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경매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어느 경매정보업체에 의하면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률은 14.2%, 낙찰가율은 86.6%를 기록했다. 낙찰률은 2001년 1월 이후 21면 10개월만에 최저치이며, 낙찰가율은 지난 6월 110.0%를 기록한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연립, 다세대 등 빌라 경매시장은 더 최악이다. 지난달 서울 빌라 낙찰율은 10%에 불과했다. 낙찰가율은 84.9% 수준으로 지난 5월 97.60% 기록한 이후 6개월째 내림세를 보였다.
이는 비단 수치상으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입찰법정 현장 분위기를 보더라도 격하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요즘 주택 경매시장에 한파가 몰아친다길래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지난 12월 5일(월)에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들러봤다.
경매를 진행하는 수도권(서울 포함) 소재 16개 입찰법정 중에 의정부지방법원과 더불어 입찰법정이 좁기로 유명한 법원이었지만 입찰법정은 예상과 달리 입찰자들로 가득 들어차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었다. 다소 의아해서 입찰과 개찰과정을 끝까지 지켜봤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이날 경매3계와 경매5계가 함께 진행된 경매에서 낙찰된 아파트나 빌라 경매물건은 대부분 1회 또는 2회 이상 유찰된 물건들이었다. 1회 유찰된 물건들의 입찰자는 단독입찰이거나 많아도 3명을 넘지 않았으며, 2회 유찰돼 최저경매가가 감정평가액의 반값 이하로 떨어진 물건들에서나 간혹 7명-9명이 전부였다. 적어도 올해 상반기만 같았어도 유망지역 소재 아파트나 빌라 경매물건의 경우 신건에 낙찰이 됐거나 최소한 1회 유찰 후 2회차 경매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감정평가액에 이르거나 감정평가액을 넘어 낙찰이 됐을 법한 일들이다.
그럼에도 입찰법정이 꽉 들어찼던 건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분당인텔리지2 오피스텔 하나 때문이었다. 수인분당선 및 신분당선 정자역 더블역세권 입지에 층이나 향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해 임대사업용으로 적합하다고 판단됐는지 무려 55명의 입찰자가 몰렸던 탓이다.
이 하나의 사례만 보더라도 요즘 주거용과 임대수익용 경매물건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거용의 경우 대출규제, 취득세 중과, 금리폭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반면 오피스텔, 상가, 아파트형공장 등 주택을 제외한 임대수익용 부동산은 이러한 규제나 영향권 내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낙찰가율, 낙찰률 및 입찰경쟁률 감소는 비단 특정지역에 한해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 강남권, 비강남권 할 것 없이 모든 지역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강남구 논현아파트 전용 84.69㎡가 지난 10월 18일에 이어 11월 22일에도 유찰돼 최저경매가가 감정평가액의 64.0%까지 떨어져 내년 1월 10일에 3회차 경매가 예정돼 있고,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62.6㎡ 역시 지난 11월 22일 한차례 유찰돼 내년 2회차 경매를 앞두고 있다. 모두가 예전같으면 신건(1회차)이나 2회차 경매에 낙찰됐을 법한 물건들이다.
이러한 현상은 내년 상반기엔 더욱 극명해지면서 감정가대비 50~70%까지 떨어진 아파트나 빌라 경매물건이 상당수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입찰자 유형도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취득세 중과, 금리인상 등 영향으로 점점 자산가,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로 재편되고 있다. 자산가 입장에서는 경매주택을 줍줍할 기회가, 무주택자 및 1주택자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이나 갈아타기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오고 있는 셈이다.
- 부동산태인 칼럼니스트 ㈜이웰에셋 이영진 대표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