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이즈 마이 보이?
도시 대학교에는 유명한 삼인방이 있다. 이름하야 도시대 이 씨 삼 형제. 진짜로 형제는 아니고, 존잘 세 명이 삭막한 학교 캠퍼스에서 모여 돌아다니는데 또 마침 다 이 씨라서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
컴공과 2학년 이마크, 이동혁, 이제노. 이 셋은 도시 대학교를 입학하자마자 학교를 뒤집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올해 입학한 공대생들 중에 드디어 제대로 된 인물들이 있다면서.
첫 번째, Mark Lee. 본명이 이마크 이다. 한국에 온 지 몇 년 안된 찐 캐나다인. 고등학교 1학년 때 홀로 한국에 와 도시 고등학교를 입학했고, 그때 만난 게 이동혁과 이제노다.
처음에 왔을 때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정도밖에 못 하던 이마크는 이동혁 이제노와 어울리면서 일취월장으로 한국어 실력이 늘었다. 심지어 나중에 수능을 볼 때는 이동혁보다 국어 점수가 높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이 지어준 '캐나다 핫가이'라는 별명답게 매너 넘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저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잡고 있어 준다든지, 버스에 앉아 있다가도 여자가 타면 벌떡 일어나서 비켜준다든지...
사실 굉장히 당연한건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전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해주는 거긴 한데 그에 홀딱 반한 애들이 수두룩하다.
두 번째, 이제노. 이름만 보면 얘가 제일 외국인 같은데 21년간 한국에서 산 토종 한국인이다. 안 웃고 있으면 제법 차갑게 생겨서 다가가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친구들이랑 있으면 항상 .◜◡◝ 이 표정으로 허허실실 잘 웃고 다닌다.
셋 중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우등생에 고등학생 때는 무려 전교 회장까지 한 몸이다. 소극적인 편이라 이동혁이 몰래 추천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자리였지만 항상 성실한 성격과 착한 얼굴(ㅎㅎ) 덕에 지지표를 꽤나 얻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딱히 변한 건 없었다. 뭐만 하면 도서관에 짱 박혀 있어서 에타에 이제노 지금 어느 도서관에 있나요 이런 질문만 올라올 정도였다. 평소에 다닐 때는 그냥저냥 다니는데 원체 눈이 안 좋아서 공부할 때는 안경을 낀다. 가히 이 시대의 너드남 자격에 충분히 부합하는 모습이었다.
이마크도 눈이 좋지 않아 가끔 안경을 낄 때가 있는데 얘네 둘이 같이 걸어다니다 보면 공대 건물에 있는 존잘 너드남 둘이 누구냐고 후배 선배 할 것 없이 존나 난리를 피운다.
마지막 이동혁. 생긴 건 다소 뺀질뺀질하게 생겼는데 그거 맞다. 딱 그 나이대 남자애들 마냥 놀러 다니기 좋아하고 이것저것 호기심도 많다. 잘 돌아다니는 만큼 인맥도 열라 마당발이던 이동혁은 아는 사람들 수도 기똥차다.
얘랑 같이 학교 안에 걸어 다니고 있으면 어 동혁아 안녕! 밥 먹으러 갈까? 혹은 동혁아 00 교수님 수업 말인데~ 이러면서 사심담긴 말 걸어오는 사람 수십 수백명이다. 물론 이동혁은 이제노 이마크만 찐친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만은.
동기들끼리 모이는 자리나 술자리에서도 매너 좋고 분위기 띄워주는 그런 역할 하는 게 이동혁이다. 적당히 치고 빠지는 타이밍 기가 막히게 알고 술 못 마시는 사람 배려해주는 의외로 세심한 면모가 있어 그거에 반하는 사람이 꽤 있다.
솔직히 따지고 보면 셋 중에 이동혁을 짝사랑하는 사람이 제일 많은 이유도 가장 있을 법한데 존나 없는 부류 중 하나라서 그렇다.
주님을 사랑한 이마크와 쑥맥 이제노야 뭐 그렇다 치고, 인싸 중에 핵인싸 이동혁은 의외로 여자한텐 관심이라고는 일절 없었다. 여자인 친구들은 있었지만 정작 '여자친구'를 사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주위에서 소개가 들어와도 어엉, 괜찮아. 하고 거절하는 이동혁, 그리고 오우... I'm ok. 하는 이마크와 침묵하는 이제노. 그렇다고 이 셋한테 여자가 없는 건 아니었다. 딱 한 명, 같은 컴퓨터 공학과 2학년인 쪼끄만 여자애 하나. 그 애가 부르면 주인한테 달려가는 것 마냥 잽싸게 뛰어가는 셋이 눈에 띄곤 했다.
"얘들아~"
"...안녕 여주야."
"Good morning, baby."
"공주 왔어?"
후 이즈 마이 보이?
컴퓨터 공학과 2학년 김여주. 이마크 이제노의 유일한 여사친과 동시에 이동혁의 소꿉친구. 이 씨 형제와 수업까지 맞춰듣고 어울려 다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동혁과는 7살 때부터 같은 유치원,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질긴 인연을 이어왔다.
햇수로만 치면 15년이고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일 것 같은데 이동혁 주위 사람들은 어떻게 입에서 공주라는 말이 나오냐고 궁금해했다.
혹시 공주라는 뜻이 공포의 주둥아리라서 그런 거 아니냐고 이동혁한테 물어보면 또 그건 아니란다. 그럼 왜 그렇게 불러? 하고 의문을 제기하면 이동혁은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 함냐함냐 먹으면서 한결같이 대답한다.
"그냥 공주같이 생겨서 그런 건데?"
오, 이 맛 김여주가 좋아하겠다. 쬐깐한 주전부리 먹고 있어도 김여주 생각부터 하는 이동혁을 보며 사람들은 가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뭐 남자친구 수준 아닌가?
이동혁의 '김여주는 공주같이 생겼다'라는 발언을 곰곰히 생각해보자면 사실 김여주는 왕자 같은 타입이었다. 멀리서 봐도 눈코입이 자기주장 강했다.
이쁘긴 이뻤지만 잘생긴 편에 속한 김여주는 까놓고 말하자면 여자와 남자한테 고백받는 비율도 엇비슷할 정도였다. 정갈한 눈썹, 오뚝한 코, 적절하게 쌍꺼풀 진 눈에 긴 속눈썹까지, 김여주는 리디북스에 나올법한 병약한 미소년 상이었다.
그런 인상에 부합하듯 김여주는 실제로 어렸을 적부터 몸이 좀 약했다. 덕분에 이동혁은 하루가 멀다하고 가방 셔틀을 해줬고, 급식 먹을 때도 다른 반이었던 이동혁이 김여주네 반으로 달려와서 애를 데려가고는 했다.
환절기 때는 무조건 앓아누워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허다했으며 고등학교 전까지는 이동혁이 애 업고 병원에 실어다가 나른 뒤에 등교했으며 학교가 파한 후에는 죽 싸 들고 병원으로 바로 직행했다. 이마크와 이제노를 알게 된 시점부터는 번갈아 간호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그게 대학교에 와서도 진행될 줄은 몰랐다. 동기랑 같이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고 있어도 김여주 연락 한 번이면 벌떡 일어나서 야, 나 가야 돼. 하고 자리를 뜨기까지 했다.
나중에 알고 보면 김여주가 카톡으로 동혁아, 어디야? 하고 한두마디 보낸 게 다였지만 이동혁은 그런 거 개의치 않아 했다. 그저 더 빠르지 못한 제 발들을 탓하며 김여주에게 전화한다.
어어, 공주야 나 금방 가. 너 좋아하는 젤리 사갈까?
7살 때부터 함께 해 왔던 이동혁과는 다르게 김여주는 마크와 제노는 고등학생 때 만났다. 이동혁이 제노, 마크와 친하게 지내게 된 건 김여주만 빼고 셋이 같은 반이 된 고등학교 1학년 때였지만 김여주는 이마크와 이제노를 2학년 때부터 알게 되었다. 이동혁이 걔네랑 1학년 때부터 친해졌는데 김여주가 마크와 제노를 1년 동안 한 번도 안 봤을 리가 없지 않아? 생각하지만 진짜 한 번도 못 봤다.
김여주가 이동혁의 반에 찾아오는 일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찾아오는 게 한 번도 없었다기 보다는 이동혁이 자진해서 김여주를 찾아나섰다. 김여주가 필요한 게 있으면 이동혁이 김여주네 반으로 달려갔고, 이동혁이 필요한 게 있으면 또 이동혁이 김여주네 반으로 달려갔다.
등교도 같이 했지만 김여주를 반까지 데려다주고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고, 점심시간에는 여자인 친구들이랑 밥 먹는 거로 합의를 봤으며 하교 시간에도 이동혁이 김여주의 반으로 달려갔다. 이마크가 자신도 여주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울망하게 이동혁 봐라봐도 안돼. 공주 낯 가려. 하고 단칼에 거절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그렇게 넷 다 같은 반이 되어 친해질 기회를 얻은 이마크와 이제노는 나름 설레여 했다. 이동혁이 입에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 하던 김여주를 드디어 보게 된다니. 새학년 새 학기가 된 첫날 이동혁은 제 품에 쪼끄만 여자애 하나 안고 반에 입성했다.
초코볼이 안고 있는 하얀 강아지같은 여자애. 자리에 앉아있던 이제노와 이마크는 그걸 보고 기겁을 했지만 이동혁은 제 품에 숨어서 둘의 눈치를 보고 있는 쪼꼬미 김여주를 앞으로 꺼내고는 인사를 시켰다. 공주야, 인사해. 내 친구들이야!
"안녕..."
"...안녕."
"귀엽다!!!"
내성적이었던 이제노가 겨우 내뱉은 한마디인 안녕과 다르게 이마크는 김여주를 보자마자 냅다 귀엽다고 소리쳤다. 그럴 만도 했다. 자기보다 한참이나 작은 하야말간 애가 위로 올려다보고 있는 게 자신이 어렸을 적 키우던 말티즈를 닮았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낯 가리는데 그 말을 듣고 거의 기절하려는 김여주를 겨우 다독이던 이동혁은 애 놀래키지 말라며 이마크를 혼냈지만 그는 연신 귀엽다는 말만 반복했다.
다소 떠들썩했던 첫만남에 비해 김여주는 의외로 둘과 함께 잘 어울려 다녔다. 비록 적응될 때까지 이마크가 김여주의 곁을 기웃기웃거렸던 것과, 여주를 부를 때마다 하얀 종이에 붉은빛 물감을 한 방울 떨어트린 듯 볼을 발갛게 물들이던 이제노만 빼면 말이다.
특히 이마크는 생애 처음 생긴 여자(인)친구가 뭐가 그렇게 궁금한 건지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 그런 모습에 보다 못한 김여주가 먼저 이마크에게 물을 정도였다.
"...혹시 나한테 할 말 있어?"
"여주야, 너 키가 어떻게 돼?"
"한 160 정도... 왜?"
"너무 귀여워!"
You are such a baby! (완전 아기같아!) 그 이후로 이마크에게 김여주의 별명은 baby 가 되었다. 이동혁이 김여주를 공주라고 부른다면 이마크는 김여주에게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애칭이란 애칭은 다 갖다 붙였다.
베입, 베이비, 스위티, 허니... 이동혁이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불러대니 아무도 못 말렸다.
김여주도 그런 이마크를 포기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처음 몇 달 동안 그렇게 불리어질 때면 이동혁 뒤로 숨기 바빴는데 계속 그러다 보니 점점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게 됐다.
얼굴이 빨개져 거의 울먹거리면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다 한 때였다. 마크가 babe, come here and look at this 하면 웅 먼데? 하고 쫄래쫄래 다가가 옆에 찰싹 붙어 있기도 햇다.
반면 김여주가 제일 늦게 친해진 건 이제노였다. 극강의 엠비티아이 I 끼리 만나니 넷이 있으면 그럭저럭 어울리지만 둘만 남게 되면 침묵만이 이어졌다. 보다 못한 이동혁이 둘의 공통점은 공부 밖에 없으니 스터디라도 만들어서 해보라고 한 게 신의 기회였다.
이제노도 공부벌레였지만 김여주도 그와 별 다를 바 없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는 흥미가 딱히 없던 둘은 이동혁과 이마크에 의해 주최된 스터디에서 본격적으로 친해졌다.
수학이 조금 약했던 김여주가 이제노에게 이것저것 물으면서 둘의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이마크와 이동혁에 비하면 현격히 적은 말수였지만 그거면 정말 많이 발전한 축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이 n을 이걸로 대입하면..."
"...."
"...왜?"
"제노야 너 잘한다...ㅎㅎ"
"...아잇 .◜◡◝ㅎㅎ"
친해지는데 반년이 넘게 걸린 둘은 의외로 이동혁 다음으로 둘만 보내는 시간이 꽤 잦았다. 고등학생 때의 자유로운 영혼 이동혁과 이마크가 운동장에서 뛰어놀 때 이제노와 김여주는 사이좋게 도서관으로 출석했다.
창가 자리에 나란히 앉아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면서 가끔 창문 너머로 손을 휘젓는 마크와 동혁에게 살살 손을 흔들어주기도 했다.
공부 메이트였던 김여주와 이제노 사이는 대학에 진학해서도 딱히 변하지 않았다. 이제노가 도서관에 있으면 그 옆에 앉아있는 사람은 당연히 김여주였다. 다른 때엔 과방에 있는 소파에 이제노가 앉아서 책 읽고 있으면 김여주가 뽈뽈 다가와서 이제노 허벅지에 머리 대고 누워서 쪽잠을 자기까지 했다.
그렇게 눈 감고 쿨쿨대며 자고 있으면 이제노는 읽던 책까지 덮은 채로 미동도 않고 여주 머리를 쓰다듬는 게 일상이었다. 마침 강의 끝나고 김여주 찾으러 과방에 들어온 이동혁이 그거 발견하고 김여주 깨우는 게 한 두번도 아니다.
"...공주야 일어나자. 응?"
"어, 혁이..."
"응, 나야 동혁이. 너 지금 자면 밤에 못 자잖아. 잠 깨자."
"웅..."
"그리고 이제노 너도. 공주 자꾸 네 무릎에서 재우지마."
"...."
"제노 혼내지 마..."
"에이, 내가 언제 혼냈어. 공주야 오늘 저녁 뭐 먹을래? 네가 좋아하는 거 먹자."
"...."
후 이즈 마이 보이?
김여주는 기본적으로 술에 약했다. 맥주도 반 병이면 취했고 소주 반 병에는 인사불성이 되어서 그 날 일은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여주는 그런 비루한 자신의 몸뚱아리를 인정하지 않는 술 마니아였다. 제일 좋아하는 탄산음료가 물으면 맥주라고 대답할 정도였다.
평소 애들끼리 가지는 술자리나 동기들끼리 가지는 술자리는 별 다른 건 없었다. 어차피 넷 다 같은 학과 같은 학번이라 누구 하나 취하면 다른 애들이 발 벗고 나서서 그만 마시라고 하거나 집에 보내주니까. 근데 문제는 취하는 사람이 김여주 밖에 없었다는 거다.
이마크의 술 취향은 애초에 보드카, 럼 종류라 술집에서 마시는 소주나 맥주로 취하기엔 어림도 없었고 이제노는 조용히 강했다. 홀짝홀짝 주는 대로 다 마셔서 주량도 모르는데 일단 취하지는 않으니 술자리에서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이동혁의 주량은 셋 중에 제일 약하긴 했지만 그래도 김여주보다는 강했다. 술만 보면 환장하지만 딱 반 병이면 인사불성이 되는 김여주를 돌아가며 케어한다고 고생하는 넷이었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셔대는 통에 이동혁이 공주야 그만 마시자 이제... 하고 말려보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술도 좋아하긴 하지만 요새 있는 일들 때문에 속이 상해 마시기도 했으니 말이다.
김여주가 겪는 곤욕을 하나로 뽑자면 당연지사 주변 사람들이 퍼뜨리고 다니는 자신과 이씨 형제들에 대한 스캔들이다.
너 진짜 얘네랑 사귀는 거 아냐? 동혁이랑은 무슨 사이야? 제노 좀 소개시켜줘, 마크는 뭐 좋아해? 사실 김여주는 누구랑 사귄다더라 등등 별 시덥지 않은 소문만 맴돌았다.
셋한테 말은 안 했지만 김여주는 뒤에서 도는 추잡한 이야기를 꾸역꾸역 듣고 있어야 했으니 속에 병이 날 정도였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그거 때문에 혼자 속상해하면서 애들이랑 같이 술까지 진탕 마셨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또 기억이 안 난다.
셋 다 제 집 주소랑 비밀번호 다 알고 있으니 누가 한 명 저를 침대에 갖다뒀겠지 생각하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동혁이랑 제노는 오전 강의 때문에 집에서 일찍 나갔을 거고, 해장을 하기 위해 마크에게 연락해 밥을 먹으러 가서 물었다.
"저기... 마크야."
"Yes, honey."
"마크는 여자친구 사귈 생각 없어?"
"...?"
나...? 입에 밥 떠넣다가 그대로 일시정지 된 이마크가 김여주를 쳐다본다. Can you say that again...? 자기가 잘못 들은 것 같았는지 한 번만 더 말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한다.
그러자 김여주가 더 침착하게 여자친구 사귈 생각 없어? 하곤 다시금 말을 하자 마크는 숟가락까지 내려놓고 황당한 듯 여주를 쳐다본다.
"Did I do something wrong, babe?"
(자기야 나 뭐 잘못한 거 있어?)
"응? 아니 그런 거 아닌데..."
"...그냥 농담인가?"
"응?"
잘못 들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김여주와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한 마크였다. 주변에서 떠도는 소문 때문에 어지간히 힘들었던 김여주는 얘네 셋이 여자친구라도 생기면 나한테 이런 말을 안 하지 않을까 나름 고민했던거다.
뭔가를 깊이 고민하듯 생각에 잠긴 이마크로 인해 더 이상은 묻지 못 했고, 식사 후엔 강의가 있던 터라 마크가 먼저 자리를 떴다.
밥을 먹는 사이 수업이 끝나고 과방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제노의 연락을 받은 김여주는 한달음에 달려가 그의 앞에 바싹 붙어 앉고는 마크에게 하던 것처럼 똑같이 물어본다.
"왔어?"
"응. 제노야 근데 너 좋아하는 사람 없어?"
"...좋, 좋아하는 사람?"
김여주의 흘러내린 옆머리를 넘겨주며 웃어주던 이제노가 어지간히 당황했는지 입을 떡하고 벌렸다. 무해하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여주에 제노는 머리를 넘겨주던 손을 볼로 옮긴다.
바깥 바람이 찬 탓에 약간 올라와있는 홍조 띈 볼을 쓰다듬던 이제노가 웃으며 말했다. 여주 나 시험하는 거야? ㅎㅎ .◜◡◝
그런 거 아닌데... 김여주가 뭐라고 말을 하려 하자 이제노가 곧게 뻗은 제 긴 손가락을 여주의 입에 갖다가 댄다.
"여주야."
"...."
"내가 너 말고 다른 사람이 어딨어..."
이번에는 이동혁 차례였다. 애가 이리저리 쏘다니다가도 자신이 보내는 어디냐는 문자 한 통에 만사 다 제치고 달려올 걸 알았던 김여주는 이동혁에게 연락을 먼저 하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동혁이 김여주한테 먼저 이것저것 묻고 다녔고 일방적으로 따라다니는 관계였다. 어렸을 때야 애가 자주 아프니 그럴 수 있었다 치지만 제 몸 제가 관리할 수 있을 나이가 되어서도 똑같이 구는 게 문제였다.
몸상태가 조금 안 좋을라 치면 그걸 자기보다 먼저 알아채는 건 이동혁, 가벼운 감기에도 호들갑을 떨던 것도 이동혁, 몸살에 걸려 침대에서 골골 대고 있으면 오밀조밀 있는 이목구비 한껏 구겨가면서 간호하던 것도 이동혁이었다.
자기는 괜찮다고 집에 가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죽까지 손수 끓여 먹여주는 이동혁은 남들이 보기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였다.
"혁아, 너는 여자친구 안 사겨?"
"...뭐?"
아까 도서관 앞에서 만나 집으로 간다고 여주의 보폭에 맞춰 걸어주고 있던 이동혁이 길 한복판에서 멈춰섰다.
한껏 당황한 이동혁이 멍청한 표정으로 김여주를 내려다 보는데 곧이어 들리는 응? 하고 되묻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듯 심각한 얼굴을 한다.
"...공주야. 너 왜 그래?"
"뭐가?"
여주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생각하는 모양인지 동혁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보도 한복판에 서 있던 이동혁이 자신을 바라보는 맑은 눈을 바라보다 말고 손을 잡아 이끌고는 가까운 골목길 어귀로 들어간다.
갑자기 끌려간 탓에 당황하며 제 눈치를 보는 김여주를 벽에 기대 세운 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살짝 굽힌다. 두 눈동자가 비로소 서로를 마주보는데 동혁이 그런 여주를 바라보다 말고 고개를 떨구며 말한다.
"내가 서운하게 한 거 있어?"
"아니..."
"...그래도 이런 장난치지마."
"...."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
오랜만에 넷 모두가 김여주의 집으로 모이는 날이었다. 나름 요리에 흥미가 있는터라 가끔 베이킹을 해서 나눠줄 때도 있었고 친구들이 놀러오는 날이면 같이 요리를 해 밥을 먹기도 했다. 다만 모여도 요리를 하는 사람은 한정적이었다.
동혁과 제노는 야채를 썰거나 볶음밥 같은 간단한 음식 따위를 할 수 있었지만 마크는 아니었다. 오죽하면 김여주, 이동혁, 이제노가 힘을 합쳐 이마크를 주방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20살이 되자마자 자취를 시작한 여주의 집에서 이마크는 걸레짝 계란후라이를 만든 전적이 있었다. 하마터면 주방까지 다 태워먹을 뻔 해서 이제노가 베란다에 있던 소화기까지 들고올 뻔한 이후로는 항상 주방 앞에서 기웃대기만 한다.
마실 거를 사온다는 셋을 기다리며 야채를 썰고 있는 와중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공주야! 우리 왔어~
여주야ㅎㅎ
Baby~
우당탕 소리가 나더니 큰 덩치 셋이 주방에 있는 여주에게로 뽈뽈 다가온다. 뭐 도와줄까? 이동혁이 자신의 머리를 어깻죽지에 부비는 느낌에 살짝 치우며 손부터 씻고 오라 말하자 툴툴대며 옆에 있는 이마크를 끌고 같이 화장실로 들어간다.
이미 손을 씻고 와 똑똑똑 야채를 썰고 있는 제 손을 가만히 보고 있던 이제노가 웃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귀여워...ㅎㅎ .◜◡◝"
"귀여워...ㅎㅎ"
...어, 이게 무슨 기억이지?
"기억해야 돼, 응?"
"웅..."
"귀여워...ㅎㅎ"
"...."
내가... 뭘 기억해야 했더라.
"우리 진짜 사귀는 거 맞지?"
"웅..."
"아..."
"...."
...잠깐만,
"내가 진짜 잘할게..."
이게 무슨...
"사랑해."
나 도대체...
"사랑해, 여주야..."
누구랑 사귀는거야?
후 이즈 마이 보이?
후 이즈 마이 보이... = 그래서 내 남자친구 누군데...?
술 먹고 필름 끊겨서 자기가 누구랑 사귀는지도 까먹은 김여주. 그리고 그 다음날에 자신한테 여자친구 안 사귀냐고 물어봤을 때 당황한 세 명... 과연 남자친구는 누구일까용 키키
정답은 세명다 술먹고 실수를 골고루 한게 아닐까 ... 오케오케 ...
이동혁이잖아...
셋이 줄창 싸워도 #공주지켜 나 하나쯤 껴서 넷이 싸워도 그저 #공주지켜 [여주]로 결정했슴미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9.05 09:25
아아ㅏ 알겠다. 일처다부제잖아.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9.05 12:43
오ㅓ 미친 대작
무조건 이제노 이게 제노가 아니면 말이 안돼요
정답 다같이 사귄다
미미미미ㅣ미미친 이건.. 진짜 오래된동혁이라구 생각해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9.07 01:17
강경 [이동혁]
이동혁......세월 이거 무시못하거든
와 이거 돌겠네....? 저는요?! 일처다부제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각자한테 다 말한거잖아.
아시박 대갈 깨졋어 지금 나
셋 다잖아 ㅎㅎㅎㅎ저 미래에서 왔는데 일처다부제라네요 ㅎㅎ!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어요...
못골라요ㅜㅜㅜ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9.10 01:10
나 이거알아 이거 다 사귀는거잖아ㅠㅠ세상에~~!!!!!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9.12 11:27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9.12 23:39
이시ㅏㅠㅠㅠㅠㅠㅠ 다 사귀잖아 오예 드디어 대한민국이 커졌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9.14 19:20
왐마 대박 대박!!!!!! 대가리 깨!!!!
💚
헐 저런 기억이라면 남친이 셋이네!!! 해피다같살🥰
와 제노인 줄 알았는데 마크랑 동혁이도 있네...? 하지만 저는 제노요...
뭐야 남주는 백퍼센트 이동혁임 아닐리 없음 소꿉친구 클리셰는 클래식이야... 심지어 공주라고 부름ㅠ
미쳤다....... 다 만나면 안될까...?
마ㅡㄴ데...? 마큰데...? 너무 마크자나... 첫만남부터 귀여워를 남발하고,,, 자기야라고 해ㅐㅅ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