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코스(기성버스터미널~수산교) 23.0km
기성버스터미널~기성망양해변~덕신해변~무릉교~수산교로 이어지는 해파랑길 25코스는 기성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하여 기성망양해변의 명사십리를 지나 망양휴게소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다가 해안 차도를 따라 관동팔경의 두 번째 경관인 망양정을 둘러보고 왕피천이 흐르는 수산교에 이르는 23km의 긴 여정이다.
악화된 컨디션이 최고조에 다다르는 경우를 제외하고 컨디션 난조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짜증이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인 것 같다, 아무리 즐거운 길을 걷는다지만 23km를 하루에 걷는다는 것 자체가 짜증으로 다가오며 시원한 가을로 넘어가던 날씨는 갑자기 늦더위로 바뀌어 폭염과 강열한 햇빛이 내리쬐는 2021년 10월 3일 관동팔경의 두 번째 경관인 망양정이 있는 25코스에 도전한다.
아무리 종주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회원을 위해 기성버스터미널에서 종주를 희망하는 회원만 하차하게 하니 절반정도이다, 날씨가 너무 더운 탓에 평소 완주를 하시던 4인방 경로회원님들도 조금 단축하여 걷겠다 하신다, ‘한국인이 죽기 전에 꼭 걸어봐야 할 100가지 길’ 로 선정된 해파랑길 완주는 정말 쉬운 것이 아니다. 작심하고 매일 걸어도 최소 40여일을 소요해야 하고 우리같이 1개월 1~2번씩 이어걷기를 하다보니 2년이 다되어 가는데 이제 절반을 걸어온 셈이다. 매스컴에서는 35일에 완주하였느니, 27일에 완주했느니 하지만 그것은 50~70대 트레커가 모인 우리 같은 무리들은 할 수 없는 일정이다. 여기까지 온 것도 얼마나 대견하랴, 한 코스 한 코스 차근차근 북으로 올라간다.
어차피 걸아야 한다면 처음부터 걸어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조금 휴식을 취하고 걸으면 되리라 생각하고 완주그룹과 함께 폭염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간다, 바다에서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덕분에 조금은 위안을 받으며 기성망양해변을 향해 걷는다. 오늘은 버스를 기성망양해변과 망양휴게소 두 곳을 정하고 6km 정도 거리에 있는 기성망양해변을 1차 목표로 설정하였다. 하지정맥, 심장부정맥 등으로 무리를 하면 않되지만 경련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완주를 꿈꾸며 앞으로 나간다, “나는 두 길을 다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라는 ”가지않는길“에서의 구절을 생각하면서 해파랑길을 걷는다. 이어걷기가 끝나는 날 모든 것이 긍정적이 되고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25코스는 시작부터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가는 지루하고 따분한 구간이 많이 있다, 하지만 곳곳에 볼거리가 숨어 있어 다소 위안이 된다, 사동항에 다다르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내리쬐는 태양 빛에 고맙기 그지없다, 드넓은 백사장으로 유명하여 명사십리로 불리는 기성망양해변을 지난다, 시작지점에서 약 6km 거리에 있는 해변이다. 70대 노친 4인방과 일부회원들이 이곳에서부터 시작하여 올라갔을 것인즉 일행에게 연락하니 망양휴게소를 지나고 있단다.
관동팔경의 두 번째 경관인 망양정은 기성망양해변과 망양휴게소 중간의 오징어거리 마을을 지나 뒷산 현종산 기슭에 있던 것을 왕피천 물줄기가 보이는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관동팔경의 송강 정철이 올랐던 자리에는 비석하나만 있었으나 지금은 그럴듯한 정자하나가 새롭게 건축되어 망양정 옛터임을 알려준다, 마을과 도로가 생기면서 지형이 깎이면서 옛 풍경은 아니지만 참으로 좋은 풍경이다. 오징어 거리에서 피데기 2마리를 사서 배낭에 넣고 걷는다, 또 걷는다, 이곳의 목적이 걷기 위함이니 걸어야 한다, 아직까지 경련을 염려하는 징후는 오지 않으니 다행으로 여기면 천천히 걸어간다.
해변을 지나 황금대게공원에 다다르니 큰 대게를 형상화 한 울진대게 조형물이 색다른 볼거리를 보여주고 천길 절벽에 자리한 “망양휴게소”는 동해안에서 가장 수려한 모습으로 많은 인파가 몰려있다, 추석연휴와 개천절 연휴가 지나면 코로나-19 확진자는 또 얼마나 생길 것일까?
잘은 모르지만 조선시대 예언의 1인자라 하는 ‘남사고’는 울진사람이라고 한다, 학문이 뛰어나고 성품이 좋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근이지 않는 학자였다. 권세가와 돈으로 치르는 과거에서 여러차례 떨어지고 벼슬의 꿈을 접고 천문지리와 복술을 깊이 연구하여 예언마다 틀린 적이 없었다 한다. 그의 예언에는 38선으로 국톡 잘릴 것이다 했다는데 지금의 코로나가 종식된다는 예언은 없었는지, 그가 지었다는 예언서 “격암유록”은 임진왜란때에 대부분 불타 없어졌다고 한다.
망양휴게소에서 대기하던 버스에 올라 덕신해변과 오산항을 버스로 지나치고 진복1리에서 앞서고 있는 일행과 다시 합류한다, 버스는 촛대바위에서 대기하도록 부탁하고 촛대바위를 지나니 해변의 바위위에 세운 팔각정이 보인다, 무리하지 말고 쉬어가라는 뜻으로 알고 팔각정에 오르니 이렇게 시원할 수가! 이 맛에 해변을 찾는 것 같다.
해송이 드리운 해변과 아스팔트 도로를 번갈아 가며 “망양정해맞이공원”에 다다른다, 망양정 해맞이공원과 망양정은 ‘신년해맞이’ 행사로 다녀간 곳이다, 그 때와 지금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 바람소리길과 왕피천 건너에서 망양정까지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끝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종이 있는 해맞이광장을 올라 망양정으로 걸음을 옮긴다, 파이프 오르간 같은 관을 달아 걸어둔 장식물은 바람에 부딪혀 청명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바람소리길을 지나 망양정에 오른다. 망양정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경은 진정 동해바다가 그 곳임을 말해준다, 왕피천이 바다가 만나는 야산에 자리한 현재의 망양정은 철종 때 옮겨왔는데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지고 숙종 때 다시 지었다고 하나 지금의 망양정은 2000년대에 들어와 새로 지었다.
망양정에서 70대 노친 4인방님을 만나고 잠시 옛 생각에 젖어 있다가 왕피천이 바다로 흘러드는 모습을 보면서 왕피천 데크를 따라 25코스의 종점인 수산교에 도착한다. 해파랑길은 총 50코스로 이제 절반인 25코스를 이어걷기로 절반의 코스를 걸어왔다. 총 거리는 절반을 넘어섰으니 이제 나며지는 산을 내려가는 반환점을 돌은 셈이다, 다시 걷지 못할 수도 있는 동해안의 멋진 길, 멋진 경관을 보면서 기필코 완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