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8일만에 정신병력이 있는 한국인 남편에게 흉기에 찔려 숨진 베트남 이주여성 탓티황옥씨(20)의 유가족들이 영정사진을 가슴에 안고 화장장으로 향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서정빈 기자
15일 오전 10시30분 부산 영락공원 화장장.
실내에 "탓티황옥"이라는 처절한 외침이 울려퍼졌다.
앳된 영정사진 한 장을 가슴에 안고 베트남에서 온 유족들의 오열이었다.
왜 내 아이가 이 먼 이국땅에서 죽임을 당해야 했을까.
무엇때문에 그토록 이 땅에 아이를 보내려 했을까.
많은 의문들이 부모들이 쏟는 눈물속에 섞여 20대 꽃다운 생명을 보내고 있었다.
딸의 사망소식을 듣고 지난 14일 이른 아침 한국을 찾은 탓티황옥씨 부모 탓산씨(54)와 쯔엉티웃씨(48) 그리고 유가족들.
그들은 화장을 위해 영락공원을 들어서면서도 아직 어린 딸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싶지 않은 듯 영정사진을 가슴에 꼭 안고 있었다.
신혼 8일만에 정신병력이 있는 남편에게 흉기에 찔려 숨진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씨의 어머니가 15일 부산 영락공원에서 딸의 화장이 시작되자 오열하며 쓰러지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서정빈 기자
탓티황옥씨의 시신이 화장을 위한 마지막 문을 통과하는 순간에는 머나먼 이곳에서 딸을 보내는 하는 어머니 쯔엉티웃씨는 주저앉고 말았다.
어머니의 오열속에 많은 취재진들과 주변의 상주들도 숙연한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눈시울을 적셨다.
쯔엉티웃씨는 슬픈 와중에도 "가슴이 찢어진가”면서도 “이틀간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사관, 부산시의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위로가 됐다”며 감사의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한국이 싫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국에 오기전에는 한국 사람들이 어떤지 몰랐지만 와보니 좋은 사람도 너무 많고 따뜻한 곳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영락공원을 찾아 탓티황옥씨의 마지막을 함께한 이주여성인권센터의 회원들은 탓티황옥씨의 죽음에 대해 같은 이주여성으로서의 심정을 편지로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온 한 여성은 편지를 통해 “국제결혼업체가 돈을 벌기 위해 외국여성들에게 상대방 남자의 안 좋은 점을 숨기고 좋은 것만 알려주는 등 제대로 된 정보 없이 결혼을 할 수 밖에 없어 가정폭력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좋은 가정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국제결혼에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여성단체연합 장선화 사무처장은 “이번 일은 개인사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며 “앞으로 결혼중개업의 실태를 파악하고 수사진행이 잘 이뤄지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처장은 “국제결혼의 경우 이주여성들에게는 여러 가지 교육이 이뤄지는 반면 한국 남성들에게는 이주여성의 국가의 문화 전통 등에 대한 교육이 전무하다”며 “관리감독은 물론 법 강화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탓티황옥씨의 유골은 오는 16일 오전 비행기로 가족들과 함께 베트남으로 옮겨져 장례를 치르게 된다.
신혼 8일만에 정신병력이 있는 남편에게 흉기에 찔려 숨진 베트남 탓티황옥씨의 부모가 15일 부산 영락공원에서 딸의 유골함을 들고 나오고 있다
◈ 탓티황옥씨 유족 입국, 부산의료원에 빈소 차려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한국땅을 밟은지 일주일 만에 남편에게 처참하게 살해된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20) 씨.
그녀의 부모는 14일 오전 부산을 방문하자마자 딸의 시신이 안치된 사하구 모 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어떻게...이럴수가. 말도 안된다. 딸아, 내 딸아."
아버지 딱 상(54)씨는 그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떨리는 목소리로 딸의 이름을 불렀다.
딸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며 눈물을 꾹꾹 눌러 담았던 어머니 쩡티웃(48)씨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실신했다.
이제 막 스무살인 탓티황옥씨. 결혼한 뒤 꼭 효도하겠다는 그녀는 결국 싸늘한 시신이 되어 부모님을 맞았다.
고된 농사일로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 남루한 차림의 두 부부의 고통스러운 눈물앞에 동행한 부산지역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어깨를 붙잡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이후 사하경찰서에서 딸의 유품을 받아든 유족들은 다시한번 가슴을 쳤다.
"많이 사랑해요" "한국말을 잘 못해요" "오빠 쉬세요" 등 한국말이 빼곡히 적힌 딸의 노트를 넘겨본 딱 상씨는 이렇게 착하디착한 딸에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냐고 눈물을 삼켰다.
베트남에서 본 한국인 사위는 말끔한 얼굴에 점잖은 사람이었다.
아버지 딱 상씨는 "사위가 베트남에 밤 9시에 와서 다음날 아침 일찍 딸과 함께 한국으로 가버려서 대화할 여유는 없었지만, 겉보기에 아무 이상이 없어서 딸에게 당연히 잘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어떤 이유로 딸이 목숨을 잃게 됐는지 그 원인이 명백히 밝혀져야 하고, 조사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 쩡티웃씨도 "우리가 시골에 살아서 딸이 한국에 갈 때도 제대로 배웅을 못한채 전화로 인사를 한 것이 마지막 이었다"면서 "딸이 마지막으로 숨을 거둔 곳에 들러서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유족들은 베트남 전통절차에 따라 탓티황옥씨가 숨진 사하구 신평동에서 초혼제를 지낸 뒤 시신을 화장해 베트남으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탓티황옥씨의 빈소는 연제구 부산의료원에 차려져 시민들의 조문도 받을 예정이다.
◈ 여성단체 "책임자 처벌, 결혼중개업소 폐단 개선돼야"
이주여성다문화가족센터 '어울림' 등 여성단체 관계자 3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 부산 사하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탓티황옥씨 살해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파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구수경 여성문화인권센터 대표는 "아시아 여성을 상품화하고 임권을 침해하는 국제결혼관행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의문"이라며 "결혼알선업체들의 상품화와 거짓된 정보때문에 폭력과 이처럼 폭력과 살해당하는 현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구 대표는 "이주여성들은 가사도우미, 우울증에 걸린 남편을 돌보고, 치매에 걸린 노부부를 돌보는 간병인, 잠자리 파트너가 아니라"며 "낳은 어머니도, 형제도 감당할 수 없는 남성을 어리고 소통이 되지 않는 가난한 이주여성에게 떠넘기려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탓티황옥의 비극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인 김나현 어울림 상담실장은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여성들은 도망갈 수 있다며 신분증도 압수당하고, 자국어로 대화도 할 수 없으며, 외출을 할 수도 없다. 심지어 '내가 얼마나 큰 돈을 주고 너를 사왔는데 말을 안듣냐'는 언어폭력도 당한다"면서 "아시아 여성을 상품화하는 결혼 중개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첫댓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니다 국제결혼중개업체 점검해야 됨니다 한베가정 한사람으로 반성함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타깝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