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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의 이야기 스크랩 비오는 날의 풍경(중2때)
리처드(김해식,8회) 추천 0 조회 80 09.07.14 10:15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비가 내려  냇물이 금세 불어 흙탕물이 되면 부모님이야 논둑 터질까 밭둑 무너질까

큰 걱정에 잠 못 이룰 때에 철없는 나는 마음은 벌써 냇물에 가서 수영을 하는 꿈에

젖어있었다

그 날도 여름방학을 하기 일주일 전 7월 중순,일요일 며칠 동안 내린 비는

메말랐던 논과 밭을 그득 적시고 오히려 또랑과 논과 밭을 장마비로 뒤덮었다.

새벽부터 아버지는 노란 우비와 삽을 들고 고개넘어 논에 가시고

어머니는 고구마,옥수수,참깨,담배,호박,고추,수수가 자라는 밭에 가서

행여나 농작물이 다치지 않을 까 전전긍긍하고 있을 즈음

늦게 일어난 나는  사랑부엌에서 쇠죽을 끓이는 작은 누나에게

"다 어디강겨 아침 안 먹고?" 물으니 "어디가긴 논 밭으로 갔지 너 꾸물대지 말고

 마당에 물 퍼내라 빗자루로 어여 부지런히 담밑 하수구쪽으로 쓸어라"

비는 하늘에서 구멍이 뚫렸는지 억수로 내리고 어제 손바닥에 노란물을 들이며

쇠빠지게 갈아두었던 호두는 빗물에 없어지고 엄지손가락 만한 감열매는

잎사귀 사이에 숨어있고 맨날 꼬랑지 흔들며 따라다니던 누렁이(개)는 마루 밑에서

걱정스러운듯 나를 쳐다보고 있다

닭장속에 달구새끼들은 뭐가 추운지 떨고 있고 외양간에 소는 산에서 베온 풀을

뜯어 먹으며 느긋하게  처마에서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고 있다

헛간에는  며칠 전에 캔 감자가 있고 어머니는 감자가루를 만든다고 큰 함박에

썩은 감자작은 감자를 넣어놓고 보재기로 동여매었다 냄새는 역겹지만

 감자가루로 만든 송편과 개떡은 맛있기만 하다

함박을 헛간에 옮겨놓고 막 익은 강낭콩을 비료 푸대로 따왔는 데 잎사귀를 훑어내어

소에게 주고 꼬투리를 까니 튼실하고 붉은 색의 강낭콩이 대여섯개 들어있다

두 바가지를 까서 부엌에 갔다 주면  밥할 때 섞을 테고 점심때 빵도 찔텐데

비가 와서 빵쪄달라기도 그렇고 강낭콩 밥에  감자 찐 것에  오이냉국에 열무김치에

호박잎국을 먹을 것을 생각하니 침이 고인다.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집 앞 호두나무엔 짝을 이룬 호두들이 열려있고 호두나무 벌레가 어찌나 징그럽던지

그 많던 매미는 어디에 있는 지  빨랫줄에 나란히 앉아있던 잠자리는 또 어디에 있는 지

 굴뚝에 있던 두꺼비는 언덕을 기어갔나 보이지 않고 마늘은 굴뚝 모서리에 매달려 있고

보은 장에 팔려 나가기를 기다린다  마늘이 사라진 자리엔 조와 수수 옥수수가

차지할 테고  광앞에는 아랫집 복숭아가 제법 빠알갛게 익어 유혹하고 있다

며칠만 지나면 슬쩍 따 먹어야 하는 데 '올해는 적게 달려 금방 표시가 날텐데

우리집 담너머에 온 건 만이라도 따먹어야지  하기사 지난 달에는 자두와 옹야는

 원없이 따 먹어도 아랫집에서 아무 얘기 안 하던데 무슨 탈 있을까'

여물칸에는  작두와 지게가 놓여있고  집 앞에는 현자네 담배밭이다

분홍색 이쁜 꽃이 핀 담배꽃은 여기저기에서 피어나자 향기도 내뿜기전 비에 치이고

넓은 담배잎 사귀엔 빗망울이 또르르 굴러간다.



 <쐐기>

호두나무 옆 건조장 굴뚝에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아랫집 아저씨는 석탄에 흙과 물을 섞어

개고 있고(섞는다)  간 밤에 거기서 주무셨는가보다. 감자와 고구마를  꾸어먹는 재미도 있고

조금 있으면 옥수수도 꿔 먹을 테고  오늘 밤은 건조실에서 아버지와 자야겠다

쇠죽이 다 끓어 사랑방에서 등겨를 가마빡으로 퍼 오려고 문을 여니 막 말린 담배잎 냄새가

고약하다  겨울이면 담배조리를 할 테고 가마니,푸대며 큰 상이며 말린 고사리 고비에 취나물이 있어  복잡하기만 하다 쥐새끼 족제비가 보이던데 쥐덫은 군데 군데 설치해 놓았는데

족제비가 잡혀야 검정 고무신이라도 새로 사는 데  족제비 가죽 벗길 때 그 냄새가

 고약하기는 하지만 가죽 값이 비싸 그런대로 참을 만하다.

멍석은 둘둘 말려서 여물칸에 있는 데 화창하면 강낭콩을 펴서 말려 도리깨질을

해야하는 데 부모님은 흠뻑 비를 맞고 오고 샘 가에서 펌프질을 해서 씻고 논둑이 무너져

 말뚝을 해서 막어야 한다고 하고 밭에는 흙탕물이 가득차 물꼬를 내었지만 역부족이란다

아마 참외와 오이는 썩었을 테고 막 익어가는 토마토는 몇 개 못 따먹을 듯 하다

오이 냉국은 별미였는 데  토마토 썰어서 설탕놓고 먹으면 맛이 끝내주었는 데

장마 때문에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지경이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담배꽃>

아침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아버지는 건조실에 가서 석탄을 잔뜩 아궁이에 채워놓고 말뚝을

하러 가고 어머니는 다래끼와 비료푸대를 들고 고개넘어 밭으로 가서 강낭콩도 따고

오이와 토마토도 딴다고 한다 우산을 쓰고 따라 나서니 산비탈에는 토사가 휘감기며

내려오고 돌배나무 카투리 복숭 자두 나무 열매도 보인다

깨금은 수북히 열려있고 그 뒤에 쐐기는 온데 간데 없다. 옥수수는 흰 수염 연붉은 수염을

드러내고 잇는 데 비가 할퀴고 갔는 지 뿌링이가 까치발을 뛴 것 마냥 들려있다

흰 참깨 꽃은 애처로이 고개 숙이고 있고 고구마 넝쿨은 파릇해지고 콩과 팥은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밤송이는  새끼 손가락 만하고 대추는 자그마한 열매가 알알이

소담히 열려있다  호박꽃은 비의 무게에 못 이겨 꽃봉오리를 닫고 있고

버드나무에서 요란히 울던 쓰르람 매미와 왜가리는 어디에 있는 지

억새풀과 질경이가 잔뜩 자란 길을 지나 산길로 접어드니 산딸기 멍석딸기가

보이고 연보라색 칡꽃이 호랭이 꽃과 더불어 보이고 개구리 새끼들이 놀란 둣

펄쩍 뛰어 달아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산벚나무 상수리나무 가시나무 머루나무 돌배나무 뽕나무가 어우러진 산길을 지나

밭에 가니 밭고랑에는 물이 가득 고여있다

흰 꽃이 핀 고추는 제법 크고 어머니는 몇 개를 따고 나는 비료 푸대에 강낭콩을

 따서 담고 비에 젖었는지 옷은 축축하고 땅은 질퍽하고 밭가에 또랑은 요란한

 물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칡넝쿨 옥수수가 그 무서운 기세에 못이겨 애처롭게 보인다

호박 넝쿨을 해집고 호박을 따고 오이와 토마토도 몇 개 딴다.

어머니는 깨모종을 하고 논에가서 말뚝을 박아야 한다해서 먼저 집에가라해서

무거운 비료푸대를 들고 집에 가려니 막막하다

엊그제까지 가재를 잡던 또랑엔 물이 넘쳐 건너기가 두렵지만 간신히 뛰어 건너고

집에 오니 마당은 물바다이다 누나 동생과 빗자루로 쓸고 담밑 하수구 구멍을 쑤시니

서시히 물이 빠져나가고 채송화와 봉숭아가 담벼락에 기대어 걱정스러운듯 쳐다보고있다

미리 나눠준 탐구생활을 읽다가 빗방울이 멈추자  마을 앞 둥그나무에 가니

논에 벼는 보이지않고 흙탕물만 가득차 있다. 마을 앞 하수구에서  호박잎과 쑥을 뜯어서

흙탕물에 띄워 보내 누구것이 더 먼저 둥그나무까지 닿나 경주를 하고

 새로 가라 입은 옷도 어느새 다 젖어있다.

 집에 오니 테레비는 변웅전 아나운서가 하는 명랑운동회가 한창이고 비가 와서 그런지

 화면이 흔들려 부억 뒷편의 언덕에 안테나를 돌리기를 여러번 이제야 화면이 제대로

나온다고 한다 안테나 옆에는 사라졌던 두꺼비가 멀뚱히 ?려보고 있고 흠칫 놀라 뛰다가

진흙더미에 빠졌다 뒤안에도 흙탕물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랫집으로 흘러가고

장독대에 널어놓은 살구씨는 어디에 있는 지 그을린 부엌 천장에서도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돌지붕이 새는가보다

점심은 감자에 라면 국수를 할 모양이다 누나는 양은솥에 불을 지피고 비에젖은 장작이 연기만

고약히 피우고  라면을 먹을 것을 생각하니  늦게 오는 부모님이  기다려진다

쇠죽을 퍼주고 마당에 고인 빗물을 쓸고 있는 데 부모님이  왔고  다행히 빗줄기도

가늘어 진다  옥수수와 라면 국수를 먹고 겅겅이(반찬)은 열무 김치을 곁들여 먹고

마루에 앉아  산을 보니 하이얀 안개인지 구름이  여러가지 모양을 만들며

산위에 뻗어있다. 비는 그치고 아버지는 논에 가서 논둑을 고치고 어머니와 누나는

쓰러진 고추를 일으켜 세우고  깨를 심는다고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밭에 갈까하다가 오랜만에 불어난 냇물에 가서 수영이나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친구집에 가서  꼬시니 여러명이 모여  냇가에 내려간다

밭가엔 호박 참외 수박 옥수수가 보이고  원두막이 있는 냇가에 가보니

흙탕물이 거센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큰 소리를 내며 흘러가고

조금은 겁이 나지만 물에 뛰어들어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내려가고 스릴이있다

아랫쪽에서 잡아주는 애가 있어 안심이다  겨우 50센티도 안되는 깊이에서

 흙탕물을 먹으며 수영했을 ?와는 또다른 즐거움이 있다



조금 피곤하면 원두막에 올라가 쉬기도 하고  원두막 주인은 어데갔나 없고

목침에 누워 보기도 하고 남은 참외를 먹기도 하고 날은 완연히 개고 햇빛이

내리 쬔다. 길바닥은 패이고 논배미는 무너져 논두렁 콩은 앙상한 뿌리를 내놓고

있다  멀리서 원두막 주인이 타고 오는 자전거가 보이자 우리는 후다닥 냇물로

들어가고  검은 튜브(주부)에 몸을 실어 빠르게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두어시간을 물 속에서 놀다가 집으로 향한다

산사태가 났다고 하고 저수지가 넘친다고 하고 뉴스는 요란히 떠들어 대고

내일 학교가서 운동장과 실습장 정리를 한다고 일을 하루종일 한다고

생각하니 힘이 빠진다 리어카를 끌던지 호미들고 회양목에 흙을 채우던지

삼태미 들고 자갈을 주워 나르던지  방학을 며칠 앞두고 일을 해야하고

풀도 뽑아야 한다

방학 시작하면 3일간 퇴비 증산한다고 풀도 베어야 하고  아카시아 잎을 말려

한 비료푸대를 학교에 내야 한다 곤충 채집도 해야하고 식물 채집도 해야하고

독후감에 일기 영어 수학 숙제 방학은 1달인데 짧기만 하다

집에 가니 샘에서 흙탕물이 나온다고 어머니는 물지게를 지고

이웃집 샘가에 가서 물을 퍼 나른다 하고  아버지는 산에서 풀을 베어와

외양간을 치우고 새풀을 짚과 섞어서 넣어주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하루종일 밭하고 수영을 해서 피곤하여 잠시 윗방에 누워서 자다 ?어보니

시간은 여섯시가 되었고 날은 말끔히 개었다

마당은 원 상태로 돌아왔고 빨랫줄 바지랑대엔 잠자리가 날아다니고

시들었던 해바라기는 고개를 들고 있고  감나무 호두나무엔 보리매미와

쓰르람 매미가 울고 있다. 부뚜막에는 내일 신고갈 운동화를 말리고 있고

어머니는 풍로에  계란찜을 하고 있고 전기 풍로엔 부추전을 부치고 있다

무지개가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뒷산 자락에 뻗쳐있고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에 저녁놀은 지고 하루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집 앞 건조실 꼭대기에 새들이 앉아서 조잘대고 아버지는 여물을 쓸자고 한다

이렇게 여름날 비오날의 하루도 지나가고 있다  저녁엔 형사 콜롬보를 봐야 하는 데

졸려서 보게 될 지 비가 그만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내일은 서울에서 큰 누나가 새소년과 어깨 동무 책을 보내오려나 기다려진다. 초복이 이번주라는 데 닭장은 닭은 무사할까 걱정이다.

마을 이장님은 비가 와서 마을길이 패어서 내일 아침 일찍 길을 고친다고 한다

서울서 누나한테 전화가 왔다고 어머니는 급히

 이장님댁으로 뛰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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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7.14 14:32

    첫댓글 아우님의 글속엔 아름다운 추억들이 수를 놓으며 추억을 먹고 사는 우리들에겐 추억의 동산에 오른 기분입니다. 이쁜 추억들을 들추어 내고 만들고 다듬기까지 수고가 많으셨고 덕분에 우린 편히 앉아서 풍요로운 눈요기와 잠시 잊었던 옛 생각에 잠길 수 있음을 주신 아우님 감사해여... 추억도 전도 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라는것 정말 행복함입니다. 현인들이 느낄수도 생각 할 수도 없음인데 비록 가난한 생활속이었지만 우린 아름다운 추억을 지녔고 가질 수 있어서 지난날은 정말로 잊지 못할 추억드라마로 연출되어 고귀한 마음들을 영위하며 살아 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 09.07.14 15:12

    참~~~ 선배님 글은 차분 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지루하지 않고 어느새 후딱 읽게 되네요~~~ 옛추억이 아름 아름 떠오릅니다~~

  • 09.07.15 15:34

    옛 추억이 물씬 풍기는 어릴적 농촌에 우리들에 모습이 전부다 담겨 있네요 글 재미 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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