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항선생 고전번역서

고전번역서 서명별 저자별 간행처별 주제분류 사가집(四佳集) 사가문집보유 제2권 잡저류(雜著類) 자료제목 번역문 원문 이미지 [이동 완료시 자료내용이 출력됩니다.] 《태허정집(太虛亭集)》 서 번역문 원문 이미지 옛사람의 말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 세 가지이니, 덕을 세우는 것과 공을 세우는 것과 말을 세우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개 덕을 세우는 것과 공을 세우는 것은 사람이 기필하기 어려운 것이거니와 말을 세우는 것에 이르러서도 어찌 쉽겠는가. 육경(六經)에 대해서는 내가 조금도 흠잡을 것이 없고, 맹자(孟子)께서 돌아가신 뒤로 말을 세운 자가 적으니, 서경(西京)에 이르러 동 강도(董江都)와 가 태부(賈太傅)가 고문(古文)을 창도하고, 사마천(司馬遷)과 반고(班固)가 그 뒤를 이었으며, 그 후로 양웅(揚雄), 유향(劉向), 왕통(王通)과 같은 작자가 서로 계승하였다. 당나라 때에는 한 이부(韓吏部), 유 유주(柳柳州), 두소릉(杜少陵), 이 적선(李謫仙)이 있고, 송나라 때에는 구왕황소(歐王黃蘇)가 있으며, 원나라 때에는 양우게범(楊虞揭范)이 있어 모두 광악(光岳)의 정기를 타고나 문장에 쏟아 놓아 웅장함이 한 시대를 덮고 명성이 후세에 드리웠으니,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될 것이다. 영성(寧城) 최 선생(崔先生)은 일찍 큰 뜻을 지녀 여러 서책을 널리 살펴 징험하고 정통함과 능숙함을 함양하니, 발하여 문장이 된 것도 다시 오묘하였고, 명성도 이미 여러 무리 중에서 빼어났다. 선덕(宣德) 갑인년(1434, 세종16)에 세종이 벽옹(辟雍)에 임하여 선비를 뽑았는데, 선생이 당당히 장원급제하여 집현전에 선발되어 들어갔으며, 경연(經筵)에 배석하여 가까이에서 세종의 지우(知遇)를 입었다. 난파(鑾坡)에 17년간 재직하면서 궁중에 소장된 서적을 모두 열람하고 홀연 고금(古今)을 꿰뚫어 문장의 대성(大成)을 성취하니, 당시에 독보적이었다. 문종이 즉위하여 아끼고 돌아봄이 또한 융숭하였으니, 간대부(諫大夫)도 되고 승지도 되었으나 항상 관직(館職)을 겸하였다. 우리 세조를 보좌함에 미쳐 두 번 훈맹(勳盟)에 참여하고 지위는 정승으로 높아졌다. 문운(文運)을 새롭게 일으키는 때를 만나 사문(斯文)을 제작하는 책임을 자임하였으니, 오경(五經)과 사서(四書)의 구결(口訣) 및 《경국대전(經國大典)》 등을 모두 편찬하였다. 우리 성상께서 즉위하시자 다시 공신에 책봉되고 재차 정승이 되어 좌우에서 정치를 도와 이루고 문교(文敎)를 크게 넓혔으며, 《세조실록》과 《예종실록》을 찬수할 때에는 모두 총괄하여 감독하였고, 여러 번 과거 시험을 주관하여 인재를 얻은 것이 또한 성대하였다. 작위가 높아질수록 문명(文名)도 더욱 중해져 조정의 웅문(雄文)과 대책(大冊) 및 사대(事大)의 표전(表箋)이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으며, 그 밖에 공경(公卿)의 비갈(碑碣)을 요청하는 경우와 관서(官署)와 사원(寺院)의 공적을 기록하는 경우 및 당시에 사방에서 문자를 구하는 자들이 공의 한마디 말이나 한 글자를 얻는 것을 마치 큰 옥을 얻은 듯이 하여 보배로 여겼다. 나는 선생의 처남이다. 선생이 처음 우리 집안으로 장가들어 왔을 때에 나는 나이가 15세였으니, 직접 가르침을 받아 찌꺼기나마 들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10년 뒤에 또한 과거에 급제하고 선발되어서 외람되이 선생의 뒤를 이었고, 문묵(文墨)으로 허명(虛名)을 훔쳤으며, 급기야 선생이 조정에 들어가 정승이 되자 외람되게도 부족한 재주로 문형(文衡)을 담당하였다. 분수를 헤아리자면 과분한 것이니, 모두 선생의 은혜이다. 선생은 평소에 사장(詞章)을 쓸모없는 공언(空言)으로 여겨 비록 저술이 있었어도 원고로 남아 있는 것이 드물었다. 선생이 이미 돌아가시고 아들 영린(永潾)과 영호(永灝)가 부지런히 수집하고 모아서 약간의 시문을 얻었으나 미처 간행하지 못하고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내가 가만히 생각건대, 선생의 문장과 같은 것은 사라져 전해지지 않아서는 안 되겠기에 삼가 훌륭한 작품을 모아 다음과 같이 책을 완성하였다. 그 책의 머리에 서문을 쓰려고 보면, 선생의 죽음이 너무나도 애통하여 슬픔을 이길 수가 없으니, 어찌 한마디인들 쓸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세상에서 선생의 문장을 평하는 말을 들으니, “선생은 타고난 자질도 지극히 높고 학문의 힘도 도달하였다. 뜻을 얻으면 바로 붓을 휘둘러 문장을 완성하니, 거침없기로는 마치 장풍(長風)이 돛을 몰아 흐르는 물을 따라 내려가듯 하고, 빠르기로는 준마가 내달려 구름을 타고 오르듯 하며, 빛나기로는 명검인 간장(干將)과 막야(莫耶)가 칼날의 빛을 다 드러내듯 한다. 그 체재는 웅장하고 우람하며 가라앉고 깊으니, 풍부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엄격하지만 지나치게 파고들지 않으며, 기이하지만 홀로 잘나지 않다. 변려문(駢儷文)에 더욱 정교하고, 육 선공(陸宣公)의 문법을 깊이 얻었으니, 참으로 뛰어나고 범상치 않은 재주라 이를 만하다.” 하였다. 그러니 말을 세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데에 있어 어찌 앞에서 말한 여러 군자들에게 양보하겠는가. 또 들으니, 덕을 세우는 것을 학(學)이라고 하고 말을 세우는 것을 문(文)이라고 하는데, 말이 문장을 이루면 이 또한 사문에 공이 있는 것이니, 덕과 공과 말은 세 가지가 서로 연관되어 하나일 뿐이다. 어찌 학문의 지극한 공이요, 작자의 능사가 아니겠는가. 지금 선생의 글에 서문을 쓰면서 이 점을 아울러 논하니, 대아(大雅)한 군자들 중에는 반드시 취하고 버리는 자가 있을 것이다. 선생의 휘는 항(恒)이고, 자는 정보(貞父)이니, 태허정은 호이다. 용집(龍集) 병오년(1486, 성종17) 청화절(淸和節)에 사가일로(四佳逸老) 서거정 강중(徐居正剛中)은 쓰다. [주-D001] 태허정집(太虛亭集) : 최항(崔恒, 1409~1474)의 문집으로, 최항은 사가의 자부(姊夫)이다. 자는 정보(貞父)이고, 호는 태허정(太虛亭)이다. 정조가 “태허정 최항은 남긴 문집을 보면 기상이 매우 웅장하니 국가 초기의 원기(元氣)가 왕성하였음을 오히려 상상할 만하다. 다만 몇 편밖에 남아 있지 않아 거장의 솜씨를 충분히 다 볼 수 없는 것이 애석할 뿐이다.” 하였다. 《국역 홍재전서 16 권161 일득록》[주-D002] 서경(西京) : 전한(前漢)의 수도 장안(長安)의 이칭이다. 전한이 장안에 도읍하고 후한(後漢)이 동쪽의 낙양(洛陽)에 도읍함으로 인한여 전한을 서한(西漢), 후한을 동한(東漢)이라고 하며, 아울러 장안을 서경, 낙양을 동경(東京)이라고 한다.[주-D003] 동 강도(董江都) : 강도(江都)의 상(相)을 지낸 동중서(董仲舒)이다.[주-D004] 가 태부(賈太傅) : 한 문제(漢文帝) 때 장사왕 태부(長沙王太傅)를 지낸 가의(賈誼)이다.[주-D005] 한 이부(韓吏部) : 당 헌종(唐憲宗) 때 이부 시랑(吏部侍郞)을 지낸 한유(韓愈)이다.[주-D006] 유 유주(柳柳州) : 당나라의 유주 자사(柳州刺史)를 지낸 유종원(柳宗元)이다.[주-D007] 두소릉(杜少陵) : 당나라의 두보(杜甫)이다. 두보가 스스로 호를 ‘소릉야로(少陵野老)’라고 하였으므로 사람들이 두소릉으로 일컬었다.[주-D008] 이 적선(李謫仙) : 당나라의 이백(李白)이다. 적선은 인간 세상으로 귀양 온 신선이라는 뜻으로 하지장(賀知章)이 이백의 작품 〈촉도난(蜀道難)〉을 읽고 찬탄하여 ‘적선’이라고 부른 데서 연유한다.[주-D009] 구왕황소(歐王黃蘇) : 구양수(歐陽脩), 왕안석(王安石), 황정견(黃庭堅), 소식(蘇軾)을 병칭하여 부른 말이다.[주-D010] 양우게범(楊虞揭范) : 원대(元代)의 사대가(四大家)로 불리는 양재(楊載), 우집(虞集), 게혜사(揭傒斯), 범형(范梈)을 병칭하여 부른 말이다.[주-D011] 광악(光岳) : 광은 해, 달, 별의 삼광(三光)을 가리키고, 악은 태산(泰山), 숭산(嵩山), 형산(衡山), 화산(華山), 항산(恒山)의 오악(五岳)을 가리키는데, 곧 천지(天地)와 같은 말이다.[주-D012] 난파(鑾坡) : 당 덕종(唐德宗) 때 학사원(學士院)을 금란전(金鑾殿) 옆의 금란파(金鑾坡) 위로 옮겼는데, 이로 인해 한림원(翰林院)의 별칭으로 쓰인다. 여기에서는 집현전(集賢殿)을 말한다.[주-D013] 영호(永灝) : 대본은 ‘永𤂖’인데, 〈사가문집보유〉 권1 〈최 문정공 비명(崔文靖公碑銘)〉에 의거하여 ‘𤂖’을 ‘灝’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주-D014] 육 선공(陸宣公) : 당 덕종(唐德宗) 때의 한림학사(翰林學士) 육지(陸贄)로, 선공은 시호이고, 자는 경여(敬輿)이다. 천자에게 올린 주의(奏議)를 모아 엮은 《육선공주의(陸宣公奏議)》로 유명하다.[주-D015] 용집(龍集) : 연차(年次)를 의미하는 말로 세차(歲次)와 같다. 《국역 성호사설》 1 권2 〈용집〉에 “세성(歲星)은 12년에 하늘을 한 바퀴 돈다. 하늘은 12차(次)가 있으니 1년에 1차씩 옮겨 가기 때문에 12년을 1기(紀)라 하며 지금 천문학에서 태세(太歲)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용집이라고 쓰는데 용집은 곧 세재(歲在)라는 말과 같다. 《서경》에, ‘진성(辰星)이 방성(房星)을 따르지 않는다.[辰不集于房]’ 하였으니, 집(集)은 따른다는 뜻이다.” 하였다. 용은 세성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9 자료제목 번역문 원문 이미지 [이동 완료시 자료내용이 출력됩니다.] PC버전 (우)03310 서울 은평구 진관1로 85 한국고전번역원 T. 02-350-4800 COPYRIGHT 2016 BY 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