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은 나에겐 남같이 느껴지지 않는 인물이다.
같은 화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의미에 대하여 논문을 써볼까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그에 대한 논문이 100여편이나 쓰여졌고
외국에서도 그에 관한 연구가 가장 많이 이루어 졌다는 사실에
절망하면서 주제를 다른 것으로 바꾸었다.
앤디 워홀은 미술학도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의 작품을 공짜로 보여주겠다는 카페 공지에
토요일 마다 꼭 해야 하는 과제도 포기하고 참가하기로 했다.
우리는 3시에 한강진역에서 만나서 함께 미술관으로 가기로 약속했는데
나의 일행이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승차하는 바람에 25분이나 늦게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약속시간에 나와서 우리를 기다려 준 친구는
회장 종훈, 홍선, 진홍 부부, 지자, 시명과 그녀의 연대 치대에 다니는 딸, 안나,
처음으로 우리 모임에 선을 보인 서귀여고 김길순, 신성여고 나온 김혜숙언니, 우리학교 곽혜윤 선생,
11명이 늦어서 미안해하는 우리 일행 3명을 웃으며 맞아 주었다.
우리는 총총히 리움 미술관으로 향하던 중에
미술관옆에 있는 집이 삼성회장이 살았던 집이라고 해서 우리 일행은 잠시 집앞에 머물렀다.
시명이가 "올래 까지 가 보자"라고 농담을 던져서 모두 웃으며 미술관 건물로 들어섰다.
우리는 귀빈처럼 입장권도 없이 직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전시장으로 입장을 했다.
한종훈 회장이 빽이 대단하더구나.
뒤늦게 양순정이가 화사한 얼굴과 복장으로 나타나서 우리와 합류해서 모두 15명이 되었다.
리움미술관 소장품 관리팀의 과장님이신 황규성님의 작품설명을 들을 수 있게 배려해준것도
우리 회장님의 섬세한 마음 씀씀이였다.
앤디 워홀 팩토리 전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앤디 워홀 작고 20주년 기념전으로 피츠버그 앤디 워홀 미술관의 협조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전 생애의 작품들을 총망라하는 대규모의 기획전이다.
다른 외국 작품전시와 다르게 이렇게 대규모 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계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작품들을 기계로 대량으로 찍어낸
워홀의 작품제작 방법의 결과라 생각되어진다.
60년대 활달히 활동하던 때의 작품과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50년대 앤디 워홀이 상업 디자이너로 활약하던 시기의 작품들인
드로잉, 사진, 포스터 작품들과 회화, 조각, 영상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나는 6개월동안 앤디 워홀을 연구하면서 인쇄물을 통하여 그의 작품들을 많이 접했었는데
이번 전시에서 처음보는 작품들이 대할 때마다 보물을 찾는 기쁨이였다.
앤디 워홀의 그림작품을 이해하는데는 실크스크린이라는 기법이다.
실크스크린 기법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회화적 기법과 사진적 기법이 있다.
회화적 기법은 작가의 수공적 노력이 들어가지만 사진적 기법은 사진을 이용해서 표현하므로
작가의 내면적 사고가 거의 표현되지 못한다.
설명하던 황규성 과장의 말대로는 워홀은 신문, 잡지들의 사진을 활용하여 작품을 만들었으므로
워홀은 손을 안대고 코를 푸는 방법을 선택한 작가라고 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성향을 소재별로 나눈 다면
소비상품의 이미지를 활용한 <210개의 코카콜라>, <캠벨 수프 통조림>, <브릴로 비누 박스>,
둘째로 연예인과 유명인, 정치인의 이미지를 활용한 <마를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I,II>,
<재클린 케네디의 초상>, <모택동>,
셋째로 매스컴에 소개된 사건, 사고의 사진 이미지를 활용한 <붉은색 인종 폭동>,
<전기 의자>, <자동차 사고>
또 기존의 유명한 명화를 패러디한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등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이들 작품 속에 나타나는 반복 이미지는 매스 미디어에 의해 반복되어지는 화면들에 의해
사고가 무감각해지는 현대인을 향해 던지는 무언의 메세지이며,
반복하여 찍은 과정에서 제작기법의 변화, 색채의 변화 등을 시도함으로써
조형적 차원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려 했던 점은 그의 예술을 진부하기 보다는
독창적인 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는 영화제작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감정이 배제된 카메라로 장시간 동안 대상을 관찰한다.
일상의 생활을 소재로 한 긴 상영시간을 가진 그의 영화는
끔찍 할 정도로 지루하지만 이것이 그의 영화의 특징이다.
우리 일행은 '비닐'(67분)이라는 영화를 보다가 너무나 지루해서 슬그머니 나와 버렸다.
워홀의 전시감상을 마치고 우리는 또 다른 건물에 전시된 고미술 전시장으로 향했다.
워홀 전시와는 다르게 여기의 미술품들은 우리가 학교 다닐때 교과서에서 봐 왔던
익숙한 미술품들이어서 우리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한마디씩 거들며 전시를 감상하는데
젊은 처자가 우리 일행에게 "좀 조용히 감상하세요"하고 주의를 주더라.
"아이고 죄송해요, 너무 좋은 작품을 실물로 대하다 보니 흥분했었나 보네요"라고 사과했더니
젊은 처자도 미소로 용서를 하더구나.
고미술 전시는 황과장의 친절한 설명과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던 지식들로 인해서
절절하게 마음에 와다았던 전시였다.
다음 전시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고,
마지막 전시장은 세계의 유명한 현대작가의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전시장의 작품들이 가장 유익했다.
외국서적과 외국 영상물을 통하여 보아왔던 작품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어서 가슴이 너무 벅찼다.
미니멀리즘 작가들의 단순한 형상과 색이 주는 강한 힘의 전율 아직까지 남아있다.
이렇게 내부 전시작품 감상을 끝내고 야외의 커다란 거미 조각상 앞에서 기념 촬영까지 마쳤는데
누구 한 사람도 집에 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 우리 일행은 식당으로 향했다.
항정살과 맥주를 시켜 "드림 드림 드림"구호를 외치며 한 마음이 되었단다.
전시도 좋았지만 식당에서의 분위기도 좋았던 토요일 오후였다.
다음 문화행사 모임에는 더 많은 친구들이 참여하여 예술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행사를 마무리하고 모두 지하철을 탔다.
예술에 대하여 너무 진지하게 얘기를 하다가 김길순이가 갈아 탈 역을 한 정거장 지나쳐 버렸다.
우리는 웃으며 그를 보냈고, 한참 후에 내가 갈아 탈 역을 8정거장이나 지나친 사실을 알았다.
에고, 에고. 앤디 워홀이 나를 두번이나 혼을 빼버렸다.
너무나 의미있는 날이었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모임을 주도한 종훈이 한테 감사하고
좋은시간을 함께한 친구들 한테 감사한다.
오늘 아침 일찍 전시감상문을 올렸는데 '등록'을 누르지 않아 확! 날려 두번째 쓴 내용이다. 좋은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되더구나. 내용을 날려 버리고 금방 다시 쓸 시간이 안 되어서 오후에야 올렸다. 오전에는 아들이 미술 수행평가를 위하여 남편과 3명이서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하는 <오르세 미술관전>에 다녀왔었다. 어제의 전시장에는 관람객의 젊은 20대에서 30대초반 이 대부분이더니, 예술의 전당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이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엄마들로 북적거리더구나. 초등 중등 교사들의 취향이 느껴졌다. 교육자는 언제나 중용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씁쓸한 마음이었다.
첫댓글 매우 전문가다운 시각으로 본 전시감상 후기...넘 훌륭하구나!! 지인들을 많이 불러모아 행사를 빛내준 미자에게 고맙다는 말 전한다^^
오늘 아침 일찍 전시감상문을 올렸는데 '등록'을 누르지 않아 확! 날려 두번째 쓴 내용이다. 좋은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되더구나. 내용을 날려 버리고 금방 다시 쓸 시간이 안 되어서 오후에야 올렸다. 오전에는 아들이 미술 수행평가를 위하여 남편과 3명이서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하는 <오르세 미술관전>에 다녀왔었다. 어제의 전시장에는 관람객의 젊은 20대에서 30대초반 이 대부분이더니, 예술의 전당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이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엄마들로 북적거리더구나. 초등 중등 교사들의 취향이 느껴졌다. 교육자는 언제나 중용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씁쓸한 마음이었다.
이 글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 난 미술에 아주 문회한인데 앤디 워홀의 <마를린 먼로>에서 강렬한 색을 유심히 봤어 // 미자야 잘 읽었다. 다음에도 수준 높은 글 기대해본다
역시~~반가웠어.
역시 미자가 감상후기를 쓰길 잘 했다.....// 전문가 다운 맛이 살아 있고 생각도 못했던 부분 까지 알게 되었어~!......// 근데 "한나"가 아니고 "안나"라고 고쳐주라......김안나~~~!
앤디워홀 작품도 좋았지만 국립박물관에서 볼 수 없는 우리나라의 12~15세기에 궁중이나 양반 가문에서 쓰던 귀한 물건들 정말 잘 봤다.....// 종훈아~! 일일이 따라 다니며 설명을 해준 황규성 과장님께 고맙다는 전화 한통해 주라~~~!
그렇지 않아도 행사날 토요일 너희들 먼저 가고 홍선이, 황과장과 새벽2시까지 코가 삐툴어 지도록 마셨단다!^^
김안나 미안하다. 확실하게 너의 이름 각인되었다.
어어! 대단한 후기네...
처음부터 볼 수 없어서 매우 아쉬웠는데 자세한 설명으로 이해를 도와 주고, 앞 전시실의 작품을 상상의 세계로 이끌며 새로운 메세지로 전해줘서 고맙다. 드림의 미술 전문가는 역시 미자야!!! 미자 작품은 언제 기대해도 되는거니? ㅎㅎ* ^^ *
미자야! 그렇게 좋은 감상의 기회를 놓쳤는데 친구의 정성어린 설명을 읽으니 그냥 흐믓해진다~ 마음이 부자된거같구나!미자야! 너무 대단해~ 다음번엔 꼬옥 같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