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인질극 실황중계’에 나선 검찰과 끝없는 ‘조국몰이’
윤석열 검찰의 특수수사기법인 ‘가족인질극’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이용한 잔인한 압박
가족인질극을 돕고 있는 금태섭 전의원
피부가 벗겨질 때까지 계속되는 인간사냥
막나가는 정치검찰과 부역하는 언론과 하수인들
수많은 영화에서 악당들의 잔인하고 비열한 행태를 보여주는 가장 흔한 장치 중에 하나가 ‘가족 인질극’이다. 주인공은 그 어떤 고문과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저항한다. 그때 악당은 최후의 수단으로 주인공의 가족이나 사랑하는 연인을 데려와 주인공 앞에서 고문하고 살해 위협을 가한다. 그러면 그 무엇도 꺾을 수 없던 주인공의 의지는 무너지게 된다. 아마 떠올려지는 영화나 장면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2019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4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조국몰이’ 과정에서 ‘윤석열의 특수부 정치검찰’이 가장 중요하게 사용한 무기였다. 그래서 ‘가족인질극’은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 ‘토끼몰이식 수사’, ‘초미세 먼지털이’ 등과 함께 조국 가족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언론의 보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됐다.
검찰-언론 카르텔은 당시에 검찰개혁을 위해 법무부장관으로 나선 조국 교수를 향하여 ‘너가 물러서지 않으면 부인과 자녀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조국 청문회 사회를 맡은 국민의힘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아주 솔직했다. “처와 자녀 등 온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단 말이에요. 앞으로 구속될지도 몰라요. 가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관이 무슨 의미가 있죠?”
‘윤석열 특수부 정치검찰’은 이것을 구체적인 ‘특수수사기법’으로 작동시켰다. 자녀에게 갈 고통을 무기로 그 부모에게 자백을 압박하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감옥에 갇힌 상태로 검찰 수사실로 불려나가던 조국 교수의 부인인 정경심 씨에게 집중됐다. 정경심 씨는 ‘당신이 수사에 협조해야지 자식들이 우리의 칼날을 피할 수 있다’는 검찰의 노골적 압박에 시달렸다.
2019년에 조국 부부의 딸인 조민 씨가 최초로 방송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당시 조민 씨는 <뉴스공장>에 출연해 “어머니가 저를 보호하려고 자신이 하지도 않은 그런 일들도 다 했다고 할 수도 있다. 어떻게 이걸 막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이 방법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오게 됐다”고 했다.
윤석열과 특수부 정치검사들의 이러한 수사기법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멸문지화’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조국 교수의 가족은 그야말로 만신창이로 짓밟혔다. 어머니는 건강을 잃고 감옥에 있고, 아버지는 사회적 지위와 직업을 잃었으며, 그 자녀들은 청춘을 바쳐 이루어 온 경력과 학력이 인생에서 지워져 버렸다.
검찰은 이제 부모에 이어서 자녀까지 모두 기소하는 ‘멸문지화’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결국, 조국 교수의 딸과 아들은 이 끝없는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에 입학취소를 받아들이고 학위를 반납하며 모든 법적 대응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것도 검찰의 가족인질극을 끝낼 수는 없었다.
검찰은 곧바로 “같은 혐의로 재판 받는 조 전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재판에서 혐의를 시인하는지를 고려해 조민 씨 처리 방향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딸이 혐의를 인정했으니 이제 그 부모도 범죄를 자백하며 검찰 앞에 무릎을 꿇어야 그 딸을 놓아주겠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조민 씨는 혐의를 자백하거나 유죄를 인정한 적이 없다. 조민 씨는 올해 초 인터뷰에서 스스로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검찰과 언론과 정치권이 우리 가족에게 정말 가혹했다. 정말 본인들에게는 똑같은 잣대를 대는지 묻고싶다, 나는 도망가고 싶지 않다, 나는 떳떳하다, 더 이상 숨지 않겠다.”
그 후 유튜브 채널 개설 등 적극적인 공개 활동을 하고 있다. 즉, 스스로 떳떳하기에 죄인처럼 숨을 이유가 없다는 태도였다. 물론, “[어머니가] 제가 활달하게 다니는 것을 엄청 좋아하세요. 그걸 낙으로 삼고 계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것을 볼 때, 감옥 안의 어머니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고 싶은 목적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관련 재판이 끝나고 나서야 뒤늦게 공개된 부산대 자체조사 결과에서도 조민 씨의 부산대 의전원 합격에서 영어 성적이 가장 중요했고, 부모가 개입해서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전혀 없었으며 동양대 표창장은 당락에 영향을 주지도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조민 씨가 법적 대응을 중단한 것은 혐의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멸문지화’를 위한 검찰의 끝없는 소송과 재판에서 벗어나려는 발버둥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검찰을 이것을 또다시 조국 부부에 대한 가족인질극의 무기로 이용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것을 거들고 있는 금태섭 전 의원같은 이들의 태도이다.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툭하면 우려먹는 ‘조국몰이’말고는 내세울 게 없어 보이는 대표적 정치인인 금태섭 전 의원은 최근에 또 조국 교수에 대해 “사과를 형식적으로 한 적은 있지만 내가 이러저러한 잘못을 했다고 사과한 적이 없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많은 이들이 ‘이미 수십번이나 반성하고 사과한 사람에게 또 무슨 사과를 요구하는지 정말 지독하다’고 싶겠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금태섭 전의원은 검찰의 편에서 ‘그런 사과는 아무리 많이 해도 소용없고 구체적 혐의 인정을 하라’며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모든 압박은 가장 인간적인 감정들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잔인한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겪는 고통보다도, 가족이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겪는 고통을 더욱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고통이 고스란히 더 크게 전해질 뿐 아니라, 자신 때문에 상대방이 고통받는다는 자책 때문에 이중으로 고통받게 된다.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은 인질이 된 사람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감정과 고통에 너무 깊이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기에 나타나는 비극인데, 검찰과 언론이 이런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심정을 너무나 잘 알고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다. 상대방의 고통을 생생하게 이해하면서 공감이 아니라, 공격에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번 먹이감을 정해서 사냥과 몰이를 시작하면 먼지가 날 때까지를 넘어서 피부가 벗겨질 때까지 털어대는 정치검찰의 수사와 ‘친검’ 언론의 보도는 윤석열 정부 지난 1년 동안 거침이 없었다. 야당 대표에 대해서는 300번이 넘는 압수수색과 주변 인물 200여명에 대한 소환 조사가 있었다.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이면 당사자뿐 아니라 참고인과 심지어 변호사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할 정도였다. 검찰과 경찰은 민주노총과 건설노조를 끝없이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했고, 마약과의 연관성을 찾아내기 위해 이미 세상을 떠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교통카드 내역과 은행 입출금 내역까지도 뒤졌다. 겁날 것이 없는 검찰은 이제 윤석열 정부의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사상초유의 현직 대법원장 기소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반면 검찰은 윤석열 부인과 장모에 대해서는 소환조차 하지 않고 불기소와 무혐의 처분하는 일들을 반복했고,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법이 개악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나마 이루었던 검찰개혁의 성과들은 모두 뒤집히고 법무부의 검찰화, 검찰 특수부의 비대화, 정보수집 부서의 부활, 정부 부처들 곳곳에 검사 대량 파견 등 모든 것이 전속력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
최근 <뉴스타파>가 밝혀낸 검찰 특활비 사용의 엉망진창 실태가 더 기막힌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검찰은 2017~2019 2년간 292억원의 특활비를 사용했는데 그 중에 절반이 검찰총장의 ‘통치자금’이었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은 하루 평균 480만 원의 특활비를 사용했는데 그 중에 상당수가 증빙 자료가 없거나 어디에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일부 자료를 불법으로 무단 폐기한 흔적이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서 거악을 척결하고 정의를 실현한다’고 하면서 뒤에서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있었던 정치검찰은 스스로가 최고의 ‘내로남불’이며 ‘거악’이며 ‘이권 카르텔’이었다. 이쯤되면 그토록 ‘공정과 상식’을 말하던 언론과 정치인, 지식인들의 비판의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검찰 내부게시판에도 성토하는 글이 쏟아져야 하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이들은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려고 할 때만 ‘사회적 약자’를 걱정하며 ‘공정과 상식’을 말하며 나서는 특징이 있다. 이들이 가족인질극을 보면서 분노하고 비판하는게 아니라 침묵하거나 박수를 치면서 즐기고 있으니, 이제 검찰은 ‘부모가 혐의를 인정하면 자녀는 기소하지 않겠다’며 막장같은 ‘가족인질극 실황중계’까지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