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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법 ε♧з 스크랩 우리 아이들에게 권하는 좋은 만화책들
손기희 추천 0 조회 86 09.09.14 21:4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우리 아이들에게 권하는 좋은 만화책들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http://www.readread.co.kr)




1. 우리가 만화 목록을 만든 이유


이번 도서목록의 주제는 ‘만화’입니다. 처음 의견이 나왔을 때 식상한 주제가 아니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미 만화를 수업에 활용하고 있는 지 오래며(그래봐야 본격적으로 만화를 수업에 활용한 지는 10여 년도 채 안 되지만!), 알찬 수업 사례도 적지 않게 발표되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더구나 제7차 교육과정의 국어교과서들이 만화를 적극 수용하며 꾸며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화라는 주제가 그리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서 우리는 점점 만화를 주제로 잡아야 한다고 뜻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만화가 학교 현장에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하나, 대개 교수-학습의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활용되었을 뿐이었습니다. 말풍선 채우기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한다거나 네 컷 만화를 활용하여 ‘구성’의 의미를 이해하게 한다는 등의 예가 여기에 속하겠지요. 이는 만화를 그 자체로 받아들여 학생들에게 제시해 주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신문활용교육이 신문을 교수-학습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그 자체로 중요한 읽기 자료로 삼는 것과 비교하면 만화 역시 그 자체로 중요한 읽을거리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만화를 당당하게 책으로 대하며 학교도서관에 들여놓을 만화 목록을 만들어 보자. 그 과정에서 만화에 대한 바람직한 판단 기준과 잣대까지 모색해 보자.” 이렇게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만화의 주독자층인 우리 아이들이 만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접하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게 먼저였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 모두 만화에 대해 어느 정도 편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록 극히 일부지만 서울지역에 재학 중인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허겁지겁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만화에 대한 인식 태도를 중심으로 평소 얼마나 만화를 읽는지, 즐겨본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만화를 독서 활동으로 의미 있게 생각하는지, 만화가 유익하다면 그 이유 등을 물었습니다. 약간 놀란 것은 약 34퍼센트의 학생들이 만화를 평소 즐겨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점인데요. 이어서 약 29퍼센트의 학생들이 만화를 독서 활동으로서 보람 있고 유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혀 이를 놓고 책따세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어라, 만화 싫어하는 얘도 있네...’부터 ‘당연하죠, 만화 싫어하는 얘들 많아요, 책 안 읽는 애는 만화도 안 읽어요, 옛날엔 공부는 안 해도 만화는 열심히 봤는데, 에구 걔네들이 뭐 유익하다고 만화 봤나요? 그냥 세상 잊고 싶어서 봤죠! 그래도 어째 만화도 안 보냐? 만화도 안 보는데 어떻게 책을 읽게 하냐?’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말들이 오고 갔습니다. 역시 설문조사를 잘했구나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약 21퍼센트의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에 만화를 들여놓는 데 대해 반대했습니다. 책따세 선생님들 중에 소수 학교도서관에 만화책을 들여 놓는 것이 아무래도 꺼려진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오히려 선생님들보다 정통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보수적이었다는 사실은, 만화를 권장도서목록으로 작성하거나 구입할 때 각 학교 학생들의 인식과 태도를 확실히 점검하면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감안하면서 이번 호의 만화 주제 목록의 내용을 설계했습니다. 우선 흔히 좋다고 권하는 만화들을 다시 보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광수생각? 등을 비롯한 몇 가지 만화를 깊이 검토하여 만화 제대로 보기를 시도하였습니다. 이어서 좋은 만화를 깊이 읽어보자며 권할 만한 좋은 만화들을 찾아 소개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을 수 있는 만화, 한 시대를 잘 반영했거나 사람들의 삶 한 구석을 잘 집어낸 만화들을 골랐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은 만화를 비롯해서, 세상과 역사를 읽어 내는 만화, 생태와 환경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만화들을 주제에 따라 소개하였습니다. 또한 우리 아이들이 가족을 이해하고 가정을 이룰 세대들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결혼생활이라는 주제도 잡아보았습니다.

끝으로 만화의 경우, 나오면 금방 절판되는 것이 문제인데, ?일곱 개의 숟가락?,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한국 중단편만화문학관?과 같은 좋은 만화들이 절판되어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이제 만화의 다양한 장르와 전달 형태(인터넷 만화, 극장용 애니메이션 등)를 아우르는 더 좋은 만화권장도서목록이 나왔으면 합니다. 모쪼록 아이들 눈높이에서 만화를 함께 보며 즐거운 시간, 의미 깊은 시간을 마련하는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또한 바랍니다.


2. 흔히 권하는 만화 다시 보기


2-1. ?광수생각?, 박광수, 소담출판사

2년 전 일간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만화들을 모으고,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여서 펴낸 것이다. ?광수생각?을 읽을 때면 입가에 웃음이 감돈다. 그러나 동시에 머리로는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이 책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세상을 향한 훈훈한 입김, 사회적 불의에 대한 포용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이성적 비판이나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것이 없어 공허하다. 이것이 문제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찌르는 통쾌한 비판이 있어야 할 자리에 휴머니즘을 표방한 애매모호한 따뜻함만이 남아 있다.

아이엠에프의 힘겨움은 오직 가족간의 사랑으로만 풀어갈 수 있을까? 정치인의 행태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이해하고 보듬어야 하나?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며 눈물 흘려야만 아름다운 사랑의 완성인가? 사회 주류(남성,이성애자)는 옳고, 비주류(여성, 동성애자)들은 웃음거리가 되어야 하나?

학교 붕괴 문제에 대해서도 오직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만 풀어낸다. 같은 신문연재 만화인 이우일의 ?도날드 닭?은 학교붕괴를 교사, 학생만이 아니라, 교육정책, 학부모, 학벌인식의 영역까지 넓혀 문제를 파악한다. 비록 순간적인 감동은 덜하더라도 이우일의 만화가 두고두고 생각할 거리를 주기에 더 마음이 간다.

?광수생각?은 자신의 경험 안에서만 모든 문제를 바라보고 이야기한다. 사회현상들에 대해 개인 취향으로 시작하여 뭔가 찌를 듯하다가 감상적인 결론으로 매듭짓고 만다. 세상살이는 감상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닫힌 생각으로 난 모른다고 해결할 수 없다고 눈을 돌려버리는 것이 진정한 용기도 포용도 아니다.

- 이수정(경기 양일종고 국어교사 sjjina@yahoo.co.kr)


2-2. ?새 먼 나라 이웃 나라 1~9?, 이원복, 김영사

이원복 님의 만화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기란 쉽지 않다. 풍부한 정보량과 간명한 설명 솜씨, 빼어난 그림 실력 등으로 요약되는 ‘이원복 만화’는 교과서를 대체할 만한 교양만화로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학자인 주경철 교수가 날카롭게 지적하였듯이 이원복 만화는 ‘1) 일부 사실이 부정확하게 제시되고 2) 해석을 잘못하며 3)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시각과 고정 관념을 내세우며 4) 잘 이해가 안 되고 지나치게 단순히 설명하는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테이레시아스의 역사?, 산처럼) 이를테면 유럽 역사를 설명할 때 그는 극우적 유럽인이 되어 이슬람을 단지 야만과 폭력을 앞세우며 ‘착한 유럽’을 위협하는 ‘나쁜 쥐’로 그린다.

여기에 국민을 계도의 대상으로 보는 우월적 지배 엘리트의 시각 또한 이원복 만화의 문제다. 그가 최근에 펴낸 ?새 먼나라 이웃나라-우리 나라 편?의 한 대목을 들춰보자. 여기서 그는 어차피 국가 지도자란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없으니 일단 존경하면서 위대한 인물로 만들어야 한다고 소리 높인다. “조그마한 흠집이 발견되면 가차없이 공격하고 비난하여 결국 내팽개치는 상황에서 어찌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235쪽) 정말 지금까지 우리의 지도자들은 그저 조그마한 잘못을 저질렀을 뿐인데 국민들이 이를 침소봉대해서 훌륭한 지도자를 못 나오게 한 것인가. 이밖에도 그의 만화는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일반화함으로써 종종 오류에 빠지곤 한다.

- 허병두(서울 숭문고 국어교사 wisefree@dreamwiz.com)


2-3. 원작을 만화로 옮겼을 때

도서관에 들여놓을 만한 만화를 찾을 때 꼭 짚고 넘어갈 항목이 ‘원작을 만화로 옮긴 책’이다. 아이들이 부모님이랑 함께 서점에 나갔을 때 우선적으로 추천받는 책들이 어른들이 청소년시기에 읽었던 동서양 고전이나 ‘논술에 필요한 ∼’과 같이 교육적 목적을 앞세운 책인 것처럼, 만화 목록을 검토할 때도 이왕이면 공부에 도움 되는 면을 염두에 두고 원작을 만화로 옮긴 책들을 우선 순위에 올려놓는다. 그런데 이런 만화책이 정말 교육적인가? 원작을 만화로 먼저 읽고 나서도 원작을 찾아 읽을까? 한발 양보해서 원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은 어떤 책일까, 한걸음 나아가 만화의 힘으로 원작을 풍요롭게 하는 만화책은 없을까.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 과정에서 제목만 보고 도서관에 들여놓는다는 만화책이 함량 미달이었거나, 만화적 상상력과 필치로 원작에 빛을 더한 책들도 몇 편 찾은 기쁨이 있다. 필요와 현실, 의도와 결과가 엇갈리는 만화와 원작 사이. 다양한 간극을 보이는 만화책 몇 권을 소개한다. 


?만화로 보는 한국단편문학선집 1~7?, 김동화, 시공사

제목만 보면 도서관에 들여놓기에 딱 맞다. 실제 각 학교 도서관에 이 전집을 구비한 곳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랫동안 순정만화를 그려왔던 김동화씨가 원작의 문장과 표현을 살리려고 했다는 이 만화는 황순원의 ?별?부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현진건의 ?불? 이상의 ?날개?까지 한국의 근대 단편소설(총 35편의 단편)을 망라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만화는 제목이 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책이다. 근대문학 작가에 대한 고민이나 검토 없이 전통적으로 손꼽아온 작가들 위주의 작품들을 배치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으로 소화한 만화책이라 원작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로 통해서 줄거리를 안다는 것이 오히려 원작을 읽지 않게 하거나 오독하게 만드는 경우가 될 것 같아서 검토하는 마음이 씁쓸했다. 도서관에 들여놓을 때 신중할 책이다.


?남생이-중단편만화문학관1?, 오세영, 서울문화사, 중3부터

?비단고둥의 슬픔?, ?노을?, 오세영, 글숲그림나무, 중1부터

김동화씨가 가려뽑고 그린 한국근대문학의 반대쪽에는 오세영씨의 ?한국 중단편만화문학관?이 있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99년 ‘한국출판문화대상’을 타기도 했으며, 고향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선으로 우리만의 것을 제대로 그려내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월북작가의 단편을 선택하여 김동화의 ‘한국 근대문학’과는 다른 지형을 보여주는 작품을 그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오세영의 ?중단편만화문학관?은 ?남생이?, ?봄과 신작로?, ?토성랑? 등을 출간한 이후 절판되어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이 되었다. 출간 당시 귀하게 사두었던 도서실에만 남겨져 있을 뿐이다.  절판된 목록으로 추천할 수는 없는 일, 신속한 복간을 바란다.

오세영씨는 또 ‘만화로 보는 교과서 명작’이라 하여 ?흰 종이 수염?, ?요람기?, ?동백꽃?, ?홍당무? 등을 만화로 옮긴 ?비단고둥의 슬픔?, ?메밀꽃 필 무렵?, ?별?, ?사랑 손님과 어머니? 등을 옮긴 ?노을?을 펴냈다. 실제 중학교 1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흰 종이 수염?을 가르치면서 이 책에서 작가가 그린 부분을 스캔하여 수업을 했다. 작품 이해의 길잡이로 만화를 제시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이렇듯 원작과 만화가 주고받는 의미를 통해서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바스콘셀로스 글, 이동진 그림, 위즈덤북, 중1부터

나는 이 책을 대학 신입생 때 읽었다. 제제만큼이나 맑은 눈을 가진 선배가 가슴이 아프도록 슬프면서도 순수함에 감염되는 책이라 소개해준 책이었는데, 위기철의 ?아홉 살 인생?을 읽으면서 꼬마 제제가 자꾸 생각났다. 이 책을 이동진씨가 만화로 옮겨 최근에 펴냈는데, 만화로 읽으니 슬픈 감정은 조금 없어진 대신에 장 자끄 상뻬의 그림을 보듯 순수하고 맑은 그림으로 다시 살아난 제제가 있었다. 중학생들과 함께 이 만화를 보면서 제제를 만나고, 본격적으로 소설?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다시 읽을 생각이다. 오세영의 그림이 원작을 풍부하게 해줬다면, 이동진의 그림에서는 색다른 원작을 만난 느낌이랄까. 만화가 창조하는 작업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 작품이다.


원작을 만화로 옮긴 책들은 그 종류가 여러 가지여서 딱히 좋으냐 나쁘냐를 놓고 결론을 내기 어렵다. 다만 서점이나 대형 편의점 - 대형 마트에서 묶음포장으로 팔리는 만화책들의 목록을 살펴보면, 아이들이 어떤 만화책을 읽고 있는지 알 수 있다 - 에서 우리 아이들이 만화로 된 ?가시고기?나, ?오페라의 유령?등을 읽고 원작을 다 읽었다고 생각하거나, 조악한 수준에서 원작을 이해하는 일만은 막고 싶은 마음이다. 책을 읽는 일이 줄거리를 아는 것(그것도 제대로 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면, 원작을 충분히 검토해서 자신의 그림으로 녹여내는 작가를 찾고, 그런 수준작과 원작을 나란히 놓고 함께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권할 일이다.

- 서미선(서울 구룡중 국어교사 lechat84@hanmail.net)


3. 좋은 만화 깊이 읽기

   

3-1. 어린시절의 추억

평소 만화를 즐겨보지 않던 내가 아이도 주지 않고 전편(全篇)을 모두 차지한 채 낄낄거리며 만화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얼른 보고 아이 줘요. 책 보다 웃길 다하고…, 그렇게 재미있어요?” 하고 아내가 핀잔을 주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만화책을 저 주는 줄 알고 신나있던 큰 아이가 아빠가 모두 차지하고 읽자 짱뚱이 화난 것처럼 입이 댓발 나와 있었다. 아래 소개하는 책은 이럴 정도로 빠져드는 재미와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잔잔한 감동이 있는 책이다.


?짱뚱이 시리즈?(나의 살던 고향은, 우리는 이렇게 놀았어요, 보고싶은 친구들, 우리집은 흥부네집), 오진희 글, 신영석 그림, 파랑새어린이, 중1부터

?나 어릴 적에 13?, 위기철 글, 이희재 그림, 게나소나, 중1부터

‘짱뚱이 시리즈’는 지금부터 30여 년 전쯤 사는 것이 그리 넉넉하지 않던 시절 전라도 어느 시골 마을, 짱뚱이와 그 가족, 친구들,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웃음과 가슴 찡한 눈물로 그리고 있는 창작 만화이다. 주인공 ‘짱뚱이’를 통해 6?70년대 시골아이들의 생활과 관심, 놀이 등이 흑백으로 찍은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만화책은 잘 읽는다. 아이들은 똑같은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문자보다는 구체적이고 개성있게 제시된 그림에 집중력을 갖기 마련이다. 그 좋은 예가 ?나 어릴 적에?이다. ?나 어릴 적에? 역시 6?70년대 어렵게 살아가던 시절 산동네로 이사 온 주인공 9살 ‘여민’이의 눈에 비친 이웃사람들의 삶과 자신의 성장을 그린, 위기철의 ?아홉살 인생?을 만화로 옮긴 것이다. 원작을 읽을 때의 감동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만화적 상상력과 표현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두 작품 모두 햄버거와 피자를 먹으면서 컴퓨터의 소리와 화면을 친구 삼아 노는 데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겐 다소 생소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시대와 배경이 다를 뿐 그 나이쯤엔 으레 가졌을 법한 관심과 고민을 다뤄서인지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는다. 아이들에게 부모 세대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을 키워줄 것이다. 

- 김효석(서울 숭문중 국어교사 chekttas@hanmail.net)


3-2. 세상읽기

청소년이 뽑은 ‘올해의 10대 사건’이 한 잡지에 실렸다. 현재진행형인 미 장갑차 사건을 비롯하여, 국외 뉴스로는 부시의 악의 축 발언 등 시사문제의 한가운데 우리 아이들이 있다.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에 나온 청소년들, 그들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통로로 사회를 받아들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쓴 글에서 인터넷의 위력과 사안을 녹여낸 만화와 노래의 파급력을 실감했다. 우리 아이들은 저절로 그렇게 세상 한 가운데서 세상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아래, 만화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만화의 함축성과 상상력, 비유의 힘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책들이다.


?목 긴 사나이?, 박재동, 글논그림밭, 고2부터

?박시백의 그림세상?, 박시백, 해오름, 중3부터

박재동은 우리에게 추억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현재를 발언하는 만화가이다. ?목 긴 사나이?는 5년 전에 펴낸 같은 제목의 책에다 애니메이션과 극화에 해당하는 뒷부분을 보강한 ‘박재동 작품 모음집’이다. 시사문제에 관한 깊이 있는 철학, 그 문제의식을 만화로 표현하는 절묘함을 다시 보게 되어 기쁘다. 한겨레그림판을 읽고서 무릎을 치던 때를 생각나게 하는 그림을,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놓고서 글쓰기도 하거나 주제 토론의 도입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1989년에 그렸던 청소년시리즈의 명작이 된 만화(97쪽)는 - 교실의 3분의 1쯤에 그어진 대학합격선이 있고, 한 줄로 앉아 있는 아이들 표정이 전해주는 교육제도의 진실 앞에서 소름이 돋았던 만화 - 십 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한 교실의 풍경이라서 씁쓸함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은 이 만화를 보고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자기들이 앉아 있는 자리를 서열로 바꿀 줄 아는 영악한 아이도 있었고, 만화가 제공해준 문제의식에 공감을 나타냈으며, 대부분 인상적으로 받아들였다. 만화 한컷으로 교육문제에 대해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데, ‘세상 보기’의 훌륭한 재료로 만화가 기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중학교 학생이 자기 혼자서 책을 집어들기가 어렵다. 선생님과 수업에서 함께 읽는다면, 혹은 세상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이 읽는다면 더 좋겠다.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박시백의 그림세상?을 펼치면 일상의 자잘한 일에 웃고 우는 우리 주변 사람들과 만난다. 그리고 첫장의 주제가 ‘Oh, Your America’인 만큼 민감한 정치적 주제를 피하지 않고, 현실문제에 대해 상징적으로 간결하게 일침을 놓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예를 들면 미선이 효순이 사건을 예고한 듯한 2000년 5월의 ‘주한미군’(13쪽) 편. 마지막 장면의 대사 ‘주둔군? 우리가 그냥 주둔군이었어? 점령군이 아니고?’에서 일그러진 관계에 대한 작가의 목소리를 읽을 수 있다. 또한 만화 사이에 간단하게 배경 지식을 함께 알려주어 청소년을 배려한 친절함이 있다.

박시백 만화의 장점을 꼽으라면 나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갔다는 점을 들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따뜻한(?) 만화 ?광수생각?이 사회의 구조 문제를 비껴간 것과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세상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생활 속에 녹여내고, 따뜻하게 품어서 내놓은 만화이다. 특히 이 작가는 교육문제에 각별한 애정이 있다. 이 작가가 그린 만화에서 왕따와 교육문제 등의 교실 풍경을 읽다가, 학생들과 함께 이 만화를 보면서 얘기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눈뜨기 시작한 청소년들에게 이 만화책을 권한다.

- 서미선(서울 구룡중 국어교사 lechat84@hanmail.net)


3-3. 역사의식

내가 어렸을 때 왜 어른들은 만화를 보는 아이들을 보면 꾸중했을까. 아마 생각 없이 재미에만 빠져 낄낄거린다고 그랬을 것이다. 그 옛 어른들에게 이 ?쥐?와 ?팔레스타인?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면 그때 어른들도 만화에서 역사의 무거운 주제를 만나며, 만화에 대해 하찮다고 여긴 생각을 바꿀 텐데 말이다. 학생들도 이런 무게 있는 만화가 익숙하지 않다. 학생들이 만화를 보고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무슨 만화가 이렇게 글씨가 많아요”이다. 그래도 교사가 책을 건네주고 몇 마디 일러주면 자리잡고 앉아서 책을 읽는데, 안 읽을 것 같지만 의외로 학생들은 이 책들을 훌륭하게 소화한다.


?쥐 1~2?, 아트 슈피겔만, 아름드리미디어, 중2부터

?팔레스타인?, 조 사코, 글논그림밭, 고1부터


?쥐?는 나치가 유태인을 학살한 일에 대해 그린 만화다. 쥐로 표현된 유태인은 그야말로 쥐처럼 하찮은 존재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체력이 떨어져서 쓸모가 없어지면 가스실로 가서 처리된다. 도식적으로 나치는 나쁜 놈으로 그리고 쥐는 마냥 연약하고 선하기만 한 존재로 그리는 단순성에서 이 만화는 많이 벗어나 있다. 자질구레한 생활 이야기와 강제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억압받는 이들끼리의 다양한 불신과 믿음과 속임수와 몰인정과 인정을 잘 묘사해서, 실제 거기에 붙들려 온 사람들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자그마한 상자 그림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쉬운 만화를 주로 읽던 학생들은 처음에 질겁을 하지만, 한 20분쯤 앉아 있으면 쭉 끝까지 책장이 넘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팔레스타인?은 유태인이 팔레스타인을 힘으로 쳐들어가 괴롭히는 그림들이다. 이 책을 학생들에게 소개할 때 내가 한 말이 “9.11테러가 왜 일어났는지 알려주는 책이다”이고, 책을 다 읽고 난 학생들이 나에게 한 말이 “테러 할 만 하네요”였다. 힘센 세력에게 지배받는 식민지 사람의 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예전에 우리가 일본 제국주의에게 지배당할 때 이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압도적인 힘으로 지배하는 자는 누르고, 당하는 자들은 달걀로 바위를 계속 친다. 거기 어린아이들이 이스라엘군 차량에 돌멩이를 던지고, 쫓아온 군인들이 학교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본보기로 아무 학생이나 붙들어가서 모질게 학대하는 일이나, 그밖에도 난데없이 가정집으로 쳐들어와 사람을 잡아가거나 평화시위를 하는데 총으로 시위대를 쏘거나, 이건 완전히 예전에 우리가 겪은 3?1운동 때나 있을 법한 비극이다. 슬프다 못해 답답하고, 답답하다 못해 슬픔이 지루해지기까지 하는 이 만화는 어떻게 피해자가 가해자로 탈바꿈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한때 외국에 나가서 괄시받고 눈물 흘리던 대한민국 사람들이 요즘 살림 좀 폈다고 동남아노동자들을 울리는 현실을 둘러보고 우리를 경계하게 하는 책이다.

- 송승훈(경기 광동고 국어교사 gurumbae@nownuri.net)


3-4. 문명에 대한 반성

만화는 그림이라서 상상력이 몹시 강하다. 하늘을 보고 비행기가 나는 모습을 보고 우주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고 미래사회에 대해 여러 상상을 하는 만화가의 모습을 떠올리는 일은 참 자연스럽다. 만화가 그렇게 자유분방한 양식이다보니, 과학기술문명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고, 거기에 문제제기하는 작품이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서 자연 속에서 어우러져 사는 오늘 현실을 사는 사람을 잘 그려낸 만화 한편과 미래의 기술문명에 대해 준엄하게 경고한 묵직한 작품 한가지를 소개한다.


?삽 한 자루 달랑 들고?, 장진영, 내일을여는책, 중1부터

이 만화에서는 아버지의 주름살이 보인다. 아니 어머니의 손바닥에 깊이 패인 세월의 주름이 보인다. 만화책을 읽으며 부모님의 모습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만화의 주인공은 지겨운 전세살이를 청산하고 정착하기 위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시골로 이사를 간다. ‘아무것도 매인 곳이 없는 인생 어디 간 들 상관 있으랴!’ 하는 마음에 시작한 시골생활에서 그는 노동을 통해 또 이웃과 함께 살아가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시 생활에 대한 욕망과 끊임없는 싸움을 한다. 이 만화에서 그는 처음에 농사일에 대해 막연하게 희망을 갖는다. 그러나 현실 앞에서 곧 좌절하고 만다. 농사일로 먹고산다는 것의 암울한 마음 속에서 그는 ‘우리’를 찾게 된다. 마을이라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그들, 즉 이웃들에게 무엇이든 배워야 했고 의논하면서 그들과 함께 움직이고 생활해야 했다.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그는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느낀다. 땅과 함께 호흡하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따뜻한 모습이 작품 속에 깊이 묻어난다. 그는 제목 그대로 삽 한 자루 달랑 들고 변해가고 녹슬어 가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저항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지러운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만화라기보다는 한편의 수필집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많이 말하지 않으면서, 만화 속 여백처럼 그는, 들어주는 사람 없어도 자기만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지르고 있다.

- 오복섭(경기 낙생고 국어교사 maru1042@hanmail.net)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7?, 미야자끼 하야오, 학산문화사, 고1부터

세계전쟁이 크게 일어나 기술문명사회가 멸망한다. 그 뒤에 자연은 인간에게 적대적인 환경이 되고, 어리석은 인간들은 그 망가진 환경에서 남의 것을 빼앗고자 싸우고 또 싸운다. 이 작품은 만화영화로 잘 알려진 작품인데, 영화는 이 일곱 권 책 가운데 첫째 권만을 표현한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어쩐지 이야기가 덜 끝난 느낌이어서 찜찜한 사람은 이 책을 구해볼 일이다. 그리고 만화영화는 아동용이지만, 원작만화는 성인용이다. 미야자끼 하야오는 이 만화를 10년이 넘게 그렸는데, 일곱 권 만화를 읽다보면, 그가 왜 그랬는지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인간에 대해 희망이 있다고 볼까 아니면 인간은 본래 어두운 마음을 이길 수 없기에 늘 불행하다고 비관할까, 파괴된 자연환경을 되살리는 데 기술문명을 활용할까 아니면 자연생태에 그대로 맡겨둘까, 절망인 상황에서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삶의 고뇌들이 각 상황 속에서 제시되는데, 읽다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해지고 한숨이 연거푸 나온다. 인생에 대한 여러 가치관이 잘 담겨 있어서, 읽고 나면 품위있는 고전문학을 읽고 난 느낌을 받는다. 별 생각 없이 읽어도 재미있고, 생각을 갖고 읽으면 더 좋은 책이다.

- 송승훈(경기 광동고 국어교사 gurumbae@nownuri.net)


3-5. 벽, 장애를 만난 인생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는 박완서의「그 여자네 집」이 실려 있다. 이 소설은 만득이와 곱단이의 슬픈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눈길 속에서 사랑을 나누었던 만득이와 곱단이는 뜻하지 않게 이별을 맞이한다. 만득이가 징용에 끌려가고 곱단이도 위안부 생활을 면하기 위해 시집을 가게 된 것이다. 그 후 분단이 되어 두 사람은 영영 만나지 못한다. 소설을 읽은 아이들은 ‘일제가 나쁘다, 일본은 하루 빨리 사과해야 한다’ 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거기서 더 일반화시켜서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사회적·역사적 사건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다음에 이야기할 책 속의 주인공도 시대와 역사라는 벽과 부딪힌다.


?비천무 1~6?, 김혜린, 대원문화출판사, 고1부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1~3?, 박흥용, 바다그림판, 고1부터

?비천무?는 ‘진하’와 ‘설리’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원’에서 ‘명’으로 넘어가는 시대, 힘의 논리를 앞세워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던 시기에 젊은 남녀의 사랑과 아픔을 진지하게 그렸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운명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흔히 보는 순정만화와는 다른 책의 분위기 - 중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 - 에 압도당할 수도 있다. 따져보면 ‘진하’와 ‘설리’가 각자의 길을 간 것은 신분의 벽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가 속한 진영의 차이 때문이다. 운명이 사랑을 가로막을 때 그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어린 학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주제를 던져서 학생들 가슴을 충분히 흔드는 책이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주인공 역시 장애를 만난 인물이다. 서자로 태어난 ‘견주’는 스승 ‘황정학’을 따라서 칼잡이의 길을 걷는다. 그는 관군을 살해한 혐의로 범죄자로 쫓기기도 하고, 산적의 우두머리로 불평등에 저항하기도 하며, ‘이몽학’한테서 세상을 뒤집어엎자는 제의를 받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신분이란 ‘한계’를 넘어서는 주인공의 ‘자유’를 느낄 수 있다. 무작정 피를 부르는 무협만화를 즐겨보는 학생들에 권하면 신선한 충격을 준다.

우리는 흔히 ‘인간은 역사적·사회적 존재’라 한다. 이 말은 다소 추상적이어서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이 말의 의미를 분명하게 느낄 때가 많다. 학생들이 두 권의 만화를 통해 ‘벽’과 ‘장애’를 만난 인생을 느끼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오늘의 사회에서 ‘벽’과 ‘장애’는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나아가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벽과 장애가 없는 곳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 조영수(서울 창문여고 국어교사 notshy0120@hanmir.com)


3-6. 결혼 생활

중학생 때 졸업한 만화읽기를 40년이 흐른 지금 다시 시작했다. 처음엔 학생들의 독서지도를 위한 의무감에서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페이지를 넘겨 나갔다. 그러다가 그림 하나하나에 시선을 멈추고 음미하며 ‘읽는’ 재미가 아닌 ‘보는’ 재미에 빠져 들어갔다. 말풍선 속의 문자로 전달되는 의미보다 점 하나, 선 하나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지를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비빔툰 1~4?, 홍승우, 한겨레신문사, 중1부터

?반쪽이의 육아일기?, 최정현, 여성신문사, 중1부터

내가 마음을 열고 시간을 들여 읽기 시작한 만화는 ?비빔툰?과 ?반쪽이의 육아일기?이다. 이 두 작품은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소시민의 희로애락을 재치있게 펼쳐보인다. 그 가운데 가족간의 사랑과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애틋하게 살려내어 독자의 공감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다.

?비빔툰?은 사랑하던 남녀가 결혼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여러 각도에서 포착되는 짧은 이야기로 보여준다. 결혼하기 전에는 솜사탕 같은 사랑에 황홀해하던 연인이 결혼한 후에는 생활인으로 현실에 적응해하는 모습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간혹 부부의 성을 그린 부분에 대해 약간 우려 섞인 의견도 있지만 사랑하는 남녀가 살아가는 과정으로 자연스레 표현했기에, 청소년이 성을 건전하게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반쪽이의 육아일기?는 여성신문사에서 주는 제1회 평등부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만화의 작가는 집에서 직접 아이를 키우고 있어 ‘신종남자’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고 깨달은 바를 섬세하고 소박하게 만화로 그려 담아놓은 것이다.

중학교 교육과정이 남학생에게도 가정을 가르칠 정도로,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도 육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아직 아빠가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빠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으며 엄마도 가사와 육아에만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사회활동을 할 수 있음을 일깨우고 있어서 아직도 남자일 여자일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 또는 어른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 박윤주(서울 중평중 국어교사 byj16203@hanmail.net)


4. 만화를 둘러싼 에세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만화를 즐긴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만화를 놓지 못한다. 그것이  만화를 직업으로 해서 살아갈 수 있게 하기도 한다. 만화비평, 만화에세이 등 만화에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 살펴보았다. 만화가가 쓴 만화에세이, 만화평론가가 쓴 만화 평론집, 어려서부터 워낙 만화를 좋아해서 만화평론가 못지 않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쓴 책, 철학자가 보는 만화 이야기,  일본 만화만을 모아서 소개한 책 등 만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은 책의 무늬가 다양하다. 다만 그런 만화에세이에서 소개하는 만화책들 중에 예전에 출판된 책이 많고 요즘 학생들이 읽는 만화들이 많이 담겨 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이제는 만화책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이 쓰는 만화이야기를 기대해보면 어떨까? 학생들이 읽을만한 만화 관련 책 몇 권을 소개한다.


?박인하의 즐거운 만화가게?, 박인하, 시공사, 중3부터

글쓴이는 만화평론가다. 신춘문예 만화평론 부문에서 상을 받고 평론가로 데뷔한 사람이다. 어린시절 그의 만화 순례담과 만화에 대한 생각들, 만화가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만화와 관련된 직업을 구하는 학생들이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만화! 내사랑?, 박재동, 지인, 중2부터

시사만화가 박재동의 만화에세이다. 글쓴이는 만화가게의 아들로 자라서, 만화를 아주 가까이하며 자란 사람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시대별로 인기가 있던 역사만화, 순정만화, 명랑만화, 스포츠만화, 공상과학만화, 시사만화의 역사와 주요 대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특히 시사만화에 대해 자세하게 담고 있다. 또한 일본만화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만화가가 보는 만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사람이라면, 특히 만화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만화에 얽힌 자신의 추억을 생각하며 읽으면 좋은 책이다.


?만화당 인생?, 함성호, 마음산책, 중3부터

시인으로 알고 있는 저자가 만화를 좋아하나 보다. 이 책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읽어온 만화를 소개하고 분석하고 비평까지 한 책이다. 만화대본소를 만화당이라 부르며 드나들던 시절, 그 만화 속에서 수많은 것을 배웠다 한다. 아마 그가 쓰는 시도 만화의 상상력에서부터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는 만화세상. 국내외 만화작가와 작품들의 소개와 함께 만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쉬운 책이다.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 이주향, 명진출판, 중3부터

어려운 철학을 쉬운 만화를 통해 풀어간 책이다. 그리 특별하게 다루어진 주제는 없지만,  단순히 만화를 읽어 내기만 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은 철학적인 시각을 심어주는 책이다.  가볍게 취급되던 만화에도 인생과 철학이 있음을 확인해주고, 만화의 수준을 높여준 책이라 할 수 있다. 


?어머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다?, 데즈카 오사무, 누림, 중2부터

일본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자서전이다. 어린 시절에 만화가 그의 삶에 차지한 의미들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만화를 그릴 때 기법보다는 철학을 담고 그린 사람이라는 느낌을 많이 갖게 한다. 진짜 만화가의 삶을 보여준 책이다.


?오은하의 만화토피아?, 오은하, 한겨레신문사, 중3부터

정말 말 많은 일본만화만 50편 골라 소개한 책이다. 짧은 지면 때문에 깊이는 얕지만, 만화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노훈금(사서교사 hungum@hanmail.net)

- 최기옥(서울 진명여고 사서교사 ctngel@hanmail.net)


5. 짧게 소개하는 책

학교 도서관에 들여 놓아도 좋을 만한 좋은 만화책을 몇 권 더 소개한다.


?해님이네 집?, 이희재, 글숲그림나무, 중1부터

딸 둘을 키우는 만화가 이희재씨의 가정사를 담은 만화책이자,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딸의 성장기이다. 솔직한 표현과 재기발랄한 유머, 성장기에 누구나 겪는 일에 대한 공감으로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초등학생부터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성장 만화이다.


?부자의 그림일기?, 오세영, 글논그림밭, 고1부터

잘 만들어진 단편 영화를 본 것 같다. 오세영의 그림은 '정점 근처에 있는 예술가만이 발할 수 있는 어떤 색깔, 소리, 냄새, 온기들에 관한 것'을 갖고 있다. 「고샅을 지키는 아이」가 꼭 그렇다. 「부자의 그림일기」도 감동적이다. 소설을 만화로 그려낸 작품도 분위기 있다. 고등학생은 되어야 소화할 수 있다.


?귀의 산책?, 모리 마사유키, 시공코믹스, 중3부터

홀로 있다는 것, 귀 기울여 관찰하는 것, 몽상의 나래를 펴는 것, 산책과 혼잣말, 꿈과 그 언저리에 관심 있는 친구를 단박에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 말수가 적은 대신에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놓는다. 겉멋이 아닌, 행간의 여백에서 의미를 잡아내는 작가의 생각이 소중하다. 일본만화면서 독특한 영역을 보여주는 책으로, 문학소녀의 기질이 있는 여고생들에게 권한다.


?티베트에 간 땡땡?, 에르제, 솔, 중1부터

땡땡이라는 소년이 비행기 사고로 조난된 창이라는 중국인 친구를 구조하러 티베트에 가서 겪게 되는 모험을 그려내었다. 티베트의 종교라든가, 티베트에 존재한다는 예티(설인)라든가, 티베트 사람들의 습성에 대해서 알게 한다.


?뿌리 상?하?, 알렉스 헤일리 글, 이두호 그림, 산하, 중1부터

우리 모두는 뿌리가 있다. 개인사의 뿌리, 국가의 자유를 위한 민주주의의 뿌리. 지금 우리가 만끽하는 자유는 앞선 이들의 피와 투쟁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은 자유의 소중함과 인간의 사악함을 동시에 엿볼 수 있게 한다.


?임꺽정 1~32?, 홍명희 글, 이두호 그림, 자음과모음, 중1부

전집을 이틀간을 꼬박 매달려 읽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포부당당한 태도, 장쾌하게 신명나는 문장과 선 굵은 그림이 대단하다. 32권에 달하는 긴 길이가 원작을 고스란히 살려낸다. 어느 부분은 원작보다 나은 상상력이 있고, 역사 만화가 이두호 특유의 역사관을 엿볼 수 있다. 민중과 관군의 명확한 대립구도가 흥미와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객주 1~10?, 김주영 글, 이두호 그림, 바다출판사, 고1부터

?객주?는 조선후기 상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살려낸 작품이다. 사람의 인생살이에 만나는 여러 인간유형이 잘 드러나 있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줄거리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이 작품을 읽는 가치가 충분하다. 야한 장면이 자주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바란다.


?장산곶매?, 백성민, 게나소나, 중1부터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아기장수 우투리’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이 책에서 ‘장산곶매’와 반란을 일으키다 쫓기던 한 사람의 죽음은 ‘우투리’의 최후와 닮아 있다. 교과서에서는 ‘우투리’의 부모가 칼에 못 이겨 우투리가 묻힌 곳을 가르쳐 주지만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어쩔 수 없이 돈에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맨발의 겐 1~10?, 나카자와 케이지, 아름드리미디어, 중1부터

원폭 피해를 이겨내고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는 일본 소년의 이야기다. 반전과 평화를 외치는 요즘,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전쟁의 상황을 학생들에게 설명해주기는 쉽지 않다. 이 때 이 책을 권해주면 전쟁의 참혹함을 잘 전달할 수 있겠다. 끔찍해서 눈물나는 장면이 많지만 그것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전쟁의 의미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참고자료 : 만화책을 활용한 수업 사례


?미스터 초밥왕?(제 1부 요리경연대회, 제2부 전국대회, 테라사와 다이스케 ,학산문화사)

1학년 아이들이랑 직업에 관한 책읽기를 하는 중에 우연히 일본어 선생님의 조언으로 미스터 초밥왕 읽기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이때 저는 ?노먼베쑨 자서전?, 조선희의 ?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김진애의 ?나의 테마는 사람, 나의 프로젝트는 세계?, 현각스님의 ?만행? 같은 책들과 학교 신문의 한 꼭지인 “미래를 보는 돋보기”라는 직업소개를 곁들이면서 이 책을 소개하였습니다. 오늘날 점점 사라져 가는 장인 정신을 무겁지 않고 발랄하게 이야기한다는 생각으로 권하게 되었습니다. 얼핏 보면 다양한 초밥들을 알려주는 요리만화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삶의 지혜를 주고 있습니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능력뿐 아니라 성실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요즘 아이들은 그저 돈 많이 벌어 편하게 핑핑 놀며 살고 싶어하는데 그런 아이들에게 이 만화는 돈도 없고 힘들게 살지만 즐겁다고 말하는 주인공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을 되돌아 볼 기회를 줍니다.

이 책의 1부나 2부 중에서 아무거나 1권씩만 읽고 자신의 감상을 적어오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감동'을 말하더군요. 도제 제도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조금씩 조금씩 키워나가는 모습 속에서 과정의 힘겨움과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아이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대여점 인기 만화 중에서 폭력과 선정성을 지니지 않고도 인기를 누린 몇 안 되는 수작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교 도서관에 직업선택에 관한 의미를 말하고 있는 책들 옆에 두면 흥미롭게 직업의 의미를 일깨워 가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수정 (양일종고 국어교사 sjjin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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