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를 끌었던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021.4.3.~5.29)가 시즌 2로 돌아왔다. 2월 17일 시작해 4월 15일 막을 내린 ‘모범택시Ⅱ’(왜 ‘모범택시2’라 하지 않았는지 일견 의아스러운 제목 표기다.)가 그것이다. ‘모범택시Ⅱ’는 시청률 12.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로 출발, 종영까지 한 번도 한 자릿 수로 떨어지지 않는 인기를 누렸다.
‘모범택시Ⅱ’의 최저 시청률은 2회에서 찍은 10.3%다. 최고 시청률은 최종회에서 찍은 21.0%(16회)다. 첫방송 8.7%, 최고 시청률 16.0% 등의 기록을 가진 ‘모범택시’보다 흥행성공한 드라마로 봐도 될 수치들이다. 다시 돌아온다는 자막 안내는 없었지만, 시즌 3을 예고한 장면으로 16회 휘날레를 장식한 것도 그 때문이지 싶다.
이쯤되면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언도 바뀌어야 할 판이다. ‘형만한 아우 있다’가 된 ‘모범택시Ⅱ’의 인기는 OTT에서도 확인된다.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인 웨이브와 쿠팡플레이에서 시즌 1과 함께 인기 순위 1~2위를 석권했”(스포츠서울, 2023.2.28.)음을 알 수 있어서다.
해외 반응도 뜨겁다. 한겨레(2023.4.6.)에 따르면 아시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뷰’를 통해 아시아ㆍ중동ㆍ아프리카 16개국에도 방송되고 있는데, 공개 열흘 만에 16개국 통틀어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 1위에 올랐다. 드라마 인기를 업고 월드스타로 떠오른 이제훈은 지난달 필리핀ㆍ인도네시아ㆍ싱가포르를 도는 팬미팅 투어까지 성황리에 마쳤단다.
그런데 다소 의아한 게 있다. 3월 4일과 10일 두 차례나 결방했는데도 요지부동의 인기를 보여서다. 3월 10일의 경우 ‘2023 WBC 한국 대 일본’ 야구경기 중계라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3월 4일 결방(‘1~5회 모아보기’ 스페셜 방송)은 그럴 듯한 이유마저 없다. 그런데도 결방 직후 방송한 6회는 5회 14.7%보다 불과 0.3%만 떨어진 시청률을 보였다.
SBS 수목드라마 ‘시크릿 부티크’(2019.9.18.~11.28)처럼 연속 결방으로 시청률이 반토막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의 ‘모범택시Ⅱ’의 인기라 할만하다. ‘모범택시Ⅱ’의 그런 인기는 아마도 1편에서부터 내세운 ‘복수대행 써비스’란 부제로부터 시작돼 계속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높은 시청률 일등공신은 사적(私的) 복수란 얘기다.
시즌 1에 이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세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그 통쾌무비의 쾌감을 맛보려는 욕구가 결방에 따른 짜증이나 화남보다 더 강하게 작동한 것이라 할까. 사적 복수를 그린 드라마의 높은 인기는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정의가 실종된 세상임을 방증하고 있다 해도 틀린 진단은 아닐 성싶다.
‘모범택시Ⅱ’는 1편처럼 ‘복수대행 써비스’란 부제를 내세워 범죄로 가족을 잃은 무지개운수 대표 장성철(김의성), 기사인 김도기(이제훈)ㆍ최경구(장혁진)ㆍ박진언(배유람)ㆍ안고은(표예진)이 뭉쳐 억울한 피해자들 의뢰를 받아 복수해주는 이야기다. 1편의 검사 이솜과 대모 역 차지연이 빠진 대신 신재하(온하준 역)가 새로운 빌런으로 가세했다.
도기네는 1회부터 베트남 현지촬영으로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조직을 일망타진한다. 3~4회선 완전히 180도 다른 농촌으로 내려가 노인들에게 사기치는 일당을 손봐준다. 아이들을 이용한 아파트분양사기, 사이비종교, 대리수술에 따른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억울함도 풀어준다. 압권은 가수 승리가 개입된 버닝썬 사건을 연상케하는 블랙썬의 온갖 범죄 까발리기다.
1편을 연출한 박준우 PD가 제작발표회에서 “현실에서 제대로 처벌되지 않은 사건이 등장한다. 피해자들의 억울함과 고통, 정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데 대한 울분을 녹여낼 것”(한겨레, 2021.4.30.)이라고 말했는데, 연출자가 바뀌었는데도 그런 의도가 잘 구현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모범택시Ⅱ’는 여전히 통쾌함을 제대로 안겨준 드라마다.
전체적으로 전개 자체가 너무 부앙부앙한 걸 접어두면 그렇다. 가령 사이비 교주 옥주만(안상수)으로 하여금 믿음을 갖게 만들어 재물 바치게 하는 등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방식으로 복수를 대행해주는 통쾌함을 안겨주는 식이다. 특히 7~8회 ‘순백교’ 교주 옥주만 응징은 도기의 주특기 또는 트레이드 마크라 할 액션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일면이라 할만하다.
개별사건의 범죄응징으로 보이지만, 일부를 빼곤 1~2회서 다룬 범죄단체 ‘금사회’가 연결되어 있다. 금사회 보스인 교구장(박호산)이 모습을 드러낸 건 14회부터지만, 이미 그 2인자라 할 하준이 무지개운수에 위장 취업해 1~2회서 ‘코타야천금본부’를 박살낸 도기에 대한 복수를 착착 진행해온 서사 구조다.
‘모범택시Ⅱ’는, 이를테면 범죄단체 금사회와의 전쟁을 그린 드라마인 셈이다. 먼저 1편과 달라 보이는 건 도기를 비롯한 무지개운수 직원들이 현장에 투입돼 본업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자주 연기한다는 점이다. 가령 도기가 시골 무지렁이 농부를 비롯 도사ㆍ신혼부부ㆍ클럽 웨이터 등 그야말로 팔색조 변신을 거듭하는 식이다.
걸핏하면 도기 등이 공격당하는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도 1편과 달라진 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해결사에 무게를 둔 설정의 변화라 할까. 그런 전개가 긴장감을 극대화시켜 결과적으로 보는 재미에 도움을 주었을지 모르겠지만, 도기의 경우 죽을 뻔한 순간이 너무 빈번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기도 한다. 주인공 도기가 살아날 게 틀림없는 일종의 트릭에 불과하니까.
앞에서 너무 부앙부앙한 걸 접어둔다고 했는데, 아무리 그랬어도 도기 등이 죄수가 되어 교도소에 들어가는 15회보다 남궁민이 특별출연한 9회는 심해 보인다. 접촉사고도 그렇지만, 전신마취를 감당해야 하는 수술에 멀쩡한 도기가 환자를 자처하는 전개가 그렇다. 게다가 전신마취 수술에 안경을 끼고 들어갈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최종회에 특별출연한 김소연(모범택시 1호 기사 역)의 난데없는 등장에선 픽하며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그녀는 금사회 일당에게 도기 등 전원이 죽임을 당하기 일보 직전에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나 그들을 구출한다. 장대표 호출을 받고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그래서 땅으로부터 확 솟아났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전혀 맥락없는 등장이어서다.
부앙부앙한 전개와 별개로 성긴 구석도 있다. 가령 14회를 보자. 블랙썬 일당은 마약을 술에 타 먹인 도기를 죽이려고 교통사고를 낸다. 최주임이 모는 봉고차가 블랙썬 차량을 막아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도 이후 관련 이야기가 전혀 없다. 또 특공대가 출동해 블랙썬 범죄자들을 다 체포했는데, 하준은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왔는지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장 아쉬운 건 교구장과 하준의 죽음이다. 장대표 도움으로 자신에게 아버지를 건물 옥상에서 밀어 죽이게 한 교구장인 걸 알게된 하준이 화끈하게 복수를 한 셈의 전개지만, 그들의 악행에 비해 너무 안이한 처리로 보인다. 시청자들이 느끼는 통쾌함이 덜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무릇 죽음은 모든 걸 만사휴의(萬事休矣)로 만들어버리지 않나?
이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이비 종교 다루는 드라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어떻게 그토록 어리석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가령 금사회 교구장에게 절대 맹종하는 고위경찰ㆍ교도소장 등 수많은 회원들을 보면서 새삼 생겨나는 의구심이다. 금사회에 비하면 순백교는 새 발의 피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