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 역품
6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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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앙굴마는 곧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제가 사문이 되는 걸 허락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야."
그 자리에서 앙굴마는 바로 사문이 되어 세가지 법의를 입었다.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머리를 깎았으니
결박 버리기 또한 그렇게 하라.
결박이 없어지면 큰 과보 이루고
근심과 고뇌 다시는 없으리라.
앙굴마는 이 게송을 듣고 곧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세존께서는 앙굴마 비구를 데리고 사위성 기원정사로 돌아가셨다.
그때 바사닉왕은 네종류의 군사를 모아 앙굴마를 치러 가려고 하였고, 왕은 '나는 지금 세존께 나아가 이 사실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고,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면 받들어 행하리라'고 생각하였다.
바사닉왕은 곧 네종류의 군사를 모으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부처님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대왕께서는 지금 어딜 가시는 길이기에 몸에 그처럼 먼지를 뒤집어 썼습니까?"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우리나라에 너무도 흉포하고 모든 중생에게 무자비한 앙굴마라는 도적이 있습니다. 나라가 황폐해지고 백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은 다 그 도적 때문입니다. 그 자는 사람을 잡아 죽여 그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든다고 합니다. 그는 악한 귀신이지 사람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그 자를 치려고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앙굴마가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을 대왕께서 보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일 그러는 줄 안다면 마땅히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때맞춰 예배할 것입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그는 악한 사람으로 착함이라곤 털끝만큼도 없어 항상 중생을 죽이기만 하는데, 어떻게 그런 마음이 있어 출가하여 도를 배울 수 있겠습니까? 결코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때 앙굴마는 세존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오른손을 뻗어 그를 가리키며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저 자가 바로 그 도적 앙굴마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자 무서운 생각이 들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가까이 가 보시면 의심이 저절로 풀릴 것입니다."
이때 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앙굴마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네 성은 무엇인가?"
앙굴마가 대답하였다.
"제 성은 가가伽伽이고, 어머니 이름은 만족滿足입니다."
그러자 왕은 곧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 말하였다.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즐거워하며 게으름 없이 청정한 범행을 닦는다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오. 내가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의복, 음식, 침구와 병을 치료할 의약을 공양하리라."
앙굴마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세존께 돌아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왕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항복하지 않는 자를 항복받고, 굴복하지 않는 자를 굴복시키시다니, 참으로 기이하고 놀랍습니다. 그처럼 극악한 자를 항복받으시다니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무궁한 수명을 누리시며 온 백성들을 길러 주소서. 세존의 은혜를 입어 이 어려움을 면하였습니다. 저는 나라 일이 너무 많아 이만 돌아가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왕께선 때를 알아서 하십시오."
대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떠나갔다.
...
나무 석가모니불
봉청 검찰인사 분명선악 조왕대신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