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 그러나 실제로는 올해 춘분 낮의 길이는 12시간 8분으로 밤보다 16분 정도 더 길다고 하는군요.
보통 춘분은 3월 21일인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3월 20일이군요. 그것은 올해가 2월이 29까지 있는 윤년이라서 그럴 겁니다. 2월에 하루가 더 들어가게 되니 춘분 날짜가 하루 당겨지게 되는 것이죠. 일년의 길이가 365.2422일이니 춘분점은 매년 6시간 정도씩 늦어져서 내년이나 내후년 쯤엔 3월 21일이 되었다가 윤년이 있는 해에는 또다시 3월 20일이 될 겁니다.
일 년 중 낮과 밤의 길이가 특별한 날인 춘분, 추분, 하지, 동지는 태양의 움직임을 반영한 절기인데 이 네 절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한, 대한, 우수, 경칩 등과 같은 24절기의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흔히 음력으로 잘못 알고 있는 24절기도 사실은 태양의 움직임을 반영한 태양력인 것입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15도 씩 돌 때마다 하나의 절기를 매겨서 24절기가 되면 360도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 24절기는 한 달에 두 번 꼴로 돌아오고 매달 5일과 20일 근처에 한 번씩 오게 되는데 캐플러의 면적 속도 일정의 법칙에 의해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겨울철에는 공전 속도가 빨라져서 절기 사이의 간격이 좀 더 짧아지고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멀어지는 여름철에는 공전 속도가 느려져서 절기 사이의 간격이 조금 길어집니다. 동지와 춘분, 하지, 추분의 날짜가 보통 12월 22일, 3월 21일, 6월 22일, 9월 23일으로 춘분-추분의 간격이 길고, 추분-추분의 간격이 짧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죠.
부활절과 춘분
교회 나가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곧 부활절이 다가오죠?
부활절 날짜는 어떻게 정해지는지 아시나요? 해마다 부활절을 보면 딱 한 날짜에 정해져 있지 않고 날짜가 좀 들쭉날쭉 하답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것들을 찾아 봤더니 의외로 참 재미있는 사실들이 많더군요.
제가 알아본 재미있는 사실들 한 번 말씀 드려 볼까요?
흥미 없으신 분들은 패스하세요. ^^
부활절은 크리스마스처럼 한 날짜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부활절은 춘분 이후 첫 보름(음력 15일)이 지난 후의 일요일로 정합니다. 보름날이 일요일일 경우는 그 다음날로 합니다. 이러다 보니 자연히 음력 날짜에 따라 부활절이 빨리 오기도 하고 늦게 오기도 하는데 대개 3월 22에서 4월 25일 사이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럼 부활절은 춘분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예수님의 죽음이 춘분과 관계가 있을까요?
이것은 초기 기독교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성서에 따르면 예수님은 '유월절 날 최후의 만찬을 베풀고 다음날 오전에 십자가에 매달려서 오후에 운명'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흘 만에 부활하셨구요.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유월절이라는 것은 유대인들의 명절을 말하는 것입니다. 유월절은 유대력으로 니산월 14일, 즉 1월 14일입니다. 그런데 유대력은 양력이 아닌 음력입니다. 그리고 이때(예수 시대)의 유대력 상 니산월, 1월은 요즘으로 치면 3,4월에 해당합니다. 이 때는 1월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았고 날이 따뜻해져서 활동하기 편한 시기, 낮과 밤의 길이가 비슷해 지는 춘분 근처의 달을 1월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예수님은 요즘의 3,4월 쯤의 음력으로 14일인 유월절 날 최후의 만찬을 나누고(이날이 목요일이랍니다) 음력으로 보름인 15일(금요일) 십자가에 매달렸고, 사흘만인 17일, 일요일에 부활하신 것입니다.
예수님 사후 상당한 기간 동안 부활절은 이 유월절을 기준으로 행해졌습니다. 당연히 부활절의 요일도 일요일이 아니었죠.
그러나 이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동방 교회의 이야기이고 로마 쪽으로 간 서방 교회의 사정은 좀 달랐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당시 로마 제국의 달력은 카이사르가 제정한 율리우스력이었습니다. 태양력이죠. 그리고 로마의 종교는 다신교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태양신의 존재는 가장 강력했었죠. 그리스, 로마 신들 중에서 신들의 왕인 제우스 다음으로 치는 신이 태양의 신 아폴론 아닙니까? 그래서 로마 제국에선 태양신을 숭배하고 기념하는 기념일과 축제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춘분은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는 중요한 날이므로 아주 큰 축제일이었다고 합니다. 율리우스 력이 제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로마인들의 1월은 춘분이 들어 있는 지금의 3월이었을 정도로 춘분은 중요한 날이었죠(율리우스력이 제정되면서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기존의 1월 앞에 2개의 달을 추가했는데 이로 인해서 1월은 3월이 되었고 나머지 달들도 모두 2달씩 뒤로 밀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지금도 7,8,9,10월을 뜻하는 September, October, November, December에 남아 있구요.).
이 당시만 해도 기독교는 로마의 수많은 종교들 중 하나에 불과하였습니다. 그곳에서 교세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토착 민간 신앙과 타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춘분의 개념과 연결시켰습니다. 기나긴 겨울을 끝내고 새 생명을 잉태하는 봄, 그 봄의 상징인 춘분의 의미와 예수님의 부활의 의미를 결합시키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전도 방법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서방 교회는 이 춘분 축제에 부활절의 날짜를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요일도 일요일로 고정을 했었죠.
상당한 기간 동안 이렇게 기독교의 부활절은 종파에 따라 날짜가 달랐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종파 간의 갈등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는 군요. 그러다가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공인 되고 난 뒤, 325년 유명한 니케아 공의회가 열려 기독교의 교리를 통일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부활절의 날짜를 정할 때 동, 서방 교회의 주장에 대한 절충안으로 지금과 같은 날짜 계산법을 도입하게 된 것입니다. 일단 서방 교회의 주장을 받아 들여 춘분점을 기준으로 하였고, 동방 교회의 주장을 받아 들여 예수님이 돌아가신 날인 음력 15일을 넘긴 첫 일요일(이건 서방 교회의 주장이겠네요)을 부활절로 하였던 것입니다. 첫 일요일이 보름이면 보름은 예수님이 돌아가신 날이라는 상징성이 있으니 그 다음 일요일로 하구요.
교회 일각에서는 부활절의 날짜가 자꾸 달라져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있으므로 한 날짜로 고정하자는 주장을 하지만 이러한 원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죠.
이렇게 부활절에 있어서 춘분점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부활절 날짜 정하는 규칙 속에는 기독교와 이교도간의 타협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춘분점과 개력
부활절 날짜 결정에 있어 춘분점의 중요성은 이후 율리우스력을 그레고리력으로 바꾸는 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율리우스력에서 채택한 1년의 길이는 365.25일(4년에 한 번씩 하루를 보태므로)인데 실제 1년의 길이인 365.2422일에 비해서는 0.0078일, 즉 11분 14초 깁니다. 따라서 128년이 지날 때마다 하루씩 길어지게 됩니다. 이것은 미미한 것 같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 제법 큰 차이를 만들어 내게 되는데, 율리우스력을 사용한 이후 1500년 이상 세월이 지나 그레고리 13세가 교황으로 재직하던 1582년에는 그 차이가 많이 커져서 춘분이 3월 11일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럼에 따라 춘분점을 기준으로 하는 부활절의 날짜도 당겨지게 되었는데 이는 그 당시는 물론 향후의 세월을 고려해 보면 상당히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그레고리 13세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서기 연도가 100으로 나누어지는 해를 평년으로 400으로 나누어지는 해는 윤년으로 정하는 개력을 단행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달력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인 것입니다.
부활절의 명칭과 풍습
부활절을 영어로 Easter라고 부르지요? 그리고 부활절엔 그림이 그려진 달걀을 나누고 토끼가 부활절의 상징으로 생각하잖아요? 왜 그런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Easter는 원래 북유럽 튜튼족이 숭배하던 '봄의 여신'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춘분은 이들이 가장 큰 축제일로 생각하던 'Easter 축일'이라고 하구요.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은 북유럽에선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어지는 춘분일을 가장 큰 축제로 여겼던 것인데 부활절을 의미하는 Easter란 단어는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랍니다.
달걀의 의미를 보면, 고대 로마인들은 생명은 '알'로부터 온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달걀을 생명의 씨앗으로 생각해서 생명이 소생하는 춘분 축제 때 달걀을 교환했으며 이집트, 그리스, 페르시아 등의 나라에도 봄 축제 때 색깔을 칠한 달걀을 교환하는 풍속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에 예수가 무덤을 열고 부활하는 의미가 가미되어 오늘날 알록달록한 색으로 장식된 달걀이 부활절의 상징이 되었다고 합니다.
토끼는 다산하는 동물로서 다산의 신이기도 한 Ester의 상징이었다고 합니다. 부활절 토끼 풍습에 관한 언급은 16세기 독일에서 가장 먼저 보였다고 하는데 18세기에 독일 이민자들이 미국에 오면서 함께 이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고 하네요.
성탄절과 동지
여러분 예수님의 생일은 언제일까요?
누구나 12월 25일이라고 하겠죠?
그러나 부활절이 실제로 예수님이 돌아가신 날이 아니듯, 이것 또한 사실이 아니랍니다.
예수님이 언제 태어났는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답니다. 며느리도 모르구요...
왜냐하면 그 당시 기독교에선 한 인물의 생일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 많은 성인들의 순교일은 알고 기념하지만 탄생일은 모르지 않습니까? 성경에도 뚜렷한 기록이 없다는 군요. 다만 여러 가지 정황상 추운 겨울보다는 날씨가 따뜻한 계절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할 수 있다고 하니 적어도 한겨울인 12월 25일이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왜 12월 25일이 성탄절이 되었을까요?
이것 또한 부활절이 춘분과 연관을 맺은 것과 비슷한 유래가 있다고 합니다.
위에서도 말씀 드렸다시피 당시 로마 제국에서는 태양신을 숭배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었는데 12월 25일은 로마의 매우 큰 축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태양이 점점 기운이 쇠퇴해 가다가 그 기운을 다하고 죽는 날을 낮이 가장 짧은 '동지'로 보았고 그 동지에서 태양이 3일만에 다시 부활하는 12월 25일을 ‘정복당하지 않는 태양의 탄생일 (natalis solis invicti)’ 이라고 해서 아주 큰 축일로 삼았다고 합니다.
기독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예수님은 우리의 새로운 태양이다'라는 의미로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정했고 이런 것은 태양신을 숭배하던 로마 제국의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이죠.
※ 간단한 호기심에서 찾아보기 시작한 것인데 조사를 해 보니 기독교의 가장 큰 두 개의 축일이 이런 유래를 가지고 있군요. 참 재미있지 않습니까? 혹 내용 중 사실과 다른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니 다른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십시오.
첫댓글 김 사장님, 교회를 오랫동안 다니며 금번 장로 교육을 받아도 몰랐던 재미있는 내용을 소개시켜주어 감사합니다. 교회가서 한번 써먹어야겠네요. 여러가지 일에 바쁘신가운데도 연구도 많이하시는 우리 김사장님, 화이팅입니다. 박윤수 드림
축하합니다. 장로 교육받는다는 얘기는 이미 피택은 받았다는 말이고~~ 그렇다면 임직식은 언제 하나요?
축하해 드려야지....
제가 알기로는 원래 10개 달에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위해 July, 아우구스투스를 위해 August가 추가된걸로.....그래서 예를 들어 원래 Octo-8, Deci-10 을 의미하는데 2씩 뒤로..... 언게 만나요?ㅎㅎ
????????????? ㅋㅋ 잘 모르겠네여~~~~
뒤늦게 보고 열공 참고 많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