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수원 장안 구민 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화성과 사람들' 이라는 제목의 장애인 사진 전시회에 다녀왔다. 조촐했지만 단아한 전시회였다.
한쪽 다리가 불편한 사진 작가는 봄부터 가을까지 촬영한 네 개의 사진을 찍어 전시했다며 뿌듯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 휠체어를 탄 여성 관람객 강모양은 감회가 벅차 오른다며, 장애인이라고 쉽게 포기하지 말자고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였다. 그 분은 심한 중증 장애인이어서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잘 알아듣지 못하여 몇 번이고 다시 물어 동영상을 찍고 기록하였다. 짧은 인터뷰였지만, 강한 의지가 느껴진 것만은 분명하였다.
디귿자 모양의 공간에서 펼쳐진 평범한 전시였지만, 장애인들의 땀이 서린 사진전이었다. 나는 사진들을 천천히 감상하며 가슴이 벅차오르고 왠지 모를 감동이 느껴졌다. 사진을 보며 그동안의 나 자신이 파노라마처럼 짧게 그려졌다. 진정한 나를 찾아서 내가 얼마나 노력했던가?
뇌병변 6급인 나는 기흥복지관에서 복지관 복지일자리 면접을 보아 40대 후반의 나이로 당당히 합격하였다. 수지 장애인 자립 생활 센터에서 장애인 일자리로 취직하여 일하고 있다. 출장 기록과 근무 일지를 컴퓨터로 작성하는 일을 맡고 있다.
2017년에는 용인 시청 장애인 복지과에서 면접을 보아 합격해 우체국에서 소포를 분류하는계약직으로 1년간 일하였다.
작년 2018년에는 용인 중앙 도서관 장애인 사서 보조직을 지원했지만, 체력(근육량)이 빈약하다는 이유로 낙방하였다. 중앙 도서관에서 독서 감상문 공모에 응모를 하였는데, 2004년에는 내 글이 당선되어 책에 실렸고, 2019년에는 떨어졌다.
"엄마, 떨어져서 어떡해요? 잘 썼는데..." 딸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위로하였다. 나도 마음이 착잡했지만 곧 용기를 내었다.
명지역 중앙 아이엘(장애인 자립 생활 센터)에서 문예창작 수업과 동백역 함께배움 장애인 야학에서 글쓰기수업을 받고 있다. 문예창작 선생님이 '오뚜기같은 은희씨'라고 하였다. 여러 좌절을 딛고 일어나는 오뚜기같은 의지가 우리네 인생에 정말로 긴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처인구 복지관 일간지 '사랑고리'에 글을 써서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뇌수술로 균형을 잡지 못해 행동이 굼뜨고, 말이 어눌한 장애인이지만, 글을 써 당당히 의지를 드러내고 싶다. '장작지(장애인 작가 지망생 모임)'소모임도 올해 팔월부터 매월 말일 해오고 있다.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 세상을 무대로 마음껏 꿈을 펼치는 커리어우먼이이 될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귀이다.
여러 사진들 중에서 분홍 봄꽃을 찍은 '춘몽'이라는 사진이 화사했고 마음에 와 닿았다. 같이 온 사람들이 춘몽 사진 작가와 함께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네 다섯 작품의 사진전 옆으로 작가의 말이 조그맣게 판넬처럼 전시되어 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드디어 꿈을 이루었습니다. 사진을 찍어 전시하는 소중한 꿈..." 그 글귀를 보자 순간 뭉클하니 눈물이 나왔다. 나 자신도 글응모를 해 당선된 작품으로 책을 내는 꿈, 문득 노래 '그날이 오면'..이 생각났다.
장애인들이 힘을 모아 전시한 사진전을 보고 나오며 뿌듯했고 우리들의 힘이 느껴졌다.
우리인들 못할쏘냐? 각자 어려움을 헤쳐가보자.
오늘도 천천히 조금씩 나아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