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 내리는 일요일. 오랫만에 시원한 빗소리를 듣는다. 시골 텃밭농사를 포기한 채 서울로 역귀농한 지금, 자꾸만 시골집과 텃밭으로 가 있다. 어머니 돌아가신 뒤 빈 집에서 혼자 남아서 살기가 뭐해서 서울로 올라왔다. 텃밭가꾸기를 포기했어도 그 텃밭에는 다년생 식물이 잔뜩 들어있다. 올 봄에 이웃이 나눠 준 채소 등도 들어 있다. 마음이 심난해서 잠실 아파트 단지 틈새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강남구 대모산 쪽을 자꾸만 쳐다본다. 그 남녘 너머로, 그 너머로 게쏙 남하하면 내 텃밭이 보일 것인데. 하는 아쉬움으로 바깥을 내려다보았다. 빗소리도 듣고. 토지 경계선을 확인하려고 사흘 전 대전에 다녀왔다. 대덕구 신대동산 산자락. 예전에는 회덕면 신대리였는데 지금은 대전직활시로 편입되어서 대덕구 신대동으로 행정구역 명칭이 바뀌었다. 산은 옛 모습 그대로였는데 지명은 바뀌었다. 신대동산 주변의 모습은 너무나도 다르게 변해 있었다. 서쪽의 강, 갑천을 내려다보던 곳에 위치했다. 대전천이 유성천과 합쳐지는 곳에는 참으로 넓은 농경지가 있었다. 대전 엑스포 단지를 개설하기 위해서 갑천 주위의 농경지(논밭)를 뒤집어서 천지개벽했다. 그 대지 위에는 각종 대형빌딩과 아파트, 행정단지 등이 촘촘히 둘어섰다. 내가 오랜 만에 찾아갔던 신대동산 앞 갑천 부지에는 강흙을 퍼 올렸고, 새로 낸 갑천 고가의 자동차 전용도로가 신탄진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신대동산 앞 갑천에서 퍼올린 강흙으로 앞의 시선이 가로막혔고, 또다시 그 강흙 위로는 높은 고가도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강뚝에 쌓아오린 강흙, 고가도로로 신대동 산 하다에는 모두 시야를 크게 가렸다. 대전합동연탄공장으로 가던 구도로는 높은 고가도로에서 내려다보면 뒷골목도로만큼이나 옹색하게 변해 있었다. 구도로에는 차량통행이 극히 제한되는 뒷골목길 수준으로 퇴락했다. 예전의 일이다. 대전시청은 구도로를 확장하면서 도로 인근의 산자락을 임의로 깎아서 새로 확장하는 도로로 편입시켰다. 소유주 몰래 산의 땅을 깎아내서 도로를 냈다. 대전시청 지방정부가 개인재산을 침범한 나쁜 행정이었다. 지금도 지번을 떼면 산에서 분할한 땅은 도로로 되어 있고, 그 도로는 내 소유로 남아 있다. 또 있다. 아예 서류조차도 남기지 않은 채로 도로로 편입한 모양새가 지적도(도로도)에 나타난다. 등기부에는 없다. 공익을 앞세운 지방자치단체의 불범이다. 개인토지 경계를 무단으로 훼손하고, 침범한 범죄였다. 산자락 하단에는 구도로를 끼었기에 옛날부터 개간하여 논과 밭으로 농사를 짓던 땅이었다. 임야도, 임야대장 등에는 아직도 임야로 남아 있다. 양쪽 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좁은 구거를 통해서 갑천으로 빠져 나간다. 옛 지적도에는 구거가 잔뜩 표시되었는데도 지금은 구거의 흔적은 거의 다 사라졌다. 인근 대형업체가 저지른 행위이다. 구거(또랑, 물골, 물길)는 4/5 의 낮은 땅이 흙과 돌로 메뀌었고, 그 위에 시멘트로 발라서 대지로 사용하고 있었다. 기다랗던 구거는 거의 다 대지로 편입되었다. 그게 문서상으로는 국유지가 개인토지로 둔갑했는지는 모르겠다. 국가가 국가재산인 구거를 개인에게 양도했거나 임대해 주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좁디좁아진 구러, 1/5쯤 남은 구거(수로)로 양쪽 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빠져서 갑천으로 합류하고 있었다. 바로 코앞인 갑천과 연결되었다. 강물이 넘치면 찰랑거렸다던 논과 밭들은 모두 사라지고 대지로 변해 있었다. 이웃집이 소유였던 논과 밭은 도로변 구거에 있었다. 그 구거는 흙으로 메꿔서 대지로 변해 있었다. 구도로를 가로지르던 구거는 도로 밑(지하수문)으로 흘르고 있었다. 복개하였다는 뜻 도랑(구거) 좌우로, 도로 위 산쪽으로는 대형공장이 들어서 있었다. 내가 소유한 땅(밭)은 온통 시멘트로 복개되어서 대형공장 부지로 변해 있었다. 오래 전 논과 밭의 경계가 뚜렸했는데도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일전 그곳에 방문했을 때에는 아무런 흔적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모두가 토지경계를 없앴다는 뜻. 남의 땅과의 경계선은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건드리면 법에 걸린다. 토지경계선을 건드리지 않아야 하는데도 이웃은 토지경계선을 침범하여 그 일대를 모두 시멘트로 복개했다. 복개한 땅 위에 대형공장건물, 연이은 거건물로 사용하고, 수십 대의 대형차들의 주차장으로 변했고, 주차장 뒷편 산자락에는 온갖 잡동사니로 채웠다. 나로서는 천지가 개벽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랜 만에 현장에 와 본 나로서는 놀랄 뿐이었다. 도대체 내 땅의 경계가 어디여? 짐작도 안 되었다.
구도로변에 붙은 산에 오를 재간이 없었다. 원촌교 쪽에 붙은 산은 바위벼랑이라서 접근이 전혀 불가능했다. 산의 북편으로 경사도가 흘러내린 구거 쪽에도 뚜렷한 산길은 없었다. 쉬운 방법으로는 계곡에 난 구거를 통해서 올라야 했다. 양쪽 산 계랑으로 흘러내는 구거(구), 개울로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이웃 토지소유자가 구거 쪽으로 흙을 밀어내면서 시멘트로 복개해서 자기네 마당 땅을 크게 넓혔다는 뜻이다. 구거 쪽은 계곡을 사이에 두었기에 구거 너머의 북측 땅에는 많은 논밭이 형성된 곳이었다. 논밭 위 산자락에는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던 어덕받이 산이었다, 산을 개단하여 개, 돼지 등 가축사육장을 운영하던 곳들이었는데 이게 모두 다 사라졌다. 산자락을 낀 논밭도 사라졌다.
이웃 대형 시멘트 공장 안내소 직원한테 양해를 얻어서 공장 안을 조즘 통과한 뒤에 내가 소유한 남쪽 산으로 접근했다. 구거, 또랑은 너무나 협소하게 좁아졌다. 다행히도 오랜 가뭄으로 개울이 말랐기에 조심스럽게 개울을 건넜다. 남측에 있는 산 계곡쪽으로 넘어갔다.
또랑 바로 위쪽에서 또랑 건너편의 남의 땅을 바라보았다. 대형공장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산 중턱에는 밭이 남아 있었다. 완전히 풀밭. 일부는 작물을 심었으나 노는 밭이 상당했다. 여러 기의 산소도 있었다.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진 구조였다. 사람이 겨우 지나날 수 있을 정도로만 남아 있었다. 예전의 기억을 꺼낸다. 예전의 늙은 영감한테 들었다. 산지기이다. 고속철도 개설 이전이다. 고속철도가 들어서면서 철도공단은 철로변 주위의 땅을 샀다. 접근금지를 제한하는 철조망이 쳐져서 뱀의 긴 몸뚱이처럼 철로변을 따라 한없이 늘어졌다. 예전 고갯마루 산 중턱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마을이 오르고 내리던 산길 통로가 단전되었다는 뜻이다. 이제는 아무도 통과할 수 없었다. 기존의 국철 철로 외에 새로 고속철도가 들어섰다. 임야도 지적도에는 철로 4개가 길게 펼쳐졌다. 철조망 바깥의 소로를 따라 산 위로 조금 올라갔다. 산 속으로 올라갈 산길은 전혀 없었다. 모두 사라졌다. 내가 1982년, 1992년에 방문했던 그 산은 완전히 밀림지대, 정글지대로 변모했다. 낮은 산능성을 두고 두 개의 마을이 오가던 언덕길이 사라진 뒤의 산이란 그야말로 악산(惡山)으로 변해 있었다. 통행이 불가능했기에 아카시 잡목만 하늘을 덮었다.
산에 전혀 오르지 못했다. 허양한 채 갑천변 쪽을 도로 내려왔다. 산 정상에 올라서 일대를 조망하고 싶었다. 산위 뒷편에 있는 읍내동 쪽으로 나가야 했다. 에둘러서 나가야 했다.
산 뒷편의 마을인 읍내동 쪽으로 나가려다가 실수했다. 나도 길을 몰라서 헤매였고, 이 지역을 처음 방문한 아들은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 자동차는 빙빙 돌다가는 새로 생긴 갑천 전용도로를 탔다. 어? 왜 도로가 신탄진으로 빠지지? 자동차 전용도로를 탄 이상 차의 방향을 거꾸로 돌릴 수가 없었다. 그냥 직행. 신탄진 IC를 타고 경부선 상행선을 타고 국도 1번으로 질주, 서울 상경했다.
토지경계를 침범했을 뿐 아니라 온갖 쓰레기도 산더미처럼 부어놨다. 대전 대덕구청의 환경과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단속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사유재산이라도, 사유지 안이라도 불법유해 쓰레기를 무단으로 대량 투척돼도 된다는 법은 없다. 그런데도 현실은 황당한 불법현장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행위는 현지주민과 단속하지 않은 지방행정의 범법행위로 여겼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웃 토지소유자, 이땅을 임대하여 땅을 사용하는 업체. 또 현지의 불법행위인데도 이를 묵인한 지방행정관청의 불법부당한 행위는 모두 나쁜 범죄였다.
2.
사흘 전 대전 신대동산에 다녀왔다. 산에 오르지 못했기에 산 전체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인터넷 '다음'에서 지도를 클릭한 뒤 대전 대덕구 신대동산 일대를 검색했다. 또 고향의 산도 검색했다.
대전이나 서해안 고향의 앞산과 뒷산에 대한 이웃의 행태는 똑 같았다. 도시와 시골이나 인간행위는 같았다. 이웃의 경계, 남의 땅의 경계를 야곰야곰 파 먹는 행위는 과거나 현재에도 똑같았다. 앞으로 미래에도 똑같을 게다.
화가 난다. 왜 이웃집 경계를 파먹는지.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면서 그 야비하고, 비열하고, 불법으로 자행하는지.
나한테 이른다. 지방 토지는 절대로 방치하지 말라.
아주 가까운 이웃이라도 땅에 관한 한 이들이 바로 도적놈으로 둔갑한다. 모두 똑같은 짐승들이었다.
현지의 이들이 야곰야곰 파 먹고 있다. 생뚱맞게 먼 곳의 외지인이 전문적으로 파먹지는 않을 터.
시골사람, 현지 주민들? 갑천 구거쪽으로 논밭을 시멘트로 복개한 이웃 대형공장?
우선 대전이다. 어떻게 토지측량을 해야 될지 난감하다. 그게 다 돈인데...
이 글은 귀농카페에 어울리는 글이다.
귀농카페에서는 현지의 리장이 나쁘다, 현지주민이 나쁘다면서 연속적으로 글을 올린 네티즌이 있었다.
현지인들, 특히 이장의 횡포와 이를 동조한 듯한 지방행정관서도 많은 지탄을 받아야 한다.
어떤 회원님이 리장이 나쁘다는 뜻으로 글을 썼다. 귀농인한테 마을기금 등 금전을 과다하게 요구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을 막아서, 통행에 불편한 맹지로 만든다고 했다. 많은 네티즌의 고발성 댓글도 올랐다.
내가 보기에는 글을 처음 올린 회원의 말이 맞다. 그의 성토는 많이는 맞다. 전부는 아니다.
전국 1만 여 명의 리장이 있다. 이들 모두가 나쁜 리장은 아니다. 일부 리장이 나쁠 뿐이다.
귀농인이 바라보는 현지의 리장, 현지의 주민, 현지의 행정관서가 문제다. 일부 지역에 국한하겠지만 현지의 이들은 정범, 간접공동 범죄자일 수도 있다. 더욱이 네티즌이 겪는 분노와 고통처럼 일부 행정관서까지도 욕먹는다. 전부가 아니다. 리장이란 단어 앞에 수식어를 넣어야 한다. '어떤 리장'이라는 한정된 형용사, 수식어인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 '어떤...'것들이 너무나 많고 이들의 행위가나빠서 선량한 사람들이 암묵적인 피해를 본다.
또한 나는 어떤 귀농인의 나쁜 사례도 안다.
양쪽 산의 물이 흘러내려서 합류되는 음곡지점에 땅을 사고는 점차로 계곡 위쪽 주변의 땅을 넓혀서 조금씩만 샀다. 그리고는 예전 산 위로 들어가는 산길을 막았다. 산 중턱 이상 그 위로 올라가는 길이 없어졌다. 맹지가 되어버렸다. 현지 주민이 나쁜 것도 많지만 외지 귀농인도 나쁘기는 다 마찬가지다. 누가 더 하냐 덜 하느냐의 차이에 불과하다. 현지주민과 외지인의 땅 욕심, 돈 욕심에 관한 본질은 똑 같다.
이쯤에서 접는다.
다음기회에 다시 대전으로 내려가야 할 터.
긴 글이 될 게다. 조금만 서두만 열었다.
2015.7.12. 일요일.
오랜 만에 비 조금 왔다.
첫댓글 텃새와 철새의 충돌.........
이들 둘의 문화와 이해관계의 충돌?
텃새나 철새나 모두 똑같아유.
누구의 시각에서 보느냐의 차이에 불과하고...
인간은 지혜롭다는 것보다는 교활하지요. 그래서 지상에서 가장 영특한 동물이자 짐승이 인간이지요.
조금은 바보스럽게 살아도 세상은 충분히 살 것 같은데도 지악스럽게 사는 인간들을 보면 좀 그렇습니다.
시골 이웃집 바로 아랫집의 증조할아버지 왜그리 남에 밭에 돌팍을 내던지. 자기네 마당에 뽑아낸 돌을..
야랫집 할아버지 왜그리 자기네 닭을 윗밭으로 훠이훠이 날려보내는지. 우리밭 곡식은 어쩌라고.
야랫집 쥔 아저씨 왜그리 경계를 파는지, 뒷켠 장독대 놓은 자리를 파면 위길 소로는?
야랫집 동생, 집 지으면서 남의 경계에 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