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눈이여 이제, 안녕

나의 고질병. 이제 안녕. 양쪽 발바닥의 티눈을 수술하려고 며칠은 병원 신세를 져야 하겠기에 남편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육개장으로 메뉴를 정했다. 그것도 들통에 가득 끓일 요량으로, 텃밭에서 봄에 심어놓은 대파가 생각났다. 태풍에도 잘 견디고 꿋꿋하게 서 있던 이파리는 시든 채 서 있다. 작년에 지인이 준 토란대를 건조기에 말려 잘 보관했더니 두 번 정도는 먹을 수가 있을 것 같다. 두 가지 재료와 쇠고기는 추석 때 국거리로 사놓은 것이 있어 해결되었다, 별도로 사아 할 재료는 내 마음대로 넣으면 된다. 외출하고 돌아오면서 마트에 들러 큰 봉지에 담아놓은 숙주를 샀다. 다른 것을 더 넣어도 되지만 육개장의 메인은 파로 정했기에 지갑을 닫았다.     오른쪽 발바닥에  티눈이 생겨, 보행에 불편을 느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의 일이다. 피부과에 가서 도려내고 열흘간 디딜 수가 없어 집 안에만 있었다. 고놈이 잊으려고 하면 다시 솟아나고 통증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반복되는 병원 신세를 지며 지내다 처치 방법이 새로워져 아픈 부위에 마취하고 레이저로 속을 홅는 방식이라, 아픈 것 감내하며 약 먹고, 그다음 날부터 걸을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효과는 딱 일 년이었다.     피부과에서 오죽하면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소견서를 쓸 정도였다. 방식이 다른 냉동요법으로 했지만, 마찬가지였기에 다시 다니던 병원으로 가서 그전 방법으로 치료를 다시 시작하였다. 걷기도 불편하여 기능성 신발을 신어야 했고 여름에도 두툼한 양말로 조금이라도 충격을 덜 하려고 신경을 썼다. 설상가상으로 올봄에 혼자는 외롭다고 다른 한쪽의 짝꿍이 생겨났다. 그 녀석은 더 강했다.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남들도 생기지 않는 뿌리도 없애지 못하는 녀석을 혼내줄 방법은 지인을 통해 찾았다. 수술만이 오랜 고통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알고, 한 달간 외출을 자제하고, 주저 없이 정형외과 상담을 하고 입원 날짜를 정했다.      작년, 무릎관절 수술로 입원하고 또다시 같은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에 필요한 검사란 검사 다 받고 거창하게 티눈 제거 수술을 위한 절차를 맞추었다. 시시한 수술이라고 남편도 근무 날이라, 혼자서 배낭 속에 필요한 물품들을 꾹꾹 담아 씩씩하게  입원 수속하였으니 자식들은 알 리가 없다. 작년에 일주일 간격으로 두 무릎 인공관절과 시술을 하고 깨어났을 때 딸이 보였고, 일주일 후 사위가 보였는데, 이번에는 수술 후, 간호사만 보이니, 잠깐 서운한 생각마저 든 것은  자초한 일이기에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였다. 수술로 꿰맨 자리 눈으로 토닥토닥, 이제 날아갈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가을을 들여다보며 붉은 단풍에 말을 건네 보는 성급함이 묻어있다. 병실로 들어와 핸드폰을 열어보니 입원 사실을 알린 지인 두 분의 전화와 카톡이 와 있었다.     양쪽 발바닥을 수술하여 걷지를 못하니 화장실 가는 게 불편하였다. 또다시 휠체어 신세를 지고 누가 보면 굉장한 수술이라도 받은 줄 알겠다. 다행히 보호자 없이 통합 간병인 여러 명이 도움을 주니, 가족도 부담이 들지 않고, 코로나로 면회도 되지 않으니 필요한 것 간호사실에 전달하는 수밖에 없었다. 15개월 만에 입원하니 아는 얼굴이 많이 보인다. 간호사도, 통합 간병인도 아는 얼굴이라, 병원에서 반가우면 안 되는데 그래도 편한 것은 있다. 낯설지 않으니 좋다.      무릎 수술 후에 통증은 떠오르고 싶지 않게 너무 아파 지금도 얼굴이 찡그려진다. 이번에는 그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아프기는 매한가지다. 무통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도 한동안 지속되었다. 입맛도 도통 없다. 억지로라도 반 그릇 정도는 비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병실에 있는 환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4인실 방에 두 다리 무릎 인공관절 수술한 분, 산에 가다가 미끄러져 팔에 금이 가서 수술한 사람, 어깨 회전근 파열로 수술한 사람. 나는 그런 분들을 보면서 환자 측에 끼지도 못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위해본다.     퇴원할 때 거창하게 다리에 압박 보호대를 하고 발목을 붕대로 칭칭 감아 나서 환자용 신발을 신고 목발을 짚으니, 가관이었다. 이삼 일에 한 번씩 소독하러 가는 불편함도 감수하면서 한 달간에 휴식으로 알고 지내니. 이것 또한 행복이라 생각된다. 햇빛이 비추는 날 오후에 가끔 목발에 의지하고 뒷발로 땅을 밟고 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아파트 사람들이 놀라서 물을 때 곤욕스러웠다. 이런 걸로도 수술을 하는 거냐며 신기해한다. 나 역시 믿기지 않은 선택이었으니까.     사람 몸에  수술하는 것은 고통이고 마취를 자주 하면 기억력도 감퇴한다고 들었는데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살아오면서 아이 둘을 제왕 절개하고 이렇게 크고 작은 수술로 인해 내 몸은 이곳저곳에 수술 자국이 남아있다. 엷어져 가는  흔적은 훈장처럼 떠나갈 줄 모른다. 더 이상 내 몸에 슬픈 역사는 쓰지 않기를 마음속 깊이 전해 본다.      머지않아 두 발이 힘차게 땅을 밟고 경쾌하게 내딛는 소리가 들려오겠지. 발바닥도 힘들었을 텐데 이번 기회에 실컷,  잠이나 자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