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에 썼던 글입니다.
어제 주혹새바에서 열린 실버체어 영상회 때문에 롤링홀에 약간 늦게 갔다 공연장에 도착하니 무슨 놈의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있는지 정말 깜짝 놀랐다 이건 모 레이지때 보다 더 많은 것 같았다 첫 밴드는 일본 밴드 세르비우스였는데 기타 신동 아끼라와 아웃레이지의 관록있는 드러머 신야의 졸라 간지나는 연주력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주혹새에서 보았던 아끼라는 게리 무어와 리치 블랙모어,애드리안 스미스의 연주에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그의 연주에서는 그런 대가들보다는 마이클 쉥커의 느낌이 왔다 맨 마지막 노래가 인상적이었는데 본격적으로 달리기 전에 행해졌던 조용한 기타 연주가 흡사 마이클 쉥커의 코보아지라 콘체르토나 닥터 닥터 인트로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이때 디스트가 먹지 않아 곡이 중단된 실로 아마추어적인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 좀 아쉽다) 음악 스타일은 스트래핑 영 레드와 상당히 흡사한 졸라 달려대는 스레쉬(??) 메탈이었는데 아끼라의 서정적인 기타가 무거운 음악에 너무 묻히는 감이 없잖아 있어 안타까웠다 정통 하드락 스타일의 연주를 하면 그의 개성이 더욱 발휘될 것 같았는데~~ 어쨌거나 매우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고 세르비우스는 무대를 내려갔다 잠시후 예레미가 올라왔는데 역시 굉장했다 모정길의 보컬과 조필성의 기타는 여전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고 몇몇 사람들은 밖에 나가서 담배를 때려댔다 내가 보았을 때 예레미는 확실히 잘하는 밴드이긴 하나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힘은 별로 없는 듯 하다 특히 프론트맨 모정길의 액션은 자연스럽게 열정이 폭발하는 락커의 퍼포먼스라기 보다는 무언가 잘 짜여진 시나리오 속에서 행해지는 배우의 연기에 가까워서 상당히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마지막 곡에서는 안회태와 아끼라가 무대에 등장해서 조필성과 잼을 하는 장면이 펼쳐졌는데 안회태와 조필성이 화려한 테크닉과 과도한 속도경쟁을 보이는 것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잼이라는 것은 본디 즐거운 마음으로 상대를 존중하며 해야 하는데 안회태와 조필성의 연주는 모랄까~~ 누가 더 빠른가?? 혹은 누가 더 화려한가?? 이런 느낌으로 상대를 압도하려는 듯한 느낌을 주어 별로였다 중간에 낀 아끼라가 왠지 머쓱해질 정도로 핵(核)이 없는 졸연이었다 잠시후 바우 와우가 등장했는데 정말 대단했다 진짜 이들은 하드락의 정수를 파악하고 있는 진짜배기 뮤지션들이었다 갑자기 공연의 수준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지루한 삽입의 반복으로 루즈하던 여인이 갑자기 오르가즘을 느끼고 흥분하는 것처럼 나의 가슴은 심하게 울렁거렸다 교지 야마모도 그는 결코 노래를 잘 하는 사람도 아니고 기타를 잘 치는 사람도 아니지만 하드 락 음악을 면밀하게 이해하고 뼈 속 깊이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통렬하게 보여주었다 어제 그가 들려준 연주는 정말 하드락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그런 연주였다 그는 결코 빠른 핑거링이나 위력적인 벤딩을 가지지 않았지만 산전수전 다 거친 노장답게 여러 가지 길을 알고 있었으며 음 하나 하나에 진지한 마음을 담아 정말 정성스럽게 연주를 했다 마지막 곡에 이르렀을땐 흡사 엔스렉스의 조 벨라도나처럼 인디언 가발을 쓰고 나와 광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는데 실로 대단한 신끼를 느낄 수 있었다 교지 야마모도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하드락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뜨거운 열정과 가슴 벅찬 연주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바우와우가 끝난 다음에 사람들이 조금 빠졌다 일요일 공연의 맹점인데 아무래도 다음 날 출근 문제 땜시 끝까지 자리를 지키기가 부담스러웠나 보다 (혹자는 이런 현상을 가리켜서 한국인들 특유의 냄비 근성이라고 말하지만 모 그렇게 말할 것 까지야 ㅋㅋ) 어쨌거나 블랙 신드롬이 등장했고 얼마 남지 않은 관객들이 하나의 정점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슬램과 헤드뱅잉,점핑 심지어 스테이지 다이빙까지 난무하는 아주 미친 분위기가 졸라 인상적이었다 오래만에 보는 공연인데도 여전한 레퍼토리(맨 언더 더 문,피드 더 파워케이블 인투 미,세이브 아워 소울,투쉬)는 많은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우직한 친구를 떠올려 무지 반가웠다 좋은 공연이었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투쉬에서 다섯 명의 기타리스트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분위기가 산만해졌다는 것이다 사실 세이브 아워 소울 (세이브 마이 소울인가??)에서 교지 야마모도와의 협연은 아주 좋았다 이색적이고 신비스럽고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협주였다 허나 그에 반해 투쉬에서 펼쳐진 5인잼은 좀 아니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잼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 하는 게 아니라 연주자들 스스로 좋아서 즐기자는 식으로 해야 하는데 5인중 어떤 사람은 왠지 자신감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렇게 하는 거 맞는 건가요?? 라는 걱정된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또 어떤 사람은 시종일관 기분이 언짢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마치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굉장히 억지로 하는 듯한 표정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물론 프로 연주자들이니까 당연히 연주 자체는 졸라 엑설런트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게 안좋았다 아직 우리나라는 관객들뿐 아니라 연주인들 조차 잼 문화에 조금 어설픈 듯 하다 다음 공연때는 잼을 하기 전에 사전 계획을 철저하게 짤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말 조금 어패가 있다 잼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즉흥연주인데 무슨 즉흥 연주를 하기 위해 계획을 짠 단 말인가??) 블랙신드롬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중 거의 절반이 빠져 나갔다 나두 갈까 했지만 조금 전 잼에서 신대철 형님께서 들려주신 농도 짙은 벤딩이 왠지 내 옷자락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확실히 대철이 형님의 벤딩은 다른 사람들의 것과 근본적인 질이 틀렸다 이건 기타를 잘 친다 못 친다는 개념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관련된 것인데 대철이 형님의 벤딩과 비브라토에서는 내가 광적으로 좋아하는 일련의 기타리스트들 (게리 무어,잭 와일드,존 싸이크스 등등)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굉장히 독특하고 깊은 울림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시나위 공연을 끝까지 보았는데 처음에 무대 막이 올랐을땐 조금 실망이었다 블랙 신드롬에 몸을 담았던 천재 드러머 이동엽과 거인 신대철의 모습은 실로 뽀대 만땅 이었지만 이름 모를 베이스와 보컬의 초라한 행색(개인적으로 머리 짧은 프로 락커는 질색이다)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게다가 연주 톤 마저 약간 얼터너티브 그런지 스타일이었고 그런 풍의 연주로 대표곡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연주하는 것이다 씨바... 처음엔 졸라 야마 돌았다~~ 체구도 왜소하고 얼굴도 평범하고 목소리 톤도 약간 모던락 보컬 스타일인 그 보컬 정말 짜증났구 그 보컬의 형제 내지 친척으로 추정되는 외모를 가진 베이시스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짜 뽀대 안났다 대철이 형은 왜 저런 애들이랑 음악을 할까?? 요런 발칙한 상상까지 금치 못했는데~~ 불현 듯 노래가 진행될수록 묘한 매력이 솟아오르는 건 무슨 변고일까?? 신대철의 깊이 있는 기타 솔로가 폐부 깊숙히 작열하고 (아 정말 한 음 한 음이 오금을 저릴 정도로 위력적이다) 이동엽의 살아 있는 드럼 연주 역시 뇌수에 격동을 일으키며 거세게 굽이친다 (드럼을 들으며 베이스를 들으니까 베이스 또한 굉장한 칼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까 그토록 허접하게 보였던 보컬마저도 멋있어 보였다 아니 이럴수가~~ 이건 마치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자폐아로 나왔던 레오나르도 드까프리오가 갑자기 류미오와 줄리엣의 레오나르도 드까프리오로 변신한 듯한 느낌이다 강한 이라는 이 남자!!! 시나위의 보컬로서 결코 부족함이 없었으며 굉장히 매력적이며 독특한 음색을 가진 괜찮은 싱어라고 말하고 싶다 그는 이 날 같은 무대에 섰던 보컬들과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퍼포먼스다 그는 다른 보컬들처럼 긴 머리카락을 가지지 않았고 체구 또한 크지 않지만 시종일관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거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보통 우리나라 락/메탈 보컬들(프로/아마 통틀어)의 액션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통일성이 없고 산만하기 그지 없다 어떤 장면에서는 굉장히 화려하고 멋진 액션을 보여주는데 어떤 장면에서는 븅신처럼 무대에 가만히 서 있거나 혹은 무대에서 사라져 버리는 만행(보컬이 무대에 없다는 것은 흡사 엄마가 아이를 버리고 노래방가는 거랑 비슷하다)을 저지르는데 강한은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신대철이 비교적 긴 솔로 타임을 가질 때도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몸을 흔들며 음악에 육체를 실었다 그 말이다 시나위가 어제 연주했던 곡들은 정형화된 하드락/메탈의 낡은 정조대를 부욱 찢어 버리고 해묽은 리프를 통렬하게 으스러뜨리는 위력이 있었다 얼터너티브 락,펑키 락,블루스,하드락의 강점만을 고스란히 체취하여 '시나위' 라는 이름으로 활활 타오르는 그 불길은 서양 혹은 일본으로부터 영향받은 위대한 유산의 산물이 아닌 독창적인 문화의 보고이다 신대철은 기타리스트임과 동시에 기타리스트가 아니다 그는 기타라는 악기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우주 한 공간으로 방출시키는 도인이다 어제 롤링 홀의 공연 도중 신대철이 들려준 연주 한 복판에서 나는 거대한 우주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2002년초 오지 오스본의 내한 공연 도중 잭 와일드의 연주에서 방출되었던 그 세계와 비견할 정도로 큰 것이었다 한 인물을 까대는 '은퇴선언' 후 펼쳐진 신대철과 교지 야마모도의 협주 (지미 헨드릭스의 부두 차일드) 는 어제 공연의 압권이었다 하나의 신을 둘러싼 두 영웅의 처절한 난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곡에서 신대철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력적인 벤딩은 극에 달하고 교지 야마모도는 자신의 전 재산(트리키한 플레이)을 모두 털어놓기에 이르렀다 완전연소라고나 할까?? 두 영웅은 이곡에 이르러 자신들의 모든 내공을 쏟아부은 주화입마의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 저렇게 연주하다 몸이 다 타 버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로 뜨거운 연주였다 아.... 지금도 어제의 연주를 생각하니 졸라 흥분된다 어제 공연 정말 굉장했다 단지 내 취향인 밴드들과 내 취향이 아닌 밴드들이 있었다는 것일뿐 그들이 보여준 절대적인 강함과 에너지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출처: 주다스 혹은 새버스 원문보기 글쓴이: 화랑
첫댓글 2005년 5월 29일 롤링홀에서 펼쳐졌던 공연이었습니다.
신대철~!! 🤘🤘🤘🤘🤘🤘
신대철~~~^^*
추앙합니다
신대철씨였군요...... 20년전이 아니라 2시간전 공연 얘기를 듣는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생생히 살아움직이는 후기, 정말정말 재밌고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첫댓글 2005년 5월 29일 롤링홀에서 펼쳐졌던 공연이었습니다.
신대철~!! 🤘🤘🤘🤘🤘🤘
신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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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철씨였군요......
20년전이 아니라 2시간전 공연 얘기를 듣는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생생히 살아움직이는 후기, 정말정말 재밌고 감탄하며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