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9.
불과 2~3년 전, 이곳 페이스북에서 '클럽 하우스'가 곧 대세일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클럽 하우스에 초대받아서 들어가봤는데 너무 재밌다는 글이 쏟아졌을때 나는 젋은 층이 가는 클럽인 줄 알았다. '클럽' 하우스라고 하길래 ㅎㅎ 기존의 SNS는 문자 기반에다 일방향인데 클럽 하우스는 음성 기반이어서 양방향 소통이 되는 신세계라고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싸이월드도 해 본 적 없고 트위터도 오래 전 가입을 했지만 사용법을 몰라 한번도 제대로 써 본적이 없다. 페이스북도 제자들 덕분에 5년 전쯤 제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도 아이가 만든 여러 계정 중 하나를 받아 작년에 처음 시작했다. 클럽 하우스도 당연히 사용해 본 적 없다.
교육에서 테크놀로지 활용에 관심을 가장 많이 가진 교육 공학 분야를 공부해 온 사람이지만 나는 언제나 세상에 등장한 기술에 대한 정보에 어둡다. 교육 공학자들 중에는 소위 말하는 어얼리 어답터들이 꽤 많지만 나는 단 한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 누가 좋고 안 좋고의 차원이 아니라 나는 기술보다 사람에게 가장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곳곳에서 '쓰레드(threads)'에 대한 글이 보인다. 최단 시간에 가입자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며 곧 대세가 될 것 같다는 글도 많다. 데자뷰를 보는 느낌이다. 클럽 하우스 초창기 뜨거운 반응처럼 말이다. 클럽 하우스를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지는 듯한 느낌처럼 말이다.
너무 빨리 관심이 사라진 클럽 하우스라는 단어를 떠올리는데 나는 한참이 걸렸고 결국 구글 검색을 통해 정확한 단어를 기억에서 소환할 수 있었다. 이제 클럽 하우스는 사람들에게 완전히 잊혀졌고 그 자리를 쓰레드가 채운 것 같다. 늘 그렇듯, 새로운 기술은 기존의 기술을 대체하며 동일한 관심과 동일한 논쟁을 유발한다. 본질적인 사고와 성찰은 하지 않은채 말이다.
쓰레드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20 여년 전 유학 시절 경험했던 '쓰레디드 디스커션 (threaded discussion)'이 떠올랐다. 당시 지도 교수님은 온라인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위해 이 단어를 사용하셨는데 무척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그 이후로 쓰레드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는데 요즘 그 단어를 다시 보면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이든다.
나는 아직 쓰레드를 경험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내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나는 타인이 사용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언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려면 다양한 세대들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주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도 기술이 활발히 사용되어질 때, 그 때 내가 그것을 사용한다고 해서 결코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교육에서 활용에 방점을 두는 대신 비판적 사고에 내가 방점을 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의 사용법을 매번 익히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에는 기술 발전이 너무 빠르다. 애써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익혔는데 곧 다른 기술로 대체되어 무용지물 되고 또다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과연 디지털 교육에서 핵심인지 나는 의문이다.
뿌리가 단단하면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