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 육 실 습 을 마 치 며
정 치 외 교 학 과 박 광 익
일시 : 2016년 5월 2일 ~ 27일
지역 :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
학교 :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지난 5월 한 달 동안 모교였던 풀무고등학교에서 교육실습을 했다. 오랜만에 찾아간 학교는 여전히 푸르렀고 활기찼다. 내가 다닌 풀무학교는 1958년 설립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로, 대안학교 운동의 시초가 되었던 학교이다. 성서위의 학교, 더불어사는 평민을 기르는 학교정신을 50년째 유지하고 있다. 전교생은 100명이 채 안되는 작은학교이고, 모두 공동체 생활을 한다. 오전부터 오후까지는 학교생활, 저녁부터 밤은 생활관 학교생활로 24시간 학교에서 지내는 시스템이다. 이 풀무학교에서 교생을 하기 위해선 학생들의 시간에 온전히 함께 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나도 생활관에 지내면서 6시 30분에 기상하여 저녁 7시 55분에 있는 저녁모임까지 온전히 학교에서 생활하고 밤에는 기숙사에서 개인시간을 보냈다.
내게 배정된 학년은 2학년이였지만 전교생의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했다. 학생에게 이름을 불러주고,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들었을 때 놀라는 표정이 난 좋았다. 학교 선생님들의 일과는 오전 8시 20분 교사회의로 시작되었다. 행정실 직원과 영양사 선생님까지 포함한 전 교사가 매주 월, 수, 금 8시 20분에 모여 회의를 하고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부서별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무두무미’,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다는 정신을 가진 학교이다 보니 교장선생님과 초임교사 사이의 간격이 크지 않았다. 그렇기에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한편으론 서로 의견이 난립하여 다소 살벌?했다. 교사회의 내용은 학생지도, 학교행사 계획 및 평가, 전교회의 내용, 당직에서 있었던 일, 학부모와의 의견조율 등 다양하게 나왔다. 교사회의가 끝나면 교사실에서 수업을 준비하고, 내가 맡은 2학년 학생들의 수업을 참관했다.
풀무학교의 수업은 일반 학교 수업과 조금 다르다. 교사가 주도적으로 수업하는 강의식 수업 보다는 대다수의 수업이 조별과제, 프로젝트 수업, 학생 발표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문학수업의 경우 학생이 문학작품 하나를 골라 준비해와서 한 시수 전체 수업을 하기도 한다. 2학년 쯤 되면 학생들은 누구나 발표 수업을 어려워 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주제를 공부하여 주체적으로 발표하는 모습을 보인다. 농업학교이다보니 농업실습 수업이 있다. 나 또한 학생들과 함께 실습하고 땀흘리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 둘 째 주까지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참관하면서 선생님들의 수업을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각자 할 일을 시작한다. 교내 동아리를 하는 학생, 농업 수업에 조별로 이루어 지는 당번활동을 하는 학생, 과제 및 공부를 하는 학생, 학교 앞으로 나들이를 가는 학생 까지 각자가 6시 30분 저녁 식사를 하기 전까지 자유시간을 보낸다. 나는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거나 강당에서 개인 활동 하는 학생들과 어울렸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저녁 7시 55분에 시작되는 저녁모임이 있기전까지 두번째 자유시간을 갖는다. 이때에도 학생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나의 경우 빈 교실에서 원하는 학생들을 모아 영어수업을 진행했다. 일주일에 3번씩 이 자유시간을 이용해 문법과 회화를 알려주었다.
저녁모임은 하루에 1명씩 학생이 정해지고, 정해진 학생이 20분간 자신의 시간(노래, 사진, 시, 글, 공연, 영상 등 다양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시간)을 갖는다. 저녁 모임 시간은 전교생이 참석해야 해서 교생들의 일과는 저녁모임에서 끝이난다. 저녁모임을 마치면 학생들은 2시간동안 묵학시간(침묵을 유지하며, 방안에서 자신의 시간을 갖음)을 하고 취침을 한다. 나는 이 시간에 수업준비를 했다.
셋째 주 부터 내가 직접 수업을 하게 되었다. 연구 수업을 포함하여 총 4번의 수업을 하게 되었다. 2학년 일반사회와 한국사를 가르치게 되었다. 2학년 학생의 단임을 맡아 학급 조회와 종례 또한 셋째주 부터 내가 맡게 되었다. 정말 바쁜 학교생활을 보내기 때문에 학생들은 다소 지쳐있었기에 이들에게 어떻게 힘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였고, 매 조회때 마다 아이들에게 힘을 줄 수있는 글귀나 시를 준비해 읽어주었다. 수업도 각 수업마다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정하여 사회와 한국사 교과 내용과 접목시켜 전해주도록 노력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한국사 대단원 마무리 시간에 우주의 기원 및 생명의 기원부터 현재 우리가 있는 시간까지 총괄적인 일대기를 알려주면서, 우리가 있는 자리는 역사의 맨 앞이고,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로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기에, 우리가 어떻게 이 자리에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할것인지 고민해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해주었다.
연구수업을 위해 교수-학습지도안을 작성했고, 지도선생님 및 여러 선생님들이 참관하시는 상태에서 연구수업을 진행했다. 다소 떨기도 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좋았고 내 흐름대로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연구수업 및 교생 평가시간에 여러 선생님들이 현실적인 조언들과 앞으로 교사로서의 태도, 마음가짐 등에 대한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한 달을 온전히 교생실습을 하면서 보냈다. 내 대부분의 시간과 정성, 관심은 학생들에게 있었고, 내가 맡은 학생 한 명, 한 명에 집중하게 되었다. 어제 밝게 웃으며 얘기했던 학생이 다음 날 얼굴을 찡그리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걱정이 되고, 힘든일이 있는건지 물어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떠날 시간이 되자 많이 아쉬웠다. 더 잘해주고, 더 알려주고 싶은데 한달간의 시간은 참 짧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서 학생들과의 교감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알게 되었고, 교사들의 삶의 흔적에 함께 하면서 교사로서 산다는 것은 어떠한 것인지 짧지만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그 길을 준비하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 한 달이었다. 마지막 날 저녁 묵학시간 때 단임을 맡았던 2학년 학생들과 1시간 정도 마지막 이별모임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면서 쓴 시와 편지를 코팅한 선물을 전해주었고, 학생들은 내게 ‘너의 의미’라는 곡을 합창으로 선물해 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동안 서로에게 큰 의미가 되어 준 것 같아서 잊지 못할 것 같다.
교 육 실 습 을 마 치 며.pdf
박광익 교수학습지도안 한국사.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