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흔(壓痕)/김승필-
개도 막걸리 한 사발이면 환한 얼굴로 웃음 짓는
하두떡은
스물둘에 벌교에서 섬달천으로 시집와 딸 다섯에 아들 둘 낳고 징상시럽게 여태 살고 있는데요
남자는 농사라고 해 봤자 손바닥만 한 땅에 콩, 깨, 마늘 농사가 전부요,
여자는 움푹 꺼진 땅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넘자바다*에 어린 꼬막이
밤톨만큼 자랄 때까지 입에 단내가 나도록 갯벌을 갈아야 한다나
등은 굽고 연거푸 퇴행성 관절염이 도질 때도
한쪽 발은 널배에 몸을 맡기고
한쪽 발로 푹푹, 빠지는 뻘을 밀고 또 밀었다지요
참꼬막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한계가 있어 뻘밭 사이를 살짝살짝 건들어주어야 한다나
아, 그러께 그끄러께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올 설에 하동 북천 요양병원에 덜컥 드러누웠는데요
막걸리 몇 순배에
소망약국 앞 장터 올 때쯤
― 나 좀 나 줘, 나 좀 나 줘, 나 줘……
꼬막 비빔밥이 막 생각난다는
하두떡의 탱글탱글한 여자만(汝自灣) 외출에 간밤
선명하게 붉은 낙관을 찍고 있는 슬픈,
화인(火印)이 오래오래 머물렀다는 전언
* 달천 사람들이 여자만(汝自灣)을 달리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