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3부 모임 후기
안녕하세요. 토지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오너드라이버"입니다.
글재주가 없는데, 후기를 써야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2주나 지나서 후기를 올리네요.. 죄송합니다.
토지 3부의 주제는 원과 한 중에 한이었습니다.
한은 억울하고 원통해서 마음에 응어리가 진게지요...
개인적으로는 마음속에 상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둥글둥글했던 사람도, 상처들이 생기면 마음이 일그러지고, 뾰족해져서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게 마련이지요. 윤씨부인은 자신의 친 아들인 채치수에게, 채치수는 자신의 둘째부인인 별당아씨와 타인에게, 김환 또한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마음의 한을 가지고, 타인에게 따뜻하게 대하지 못합니다. (헉 최치수죠. 채치수는 슬램덩크의 고릴라 주장인데...)
결국은 한은 마음에 상흔을 남기고 이런 원으로 인해, 상처 받은 영혼들이 자신의 아픔을 자신의 방식대로 또 다른 희생자에게 표출합니다.
윤씨 부인의 한은 다양합니다. 남편의 이른 죽음, 김개주의 겁탈, 그로 인해 낳은 아들 김환, 또한 평생을 차갑게 대했지만 제명에 못간 최치수, 그리고 죽으면서 홀로 남겨두어야 할 서희. 이런 한들을 우리네 근현대사의 격변이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최참판댁의 무수한 변화를 가지고 오는 여러 사건의 중심에 있습니다.
윤씨 부인은 어떤 형태로든 한을 가지고 복수하지는 못합니다. 그녀의 가장 큰 한의 시작점은 김개주이만, 김개주의 잘못을 들추는 것은 자신의 아픈 과거와 마주하는 것 이외에도, 최참판가의 도적적인 몰락을 가져올지도 모르겠기에, 우리네 어머니들이 그러했듯 마음속의 한을 평생가지고, 죽음을 맞이 합니다. 재밌는 사실은 윤씨부인은 동학운동의 거두 김개주의 아이를 낳았고, 서희는 하인 출신인 길상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양반과 상민의 결합이기도 하거니와 윤씨부인은 상민과의 결합을 숨길 수 밖에 없었지만, 서희는 길상과 당당하게 혼인을 하여, 시대가 변한다는 그리고 수레바퀴처럼 반복되고, 발전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최치수는 윤씨 부인의 애정결핍과 첫 부인의 죽음으로 많은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게 됩니다.
천성이 오만하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괴팍한 성격에 일조한 듯합니다. 재밌는 사실은 채치수가 김환을 놓아준 강포수에게 귀녀를 주려고 했던 그 나름의 “착한 일” 때문에 살해를 당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김환(구천)은 그럼 어떨까요? 김환은 태어나면서 “어머니”라는 빈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리해서 그렇게 별당아씨를 못 잊는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친자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 달아나서, 어머니와 최치수에게 복수한 셈 쳐도 되지 않을까요? 사실 김환의 행동은 단순히 한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소설 곳곳에서 왠지 모를 강력하고 강렬한 기에 윤노인이던, 동학패거리들이던 그에게는 대적하지 못합니다. 서사시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영웅”의 캐릭터를 김환에게 부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대의 대장 “김개주”의 피와 질기고 강대한 최참판 댁 윤씨부인의 피를 받은 그는 일반 사자나 호랑이보다 크기가 크고 힘이 센 “라이거”를 연상케 합니다.
최서희는 조준구라는 한을 마음속 간직합니다. 누구보다 땅을 되찾고 싶어했고, 결국 땅을 되찾습니다. 하지만, 최치수가 김환을 바로 앞에서 놓아줬듯, 그녀도 조준구를 완전하게 짓밟지는 않습니다. 그녀에게는 이외에도 별당아씨, 또 최치수의 죽음 등 다양한 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조준구에게 복수를 하게 되었기 때문에 논의했던 한보다는 원에 가깝지 않나 합니다.
두번째 시간에 나눴던 주제는 Best Couple이었습니다.
토지에서 가장 좋았던 커플은 누구였을까?
공노인내외나 홍이와 보연, 용이와 월선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고, 그 와중에 용이에 대한 이야기가 쟁점화 되었습니다. 용이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할까? 몇 몇 분들은 용이에 대한 설렘을 이야기 했고, 몇 몇 분들은 천하에 나쁜 X라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는 모양새가 아니어서, 태도를 불명확하게 함으로서 여러 여자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옴프파탈이라고… 잠시 생각해 봅니다.
사실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커플들은 잘 살아나갑니다. 두만네, 공노인, 김영팔과 판술네 등 다들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알콩달콩만 해서는 재미없으니까. 사실. 관계의 혼잡함은 모 작가님의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하기도 하지만, 토지는 그와 다른 고급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고급진”..
그래서 상대적으로 좋은 커플들보다는 애닯픈 커플들이 더 많이 나타나는 듯합니다.
고작 두 쪽 정도 쓰고서 헤겍거리네요…
다음 모임 때 뵙겠습니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오너드라이버님과 저의 토지 모임 완주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