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국회가 개헌까지?
분출하던 개헌 논의가 보편적 무상복지 재원 고갈과 모든 신혼부부 공짜 집 논쟁으로 주춤한 듯합니다. 무차별 공짜 집은 최고의 북유럽 복지국가라면 모를까 우리에게는 요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3년 우리나라 32만여 건의 혼인 중 순수 신혼부부인 25만 5,600쌍에게 2억 원짜리 집을 주자면 51조원, 3억 원짜리를 주면 76조 원이 한 해에 듭니다. 올해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반값등록금으로 24조원이 들었는데도 그 무상 지속이 불가능하여 지금 지자체와 교육청들이 생난리인데 해마다 그 몇 배되는 더 큰 돈을 어디서 구한다는 이야기인지요.
이런 복지 논쟁 속에 여야 국회의원 30여 명이 최근 국회의 특위 구성을 요구한 개헌 논의는 오스트리아 식 이원집정부제, 4년 중임, 6년 단임제다 하여 대통령 임기와 권력구조를 놓고 주로 설왕설래하는 형국인데 그들만의 개헌 잔치에 동조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정치가 개헌의 블랙홀로 빨려들기에는 국내외의 안보 환경이 너무 엄혹합니다. 유사시에는 강력한 단일 지도체제로도 버겁죠. 북한이 내년을 ‘통일대전 완성의 해’로 설정하고 핵무기, 미사일로 도발을 위협하는 판에 조선조의 당쟁처럼 사사건건 국론분열로 몸살을 앓는 이 나라 정치가 개헌이라는 논쟁거리를 하나 더 보태 국력을 소모하려드니 어이없습니다.
복지를 뒷받침해주는 경제에 온갖 악재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악재는 세수 감소로 직결되죠. 외환 리스크도 그렇지만 중국이 전자, 조선,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모든 산업에서 광속(光速)의 경쟁자로 달려옵니다. 전자제품 양판점과 온라인 몰에 널린 중국산 노트북, 스마트 패드, 청소기, 냉장고, 텔레비전이 소비자를 유혹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저가 생필품은 체인점과 지하철 잡상의 보따리를 오래 전에 점령했죠. 결과는 일자리 감소입니다.
우리나라 체감 실업률이 무려 10.1퍼센트라고 합니다. 일자리가 이 지경인데 정치가 규제 개혁으로 경제와 산업을 활성화할 생각은 안하고 개헌과 배급식 무상복지, 공짜 집 준다는 대중영합주의로 사탕발림할 때가 아니죠. 주택 마련을 결혼 기피, 출산율 저하와 신혼부부의 핵심 문제로 인식한 것까지는 가상스럽지만 한정된 재원을 빈부 무차별로 한 곳에 쏟아 부으면 제로섬 게임이 되어 기존의 무주택 서민 가정, 장애자,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무리하면 후손들이 빚더미에 앉죠.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무상복지 재원 고갈에 ‘복지 디폴트(채무이행 불능)’라고 아우성입니다. 중앙정부는 우리도 힘들다고 외칩니다. 복지 타령에 나라가 거덜 나고 있습니다. 그런 국회의원들은 세비를 안 받는 무료 정치봉사로 복지 재원을 보탤 준비가 되어 있나요?
누구를 대표하는지 알 수 없는 무능한 정치인들이 정신없이 복지타령에다가 개헌까지 한다고 대드는 어지러운 풍경입니다. 지금 국회의 지지도는 10퍼센트도 안 됩니다. 국민들은 416 세월호 침몰 후 우리 국회가 5개월 동안 법안처리 0건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는 걸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어느 나라 국회가 이럴까요.
걸핏하면 구속되고 부패 사건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이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꾸물대는 법원의 늑장 판결로 국회의원 행세를 하며 꼬박꼬박 세비를 챙기는 이 나라의 썩은 정치판에 만약 내각책임제라도 들어선다면 늘어난 힘으로 정권을 쓰러트리고 새 정권을 세우려 석 달이 멀다 하고 내각불신임 결의안이 제출돼 이탈리아처럼 부패하고 혼미한 정국을 국민들은 구경하게 될 것입니다, 4년마다 대선을 치르면 나라는 물론이고 정당들도 후보 쟁탈전으로 편안할 날이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되자마자 중임을 꿈꿀 것이고 철부지 언론들은 새 대통령의 취임 선서가 끝나자마자 다음 대권주자 순위는 누구인가, 후보자들의 본질은 제쳐놓은 경마식 중계로 레임덕을 가속화해 일할 정신을 뺏을 것입니다.
개헌으로 국민이 얻을 이익이 거의 없죠. 지금의 국회가 통일 대비 비전이 있을까요. 미국과 일본에서 통과된 북한인권법을 10년째 뭉개는 국회죠. 일반 법안을 갖고도 몇 달을 싸우는데 개헌은 국회의원 3분의2가 찬성해야하고 국민투표에 부쳐져 투표자 과반이 찬성해야 합니다. 헌법 조항마다 싸움이 일어날 것입니다. 국민에겐 통째로 먹으라고 들이댈 테죠.
지금 나라가 잘 안 굴러가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최우선 순위를 선거와 당략에 두고 정부에 비협조적인 제왕적 국회 탓입니다. 어느 야당 의원은 “앞에서 평화하자고 하고 뒤에서 대북전단 살포하면서 뒤통수친다.”며 유사시에 대비해 155미리 대포로 발사하는 전단탄 개발 계속 사업이 남북관계를 저해하는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남북관계의 최대 걸림돌이자 북한을 세계로부터 차단시키는 것은 북한 핵무기입니다. 문재인 의원의 말대로 무슨 기준으로 뽑았는지 모를 함량 미달의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설치는 한 국회의 상향화는 불가능합니다. 국회의원 선거의 인구 비례를 맞출 선거구 조정에서 가능한 한 비례 의원을 줄이고 국민 직선 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이 그나마 국민을 조금이라도 더 의식하는 국회가 되는 길입니다.
역대 국회 중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건국 정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서 떠도는 19대 국회의원들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말대로 지금의 훌륭한 헌법을 탓할 게 아닙니다. 내년으로 다가온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나라의 미래를 보는 정치의 기본자세부터 가다듬어 보시죠.
[펌] / 김영환(한국일보 파리특파원. 부장 등 역임) / 2014.11.17
쾌락적응
인간은 생존을 위해 진화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면역체계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병원균이 침입하면 면역체계가 작동하여 몸을 방어하듯, 슬픔이나 공포를 경험하는 순간 여기에 적응하고 그로 인한 고통과 충격을 완화함으로써 우리의 심리적 건강을 지켜주는 면역체계가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 중 누군가가 호랑이에게 물려갔을 때, 슬픔에만 잠겨 있다면 인류는 생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럴 때 심리적 면역체계는 슬픔을 완화해서 생산적인 쪽으로 다시 에너지를 돌릴 수 있도록 해주는 생존의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심리적 면역체계가 나쁜 일만이 아니라 좋은 일에 대해서도 그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내 집이 생기고, 처음으로 승진하고, 첫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는 그 기쁨에 취해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며칠, 몇 주, 몇 달이 흐르면서 본능적으로 우리는 그것에 적응하고 맙니다. 이제는 그것이 새로운 기준이 되어서 눈앞의 성취가 시들해지고, 다시 비슷한 정도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더 큰 자극이 필요해져 새로운 무언가를 다시 찾아 나섭니다.
소냐 류보머스키(Sonja Lyubomirsky, 47, 미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것을 ‘쾌락적응’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무언가를 얻으면 영원히 행복할 것 같고, 무언가를 잃으면 영원히 불행할 것처럼 생각하는 신화가 작동하는 것은 사람의 이런 '쾌락적응' 능력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한 번의 요란한 잔치보다는 여러 번의 괜찮은 식사가 좋고, 결합된 경험보다는 분리된 경험, 즉 좋아하는 드라마를 한 번에 몰아서 보기보다는 매주 한 편씩 보는 편이 정서적 혜택이 더 크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런 습관은 만족을 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돈도 덜 듭니다. 왜냐하면 긍정적 경험을 음미할 때 제일 좋은 것은 짧은 첫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든, 안마 의자에 30분을 앉아 있든, 맛있는 레몬 케이크를 한 조각 먹든 우리는 1분, 1시간, 1주일이 지날 때마다 쾌락 적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동일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감소합니다. 하지만 중간에 휴지기가 있다면 음미하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소비를 작은 규모로 나누고 시간 간격을 두어 분할한다면 그런 ‘첫 순간’을 많이 만들 수 있어서 우리가 느끼는 기쁨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한 연구자는 영국의 모든 소득 수준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는데 돈이 적게 드는 호사(피크닉을 가거나, 비싼 커피 한 잔, 또는 좋아하는 DVD를 구매하는 등)를 자주 누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더 만족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승진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새 차를 사면 기분이 좋습니다. 새 아파트로 이사 가면 기분이 더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네 삶은 승진과 새 차와 새 아파트 구입 같은 큰 사건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소소한 일상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의 삶입니다. '쾌락적응'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만 하면 우리는 얼마든지 훨씬 경제적이고 많은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기쁨만이 기쁨이 아니죠. 작은 기쁨의 합(合)이 큰 기쁨보다 큽니다. 대박의 기쁨만을 추구하다가는 쪽박의 인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쓰는데, 오늘은 유난히 커피가 더 맛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행복과 커피를 마시는 행복이 어우러져 행복의 합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쾌락적응 현상’을 알면 알수록 우리네 삶이 좀 더 단순하고 힘이 덜 들 것을 확신합니다.
[펌] / 유능화(연세필 의원 원장) / 2014.11.17
성차별 면접 답안
구글은 신입 사원의 창의성을 보기 위해 면접 때 엉뚱한 질문을 자주 던진다. "스쿨버스 한 대에 골프공이 몇 개나 들어갈까" "1000층 건물 엘리베이터의 층수 버튼을 어떻게 다 표시하겠느냐"는 식이다. 몇 해 전엔 "금요일 오후 2시 30분 샌프란시스코에선 몇 명이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해 '가장 황당한 면접 질문 25선(選)'에 들었다.
▶얼마 전 한 취업 포털이 우리 기업들의 엉뚱한 면접 질문과 고득점 답변을 소개했다. 한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양말을 두 번 갈아 신는 사람은 몇 명인가'라고 물었다. "발에 땀이 많아 무좀에 걸린 사람들일 것이다. 성인 남성 20%가 무좀에 걸리니 답은 400만 명"이라고 말한 사람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백두산과 한라산을 바꾸는 방법'을 질문한 곳도 있었다. "백두산에는 한라산, 한라산에는 백두산 이름을 붙인 뒤 광고를 하면 된다"고 대답한 카피라이터에게 후한 점수가 주어졌다.
▶어느 인터넷 취업 카페의 설문 조사에서 여성 구직자들은 '남자 친구와 어디까지 갔나'라는 면접 질문을 듣고 성(性)추행을 당한 듯했다고 답했다. '남편이 버는데 뭐하러 취업하려고 그러느냐'란 물음에선 성차별을 느꼈다고 했다. 어떤 면접관들은 '얼굴이 그렇게 생겨서 평소 고생 좀 했겠다'며 외모를 깎아내렸다. '성실하다면서 대학은 왜 그런데 갔느냐'며 학력을 문제 삼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며칠 전 인터넷에 여성 구직자용 '면접 모범 답안'을 올렸다. 회사가 '커피나 복사 같은 잔심부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으면 '한 잔의 커피도 정성껏 타겠다. 사무실 청소도 할 수 있는데 직장을 소중한 나의 생활공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하라고 했다. 성희롱에 대한 모범 답안은 '성에 대한 가벼운 말 정도면 신경 쓰지 않겠고, 농담으로 받아칠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관련 재판이 많고,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 사원에게 곤란을 당한 회사도 있는 만큼 (여성 구직자들이) 도량을 넓히라'는 부연 설명까지 했다.
▶고용부는 기업 내 성차별과 성희롱을 감독·제재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런 기관이 오히려 여성들에게 '취직하고 싶으면 커피 타는 일은 기꺼이 하고 성희롱도 잘 참고 견디라'고 가르친 셈이다. 고용부는 글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뒷맛이 쓰다. 정부가 뭐하러 면접 모범 답안까지 만들었는가. 세금이 남았기 때문인가, 남아도는 공무원을 놀릴 수 없어서 그런 건가.
[펌] / 출처; 프리미엄조선 / 신효섭(논설위원) / 2014.11.17 0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