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3D프린터, 공장 없는 제조업의 미래 만든다
올해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서 3D프린팅 기술을 가리켜 `미국 제조업을 다시 일으킬 혁신기술`로 조명했다. 이제 3D프린터는 산업을 넘어 사회적 관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3D프린터 시장 규모도 가파른 성장세다. 1980년대 시작해 2010년까지 누적 4만5000대가 팔렸던 느린 성장세가 2011년 한해 1만5000대가 팔렸고, 지난해는 총 4만5000대가 판매됐다. 홀러스 보고서는 2040년에는 지금의 PC처럼 3D프린터가 보급될 가능성을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3D프린팅 기술을 공장이 필요 없는 미래 제조업을 앞당길 첨단산업의 `엔진`으로 여겼다. 세계적 컨설팅기관인 가트너는 "향후 3D프린팅이 기업 경쟁력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IT, 항공, 의료산업 등 첨단산업과 융합 시너지가 높고,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3D프린터는 제품 생산공정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에서 진행하는 시제품 제작 공정이 적어 보안성도 높다. 현재 제품을 생산하려면 디자인, 목업, 금형 과정을 복잡하게 거쳐야 한다.
3D프린팅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일찍이 국내에서도 시제품 제작을 빠르게 도와주는 쾌속조형(RP:Rapid Prototyping), 첨삭가공(AM: Additive Manufacturing) 기술로 불려왔다. 자르거나 깍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정교하고 복잡한 물체나 내부가 비어있는 구조 등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조립과정 없이 한 번에 완제품을 찍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이 제작한 자전거 에어바이크는 3D프린터에서 찍어내자마자 바로 탈 수 있다.
3D프린팅 기술 발전을 가장 기대하는 것은 자동차, 항공기 등 첨단산업과 의료계, 디자인 분야다. 이미 미국 보잉항공사는 300여개의 부품을 3D 프린터로 생산한다. 일부 부품의 교체가 필요할 경우 급하게 부품을 대량으로 주문하거나 재고관리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미 치과나 병원에서는 임플란트, 의수나 의족 제작에 활발하게 쓰고 있다. 향후에는 창의성이 필요한 소수의 맞춤형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사업들도 주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나만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쉬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3D프린터를 이용해 스마트폰 케이스나 간단한 액세서리, 장난감 등 디자인 소품 제작에 쓰는 개인사업자도 생겨났다.
3D프린팅 기술은 상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반을 가정이나 소규모 제작 공간으로 옮겨올 수 있다. 3D프린터 자체의 이동성이 뛰어나고, 제품 가격 자체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메이커봇의 `리플리케이터`를 시작으로 수십만원대 저가용 3D프린터가 줄지어 등장했다. 퓨즈드디포지션모델링(FDM) 특허보호기간이 지난해 끝나면서 오픈소스 기반의 3D프린터도 다양하게 조립, 판매되고 있다. 그동안 3D프린터는 대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 때문에 산업현장에서 주로 시제품 제작용으로 쓰였다.
3D프린팅 기술은 단순히 생산 공정이나 시간을 단축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전자상거래처럼 디자인, 제조, 판매·유통 과정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디자인업계는 3D프린터의 대중화로 완제품을 구매하느냐가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도면을 구매하느냐로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쓰리디시스템즈, 스트라타시스, 메이커봇 등 선두업체들은 이미 3D프린터 보급은 물론이고, 3D 콘텐츠를 일반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자신의 사진을 이용해 마치 포토숍처럼 입체정보를 만들고, 이를 3D프린터로 출력해 집으로 배달받을 수도 있다. 3D 제작 과정이 보편화되면 온라인 서비스플랫폼에서 자신만의 디자인을 사고 팔 수 있다.
3D프린터의 단점도 있다. 우선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최대 크기도 1m 수준으로 아직 한계가 있다. 또 플라스틱 위주의 비교적 낮은 경도의 재료만 쓰인다. 금속이나 세라믹 소재는 물론이고 인공장기 개발을 위한 신소재 등 개발이 과제다.
백소령 쓰리디시스템즈코리아 영업기획팀장은 "3D프린팅 분야는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제공하기 위한 하드웨어적 개선 외에도 신소재 개발,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콘텐츠 및 서비스 혁신 등 아직 연구과제가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3D 프린팅] 100년 만의 제조업 혁명, 3D 프린팅의 신세계
100년 만에 제조업 혁명이 예고되고 있다. 3D 프린팅이 진원지다. 3차원 설계도만 있으면 누구나 원하는 제품을 순식간에 얻을 수 있는 3D 프린팅은 제조업의 민주화를 상징한다. 값비싼 생산 라인을 갖추지 않아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는 제조업 쇠락으로 고민하는 선진국에는 엄청난 축복이다. 더 이상 저임금 국가에 밀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위해 3D 프린팅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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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미국 디트로이트 하이랜드파크에 있는 포드 공장에서 헨리 포드가 모델T를 생산하는 최초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로써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12시간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다시 1년 후에는 93분까지 단축됐다. 기계로 들어 올린 차체에 노동자들이 일사불란하게 부품을 조립하는 장면은 대량생산 시대의 개막이라는 제조업 혁명을 상징했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100년이 흐른 지금 제조업이 또 다른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번 주인공은 3D 프린팅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100년 전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모델T 차체를 기계로 들어 올렸을 때만큼이나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실 3D 프린팅은 별로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1980년대 말부터 쾌속 조형(RP) 또는 적층 가공(AM)이라는 이름으로 생산 현장에서 시제품 제작에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기술 발전과 성능 향상, 가격 하락이 중첩되면서 쓰임새가 몰라보게 늘어났다. 이제 3D 프린팅의 강점은 시제품을 저렴하고 신속하게 만들거나 디자인 수정이 쉽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격 하락으로 대중화 시대 열려
제조 공장의 거대한 생산 설비를 3D 프린터가 대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프린터의 트레이가 바로 생산 라인의 전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제조업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생산 설비를 갖추는 데 필요한 막대한 투자비용을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3D 프린팅은 인건비나 재고 부담에서도 자유롭다.
지난 3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 의회 연설에서 3D 프린팅을 통한 제조업 부활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3D 프린팅은 우리가 물건을 만드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차세대 제조업 혁명이 미국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3D 프린팅 제조 허브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의 연설에는 중국에 넘겨준 제조업 패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강한 자신감이 담겨 있다.
최근 3D 프린팅은 대중화 문턱을 넘어섰다. 수천만~수억 원에 달하던 3D 프린터 가격이 크게 떨어져 수백만 원대 가정용 제품까지 등장했다. 이와 함께 무료로 쓸 수 있는 3D 캐드 툴이 많아지면서 3차원 출력이 가능한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D 데이터 파일을 공유하거나 사고팔 수 있는 유통 채널도 등장했다.
하지만 3D 프린팅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스마트폰을 대리점에 나가 구매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골라 집에서 3D 프린터로 찍어내는 꿈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플라스틱 이외의 다양한 소재 개발이 필수다. 안경만 해도 플라스틱 안경테와 유리로 된 렌즈, 고무 재질의 코걸이가 함께 사용된다. 3D 프린터로 안경을 출력하려면 이러한 복합 재료의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
[3D 프린팅] 3D 프린터의 원리, 수만 개 레이어 쌓아 완성…비행기도 출력
인터넷 쇼핑몰에서 원하는 물건을 골라 결제, 집에서 받아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음식점에서도 인터넷으로 배달 주문을 받을 정도다. 그만큼 세상이 살기 편해졌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필요한 물건을 사야 할 때나 원하는 대로 설계해 물건을 만들고 싶을 때, 심지어 요리를 할 때 공장이나 부엌 대신 서재로 달려갈 것이다. 바로 3차원 프린터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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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프린터는 모니터에 나타난 글자와 그림을 종이에 그리는 기계였다. 3차원 프린터는 특정 소프트웨어로 그린 3차원 설계도를 보고 입체적인 물건을 인쇄한다.
원하는 디자인과 색깔을 정하고 인쇄 버튼을 누르면 ‘지이잉- 직!’ 기계음이 들리며 마치 종이에 그림을 인쇄하듯이 물건을 인쇄한다. 그릇·신발·장난감·의자·자전거·조각상·비행기…. (프린터의 크기만 크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만들 수 있다. 플라스틱이나 점토, 금속 등 재료도 내가 원하는 대로 인쇄할 수 있다.
이 놀라운 요술 램프를 만든 곳은 어디일까. 1980년대 초반 미국 3D시스템즈 전문가들은 3차원 설계도와 똑같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플라스틱 액체를 굳히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하지만 초기에는 3차원 프린터로 상품을 만들지 않았다.
3차원 프린터는 신상품을 내놓으려는 회사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다. 재료와 제조에 비용이 많이 드는 완성품을 내놓기 전에 시제품을 만들었던 것이다. 생김새와 크기는 물론 구조도 완성품과 똑같은 모델을 인쇄하면 완성품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미리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3차원 인쇄의 비밀은 적분
내가 새롭게 만들려는 제품을 접이식 자전거라고 가정해 보자. 자전거의 골격을 만들고 체인과 바퀴를 달고 안장을 씌우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만약 완성된 자전거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면 어떨까. 첫 작품을 만들 때 수고한 노력과 시간, 비용은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문제점을 보완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제작해야 한다.
하지만 값싼 플라스틱으로 완성품과 똑같은 크기와 구조를 가진 시제품을 인쇄하면 어떨까. 안장은 편안한지, 바퀴는 잘 굴러가는지, 휴대하기 편하게 잘 접히는지 미리 알아볼 수 있다. 건설업계나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는 처음부터 3차원 설계를 하기 때문에 시제품을 인쇄하는 것이 비교적 쉽다.
우리 집에 3차원 프린터가 생긴다는 의미는 원하는 물건을 매번 색다른 색깔로, 나만의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인쇄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말이다. 놀라운 점은 손으로 만들기 거의 불가능한 복잡한 구조도 3차원 프린터로는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뉴저지 주립대의 스테판 댄포스 박사는 “손으로 만들기 어렵거나 어딘가를 끊었다가 꼬아서 붙여야 하는 복잡한 모양도 한 번에 인쇄할 수 있다”면서 “3차원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은 사실상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그 비결은 바로 3차원 프린터가 물건을 인쇄하는 원리에 있다.
3차원 프린터는 입체적으로 그려진 물건을 마치 미분하듯이 가로로 1만 개 이상 잘게 잘라 분석한다. 그리고 적분하듯이 아주 얇은 막(레이어)을 한 층씩 쌓아 물건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완성한다(쾌속 조형 방식).
잉크젯 프린터가 빨강·파랑·노랑 세 가지 잉크를 조합해 다양한 색상을 만드는 것처럼 3차원 프린터는 설계에 따라 레이어를 넓거나 좁게 위치를 조절해 쌓아 올린다. 지금까지 개발된 3차원 프린터는 시간당 높이 2.8cm를 쌓아 올린다.
레이어의 두께는 약 0.01~0.08mm로 종이 한 장보다 얇다. 쾌속 조형 방식으로 인쇄한 물건은 우리 눈에 곡선처럼 보이는 부분도 현미경으로 보면 계단처럼 들쭉날쭉하다. 그래서 레이어가 얇으면 얇을수록 물건이 더 정교해진다.
3차원 프린터에 들어가는 재료는 주로 가루(파우더)와 액체, 실의 형태다. 가루와 액체, 그리고 녹인 실은 아주 미세한 한 겹(레이어)으로 굳힌다. 이 겹들을 무수히 쌓아 올려 물건을 만드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빛깔의 컵을 만들려면 먼저 보라색 레이어를 여러 겹 쌓아 둥근 바닥을 완성하고 남색부터 빨간색까지 벽을 쌓아 올린다.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나일론이나 석회를 미세하게 빻은 가루를 용기에 가득 채운 뒤 그 위에 프린터 헤드가 지나가면서 접착제를 뿌린다. 가루가 엉겨 붙어 굳으면 레이어 한 층이 된다.
레이어는 가루 속에 묻히면서 표면이 가루로 얇게 덮인다. 다시 프린터 헤드는 그 위로 접착제를 뿌려 두 번째 레이어를 만든다. 설계도에 따라 이 동작을 무수히 반복하면 레이어 수만 층이 쌓여 물건이 완성된다. 인쇄가 끝나면 프린터는 가루에 묻혀 있는 완성품을 꺼내 경화제에 담갔다가 5~10분 정도 말린다.
액체 재료로 인쇄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3차원 프린터에 들어가는 액체 재료는 빛을 받으면 고체로 굳어지는 플라스틱이다(광경화성 플라스틱). 액체 재료가 담긴 용기 위에 프린터 헤드는 설계도에 따라 빛(자외선)으로 원하는 모양을 그린다. 빛을 받으면 액체 표면이 굳어 레이어가 된다.
첫 번째 레이어는 액체 속에 살짝 잠기고 그 위로 다시 프린터 헤드가 지나가면서 두 번째 레이어를 만든다. 액체에 잠기는 과정에서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레이어마다 지지대를 달아준다. 마지막에는 완성품을 액체에서 꺼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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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는 가루·액체·실 형태
실을 이용한 방식은 1988년 스트라타시스에서 처음 개발했다. 3차원 프린터에 들어가는 실은 플라스틱을 길게 뽑아 낸 것이다. 실타래처럼 둘둘 말아 놓았다가 한 줄을 뽑아 프린터 헤드에 달린 노즐로 내보낸다. 이때 순간적으로 강한 열(섭씨 영상 700~ 800도)을 가해 플라스틱 실을 녹인다. 프린터 헤드가 실을 녹이면서 그림을 그리면 상온에서 굳어 레이어가 된다.
한 겹씩 쌓아 올리는 대신 커다란 덩어리를 둥근 날로 깎아 물건을 인쇄하는 프린터도 있다(컴퓨터 수치제어 조각 방식). 쾌속 조형 방식에 비해 곡선 부분이 매끄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컵처럼 안쪽으로 들어간 모양(언더컷)은 날이 안쪽까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만들기 어렵다. 한 덩어리에서 물건 하나가 나와 단색이라는 한계도 있다. 그래서 모양이 복잡하고 알록달록한 물건은 쾌속 조형 방식으로만 인쇄할 수 있다.
그렇다면 3차원 프린터로 인쇄한 물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유튜브에서 3차원 프린터를 찾아보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닮은 피규어를 형형색색으로 인쇄하는 진기한 동영상도 볼 수 있다. 더 복잡하고 신기한 물건은 없을까.
유럽항공방위산업체(EADS)에서는 3차원 프린터로 자전거 ‘에어바이크’를 인쇄했다. 에어바이크가 특별한 이유는 바퀴·페달·안장·몸체를 따로 만들어 조립한 것이 아니라 자전거 한 대를 완성품으로 인쇄했기 때문이다. 인쇄한 직후 페달을 밟으면 바퀴가 굴러가며 조립한 것이 아니므로 정기적으로 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에어바이크는 나일론 가루를 붙인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 인쇄했다. 강철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기존 자전거보다 약 40%나 가볍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3차원 설계를 수정하면 내 체형과 기호에 맞게 안장 높이와 바퀴 크기, 색깔과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맞춤형 자전거다.
영국 사우스햄튼대에서는 비행기를 만들 때 알루미늄 조각을 퀼트처럼 이어 붙여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3차원 프린터로 없애버렸다. 공기 마찰을 줄이고 양력을 받기에 적합한 타원형 날개는 한 번에 만들 수가 없어 여러 조각을 하나하나 이어야 한다. 연구팀은 3차원 프린터로 나일론 가루를 쌓아 비행기 ‘술사(SULSA)’를 인쇄했다. 술사는 배터리와 엔진을 달고 최고 시속 160km로 날았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탈 수 있는 여객기를 인쇄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3D 프린팅] 설비·재고 불필요…제조업도 벤처 열풍
지난 2월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013년 연두교서 발표 이후 주목 받고 있는 도시가 있다. 오하이오 주 영스타운은 한때 제조업이 흥했으나 공장들이 이전하면서 쇠퇴한 도시였다. 하지만 이곳에 3D 프린팅 관련 정부 주도 산학협력 기관인 NAMII의 본부가 설립되면서 도시는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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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부는 2012년부터 3D 프린팅을 제조업 혁신의 핵심 기술로 간주하고 관련 법령 및 투자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연두교서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조업 부활의 핵심으로 3D 프린팅이 언급되면서 해외로 나갔던 기업을 미국으로 다시 귀환시키고 새로운 하이테크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3D 프린팅이 이처럼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생산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의 속성 자체를 변화시켜 산업구조를 바꾸는 혁신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 제조업에서는 새로운 물건을 제조하려면 높은 금형 제작비에 투자해야 하고 제작 기간도 수개월이 소요된다.
따라서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즉각적으로 실현하기 어렵고 소량생산해 경제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3D 프린팅은 다양한 형태의 시제품 제작과 맞춤형 소량생산을 가능하게 해 대량생산의 시대를 대량 맞춤화의 시대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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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맞춤화 시대 열려
3D 프린팅은 개발, 생산 단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 프로세스 전 단계에 변화를 가져온다. 기존처럼 다수의 부품을 수급해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형태의 제품을 한 번에 찍어내기 때문에, 공급망 관리와 재고관리를 단순화해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판매 단계에서도 비용 타산이 맞지 않았던 소량 주문 고객에 대한 판매가 가능해지며 투자 실패 리스크 및 재고 자산의 회수 불확실성도 줄어들어 제조 기업의 재무관리 프로세스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변화는 대규모 기업과 저임금 국가에 집중돼 있던 기존 제조업의 판도를 변화시켜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혁신의 한계에 도달한 기존 제조 산업에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에서 규모의 경제 법칙이 약해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제조업 벤처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과거에는 자금 조달, 생산기술, 유통, 법률문제의 복잡함 때문에 제품 발명가의 아이디어가 실현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공장을 짓거나 외주제작을 할 필요 없이 3D 프린터를 구매하거나 임대, 주문 제작하는 방식으로 경제적으로 제조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사업 위주의 벤처를 넘어 제조업도 벤처 창업이 용이한 분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3D 프린팅으로 시제품 제작비용을 40~50배 줄인 제조업 벤처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벤처·창업가의 스타트업 비용이 감소해 제조업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노동집약적이던 제조업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같은 창의 산업으로 변모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이제 대규모의 제조 설비 대신 3D 프린터 몇 대만 있으면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한곳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대량 맞춤화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제조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처럼 제품 종류별로 특화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물류 단계를 거쳐 전 세계 주요 시장으로 배달되는 형태가 아니라 소비 시장에 근접한 제조 설비가 지어져 국가·주·도시 단위의 소비 시장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뉴욕·도쿄 등 주요 도심과 근교에는 이미 이러한 제조 설비가 등장하고 있다. 현재는 취미 활동 등의 용도로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소비 시장에 가까운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기존 제조업체도 이에 참여하면서 폭넓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컴퓨터로 디지털 3D 도면을 수정하면 바로 개선된 제품 생산이 가능하고 3D 도면을 인터넷으로 전송하면 세계 어디에서나 3D 프린터로 즉시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음악·도서·신문과 같은 미디어 산업이 디지털화로 변혁을 맞이한 것처럼 3D 프린팅은 제조업을 디지털화해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 생산·유통·소비가 가능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3D 프린팅과 인터넷을 연계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의 3D 프린팅 통합 플랫폼 사업자 셰이프웨이는 3D 프린팅 서비스의 선두 주자로, 가장 큰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셰이프웨이는 제품 디자인·판매·제조·배송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통합 서비스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한다.
제품 아이디어만 가진 개인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별도의 투자비용 없이 실제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이 업체는 뉴욕 등 도시 근교의 공장에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 제조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빠른 속도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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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형 공장도 가능
3D 프린팅은 기존 제조업에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고 소프트웨어 인터넷 서비스 사업 등의 ICT 산업은 제조업과 결합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파생 서비스 및 의료·교육 등에서 새로운 시장이 발굴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손쉽게 사업화할 수 있는 창업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3D 프린팅 산업은 기존의 저임금 제조업 일자리와 달리 고급 인력의 수요가 증가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저임금 국가에 집중된 제조업 패권이 선진국으로 회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유럽·일본·중국 등은 3D 프린팅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18세기 말 등장한 방직기계는 섬유산업을 기계화하면서 제1차 제조업 혁명을 가져왔고 20세기 초 포드사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은 대량생산의 시대를 열면서 제2차 제조업 혁명을 유발했다. 3D 프린팅은 제조업의 ICT화를 통해 대량 맞춤화의 시대를 여는 제3차 제조업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
‘롱테일 법칙’의 저자이자 IT 전문지 ‘와이어드’의 편집장을 역임한 크리스 앤더슨은 그의 책 ‘제조사-새로운 산업 혁명’을 통해 3D 프린팅이 가져오는 제3차 제조업 혁명의 시대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웹상에서 상상하는 모든 물건들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공동 제작하는 개방형 혁신이 진행되고 투자 방식도 투표에 의한 소셜 펀딩이 확산될 것이다. 다가올 미래는 가상의 ‘클라우드형 공장’에서 제작부터 판매까지 이뤄지는 제3차 제조업 혁명의 시대가 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얼마 전 세계 최대 3D 프린터 업체 스트라타시스가 한국 시장 공략 강화를 선언하면서 3D 프린팅 관련주 주가가 급등하는 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높은 제조업 경쟁력과 ICT 인프라, 우수한 인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3D 프린팅 산업의 빠른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3D 프린팅] “3D 프린팅 미래, 소재 개발이 좌우”
인터뷰 ‘3D 프린터 세계 1위’ 스트라타시스 조너선 자글럼 아태지역 총괄사장
지난해 3D 프린터 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연초 세계 3위 3D시스템즈가 경쟁사인 Z코퍼레이션을 사들여 덩치를 치웠다. 곧이어 업계 선두끼리 손을 잡는 빅뉴스가 터져 나왔다.
1위 스트라타시스와 2위 오브젯이 대등 합병을 통해 시가총액 3조 원 규모의 거대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스트라타시스’라는 이름을 이어받은 새 회사는 세계 산업용 3D 프린터 시장 52%를 차지한다. 조너선 자글럼 스트라타시스 아태지역 총괄사장은 “3D 프린팅 시장이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3D 프린팅 기술이 시제품 제작에만 쓰였지만 이제는 최종 부품 생산에까지 폭넓게 활용된다”며 “이는 제조업의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출신인 자글럼 사장은 엘카난 자글럼 오브젯 전 회장의 아들이다. 지난 2월 21일 한국을 찾은 자글럼 사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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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은 언제 처음 등장했습니까.
역사가 198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입체 석판술(Stereolithography)이 초기 기술인데 주로 의료용 장비 제작에 사용됐지요. 1988년 스트라타시스가 설립됐고 오브젯은 1998년 출범했죠. 그 후 기술이 많이 발전했어요.
3D 프린팅이 급성장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크게 두 가지 동인을 꼽을 수 있어요. 첫째가 캐드(CAD)의 발달이죠. 3D 프린팅은 말 그래도 3차원으로 표현될 수 있는 캐드 데이터를 출력하는 겁니다. 캐드 자체가 2D에서 3D로 빠르게 발전했어요. 두 번째는 3D 프린터의 가격 하락과 성능 향상이에요. 가격이 저렴해져 누구나 쓸 수 있게 되고 사람들의 기대를 일정 수준 충족시킬 만큼 성능도 좋아진 거죠.
3D 프린팅이 제조업 부활과 어떤 연관이 있습니까.
3D 프린팅은 지금 변화 중이에요. 시간이 다소 걸릴 수는 있지만 변화의 방향만은 분명하지요. 과거에는 3D 프린팅이 주로 시제품 제작에만 쓰였어요. 지금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생산과 제조에까지 활용되기 시작했죠. 이미 최종 부품까지 프린트해 냅니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거대한 공장 설비, 컨베이어 벨트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거예요. 3D 프린터에 달린 트레이가 그 자체로 그대로 제조 설비이자 공장인 거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3D 프린팅에 주목하고 있는 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 연두교서 연설에서 3D 프린팅을 통해 제조업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국가적인 비전을 선포했지요. 3D 프린팅은 인건비나 재고, 제조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어요. 재고가 필요 없다는 것은 정말 큰 변화죠.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금형을 다 만들어 놓았는데 뒤늦게 버튼 하나가 빠진 걸 알았다면 어떻게 합니까. 생산 라인을 멈추고 버튼을 위한 금형을 다시 만들어야 해요. 3D 프린터가 있으면 그럴 필요가 없어요. 그 자리에서 버튼만 프린트해 갖다 붙이면 그만이죠.
미국 국방부는 군부대에 3D 프린터를 갖추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군 수송기가 갑자기 고장 난다든가 하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별도로 부품 재고를 잔뜩 쌓아두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는 거죠. 3D 프린터와 데이터만 있으면 언제든지 프린트할 수 있거든요. 엄청난 혁신이자 혁명이죠.
일반 소비자를 위한 가정용 3D 프린터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3D 프린팅의 성장에는 이견이 없어요. 그만큼 강력한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요즘 3D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주제는 ‘3D 프린터가 개별 가정에까지 보급될 것인가’, 아니면 ‘디지털 사진을 인화하기 위해 사진관에 가는 것처럼 동네마다 3D 프린팅 로컬 허브 같은 게 생길 것인가’하는 문제죠.
저는 3D 프린터가 가정에까지 보급되는 것은 너무 원대한 목표라는 생각입니다. 거기까지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제가 확신하는 미래는 이런 겁니다. 집에서 아이들이 실수로 안경코를 밟아 부러지면 오클리닷컴에 접속해 STL(3D 프린팅에 사용되는 데이터 형식) 파일을 3달러 내고 다운로드 받은 다음 로컬 허브에 가서 프린트해 붙이는 거예요.
언제쯤 현실화될 것으로 보십니까.
그런 시나리오가 가능하려면 2가지 필수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우선 프린터 가격이 소비자가 구매 가능한 수준으로 더 떨어져야죠. 출력 가능한 데이터도 폭발적으로 늘어나야 하고요. 제가 오브젯에 처음 입사한 2005년 무렵에는 컴퓨터공학 학위가 있어야만 엠캐드나 오토데스크, 카티야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15세 청소년도 인터넷에 접속하면 엠캐드가 통합된 무료 툴로 손쉽게 자기 파일을 올리고 변형한 다음 다시 다운로드 받아 출력할 수 있어요. 도스와 윈도를 생각하면 금방 이해되죠. 도스 시대에는 머리가 좋아야만 도스 명령어를 익히고 프로그램도 짤 수 있었어요. 그러다 윈도가 출시되면서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죠.
프린터 업체들도 붐을 맞았어요. 도스 시대에는 집에 프린터를 갖고 있는 사람이 적었어요. 사용도 어렵고 출력할 것도 별로 없었거든요. 윈도의 등장으로 프린터를 쓰는 사람이 늘고 출력 가능한 데이터도 엄청나게 많아졌어요. 같은 원리가 3D 프린터 시장에도 적용됩니다. 요즘은 구글의 스케치업 등 무료 3D 캐드 툴의 등장으로 출력할 수 있는 3D 콘텐츠가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요. 2005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신기술들이 그걸 가능하게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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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등 재료 다양화도 과제일 것 같은 데요.
3D 프린터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중간 가교에 불과해요.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프린터가 아니라 제품 자체죠. 컴퓨터에서 만든 문서를 프린터로 출력할 때 어떤 컴퓨터와 프린터를 사용했는지보다 얼마나 만족할만한 출력물을 받는가 하는 게 더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소재와 재료 개발이 핵심이죠.
재료 개발에 어떤 투자를 하고 있습니까.
스트라타시스는 연구·개발(R&D)에 엄청난 투자를 합니다. 임직원 4명 중 1명이 R&D 인력이죠. 방대한 R&D 조직 중에서 가장 큰 부서가 바로 신소재를 연구하는 화학부서예요. 그만큼 핵심적인 과제이기 때문이죠. 소재가 다양해져야만 그로부터 도출되는 솔루션도 다양해집니다. 스트라타시스와 오브젯이 합병을 선택한 까닭도 거기에 있어요.
서로가 가진 기술이 상호 보완적이라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의 폭이 넓어졌어요. 스트라타시스의 열가소성 플라스틱 재료와 오브젯의 광경화성 포토폴리머를 함께 제공하는 거죠. 스트라타시스의 난연성 소재는 항공우주산업에서 매우 높은 가치를 발휘하죠. 오브젯은 투명한 소재와 합성수지(ABS), 고온에 강한 소재 등 다양한 소재들을 개발했고요. 앞으로 3D 프린팅의 미래는 소재 개발이 좌우할 겁니다.
합병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세계적으로 3D 프린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얼마 전 오바마 대통령이 3D 프린팅의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했죠. 이 업계에서 일한 지난 8년 동안 오바마 대통령 같은 국가 수반급 인사가 3D 프린팅을 언급하는 것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정말 놀라운 성장과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3D 프린팅의 시대가 열리고 있어요.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두 회사가 힘을 합친 겁니다.
[3D 프린팅] 기업 활용 현황, 생산 기간·비용 절감…적용 분야 급증
국내에서도 3D 프린팅을 도입하는 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 3D 프린터 시장 1위 업체인 스트라타시스 관계자는 자사 제품 수백 대가 이미 한국의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시제품 제작에 주로 사용하는 곳이 대다수지만 부품 생산 등 응용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이 3D 프린팅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다. 우선 제품 출시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품 개발의 최종 단계는 금형을 통해 시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외주 제작에 의존하면 보통 수주의 기간이 소요된다. 3D 프린터를 사내에 설치하면 이 과정을 몇 시간, 길어도 하루 정도에 끝낼 수 있다. 제품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가전 시장은 신제품 출시 속도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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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조 기업 25% 도입 예측
3D 프린팅을 도입하면 오류에 따른 기업의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제품 테스트와 수정이 훨씬 빨라지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제품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시제품 제작이 끝나야만 제품 디자인과 성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이때 디자인 오류가 발견되면 처음부터 다시 수정해 재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3D 프린팅은 디자이너들이 자유롭게 모델을 출력해 테스트하고 수정할 수 있게 해준다. 디자이너들의 창조적인 작업이 가능한 환경이다.
이 밖에 3D 프린팅은 시제품 외주제작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업 기밀의 유출 가능성을 없앤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또한 세계 여러 지역에 산재해 있는 개발팀들의 글로벌 협업에도 큰 도움을 준다. 데이터 파일을 전송해 3D 프린터로 출력하면 그 어느 곳에서나 작업 결과를 금방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는 디자인 확인, 기능성 테스트 등에 3D 프린터를 활용한다. 자동차는 각 부품 파트들이 얼마나 정밀하게 잘 맞느냐가 품질을 좌우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디테일한 검사가 필수다.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들어가는 계기판은 금형을 통해 시제품을 제작하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모비스는 3D 프린팅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3D 프린터는 3D 캐드로 디자인한 결과물을 실제로 볼 수 있게 해 준다”며 “디자인 오류 발견과 수정이 쉬워져 부품 결합의 정밀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계기판뿐만 아니라 운전석 모듈과 에어덕트, 기어·프레인 보디, 프런트 엔드 모듈, 안정 장치 바 어셈블리 제작에도 3D 프린터를 사용한다.
한국은 3D 프린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다. 스트라타시스 관계자는 “3D 프린팅은 건축·의료·치과·전기전자·소비자 가전 분야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며 “모두 한국을 이끌고 있는 핵심 산업군”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는 2016년까지 세계 제조 기업 중 최소 25% 이상이 부품 생산 과정에 3D 프린팅을 도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의료와 치과는 다양한 산업군 중에서도 3D 프린팅의 성장 속도가 두드러지는 분야다. 컴퓨터단층촬영(CT)·핵자기공명장치(MRI) 등 3D 프린팅이 가능한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 있다는 게 한 이유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의대 성형외과는 2002년 100시간 가까이 걸리는 샴쌍둥이 분리 수술을 22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바로 3D 프린터를 활용한 덕분이었다. 수술팀은 샴쌍둥이가 붙어 있는 부분을 MRI로 찍은 뒤 3D 프린터로 출력했다. 결과물에는 두 아기의 내장과 뼈가 마치 진짜처럼 세밀하게 나타나 있었다. 의료팀은 이를 토대로 내장과 뼈가 다치지 않도록 수술하는 연습을 반복했다. 이 덕분에 수술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이제는 병원도 경쟁적으로 3D 프린터를 들여놓는다. 3D 프린터 출력물을 보면 영상으로 볼 때보다 뼈와 장기가 어떤 모양으로 얼마나 손상됐는지 더 쉽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치아나 인공관절 같은 보형물을 심을 때도 3D 프린터가 위력을 발휘한다. 환자의 뼈 공간에 딱 맞는 보형물을 넣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보형물이 너무 크면 다시 깎아야 하고 너무 작으면 보조물을 덧대 보완해야 한다. 이때 3D 프린터를 쓰면 환자의 몸에 100% 딱 맞는 보형물을 만들 수 있다. 3차원으로 뼈 모형을 인쇄하고 뼈 사이에 있는 공간을 거푸집으로 삼으면 된다.
3D 프린팅은 이제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 3D 프린팅 기술의 발달과 장비 가격 하락으로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쓸 수 있는 보급형 제품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메이커봇은 1700달러짜리 3D 프린터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기존 3D 프린터가 수만~수십만 달러에 팔리나간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변화다. 산업용 제품만 만들던 3D시스템즈도 지난해 가정용 3D 프린터 ‘큐브’를 선보였다. 이들 보급형 제품을 구입하면 자기 디자인이나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장난감·장식품·액세서리 등을 직접 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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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 고비용 걸림돌 해소
3D 프린팅의 미래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항공우주 분야다. 미국우주항공(NASA)은 ‘메이드 인 스페이스’라는 벤처기업과 함께 국제 우주정거장에 장착할 3D 프린터를 개발하고 있다.
금속과 폴리머 등을 잉크 삼아 우주정거장·우주선·인공위성에 필요한 부품과 공구를 즉시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다. NASA는 진공과 무중력 상태에서 장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소형 위성이나 우주선도 3D 프린터로 찍어내 우주에서 바로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3D 프린터의 매력은 우주개발의 최대 걸림돌인 천문학적인 물류비용과 발사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한때 정체 상태에 빠졌던 미국과 유럽 우주 기구들이 3D 프린터에 열광하는 이유다. 유럽우주기구(ESA)는 지난 1월 우주 탐사의 베이스캠프가 될 유인 달 기지 건설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압축공기를 불어넣은 돔형으로 만든 튜브형 구조 위로 외벽을 쌓아올린 형태다.
외벽을 이루는 것은 단면이 수세미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거대한 블록들이다. 가볍지만 튼튼한 이 블록은 감마선처럼 위험한 우주선과 물체, 극단적인 추위와 다우로부터 우주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관건은 어디서 어떻게 자재와 장비를 구하느냐다. 만약 지구에서 모두 가져가 지으려면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ESA가 내놓은 해법은 3D 프린팅이다. 3D 프린터를 장착한 로봇이 달 표면의 암석들을 흡입, 분쇄한 뒤 이를 블록 형태로 찍어내는 것이다. ESA는 길이 6m짜리 3D 프린터로 지상 실험을 시작했다.
[3D 프린팅] ‘한국판 테크숍’ 시제품제작터, 전문적 장비·인력 ‘ 대기’…지원 ‘ 빵빵’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없을까?’
우리 주변에는 좋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비용과 시간, 공간의 제약으로 시제품 제작부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문 설비와 엔지니어를 갖춘 ‘시제품 제작소’가 민간 업체에서 공공 기관까지 속속 생겨나 이들의 고민 해결에 나섰다. 초기 창업가들이 접하기 힘든 장비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셈이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5월 경기 수원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에 ‘시제품제작터’를 열었다. 이곳은 미국의 ‘테크숍(Tech Shop)’을 벤치마킹한 모델이다. 테크숍은 미국 전역에서 운영 중인 시제품 제작소로, 이곳을 방문하는 창업가들은 범용 장비는 물론 3D 프린터 등 전문 장비를 활용해 시제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하지만 경기청의 시제품제작터는 미국 테크숍의 ‘직접’ 만드는 것과 달리 전문가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모든 제작 과정을 맡기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CNC(벌크 형태의 플라스틱을 0.03mm 수준으로 정밀하게 깎는 장비), 쾌속 조형기, 3D 스캐너 등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전문적인 장비와 이를 다루는 각 분야의 전문가 5명의 재능이 더해져 ‘디자인→설계→모형 제작→성능 평가→품평회→컨설팅’까지 시제품 제작의 전 단계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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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60%의 저렴한 제작비
최근 이곳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제조업 기반 창업 열풍을 꼽을 수 있다. 창업은 하나의 트렌드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그렇다면 창업이라는 문을 열 수 있는 첫 번째 열쇠는 무엇일까.
그 열쇠는 바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시제품 제작’이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창업은 시제품을 신속하게 제작하고 테스트하는 것이 성공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기청의 시제품제작터는 시중 시제품 제작 업체가 제품 한 개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2000만~3000만 원)보다 50~60% 정도 저렴해 예비 창업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지난해 5~12월 사용 현황은 159개 업체, 239건으로 매달 상승 곡선을 이어오고 있다.
3D 입체 영상 장비를 대형 극장 등에 납품하는 3D글로벌의 이천석(45) 대표는 이곳에서 3D 입체 안경 시제품을 만들었다. 일회용인 3D 입체 안경을 렌즈 교체형으로 개발해 환경보호와 원가절감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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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대표는 제품을 만들기에 앞서 아이디어를 막상 제품으로 만들려니 비싼 시제품 제작비용에 망설였다. 그러던 차에 시제품제작터를 알게 돼 민간 업체에 비해 50% 정도 저렴한 비용으로 시제품 개발에 성공하게 됐다. 더욱이 디자인부터 설계, 시제품 제작과 착용감 테스트까지 한곳에서 모든 서비스를 지원받아 현재 월 10만 대 이상의 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다.
김성용 경기지방중소기업청 창업서비스팀장은 “시제품제작터는 제품을 기획·설계·분석·제작을 한곳에서 할 수 있어 양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고 효율적인 협업 시스템을 통해 제품의 생산 주기를 단축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비용 절감도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테크숍 플랫폼, 소품종 개별 생산에 적절
경기청은 지난 8월 미국 테크숍을 그대로 반영한 ‘셀프제작소’도 열었다. 이곳은 전문 엔지니어가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것과 달리 아이디어 제공자 스스로 기계와 장비를 이용해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수 있는 곳이다. 작업실과 공구 이용료는 없으며 예비 창업자에게는 작업 공간을 최대 1년간 제공한다.
마련된 장비는 레이저 커팅기, 탁상용 드릴, 탁상 선반 등의 가공용 장비와 아크 용접기, 플라스마 절단기 등 범용 장비 중심으로 초보자가 교육 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설비 및 공구를 갖추고 있다. 실제 장비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분야별 교육을 열기도 한다. 또한 이곳은 산업 분야의 제조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목공, 유리가공 등 개인부터 예비 창업자와 창업자까지 사용할 수 있다. 오픈 후 약 1000여 명이 셀프제작소를 이용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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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렬(30) 씨는 셀프제작소를 통해 창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시제품 개발 전 이 씨는 창업 아이템만 있을 뿐 제작비나 디자인 설계 등 기술적인 역량이 마땅치 않아 쉽게 창업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던 중 셀프제작소에서 지원하는 교육을 받고 무료 장비를 활용해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 캡슐형 원두커피 거치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 제품을 들고 지난해 ‘세일인영국’ 회사의 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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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열 집광기를 개발 중인 김현수(50) e나래 대표는 양산 가능성 및 사업화 검토까지 받았으나 정작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장비와 작업 공간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경기청 셀프제작소가 오픈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이곳을 활용해 수백만 원의 비용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 작업 공간 마련, 시제품 제작, 장비 사용 등의 어려움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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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창업자에게는 돈을 아끼는 게 제일이다. 재료비 쓰는 것 외에 비용이 들지 않고 장소나 도구를 마음껏 쓸 수 있어 가장 좋다”며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계속해 제품 테스트를 거쳐 완벽한 시제품을 내놓아 리스크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종섭 경기지방중소기업청 창업서비스팀 주무관은 “DIY(Do It Yourself)형 프로슈머가 늘어나면서 제품 디자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테크숍과 같은 하드웨어 플랫폼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테크숍 플랫폼은 대량생산 시대에서 넘어간 소품종 개별 생산 시대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에는 시제품만이 아니라 양산도 가능하다”며 “이미 영국·대만·이스라엘 등 해외에서는 3D 프린팅 등의 기술이 상당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이 프린터가 팔리고 있는 만큼 3D 입체 프린팅 제작을 통한 제품 생산은 향후 국내에서도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기획-3D프린터]1980년대말 쾌속조형·적층가공기술로 현장서 사용하면서 발전
100년만의'산업혁명'으로 주목받고 있는 3D 프린팅은 사실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 1980년대 말부터 쾌속조형기술 또는 적층가공기술 등의 명칭으로 생산현장에서 사용돼 왔다. 하지만 그간 제품 생산에 앞서 시제품을 만드는데 사용하던 산업용 제품의 가격이 수억원대에 달했다면 최근에는 2000만~3000만원대부터 100만원대까지 다양한 보급형 제품이 시중에 출시되고 있다. 특히 3D 프린터 시장이 급성장하며 앞으로 각 국가간 치열한 3D 프린팅 기술 개발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제조업에서 3D프린팅 기술이 각광받은 데는 제품 출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에서는 제품 개발 최종단계에서 금형 등으로 시제품을 제작한다. 통상 시제품 제작하는 데만 몇 주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3D프린팅을 사내에 도입하게 되면 최소 몇 시간에서 최대 하루면 모델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기까지는 성능이나 디자인을 확인해보고 오류가 있으면 수정하는 단계를 수없이 거치게 된다. 이때 손쉽게 시제품을 실제모형대로 출력해 테스트하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오류발생도 줄어든다. 컴퓨터상으로 3D 파일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어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한국에 있는 본사 디자인팀이 중국공장에 디자인파일만 전송하면 공장에서 바로 제품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이밖에 외주 제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제품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도 줄여줄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장점으로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에서는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했다. 사용처도 자동차, 항공·우주, 휴대폰·IT기기, 백색가전, 신발, 완구, 의료기기 등 수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영화 '아바타'나 '리얼스틸'에서도 3D 프린터로 만든 캐릭터가 사용되기도 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3D 프린터 기술에 대한 극찬을 이어가고 있다. 올 초 첫 국정연설에서는 "거의 모든 제품의 제작방식을 혁신할 잠재력이 있다"며 3D 프린터를 통해 미국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 칭화대학교 연구진이 세운 베이징타이얼에서 2011년에만 3000만대가 넘는 3D 프린터를 판매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 4%에 해당되는 수치다. 일본은 중소기업이나 공업교등학교 등 소규모·개인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시부야 거리에는 3D스캐너와 프린터를 대여해주고 원하는 모형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공방'도 등장했다. 캐릭터 및 액세서리 등을 중심으로 대중화가 벌써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3D 프린터가 차세대 신기술로 각광받으면서 최근 3D프린터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세계 최초로 3D 프린터 기술을 개발한 미국의 3D시스템즈가 지난해 3~4위 업체 Z코퍼레이션을 인수한 데 이어, 세계 1위 업체인 미국 스트라타시스와 2위 업체인 이스라엘 오브젯이 합병을 선언하는 등 시가총액 3조원대 거대기업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 스트라타시스의 경우 현재 전 세계 산업용 3D 프린터 시장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각축전 속에서 국내업체로는 중소기업인 캐리마가 산업용 3D 프린터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고, 벤처회사 로킷이 개인용 3D프린터 보급을 표방한 상태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3D 프린터 시장규모는 지난해 16억8000만 달러선. 시장조사기관 홀러스 어쏘시에이츠는 2019년까지 3D 프린팅 시장 규모가 65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16년까지 지난해 3D프린터 시장의 2배인 3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전 세계 제조업체 중 최소 25% 이상의 기업에서 부품 생산 과정에 3D 프린팅을 도입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
'100년만의 산업혁명 3D프린터' 이끌 국내 2인방
[기획-3D프린터]'광학기술 30년 외길' 캐리마 vs '3D 프린터의 대중화' 로킷
# 우주탐사의 베이스캠프가 될 달기지. 우주에서는 이것을 지을 자재와 장비를 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지구에서 제작한 모형을 로켓으로 쏘아 올려 보낸 뒤 우주에서 조립한다 해도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든다. 하지만 3D 프린터를 장착한 로봇을 우주로 보내면, 달의 암석이나 모래 등을 재료삼아 이를 블록 형태로 만들 수 있다. 크기나 모양이 다른 블록이 필요하다면? 지구에서 원하는 대로 파일만 전송하면 된다. # 3D 프린터를 사용하다 실수로 본체의 플라스틱 부품을 부러뜨렸다. AS를 받으려면 프린터를 공장에 보내거나 수리직원을 불러야 하는데 번거롭다. 이럴 때는 회사 홈페이지에서 부품 도면을 다운로드 받은 뒤, 3D프린터에 입력해 필요한 부품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 3D프린터가 또 다른 3D프린터를 만드는 셈이다. 우주산업에서부터 제조업, 디자인, 건축 분야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간단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3D프린팅 기술이다. 3D 프린팅 기술이란 CAD(컴퓨터이용설계) 프로그램 등으로 만든 디자인파일대로 실물모형을 제조해내는 것을 뜻한다. 잉크프린터로 종이에 인쇄하는 것처럼 입체모형을 만들어낸다 해서 붙여진 설명이다. 거창한 생산라인 없이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제품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덕분에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00년만의'산업혁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3D 프린팅 기술이 3차 산업혁명을 이끌 혁신으로 각광받으며 외산업체의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3D 프린터 기술 국산화에 성공한 토종 업체들이 있다. 한 곳은 30년간 광학기기만을 전문으로 외길을 걸어온 전문업체고, 다른 한 곳은 문을 연 지 막 1년이 지난 신생 벤처회사다. 걸어온 발자취도, 주력하고 있는 분야도 서로 다르지만 3D 프린터 국산화에 대한 열정만은 닮은꼴이다.
1990년대 후반 들어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경영위기를 맞게 된 캐리마는 거액을 들여 아날로그 현상기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모듈을 개발했다. 하지만 몇 달 만에 중국에서 제조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복제품을 내놓는 바람에 쓴 맛을 봐야 했다. 절치부심 5년의 R&D(연구개발)와 50억원의 거액을 투자, 캐리마의 디지털광학기술과 노하우를 총동원해 만든 것이 2009년 개발한 3D 프린터 '마스터'다. 거의 모든 부품을 국산화하고 제품 조립 및 생산까지 국내에서 하고 있다. 특수시트 위에 액상 플라스틱 등을 자동으로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실물 모형을 제작한다. 이를 DLP(디지털광학기술)방식이라 부르는데, 정교하고 섬세한 표현이 가능한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어렵게 개발한 만큼 이병극 캐리마 대표의 3D 프린터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이 대표는 "비슷한 수준의 외산제품보다 기기 가격은 30% 이상, 소모품 비용은 50% 이상 저렴하다"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기술력"이라고 자신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다 보니 유지보수 비용도 외산업체에 비해 저렴하고 기간도 빠를 수밖에 없다. 마스터는 일반형, 의료용, 보석디자인용 등 3가지 모델을 갖추고 있다. 일반형의 경우 플라스틱을 사용해 건축물, 전자부품, 기계부품 등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의료용은 주로 치과에서 사용되는 임플란트, 틀니 등을 만드는데 적합하다. 3D 스캐너로 개개인의 치아형태에 딱 맞는 최적화된 제품생산이 가능한 것. 캐리마의 자랑은 보석디자인용. 왁스를 주재료로 해서 정교한 디자인까지 모형을 만든 다음, 이것을 다시 녹여서 하나의 거푸집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외산제품도 쉽게 구현하지 못하고 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3D프린터를 생산해 일본 등지에 수출도 하고 있다.
사용하는 재료는 국산화된 친환경 소재. 합성수지와 나무가루를 섞어 만든 재료를 사용하면 색감이나 재질 모두 마치 나무에 조각한 것과 같은 모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유석환 로킷 대표는 "3D 프린터의 여러 가지 기술 중 오픈소스로 공개된 것을 가져다 가공한 것이지만 이를 완전한 제품으로 만들고 재료를 개발하는 데 수없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에디슨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외산 동급제품이 약 2000만원에 달하는 데 비해 에디슨은 150만원선.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소모품인 재료비 역시 파격적일만큼 경제적이라는 게 로킷 측의 설명이다. 유 대표는 "에디슨을 통해 누구나 디자인해서 자신만의 물건을 만들 수 있는 디자인 대중화 시대를 열고 싶다"고 말한다. 3D 프린터를 일반인들이 좀 더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편의성을 위해 컴퓨터로 작업한 3D 디자인 파일은 마이크로SD파일에 담아 3D 프린터에 바로 입력시킬 수 있다. 에디슨의 SW(소프트웨어)는 마치 포토샵이나 CAD프로그램처럼 조금만 배우면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지난 2월 출시한 이래 에디슨 판매 대수는 100대 가량. 유 대표는 "노트북 1대 가격밖에 하지 않으니 일단 우리 제품을 보러 온 고객들은 거의 대부분 계약을 하고 간다"고 흡족해 했다. 고객층도 개인 디자이너에서부터 대학교, 완구회사, 디자인업체 등 다양하다. 현재는 3D프린터가 산업현장에서 정교한 부품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지만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이전 슈퍼컴퓨터가 개인용PC로 발전했듯이 3D 프린터도 각 집에 1대씩 있을 만큼 보급될 때가 온다는 게 유 대표의 예측이다. |
3D프린터 원리, '미분'과 '적분' 사용되네
[기획-3D 프린터]재료 액체고채, 만드는 방식 따라 분류
3D 프린팅 기술은 사용하는 재료가 액체인지 고체인지, 또 이 재료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형상을 만드느냐에 따라 분류된다. 지금까지 제조사별로 약 20가지의 방식이 상용화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통점은 '미분'과 '적분'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후 디자인 파일에 그려진 형태대로 재료를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차곡차곡 쌓아올리게 되면 입체모형이 완성된다. 즉 하나의 사과를 한없이 잘게 썰어 가는 미분과, 이 잘게 썰어진 조작을 합쳐 원래의 사과의 형태로 환원시키는 적분의 원리를 모두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외에서 사용되는 방식은 크게 FDM(수지압출법) DLP(디지털광학기술) SLA(광경화수지조형) 등으로 꼽을 수 있다. FDM의 경우, 열에 녹는 고체 플라스틱과 같은 재료를 실타래처럼 뽑아 이것을 조금씩 녹여가며 쌓는 방식이다. 재료가 앞뒤좌우 이동이 가능한 분사기에 삽입되면 분사기는 재료를 순간적으로 녹인다. 그리고 모형을 만드는 자리를 오가며 조금씩 재료를 분사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 방식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재료를 다양하게 투입할 수 있고 만들어진 모형의 내구성도 강한 편이다. 하지만 재료 분사기의 굵기 때문에 표면에 층이 확연히 드러나고 제작 속도도 오래 걸리며 정밀도가 아주 높지 않은 편이다. 완성된 제작물의 표면이 거칠기 때문에 표면을 다듬는 후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이밖에 DLP(디지털광학기술)는 레이저나 강한 자외선에 반응하는 광경화석 플라스틱을 판 위에 얇게 분사해 가며 결과물을 얻는 방식이다. 분사된 액체는 분사기 양 옆에 달려있는 자외선램프에 의해 즉시 굳게 되며 이렇게 굳은 층 위에 다시 원료를 분사해가며 쌓아올린다. 정밀도는 가장 높아 섬세한 표현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
이병극 캐리마 대표…독자 개발한 3D 프린터로 금맥 캡니다
1954년생 1975년 현대칼라 1980년 한국천연색 생산부장 1983년 CK산업(현 캐리마) 대표(현)
캐리마를 국내 유일 3D 프린팅 업체라고 소개한 이병극 대표(59)는 대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빚을 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오바마 대통령이 연두 국정연설에서 “3D 프린팅은 제조업에 혁신을 가져다 줄 산업”이라고 발표한 뒤, 전 세계가 3D 프린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3D 프린팅 산업을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겠다며 국가 차원의 육성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3월 초에는 정부 관계자들이 캐리마를 방문해 이병극 대표에게 3D 프린팅 산업 동향과 고충을 묻기도 했다.
“컬러 사진 현상기를 제조해 납품해오다 2000년대 중반 중국의 추격에 밀려 그 시장을 내줬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3D 프린터 개발이었죠. 5년간 연구개발하는 동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계속 돈이 들어갔습니다. 100억원 이상 쏟아부었을 거예요. 독산동 공장도 팔아치웠고요. 다들 ‘미쳤다’고 했죠. 그래도 3D 프린터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2009년 이 대표가 개발한 3D 프린터는 디지털 3D 디자인 데이터를 전송하면 재료를 층층이 쌓아 올리는 방식(적층식)으로 제품을 출력한다. 3D 프린터를 사용하면 시제품화 단계에서 따로 금형을 제작할 필요가 없어진다. 제품 개발 주기뿐 아니라 비용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우리 제품에는 광학 기술과 전기전자, 기계, 소프트웨어까지 종합적인 기술이 녹아들어 갔기 때문에 대기업이라도 단시간 내에 따라서 개발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3건의 특허도 취득했고요. 그뿐인가요. 캐리마 제품은 외산 장비보다 제작 속도가 2배가량 빠릅니다. 또 디지털 광학기술(DLP) 방식으로 정밀도가 높고, 복합적인 재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입니다.”
선진국 의료용 시장 커지면서 수요 늘어
캐리마 3D 프린터의 가치는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해외 전시회에서 제품을 선보인 후 광학 기술이 뛰어난 일본은 물론 호주, 벨기에, 이집트, 러시아 등 생각지도 못한 국가에서 주문 전화가 걸려왔다.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의료용 분야로 3D 프린팅 기술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 치과 임플란트, 보청기 등 의료용 시장에서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는 금맥을 캐겠다는 이 대표 얼굴이 환하다.
문서 인쇄하듯 물건 찍어내는 입체 출력 기술, 3D 프린터 붐… 3차 산업혁명 벌써 시작됐다
공장 필요 없는 1인 제조업 시대… 설계도만 있으면 즉시 제품 출력 가능
복잡한 구조 쉽게 구현, 폐기물도 없어… 플라스틱₩고무 등 4~5개 재료 동시 사용
대량 생산 시대의 관행 뒤바뀐다… 필요할 때만 바로 생산, 재고관리 사라져
맞춤 생산이라 도매·소매 유통질서 붕괴… 신흥국의 저임금 아웃소싱 매력 줄어
- ▲ 1 1차 산업혁명의 상징인 증기기관차. 2생산 표준화·컨베이어 시스템을 통해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한 2차 산업혁명. 3 3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인 3D프린터로 만든 시제품을 꺼내는 모습.
지난달 28일 홍콩 리갈 호텔에서 열린 세계 1위 3D프린터기업 스트라타시스(Stratasys)의 제품 전시회. 데이비드 라이스(Reis·52) CEO가 가로 4㎝ 세로 3㎝짜리 오각형 모양의 화장품 병 설계도가 그려진 컴퓨터의 3D캐드(CAD)프로그램에서 '복사' 버튼을 누르자, 이 컴퓨터와 연결된 일반 가정용 프린터처럼 생긴 네모난 3D프린터에 불이 들어왔다.
프린터 안에서 노즐이 움직이며 분사하는 플라스틱 실(열경화성 플라스틱을 실처럼 자아낸 반고체)이 '직직' 소리와 함께 설계도대로 제품 밑바닥부터 0.01~0.03㎜씩 계단처럼 층을 쌓아 올리며 섭씨 700~800도의 고온에서 응고됐다. 30분 뒤 한국·중국·일본 등에서 온 기업인·투자자 300여명은 '와!' 하며 탄성을 질렀다. 설계도를 빼닮은 매끈한 화장품 병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눈앞에 등장한 것이다.
"기존 제조업에서 이 화장품 병과 똑같은 것을 만들려면 외주제작 업체에 의뢰해 금형(金型)을 따로 만들어 시제품 제작을 맡기고 그것을 받기까지 2~3주 정도 걸리지만, 3D프린터를 이용하면 잉크를 종이에 바로 찍어내는 것처럼 1시간 내에 만들 수 있습니다."
3D프린팅은 컴퓨터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만든 설계도를 바탕으로 실물의 입체 모양 그대로 찍어내는 기술이다. 어떤 제품 아이디어든 설계도만 있으면 플라스틱은 물론 고무·금속·세라믹 등 150여개 소재로 1시간~하루 안에 실물로 만든다. 계란 크기 물체는 45분, 300mL짜리 캔 크기는 4시간이 각기 소요된다. 최대 가로세로 1m 크기의 제품을 만드는 기술까지 나왔다.
실제 미국 GE는 작년 3D전문 기업인 모리스테크놀로지 등 2개 기업을 인수하고 별도 연구센터를 세워 2020년까지 10만 종류의제트엔진 관련 부품을 3D프린터로 생산하기로 확정했다.
보잉은 이미 3D프린터로 군용기·여객기의 2만2000여개의 부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3D프린팅이 각광받는 핵심 이유는 ▲재료가 가볍고 ▲필요한 소량만 낭비 없이 맞춤 생산할 수 있고 ▲제품 출시가 획기적으로 빠른 '꿈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항공 기업인 EADS(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는 최근 3D프린팅 기술로 에어버스 항공기에서 연간 연료낭비를 3000㎏ 줄였다. 티타늄 원재료의 10%만 사용하는 분쇄 가루를 이용해 3D프린터로 필요한 부품만 생산한 덕분이다.
"3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누구나 기업가가 돼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3D프린터는 3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다"(제러미 리프킨·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3D프린터가 데스크톱으로 사용이 보편화되면 3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할 것이다"(크리스 앤더슨·IT잡지 '와이어드' 편집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달 12일 연방의회에서 한 연두교서 국정 연설에서 "제조업 혁명이 미국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만드는 3D프린팅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미 행정부는 7000만달러를 들여 작년 8월 오하이오주에 3D프린팅 연구개발기관(NDIM)을 세웠고 미국 전역에 3D R&D센터를 15개 만들기로 했다. 영국은 3D프린팅 기술 육성을 위해 작년 10월 700만파운드 투자를 발표했고 중국은 기업·교육기관 10곳 주도로 '3D프린터 기술연맹'을 결성했다.
하지만 3D프린팅 산업에 대해 한국은 정부와 기업 모두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Weekly BIZ가 현지 취재를 통해 3D프린팅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해부했다.
- ▲ 스트라타시스의 데이비드 라이스 CEO(왼쪽)와 스콧 크럼프 이사회 의장이 3D프린터로 찍어낸 가로 1m짜리 대형 렌치를 같이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전망하는 스트라타시스의 2013년 매출은 4억3000만달러로 2011년보다 59% 많은 수치다. 레이스 CEO는“일반 가정집에서도 3D프린터가 수천, 수만개 들어설 때까지 지속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11개국에 진출해 있는 3D프린터 시장 세계 1위(점유율 55%)사인 스트라타시스의 데이비드 라이스(Reis) CEO는 자신감이 넘쳤다. IBM·GE·록히드마틴 등과 함께 작년 8월 오하이오주에 세운 3D프린터 연구개발기관 내 40개 기업·연구기관 중 하나인 이 회사는 총 매출액의 10%를 R&D에 투자하며 매년 20~30%씩 매출이 불고 있다. 2009년 대비 이달 15일 현재 3년 만에 주가(株價)는 660% 올랐다. 작년 12월에 글로벌 3D프린팅 기업 이스라엘의 오브젯(Objet)과 합병해 규모를 두 배(임직원 1100명)로 키웠고 디자인·시제품·생산 등 세 분야에서 개당 1만~40만달러짜리 3D프린터를 만들고 있다. 그는 오브젯 출신이다.
◇"개구리 장난감 만들다 얻은 아이디어가 첨단 기술 '총아'로"
―3D프린팅이 전통 제조업보다 왜 더 효율적인가?
"전통 제조업에선 소재를 밖에서 안으로 깎는 절삭가공으로 제품을 만든다. 내부가 비거나 복잡한 모델이면 정교한 구현이 힘들고 재료 낭비가 많다. 반면 한 층씩 쌓는 3D프린터 기술인 적층(積層·additive) 가공은 복잡한 구조도 쉽게 표현하고 폐기되는 재료가 없다. 디자인상 오류가 발견되면 즉각 재수정이 가능하다. 그래서 시장도달시간(time to market)을 최소화하고 경쟁자보다 먼저 만들 수 있다. 전 세계에 컴퓨터디자인설계(CAD) 사용자는 4000만명인데, 이 중 500만명이 3D설계를 하고 있다. 기업들이 3D디자인을 점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흐름도 긍정적이다."
―3D프린팅 기술은 어떻게 태동·발전했나?
"1988년 창립한 스트라타시스가 효시이다. 창립자인 스콧 크럼프(Krump) 이사회 의장은 딸에게 글루건(glue gun·접착제를 바를 때 사용하는 분사기)을 통해 개구리 장난감을 만들어주다가 얻은 아이디어에 착안해 회사를 차렸다. 1992년 3D프린터가 출시됐는데 대당 25만달러에 5대만 팔렸다. 사용 가능한 재료는 광택제로 쓰이는 왁스 하나였다. 혁신을 거듭해 지금은 대당 가격이 1만달러까지 낮아졌고, 사용 재료도 150개가 넘는다. 지금은 최대 4~5개 재료를 한 제품으로 동시 생산할 수 있고, 이용 가능한 색깔도 다양하다. 리모컨 모형을 만들 경우, 합성 플라스틱 수지로 만든 껍데기와 고무로 만든 버튼을 한 프린터로 생산할 수 있다."
―3D프린터로 똑같은 물건을 대량 복제 가능한가?
"100단위, 1000단위까진 가능해도 수만개 생산은 현재 기술로 어렵다. 3D프린팅은 '짧은 주기'로 나에게 꼭 필요한 제품 등을 맞춤형으로 소량만 만들려는 기업에 적합하다. 예컨대 유럽 시트로앵(Citroen) 등 자동차 기업들이 특정 행사 등을 기념해 1~2대의 스포츠카를 만든다. 그런데 필요한 부품은 전부 혁신적이어야 하지만, 소량만 있으면 된다. 우주항공국(NASA)의 화성탐사로봇도 마찬가지다. 실제 화성탐사로봇 로버(Rover)에 우리 3D프린터를 이용한 부품이 70개나 들어가 있다."
―최근 3D프린터로 총기(銃器)류를 찍어내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
"'발명자의 딜레마(Inventor's Dilemma)'다. 발명의 긍정적 의도와 달리 무기나 마약 등 부정적인 의도로 쓰일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말 대형 총기류 수집·판매조직인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Defense Distributed)'에 대여해줬다가, 총기를 만든다길래 계약 해지하고 즉각 반납하도록 했다. 혁신엔 한계가 없지만 거기엔 적합한 자격과 법률 준수 의무가 뒤따라야 한다."
- ▲ 하루가 멀다 하고 3D 프린터를 이용해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들이 세계 곳곳에서 탄생하고 있다. 1합성고무 등을 이용해 만든 머리 빗, 2폴리프로필렌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료·해부학실습용 발 모형, 3네덜란드 디자이너 아이리스 반 헤르펜이 플라스틱 등 여러 재료를 혼합해 만들어 지난달 파리 패션위크에 선보인 드레스. 모두 3D 프린터를 통해 제조된 것들이다.
―3D프린터가 제조업 분야에 불러올 변화는?
"세 가지를 예상한다. 첫째, 기업들의 혁신 가속화이다. 가령 한국 지사에서 미국 본부에 설계 파일을 보내주고, 본부에서 그 파일로 제품을 3D프린터로 찍어낸 뒤 그것으로 지사와 화상회의를 통해 디자인과 제품 생산까지 결정하면, 10~20분 안에도 결정이 가능하다. 시간·비용을 대폭 줄여 혁신 속도가 수십 배 빨라진다. 둘째, 글로벌 물류 산업이 요동칠 것이다. 맞춤형 제품이 대세가 되면 대량 생산·납품 관행과 '대규모 재고관리'가 사라진다. 제조업자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해 제품을 집에 배달하면, 제조-도매-소매업이란 삼자(三者) 관계가 붕괴할 수 있다. 신흥국의 저임금 아웃소싱 매력이 줄면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국가별 제조업 혁신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최근 3D프린팅 산업 흐름은?
"2년 전부터 벤처캐피털들의 지원이 급증, 3D프린터 전문 기업이 40여개 생겼다. 전 세계 3D프린터 기업은 100여개사인데 매년 5000여개 기업·교육기관 등이 3D프린터를 구입하고 있다. 3D프린팅 시장은 지난해 15억달러에서 2020년 52억달러로, 3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다. 가격도 가정용은 최저 400달러까지 낮아져 시장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셰이프웨이(Shapeway)라는 3D프린팅 기업은 25만명 회원을 상대로 웹사이트에 디자인을 고르게 한 다음, 원하는 디자인을 3D프린터로 복제해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한다. 이 회사는 1만개가 넘는 제품을 서비스했다. 보급형 3D프린터 판매량은 2007년 66대에서 2011년 2만3000대로 늘었다. '3D프린터를 이용한 '1인 제조업'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산업 외에 3D프린팅이 주목받는 측면이 있는가.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혁신을 불어넣는 교육 수단이라는 점이다. MIT·하버드 등 세계 수백개 대학이 3D프린팅 기술을 연구하고 있고 MIT는 팝팹(PopFab)이라는 손으로 들고 다니는 서류가방에 들어갈 작은 3D프린터까지 개발했다. 네바다주립대는 미국 최초로 지난해 3D프린터로 실험하는 3층짜리 실험실과 제품 전시실을 만들어 공과대학생은 물론 모든 학생과 지역 주민에게 개방했다. 버지니아공대는 초·중·고 학생을 3D프린터로 공부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비행기도 찍어내는 3차원 제조기술…글로벌 산업판도 흔든다
美 제조업 부흥 기술로 선정…15개 R&D 허브 건립하기로
중국 개발업체 급증 ·EU 연구 활발…2016년 시장규모 31억달러로
세계경제포럼 '미래 10대기술'에 포함…英이코노미스트 "3차 산업혁명 이끌 것"
영국 사우샘프턴대가 알루미늄 소재를 이용해 만든 무인비행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 “3D 프린터 산업은 앞으로 모든 제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다음 제조업 혁명은 미국에서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 미 전역에 15개 3D 프린터 연구·개발(R&D) 허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3차원(3D) 프린터 산업 육성을 통해 미국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14일 미래 10대 기술을 발표하면서 3D 프린터를 두 번째로 포함시켰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D 프린터가 내연기관과 컴퓨터에 이어 3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3D 프린터가 세계 제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관련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3D 프린터 기술 발전에 따라 국가별·기업별 제조업 경쟁력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지난해 세계 3D 프린터 생산 규모는 전년 대비 29.4% 늘어난 16억8000만달러(약 1조8125억원)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31억달러(약 3조3446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좌)미국 패션업체 콘티넘이 만든 여성용 구두 ‘스트럭트’. / (우)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이 제작한 자전거 에어바이크.
○3D 프린터의 영토 확장
그동안 ‘샘플’ 제작에 한정됐던 3D 프린터는 최근 2~3년간 산업 현장에 급속도로 진입했다. 소재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개발 초기에는 플라스틱에 국한됐던 3D 프린터의 소재가 나일론, 금속으로까지 확장되면서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는 제품이 늘었다. 2011년 7월 영국 사우샘프턴대에서 만든 무인비행기 SULCA가 단적인 예다. 알루미늄 소재를 이용해 3D 프린터로 뽑아낸 이 비행기 동체는 배터리와 엔진을 장착한 뒤 시속 160㎞로 날았다. 같은 해 에어버스의 모회사인 방산업체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도 나일론을 이용해 자전거를 만들었다. 페달과 핸들, 바퀴까지 한번에 찍어낸 뒤 체인과 타이어만 부착하면 바로 굴러간다. EADS는 3D 프린터로 여객기를 생산하는 기술까지 연구하고 있다. 소재기술의 발전에 따라 3D 프린터의 제조 영역은 계속 넓어질 전망이다. 콘크리트를 소재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집을, 단백질 이용이 가능하면 인공장기까지 맞춤 제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보급형 제품도 나와
미국의 3D 프린터 제조업체 메이커봇은 작년 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2199달러(약 239만원)의 3D 프린터 ‘리플리케이터2’를 내놨다. 20분이면 플라스틱 제품 하나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기계다. 5월 3D시스템즈도 1299달러의 3D 프린터 ‘큐브’를 출시하며 가격 인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수천만원을 호가해 기업에서나 쓸 수 있었던 3D 프린터 값이 집안에 비치해놓고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디자인하거나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장난감이나 장식품, 액세서리 등을 제작할 수 있다. 미국의 3D 모형 제조회사 세이프웨이스가 연 3D 디자인 공유 인터넷 사이트에는 25만명의 이용자가 디자인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3D 프린터로 각종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최대 사무용품 유통회사 스태이플스도 올해 초부터 네덜란드 등을 시작으로 3D 프린터를 매장에서 판매하기로 하는 등 3D 프린터는 갈수록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D 프린터 기술의 진보와 제품 보급은 공장에서 상점, 가정으로 이어지는 제품 순환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간단한 집기와 물건의 설계도를 컴퓨터로 내려받으면 바로 집에서 만들 수 있어서다. 네리 옥스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교수는 “인쇄술이 서적 출판을 통한 광범위한 정보 보급을 가져온 것처럼 3D 프린터는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시장 선점 경쟁
미국은 지난해 8월 3000만달러를 들여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 3D 프린팅 전용 연구소 국립제조업혁신제단(NAMII)을 세웠다. 제조업 쇠퇴로 ‘녹슨 지대(rust belt)’로 추락한 미국 중서부를 3D 프린터를 통해 부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정밀하지 못한 부품 제조나 완제품 마감 능력을 3D 프린터를 활용해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중국 정보산업화부는 조만간 3D 프린터 육성과 관련된 로드맵을 내놓고 관련 산업 지원 등의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EU는 2010년 영국 노팅엄대와 셰필드대 등에 3D 프린터 연구센터를 만들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독일의 프라운호퍼 레이저연구소는 이미 20여대의 전용 3D 프린터를 설치, 각종 금속을 소재로 한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업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작년 12월 세계 3D 프린터 시장 점유율 1위 스트라타시스와 2위 오브제가 합병을 했다. 스트라타시스가 실을 돌려 쌓는 방식으로 복제를 하는 반면 오브제는 소재를 분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좀 더 단단한 복제품을 만들 수 있는 스트라타시스와 디테일이 강점인 오브제가 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세이프웨이스는 작년 10월 뉴욕에 3D 프린터 전용으로는 최대 규모인 연면적 2만5000㎡의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중국 기업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1992년부터 칭화대 교수로 3D 프린터를 연구해온 옌융녠은 지난해 74세의 나이로 관련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 문을 연 쿤산시에는 이미 20여개의 3D 프린터 개발사들이 활동하는 등 최근 중국에는 3D 프린터 개발사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옌융녠과 같은 칭화대 연구진이 만든 베이징타이얼은 2011년에만 3000여대의 3D 프린터를 판매해 세계 시장의 4%를 점유했다.
국내 산업 현주소는 정부 산업육성 무관심…관련정책 논의조차 없어
최근 3년간 누적 판매량은 50대에 불과했다. 중국 최대 3D 프린터 제조업체 베이징타이얼이 2011년에만 3000여대를 판매한 것과 대비된다.
이 외에 몇몇 중소기업이 3D 프린터를 개발하고 있지만 양산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원우 캐리마 팀장은 “오랜 기간 연구가 축적돼 있어야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 후발주자가 따라잡기는 어렵다”며 “1983년 광학기기 회사로 출발해 쌓은 관련 연구가 있었기에 이만큼이나마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도 구체적인 정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3D 프린터와 관련된 별도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관련 산업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산하에 3D산업협회가 있지만 컴퓨터 그래픽이나 3D 영화 등에 대한 업무를 주로 담당할 뿐 3D 프린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집에서, 3D 프린터로 드론 만들어 판다
인터넷 통해서 제조법 쉽게 구해… ‘개인 생산’ 신산업혁명 도래 전망
개인이 컴퓨터에 도형을 넣으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주는 ‘3D 프린터’가 날로 발전되어 가고 있다. 사진은 초기 형태의 3D 프린터로 지금은 가격도 1000달러(약 11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사진 출처 아이머티리얼라이즈
대표적인 정보기술(IT) 매체인 와이어드의 편집장으로 벤처업계에 영향력이 큰 크리스 앤더슨 씨의 최근 베스트셀러 ‘제조자들(Makers)’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이어 제조자 운동이 향후 미국 경제를 바꿔놓을 새로운 산업혁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일부 마니아층의 취미활동에 국한되었던 이런 현상이 대중화하고 있는 것은 제조법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3차원(3D) 프린팅 기술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덕분이다.
미국은 개인용컴퓨터(PC)와 인터넷 기술을 선점해 글로벌 경제를 쥐고 흔든 데 이어 새로운 제조업 혁명에서도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국가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연두 교서에서 “이제 제조업의 혁명을 가져다줄 잠재력을 지닌 3D 프린팅 기술을 모든 근로자들이 습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이는 제조자 운동을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 인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오하이오 주 영스타운에 3D 프린팅을 이용한 새 제조 기법을 연구하는 민관합동연구소인 ‘국가첨가제조협회(NAMII)’를 세운 데 이어 비슷한 실험센터를 15곳에 더 짓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지난해 10월 ‘메이커 페어’를 유치하고 ‘메이커 주간’을 선포하기도 했다.
19, 20일 뉴욕외신클럽에서는 ‘메이커 무브먼트’ 용어를 2005년에 처음으로 만든 저널리스트 데일 도허티 씨와 세계 3D 프린터 시장의 25%를 장악하고 맨해튼에 세계 첫 3D 프린터 매장을 낸 메이커봇의 브레 페티스 최고경영자(CEO)의 강연회가 잇달아 열렸다. 이들은 “곧 개인 생산시대가 만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제조자 운동이 미국 경제에 가져다줄 선물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실업으로 몸살을 앓는 미국에서 창업 붐을 일으켜 새로운 일자리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무인정찰기의 경우 ‘드론 제작자 커뮤니티’가 매년 1만5000개의 드론을 제작하고 있으며 현재 미 공군은 전 세계에서 7000기 이상의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둘째로 미국은 이를 통해 한때 쇠퇴했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다시 고취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뉴욕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에서는 9세 초등학생이 타이머로 점등하는 LED, 15세 중학생이 신제품 ‘디지털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선보이기도 했다.
치아 교정기·스포츠카 업계, 이미 3D 프린팅 혁명
3D 프린팅 기술 어디서 강점 발휘될까?
미국 의료 장비 제작사인 '얼라인 테크놀로지(Align Technology)'는 창립 16년 만인 지난해 매출 5억6000만달러를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17% 정도 늘어난 것인데 성장 비결은 3D 프린터이다. 특수 강화 플라스틱으로 틀을 만들어 투명하고 탈·부착이 가능하며 기존 치아 모습을 유지하는 '인비절라인(Invisalign)'이라는 투명 교정기를 3D 프린터로 생산해 전 세계 고객 200만명을 확보한 덕분이다. 매일 투명 교정기 5000~6000개를 3D 프린터로 만드는 이 기업의 주가는 3년 전 대비 360% 올랐다.텍사스주의 '공군훈련개발(TDF)'이란 훈련 기관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2011년 예산 80만달러(3년치)를 절약했다. 기존 방식으로 만든 비싼 군용 부속품을 구매하지 않고 3D 프린터로 비행기 날개 모형, 연료탱크 등을 찍어내 사용한 결과이다. 미첼 웨덜리 TDF 대표는 "3D 프린팅 기술은 소품종과 맞춤형 생산이 필요한 군 훈련에 꼭 맞는다"며 "향후 10~15년간 공군 훈련 분야에서만 예산 1500만달러가 절감될 것"이라고 했다.
◇"틈새시장 발굴해 수억달러 매출, 정부 예산 절약도… 4개월 걸릴 일을 3주 만에 처리"
세계 1위 기업인 '스트라타시스'에 따르면 산업디자인(기존 대비 시간 절약 96%)과 우주 항공(75%), 자동차(67%) 등이 수혜 업종이다.
자동차 전문 잡지 '탑 기어'가 선정한 '올해의 수퍼카'(2011년)인 람보르기니의 아벤타도르(Aventador). 40만달러짜리로 최대 시속 370㎞를 내는 이 차의 생산 과정에도 3D 프린터가 있다. 파올로 페라볼리(Feraboli) 람보르기니 연구소장은 "탄소섬유로 만든 차체와 무게를 정확히 6분의 1로 축소한 시제품을 만들려면 기존 방식으로는 많은 시행착오에다 평균 4만달러에 4개월이 소요되는데, 3D 프린터를 이용해 단 한 번에 우리가 원하는 디자인대로 뽑아냈다"고 했다.
람보르기니 연구팀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탄소섬유에 근접한 재료와 인건비 등에 3000달러만 쓰고 20일 만에 성공시켰다. 기존 방식에 비해 비용은 93%, 시간은 83% 정도 아낀 것이다. BMW도 3D 프린터를 이용해 범퍼 등 차 부품 부착 과정에 이용할 연장을 개발하고 있다. BMW의 군터 슈미트(Schmidt) 엔지니어는 "똑같은 도구를 만들어도 전통적인 밀링머신이나 CNC로 18일에 420달러가 들지만, 3D 프린터로는 1.5일에 176달러만 든다"고 했다.
◇金·유리는 아직 못 써… 전통 제조업 대비 내구성 80% 수준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이 본격 보급되려면 과제가 많다. 먼저 이용 가능한 재료가 제한돼 있다. 가격 측면(3D 프린팅용 플라스틱 1㎏에 35~40달러)에선 경쟁력이 있지만, 현재까지 3D 프린터로는 합성수지류 등만 가능하다. 콘크리트나 나일론, 금속 분말 등은 연구 단계이며 유리나 금·은 같은 물질은 실험 단계이다.
내구성도 약하다. 레이스 CEO는 "전통 제조업에서 제작했을 경우와 비교해 80% 정도의 품질"이라며 "적층형 방식으로 밑에서 위로 수직으로 층을 쌓기 때문에 가로 방향으로 힘을 강하게 가할 경우 내구성이 약하다"고 했다. 현재 기술로는 소비자용으로는 가로세로 200~300㎜, 전문가용은 가로세로 1m 이상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도 한계이다. 호드 립슨 코넬대 교수는 "제조 현장에서 완제품을 생산할 만한 산업용 3D 프린터는 대당 40만~50만달러로 너무 비싸 가격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아직 대량생산이 쉽지 않으며 실제 물건을 디자인 할 수 있는 3D 설계 프로그램 이용자가 부족하다.
하지만 경영 전략가인 리처드 다베니(D'Aveni) 다트머스대 교수는 "까다로운 글로벌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절대 '미래적인 상상'이 아니며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했다.
◇중국·EU도 3D 프린팅 산업 집중 육성
한국에선 3D 프린터 개발 중소기업이 1~2개 있지만, 3D 프린터 수요의 95%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관련 연구도 사실상 전무하며, 3D 프린팅 산업의 경제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조차 없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움직임은 현란하다. 중국의 베이징타이얼푸더(北京泰�k福德科技發展)는 2011년에 3D 프린터를 3000대 팔아 세계시장의 4%를 차지했다. 독자 기술을 확보한 중국 기업만 4곳이다. 유럽연합(EU)도 2020년까지 제조업을 GDP의 20% 수준(현재 16%)으로 높인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부터 유럽 최대 응용과학 기술 연구 기관인 프라운호퍼(Fraunhofer) 연구소에서 3D 프린터 연구개발 지원을 시작했다.
3D 프린터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영국 란체스터대 연구진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 소비재·제약 등 15개 업종에 3D 프린터가 도입될 경우 창출될 부가가치는 1382억파운드로 산출됐다. 이는 2012년 영국 GDP의 8% 수준이다. 전 세계 3D 프린터 생산량의 73%(2011년)는 미국 몫이며, 3D 프린터 설치 비중(1988~2010년)도 한국은 1.9%로 미국(41.1%), 일본(10.5%)에 비해 턱없이 낮다.
안성훈 서울대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3D 프린터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원천인데도 한국에선 극소수 대학 내 개인 연구에 머물고 있다. 미국처럼 3D 프린터를 국책 과제로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혁신기술 `3D 프린팅` 美·日 주도…한국 `발동동`
보잉, 수년내 제트엔진 찍고 日기업은 로봇팔 생산중…3년뒤 시장 2배로 확대
미국 스트라타시스사 3D 프린터.
제조업에 혁신을 가져올 삼차원(3D) 프린팅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에 대한 연구나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3D 프린팅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세중 계열사인 세중정보기술 정도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뉴욕 증시 상장업체인 3D시스템스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국내 제품 판매와 사후처리,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 미국 등에서는 3D 프린팅 기술이 본격 상용화하고 있지만 국내 회사들은 엔피케이, SH에너지화학 등이 합성수지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3D 기술을 활용하면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변화가 빠른 제조업 분야에 활용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 소재 등을 생산할 뿐 실질적인 완제품 생산 기술을 갖추고 있지 못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우철 세중정보기술 이사는 "국내에서도 이미 1990년대 초부터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지만 아직 국내시장이 빈약해 현재는 대기업 시제품을 개발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발표한 연두 국정연설에서 제조업에 혁신을 가져다줄 3D 프린팅 관련 허브를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성을 높여 제조업이 빈약한 미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하이오 3D 프린팅 기술 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토대로 향후 미국 내 다른 지역 15곳에 제조업 허브를 구축해 첨단 기술 메카로 육성할 계획이다.
일본도 로봇 개발업체 스기우라가 3D 프린팅을 이용해 로봇팔을 생산하고 있다. 주로 의료용에 활용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가정에서도 사용 가능한 300만원대 3D프린터가 시중에서 판매될 정도다.
중국과 EU는 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쿤산에는 20여 개 3D 프린터 개발회사와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다. 칭화대학교 연구진이 만든 베이징타이얼은 2011년에만 3D 프린터 3000만대를 판매하며 세계시장 4%를 점유하고 있다.
영국 셰필드대학교에 3D 프린터 연구센터가 있으며 독일은 프라운호퍼연구소에 3D 프린터 20여 대를 설치해 각종 금속을 이용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3D 프린팅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6억8000만달러에서 2016년에는 31억달러로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욱 액센츄어코리아 통신ㆍ미디어ㆍ전자산업 대표는 "수많은 물류생산 단계를 필요로 하는 기존 제조 방식보다 3D 프린팅 과정이 훨씬 빠르다"며 "제조사들은 더 신속하게 물건을 시장에 출하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기술이 확산되면 가정용 프린터까지 이른 시일 내에 상용화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