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어령 이라는 이름은 어렷을 때인 10대 초반경, 집안 서가에 꽂혀있던 <저 바람속에 흙이>라는
그의 책이 있어 익히 알았던 존재였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9살 위 큰오빠가 구입했을 것이지만 난 펼쳐보진 못했다.
같이있던 정음사 발행 전집은 대충 훒어 보았어도 그 책은 그러했다.
그 이후 명성에 걸맞은 많은 그의 저서가 있었음에도 마주하지 못하다가 중병으로 생을 다해가는 거의 일여년 간, 인터뷰형식으로 서술된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사상과 지적 넓이,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여섯 살부터 죽음을 생각해 왔다는 그의 일화며 창조적 역발상으로 사물을 대하는 새로운 시야는
신이 주신 선물이며 폭 넓은 독서의 산물이라 여겨졌다.
특히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리만큼 자신에 충만했던 지성의 상징같던 그가, 딸의 신앙을 통해 영성의 깊이까지 알고
모든 것이 내가 잘 나서가 아나라 선물이었다고 말하고 예수를 말하는 그의 생의 전환점이 신선했다.
인상적인 귀절로는
p 33, 고통없는 죽임이 콜링인 줄 알았나 , 아니야 고통의 극에서 만나는 것이라네.
니체가 신을 제일 잘 알았다. 신이 없다고 한 놈이 신을 보는 거라네.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작 신을 못 봐.
도도했던 이어령 그가 ,딸이 고통의 과정을 어떻게 지나가는가를 목도한 것, 역시 신의 콜링이리라.
p. 34. 니체의 죽음. 토리노 광장에서 우체국으로 편지부치러 가다가 늙은 말이 채찍질당하는 걸 본 거야."
니체가 달려가서 말목을 끌어안고 울었다지.
자기가 대신 맞으면서 "때리지마, 때리지마" 하고 울다가 미쳤지.
"토리노의 말" 그게 바로 니체에게 다가온 신의 콜링. "
"무슨 말씀인지요"
"토리노 광장에서 얻어맞은 말이 예수야. 채찍질당하고 허우적대는 늙은 말. 그게 십자가메고 가는 jejus christ 지..
자기가 늙은 말하고 무슨 관계가 있겠나 . 가까우면 마부와 가까와야지. 그런데 니체는 그때 인간의 대열에 끼는 게 챙피해서 인간을 거절했다네. 인간에서 벗어나려고 한 게 초인이거든."
또한
"토리노의 말" 사건을 흑백영화로 다룬 146분 지루한 영화가 있다 하는데 만든 그 감독의 내면이 궁금했고 그 영 화도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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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1. " 사람이 어떻게 끝나 가는가" 를 보고 기록하는 것이 내 삶의 마지막 갈증을, 내가 파고자 하는 최후의 우물을 채우는 일"
p 181. " 메스게임하지 않고 굴렁쇠를 굴리며 산 삶. 길을 일탈해서 길잃을 자유가 있어야 해."
햇빛 내리 쬐는 88 울림픽 개막식에 쓰였던 한 줄 정적의 시간.
어릴 적 보리밭 사잇길에서 정적을 사유했던 그의 발상이란다. 침묵, 고요가 주는 의미와 사유.
p 220. "인간의 눈물을 이해하고 인간을 위해 죽는구나. 예수의 눈물이 거기 있구나.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거라네"
p. 310. 나는 지금도 외국여행을 가면 대실망이야. 어릴 때 소설을 읽으며 다 상상으로 여행했어요.
실제 만난 에펠탑은 내가 언어로 상상한 것보다 훨씬 작고 초라했지.
p. 320. " 지성의 종착점은 영성이예요. 지성은 자기가 한 것이지만 영성은 오로지 받았다는 깨달음이지요.
"어릴 떄 어려운 책을 읽으면 상상의 언어능력이 발화돼요. 지금도 나는 모든 문제를 어원의 문제로 접근해요.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작가의 역량과 말년의 죽음 직전까지 깨워있는 인간으로 마감하려는 그가 그 다웠고
그의 다른 저서도 읽어보고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