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은 주제: [풍물_장구] (22.11.26~) 11개 글
글을 읽으며 주목한 부분을 몇 가지 주제로 정리했습니다.
색깔 글은 푸른이가 쓴 글입니다.
◉ 첫 번째: 삶이 있는 교육.
- 장구 배움이 장구라는 악기에만 배우는 게 아니라, 내(우리) 삶을 다루는 교육입니다.
- 배우는 이들이 배움을 삶으로, 자기 질문으로 가져오는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배움을 삶과 연결 짓고 변화를 추동하기 위한 애씀이 함께 이뤄지고 있습니다.
∙생명력과 자기 배움 차원에서 선생님이 몇 번이고 강조하시는 것이 있다. '자기 갈무리'와 '질문'이다. 질문을 하고 갈무리할 때, '뜻'과 '때'를 중심에 놓는 것이 중요하다. '뜻'과 '때'를 놓고 질문할 때 그 질문이 그저 관념으로 남지 않고 지금 살아있는 나에게 생명력을 갖는다.
∙"수련과 공부를 통해 생명의 품격이 고양되고 있는지를 살펴라!"
품격이라는 배움을 내 삶에 어떻게 이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을 때 떠오르는 것이 있다.기운을 바깥으로 흘리지 않고 제 자세를 단정하게 하는 구궁의 자세에서 자기 물건을 산만하게 놓지 않고 정갈하게 가꾸는 일상 실천이 떠올랐다. 그 후로, 일상에서 짐 정리를 통해 품격 배움을 이어갔다.
∙배우면서 내 삶이 변하고 있지 않으면 배우고 있지 못하는 것이라는, 공부가 그 사람의 품격을 고양시키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모든 배움을 기억하고 있더라고 해도, 삶이 변하지 않으면 그건 내 배움이 아니다.
∙내가 순례를 준비하면서 가장 마음을 많이 쏟은 부분이다. '내 일상에서 출발하는 것' 말이다. 공연은 일상에서 갈고닦은 우리의 신명이 ‘나눠지는’ 자리였기에 더더욱 내가 선 자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 두 번째: 장구 공부로 하는 수신
- 장구 공부를 일상에서 꾸준히 해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장구 공부가 삶의 자세를 돌아보고 마음을 닦아가는 수련이 되고 있습니다.
- 일상에서 이어지는 수련이 다른 배움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갑니다.
- 본질(중심)을 잊지 않으려는 애씀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장구를 쳤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만약에 나 혼자 했더라면 절대 이어가지 못했을 수위였다. 그러나 함께 하는 동지가 있어서 힘있게 연습해갈 수 있었다. 실천을 정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 함께하는 힘이 정말 크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시간이었다.
∙어떤 배움을 길게 해갈 때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으면서 동시에)관습적으로 배우게 된다. 배움이 자기 때에 연결되도록 끊임없이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나 그리고 그 밖의 다른 것을 구분하고 나 외의 것들을 새로움으로 생각한다. 새로움의 영역을 내가 아닌 것에서만 찾아내려고 한다. ‘새로움’을 내 안에 두는 순간 새로움은 내 안에서 추동된다. 같은 것을 반복해도 매번 새로운 것들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이다.지속가능한 새로움, 배움은 내 안에서 일어난다.
∙연주가 끝나자 선생님께서 해주신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다스름의 핵심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건데, 치면서 마음이 다스려졌어?”
∙'신명은 내 안에 평화로부터 나오고, 평화는 사랑이 지어내며, 사랑안에는 용서가 있고, 용서는 내 안에 평화를 만들고, 그 평화는 나에게서 신명으로 나온다’
∙'궁'을 배웠다. 가락을 화려하게 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궁'하나에 나를 담고 마음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배움이었다. 마음을 담으니 밥을 대하는, 옆에 앉은 친구들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매일 앉는 밥상 앞에서 고마움을 느끼며 밥을 들이는 건 밥을 대하는 마음만이 아니라 밥을 지은 이들, 그 밥을 함께 먹는 이들을 대하는 마음을 다르게 했다. 고마웠다. 마음을 담는다는 건 정말 다르구나. 마음을 담고 담지 않고, 그 순간에 깨어있고 깨어있지 않고는 그것이 내게 의미가 없다가도 있을 수 있고, 있다가도 없을 수 있을 정도로 내 배움의 차원에서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장구를 더 잘치는 것 보다 궁 하나를 치더라도 마음을 담는게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던 거구나.
∙공부하는 자세를 묵상하며 장구 가락을 통해서 내 공부 습관이 다시 드러났다는 걸 알았다. 더 나아가서는 내 마음 습관이 드러났다고 생각했다.
∙품격을 고양하는 일은 내 기운을 닦는 일이다. 그래서 신명(神明)과도 이어진다. 신명이란 내 안에 신(얼나)을 밝힌다는 뜻이다. 누구나 신을 모시고 살지만, 그 신을 밝힐 수 있어야 얼나로 산다고 말할 수 있다. 품격, 나아가 학풍은 수련과 공부를 통해 만들어진다. 장구 수련과 장구 공부를 통해 내 안에 신을 밝히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 얼나로 서가는 과정이자 품격을 고양하고, 나아가 학풍을 고양하는 일이구나 생각했다
◉ 세 번째: 서로 비춰주고 일깨워 주는 공부(목회의 장)
- 우리를 위협하는 힘, 도사리고 있는 위험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 시대 우상으로부터(예술패가 마주할 수 있는) 대안을 생성하고 생기를 추동합니다.
- 시대 우상이 지극히 일상적인 곳에서 작동하듯이, 새로운 대안도 지극히 일상적인 삶에서 시작됩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일관되게 견지하는 모습입니다.
∙기술적으로 밝은 기운을 만들고, 그 에너지를 전달하는 사람들- 연예인들이 있는데, 실제로 그들에게서 밝은 기운을 느끼고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앞으로 얼라가 걸어가는 길에서 드러나는 형태는 그들과 같을지도 모른다. 그들과 얼라의 차이는 나누는 음악(또는 다른 무언가)에 담고 있는 신명과 기운이 실제 삶을 반영하고 있느냐, 일상을 기반으로 하고, 일상에서 이미 그들에게 힘이 되고 있는가에 있다.
∙삶을 반영하지 못하고 그저 보여주는 기운과 음악일 뿐이라면, 그들을 보는 이들이 받는 밝은 기운도 오래가지 못하고, 공허해진다.
∙내가 무언가를 공부하는 방식은 어디서든 비슷한 방식으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따라서 내가 공부하는 방식에서 어떤 부분을 지양해야겠다고 주목했다면 적극적으로 하지 말자. 이전의 공부 방식을 부정한다기보다는 그 방식만 있을 때 생길 수 있는 어려움을 넘기 위해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다.
◉ 네 번째: 새로운 주체의 형성-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주체가 형성.
- 은사는 함께 하는 관계에서 확인되고 그것이 존중될 때, 서로를 살리는 은사로 꽃 피운다.
- 함께 공부했던 선배, 또는 후배가 선생님이 되는 상황이 낯설지가 않다.
- 선지자는 고향 땅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배척당하기 마련인데, 깨어있는 이들이 있는 곳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장구수업과 푸른숲살이 수업을 통해, 함께 공부하고 밥먹고 놀며 지냈던 선배를 가을학기에는 처음으로 선배가 아닌 선생님으로 만나는 시간이 생겼다. 선생님으로 만나간다는 게 익숙하지 않기도 했지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못해서였는지 장구 수업 때는 선생님께 질문할 때나, 선생님을 부르는 호칭이나, 자세나. 선생님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그럴 때에 선생님이 자세를 고쳐주시고 호칭을 다시 정리해서 이야기해 주시기도 했다. 선생님이, 선배가 아닌 선생님으로 나를 만나가시는 것은 스승으로서 나를 더 잘 가르쳐주고 비추어 주기 위함이고, 내가 선생님을 선배가 아닌 선생님으로 만나가는 것은 학생으로서 더 잘 배우고 비춤 받기 위함이라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동무로 만나갈 때는 동무로, 선생님으로 만나갈 때는 선생님으로 마음 다해 만나가야 마땅히 배워야 할 것들을 더 잘 배우고 배움하는 그 기쁨을 더 잘 누릴 수 있겠다.
♣ 배우고 느낀부분 나눕니다.
∙한몸살이 운동이 다음 세대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모습이 참으로 놀랍웠습니다. 잘 배워서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운동성을 품고 고유한 창조성과 감수성으로 삶을 든든히 일궈가는 모습에서 잠재된 힘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풍물이란 주제로 공부하는 모습 보며, 제가 공부하는 모습을 함께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한 질문이 저에게 다시 돌아와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특히 ‘품격’이란 말이 마음이 남았습니다. 배움이 깊어질수록 품격이 고양되고 있는지, 삶에 어떤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지 함께 살펴봐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