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작가 : 옆집꼬맹이★ <1117cnr@hanmail.net>
- 소설 제목 : ※※ 앙탈은 금.물.이다 ※※
- 소설 분류 : 총 80편의 장편
====================================================================================
※ 불펌은 절대 금지!!불펌 하지 맙시다!! ※
※ (( 꼬맹이네 집♬ )) http://cafe.daum.net/higgomaeng ※
#31
필립아!정말 그런게 아니야!!난 니가 싫지 않아!!
정말 왜그러는거니?!!우리 사이좋게 지내자ㅜ0ㅜ!!
엉엉엉..아..아..안돼에+0ㅜ!!!!!!!
따악-
이라는 명쾌한 소리와 함께 내 이마에는 노란색 분필이 꼿혔다.
우윽..ㅠ_ㅠ아파라...
"조..풀꽃!!!!!도대체 뭐가 안된다는거냐?!!"
"서..서..선생님..ㅜ^ㅜ"
씨익-_-웃으시면서 나에게로 다가오시는 공포의 영.어.선.생.님.
선생님의 한손에는 거대한 주걱이 들려있었다.
주걱마마 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게 아니구나...
"손!"
"ㅠ_ㅠ"
나는 꾸물대다 손을 내밀었고 강도 100%의 아픔을 느끼며 손바닥에 깻잎 모양의
문신을 새겨야 했다.그리고 덤으로 수학문제 50문제를 만들어 풀어오라는 벌을 받았다.
너무 하세요 선생님-0ㅜ
선생님은 나의 마음속의 외침을 못들으신듯 다시 교탁으로 돌아가시면서 이렇게
중얼거리셨다.
"어린것들이 돈맛을 알아가지고 벌써부터 꼬리치고 다니긴..쯧쯧.."
돈맛..?..기분이 이상했다.
그 말이 왠지 나에게 하는 말인것만 같아서 희소 덕분에 맑아졌던 기분이
다시 우울해져버렸다.
선생님의 중얼거림은 혼잣말보다는 약간 큰 목소리였기에
순식간에 반은 수군거림으로 가득찼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올라간다더니.참나!"
"저 얼굴로 뭐래냐?"
"희소한테는 윤아 있다는거 모르나?"
"전학생이잖아.그러니까 저지랄을 떨지."
"웃긴다.진짜!지가 돈이 있어 얼굴이 이뻐!"
모두들 나를 보며 한마디씩 던졌다.
산글이는 나를 욕하는 아이들에게 처절한 응징을 가해주고 있었다.
그 때 얌전히 엎드려있던 희소가 벌떡 일어섰다.
희소의 얼굴은 처음보는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정윤아와 날 맘대로 연관시키지마.한번만 내 앞에서 정윤아 이야기하면 다신
빛을 못보게 해주겠어."
세상에!ㅇ_ㅇ희소가 저렇게 험악한 말을 사용하다니!!
희소는 이쁘고 부드러운 말만 사용할줄 알았는데!!ㅜ^ㅜ
그런데....정윤아가.....누구지....?
그 때 희소의 팔은 내 어깨를 감싸안아 자신의 어깨에 기울게 했다.
덕분에 나는 희소에게 안기는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풀꽃이 욕하는 것들은 다 쓸어버릴줄 알아.분명히 말하는데
내가 풀꽃이를 좋아하는 거지 풀꽃이가 날 좋아하는건 아니야."
순식간에 싸...해진 교실.
희..소야..선생님도 계시고 애들도 많은데 그런말을...ㅜ^ㅜ!!!!
나 시집 못가면 어떡하려고!!(지금이 조선시대인줄 안다-_-;;)
"...가자."
"응?"
"...가자."
희소는 내손을 잡아끌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한국에 와서 제대로 수업을 받은적이 없어!!ㅜ0ㅜ!!!
아마도...난...이번달 안으로 미국으로 되돌아 갈것만 같다.
희소와 함께 올라온곳은 저번에 올라왔었던 옥상.
지난 번과 다름없는 옥상은 여전히 살랑이는 봄바람이 따스하게 불어왔다.
밝은 햇살은 아까보다 더욱더 가까이서 나를 비추고 있었다.
"..풀꽃아."
"응?"
"나때문에 많이 힘들지?"
"아..아니야!나는 정말 괜찮아!"
"미안해..미안해.."
"아니야, 나 정말 괜찮다니까"
"...내가 너 좋아해서..내가 너 사랑해서 미안해..."
".....희..소야..."
희소는..내 어깨에 작고 예쁜 얼굴을 기대고...한참을 울었다.
눈물이 많은 희소는....언제쯤 눈물을 그칠수 있을까?
저렇게도 예쁘고 맑은 검정색 눈이...언제쯤 순수하게 웃을 수 있을까..?
"풀꽃아..."
"응..."
"내 옆에 있을꺼지?"
"응"
"...영원히...."
"...응?ㅇ_ㅇ"
"계속..내옆에 있어줄수..있어?"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희소보다 먼저 죽을수도 있고 미국으로 가게될지도 모르는데..-_-..
그래도..왠지 응이라고 해야할것만 같다.=_=
"아..응.^ㅇ^"
"...그럼.."
"..?"
"나랑 사귀자."
"..응?..."
다시한번 돌아본 희소의 얼굴은..진지함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은 전혀 거짓없는 진실됨으로 가득차..있었다.
이럴 때..나는..나는 어떻게 하면 좋지...?
#32
비가 내렸다..갑자기 맑은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옥상이라서 그런지 큰 소리를 내며 빗방울을 떨어뜨리는 하늘이 더욱더 가깝게만 느껴졌다.
"...응..?"
"...다른데 보지마.나만 봐줘."
내가 이상하다...
원래 이런 고백에는 심장이 떨리고..기뻐야해 하는데..왜 난 하나도 안 기쁜거지?
그렇다면...지금 난 사랑이 아니다.
"...희소야.나도 너 좋아해."
"....."
"그런데 좋아만 하는거지..사랑하는건 아니야.미안해..희소야"
"....고양이를 좋아만 할뿐....죽을만큼 사랑하진 않다는 거야?"
"......미안...미안..."
"..괜찮아.비도 오는데 얼른 내려가자."
"아..응."
원래의 희소로 돌아와서 다행이다.
앞으로 어떻게 희소얼굴을 보나 했는데....역시 희소는 착해>_<
희소는 먼저 돌아서서 걸었다.
나는 짧은 다리로 희소를 따라잡기위해 다리를 빠르게 움직여 보았지만
희소의 작은 중얼거림은 들을수 없었다.
".....언젠가는....고양이를..사랑할수 있겠지....?"
교실로 돌아가자 때마침 3교시가 시작하고 있었다.
영어 선생님(이번엔 재량영어-_-)은 비에젖은 우리를 힐끗 보더니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수업을 진행해 나가셨다.참으로 몹쓸 선생님이야.-_-^
자리 배치는 원래대로 해놓았기에 희소와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다.
희소는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귀에 이어폰을 꼿은채 창을 향해 엎드렸다.
창에는 어두워진 하늘아래로 굵은 빗방울이 춤을 추듯 내리고 있었다.
비..많이온다.
우산 없는데...오늘 비온다는 말도 없었는데...
휴...풀잎이는 우산 가지고 왔으려나?=_=....
선생님이 나누어 주시는 프린트를 끄적끄적 받아적고 나니 어느덧
3교시 마침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희소는...여전히 잠들어 있었다.아무렇지도 않나보구나.다행이야.정말 다행이야.
"풀꽃아!!화장실가자!!-0-!!!"
-_-..산글아....
그런건 작게 말해야 하는데...왜 그랬어..산글아!
하지만 남들의 시선따위는 깡그리 무시한채 휘적휘적 내게로 걸어와 내 팔목을 꽉 잡고
화장실로 이끄는 터프한 산글이.나는 산글이의 엄청난 힘에 이끌려 화장실로 향했다.
하지만....내 눈은 희소에게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몰랐을까...?
희소는 내가 바라보고 있을때도...여전히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었단걸..
희소의 소매는 심하게 젖어있었다는것을...희소는....생각보다....많이 아파했다는 것을.....
"풀꽃아 아까 담임이 뭐래?"
"응?아..수업 자꾸 빼먹는다구.."
"그렇구나.참!아까 주걱마마가 한말 신경쓰지마.괜히 신경질내는거야.쉽게 말해
미스테리 부리는거지."
"-_-..미스테리가 아니라 히스테리"
"-_-그거나 그거나~여튼 괜히 노처녀가 아니라니까~"
"=_=응."
"그런데 아까 정말 충격적이었다ㅇ_ㅇ희소가 그런 말을 할줄 몰랐어!희소가 정말
널 좋아하나봐?"
나는 그 말에 아무말 없이 웃어버렸다.
아니..라고 말하기에도..응...이라고 말하기에도 어색했기때문이다.
산글이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쉬는시간 10분은 흘러갔다.
아무 의미없는 4교시마저 훌쩍 지나가버리고 마침내 점심시간.
점심시간이 되자 검은색에 굵은 웨이브를 탄 튤립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넌 또 왜 온거야?!"
"너 보러 온거 아니니까 못난 상판 저리 치워라-_-"
"이..이게!!"
"힘만 센 돼지 같으니-_-"
"머리에 든 것없이 담배만 피워대는 뻐끔아!"
"-_-^"
"-_-^^"
여전하구나-_-튤립이와 상글이.
이젠 화해할때도 됬는데....=_=...
"풀꽃아.밥먹으러 가자."
"풀꽃이는 나랑 밥먹으러 갈꺼야!왜이래!"
"-_-얘가 너랑 간다고 그랬냐?"
"...=_=.."
이 묘한 분위기는 또 한바탕 할것 같다.아무래도 내가 나서야 겠어.
아무래도 이 소설 제목을 바꿔야 겠다.조풀꽃은 해결사........라고=_=
"그러지 말고 다같이 가자!우리는 친구잖아!^0^*"
이말이 가뜩이나 싸한 분위기를 더 다운 시켜버렸고-_-
결국 갖은 권유와 애교-_-끝에 무사히 식당으로 내려갈수 있었다.
...그 때까지 희소는 여전히..엎드려 있었다..
얼른 밥먹고 김밥 사가지고 올라와야지.
희소 또 굶으면 쓰러질지도 몰라!ㅇ_ㅇ
"풀꽃아 천천히 먹어-_-체해."
"맞아.누가 안쫓아온다고."
"아니야, 괜찮아!!켁켁..나 다 먹었다!나 먼저 올라가있을께!!ㅇ_ㅇ!!!"
대충 물을 마신채 나는 매점에 들려 김밥와 우유를 사들고 교실로 올라왔다.
아이들도 없이 텅빈 교실에는 희소와 어떤 여자한명만이 남아있었다.
...어제..양호실에 그 여자다..ㅇ_ㅇ...희소와 키스했던....
잔뜩 인상을 쓴채 창을 바라보고 있는 희소와..싱긋싱긋 웃으며 희소에게 말을 건네는 여자.
그러나 귀찮다는 듯 짜증난다는 듯 여자를 한번 바라보고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배를
꺼내드는 희소.
아..안돼!!담배를 피면..!!ㅇ_ㅇ!!나도 모르게 희소에게 달려가려고 할 때 나보다 먼저
희소의 손에 올려진 담배를 낚아채는 여자.
싱긋 웃으며 담배를 부서뜨린채 희소에게 뭐라 말하더니 옆에 놓여진 작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아............도시락......!
여자는 도시락을 열어 김밥을 집은뒤 희소에게 내밀었고
그 것을 외면하던 희소와 그만...눈이 마주쳐버리고 말았다.
난 나도 모르게 내가 사온 김밥와 우유를 뒤로 숨겨버렸다.
"아..아무도 없을줄 알았는데..있었구나.^o^"
"......"
"희소야 누구야?"
긴 속눈썹이 드리운 큰눈을 깜빡거리며 고개를 갸웃갸웃거린채 희소에게 묻는 여자.
예쁘다..나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예쁘다.
마치 인형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비스크 인형..ㅇ_ㅇ..
희소랑 잘 어울린다.어린아이같이 샘이 날 정도로...그러나 희소는 그 여자를 무시한 채
내게로 걸어왔다.
"아..나..나는 동생한테 가야되서..밥 맛있게 먹어 희소야."
눈물이 나오려는걸 억지로 참고 뒤돌아 나오려는데...또다시...희소에게 붙잡혀 버렸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지금껏 참아왔던 눈물방울이 바닥으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33
아무래도 밥을 많이 먹어야 겠어.자꾸만 붙잡히잖아!완전 뚱땡이가 되어버려야지!!
"...아..저기..희소야.."
".......미안하다..싫다는데..."
그러면서 내 허리에 감긴 손을 느슨하게 푸는 희소.
지금 희소의 표정이 어떨지.....
"아니야!!희소야 나 너 안싫어해!!"
"...그래..동생한테 가봐야 한댔지?잡아서 미안."
"아니야.아니야!밥 맛있게 먹어!!"
그리고 난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화장실로 달려갔다.
다행히 아이들이 한창 밥을 먹고 있을때라서 그런지 화장실에는 아이들이 별로 없었다.
나는 가장 깨끗한 칸을 골라 들어가 내가 산 김밥과 우유를 꺼냈다.
휴..배부른데....그래도 버리긴 아까우니까...
김밥을 입에 넣는데 괜시리 눈물이 났다.
우씨.왜 눈물이 나고 그러냐..나는 그 화장실칸에서 울면서 김밥과 우유를 먹어야 했다.
"풀꽃아-_-눈이 왜 그러니?"
"응, 눈이 가려워서 문질렀더니 이렇게 됬어.허허..=_="
"-_-아무리 가려웠어도 참았어야지.이번시간 체육인데"
"나 체육복 없는데.."
"아, 전학왔으니까 없겠구나.그럼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쉬자."
역시 산글이는 반장이라 틀리구나.=_=
산글이는 체육선생님께 나의 사정을 잘 말씀드렸고 선생님은 날 스탠드에 앉도록 해주셨다.
아까는 엄청나게 쏟아지더니 이젠 비가 한방울도 안오네?
잠깐 스쳐가는 때아닌 소나기였나보다..
스탠드에 앉아있는데 우리 학교 체육복과는 완전히 다른 체육복을 입은 무리가 우리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왔다.음..2학년인가?아니면 1학년?
아니야, 아니야.체육복 디자인부터가 완전히 틀린걸보니 우리학교는 아닌것 같다.
그럼..뭐지?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이 무척이나 많은....무리들.
그 맨 마지막에는............필립이가 있었다...ㅇ_ㅇ
날 보고 외면하려다 부은 내 눈을 보고 다시 나를 바라보는 필립이.
필립이는 살짝 인상을 쓰며 무표정으로 서있는 희소를 바라보더니 내게로 다가왔다.
"...눈이 왜그래?"
"으..응?"
"너 눈.눈말이야."
"아..눈이 가려워서 부볐더니 이렇게됬어=0="
"...."
"저..정말이야!!=0=!!"
"누가 아니래?-_-"
..그렇지..필립이는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_-..
조풀꽃..이러니까 더 어색하잖아;
필립이가 내 옆에 앉자...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내게로 꼿혔다.
특히나 유난히 나를 빤히 쳐다보는 아이가 있었으니......
어라?저 아이는..풀잎이와 같이 있던 저번에 그 아이!
어깨부분이 녹색인걸 보니...나보다 어린 학년인가보다.
아, 풀잎이랑 같이 있는걸 보니...2학년이구나.그런데 왜 날 빤히 쳐다보는거니?
"천필립!!거기서 뭐하나?!!"
"보시다시피 쉬잖아요-_-"
허헉!!필립아!!선생님께 그런식으로 말을 하다니!!ㅇ_ㅇ!!
하지만 필립이네 학교 체육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대처하셨다.
"지금 니놈이 쉴때냐?!!당장 안일어나?!!"
"아, 저없어도 저새끼들 알아서 잘해요!"
"뭐야?!!니놈이 맞아야 되겠구나!!!+0+!!!"
"아, 알았어요!!일어나면 되잖아요!!-0-!!괜히 그래!!"
그제서야 뭐 씹은 표정으로 엉덩이를 탈탈털며 일어서는 필립이.
나중에 산글이에게 들은건데 몇일후에 있을 축제때문에 오늘 짝피구를 한단다.
산글이 말로는 필신공고와 화륜고는 매년 축제를 같이 연다고 한다.
"저 존나 빨리 죽을꺼예요!!"
"뭐여?!!"
투덜대던 필립이는 결국 선생님께 몇대 맞고 경기를 시작할수 있었다.
피구이긴 하지만...남자가 공을 던지고 여자가 맞으면 같이 죽는 것이라서
그런지...엄청나게 멋있었다.나도..하고 싶어!!ㅠ_ㅠ
필립이는 자신이 말한대로 엄청나게 빨리 죽었다-_-
공이 날아오는데 자신의 파트너를 앞으로 들이밀어 땅볼이라는 걸 제대로 맞았다고
박박우겨 결국 죽었다고 치게 되었다.
원래 수비를 해야하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필립이는 지금 내 옆에 앉아있다.
"헛헛..아주 잘하더구나.필립아.."
"니 눈엔 그게 잘하는 걸로 보였냐?"
"=_="
"눈은..울어서 부은주제에."
"....."
"저 자식 때문에 울지마.기분나쁘니까."
그게 아닌데..난 다만..그냥 슬퍼서 운건데....
왜...나를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거니....필립아....
왜...그렇게...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날..바라보는 거야....?
그 사이 첫번째 피구시합이 끝이났다.
바로 두번째 시합이 시작되려는데...내 손을 잡고 벌떡 일어서는 필립이.
"선생님.얘 우리편에 끼워줘요"
"왜-_-"
"어차피 우리 남자가 더 많잖아요."
"쟤는 우리학교가 아니잖냐."
"그냥 껴요."
"아니?!이놈이 또 억지를 부리네-_-^"
결국 날 끼워넣지 않으면 학교를 폭파시켜버리겠다느니 단체휴학을 하겠다느니
말도 안되는 갖은 협박 끝에 나는 필립이 팀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왜..-_-..피구를 해야하는 거지?난 피구 진짜 못하는데..공은 너무 무섭단말야!
하지만..이미 시합은 시작되었다.무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공.
다행히 내 옆에는 필립이가 있었기에 아이들은 쉽사리 내게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희소는 아무런 동요없이 자신의 파트너인 산글이의 손을 꽉 잡은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잠깐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 내쪽으로 공이 날아왔다.
으..으..으악!!!
..........하고 눈을 감았는데...내 몸이 따뜻해지면서 앞이 어두워졌다.
"..바보야!!눈만 감으면 다냐?!"
"..ㅇ_ㅇ.."
"아..씨발.어떤새끼가 던졌어!!존나 아프네!!"
필립이는 나를 안다시피해 공을 막았던 것이었다.
그 덕분에 허리가 퉁퉁부어오른 필립이는 이대로는 절대 경기를 못한다고
억지를 부렸고-_-결국 나는 필립이와 양호실을 찾았다.
"내가 너때문에 다친거야-_-"
"미안."
"나한테 공던진 새끼 잡히면 죽었어."
너한테가 아니라 나한테였는데...=_=;;
"아까 막아줘서 고마워."
"내가 안막았으면 너 또 아프다고 울었을꺼 아냐!"
"ㅇ_ㅇ"
"그러면 가뜩이나 부어서 추한 눈..더 추해진다고.미래가 불쌍해서 막아줬다!!흠흠.."
애써 툴툴거리기는 하지만 필립이는 알까?
지금 필립이의 얼굴은 토마토보다 빨게져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양호실을 지키시던 양호선생님은 별것도 아닌데 툴툴댄다며
허리에 파스를 붙여주셨고 덤으로 필립이의 허리를 찰싹 소리가 나도록 한대 때려주셨다.
"선생님 잠깐 일보고 올께!"
역시나...-_-...외출을 하시는 선생님이셨다.
저러나 해리엇 부인처럼 잘리면 큰일인데...
"야.넌 어디가?"
"아..나 체..체육해야하는데.."
"내가 누구때문에 여기 누워있는데!!"
목구멍까지 너때문에 라는 말이 올라왔지만..꾹 참았다.
필립이를 열받게 했다가 나까지 다칠지도 몰라.-_-..참아야해..
"여기있어."
"..응=_=.."
어색한...침묵...의 시간.
차라리 스탠드에 혼자 앉아있는게 나은데....그 사이 필립이는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필립아.여기는 너네 학교가 아니라 우리학교란 말이야..
멍하니 잠든 필립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데 은회색의 머리칼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필립이도 꽤나 멋진 얼굴이다.ㅇ_ㅇ
희소는 이쁘고 필립이는 멋있는걸 보니 한국은 잘생긴 사람이 많구나..
하얗지도 까맣지도 않은 피부에 오똑한 코.
눈, 입 모두 멋지지만 유난히도 코가 이쁜 필립이었다.나도..코가 오똑했으면 좋겠다.
흐음..필립이 코가 얼마나 높은지 가서 비교해 볼까?
나는 양호실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슬금슬금 필립이의 옆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예쁜것 같다.ㅇ_ㅇ그리고 코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데..........
"ㅇ_ㅇ"
"..-_-..."
...피..필립이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ㅇㅁㅇ!!
#34
"너..원래 이런애였냐?-_-"
"ㅇ0ㅇ"
"멍청하긴-_-할려면 티안나게 하던가."
하..하다니..!!도..도대체 내가 뭘!!ㅇㅁㅇ!!!!
"ㅇㅁㅇ.."
"-_-상심이 그렇게 크냐?안되겠다.이 오빠가 해주마."
그리고 나를 확 잡아당기는 필립이.
멍청하니 서있다가 필립이의 얼굴이 내 얼굴과 너무도 가까이 붙어있는걸
보고 정신이 확 들었다....가까이에서 보니까....더 멋지다.*-_-*
................................가 아니지!!
나..나..나 왜이런대니!!그런데 왜이렇게 목이 타지?
나는 크게 침을 꿀꺽 삼키었다.꿀..꺽-_-;;;;;;;;
"야-_-자제해라."
"-_-;;;;;"
"너..가까이에서 보니까..."
다시한번 꿀꺽-_-;
내가...이쁘다구?+_+
".........코가 더 벌름벌름거리냐?"
"...."
필립이는 참으로 이상한 아이야!!
어떨땐 장난스럽다가 어떨땐 살벌하다가 또 어떨땐 자상하고..
(자상한건 매우 드문일이다-_-)
"...그런데...나 왜이러냐..."
"ㅠ_ㅠ"
"..이런애한테...뭐가 잘났다고..."
필립이의 회색눈이..많이 일렁거린다.
그 투명한 회색빛 눈이 애써 무언가를 감추려는듯 일렁거린다.애써 감추는것...슬픔이겠지?
"...왜..내 앞에 나타나서...왜..왜...날 이렇게 만들어.왜...왜 나를 병신으로 만들어놨냐구!!"
내 가녀린-_-어깨를...............미안하다-_-;칼내려놔라.
그래, 떡판만한-_-^ 내 어깨를 마구잡이로 흔드는 필립이.
그 덕분에 필립이가 두개로 보이는구나.아니..3개다!!
그런데 내가 필립이를 병신으로 만들어놨다구?설마....여기 처음 전학오던날...
그날..!!그날 필립이가 불구가 된거야?!이를 어째!!
"피..필립아!!미안해!!정말 그럴생각은 아니었는데!어딜 다친거니?!"
이런 내 말에 잠깐 벙찐 표정을 짓더니 이럴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고 조금전까지
웃음기 어렸던 그 표정을 깨끗이 지운뒤 평소에 나를 대하던 무표정으로 돌아와 내게 말했다.
".....여기."
필립이가 가리킨곳은 자신의 왼쪽가슴, 심장..부근이었다.
심...장...?그럼..그..그럼...그때 내가 안겨버려서..그래서 심장이..심장이 고장난거야?
"시..심장?ㅠㅁㅠ고칠수는 있는거니?!"
그 말에 고개를 좌우로 젓는 필립이.
어..어떡해!!불....불치병이야!!이제..이제...필립이를 볼날이 얼마 남지 않은건가...?
"......너만 고칠수 있어."
"응?"
"....너만...너만 고칠수 있다고...너만..너,조풀꽃 너만.."
"....."
말없이 내 손을 쥐어가 자신의 왼쪽 가슴에 대는 필립이.
조금..아주 조오금 부끄럽기는 하지만...필립이의 심장뛰는 소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들린다.아니, 느껴진다.
쿵..쿵...쿵..쿵...내 심장과 함께...같은 박자로....필립이의 심장도 뛰어만 간다..
".....이 심장..너에게 줄테니까...니가 고쳐."
"....피..필립아.."
"...니가 고칠수 있으니까..니가 고쳐..니가 이렇게 나 만들었으니까..니가 고쳐.."
그래야지...
내가 저렇게 만들었고...나만 고칠수 있다는데..당연히 내가 해야만 한다..!!+0+!!
"..응!!...어..어떻게 하면..돼?ㅇ0ㅇ!!"
그 말에 작게 미소짓는 필립이.힘없이 피식, 흘리듯 웃는 웃음이 아닌....
억지로 입꼬리를 틀어올려 짓는 미소가 아닌..순수하게..기쁨으로 작게 짓는 미소.
....에쁘다...처음보는 필립이의 미소가....예쁘다...
".....우선..울지마."
"으..응!!"
나는 얼른 흘러내리던 눈물을 닦았다.
바보같이, 엄청나게 많이 울어서 얼굴이...눈물 범벅이 되어버렸다.
대충 눈물을 닦아내고 눈물에 찌든 얼굴로 필립이를 바라보았다.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필립이의 회색빛 눈동자.
그 안에..내가 있다.내안에..내 눈이 있다...그리고 그 안에..필립이가..있다.
"....그리고...."
"..."
"....나랑 사귀자."
"....응..?"
필립이는...심장이 아픈게 아니었나?
분명히 왼쪽 가슴이 아프다고 했는데..심장이 오른쪽으로 이사갔나?(재미없다-_-^)
필립이의 너무도 아리송한 말에 나는 한참이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엄청난 고민끝에 내린 결론.
.....말도안돼...!!필립이가.....날 좋아할리 없잖아!!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그동안의 필립이의 모습들...
자신을 생각하지도 말라던...내가 보기 싫다던....그 말들이 자꾸만 떠오르는데..
지금 내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필립이 넌...뭐니...?
"뭘그렇게 멍하니있어?"
"으..응..?"
"나랑..나랑 사귀자고."
"그..그게..너..너 심장아프다고 그랬잖아!!"
"심장?왠 심장?"
"...그런거..아니었어?"
"이거, 바보아냐.내가 언제 그랬냐?"
"어..하지만..분명히 왼쪽가슴이 아프다고..."
"바보..그건 너때문에...그러니까..그러니까..."
내가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그런건지..
당황한듯 말꼬리를 흐리는 필립이는 화가나는지 자신의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넘기더니 소리쳤다.
"그..그러니까..아,씨!!..아,그래!!너때문이라고!!"
"..나..?ㅇ_ㅇ"
"그래!!이 바보야!!너때문에.."
"왜?ㅇ_ㅇ"
".........너..정말 바보냐?"
"...아..아니.나 바보 아닌데..나 이래뵈도 아이큐도 꽤 높아."
나 아이큐 꽤 높다.이래뵈도 미국에서 아이큐 쟀을떄 138이나 나왔다구!
이정도면 천재버금-_-갈 정도다!
이런 나에게, 돌고래가 신으로 모셔야 할 나에게 바보라니!!
"지금 그 문제가 아니잖아!어쩔꺼야?"
"어쩌다니?"
"...예스야..노야?"
그냥...장난스럽게 넘어가려고 그랬는데...
필립이는 진심이었어..!어..어쩌지....?!!
생각해보니..이상하다....
필립이와 키스한 날도...고백받은 날도..희소와 키스한 날과...고백한 날과 같다....
오늘 아침..희소가 내게 좋아한다고 말했으니까....
하지만..난 필립이 역시..좋아하지 않아...그냥..그냥..친구일꺼야..그럴꺼야....
그 때..문득 언젠가 엄마가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말이 생각났다.
'심장은 나를 속이지 않는단다...'
왜...그 말이 생각나는걸까...?
왜...지금...지금 내 심장은 필립이와 같이..뛰고 있는걸까....?
난...난...필립이를......좋아하지.....않는데.......
#35
....희소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만약...아주 만약...아주..아주 만약에...그럴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필립이를 좋아한다고 치면..희소는 어떡하지..?
희소한테...너무너무..미안할텐데...희소도 좋은 친군데...
"......저기...필립아..."
"미안하다는 말 따위 들으려고 말한거 아니야."
"....하지만..."
침대에 앉아있던 필립이가 벌떡 일어나 양호선생님 책상에 놓여있던 컵을 내던졌다.
쩅그랑-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소리만큼이나 날카로운 유리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피..필립아..."
"...노는...파멸이야..."
"....."
점점..검정색으로 변해가는..필립이의 눈...
크..큰일이다!!거..검정색으로 변하면 안돼는데..!!
그 때 필립이의 손이 이번엔 유리창으로 향했다.설...설마...!!!
"....아..알았어!!!"
"...."
"사..사..사겨!!그래!!"
"....후회하지마."
"응!"
".......울지..말고.."
"...응..!!"
내게로 다가와 날 꼭 안고 미친듯이 웃는...필립이.
무섭긴 하지만...조금은..이상하다..이렇게도...좋은걸까....?왜...왜....
필립이가 창을 깨려고 해서 내가 사귀자고 한건..솔직히 말해 경솔한 행동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안그랬을 것이다.그런데...왜그랬을까...?
어느덧 웃음을 멈춘 필립이는 시리디 시린 회색빛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어차피 한달뿐이다..사랑한다고 말 못한다..행복하게 못할지도 모른다.
니 생각만 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힘들어 질지도 몰라.그래도 내겐..늘 니가 있으니까,
말 못해도..사랑하고 있으니까..이것만..죽을 때까지 잊지마라.."
"ㅇ_ㅇ..응.."
한...달..?
한 달...그게 무슨말이야...?
".....그래....죽을때까지...너만 사랑한다.."
"....으응.."
나도..라고 해줘야 할텐데..고맙게도 필립이는 내게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좋아한다면서 왜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다는건지...알수가 없다.너무 낯간지러운 말인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필립이는 나를 다시한번 품에 넣어보곤
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겨준뒤 씨익 웃고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 보니 혼자..양호실에 남았다.
음음..왠지 기분이 묘한걸..?난 얼른 샤샤샥- 고개를 돌려보았다.
다행히..몰래카메라는 없어.+0+다행이다..본 사람도 없고.
나는 양호실침대에 비뚤어진 이불을 정리하고 양호실을 나왔다.
복도가 조용한 걸 보니 지금은 아마도 수업시간인가 보다.
지나가다 어떤 반의 걸린 시계를 보니...
흐음..6교시가 시작된지 꽤 지났다.10분정도 있으면..종이 치겠어.교실로 돌아가야겠다..!
슬금슬금 교실로 들어가자 모두의 시선이 쏠리었다.
굉장히 얼굴이 따꼼따꼼거렸다.그러나 곧 이어진 산글이의 발언에 나는 그 따끔거리는
시선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눈알 안돌려?!!+0+!!뽑아버릴라!!"
뽀..뽀..뽑다니..!산글아!!ㅜ^ㅜ그런 잔인한 말을...
다행히 금요일 7교시는 자습이었기에 망정이지...만약 수업시간이었다면
상글이는 상담실로 끌려갔을지도 모른다.-_-.
"풀꽃아!필립이는?ㅇ_ㅇ"
"어..엉..가..갔어"
"왜 이렇게 말을 더듬어-_-무슨일 있었던거냐?"
"아..아니..!!일은 무슨!!고..공부해야지.하핫.."
상글이 나빠.ㅜ^ㅜ괜히 말은 꺼내서 얼굴을 화끈거리잖아.
나는 긴머리로 얼굴을 가리우고 애써 방금 핀 문제집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의심스럽다는듯 내 옆에 찰싹 들러붙어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쏘아보내는 산글이.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려봤지만 그쪽에는....희소가 있었다.-_-
"아하하..희..희소야, 안녕^ㅇ^.."
무표정으로, 아니 약간은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날 가만히 바라보다 창쪽으로
고개를 획 돌려버리는 희소.
왜..왜그러는거니..ㅜ^ㅜ희소야아....너마저 날 버리면 난 어떡하라고..!!
"아우!!풀꽃아!너 안되겠다-_-!!이 언니와 따뜻한 대화를 나눠봐야 겠구나."
"어..엉?하..하지만 아직은 수업 시간....."
딩- 동- 댕- 동- ♬
제..제..제길..ㅜ^ㅜ.....!!!결국 나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어색하게 산글이를 쳐다보았다.
"으흐흐..마침..종도 쳤고 말야..어서..가자!!+ㅁ+!!!"
어..어딜..가는 게니..ㅜ^ㅜ.....!!
산글이가 날 끌고 온곳은 다름아닌 옥상이었다-_-
하긴..3학년 교실에서 가장 가까운 비밀아지트는 옥상밖에 없으니까..
"조풀꽃!솔직하게 말해봐=_=이 언니가 확실하게 밀어줄테니-_-!"
"그래그래."
목소리가 하나 더 늘은걸 보니...-_-필시 튤립이다.
시선을 퍼뜨려보자 멀지 않은곳에 튤립이가 보였다.
"튜..튤립아 언제 왔니.."
"니네가 옥상가는거 보고 따라올라왔지!간만에 구름도 만들어볼겸."
언제 꺼냈는지 담배 하나를 꺼내무는 튤립이.
아빠가 여자는 담배피는거 아니랬는데...
뺏고싶다뺏고싶다뺏고싶다뺏고싶다뺏고싶다뺏고싶다뺏고싶다!!+0+!!!
"..저..풀꽃아 그런 눈빛은 부담스러운데.."
"엉?=0=..아..미..미안.."
"아!!조풀꽃!!어여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
"일이라니.산글아 나는 아무일도 없었단다."
"뻥치지 말고!귀신을 속여도 이 언니는 절대 못속인다!!"
"맞아맞아.공산글 얘 보기보다 눈치는 빨라-_-얼른 말해봐.우리사이에~"
튤립이까지 가세해서 더더욱 힘든 상황.아무래도..말하는게 낫겠다.
어차피..튤립이는 필립이의 동생이고 산글이도 믿을만하니까.
"사실..."
"+_+"
"-_-+"
"-_-...나..피..필립이랑 사귀기로 했어.."
....이에 대한 그녀들의 반응은 대단했다-_-
"뭐?!!천필립이랑 사귀기로 했다구?!!필신공고 천필립?!!"
"피..필립이 그놈이랑?!!내 쌍둥이새끼 천필립?!!"
얘들아 목소리가..목소리가..심하게 크잖니.ㅜ^ㅜ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리고 애써 고개를 끄덕이려는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옥상 문이 열리며....누군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숨이 가쁜듯..거칠게 숨을 몰아쉬며....또렷하게 나만을 바라보는....
......희소가.......내게로 다가오고 있다.
#36
"희...소야..."
걸음을 조금도 늦추지 않은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다가오는 희소.
눈만은..눈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채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튤립이와 산글이는 무언가가 심각하다고 느꼈는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 지금은
문을 나서고 있었다.-_-
결국..현재 이 넓디넓은 옥상에는 나와 희소뿐이었다.
때마침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희소에게 말했다.
"조..종쳤는데..수업 들어가야겠다."
"......못가."
"응?"
세게 내 어깨를 잡는 희소.
힘...세다.ㅜ^ㅜ..산글이랑 맞먹을꺼 같아..
"아..아픈데..ㅜ^ㅜ"
그러자 조금 느슨하게, 그러나 여전히 세게 잡는 희소.
희소의 표정은 처음보는 분노어린 무표정으로 변해있었다.
싸늘하게..식은..심하게 동요하는 희소의 까만 눈동자...
필립이의 눈처럼...희소의 까만 눈동자 안에도 내가 있고..
또 그 안에 있는 내 눈안에 희소가 있다..
조금 다른점이 있다면 내 눈속에 비추이는 희소의 모습이 조금..불투명하다는 것...
"......조풀꽃.똑바로 들어."
"ㅇ_ㅇ.."
"나도 천필립만큼!!아니 그보다 더!!..사랑해.내가 더 많이..그 자식보다 많이
내가 너 사랑한다고!!!"
"...희..희소야..."
부서질듯한 여린 몸으로....
나를 향해...넓은 하늘 아래 점에 불과한 나에게 소리치는 희소..
"나도 얼마든지 미칠수 있고 나도 얼마든지 죽을 수 있어.니가 나 살게 했잖아!!
니가 나...니가 나 살게했잖아..!!!"
"......"
"왜 나는 안돼는건데..왜...왜 나는 안돼..?!!!"
"......희소야...나..아파...놔줘..."
"....조풀꽃...넌...정말..."
".........."
희소는 말을 다 잇지 못한채 길게 한숨을 내리쉬며 천천히 내 어깨에서 손을 떼었다.
희소의 손이 닿은곳이 불에 데인 것처럼..뜨겁다...뜨겁다...
".....희소야...."
"...하나만..기억해.나..나 나쁜놈이라는거..."
"....."
"나 엄청 나쁜놈이니까..나 좋게보지마...난...나쁜놈이니까..."
"희소야...!!"
하지만..내게 할말은 다한 듯 미련없이 뒤돌아서 옥상을 나서는 희소였다.
희소가 나쁜놈이라니...그건..말도 안되는 일이다...희소는..누구보다 착하니까...
천사보다 선하고....고우니까....
나는 희소가 내게서 멀어져간 그곳을 멍하니 한참이나 바라보며...
자꾸만 내 귓가에 울리는 희소의 말을 떠올렸다..
'왜 나는 안돼는건데..왜...왜 나는 안돼..?!!!'
.....모르겠어.......
희소가 좋다면서...희소가 착하고 좋다면서......난 왜....왜 필립이를 택했을까...
희소야..미안해..정말 미안해.....난...난 아주 나쁜사람인가봐....나도 날 모르겠어...
그리고 나는 그자리에 주저앉아 8교시를 마치는 종이 울릴때까지..하염없이 울었다..
"누나 눈이 왜그래?"
"...모기물렸어."
"모기가 낮에도 물어?"
"응.."
"기분..안좋아 보인다."
"..응.."
기분이 안좋은건 확실했다.
옥상에서 거의 1시간을 울고....종친거 알고 교실에 내려가보니
화가 난 담임선생님이 계셨는데 다행히 난 다섯대를 맞고 반성문 3장을 쓰라는
비교적 가벼운 벌을 받고 풀려날 수 있었다.
"누나.."
"응?"
"여자는..참 이상해.."
"그게..무슨말이야..?"
"....이상해...내가 좋다면서...다른 사람만 봐...날 안보고....다른사람을 봐.."
"풀잎아..."
나만 힘든줄 알았는데....풀잎이도 많이 힘들었구나.
그러고 보니..풀잎이의 얼굴이 많이 상해있었다.
미국에서와는 달리 조금은 어두워진 얼굴이었다.
내가 걱정스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이런 내가 걱정되는지 풀잎이는
곧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다지 슬프진 않아.^-^"
"....."
"누나나 힘내.누나답지 않게 축쳐져서는..산글이 누나말 들어보니까 남자친구 생겼다던데.
잘생겼다면서?"
"아..응."
"....좋은..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래..."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풀잎이와 나는 이런저런 많은 말을 나누었지만 기억이 나진 않았다.
힘없이 서로를 위해 피식피식 웃어주며 말을 이어줄 뿐이었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고 다음날 아침이 될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것이..오늘일에 지친 나와 풀잎이에게 있어서 가장 큰 위로일테니까..
#37
"으악!!느..느..늦었다!!!"
잠깐 생각을 한다는게...ㅜ^ㅜ일어나보니 아침이다.
학원이라도 계속 다녔으면 나았겠지만 그것도 아빠 덕분에 등록한지 하루만에 끊어버렸다.
어찌됬든 나는 늦었다는 압박감에 허겁지겁 교복을 주워입고 주방으로 달려갔다.
주방에는 식탁에 앉아 한가로이 식사를 즐기고 있는 풀잎이가 있었다.
"이눔아!왜 안깨워줬어ㅜㅁㅜ"
"잘자길래-_-"
"우씨이..엄마랑 아빠는?"
"몰라.어젯밤에 나가셔서 아직 안들어오셨어."
"전화해봤어?ㅇ_ㅇ"
"응.엄청 바쁘신 모양이야."
"아..그렇구나-0-..그나저나!!풀잎아!!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야!!
우린 늦었다구!!+0+!!얼른 학교가자."
"응.학교가야지."
힘없이 가방을 둘러매고 일어서는 풀잎이가 몹시도 지쳐보였다.
어제부터 계속 저기압이네.-0-..나는..벌써 풀린것-_- 같은데....
학교로 향하는 내내 나는 다짐했다.오늘은 꼭..수업을 받겠노라고..!!
어떻게 된게 이놈의 소설은 공부도 안시켜주냐고오!!
나 고3인데..!!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 싫다고요..ㅠ_ㅠ
이런저런 생각끝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나는 학교 정문에 들어서고 있었다.
"누나"
"응?ㅇ_ㅇ"
"산글이 누나한테 이거..전해줘."
풀잎이의 손에는 연두색빛의 고운 편지봉투가 하나 들려있었다.
어제 방에 콕 쳐박혀 뭘하나 했는데...이 편지를 썼나보구나..
"절대 보지말고-_-"
"응=_="
"꼭 전해줘.그럼 나 갈께 누나!참!!누나가 우리반으로 와."
"알았어=_="
풀잎이가 사라진뒤 나는 고민했다.
보고싶다보고싶다보고싶다보고싶다보고싶다..(무서운 집념-_-)
하지만..풀잎이의 심각한 얼굴이 떠올라 쉽사리 열수가 없었다.
휴...어쩔수 없지.나중에 산글이한테 물어봐야겠다.>_<
그리고 활기차게 교실로 향하려는데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희소가 보였다.
왠지..마주치면..안될것 같은생각에 얼른 고개를 돌리고 다른쪽으로 걸어가려는데...
"어?!풀꽃이다>_<"
........라는 누군가의 말에 나는 그만..얼어붙고 말았다.ㅜ_ㅜ
어색만 미소를 입가에 한가득 머금고 고개를 돌리는데 어느덧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바라보는 무표정의 희소와 내 주위를 알짱-_-대는 오랜만에 보는 어두운 갈색으로
염색을 한 흔이의 보라빛 눈동자가 보였다.
"아하하..안녕.^ㅇ^"
"응응>_<"
"...."
"흔이..저..전학왔나보구나.-0-..몇반이니?"
"응!나 7반!풀꽃이랑 희소랑 같은반!!"
"그..그..그렇구나."
"흐흐..이제 풀꽃이 맨날맨날 볼수 있겠다.>0<"
그렇구나.이제 흔이를 맨날맨날 볼수 있겠구나..
그러면 지금은 이렇게 어색한 희소와의 관계도 조금은 나아지겠지?
그런데..희소야 왜 말이 없니?
"..가자."
"원희소!!야 이 나쁜놈아!오랜만에 풀꽃이와 기쁜 재회를 하려는데 방해를 하려드느냐?!
에라이~이 나쁜놈아>_<"
"........"
"...미안해.ㅠ_ㅠ가자 희소야."
"아..저기..!희소야.."
".......괜찮을거라 생각하지마..시간은 걸릴테니까.."
고개도 돌리지 않은채...조금은 떨리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로 내게 말을 한 뒤 돌아서서
교실로 향하는 희소.마음 한구석이 많이 시려온다...
아는 것이 없는 흔이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와 희소를 번갈아 보면서
희소를 따라 쫄래쫄래 교실로 들어갔고 나도 멍하니 서있다가 곧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에는 여전히 활기차게 아이들을 때려잡고 있는 산글이가 있었다.
여전히 산글이는 파워업이라니까.-_-..나는 연둣빛 편지봉투를 들고 상글이에게 다가갔다.
"상글아."
"오!풀꽃이!왜?"
"잠깐만..-_-..나가자-_-.."
"뭔데 그렇게 눈치를 보고그래?"
눈치가 보이지는 않지만 공개적으로 건네주면 이상하잖아.
나는 산글이를 조용히 교실밖으로 끌고나왔다.
그리고 풀잎이가 내게 준 연둣빛 편지를 앞으로 내밀었다.
"ㅇ_ㅇ뭐야?설마...너...-_-+"
"아..아냐!!..푸..풀잎이가 전해주랬어=0=!!"
".......풀잎이..?"
"응"
미묘하게 뒤틀려가는 산글이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나를 슬쩍 한번 바라보는 산글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열어볼까?"
"에헤헤...."
슥슥 능숙하게 편지 봉투를 뜯는 산글이.
비록 내게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빠르게 편지를 읽어내려가는 산글이의
눈이 점점 뿌옇게 변해가는 것을 보며 그 편지가 좋은 내용을 담고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다 읽었는지 빠르게 편지를 접어 봉투에 넣는 산글이의 눈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산글아.."
"헤헤..짜식이!나에게 저주의 편지를 보내다니!-0-!!용서하지 않겠어!!"
"....."
"히히..눈......아프다.."
산글이의 눈에선..산글이와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았던 눈물..이라는 것이
지겹도록 흘러내리고 있었다.
"산글아..왜그래?우리 풀잎이가 너 욕했어?"
"...."
말없이 고개만 좌우로 흔드는 산글이.
산글이는 힘없이 주저앉아 내게 기대어 힘겹게 울음을 터뜨렸다.
#38
*왜*
내나이 열아홉에 사랑은 왔다*-_-*
"누나 찾으러 왔는데요."
"누나?니 누나가 누군데?"
"조풀꽃 이라고.."
"아..풀꽃이..?풀꽃이 없는데.풀꽃이 동생이야?"
"예."
조금은 차가워 보이지만 키도 훤칠하고 예의도 바른게..
풀꽃이와는 달리 지적인 향기가 풍겨나는 녀석이었다.
처음엔 나의 취미-_-상 풀잎이를 쫓아다니게 되었다.
"왜..왜이러세요!!"
"흐흐흐..사진 1장만 찍자>_<"
"저..저리가요!!"
"왜에~사진 1장만!1장만!"
싫다는 넘을 억지로 붙들어 사진을 찍었다.
원래의 나라면 이 사진을 높은 값에 배포해야겠지만 왠지 이 사진만은 그러고 싶지않았다.
아빠에게 부탁해 조심스럽게 사진을 현상해 내 방에 걸어놓는 것이 이제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우습게도...난 나보다 어린녀석을 좋아하게 되버린것이다.그것도...짝.사.랑.이라니..!!ㅠ^ㅠ
몇일간을 생각해보았다.곰곰히 생각해본결과 나온 답은 결국..난 나보다 어린
그 조풀잎이라는 놈을 좋아하게 되었다..였다.
그렇게 고민의 해답을 찾아내고 나는 곧바로 편지를 썼다.
연둣빛..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의 편지지에 조심스럽게 한글자 두글자..
그렇게 편지를 써내려갔다.으흐흐..공산글..니가 연애편지도 다쓰고 오래살고 볼일이다~
"아빠!엄마!학교다녀오겠습니다!!"
이제는 필수품이 되어버린 사진기를 버리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해 멍하니 1교시를 보내고 풀잎이의 교실로 향했다.
풀잎이의 교실에는 귀여운 한 아이와 그 옆에서 즐거운듯 웃고있는 풀잎이가 있었다.
그...아이는...........
.....왠지 마음한구석이 뻥- 트인듯한 기분.
설마..아닐꺼야..애써 나를 위로하며 풀잎이를 불렀다.
"무..무슨일이세요."
내가 너무 괴롭혔나?-_-..
날 왠지 경계하는 듯한 분위기였다.나는 씨익 웃은뒤 편지를 건넸다.
"...안받을래요."
"이게 뭔지나 알고 그러는거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풀잎이 녀석.
눈치하난 무지하게 빠른놈이다-_-..
"그래도 받아."
"...."
"다시 가지고 가기 쪽팔리잖아."
"...기대하지..마세요."
"...응."
그리고 교실로 올라오는 내내..기분이 우울했다.
아직..차인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우울해하기는..!!
공산글!힘내자!이런거..너한테 안어울리잖아!아자!!빠샤!빠샤!!-0-!!
그로부터 이틀후...풀잎이의 답장을 받을수 있었다.
나에게 편지를 건네주고 무지무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풀꽃이-_-..
아, 이런건 혼자봐야 하는데.....애써 웃어보인뒤 편지를 뜯어보았다.
-누나..누나편지 잘받았어요..
이런말 하는거 너무 미안하지만..저는 사귀는 사람있어요.
사랑하냐구요..?......예...
바보같이..그애는 절 바라보지 않아도 저는 그애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미안해요..이게..저의 마음입니다..-
짧지만..풀잎이녀석이 이 편지를 쓰는 동안...얼마나 괴로워하고
힘들어했는지 알수 있었다.간간히..흐릿하게 보이는 눈물자국들을 통해...
안우려고 했는데.........바보같이 눈물이 났다.
눈 크게뜨고 최대한 비참해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풀잎이가...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잘 아니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바라보지만...조풀잎, 그 바보같은 녀석이 끝없이 바라보는
그 여자가....누군지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
왜....왜 하필.......
왜 하필....내 동생인거니.....?
그렇게..나는 아직 누구에게도 말못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열아홉살 봄에...혼자서 겪어내야 했다.
...
왜...우리가 이제야 만났을까요...?
왜...하필..이제야 만났던 걸까요..?
조금더..내가 그댈 먼저 사랑했더라면....
조금더..그대가 날 먼저 사랑했더라면....
이렇게 힘들어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
왜...하필......천필립만 바라보는...내 동생이냔 말이야..!!!
#39
이 나쁜놈의 조풀잎.가엾은 산글이를 울리다니!!
말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던 산글이는 눈을 몇번 부비적거린뒤 긴머리로
가려져있던 얼굴을 번쩍 들고 씨익- 웃어보였다.
........그 모습이 가히....위협적이었다.-0-;;
"헤헤..내 연기 어땠어?+_+"
"연...기?=0=;"
"응>_<나 탤런트 될꺼거든!어땠어?ㅇ_ㅇ"
"어..어...최...최고야-0-b"
"흐흐흐>_<이러면 나 대박나겠다!"
기쁜듯 소리치며 웃는 상글이.
그런 산글이의 오른손에는 여전히 연둣빛편지가 꼬옥..쥐어져 있었다.
보고싶다....는 강렬한 집념의 무언가가 피어올랐지만 애써 그 집념을 누르고 상글이를
데리고 교실로 들어왔다.
엎드려있는 희소의 옆자리에서 귀에 이어폰을 꼿은채 만화책을 보고있는 흔이도 보였다.
희소는....자는구나.....
"풀꽃아."
"으..응?ㅇ_ㅇ"
"............저기.."
산글이는 슬쩍 눈치를 보더니 내 귀를 살짝 끌어 작게 속삭였다.
"희소랑 무슨일 있었어?"
"이..일은 무슨."
"귀신을 속여도 난 못속여.희소가 너한테 눈길한번 안주잖아."
"어..언제는 줬었나?"
"몰랐어?ㅇ_ㅇ맨날 너만 보고 있었는데.으유~이 둔팅이."
나만...보고 있었다구...?
문득 나를 향해 등을 돌리고 있는 희소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시간은..조금 걸릴거야...라던 희소의 말이 머릿속을 떠돌아다녔다...
이런 모습을 원했던건 아니었는데...그냥..평소처럼 지내길 바랬었는데..
"천필립..때문인거야?"
"...."
"그렇구나..예상은 했었지만..."
"나..잘못한거야?"
"잘못하긴..니감정속이는게 잘못인거야.니가 필립이를 좋아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
자꾸만 숨이 턱턱 막히는게...심장이 따꼼따꼼 거린다..
내 감정...문제는 내 감정을 나조차도 모르겠다는거야..
하지만 그걸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 자신조차도 모르는 내 감정을 상글이가 알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희소 옆에 있는 애는 누구야?잘생겼다ㅇ_ㅇ"
"아..흔이?"
"어머어머!벌써부터 전학생을 아는거야?거기다가 저런 미소년을+_+"
"헛헛헛..=_=..어쩌다가.."
"어?가만..눈이..약간 이상하다.약간 보라빛이 도네?ㅇ_ㅇ"
"아..원래부터 그렇대.렌즈는 아니래."
"그래?뭐 천필립보다는 덜하지만..쟤는 이쁜것 같다."
"필립이는..안이뻐?ㅇ_ㅇ"
"천필립?글쎄..걔는 왠지 무서워..눈이 무서운것 같아."
나는..필립이 눈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필립이의 눈을 떠올려봤다.
아무런 감정없는 투명한 회색빛의..시리고 시린...눈.
너무도 상처를 많이 받아 더이상..다칠만한 곳도 없는 이미 식어 차가워져버린 필립이의 눈.
그 눈은 날 바라볼 때만 유난히 빛이났다...생기가 흘렀다..
그래서 일까..?내가..필립이를 보고 느끼는 이 감정은...
"풀꽃아>_<"
"어?ㅇ_ㅇ흐..흐..흔이야."
"왜이렇게 놀래고 그래>_<나 학교구경좀 시켜줘"
"아직 조회시작도 안했는데..ㅇ_ㅇ"
"아까 올라오면서 선생님한테 물어봤는데 희소랑 같이 하래.그런데 희소가 잔다."
"아..그렇구나.그럼 가자."
"응>_<"
역시 순수한 흔이는 보고있던 만화책을 가방에 쑤셔넣고 듣고있던 CDP를 들고
교실을 나왔다.
"음악듣는거 좋아하는구나?"
"응.특히 이 노래는..."
"ㅇ_ㅇ"
아주 잠깐이었지만 흔이의 표정이 굳었다.
물론 다시 활짝 웃는 얼굴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 슬픈기색은 지우지 못했다.
".....사랑했던 사람이 들었던 노래거든.^ㅡ^"
"사랑했던 사람?ㅇ_ㅇ"
"응.아주 많이 사랑했던 사람.."
"우와+_+누구야?보고싶다."
"....누나...누나....우리 누나.대게대게 예쁜데.."
"진짜?지금은 어디계시는데?"
"......"
괜한 질문이었다.말없이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드는 흔이.
바보같이...그런건 왜물어서..!ㅜ_ㅜ이 바보!
"미..미안해.흔이야.ㅠ_ㅠ"
"헤헤..아니야.그런데 전산실이 어디야?"
"엉?저..전산실?"
한참후 겨우겨우 전산실을 찾은 우리둘=_=
잊고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나도 전학온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것이었다.-.-
흔이는 전산실에 도착하자마자 능숙하게 컴퓨터를 켜고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흔이야?"
"테트리스>0<"
"테트리스?"
"응!나 테트리스 진짜 잘한다!"
"우와+0+"
게임이라면 엄청난 잼병인 나는 흔이가 보여주는 환상의 테트리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엄청나게 쏟아져내리는 아이템이라는 것들과..푸시식- 이라는 소리를 내며 가라앉는 블럭들.
아...나도...하.고.싶.다.+ㅇ+
이런 나의 강렬한 집-_-념을 느꼈던 탓인지 흔이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내게 자리를
양보해주었다.-v-
"헤헤..나 처음하는데.."
"그래?내가 알려줄께!!여기 이 스페이스바가 블럭을 한번에 내리는거고
화살표가 블럭 움직이는 모양이야!아, 위로 올라간건 블럭모양을 돌리는 거고.
위에 번호판은 원하는 사람에게 아이템을 보낼수 있어."
"아..그렇구나+_+흐흐.."
이상한 내 웃음소리와 함께 내 생애 첫 테트리스 게임은 시작되었다.
결과는 참패였다.제대로 콤보한번 못해본채 죽어버리고 말았고 다음판도, 그 다음판도,
그그 다음판도 나는 지고야 말았다.
그렇게 얼마나 했을까?-_-지존이던 흔이의 레벨은 어느덧 하수라는 것에 도달해 있었다.
"우어엉!내가 이거 올리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3일동안 잠도 안자고 했는데..엉엉.."
그렇게 서럽게 울면...내가 너무너무 미안해지잖니.잠도 안자고 했다니..ㅜ_ㅜ
"미..미안해.ㅜ_ㅜ이걸 3일동안 잠도 안자고 했다니..정말 미안해.."
"그럼 다시 올려놔줘.ㅠ0ㅠ"
"어..어떻게?"
"필립이한테 부탁해봐"
"피..필립이?"
"응.해..해줄꺼지?"
"으..응!!"
저렇게 서러워하는 흔이앞에서 차마 안된다는 말은 할수가 없었기에 나는 확실하게
응!!이라고 대답을 했다.그나저나..이제 어떻게 하지?ㅜ_ㅜ
내가하면 분명 더 밑바닥을 길테구..풀잎이는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을텐데...
희소는 지금 사이가 안좋아져서..그럼 진짜 필립이한테 부탁해야 하는구나..!!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서러워 하는 흔이를 겨우 달래며 교실로 돌아왔다.
담임선생님이 와 계셨지만 흔이에게 학교 소개를 해줬다는 말에 선생님은 그냥 무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셨다.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늘 아무런 표정없이 화가 난 듯한 무표정으로 말을 하고 웃곤 하니까.
"풀꽃아.정말 오늘안으로 올려주는거다?"
"어..응ㅠ_ㅠ!!"
"정말 올려줘야돼.ㅜ^ㅜ"
"응!!"
.........우윽..ㅜ_ㅜ그걸 어떻게다..올린다지?!
#40
오늘 수업은 모조리 들을수 있었지만 난 들을수 없었다.-_-
왜냐하면...오늘은 토요일, CA전일제 였기 때문이다.
역시..맘먹은 날은 꼭....이런 불상사가 생기기 마련이다.=_=..
하아..그나저나..테트리스 어떡하지?ㅠ_ㅠ
"풀꽃아 왜그래?ㅇ_ㅇ"
"아..아니야.-_-..아무것도.."
"아니긴~딱 보니까!고민있네"
"어..어..어..어떻게 알았어?"
"얼굴에 써붙였구만 뭘~"
허헉!내가 언제 써붙였지?!
엄마가 표정을 너무 티나게 해선 안된다고 했는데 또 잊어버렸구나.조풀꽃!!
"그냥 쉬운 고민인데-_-조금 시간이 걸릴일이라서 그런거야."
"그렇구나~어려운거라면 니가 쉽게 입을 안열지>_<"
예리한....산글이-_-..
산글이는 귀엽게 웃으며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하나도 들을수 없었다.
왜냐하면.......
"오늘 안으로 꼭 올려놔야돼.ㅠ_ㅠ"
"응.=_ㅠ"
.........내앞에서 재차 다짐하는 흔이가 있었기에..!!
흔이가 사소한것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구나.=_=..
어쩔수 없다..필립이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나는 수업을 마치자 마자 산글이와 함께 튤립이의 반으로 찾아갔다.
"튤립이 좀 불러줄래?"
"...천튤립 친구야?"
"응ㅇ_ㅇ"
"순진하게 생겼는데...의외네?잠깐만 기다려."
요리조리 기분나쁘게 날 훑어본뒤 튤립이를 부르러 들어간 머리를 볶은
여자 아이.눈동자가 왕방울 만하다.
"어유~!저 왕써클!재수없다니까~"
"응?"
"방금전에 그 눈알 왕방울 만한애말야.천튤립도 그다지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 왕써클이 더 재수없다니까.맨날 써클렌즈껴서 눈 커보이게 하고..
여튼 튤립이 년이 하는 일에는 뭐든지 태클거는 년이야.-_-"
"그..그렇구나."
어쩐지..눈동자가 과다하게 크다 했다.-_-
잠시후 자고 있었던건지 까만 생머리로 헤어를 바꾼 튤립이가 나왔다.
튤립이는 머리를 오른쪽으로 몰아서 묶고있었는데(빈처럼-_-)
잠버릇이 사나워서 그런지 머리가 삐죽삐죽 솟아있는것이 조금은.......우스웠다.-v-
"미친년-_-머리가 그게 뭐냐?"
"아, 몰라몰라 귀찮아.왜왔어?"
"응..필립이 전화번호 좀 알수 있을까?ㅇ_ㅇ"
"필립이?"
"응.긴히 부탁할것이 있어서.."
"그래?그럼 내가 전화해서 바꿔줄께."
그리고 2번을 꾸욱- 누르는 튤립이.
신호음이 옅게 들리고 낮은 목소리의 '왜?' 라는 필립이의 목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내 귓가에 핸드폰을 들이대는 튤립이=_=..
"난 저새끼랑 말하고 싶지 않아-_-^어제 내 CDP갖고 튀었어!"
"그..그렇구나.."
[뭐야-_-^]
"아, 나 풀꽃이야."
[...응..왠일이냐?]
"저기..부탁할게 있어서.."
[부..탁...?]
"응.제발 들어주지 않을래?"
[무슨 말이 그러냐?..사랑하는 사람이 원한다는데..들어줘야지.]
"고..고마워.ㅠ^ㅠ"
[너 지금 끝났지?정문에서 기다려.지금 갈테니까.]
"응.ㅠ_ㅠ"
필립이도..생각보다 착한 녀석인것 같다.물론 희소의 발끝에도 미치진 못하지만...-_-...
종례를 받고 오라는 우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며 손바닥만한
가방을 들고 우리를 따라나온 튤립이와 우리반 반장 산글이.-_-
그녀들과 함께 나는 우리학교 정문에 서있었다.
필립이와 같은 교복을 입은 사람들이 꽤 많이 지나가는걸 보면...토요일은 다함께
일찍 끝나는 그런 좋은 날인가 보다.+_+흐흐흐..필신공고 애들은 정말 잘생겼구나...
하지만 희소랑 필립이만큼 잘생긴 사람은.........
..................................................있네?ㅇ_ㅇ
싱글싱글 웃으며 내게로 걸어오는 모델같은 남자.
장발의 남자는 싫어하는 나지만...유난히도 장발이 잘어울리는 그런 남자였다.
귀에 이어폰을 꼿은게 마치 영화나 광고의 한장면 같이 잘어울리는..
교복이 사복처럼 예뻐보이는 남자였다.점점 내게로 가까이 다가오는 그 남자.
미소가 점점더 짙어져만 간다..그리고 내손을....잡았다.
"ㅇ_ㅇ..."
"와줬구나...나..너무 많이 기다렸잖아..."
나를 안고 작게 속삭이는 남자.
그 남자는 자신의 한쪽귀에 있던 이어폰을 내 귀에 꼿아주고는...
내 손을 꼭 잡고 전혀 악의가 없는 그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이제...가자..^-^...."
"ㅇ_ㅇ.."
나도 모르게...그 사람을 따라 흘러가듯 그 사람에게 이끌려 발걸음이 움직이려는 찰나..
나의 또다른 손을 붙잡는 얼음처럼 차가운 손....
"..하아..하아...어딜가..조풀꽃...."
....필립이었다...
뛰어온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 시린 회색눈으로 나만을 바라보는 필립이.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필립이는 내 다른 팔을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가
잡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았는지 내 손을 잡고있는 장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미세하게 미간이 좁혀지는 필립이..
"...미친새끼..."
".....우리..제연이야..^-^..."
"닥쳐."
"그 손 놔줘..나..많이 기다렸단 말야."
"꺼져.미친놈."
"....놔줘."
"얘는 천제연이 아니라 조풀꽃이다."
"..그럴리가 없어.이 애는 제연이야..제연이인걸..."
슬픈듯 그렇게 중얼거리는 남자를 향해 나는 조풀꽃이라고 당당히 외칠만큼
나는 강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나와는 달리 강한 여인이 있었으니....그건 바로 튤립이었다.
"몇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천제연은 죽었다구!!"
"....아니야..."
"병신아!!너때문에..너때문에....우리만 더 힘들어져!네놈이 자꾸 제연이 안죽었다고 하니까..
나까지 그런줄 알고..착각하게 되잖아!!"
"......제연인...금방 돌아온댔어..."
마치..집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듯이 잠잠히 말을 잇는 남자..
그리고 슬쩍 숙였던 고개를 들어 다시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보였다.
"그리고..지금 다시 돌아왔잖아."
"...내꺼야."
"제연이는 날 사랑한댔어.."
"웃기는군.천제연은 죽었다고..얼마나 더 말해줘야 깨닫지?"
"....그렇게 말하지마."
"끝까지 꿈에 젖어 사는 놈."
"....."
"......"
알수없는 침묵속에 신경전이 펼쳐졌다.
웃는 얼굴이지만..묘하게 화가난듯한 장발의 남자와 늘 같은 무표정으로
한심하다는 듯 슬픈모습으로 장발의 남자를 바라보는 필립이.
그러나 그 신경전은 어느 누군가가 나를 확 잡아끄는 바람에 끝이나고 말았다.
내가 안기게 된쪽은...필립이었다.
"조풀꽃.가자."
"..응?ㅇ_ㅇ"
"부탁있다면서.가자고."
"하..하지만.."
"이런 한심한 새끼랑 오랫동안 있어봤자 좋을것도 없어."
내손을 꼭 쥐고 돌아서는 필립이.
덕분에 나는 주인의 의해 끌려가는-_-...강아지꼴이 되고 말았다.
내가 어디로 떠내려갈까봐 내 손을 꼭 잡고있는 필립이.
...그런 우리의 모습을 슬프게만..바라보는....장발의 남자..
그리고..........희소................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