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19일 일요일
지난 밤 나이트에 소주방까지, 샤워하고 누우니 새벽 4시 정도 되었더군요. 둘째 날 아침 까우롱 공원 산책을 첫 일정으로 잡았었는데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잠이 들었는데 깨보니 6시데요. 워낙 일찍 일어나긴 하지만 그 피로감에도 일찍 깼다는게 스스로도 놀라웠습니다. 아침 조식을 호텔에서 간단하게 하고 까우롱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공원이 꽤 넓었는데 한 쪽에서는 부모와 함께하는 어린이들의 체육대회 같은 걸 하더군요. 방향을 돌려 다른쪽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기대하던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태극권 하는 사람들, 모여서 노래하는 사람들, 중국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먼저 중국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한테 가 작업(?)을 걸었습니다. 이 악기는 어떤 악기냐? 소리가 참 아름답다. 연주하고 있던 아저씨한테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겠냐고요. 아저씨가 영어를 잘 못하니까 같이 있던 어떤 아줌마가 중국 전통악기라고 자랑스레 소개를 해 주시데요. 아가씨들이 같이 사진 찍자고 해서 그런지 악기 다루시던 아저씨 너무 좋아하심.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하시길래 한국이라고 답했더니,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하시네요. 저희도 공손하게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헤어졌어요.
< 까우롱 공원에서 중국악기 연주하시던 분들>
다음번엔 태극권(일명 쿵후)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배워볼까 두리번 거리는데 고수인듯한 어떤 아저씨 발견. 총총총 가서는 저.. 쿵후를 조금만 배울 수 있을까요? 아저씨, 당신한테 사사 받으러 온 사람인줄 알았는지, 얼마나 배우고 싶느냐, 한국엔 언제 돌아가느냐 물으시길래, "오늘 가는데요! "그 한마디에 박장대소 하시더니 기본 스텝과 지르기 가르쳐 주시고는 또 박장대소 하심.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공원을 돌아 나왔어요.
<태극권 연마 중인 홍콩인>
자, 이제 어제 알아둔 야구 중계를 보러 와라와라PC방을 향했죠. 제가 좀 심한 스포츠 광이라 1박 2일 짧은 여행 일정에도 야구를 포기할 순 없더라구요. 어제 친구의 원대로 CYBER(미라마 호텔 나이트)에도 갔겠다 당당하게 친구를 재촉했죠. 결과는 모두들 아시죠? 혹시나 역전을 시키지 않을까 기대도 했지만 점수가 5대0이 되는 순간 오늘 경기는 안 되겠다 싶어 옆에서 졸고 있던 친구를 깨워 나왔습니다.
우울..이치로 좋아라하는 모습 상상하니 더 우울..
시간이 12시가 좀 넘어서였던 것 같아요. 이 까페에서 어느 님이 추천해 주신 브라질 BBQ 레스토랑을 찾아갔어요. 지하에 있어서 잘 눈에 띄지는 않았어요. 번지까지 확인한 끝에 드디어 찾았다~! 레스토랑이 이미 외국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는지 저희 말고도 외국인들이 여럿 있었어요. 뷔페식으로 음식이 놓여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 주방장이 계속 새로운 음식이 만들어질때마다 테이블을 돌면서 조금씩 덜어 주는데요,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친구에게 "맛있니?" 물었더니, "나 말도 안 하고 먹는것 안 보이니?" 하더군요. 친구가 고수(음싸이) 냄새를 너무 싫어해서 홍콩 음식 먹을 때 좀 괴로와 했거든요. 근데 그 음식점들의 고기는 홍콩식이 아니라서 그런지 고수 냄새가 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입구에서 잘생긴 종업원이랑 찰칵~!
다음 일정인 홍콩 공원을 가기 위해 MTR찜사쪼이 역으로 출발! 토욜밤 찜싸쪼이에서 몽콕 갈때는 3정거장도 5불이었는데 바다를 건너서 그런지 한 정거장인 에드미럴티역까지는 7불하데요. 3분이 채 못되어 에드미럴티 도착!
홍통공원은 까우롱 공원과 느낌이 너무 달랐어요. 까우롱 공원이 홍콩인들의 삶의 모습을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장소였다면, 홍콩 공원은 홍콩의 현대 모습과 잘 가꾸어진 정원의 휴식을 즐길 수 있다고 해야할까요? 암튼 같은 이름의 다른 공원이었어요. 일단 홍콩공원에서는 더리포나 중국은행, IFC등이 굉장히 가깝게 보여요. 그 건물들과 오버랩되는 꽃들, 그리고 나무들 정말 아름다운 경관이었어요.
<홍콩공원에서 보이는 더 리포>
저희가 이 곳에 들른 또 다른 이유들이 있었는데요, 우선은 피크를 가기위한 피크트램역 근처이기도 했구요, 또 하나는 중국 전통차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락티하우스가 홍콩 공원내에 있었거든요.
우선은 락티 하우스 바로 옆에 있는 다기 박물관에서 중국 왕조의 변천사 및 차 문화 변천사를 알아보았구요(중국 전통 자기.. 정말 황홀 그 자체에요..)락티하우스로 발걸음을 옮겼죠. 원래 일욜 4시에는 중국 음악 연주가 있다는 걸 알고 갔는데요, 시간이 마침 4시가 되어 가더군요. 친철한 직원의 안내로 우롱티와퓨어티, 그리고 약간의 딤섬을 주문했는데, 차의 그윽한 향과 냄새, 그리고 맛 모두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차를 주문하면 직원이 직접 차를 가져와서 손님 앞에서 우려내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그것만으로도 볼거리가 되더군요. 또 중국 음악 연주 시간! 계속 광동어로 진행을 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왜 사람들이 웃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름다운 찻집에서 아름다운 중국은악을 들으며 귀한 차를 대접받는 기분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렵네요. 이런 문화와 관련된 일정은 다 제가 잡은 것들이었는데 제 친구도 너무 좋아하더군요. 아쉬운 시간을 뒤로 하고 이번엔 피크로 가기위해 자리를 떴습니다.
<락티하우스>
홍콩공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피크트램역이 있더군요. 줄이 길게 늘어서 있긴 했지만 트램이 자주 오가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어요. 저는 피크도 좋았지만 트램을 타고 올라가는 동안의 스릴을 잊을 수가 없네요. 급격한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는 트램이라 창문 옆으로 보이는 홍콩의 고층 건물들이 모두 45도로 누워 보이는거에요. 트램 소리도 굉장하고, 놀이기구 타는 느낌이랄까요? 언제나 그렇듯 즐길만 하니까 벌써 도착해 버렸네요.
피크는 으.. 생각만 해도 춥네요. 바람이 굉장했어요. 설악산 대청봉 이후로 그렇게 강한 바람 아마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경치를 구경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우선 추위와 바람을 모면해야겠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또 아쉬운 점 하나 피크타워가 공사중이었어요. 전망대는 물론 세계 여러 영화인들의 밀랍 인형이 전시되어 있는 마담투소도 보지 못했죠. 기대 많이 했었는데....
피크 겔러리아에서 간단히 쇼핑을 하고 저녁은 까페 데코에서 하기로 했죠.
우선은 너무 추웠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붉은 느낌이 드는 실내가 맘에 들더군요. 창가에 앉고 싶었지만 1층이나 2층 모두 창가석은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하긴 창가에 앉는다 해도 그 날은 전망이 좋진 않았어요. 날씨가 잔뜩 흐린데다가 앞에 잇는 피크타워가 공사중이라 철제구조물 뭐 그런것 밖에 안 보였거든요. 그래도 음식맛은 우~와! 각국의 유명 주방장이 요리를 한다죠 아마? 점심에 BBQ를 다녀 온 터라 메뉴는 가벼운 걸로 랍스타 샐러드랑 중국 오리 피자를 시켰는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중국 오리 피자는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피자와 중국 오리 별로 어울리지 않더라구요. 홍콩에서 중국 오리를 못먹은데 아쉬워 시켰는데, 만약 파스타를 시킬거라면 차라리 전통 이탈리안 피자를 시키는게 훨씬 좋은 선택일 것 같아요. 아 참 음료로 토마토 주스를 주문했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먹던 100% 토마토 주스들은 다 거짓말인가봐요. 너무 신선한 거 있죠!!
<까페 데코 실내>
이제 해도 졌겠다 몸도 따뜻해 졌겠다 본격적인 피크 야경을 보러 나갔어요. 으.. 근데.. 아까보다 더 추워요. 필사적으로 사진을 찍으려 시도했지만 강한 바람에 계속 흔들흔들. 정말 예뻤는데 제대로 카메라에 담지 못해 속상..
<피크 야경>
반팔에 항상 걸칠 긴팔 후드잠바를 가지고 다녔건만 피크에서는 소용이 없더라구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트램에 몸을 실었죠. 문이 닫히고 출발하려는 순간 내 친구 "가방을 놓고 왔다!" 솔직히 염려되는 일이었어요. 1박 2일 일장에 가방이 3개라니, 잃어버릴만도 하죠. 제 친구는 장소가 바뀔 때마다 옷도 바꿔 입고 사진을 찍었거든요. 그 바람에도 3개의 가방을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하나를 두고 온 거에요. 아까운 시간, 아까운 돈.
할 수 없이 도착하자마자 다시 트램을 타고 피크로 올라갔지요. 다행히 피크에서 사진을 찍어 주시는 어떤 사진사 아저씨가 잘 챙겨 두셨더라구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홍콩의 짧은 일정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비행기 시간까지 3시간정도 남은 밤이었어요. 원래 일정은 란콰이퐁에서 맥주 한잔을 하고 공항을 가는 거였는데 란콰이퐁에서 맥주를 할 여유는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분위기나 보자 하고 갔죠. 이 때부터는 시간이 염려가 되서 택시를 탔어요. 가까운 거리이기는 하지만 걸으면 또 몇 십분을 날릴테니까. 다행히 요금은 그다지 비싸지 않더군요. 서울로 치면 기본 요금정도 나오는 거리였는데 15불 지불했으니까 그 날 환전으로 계산하면 2000원 정도 되겠네요.
드디어 말로만 듣던 란콰이퐁~!
여긴 홍콩이라 하기에는 외국인들이 정말 많더군요. 홍콩인보다 거의가 외국인이었어요. 저희가 간 시간이 일욜 10시쯤이었으니까 란콰이퐁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적당하진 않았죠. 여기 가고 싶은 분들은 가능하면 금욜이나 토욜밤을 이용하세요. 저희가 갔을 땐 사람들도 그다지 많지 않았고, 조용했거든요. 거리는 홍대를 생각해서 그런지 그다지 크지 않았어요. 한 번 돌아보고만 가자 생각했던 저희들, 정말 한 번 돌아봤는 데 10분이 채 안 걸렸으니까요.
이제 슬슬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는지라 란콰이퐁을 뒤로 하고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센트럴에서 지하도를 이용해 홍콩역으로 갈 생각이었는데요, 가는 길에 보이는 홍콩 건축물들이 저르 또 유혹하데요. 아래 사진은 중국은행인데 밤에 보니 느낌이 또 다르더군요.
<밤에 보는 중국 은행>
성 요셉 성당, 중국 은행 등의 멋진 자태를 뒤로 하고 센트럴 역 지하로 들어섰는데, 앗! 문제가 발생했지 뭐에요. 아시겠지만 센트럴은 MTR역이고 홍콩역은 AEL역이쟎아요. 그리구 너무 가까운 거리구요. 근데 홍콩역으로 가는 모든 방향이 패스를 넣어야만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거에요. 그렇다고 모르는 나라에 들어와서 슬쩍 들어가다가 한국 망신 시킬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근처에 편의점 아줌마에게 여쭤봤는데 영어 못하신다며 어쩔줄 몰라하시고 시간은 흐르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 어떤 홍콩 남자분이 그 아줌마에게 "제가 도와드릴까요?"라고한 모양이에요. 아줌마가 저희더러 그 사람한테 가서 물으라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우리는 AEL 왕복 카드가 있구 공항에 가는 길이다. 홍콩역에 가려고 하는데 모두 패스를 넣어야 하더라고 얘기했더니 저희를 데리고 한참을 가더니 유인 판매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더군요. AEL카드를 보여 줬더니 그 구간을 도보로 지날 수 있는 무료 pass카드를 주더군요. 그리고 그 남자분이 자기랑 가는 방향이 갔다면서 AEL 홍콩역까지 바래다 주었어요. 가면서 한국 영화 애기도 하구 한국에 놀러 와라 얘기도 하구요. 너무 고마운 홍콩인 덕에 비행기 시간 안에 안전하게 도착!거듭 감사의 말을 전하고는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어요. 그 때부터 어떻게 한국에 왔는지 기억이 없네요.
48시간을 빨빨 거리며 돌아다니는 동안 2시간 잔 게 전부니까요.
그렇게 서울에 도착해 또다시 바쁘 일상 속에 돌아와버렸네요.
너무 짧은 여행이라 그냥 하룻밤 꿈꾼 것 같은 거 있죠?
홍콩 작지만 볼거리 살거리 많으니까요, 님들은 여유있게 일정 잡으셔서 다녀오세요.
아무쪼록 제 여행기가 여러분의 여행에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첫댓글 *^^* 여행기 정말 잘 봤습니다. 글도 사진도 넘 정성들여 올려주셨네요 ^^ 잼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너무 알찬 여행기네요.덕분에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