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 오탁번
우리 혼인생활 30년에
밑줄 그을 만한 뜨거운 사랑 없었지만
하늘 높이 날아오를 만한
기쁨 없었지만
아내여 미운 아내여
다음 생에서 또 만나
하늘을 날아가다가
좀 쉬고 싶으면 날개를 접고
가을 논에 흩어져 있는 햅쌀을
냠냠냠 쪼아먹는
기러기 눈빛을 한
철새나 될까 몰라
아내여 미운 아내여
- 오탁번, 『벙어리장갑』(문학사상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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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詩선
철새 / 오탁번
씨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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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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