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순보 시인, 10년 만에 자연 치유시집 '더불어 피는 꽃' 발간
◉출판사 서평
주순보 시인이 새 시집 『더불어 피는 꽃』(작가마을)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10여년 만에 펴내는 네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 『더불어 피는 꽃』에서 시인은 자연 서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자연 서정은 단순한 대상을 보는 서정시가 아니다. 시인은 과거 어려운 병마와 싸운 적이 있다. 어쩌면 그것은 지금도 언제나 가시방석으로 시인의 마음을 옥죄는 일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주순보 시인이 대하는 자연은 그냥 자연이 아니다. 모든 만물이, 매일 보는 한 포기 풀마저 다른 감정의 자연이고 감성이다. 하여 이번 시집 『더불어 피는 꽃』의 시들이 시인의 감정을 읽어보는 아주 유효한 작품들인 셈이다. 특히 텃밭놀이 연작시는 놀이가 아닌 자연에 대한 외경과 순수한 생명력이 화자의 관조와 자의식을 통해 고스란히 시인의 심상을 드러내고 있다. 사계절 시인은 그 텃밭이 주는 즐거움에 어쩌면 자신을 위로하고 새로운 힐링을 하고 오는 것이리라. 또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바다를 자주 노출시킨다. 바다가 주는 외형적 푸르름이 아닌 때론 살벌하고, 또 안온한, 하지만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생명력 등이 복원되는데 이러한 배면에 그리움이 도사리고 있다. 아마도 바다가 있는 거제도가 시인의 고향인 탓이 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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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주순보 시인의 시 속에는 바다가 자주 등장한다. 왜일까. 그의 고향은 거제도이고 거기서 유년을 보낸 보배로운 이력이 주 시인에게는 있다. 이 값진 이력이 그의 시에서 바다를 그리고 오염으로부터 멀어진 거제도 유년 시절의 그리움이 시 속에 살아 있다고 보인다. 이 점이 주 시인의 시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는 말이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추세에 억압당한 현실 앞에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절을 향수 하면서 고향을 찾아 나서는 그의 심경은 그 고향이 다름 아닌 자신만의 삶의 오아시스이기 때문이다. 비록 도시 문화에 묻혀 이것이 애초 설정했던 자신의 행복을 밀어냈지만 현대인의 삶이 그러해야 한다는 당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해도 고향의 버려진 공터가 새삼 주 시인 가슴 언저리에서는 살고 있다. 유년기 쩍의 행복이 그의 시에서 소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주 시인은 전인미답의 원시림 속을 걷고 싶은 심정의 소유자다. 여기에 한 발자국 다르게 과거 고향 섬에서 부모님과 더불어 텃밭을 가꾸던 무공해 공간 속을 산책하면서 독자들의 동참을 권유한다. 전설을 그리워하며 새로운 전설의 탄생에 희열하면서 현재대로의 삶을 승격시켜 청정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꾸미려는 정화의 발걸음 소리가 그의 시에서는 크게 들린다.
-임종찬(시인, 부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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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비말飛沫로 세상을 들끓게 하던 바이러스가 한 삼 년 행동반경을 좁혀오다가 해지가 되자, 지루하던 장마의 물 폭탄과 찜통더위가 지난여름 세상을 난타했다.
그 와중에도 거제문화예술제의 10주년 기념특집으로 3대 시인 가족 시비詩碑 거리를 조성하며 내가 시인임을, 한 우물을 오래 잘 팠었다는 것을 자인할 수 있었다. 돌아보니 1974년부터 문학이란 섬돌 위에 시화전을 하고 그에 응당 공로상까지 받았으나 여고 시절의 그 풋풋했던 감성은 메말랐을지라도 아직 꺼지지 않은 촛불로 깜박이는 나.
때때로 게으름 끝에는 천상에서 아버지가 피보다 진한 말씀의 채찍질로 나를 직립시키셨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유학을 하셨던 아버지는 고향에 초등학교를 건립하시고 교가까지 작곡하신 한시를 짓는 시인이어서 여고 때부터 아버지와 시작詩作 퇴고를 함께 했었기에 부녀간의 정이 각별했다. 아버지는 나의 멘토였다. 장학 사업도 하셨고 세상의 음지에서 빛나는 존재감이었다.
거제시 문동폭포길 그 일원에 있는 양대 산맥의 유산을 두 오빠가 물려받았는데 오른쪽을 받은 둘째 오빠는 나와 그곳에서 십 년째 거제문화예술제를 열었다. 오빠는 작고하시기 전 아버지와의 약속대로 그곳에 먼저 자신의 호를 딴 거농문화예술원을 지었다. 해마다 거제시민을 위해, 더 나아가서 전 국민을 위해 무료로 예술문화를 가르치며 보급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교육자이자 종합예술가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난 10주년 기념사업에는 3대 시인 가족의 시비詩碑거리를 조성하고자 기획한 나는 오빠에게 조르다시피 설득했다. 이미 2014년 7월에 2대 가족 시비詩碑 거리를 조성해두었기에 서둘러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때 시비 제막식에 동참하셨던 고 김용태(전 부산문협 고문. 신라대 총장) 스님은 축사에서 세계에도 유례가 없고 한국에서도 유일무이한 큰일을 해냈다고 격찬하셔서 나는 춤추는 고래가 되었다. 오빠도 80대를 육박 해가고 있었고 나 또한 언제 건강이 나빠질지 모르는 상태였으니 후대後代에게 바통 터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다행히 질녀도 철학과 석사 출신이어서 실력이 상당했고 큰조카도 학창 시절 대학신문에 글을 발표하는 등, 실력이 입증되어 그 후 수업을 쌓으며 등단시켰다. 공교롭게도 친정 직계가족 9명이 시인이므로 한몫했고, 9년이 지난 올해 8월 5일(토)은 거제문화예술제의 10주년 행사에 8개 시비를 더 세워 총 16개 시비로써 3대 가족의 시비 제막식을 곁들이게 되었다.
생전에 김용태 스님께서 “주선생이 아니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재차 못을 박듯 응원하셨기에 각인된 생각대로 건강관리를 병행하며 일구어낸 일이라 흡족한 마음이다.
이제는 시집발간의 일이 눈에 들어온다. 늦어서 제대로 신경 못 쓸까 봐 조바심이 일어 창고에 저장해둔 시를 하나씩 꿰매본다. 입은 비뚤어져도 밥은 먹어야 생존이 가능한 탓에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 아니어서 세상의 틀에 내어놓는 마음이 그저 미안할 뿐이다
2023년 9. 주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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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약력
주순보 시인
*경남 거제시 출생
*1998년 월간 《韓國詩》 등단(4월호)
*(사)부산문인협회 연수 이사
*한국국제문학제 조직위원
*(사)부산시인협회 회원
*부산남구문인협회 고문
*거제문화예술제 추진위원장
*수상
-전국예술대회 시부문 최우수상(2005)
-설송문학상 우수상(2009)
-(사)부산시인협회 《부산시인》 우수상(2012)
-(사)부산시인협회 공로상(2014)
-부산남구문인협회 《오륙도문학》 대상(2015)
-(사)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의회 의장상(2023)
*시집
-『꽃씨는 겨울을 생각한다』 (동림출판, 2003)
-『겨우살이가 말하다』 (두손컴, 2011)
-『카페, 에필로그』 (작가마을, 2014)
-『더불어 피는 꽃』 (작가마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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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목차
주순보 시집 더불어 피는 꽃
시인의 말
목차
제1부 더불어 피는 꽃
둥근 꽃잎들 송곳 추위 몰아내다
봄맞이, 매향梅香
온몸으로 봄기운을 받들다
제비꽃 그대
입춘立春 이후 3
등산길에서
더불어 피는 꽃
개구리에게 바다를 이야기하다
행복한 꽃
동백꽃 무덤
길 위의 그녀
며늘아기 영조에게
안개 7
안개 8
벚꽃 지는 날
다시 오월, 이팝나무꽃
봄, 사다리가 있는 풍경
텃밭놀이 3
텃밭놀이 5
텃밭놀이 6
제2부 이맘때면 감꽃이
텃밭놀이 7
텃밭놀이 11
텃밭놀이 13
텃밭놀이 15
텃밭놀이 16
텃밭놀이 17
맥문동꽃
이맘때면 감꽃이
가뭄 끝의 세레나데
초여름의 연가
이맘때마다
편백숲에서
편백숲에서 2
은갈치가 출렁인다
다시 추봉도에서
거가대교를 지나며
출발점이 언제나 그러하듯
가끔 필요했던 피난처
가을을 기다리며 3
장생포 앞바다를 탐닉하다
제3부 빈 가슴 불타오르고
창밖에 선 아침
텃밭놀이 19
텃밭놀이 20
텃밭놀이 21
낙동강의 오후
어느 가을날 3
이 세상에 처음 온 나의 천사여
일본인 아가씨 쿠미
가을의 길목에서
건들바람이
빈 가슴 불타오르고
아프지만 이별해야 한다면
강남 갔던 제비는
가을이 전하는 말
틈, 정적
표정 없이 표정을 지으며
환절기 7
가을옷을 벗는다
제4부 거울을 보며 반추하다
어머니의 뜨락
거울을 보며 반추하다
텃밭놀이 23
탓밭놀이 24
실내 자전거
우리 손녀 가은이
휜 눈도 경계를 허물지 못한다
DMZ에 와서
장생포 앞바다를 탐닉하다
편백숲에서 3
어느 노인의 뒷모습
냄비뚜껑의 추억 소환
매몰되어가는 내 기억의 창이여
우렁각시
섬과 뭍의 이음새
일기 9
어머니의 비망록
아버지의 제사 5
법산 큰스님 추모 시
▪해설|청정지역에서의 행복을 꿈꾸는 욕망-임종찬(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