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 피해 여성 32.4%, 과거 가정폭력ㆍ교제폭력 등 피해 경험
경찰, 구조적 폭력 통계화…관계폭력 인식 및 대응 전환 필요
경찰청이 발간한 ‘2024 사회적 약자 보호 주요 활동 ’ 보고서 ⓒ서정순 기자
경찰청의 ‘2024 사회적 약자 보호 주요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강력범죄 피해자 중 상당수가 사건 이전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여성폭력’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폭력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구조와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모든 폭력”을 의미하며, 피해자의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는 성별 불평등 해소와 인권 보장을 위한 핵심 개념이다.
경찰이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 간 여성폭력 이력을 통계로 분류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총 살인 사건은 768건이며, 이 중 150건(19.5%)이 살인행위에 앞서 여성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에서 여성 피해자는 333명으로 전체의 43.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108명(32.4%)은 사건 이전에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성폭력 등을 경험한 이력이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24년 11월 2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살해 규탄 퍼포먼스 ‘192켤레의 멈춘 신발’을 진행했다. ⓒ김세원 기자
세부 유형별로는 가정폭력이 55.6%로 가장 많았고, 교제폭력 31.5%, 스토킹 11.1%, 성폭력 1.9% 순이었다. 남성 살인 피해자는 435명(56.6%)으로 여성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가정폭력·교제폭력 경험이 있는 경우는 42명(9.7%)에 그쳤다. 스토킹이나 성폭력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여성은 남성보다 세 배 이상 높은 비율로 여성폭력 관련 살인의 희생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통계는 단순히 피해자 성별을 분류하던 과거와 달리 사건의 배경과 성격까지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접근으로 평가된다. 특히 경찰이 살인 동기 및 정황에 여성폭력 요소가 포함돼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통계를 분류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은 “경찰청이 신종범죄를 추가하는 등 범죄통계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여성폭력 통계 개선도 함께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2023년 1월부터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세분화하고, 살인 사건에서 선행행위를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는 사건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고,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 (사진 제공=경찰청)
조 대책관은 “이번 통계는 단순한 수치 공개를 넘어, 반복되는 여성폭력의 구조적 특성과 강력범죄로의 연결 가능성을 보여준 최초의 국가통계”라고 평가했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관계폭력에 엄중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신고 출동-피해자 보호를 전제로 한 수사-전일 사건 분석-피해자 모니터링과 보완'을 기본으로 대응 방향을 피해자 보호를 목표로 재설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여성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