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은 전북협회장 "금석배와 나는 한 몸" | ||||||||||||
말단직원 시절에 대회 창설, 스승 기리며 어느새 24년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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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에서 열린 2015 금석배 고등부 고학년 대회가 지난 30일 용운고(상주 상무 U-18)의 우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로 대표되는 야구의 도시가 새해 첫 달 축구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금석배는 두 사람의 축구 열정이 탄생시킨 유서 깊은 대회다. 20년 전 작고한 채금석 선생과 김대은(50) 전북축구협회장. 대회 탄생 배경에는 스승과 제자의 애틋한 정이 담겨 있다. 정읍 출신인 김 회장과 군산의 인연은 축구공에서 시작됐다. 군산제일중 진학을 위해 처음 군산 땅을 밟은 그는 이후 명문 군산제일고에서 인연을 이어갔다. 노상래(전남 드래곤즈 감독) 조덕제(수원FC 감독) 김이주(군산제일고 감독) 노수진(전 영등포공고 감독) 조긍연(전 옌벤FC 감독) 등이 군산제일중·고 동문들이다. 당시 그들에겐 축구부 감독 외에도 또 한 명의 스승이 있었다. 채금석 선생이었다. 군산 출신으로 1930년대 국가대표로 활약한 채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축구를 통해 한국인의 자긍심을 지킨 인물 중 하나였다. 특히 경신중 시절 일본대표 와세다 대학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치며 4-3 승리를 이끌었는데 당시 일본 언론은 빠른 스피드로 대학 선수들을 압도하는 그에게 ‘오토바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온 채 선생은 후진양성에 힘썼다. 특히 아침마다 군산제일중·고 선수들과 함께 운동하며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어린 선수들에겐 국가대표 출신이자 ‘군산의 자랑’인 채 선생과 보낸 시간들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김대은 회장 역시 그 시절을 선명하게 떠올린다. “이번 결승전이 열린 이곳 월명종합운동장이었어요. 지금이야 인조잔디가 깔려있지만 그땐 맨땅이었죠. 아침마다 여기서 공을 찼는데 채 선생님은 늘 선수들과 함께하셨습니다. 축구부 감독님을 포함해 우리는 두 분의 훌륭한 스승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행운을 누린 셈입니다.” 김 회장은 고교 졸업 후 광운대로 진학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대학 졸업 후 전북축구협회 말단직원으로 입사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제자는 스승께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 싶었다. 협회 실무자로서 채금석 선생을 기리는 대회 창설에 온힘을 기울였다. 그렇게 선생의 이름을 딴 금석배가 탄생했고 1992년 제1회 대회가 열렸다. 그로부터 23년이 흘렀다. 그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협회 말단 직원이던 이십대 청년은 중년의 회장이 됐고, 초대 대회의 테이프를 함께 끊은 채금석 선생은 1995년 하늘의 별이 됐다. “금석배와 저는 한 몸이나 다름없습니다. 선생님의 뜻을 기리는 대회를 위해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저에겐 행운이고 행복입니다. 마침 올해가 선생님 20주기입니다. 앞으로 금석배가 꾸준히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하겠습니다.”
금석배는 축구선수의 이름을 딴 대한민국 첫 전국대회다. 1930년대 국가대표로 활약한 채금석(1904~1995)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한 대회로 군산 전주 익산 등 전북 각 지역을 돌다 지난 2009년부터 채 선생의 고향 군산에서 개최되고 있다. 개막식도 특별하다. 군산 월명종합경기장 입구에 자리 잡은 채금석 선생의 흉상 앞에서 추모식을 가진다. 2002년 흉상 제작 후 이어진 의미 깊은 전통이다. 2015년 대회 개막전을 앞둔 지난 21일 오전에도 전북축구협회 김대은 회장, 대한축구협회 김호곤 부회장, 문동신 군산시장 등 관계자들과 유족 대표, 선수들이 참석해 헌화했다. 김대은 회장은 작고 20주기 추모사를 낭독하며 “채금석 선생의 숭고한 뜻 아래 제1회 대회부터 지금까지 6만여 명의 꿈나무들이 한국축구의 미래를 밝혔다”며 고인과 금석배의 의의를 기렸다. 특히 김 회장은 채금석 선생이 말년에 시력이 좋지 않은 후배 선수에게 ‘나는 다 살았으니 내 눈을 주고 싶다’고 말한 일화를 전하며 훈훈함을 더했다. 개막전에 앞서 행사에 참가한 서울공고의 한 선수는 “추모식을 통해 대회 명칭의 유래와 채금석 선생님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의미 깊은 대회에 참가하게 돼 영광”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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