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저의 주관적인 생각과 일부 글을 참고했다는 걸 알려 드립니다.)
우리말 겨루기가 이제 내년에 900번째 겨루기 시간을 갖게 된다. 앞으로의 결방이 없다면, 2022년 2월 28일에 900회를 맞게 되는데, 동계올림픽 중계로 결방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늦어도 3월 중순에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2010년에는 퀴즈 대한민국, 1대 100. 우리말 겨루기 등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있었지만, 2021년 기준으로 남은 프로그램은 장학퀴즈, 우리말 겨루기 뿐이다. 그 중에서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우리말 겨루기 밖에 없으며, 장학퀴즈와 도전 골든벨은 희소성이나 일부 지인들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있던 것 중 도전 골든벨은 코로나로 인해서 사실상 종영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이고, 장학퀴즈는 2016년 이후로 시즌제 형태로 방영되고 있다.
우리말 겨루기가 그나마 살아남는 건, 우리말이라는 특수성을 다루었고, 참가 인원이 적다보니 코로나 같은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2017년 파업으로 인해 도전 골든벨이나 1대 100이 장기 결방했을 때에도, 우리말 겨루기는 성세정 아나운서를 엄지인 아나운서 대타로 내세워서 방영하기도 했다.
물론 스마트폰의 발달과 제작비 등 여러 문제점 때문에 퀴즈가 필름 카메라 신세가 된 상황이지만, 외국까지 범위를 넓혀 보면 필름 카메라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미국에는 jeopardy가 여전히 현역으로 꾸준하게 돌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퀴즈 프로그램들이 준수한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일본 쪽은 연예인 위주로 프로그램이 돌아가긴 하지만... 반면 우리나라의 퀴즈계는 거의 공기화가 되어간 지 오래다.
우리말 겨루기는 17년 간 59번의 달인을 배출해 냈고(비공식까지 포함하면 64번), 도전 골든벨은 20년 간 130명의 골든벨 수상자를 배출해 냈건만, 이들 중에서 유명인처럼 인기를 얻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퀴즈 프로그램은 준수한 인기와 시청률과 달리 누가 타이틀을 얻었는지에 대한 관심은 지인이나 퀴즈마니아 빼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누가 우승자가 되었고, 그 후에도 꾸준한 지원이 많은 걸 보면 대조적이다. 지금 우리말 겨루기도 연예인 특집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계속되고 있지만, 아예 연예인 위주인 일본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사실, 퀴즈계 뿐만 아니라 바뀌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 하고 기울고 있는 장르들도 여럿 있다. 개그 콘서트는 한 때 1대 100하고 콜라보네이션을 2012년에 한 적이 있었고, 1대 100은 그에 보답하는 의미로 PD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다. 그런 개그 콘서트도 여러 문제점이 겹쳐지면서 지금은 1대 100의 말기 시청률과 비슷한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 큰 변화를 취하지 않는다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그 외에도 연예 프로그램 역시 스마트폰 등 대체 매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는 실상이다.
그럼에도 기운 달을 다시 차게 하려는 노력 덕분에, 일부 프로그램은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퀴즈 프로그램도 거의 공기화가 되어 가고 있지만, 애청자들의 노력과 제작진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퀴즈 프로그램이 부흥기를 맞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현재 우리나라의 퀴즈프로그램은 '다양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도전과 참여'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실력보다는 다양한 사회계층의 참여를 우선시하고 출전하는 사람의 선발도 그런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퀴즈왕을 뽑는다라는 쪽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며 실제 퀴즈쇼도 그런 형태가 두드러지고 있다.
요즘 퀴즈 프로그램을 보면, 실력자를 뽑기 보다는 단순한 재미 형태로 이루어진 게 대부분이다. 우리말 겨루기는 이제 1대 100처럼 한 달에 한 번 씩 연예인 형태로 꾸며지고 있고, 도전 골든벨이나 장학퀴즈는 실력자를 뽑기보다는 끼가 뛰어난 사람들을 보여주고 많은 사람들의 스토리를 보여 주고 있다. 그 외에도 대한외국인, 옥탑방처럼 퀴즈를 재밌게 배우는 프로그램도 많이 있다.
물론, 전술했듯이 타이틀을 딴 사람이 잊히는 게 우리나라 퀴즈계의 실정이고, 단순하게 퀴즈만 풀다 보면 시험과 다름없게 되면서 재미가 없어지므로 어느 정도 적당한 양념을 넣어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1등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걸 원하는 실정이다. 당장 모 개그맨도 1등만 너무 기억한다는 얘기를 할 정도니 말이다.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주목 받는 것도 좋지만, 1등도 어느 정도 기억되었으면 한다. 물론
1등 빼고 다 잊으라는 얘기가 아니라, 최선을 다한 사람들의 모습이 재조명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퀴즈 구조와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요즘 우리나라의 퀴즈계를 보자면 대부분이 절대평가인 실정입니다. 우리말 겨루기는 대표 한 사람을 뽑아서 달인에 도전하는 형태고, 도전 골든벨은 50문제를 푸는 거고, 장학퀴즈는 별 100개를 모아서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퀴즈계에선 상대평가도 많았지만, 요즘에는 그런 형식을 찾아보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그나마 최근에 종영된 1대 100이 상대평가와 비슷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 쪽의 경우는 모든 문제를 맞히는 게 조건이 아닌, 100명을 이기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죠.
이런 형식을 어떻게 보면 1회성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외국 퀴즈쇼는 연승제라든지 토너먼트를 통해서 참가자들의 실력 향상을 꾸준하게 볼 수 있고, 여러 이벤트가 많아지면서 유명인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ken jenning이나 brad rutter 같은 예가 있죠. 반면, 우리나라 퀴즈계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다 보니, 유명인 탄생 쪽에는 빈약한편이고, 이벤트가 거의 없다 보니 잊히기 쉬운 실정이긴 하죠. 물론 많은 사람들이 주목받는 것도 좋지만, 실력자들도 많은 주목을 받았으면 합니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이 송가인 같은 사람들로 화제성을 모으는 것처럼 일반인 퀴즈 프로그램도 송가인 같은 유명한 실력자들을 배출해 낸다면 퀴즈 프로그램도 다시 부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스마트폰의 발달도 있고, 우려먹기도 심해지다 보니 지식 프로그램은 흥행이 힘든 실정이죠. 특히 퀴즈 프로그램은 소재 고갈이라든지 상금 때문에 점차 관심이 떨어지는 실정이긴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학창시절에 많은 시험을 치르고, 그 뒤에도 여러 시험을 치르는 실정이라서 그런지 두뇌를 쓰거나 지식을 얻는 프로그램보다는 편안하게 즐기는 예능을 선호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퀴즈 프로그램은 사실상 중년층 아니면 고교생 위주다 보니 여러 세대를 잡지 못해 시청률을 잡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측할 수 있는 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거란 말이 있고, 역주행도 어느 정도 유행되고 있으니 퀴즈 프로그램도 조만간 흥행할 거라고 생각을 해 봅니다. 특히 트로트 프로그램도 흥행하고 있으니, 한 퀴즈 프로그램만 잘 런칭된다면 퀴즈 프로그램의 부흥도 곧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2021년이건만, 퀴즈 프로그램에 달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긴 합니다. 이번 900회 특집도 그냥 평범하게 지낼 게 자명해 보이는데, 우리말 겨루기도 10년 이상 장수 프로그램인만큼, 성대하게 달인도 부르고, 멋진 한판승부를 벌이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어쨌거나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