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놀이는 "옥희야, 놀~." "연자야, 놀자~." "경희야, 놀자~." 동네가 떠나라 외쳐댔던 내 목소리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마을 중심에 있던 너른 광장은 늘 아이들 차지였습니다. 광장 한가운데는 모차기(경남 통영 시골 마을에선 사방차기를 이렇게 불렀지요), 삼팔선(이 놀이도 우리는 덴가이라고 했습니다.), 오징어놀이가 미스터리써클처럼 그려져 있었습니다. 놀이판이 그려져 있기만 하면 동네 아이들은 남녀 구분 없이, 나이 구분 없이 두 팀으로 나눠 각 팀 놀이대장의 진두지휘하에 밥 때도 숙제도 밤도 낮도 나몰라라 우리들만의 세상에 흠뻑 빠져 마법 같은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집집마다 처마 밑에, 헛간에 둘러앉아 바닷가에서 주워다 놓은 산더미 같은 공깃돌로 놀이가 시작됩니다. 공깃돌 중에 적당한 크기에 적당한 질감을 가져 내 손에 안성맞춤인 공깃돌 5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보물이었습니다, 그 공깃돌로 10년. 50년 그렇게 시간을 수업이 땄던 기억이 납니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라는 이야기에 나오는 회색신사들처럼 시간을 따 모으고 의기양양해진 날은 남부러울 것이 없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공깃돌, 종이로 만든 딱지(딱지도 우리는 때기라고 했지요. 그래서 딱지치기는 때기치기였습니다.)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라는 말에 요즘 아이들은 어디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온 별그대가 하는 말처럼 신기해합니다. 격세지감! 저도 이제는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옛이야기 할머니 세대가 되었나 봅니다.
그러다 지난 3월 세상에 이런 일이! 저를 5살이 되어 신나게 놀아도 되는 놀이판을 열어 준 시간을 만났습니다. 중원도서관에서 전래놀이를 배우게 된 것입니다.
선물처럼 받은 5살 토영(중원도서관 전래놀이 시간 제 별칭입니다)이가 시작한 놀이판에서는 실뜨기가 놀이의 시작을 알려주었습니다. 실뜨기를 시작으로 내 몸과 마음의 문이 열리면, 다음은 옆 동무의 마음과 몸을 마주할 시간입니다. 그 땐 손놀이와 손뼉치기가 제격이었습니다. 이쯤이면 우리는 서로 왁자지껄 옛놀이마당 진짜 동무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그때부터는 한바탕 몸으로 놀아야지요. 달팽이 놀이, 8자놀이, 사방치기, 비석치기...... 먼 옛날에 다 마스터한 놀이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기본 놀이방법에 21세기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더한 응용놀이는 저에게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주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제 어린 날은 즐거움과 성취감이면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했습니다. 그것을 공부보다 놀이가 채워주었습니다.
21세기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은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목표로 자라고 있습니다.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의 첫 번째 요건이 창의 인성이라고 하지요. 창의 인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비결을 전래놀이에서 배웠습니다. 그 비결은 놀아 본 우리는 다 알 게 되었지요? '꼭 놀아야 한다.'가 답이었습니다.
어른 5살이 되어 배운 전래놀이에서, 지금 내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었던 근원이 어릴 적 놀이에 그 힘이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그저 놀았던 아이가 놀이에서 철학을 봤다고 할까요? 이 정도면 아르키메데스가 외쳤던 "유레카!" 한 번 외칠만 하지요?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놀아준 동무들과 이 시간에는 엄마와 딸의 관계를 넘어 동무가 되어 준 딸(저는 이 수업을 대학생 딸과 함께 공부했습니다. 아이와 동무가 되는 비결도 놀이입니다.), 그리고 유레카의 세상을 보여주신 선생님께 이 글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어릴 적 동무는 50년이 지나도 내 기억엔 아직 그 시절 꼬마로 남아있습니다.
지금 시간으로 멈춰진 추억이 하나가 또 마음자리를 차지 했습니다.
이 시간 넘어서까지 우리 모두 잘~~ 놀아봅시다!
첫댓글 "유레카!" 놀이로 세상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을 보았으니 다시 한번 유레카!~~~
어린 시절 추억이 많으신 샘이시는 만나시는 모든 분들이 복이시겠어요. 놀이를 전하며 함께 환한 웃음을 지으시며 해피바이러스를 전달하실거니까요~ *^^* 아기처럼 환하고 순수하게 놀아주시는 모습에 오이려 제가 힘을 받아 가는 듯 합니다.
함께 공감하고 펼칠 수 있는 샘들이 계셔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 "잘 ~ 놀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