선 금정역으로 진입하던 전동차 상부에 설치된 변압기가 큰 소리를 내며 폭발했고, 전동차는 멈춰 섰다. 사고가 난 전동차는 코레일 소속 오이도발 당고개행 K4652호다.
운행 방향 기준으로 앞쪽에서 여섯 번째 객차 지붕에 달린 변압기(길이 약 70㎝, 높이 약 50㎝)가 굉음을 내며 터지면서 옆에 있던 절연체(애자)가 함께 터졌다. 애자 파편이 역사 건물 1∼2층 새 유리창에 부딪치면서 유리 파편이 주변으로 튀었다. 유리 조각은 역 근처에 서 있던 차량에까지 떨어졌다.
이 사고로 승강장에 있던 김모(23)씨 등 시민 11명이 찰과상 등을 입었다. 다행히 지하가 아닌 지상에 있는 역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부상자 수가 적었고 부상도 경상에 그쳤다. 가벼운 찰과상을 입거나 놀란 경상자였다. 부상자 가운데 2명은 현장에서, 9명은 인근 한림대병원과 원광대병원 등 2곳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오후 8시 50분∼9시 40분 귀가했다.
역 주변에서 폭발음이 들렸고 섬광도 보일 정도여서 목격자들을 놀라게 했다. 목격자들은 “‘꽝’ 하는 굉음과 함께 불꽃과 연기가 일었다”고 사고 순간을 전했다. 사고 전동차에 타고 있던 한 승객은 “큰 소리가 난 다음에 불이 꺼지고 3분쯤 뒤 다시 불이 켜지면서 점검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대피 안내방송은 없었다”면서 “승강장에 도착하자마자 전동차에서 내려 역 밖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금정역 관계자는 “사고가 나자 즉시 역장에서 안전조치를 취한 뒤 오후 7시 1분쯤 승강장에 있는 승객들에게 대피 안내방송을 했고, 곧이어 전동차 승객들에게도 안내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안내방송이 사고 발생 5분이 지난 뒤 이뤄진 것에 대해 “먼저 안전조치를 취한 뒤 대피시키느라 조금 늦었다”고 해명했다.
사고가 나자 코레일은 고장 차량을 응급조치해 대피선이 있는 남태령으로 이동, 오후 7시 4분쯤 시흥 차량기지로 회송했다. 당고개 방면 전동차 운행은 사고 발생 21분 만인 오후 7시 21분쯤 재개됐다.
변압기는 전동차 객차 10량 지붕 위 3곳에 설치된 부품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전동차 운행에 필요한 주변압기가 전동차 하부 3곳에 있어 고장 차량은 자력으로 차량기지로 갔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는 전차선 전압을 교류에서 직류로 변환하는 계기용 변압기에서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열차의 변압기는 1993년 설치한 제품으로 사용한 지 21년이나 된 노후 부품이다. 코레일은 현재 성능이 개선된 변압기로 교체하기 위해 시험을 하고 있다. 코레일과 경찰은 사고가 난 전동차를 오이도로 옮겨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05/28/0200000000AKR20140528090352004.HTML
檢 '관피아 비리' 철도시설공단 압수수색(종합)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김동호 기자, 2014/05/28 11:52)
납품비리 의혹 국토부 간부 출신들 대상 첫 관피아 수사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김후곤 부장검사)는 28일 철로 관련 주요 부품의 납품비리와 관련해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께 대전 신안동에 있는 철도시설공단 사무실과 서울 등지의 납품업체 3∼4곳, 관련자 자택 등지에 수사관을 보내 부품 납품·수주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하고 있다.
검찰은 레일체결장치 등 주요 부품의 납품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단서를 잡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레일체결장치는 열차 하중을 분산하고 충격을 완화하는 철로의 핵심 부품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과점업체들이 공단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돼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광재(58) 전 이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비리 정황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1년 이사장에 임명됐다가 지난 1월 사직했다.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출신이어서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이번 수사는 검찰이 지난 21일 공직자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공언한 이래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첫 '관피아' 수사다. 서울중앙지검은 특별수사1·4부와 금융조세조사1부를 전담부서로 지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철도 분야 민관유착 비리 수사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4/05/28/20140528005357.html
안전 직결분야부터…첫 타깃 된 철도시설공단 (세계, 김준모 기자, 2014-05-28 19:05:41)
검찰, 비리 척결 첫 포문
납품업체와 수상한 거래 수사
국토부 출신 낙하산 이사장 등 공단내 주요 간부들 이름 거론
‘안전이 최우선이다.’ 검찰이 28일 ‘관피아’ 수사 포문을 열며 첫 타깃으로 철도시설공단을 택한 이유다. 다중 공공시설의 대명사로 꼽히는 철도는 사고 발생 시 대형 참사의 가능성이 커 그 어떤 분야보다 서둘러 안전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특히 이번 수사는 ‘관피아 척결’을 예고한 지 불과 1주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각종 대형 사고가 이어져 안전 문제가 국가적 화두가 된 만큼 검찰은 국민 불안 해소 차원에서 속전속결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첫 타깃 된 철도시설공단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의 철도시설공단 수사는 납품업체와 공단 직원 간의 부정한 거래가 철도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고질적이고 조직적 비리가 있다면 이참에 싸그리 도려내겠다는 게 검찰 의지다.
우선 주목하는 것은 레일체결장치라는 부품의 납품 과정이다. 레일체결장치는 열차의 하중을 분산하고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 철로의 핵심 부품이다. 검찰은 공단 직원이 뒷돈을 받고 이 부품을 부실하게 검증했거나 혹은 결함을 묵인했는지를 수사할 계획이다. 또 청탁을 받고 납품 계약을 연장했는지, 필요 이상으로 부품을 주문했는지 등도 수사한다.
검찰 수사는 다른 부품 비리 의혹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안팎에선 호남고속철도 사업이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단이 품질 기준에 미달하는 부품을 생산하는 외국계 업체를 호남고속철 부품 공급업체로 선정하는 등 특혜 의혹이 있다는 게 관련 업계 전언이다.
검찰은 궁극적으로 비리에 관여한 공단 직원과 납품업체 직원 간의 유착 고리를 파헤칠 계획이다. 현재는 김광재(58) 전 이사장 등 공단 내 주요 간부들의 이름이 수상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토해양부 출신인 김 전 이사장은 2011년 ‘낙하산’ 논란을 일으키며 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가 지난 1월 사직했다.
◆관피아 수사 확대
검찰 수사는 철도시설공단 납품 비리에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김진태 검찰총장이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에 관피아 척결 특별수사본부를 꾸리라고 지시한 만큼 각 청의 후속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원자력발전과 건설 인프라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공공 분야 비리가 수사 우선 순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린이 시설이나 먹거리 등 생활 밀착형 안전 분야도 검찰은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방위산업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분야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안전 분야뿐만 아니라 관피아 그 자체에 대한 수사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뒤 산하기관이나 민간업체로 자리를 옮겨 후배 공무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이 수사 대상이다. 이렇게 되면 관피아를 도와 비리에 관여한 현직 공무원도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 수사가 이런 수순을 밟을 경우 사법처리될 ‘관피아 범죄자’는 어림잡아도 수백명 단위를 훌쩍 넘길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 전망이다.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922512
검찰, 관피아 척결 제1 타깃은 ‘철도’…민영화 바람 불까 (이투데이, 2014-05-28 17:48|김면수 기자)
한국철도시설공단 압수수색 이어 코레일도 수사 대상(?)
검찰이 ‘관피아’ 척결을 위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그 첫 번째 타깃은 철도 분야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김후곤 부장검사)는 28일 철로 관련 주요 부품의 납품비리와 관련해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수사는 검찰이 지난 21일 공직자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공언한 이래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첫 '관피아' 수사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께 대전 신안동에 있는 철도시설공단 사무실과 서울 등지의 납품업체 3∼4곳, 관련자 자택 등지에 수사관을 보내 부품 납품·수주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다. 검찰은 레일체결장치 등 주요 부품의 납품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단서를 잡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레일체결장치는 열차 하중을 분산하고 충격을 완화하는 철로의 핵심 부품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과점업체들이 공단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돼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김광재(58) 전 이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비리 정황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 2011년 이사장에 임명됐다가 지난 1월 사직했다.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출신이어서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이 철도 분야 민관유착 비리 수사의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사 결과) 사안이 중대할 경우 철도 민영화 여론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보고 있다.
검찰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외에도 코레일의 각종 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검찰은 최근 철도 사업과 관련해 비리가 매우 만연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검찰은 이미 철도고 인맥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여러 사업에 각종 뒷돈이 오갔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사실관계를 추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KTX 부품 납품비리에 대한 수사를 벌여 국산 부품을 외국산으로 속여 납품한 업자 7명과 재고품을 신품으로 속인 업자 3명, 납품 관련 뇌물을 받은 코레일 전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장, 차량기술단 차장 등 모두 14명을 기소했다. 이후 광주지법은 지난해 11월 이들 가운데 뇌물 2000만원을 받은 차량기술단 차장에는 징역 1년에 벌금 2000만원 및 추징금 2000만원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0530095116541
철도차량 검사 부실 우려..'철도마피아' 좌우 (뉴스Y 정영빈 기자, 2014.05.30 09:51)
[앵커] 이달 들어서만 열차가 고장으로 멈춰 서고 변압기가 폭발하는 등 열차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요.코레일 퇴직자 등 이른바 '철도 마피아'가 검사 민간업체에 '낙하산'으로 내려가 철도차량의 부실 검사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자]국토교통부와 코레일 자료에 따르면 신규 철도차량 검사는 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과 KRENC 등 2곳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업체에 코레일과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 퇴직자들이 대거 재직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철도차량엔지니어링에는 회장과 이사장, 감사, 경영지원본부장 등 처장급 이상 6명이 코레일 퇴직자 출신입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검사원 대부분 역시 코레일 출신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체인 KRENC에도 코레일 퇴직자 출신이 확인된 것만 13명입니다.
두 회사에는 현대로템 퇴직자도 각각 2명과 5명이 검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차량 검사를 독점하고 있는 철도차량엔지니어링과 KRENC가 검사한 차량은 각각 1천대와 280대에 달합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검사를 하는 민간업체에 철도공사와 현대로템 퇴직자들이 취업해 '철도 마피아'를 형성했는데 유착관계 때문에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국토부와 코레일은 철도산업 특성상 차량 전문가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큰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4859066
'철피아' 영입 뒤 수백억원대 부품 잇따라 수의계약 (중앙일보, 이유정 기자, 2014.06.03 02:30)
지난해 호남고속철 283억 따내
수서발 KTX도 공개입찰 없이 내정
본지 취재에 발표 직전 "계약 연기"
삼표, 전 철도청장 앞세워 로비 의혹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수서발 KTX(수도권 고속철도)의 레일 장치 공급을 경쟁 입찰 없이 삼표이앤씨와 수의계약 하려 했던 것으로 2일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일 철도공단 등에 로비하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삼표그룹 J회장과 전무인 아들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철도공단의 발주 담당 직원 A씨는 지난달 30일 본지 기자에게 “2016년 개통하는 수서발 KTX 건설 사업(수서역~평택역, 총 길이 61.4㎞)에서 열차 진행 방향과 레일을 바꿔주는 장치인 ‘고속 분기기’(열차 선로 전환기) 납품 업체로 삼표이앤씨를 선정해 2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속 분기기 38개를 납품하는 것으로 총 사업비는 약 200억원에 이른다. 국가계약법상 5000만원을 초과하는 물품은 경쟁 입찰에 부쳐야 한다. 삼표이앤씨 외에 독일 B사가 입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철도공단 측은 입찰 공고도 없이 삼표이앤씨와 수의계약을 추진했다. 수의계약은 업체가 한 곳이거나 신기술인 경우만 가능하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B사는 기존 설치한 고속분기기에 문제가 있어 공개 입찰 없이 삼표이앤씨를 선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본지가 2일 다시 취재에 착수하자 공단 측은 “중앙일보 취재 이후 수의계약을 재고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 최종 결재가 나지 않았다. 계약 체결을 잠정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406/03/htm_201406031314830103011.jpg
그러나 검찰은 철도공단 측이 호남고속철을 포함해 각종 철도 사업에서 삼표이앤씨에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납품 과정을 확인 중이다. 또 삼표이앤씨가 철도공단과 가까운 ‘철피아(철도 마피아)’ 인사들을 앞세워 전방위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철피아를 ‘관피아’(관료 마피아) 척결의 1호 타깃으로 삼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표이앤씨는 2012년 영입한 신모(현 부회장) 전 철도청장을 비롯한 임원 대다수가 철도청·철도시설공단·서울메트로 등 철도 관련 공기업 출신이다.
삼표이앤씨는 지난해 호남고속철도의 고속 분기기 사업(283억원 규모)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과정에서 철도공단 측에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달 28일 삼표이앤씨를 압수수색했다.
삼표이앤씨가 철도공단으로부터 잇따른 특혜를 받은 배경에는 2012년 9월 말 삼표그룹 회장이 김광재 전 철도공단 이사장을 찾아가 성사시킨 ‘빅딜’이 있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당시 삼표에 영입된 지 얼마 안 된 신 전 철도청장이 J회장과 함께 갔다. 삼표의 전 관계자는 “김 이사장과 삼표그룹 회장이 만나 공단에서 삼표의 고속 분기기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삼표가 철도공단의 ‘레일패드’ 문제를 해결해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레일패드 문제는 당시 감사원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P사의 레일패드를 말한다. 삼표이앤씨가 시공한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간, 2010년 완공)에 쓰였다. 레일패드는 열차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레일과 침목 사이에 끼우는 고무판으로 안전에 중요한 부품이다.
철도공단은 시공사인 삼표이앤씨에 네 차례에 걸쳐 “레일패드를 전량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삼표 실무진들은 “감사원의 기준이 국제적으로 근거가 없고 멀쩡한 레일패드를 재시공할 수는 없다”며 반발했다. 당시 삼표 관계자는 “P사의 경쟁 업체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주려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레일패드를 납품할 수 있는 곳은 P사와 에이브이티(AVT)사 두 곳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철도공단은 지난해 호남고속철 사업에서 P사를 배제하고 AVT사의 부품만 쓰도록 했다.
철도공단은 2012년 9월 말 삼표 측에 레일패드 교체를 요구하는 대신 고속 분기기 사업에선 삼표이앤씨를 밀어주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확보한 공단 내부 문건에는 ‘삼표는 자체 개발한 고속 분기기에 문제가 없으므로 (도입) 추진하겠다’고 돼 있다. 최모 공단 궤도처장이 김 이사장에게 보고한 문건이다. 당시 삼표이앤씨는 자체 개발한 고속 분기기를 일반철도 외에 고속철도 구간에는 현장 적용조차 해보지 못한 상태였다. 김 이사장도 보고서에 ‘사전 검증 없이 (현장에 설치해) 300㎞/h를 운행해도 되나요’라고 자필로 코멘트를 달아 내려보냈다.
이후 삼표이앤씨는 20억원을 들여 레일패드를 새 것으로 주문해 갈아 끼웠고, 철도공단의 각종 사업을 무난하게 수주했다. 김 전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J 회장과 신 전 청장을 만난 건 문제가 된 P사의 부품을 바로잡기 위해서였고 특혜를 준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http://www.moneyweek.co.kr/news/mwView.php?no=2014052922148071655
관피아 척결 1호, '철피아' 환부 제대로 도려낼까 (머니위크 제334호, 차완용 기자, 2014.06.05 05:26)
철도시설공단 '민관 유착고리' 전방위 수사 착수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근무하는 진명철씨(가명)는 요즘 눈이 아프고 입에선 단내가 난다. 공단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해 하루 종일 눈치를 보며 말을 최대한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진씨는 “올해 들어 공단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며 “행여나 말실수를 하게 될까봐 업무 외에는 가급적 말을 안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채 과다·방만 공기업으로 정부에 낙인찍힌 데 이어 최근에는 납품비리로 압수수색까지 받으면서 공단이 생긴 이래 최대 위기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철도시설공단 내부 관계자가 전하는 요즘 공단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은 느낌이다. 삼삼오오 모여 언론이나 자신들이 전해들은 부채와 방만 경영 계획안에 따른 얘기를 하는가 하면 복리후생비 삭감이나 임금 동결 등 자신들에게 미칠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기관장이 행여 바뀌는 것은 아닌지 등의 얘기를 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더욱이 최근 세월호 사태와 지하철 2호선 추돌 사고 등으로 불거진 ‘관피아’ 논란이 자신들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걱정돼 업무가 손에 안 잡힌다.
◆ '철피아' 오명에 조여오는 檢 수사망
세월호 사태와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 등의 격랑 속에서 철도시설공단은 바짝 엎드려 있었다. 공단 업무와 직결된 사고는 아니었지만 시설 안전과 관련된 사고였던 만큼 시설물을 공사·관리하는 철도시설공단으로서는 시범 케이스로 찍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결국 철도시설공단으로 불똥이 튀었다. 검찰이 지난 5월21일 ‘관피아’ 척결 방안을 내놓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공단을 찾아온 것이다. ‘철피아’(철도+마피아)라는 오명도 뒤집어썼다.
철피아를 첫 수사 대상으로 삼은 건 2011년 2월 KTX광명역 탈선사고를 포함해 철도와 지하철에서 대규모 인명피해의 전조가 여러 차례 나타났기 때문이다. 광명역 사고의 원인은 부실한 ‘레일체결장치’였다. 또 지난해 신분당선에서 400여개가 파손된 채 발견된 것도 레일체결장치였다. 레일체결장치는 열차 하중을 분산하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철로를 침목에 부착시키는 핵심 부품이다.
검찰은 독일 보슬러에서 레일체결장치를 수입·납품하는 에이브이티(AVT)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이 장치를 납품하던 시기에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AVT는 호남고속철도 납품업체 선정과정에서 제출한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다는 게 드러나 지난해 국회에서 논란이 됐다. 검찰은 AVT가 고속철-공항철도 연계사업과 호남고속철도사업 때 철도시설공단에 제출한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납품업체로 선정된 경위를 집중 조사 중이다.
검찰은 김광재(58) 전 이사장을 포함해 철도시설공단 전·현직 간부들이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금품을 받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출신으로 2011년 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가 지난 1월 사직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전국검사장회의에서 ‘철피아’에 대해 “철도고·철도대학 출신이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 등 관련 기관을 장악하고 퇴직자는 민간기업에 재취업해 공사 입찰을 위해 현직 임원과 유착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 납품업체 재취업 유착고리 '정조준'
검찰의 움직임은 철도시설공단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오던 문화가 벗겨진 것이다. 사실 철도시설공단은 철도청이었을 당시부터 공단 퇴직자들이 납품업체 임원으로 재취업 해왔다. 이는 어느 순간부터 관행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철도시설공단 부장급 이상 퇴직자 185명 가운데 136명이 철도 관련 민간업체에 취업했다.
실제 ‘철피아’는 철도 관련 공사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이들의 입김은 공단의 발주 공사 입찰에 영향을 미쳐 퇴직자 영입 여부에 따라 업계 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이 의원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한 민간업체는 공단에서 관리본부장을 역임한 퇴직자를 영입해 2012년 61억원 규모의 공사 계약을 맺고, 이듬해인 2013년에는 135억원, 222억원 규모의 계약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철피아’의 구조적인 관행과 비리는 어느덧 수장으로까지 향하고 있다. 그동안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5명이 모두 국토교통부 출신이기 때문이다. 철도시설공단은 철도 건설만 담당하기 위해 철도청에서 분리시킨 공공기관이지만 국토교통부 출신들이 요직을 독점하고 있다. 초대 정종환 이사장부터 2대 이성권, 3대 조현룡, 4대 김광재, 5대 강영일 이사장까지 모두 국토교통부 고위직 출신이다.
◆ 강영일 이사장 책임론 무성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자리에 올라있는 강영일 이사장의 거취를 놓고도 말들이 많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부채과다·방만 공기업으로 정부에 낙인찍힌 데 이어 세월호 사태로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논란이 되면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공직 사회의 부패와 민관 유착 비리가 민낯을 드러낸 가운데, 정부가 관피아 전횡을 뿌리 뽑을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이러한 인물 중 한명으로 강 이사장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으로까지 번진 셈.
정부 부처의 한 인사는 “이번 검찰의 철도시설공단 압수수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대통령이 관피아 척결을 외치자마자 검찰이 바로 철도시설공단으로 움직인 것은 무언가 생각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도 “강 이사장 취임때부터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며 “세월호 참사로 인해 그동안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시설물 관리에 대한 비리와 관피아 논란까지, 누군가 책임을 져야하는 인물이 나와야 하는데 그 인물로 강 이사장을 정부가 지목한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4894192
'철피아' 끼리 짜고 부품 성능시험 조작 (중앙일보, 이유정 기자, 2014.06.07 02:34)
레일체결장치 검증 맡은 연구원
설계업체 대표와 철도고 동창
‘철피아(철도 마피아)’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레일 납품업체 에이브이티(AVT)는 2012년 인천공항 연계철도(KTX와 공항철도를 잇는 철도)에 납품할 레일체결장치의 성능 시험 성적서를 위조해 논란이 됐다. <본지 2013년 7월 17일자>
이 성적서 위조 과정에 철피아 인맥이 관여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납품업체-설계회사-성능점검기관 간 합작품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AVT는 당시 위조한 성적서를 철도시설공단에 제출했다가 적발됐으나 관련자는 경미한 제재만 받았다.
본지가 2012년 9월 철도기술연구원의 ‘시험 성적서 부적정 활용 등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를 6일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철도기술연구원 박모 전 책임연구원은 당시 AVT 레일체결장치의 성능 시험을 거치지도 않고 허위 시험 결과와 성적서 양식을 AVT 측에 e메일로 보냈다. AVT는 ‘결함이 없고 제작 도면에 적합함’ 등의 결과가 적힌 성적서를 철도공단에 제출했다. 하지만 발급일자·번호가 없는 성적서였다. 이를 수상히 여긴 철도공단의 성능검증위원회가 연구원에 정식 발급 조회를 하면서 거짓말이 들통 났다. 하지만 철도기술연구원은 박 전 연구원의 비위를 적발하고도 감봉 3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또 AVT는 성적서 위조라는 중대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철도공단이 발주한 호남고속철도의 레일체결장치 독점 납품을 따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지난달 28일 AVT의 납품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철도기술연구원과 C코퍼레이션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공항 연계 레일 설계를 맡은 C코퍼레이션 김모 대표가 박 전 연구원과 짜고 AVT에 유리한 시험 성적서를 만들어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두 사람은 철도고 토목과 76학번 동기다. 지난해 철도고 동창회보에 번갈아 이름을 올렸다. 또 성적서 조작 사건 당시 AVT 김모 상무는 김 대표와 같은 한국철도학회 회원이었다. 이번 수사 대상에는 철도학회 회원 다수가 올라 있다.
http://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26250
철도시설공단, 비리 '얼룩'…‘철피아’ 검은고리 드러나나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2014년 06월 09일 (월) 09:22:57)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사정당국의 공공기관 ‘전관예우’ 철폐 첫 대상으로 철도시설공사를 지목했다. 이른바 ‘철피아’로 불리는 철도 분야의 전관예우 관행이 불법적 비리 행태로 이어지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돌입됐다.
국토교통부 출신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공단 출신 업체들과의 검은 거래 정황이 포착됐다. 전현직 임원들과 납품업체 간 ‘철피아’ 논란이 거세지면서 강영일 이사장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민관 유착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호남고속철도 공사와 관련해 업체간 담합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2012년 6~7월 호남고속철도 궤도공사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들이 사전에 입찰 가격을 조율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당시 호남고속철도 오송~익산 구간(1공구)과 익산~광주송정 구간(2공구)의 궤도 공사 입찰에서 철도 부품 업체인 궤도공영과 삼표이앤씨가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1공구는 공사 예정가격의 89.03%(1316억7000여만원)를 적어낸 궤도공영 컨소시엄이, 2공구는 예정가격의 89.48%(1716억6400여만원)을 제출한 삼표이앤씨 컨소시엄이 각각 공사를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들러리 업체’를 내세우는 등 사전에 투찰가격을 조율해 공사를 밀어주고 수주액의 일부를 나눠가졌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난달 28일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로부터 압수한 입찰 관련 서류들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은 호남고속철도 공사에 필요한 레일체결장치 등의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김광재(58)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등 공단 임원들이 개입한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 등이 2012년 8월 독일 부품 수입업체 AVT사(社)로부터 ‘납품업체로 선정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청탁성 금품을 받았는지 수사 중이다.
AVT사는 독일 보슬로사의 국내 수입·판매업체로 호남고속철도 건설사업과 인천공항철도 연계사업에 참여하면서 제출한 시험성적서에 부정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철도시설공단이 호남고속철도 사업의 부품공급업자 선정 과정에서 레일체결장치의 부품인 탄성패드의 품질이 기준치에 미달하는 사실을 알고도 AVT사를 공급사업자로 선정한 점도 특혜 의혹이 짙은 부분이다.
철도시설공단이 이처럼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의혹과 이에 따른 담합 등 부당행태가 이뤄진 배경으로는 고질적인 전관예우 관행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특히 철도시설공단의 수장인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 대부분이 구토부 출신 관료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관피아’ 성격을 짙게 나타내고 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전국검사장회의에서 ‘철피아’에 대해 “철도고·철도대학 출신이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 등 관련 기관을 장악하고 퇴직자는 민간기업에 재취업해 공사 입찰을 위해 현직 임원과 유착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검찰이 김 전 이사장을 포함해 철도시설공단 전·현직 간부들이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금품을 받았는지 집중 수사하는데도 이같은 이유가 깔려있다.
먼저 김 전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출신으로 2011년 8월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가 지난 1월 이사장직에서 사임했다. 그동안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5명이 모두 국토교통부 출신이었다. 철도시설공단은 철도 건설만 담당하기 위해 철도청에서 분리시킨 공공기관이지만 국토교통부 출신들이 요직을 독점하고 있다. 초대 정종환 이사장부터 2대 이성권, 3대 조현룡, 4대 김광재, 5대 강영일 이사장까지 모두 국토교통부 고위직 출신이다.
더 큰 문제는 철도시설공단 퇴직자들이 납품업체 임원으로 재취업하면서 생기는 검은 고리다. 철도시설공단은 철도청이었을 당시부터 공단 퇴직자들이 납품업체 임원으로 재취업 해왔다. 이는 어느 순간부터 관행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철도시설공단 부장급 이상 퇴직자 185명 가운데 136명이 철도 관련 민간업체에 취업했다.
실제 ‘철피아’는 철도 관련 공사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이들의 입김은 공단의 발주 공사 입찰에 영향을 미쳐 퇴직자 영입 여부에 따라 업계 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이 의원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한 민간업체는 공단에서 관리본부장을 역임한 퇴직자를 영입해 2012년 61억원 규모의 공사 계약을 맺고, 이듬해인 2013년에는 135억원, 222억원 규모의 계약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40610000408&md=20140613010719_BK
감리업체 쏠림 극심…이번엔 ‘鐵피아’〈철도+마피아〉 (헤럴드경제, 윤현종 기자, 2014-06-10 11:18)
철도공단발주 현장 감리…상위 3社 10년간 13% 수주
빅3 감리업체 일부 고위직 임원…철도청·철도공단 출신 확인
# 2013년 4월 25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12년 철도사업참여 우수업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공단은 “우수업체는 입찰참가 시 인센티브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목 우수시공업체 중엔 삼표이앤씨(주)가 포함됐다. 호남고속철 2공구 궤도부설공사의 주관시공사다.
그러나 현재 이 업체는 가격조작 담합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대상이다. 공단이 우수업체 대상을 평가한 기간은 2012년 6∼2013년 2월이다. 호남고속철 궤도공사 입찰이 있었던 시기(2012년 6월)와 겹친다. 같은 해 이 업체는 전 철도청장이자 1대 코레일 사장을 지낸 인사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공단의 ‘철피아(철도+마피아)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을 모양새다. 문제는 담합 정황이 포착된 ‘철피아 시공사’에 인센티브를 준 것으로 머물지 않는다. 지금껏 발주한 현장 감리업체도 철도공단 및 과거 철도청 출신이 다수 포함된 곳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단은 “(공사 현장의)감리업체 선정과 시공사 지정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감리 선정의 투명성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철피아업체’에 상을 준 철도공단. 현장 감리업체 선정엔 문제가 없었을까.
▶상위 3개 감리업체, 10년 간 247개 현장 수주…‘김광재 이사장 시기’ 두드러져=헤럴드경제는 지난달 27일 공단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2004년 설립 이래 발주한 모든 현장의 감리업체 명단을 분석했다. 그 결과 특정감리업체들에 수주현장 다수가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공단이 2013년까지 발주한 총 1896개 현장에 참여한 774개 감리업체(누적기준) 중 상위 3개사가 247개 현장의 감리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현장의 13.1% 수준이다. 3사는 해마다 공단의 수주량 1ㆍ2위를 번갈아 차지했다. 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감리업체들은 철도 시공현장 용역을 전담하며 성장했다.
수주업체 집중도는 특정시기에 따라 두드러졌다. 김광재 전 이사장 재직시기(2011∼2013년)엔 연평균 15개 감리업체가 각각 5개 이상의 현장을 맡았다. 역대 이사장 재직시기 중 가장 많은 수치다. 그만큼 특정업체에 감리용역이 집중됐단 의미다.
이처럼 5개 현장 이상 ‘멀티감리’를 맡은 업체의 연평균 숫자를 수장 재임시기 별로 분석한 결과, 김 전 이사장▷조현용 전 이사장(2008∼2011년ㆍ13.7개 업체)▷ 정종환 전 이사장(2004∼2006년ㆍ8.3개 업체) 등 순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감리용역을 다수 수주한 업체 고위직 일부는 전 철도공단ㆍ 철도청 출신임이 공단을 통해 확인됐다.
▶퇴직 후 재취업자 관리, 안 하나 못 하나?=본지는 또 다른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철도공단 퇴직자 중 감리(및 설계)업체 재취업자 수였다. 각 민간업체의 ‘철피아’ 분포도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공단은 ‘해당 정보가 없다’고 통보했다. “재취업한 퇴직자 정보는 직무상 작성ㆍ관리하고 있지 않은 사항”이란 이유였다.
이에 대해 공단 고위 관계자는 “민간업체 등에 상임이사급 이상으로 재취업한 이에 한해 2년 간 이직경로 등을 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행 법규 상 공단 출신의 재취업이 제한된 몇몇 회사가 있다”며 “이들 업체에 가는 퇴직자는 정부기관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취업자 모두를 파악하진 않는단 의미다. 결국 수주를 많이 한 감리업체에 공단 퇴직자가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는 건 사실상 공단의 능력 밖인 상태다.
기자는 “현재 관리 중인 재취업자 현황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공단 관계자는 “개인정보공개 등 현행 법규를 위반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공개에 난색을 표했다.
▶철도공단, “전관예우 근절할 것”=공단 측은 감리업체 선정 관련 의혹에 대해 ‘재취업자의 영향력은 애초 없었다’며 선을 긋고있다. 공단 고위관계자는 “선정 시 (해당업체에) 퇴직자가 있단 이유로 인센티브를 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사부터 선정까지 전 단계를 사실상 외부인사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서다.
실제 공단은 작년 12월부터 이를 적용했다. 감리업체 선정의 주요과정인 ‘경력ㆍ역량평가(SOQ)’의 평가위원을 모두 외부인사로 바꿨다. 감리업체 입찰 자격도 대폭 넓혀 문턱을 낮췄다. ‘특혜 우려제도’는 정비를 끝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외부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 ‘노하우 쌓인 위탁업체가 일도 잘 한다’는 논리는 전관(前官) 재취업 합리화의 단골 명분이었다”며 “위탁업체 관리에 대한 각종 법률을 일원화(기본법 제정 등)해 전관의 안 좋은 행태를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www.moneyweek.co.kr/news/mwView.php?no=2014060422048071886
'철피아 몸통' 지목, 그 실체는? (머니위크 제335호, 김진욱 기자, 2014.06.12 05:10)
CEO In & Out /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 지난 5월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김진태 검찰총장 주재로 전국검사장 회의가 열렸다. 각 지방 검찰총장 등 21명의 검사장은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로 불리는 민관유착 사례를 뿌리뽑겠다고 천명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관피아 척결 의지를 밝힌 지 이틀만이다.
# 검사장 회의 개최 일주일 뒤인 같은달 28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가 철도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삼표이앤씨를 압수수색했다. 삼표그룹 오너인 정도원 회장의 자택에도 수사관들을 보냈다. 철도시설 부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한국철도시설공단과의 비리 혐의에 삼표계열사가 연루된 탓이다. 이날 수색에만 검사와 수사관 100여명이 동원됐다.
50여년 역사의 삼표그룹이 관피아 논란 속에 민관유착의 핵심기업으로 떠올랐다. 정도원 회장과 아들 정대현 전무는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출국까지 금지당했다. 검찰의 ‘관피아 척결’ 1호 기업에 삼표의 이름이 오른 것이다. 한때 모기업이 재계 30위를 오르내릴 정도로 화려한 과거사를 자랑했던 삼표그룹. 하지만 2014년 그룹의 현주소는 침울 그 자체다.
◆'철도 비리' 삼표 정조준… 압수수색에 오너일가 ‘출금’
지난 2일 검찰이 정도원-정대현 부자에 대해 출국금지를 취한 것은 그룹 계열사가 철도부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때문이다. 삼표그룹은 정 회장이 83%, 정 전무가 12%의 지분을 보유 중인데, 검찰은 이들 부자가 마련한 비자금이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지난 5월말 철도시설 공사 남품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삼표그룹의 철도관련 계열사인 삼표이앤씨, 그리고 독일 보슬러에서 레일체결장치를 수입·공급하는 에이브이티(AVT)를 압수수색했다. 특히 철도궤도 용품의 납품 과정에서 철도시설공단 관계자와 삼표이앤씨간 뒷돈이 오갔다는 정황을 확보해 정 회장의 자택까지 수색했다.
삼표이앤씨는 1980년부터 철도용품을 제작하기 시작해 레일체결보완장치, 침목, 레일, 분기기 등의 철도부품을 만들고 있는데 현재 전체 철도궤도용품 시장의 20%를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30년 넘게 철도 관련 사업을 추진해 온 삼표그룹을 철도분야에서 관피아의 중심에 있을 것으로 파악해 강도 높은 수사행보를 보이는 상황이다.
◆철도청장 출신 부회장 영입도 논란
사실 이번 압수수색 이전에도 삼표그룹을 둘러싼 관피아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른바 ‘철피아’(철도+마피아) 문제다. 지난 2012년 삼표이앤씨는 전 철도청장이자 제1대 한국철도공사 사장이었던 신광순씨를 부회장으로 영입해 의혹을 산 바 있다. 신 부회장은 철도청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하며 시설본부장, 건설본부장, 기획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모두 거쳐 청장까지 오른 인물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사에 두루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표그룹이 현직을 떠난 지 7년이 지난 신 부회장을 영입한 것을 놓고 당시 업계에서는 "삼표 측이 전관예우를 노리고 고위급 인사를 영입했다"며 뒷말이 많았다. 아무래도 철도청이 오랜 기간 관련 산업을 지배해온 만큼, 철도청이 쪼개져 설립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과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삼표측이 신 부회장을 포섭했을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삼표그룹 측은 “공직에서 물러난 지도 오래돼 해당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관피아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불량제품 납품하다 '적발'… 도덕성 치명타
관료의 힘으로 타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다는 점도 문제지만 정 회장에게 경영자로서의 불명예를 씌우는 또 다른 멍에는 도덕성 논란이다. 올초 삼표그룹은 서울시가 발주한 도로포장 공사에서 불량재료를 납품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비난을 샀다.
삼표그룹 관계사인 A사는 2011년 10~11월 서울시가 발주한 사가정로, 독서당길, 광나루길 등 도로포장공사에서 서울시와 조달청이 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불량 아스팔트 콘크리트를 납품했다가 적발됐다. 공사비는 2억6300만원 규모인데, 이 회사가 납품한 아스콘이 서울시가 실시한 두 번의 품질시험에서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아 문제가 됐다. 불합격된 아스콘량은 2039톤으로 시공면적은 1만2737㎡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불량 아스콘은 적은 압력에도 불구하고 노면이 불규칙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많아 도로 위를 주행하는 차량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