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정태춘 작사/작곡)은 1978년 11월 발매된 '싱어 송
라이터' 「정태춘」1집에 수록된 곡으로 이 음반은 한국적 향내가
짙게 배인 1970년대의 포크 명반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의 자작 곡으로 구성된 '싱어 송 라이터' 앨범의 전형인 이 음반의
편곡은 포크 가수 '유지연', 서라벌 레코드 '문예부장' '방기남',
록 밴드 데블스 출신 '연석원'이 공동으로 맡았습니다.
데뷔 앨범임에도 굉장한 완성도를 자랑하는데, 당대의 포크 송 들은
외국의 노래들을 번안하는, 다분히 외국 감성의 노래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 앨범은 이후 「정태춘」이 꾸준히 보여주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情緖)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고, 「정태춘」 특유의
미학(美學)을 보여주는 시적(詩的)인 가사들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태춘」은 1979년 MBC 10대 가수 가요 제 신인 가수 상을 받았고,
"촛불"로 TBC 방송 가요 대상 작사 부문을 수상했으며, 또한 그의
평생의 동반자인 같은 서라벌레코드 소속인 '박은옥'을 이 시기에
만나 한 눈에 반해 결혼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음반은 그의 가수 생활 동안 지속된 '공연윤리위'와 투쟁의
시발점이라 할 만한 음반이기도 한데, 『시인의 마을』은 1978년 6월
심의에서 개작(改作) 결정 조치를 받았습니다.
당시 심의에서는 "확인 결과 시작과 연결 없는 대중가요 가사로는
방황, 불건전한 요소가 짙어 부적절하다고 사료됨으로 전면 개작
요망함"이라는 얼토 당토 않는 처분을 받았고 결국 서라벌 레코드
사장은 「정태춘」을 대신해 가사의 여러 부분을 수정해 심의를
통과했습니다.
『시인의 마을』은 2011년 MBC '나는 가수다' 프로에서 '김건모'가
커버하여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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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푸른 하늘 구름 흘러가며
당신의 부푼 가슴으로 불어오는
맑은 한줄기 산들 바람
살며시 눈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 가쁜 자연의 생명의 소리
누가 내게 따뜻한 사랑 건네 주리 오
내 작은 가슴을 달래 주리 오
누가 내게 생명의 장단을 쳐주리 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 오
나는 자연의 친구 생명의 친구
상념(想念) 끊기지 않는
사색(思索)의 시인(詩人)이라면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苦行)의 수도승(修道僧) 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詩人)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 테요
우산을 접고 비 맞아 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울적한 마음에 비 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주리 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 오
누가 내 마음의 위안 돼주리 오
어린 시인(詩人)의 벗 돼주리 오
나는 자연의 친구 생명의 친구
상념(想念) 끊기지 않는
사색(思索) 의 시인(詩人)이라면 좋겠소
나는 일몰(日沒)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苦行)의 수도승(修道僧)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詩人)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 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