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토’라는 사람
이 정희(나작가 6기)
죽은 향고래가 떠밀려왔다는 뉴스를 보고 그 섬으로 가서 죽은 고래를 만나는 여정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유튜버 이름은 ‘길토’였다.
내가 ‘길토’를 알게 된 것은 그가 작업하는 영상을 우연히 본 데서 시작되었다. 상가 1층 이라고 소개하는 허름한 작업장은 몫 좋은 상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비어있는 가게를 그냥 얻어 쓰는 것 같아 보였다. 그곳에서 작업을 했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두 쪽으로 된 밀고 여는 큰 유리문에 고래꼬리가 나비날개처럼 그려져 있었다.
나는 한 눈에 통해서 구독과 좋아요를 눌렀다. 그리고 얼마간 잊고 있었는데 오늘 한 편이 올라 온 것이다.
자막을 보니 그 사건은 2005년 겨울의 일이었다. 서울에서 목포를 거쳐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 죽은 고래를 만나는 기록이었다. 무려 20여 년 전에 찍은 영상을 지금 편집해서 올린 것 같았다. ‘길토’는 환경보호운동가도 아니었고 해양생물학자는 더욱이 아니었다. 그러면 무엇이 그를 추운 겨울에 그 섬을 2번이나 찾아가도록 했을까? 살아있는 고래도 아니고 죽은 고래를 말이다.
싱거운 사람이 쓸 데 없는 짓을 하는데도 속이 후련했다. 막힌 숨통이 뚫리는 것 같았다. 죽은 향고래를 위해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 장면에서는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런 쓸데없는 일에 온 열정을 쏟는 일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달려가 확인하고 죽은 고래의 등에 올라타는 그런 작업들이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당장 소득이 보이는 일도 아니다. 고래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그냥 지가 좋아서 하는 작업이다. 죽은 고래의 등에 새털을 꽂아 날아가도록 날개 짓하고 파도에 씻겨 일렁이는 내장에 붙은 검불을 떼어 주는 그런 일이다.
그 후 그는 고래를 주제로 해서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를 가졌다고 했다. 영상은 작업실유리창에다 고래꼬리를 페인트로 칠하면서 ‘나는 고래 뱃속에서 작업을 했다’는 나레이션으로 끝이 났다. 내가 보기에 쓸 데 없는 짓이 그에게는 창작이었다.
‘길토’는 말했다 ‘그냥 그리라!’
2024년 5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